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96화 (396/450)

396.

“아흐흥, 침대에서도 하고 싶은데에. 여기에서도 하고 싶구우.”

“둘 다 하면 돼.”

“헤헤.”

미리가 귀엽게 웃는다.

아무래도 화장실 섹스는 점점 격해질 수밖에 없다.

슬로우 섹스를 좋아하는 미리라서, 미리는 침대 섹스를 가장 선호한다.

그렇다고 화장실에서 하는 격한 섹스를 싫어하는 건 또 아니라서 고민이 되나 보다.

둘 다 하면 되지.

뭘 그리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 요즘 내가 조금 비싸게 굴어서 그런가?

그거야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여자와 시간을 보내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건데.

조금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다들 더 잘해줘야겠는데.

미리와 함께 화장실에서 격한 섹스를 마치고 미리의 침대로 이동해 슬로우 섹스를 밤새 이어갔다.

아직 해가 뜨기 전 미리를 재워 두고 내 방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첫 경험이니까 일어났을 때 옆에 있어 주기 위함.

아무리 날 좋아하고 마기에 중독된 여성이라고 하지만.

첫 섹스 했는데 옆에 없으면 엄청 불안하고 서운하다고 한다.

나정의 옆으로 이동해 몸을 눕힌다.

“흐으, 어디 다녀오셨어요?”

“아! 일어나 있었어?”

“방금 일어났어요.”

다행히 미리 깬 건 아니고 내가 들어오는 기척에 일어난 건가 보다.

“너 씻기고 나도 씻고 왔지.”

“아아.”

나정이 내게 다가와 팔베개한다.

얘도 조금 안기는 거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헤헤.”

“왜 웃어?”

날 올려 보며 웃는 나정.

“신기해서요.”

“신기해?”

“피디님 되게 무서웠는데.”

“아아.”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하긴, 그렇게 갈궜던 사람이랑 첫 경험에 함께 침대에 누워 잠까지 잔다고?

세상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진 느낌이긴 하겠다.

나야 처음부터 이걸 생각하고 있기도 했으니까.

나에 대한 공포는 이제 꽤 지워졌으니 가진 독기를 없앨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일단, 한국에서 뭘 하기에는 눈이 많으니 힘들고.

S걸스 스케쥴도 있으니 휴식기에 들어갔을 때 생각해보자.

아직 S걸즈는 간절해도 괜찮은 시기니까.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대는 나정을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넌 푹 잤겠지만, 난 이제 자는 거란다.

“후우, 잘 잤네.”

아침에 일어나니 나정이 내게 꽉 안겨 있다.

인형이라도 안고 자는 걸까?

무슨 자는 애가 사람을 이렇게 안고 있어?

“나정아. 일어나자.”

“아으으.”

잠시 기지개를 켜고 바로 일어나는 나정.

평소 생활 습관을 볼 수 있다.

무의식중에도 스트레칭 하는 모습.

내가 옆에 있는 걸 잊은 듯 제대로 눈도 못 뜨고 스트레칭을 한다.

“나정아?”

“아? 아! 핫!”

삼단 고음이냐?

크게 놀란 나정이 잠시 주변을 둘러 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꾸, 꿈이 아니었구나.”

“꿈?”

“아, 으, 그게.”

얼굴을 붉히고 날 못 보는 나정.

“이리 와.”

“네, 넵!”

으음, 두려움을 사라지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지나니까 리셋이냐?

나정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아흐으.”

“괜찮아. 어제 좋지 않았어?”

“좋았어요.”

“그래. 그것만 기억하면 돼. 앞으로 자주 함께하자.”

나정이 볼을 붉힌 채로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귀엽기는.”

“헤헤.”

나정을 안았고 나정이 웃으며 내게 안겼다.

그래도 많이 나아지긴 했다.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한 거 같네.

나정과 함께 다시 녹음실로 이동해 녹음을 끝냈다.

오늘은 녹음을 꽤 많이 해야 해서 아침부터 바쁘다.

아마도 오늘내일 중으로 녹음을 마치고 단체 촬영까지 할 예정이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이 지났다.

몇몇 조금 노래가 아쉬운 사람들은 휴게실로 데려가 마기를 넣어주며 꽁냥꽁냥 하기도 해서 전체적으로 체력이 많이 소모된 하루다.

“아으, 그래도 끝이 보이긴 하네.”

“그러게. 오늘 다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나도.”

아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마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그런지 온몸이 녹초가 됐다.

오늘은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여자 없이 잘 수 있을 거 같다.

집에 도착해 침대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었고 바로 잠들 수 있을 줄 알았다.

“아, 사람이 참 간사하다.”

또 안 하고 자려니까 섹스가 땡긴다.

휴게실에서 여러 자극을 받긴 했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본방은 못 들어갔다.

그 때문에 나도 모르게 욕정이 쌓이고 있었나 보다.

내일은 촬영이 있으니 누구 불러서 피곤하게 하기는 좀 미안하고.

촬영하지 않는 여자를 불러야겠다.

으음, 누가 좋을까?

아인이는 오늘 온종일 많은 여인과 내 심부름하느라 지쳤을 테고.

여진을 불러 볼까?

여진의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으음, 그래도 여진을 방으로 막 부르기는 아직 조금 떨린다.

아, 내가 여자 앞에서 진짜 긴장 안 하는데.

여진은 유일하게 날 긴장시키는 여자인 거 같다.

이런 떨림 오랜만이네.

마기의 존재를 깨달은 이후로 설렜던 적이 많지 않은데.

여진 자체에서 내게 오는 설렘이라기보다는.

언젠가 만들어낼 여진의 노래에 대한 설렘에 가깝겠지만.

그 때문에 여진을 보는 거도 설레는 건 있다.

내가 가볼까?

여진의 방으로 이동했다.

조금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자고 있어도 깨우면 되니까.

“여진아. 자?”

“아니요. 들어 오세요.”

다소곳한 자세로 날 반기는 여진.

“뭐 하고 있었어?”

“노래 듣고 있었어요.”

“그래? 무슨 노래?”

“호호.”

내게 선곡 리스트를 보여주는 여진.

와! 이거 다 내가 만든 노래네.

“내 노래 듣고 있었구나.”

“으으응.”

여진이 살짝 애교부리듯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다른 사람 노래도 있나?”

“아뇨. 성민님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게 아니라. 성민님 노래만 들어요. 저는.”

“아, 그, 그래.”

살짝 당황스럽다.

뭔가 광기가 보이는 느낌이라 조금 무섭기도 했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느낌이에요.”

“아!”

그럴 수 있다.

여진이 가지고 있던 마기는 지금 사라졌으니까.

마기를 다룰 순 있겠지만.

가진 마기가 없어 다룰 마기가 없는 여진.

내 노래를 들으면 마기가 살살 흘러나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뭔가 채워지는 충족감을 느낄 수 있겠다.

“내가 만든 노래 부르면 어떨 거 같아?”

“아아!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하죠.”

“음, 근데 조금 문제가 있는 거 같아.”

“문제요? 제가 좀 부족한가요?”

아니. 네가 아니라 내가 부족하지.

고개를 저으며 여진의 어깨를 살짝 끌어당겨 안았다.

“네가 아니라 내가 조금 부족해. 네게 맞는 노래를 만들려면 뭔지 모를 무언가가 필요한 거 같아.”

“으음, 어려운 얘기네요.”

여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에 빠졌다.

“은인님께 뭐가 부족한 걸까요?”

“그걸 알면 어떻게든 채웠겠지.”

세상에는 세 종류의 정보가 있다.

아는 것을 아는 것, 모르는 것을 아는 것,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

아는 것은 넘어가고 내가 어떤 걸 모른다고 했을 때 그걸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어떻게든 배워서 채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모르고 있다는 걸 모른다면?

간단한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기능 같은 걸 들 수 있다.

캡처 기능 같은 걸 예로 들어 보자.

화면을 캡처하려 할 때 캡처 기능이 있는 걸 아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면 방법을 찾아 캡처할 수 있다.

하지만, 캡처 기능이라는 게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라면?

일단 화면을 캡처할 생각 자체를 못 할 거다.

이 화면을 기억해 두고 싶다는 생각은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기능이 있고 방법을 모른다는 생각도 못 한 채로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며 넘어갈 수밖에 없다.

뭐, 꼭 맞는 설명은 아닐 수 있지만.

지금 내 상태가 그렇다.

뭔가 부족한 건 알겠는데 그게 뭔지 모르니까 채울 방법도 찾을 수 없다.

“같이 고민해 봐요.”

“그래. 그러자.”

여진이 고민한다고 어떻게 될 거라는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 이뻐서 활짝 웃으며 여진의 옆으로 갔다.

살짝 끌어안고 다가간다.

분위기가 살짝 애매했지만, 섹스 분위기야 만들면 나오는 거니까.

-츄릅, 츄르릅.

키스하면 여진의 몸을 살짝 컨트롤 해 함께 침대에 엎어졌다.

“호호.”

“좋아?”

“네. 너무 좋아요. 흐응.”

거칠게 옷을 벗기고 여진의 온몸을 핥는다.

-츄릅, 핥짝. 츕.

씻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좋은 향기가 나는 여진의 몸.

가슴을 거칠게 주무르며 보지에 손을 올린다.

매번 하는 형식적인 애무.

욕망이 차올라 하는 섹스기에 살짝 마음이 급했다.

마기까지 살짝만 사용해 감도를 올린다.

여진은 빨리 젖은 타입은 아니었기에.

마기로 섹스하기 좋은 몸으로 바로 만든다.

“넣을 게.”

“네. 전 언제든지 준비됐어요. 하읏.”

사근한 말투와 포근한 느낌에 뭔가 힐링이 되는 느낌.

이게 힐링 섹스지.

-푸우욱!

“흐응, 하으으.”

신나게 여진과 섹스하고 함께 잤다.

“아으, 하아아암.”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크게 한 번 했다.

어제의 피로가 이어진 느낌.

마기로 피로가 사라지긴 해도 나아지지 않는 정신적인 피로감이 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잘 잤어?”

“네. 성민님과 함께 잘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여진의 반응을 보건데 거의 잠을 자지 않은 거 같다.

확실히 충혈된 눈과 퀭한 안색을 보면 빨리 자리를 비켜줘야겠네.

밤새 날 쳐다보면서 뭘 했나?

뭐, 여진은 그냥 내가 좋았던 거겠지.

살짝 무서운 느낌도 들지만, 딱히 여진이 내게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어서 오히려 기분이 더 좋다.

“그럼 더 자.”

“아니에요. 배웅해 드릴까요?”

“괜찮아. 쉬어.”

굳이 나오려는 여진을 방으로 다시 들여 보내고 나갈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제대로 메이크업도 받을 예정이라 어제보다도 이른 시간.

“안 피곤해?”

“괜찮아.”

아인이 내 어깨를 주무르며 말한다.

나보다 더 피곤할 텐데 고맙네.

차로 가려는 아인의 뒤를 잡아 나도 어깨를 주무른다.

“난 괜찮아.”

“그냥 내가 만지고 싶어서 그래.”

“호호.”

아인도 웃으며 내 손길을 받아 줬다.

사이 좋게 도착한 미용실에서 세팅을 마치고 촬영 장소로 향했다.

촬영 장소는 일차로 녹음실.

녹음 실에서 단체로 노래 하는 모습을 촬영할 예정이다.

사실, 단체 녹음은 없지만.

그래도 그림은 이게 좋으니까.

그러고 세트장으로 이동해 나머지 추가 촬영이 있다.

어쩌다 보니 일이 꽤 커졌네.

휴게실에서 차차 도착하는 여인들과 대화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촬영이 시작됐다.

넓지 않은 녹음실 부스에 옹기종기 서서 노래하는 모습 촬영.

딱히 디렉팅을 볼 건 없지만, 그래도 연출상 뭐라 뭐라 말하는 척이라도 한다.

“자! 다 됐습니다. 1시간 후에 세트장에서 촬영하겠습니다.”

“네에.” “네!”

다 함께 천천히 세트장으로 이동한다.

다행히 먼 거리가 아니라 걸어갈 수 있더라고.

소규모로 다니면 주변 시선을 의식해야 하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가면 딱히 문제 된 건 없다.

사람이 몰릴 수도 있지만, 요즘은 연예인 봤다고 길이 마비되고 그런 일은 드물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경호 인력을 꽤 데리고 나오긴 했다.

“흐음, 저거 맛있겠다.”

“뭐?”

“마라탕.”

여인들의 대화 소리.

이것도 촬영하면 꽤 재밌는 영상이 나올 것도 같은데.

우리 기획사 리얼리티를 한 번 찍어 볼까?

다들 바빠서 힘들겠지만, 유티비 컨텐츠로 제작하면 엄청 잘 될 거 같긴 하다.

다들 인기는 보장된 여인들이니까.

그녀들이 케미를 자랑하는 모습은 귀하다.

나만 보기 좀 아까운 대화들인데.

이건 내가 뭘 어떻게 하기보다는 미국에 다녀온 다음에라도 회사에 말 좀 해봐야겠다.

S걸즈 리얼리티는 꽤 잘 됐으니까.

다른 여인들 리얼리티를 해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있는 거로 안다.

제일 많은 게 지인이었던가?

지인이는 요즘 거의 확실하게 1티어 가수로 자리 잡은 거 같다.

찍었던 영화도 잘 됐고, 노래도 잘 되고 있고.

예능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많이 찾으니까.

회사에 돈을 가장 많이 벌어오는 건 행사를 많이 뛰는 슈가 페어리지만.

회사 인지도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건 지금은 지인이가 맞는 거 같다.

아니, 난 가? 내 인지도가 조금 넘사긴 한데.

세트장에 도착한 모든 인원이 앉아서 조곤조곤 대화를 나눈다.

나도 이곳저곳 끼어 얘기를 나눴다.

“자! 다들 모여 주세요.”

벌써 한 시간이 지났구나.

매력적인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시간 가는 걸 모르겠다.

“촬영 콘셉트는....”

이미 알고 있는 컨셉이지만, 설명을 경청하고 촬영을 마친다.

“오늘은 회식이다!”

촬영 말미에 놀러 온 아버지.

원래 저런 성격은 아니시지만, 지금 특별 출연을 하고 계신다.

흐음, 내가 한국에 와서 많이 신경 써 주시는 거 같다.

다 같이 시간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자꾸 이런 자리도 만들어 주시고.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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