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
마지막으로 나온 예진, 연화, 혜인.
연화와 혜인에게 맞춘 귀엽고 상콤한 무대를 준비한 세 사람.
섹시 컨셉의 예진이 어떻게 소화할지 지켜봤지만.
귀엽고 상큼한 무대를 청순 섹시 버전으로 혼자만 튀게 마치는 예진.
뭐, 기획된 거도 아니고 짧게 준비한 거치곤 나쁘지 않은 무대였지만.
순서가 안 좋았다.
방금 너무 좋은 무대를 봐서 더 어색한 무대로 느껴지는 무대.
세 사람 표정도 별로 안 좋고.
즐기자고 한 건데 너무 다운되니까 조금 북돋아 주고 싶네.
내 바람과는 상관없이 진행된 초유 누님의 심사도 그냥 재밌었다는 형식적인 말이었다.
그래도 초유 누님도 크게 뭐라고는 못 하고 잘 얼버무리신 거 같다.
“마지막 팀의 점수는 노래방 80점, 퍼포먼스 80점으로 160점! 조금 아쉽습니다만! 여기서 끝이 아니죠! 다음 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역전의 기회는 계속 있으니 긴장을 끈을....”
윤진이 세 사람을 나름대로 잘 다독여 분위기를 이끈다.
윤진의 말에 홀려 다시 마음을 다잡는 세 사람.
맞다. 지금 꼴등을 했다고 해도 앞으로 남은 라운드에서 좋은 등수를 차지한다면 당연히 1등을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우리를 둘러 보는 윤진.
“2팀과 4팀! 잠시 나와 주시겠어요?”
윤진의 부름에 앞으로 나오는 여섯 사람.
“동점인 팀이 있는데 점수를 똑같이 주는 거보다는 밤도 기니까 2등을 걸고 매치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두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뼉을 친다.
“좋은 생각이야!”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노래방 무대야 오래 하면 다 즐겁고 재밌는 거니까.
“그럼 두 팀은 잠시 시간을 드릴 테니 노래를 하나 정해서 불러 주세요. 어느 팀이 이길지는 여섯 분을 뺀 모두의 투표로 정하겠습니다!”
“오오! 재밌겠다.”
또 시간이 조금 남게 됐다.
오늘 하루를 풀로 놀 생각이라 다들 빡빡하게 진행하는 거보다는 여유로운 걸 즐기는 거 같다.
“그럼 30분만 쉬고 2등 결정전을 진행하겠습니다!”
누군가 노래방 기계를 차지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다들 쉬는 분위기다.
다들 조금은 지친 거겠지.
사람이 많아 한 사람이 부른 노래는 몇 곡 없지만.
다들 일어나 함께 즐기며 신나게 놀았기에 나도 꽤 지친 느낌이다.
우연히 앉은 자리 옆으로 막내 다섯이 함께 앉았다.
“다들 어때?”
“재밌어요. 헤헤.”
신정이 나와 가장 친해서 그런지 즐겁게 떠들었고.
다른 아이들도 나름 많이 친해졌기에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을 보인다.
연습생 다섯과 친밀감을 다지고 나름 상담도 조금 해주니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자! 준비가 모두 끝난 거 같네요.”
윤진이 마이크를 들고 중앙으로 나오며 말한다.
두 팀이 모두 노래방 기계 앞으로 다가왔다.
윤진의 말대로 준비가 다 끝났나 보네.
아까보다 시간이 더 없었기에 기대감은 크지 않았지만.
또 너무 늘어져 있으면 미안하니까 나름 기대하는 표정으로 앞을 본다.
“자! 그럼 노래 순서는 가위바위보로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각 팀에서 하실 분 나와 주세요.”
준비가 많지 않기에 간단하게 순서를 정한다.
결과는 2팀의 승리.
“자! 승리하신 미리님 선공하시겠습니까? 후공 하시겠습니까?”
“먼저 하는 게 좋겠지이?”
팀을 보며 의견을 묻는 미리.
아람과 지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보통은 나중에 하는 걸 더 좋아하지 않나?
뭐,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 싶어, 좀 더 지켜본다.
“자!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윤진의 말을 끝으로 노래가 시작됐다.
유명한 걸그룹의 노래.
세 사람은 원곡 안무를 추면서 열심히 노래했다.
이번만큼은 노래방 기계의 점수가 중요치 않기에 셋 모두 마이크를 들었는데.
셋 중 성량이 가장 좋은 미리가 블루투스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원곡 댄스를 언제 다 외웠지?
유명한 곡이니까 원래 알고 있었던 걸까?
뭐, 연습용으로 쓴 곡일 수도 있겠다.
뭔가 아람이와 지인이는 칼군무 느낌이 조금 나는 거 같은데.
미리는 혼자 춤의 느낌이 과한 거 같다.
뭐랄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달까?
미리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두 후배가 백업 댄서가 된 느낌이다.
이런 게 아우라인가?
확실히 기운이 다르네.
지인이나 아람이도 못 하는 애들이 아닌데.
미리 옆에서 하고 있으니 확실히 존재감이 덜하다.
“자! 좋은 무대였습니다. 투표는 모든 무대가 끝나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4팀! 바로 준비해 주세요.”
빠르게 진행되는 다음 무대.
4팀은 세린, 아효, 소연으로 아효의 노래를 불렀었다.
설마 이번에도 섹시 컨셉은 아니겠지?
오! 익숙한 반주가 흘러나왔다.
슈가 페어리의 데뷔곡 ‘설레는 느낌’
엄청 오래된 노래도 아닌데 오랜만인 느낌이라 새로웠다.
노래방 반주에 맞춰 춤을 추는 세 명.
소연이 센터에 서서 두 사람을 이끌어간다.
아효는 어우야.
이 상큼하고 큐트한 노래도 섹시하게 만들어 버렸다.
아효만 보면 설레는 느낌이 아니라 꼴리는 느낌이라고 해도 될 거 같다.
아효 개인에게는 칭찬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칭찬은 아니다.
셋의 조화가 완전히 깨져버렸으니까.
재미는 있지만, 좋은 무대라고 보기엔 조금 아쉬운 무대.
아무래도 승패가 결정된 거 같다.
근데 왜 2팀은 선공을 한 거지?
부담스러워서 그랬으려나?
“자! 두 번째 무대도 끝났습니다. 투표하기 전에 두 팀의 인터뷰를 받아 볼까요? 먼저 2팀!”
윤진이 2팀을 부르자 이번엔 지인이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가위바위보에서 이겼는데 왜 2번째 무대가 아닌 첫 무대를 한 건가요? 보통은 나중에 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할 텐데.”
“음, 저희가 자신이 있었으면 몰라도 조금 부담스러워서요.”
내 예상이 살짝 맞았구나.
충분히 잘 했지만, 세 사람 모두 워낙에 완벽주의자들이라 부담을 느꼈나 보다.
“아! 그마음 알죠. 그럼 4팀은....”
윤진의 인터뷰가 지나갔다.
특별한 얘기는 없었고 그냥 우리가 판단하기 위한 시간을 주는 느낌.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얘기는 없다.
“자! 그럼 바로 결과를 알아볼까요? 모두 일어나 주시겠어요?”
그냥 물어보면 되지 뭘 일어나기까지?
“2팀이 잘했다는 분들은 절 기준으로 왼쪽으로, 4팀이 잘했다는 분들은 오른쪽으로 이동해 주세요.”
확실히 결과는 빨리 나오겠다.
그렇지만 쪼는 맛이 조금 줄어들었네.
4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한눈에 봐도 2팀 쪽으로 사람이 몰렸다.
나라도 4팀에 가주고 싶었지만, 눈치가 보여서 그냥 왼쪽으로 갔다.
“4팀은 아쉽게 됐습니다. 그럼 2등은 2팀 3등은 4팀으로 1라운드를 마칩니다. 2라운드는 바로 준비할 테니까 팀별로 자리를 잡고 앉아 주세요.”
윤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몇몇 여인이 스케치북을 들고 나왔다.
“다음 게임은 스피드 퀴즈입니다. 스케치북마다 말로 할 건지 몸으로 할 건지 정해져 있죠. 스케치북을 고르는 순서는 전 라운드의 등수 역순으로 하겠습니다.”
1등이 유리하게 진행되면 계속 1등 할 확률이 높으므로 2라운드는 꼴등이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꼴등부터 스케치북을 고른다.
아무래도 먼저 고르는 게 분명 유리할 테니까.
꼴등인 6팀 예진, 연화, 혜인을 시작으로 1등인 5팀 보민 수희 다람까지 스케치북을 하나씩 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자! 그럼 이번에는 역순으로 진행해 볼까요?”
6팀 부터 진행된 스피드 게임.
6팀이 고른 스케치북의 주제는 과일.
설명은 말로 할 수 있다.
제한 시간은 3분.
문제는 총 15개다.
“자! 패스는 한 번 가능합니다! 바로 시작하죠. 준비!”
한 명이 스케치북을 넘기고 다른 한 명이 설명하고 나머지 한 명이 맞추는 심플한 게임.
6팀은 쉬운 스케치북을 고른 만큼 빠른 속도로 문제를 맞혀 나갔다.
그렇게 한 팀씩 순서가 지나갔다.
6팀은 총 12개를 맞췄고.
5팀은 전 라운드가 1등이었기에 가장 어려운 주제인 셀럽. 몸으로 맞추기 스케치북을 선택해 7문제밖에 맞추지 못했다.
다음으로 4팀은 9개, 3팀은 11개, 2팀은 10개를 맞췄다.
마지막으로 전 라운드의 5등으로 쉬운 스케치북을 고른 1팀.
주제는 영화였고, 영화 대사만 말해서 맞추는 거였다.
생각보다 잘 맞춘 1팀.
선애 누나가 설명하고 혜민이 맞추는 포지션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하는지 척하면 척이었다.
그리하여 1팀이 맞춘 문제는 12개.
또 동률이 나와 버렸다.
“와! 이거 또 동점이 나와 버렸네요?”
윤진이 살짝 고민에 잠겼다가 손뼉을 짝! 하고 쳤다.
“자! 그러면 남은 문제 가지고 다시 하죠? 그래서 1등은 정하는 게 좋겠죠?”
“네!”
각 팀에서 못 맞춘 문제를 취합해 새로 문제지를 만든다.
이번에는 1등 결정전이라 빠르게 끝내기 위해 제한 시간은 1분.
모든 문제는 말로 설명하기로 했다.
순서는 역시 가위바위보.
이건 나중에 하는 게 좋겠지?
6팀이 이겨서 후공을 택했고.
1팀이 먼저 문제를 맞히기 시작했다.
몇 명의 셀럽과 영화 과자 이름을 빠르게 설명해 맞추는 1팀.
“네! 제한 시간이 끝났습니다. 빠르게 6팀 바로 진행하시죠.”
1팀은 총 6개의 문제를 맞혔다.
6팀은 6개 이상만 맞추면 승리.
예진이 스케치북을 넘기고 혜인과 연화가 문제를 내고 맞춘다.
둘이 비슷한 성격이니 죽이 잘 맞겠지?
시작된 라운드.
기상천외한 설명과 그런 설명을 듣고도 맞추는 연화.
모두 벙찐 얼굴로 결과를 지켜본다.
“와! 1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7문제를 맞추는 6팀입니다. 조금 설명이 이상했던 거 같은데 어떻게든 맞춰 나간 연화씨! 대단하신데 어떻게 맞추셨는지 비결을 여쭤봐도 될까요?”
“네? 그냥 설명이 좋아서 쉽게 맞춘 건데요?”
다들 멍청한 얼굴로 연화를 봤다.
뭐, 네가 쉬웠다면 그런 거겠지.
내가 어떻게 알겠니.
“자! 그래서 2라운드 결과는!”
윤진이 스케치북 한 장을 찢어 지금까지 결과를 정리한다.
1팀 5등 1점, 2등 4점. 총점 5점
2팀 2등 4점, 4등 2점. 총점 6점
3팀 4등 2점, 3등 3점. 총점 5점
4팀 3등 3점, 5등 1점. 총점 4점
5팀 1등 5점, 6등 0점. 총점 5점
6팀 6등 0점, 1등 5점. 총점 5점.
“지금까지 1등은 총점 6점의 2팀! 그래도 1~2점 차이 박빙의 대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3라운드 결과에 우승팀이 가려질 거 같은데요. 바로 3라운드....”
2라운드가 꽤 빠르게 끝났기에 쉬는 시간 없이 3라운드가 바로 진행됐다.
3라운드는 4글자 맞추기.
윤진이 4글자 단어의 앞 두 글자를 말하면 팀원들이 돌아가면서 나머지 두 글자를 맞춘다.
맞추지 못하면 맞출 때까지 시간이 지나간다.
패스도 없이 해야 하는 게임.
제한 시간은 문제가 간단한 만큼 1분으로 진행됐다.
이번엔 중간부터 지그재그로 순서를 정한 윤진.
3, 4, 2, 5, 1, 6팀 순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자! 3팀 문제 드리겠습니다!”
하나하나 팀들이 3라운드를 시작했다.
슬프게도 팀마다 구멍이 있었다.
6팀까지 모두 진행됐는데 대부분 한두 문제에서 막혔다.
“어, 이건 예상 못 했는데.”
당황한 윤진.
“그럼 그냥 모르면 넘어가고 맞춘 개수로 할까?”
“그게 좋겠어요.”
초유 누님이 의견을 냈고 그렇게 다시 진행된 3라운드.
선애 누나와 소연이 활약했고 나란히 1등과 2등을 차지했다.
그래서 나온 최종 결과는
1팀 5등 1점, 2등 4점, 1등 5점. 총점 10점.
2팀 2등 4점, 4등 2점. 5등 1점. 총점 7점.
3팀 4등 2점, 3등 3점. 4등 2점. 총점 7점.
4팀 3등 3점, 5등 1점. 2등 4점. 총점 8점.
5팀 1등 5점, 6등 0점. 3등 3점. 총점 8점.
6팀 6등 0점, 1등 5점. 6등 0점. 총점 5점.
1팀이 1등을 가져갔다.
선애, 나정, 혜민.
“자! 단체곡 개인 파트 쟁탈전의 우승 팀은 1팀! 멤버는 선애, 나정, 혜민 입니다. 모두 박수로 축하해 주세요!”
예상외의 결과다.
나는 2팀인 지인, 아람, 미리가 강력한 우승 후보일 줄 알았는데 겨우 7점으로 끝이 났다.
예진과 연화, 혜인이 있는 6팀은 조금 불쌍하다.
1등 한 번 했는데 내리 6등이라니.
“그래도 재밌었다. 세 사람은 저녁에 얘기 좀 하자.”
“응.” “네!” “알겠습니다.”
다행히 셋 중 둘은 나와 이미 관계를 가졌고.
나정은 곧 관계를 가질 생각을 하는 여인이다.
녹음도 그렇고 재밌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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