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라면에 즉석 밥까지 하나 가져와 든든하게 먹었다.
이제 슬슬 순찰 한 번 돌아볼까?
다들 뿔뿔이 흩어져 의논 중이기에 누가 어딨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가 1층에 있었으니까 다들 2층이랑 3층에 나뉘어 들어갔겠지?
방을 하나씩 돌아다니면 볼 수 있겠다.
2층으로 올라가니 거실에 떡하니 세 명이 있었다.
선유와 조아, 우연이 한 팀이구나.
“잘 준비하고 있어?”
“으음. 조금 문제가 있어.”
조아가 살짝 어색하게 말한다.
“문제?”
“그, 내가 한국 노래를 많이 몰라서.”
“아! 그렇네.”
조아가 아는 노래가 많지 않은 게 문제였다.
그렇다고 둘이 중국 노래를 할 순 없으니까.
“음, 조아가 아는 노래가 뭐 있어?”
“중국 진출한 가수들 노래 몇 곡 아는데....”
조아가 아는 노래는 대부분 남자 아이돌 노래였다.
“조아 취향이 한결같네.”
“아니, 자기 만나기 전이니까 그냥 잘 하는 가수들....”
당황한 조아가 변명했고 우연과 선유가 씩 웃는다.
남돌 노래를 갑자기 편곡할 수도 없고.
편곡해도 노래방 기계로 부르는 거기 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다.
“으음, 어쩌지.”
“일단 키를 높여서 불러 보려고.”
“그래. 잘 해봐. 내가 말해서 추가 점수라도 좀 챙겨 줄게.”
“정말?”
하는 거 봐서라는 뒷말은 삼키고 살짝 웃어줬다.
다음으로 소리가 새 나오는 방으로 향한다.
사실 어떤 팀이든 내가 봐줄 건 많지 않다.
그저 누가 누구와 팀이 돼 어떤 걸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
미리 알고 보면 조금 그런가?
모르고 보는 게 더 재밌을 수도 있겠는데?
그렇다고 조아네 팀을 봤는데 다른 팀을 안 보기는 조금 애매했다.
“오! 여긴 풋풋하네.”
“그래요?”
예진과 연화, 혜인이 한 팀으로 함께 있었다.
섹시한 느낌의 예진이 있었지만, 연화와 혜인은 살짝 4차원에 씹덕몰이 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팀은 예진이 얼마나 적응하냐가 문제다.
음, 귀여운 노래 하면서 예진이가 섹시한 안무 하는 거도 나쁘지 않을 거 같기도 하고.
“나도 풋풋해?”
예진이 씩 웃으며 다가왔다.
“넌 항상 섹시하지.”
“후후, 그래?”
연화와 혜인은 예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S걸스 보다는 슈가 페어리인 연화가 선배지만.
예진이 그 전에 바니하트 활동을 했기에 더 선배다.
“으음, 제가 수희 누나랑 무대 하는 걸 생각해 보면....”
확실히 수희도 나름 섹시 계열이긴 하구나.
노력형 섹시라 조금 부족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섹시미를 뽐내는 수희다.
수희랑 연화의 조합을 생각해보면 혜인이 더 있다고 해도 분명 답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이 팀은 걱정할 필요가 없네.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해도 되겠다.
“그럼 열심히 해봐.”
“응!”
예진이 부드럽게 웃으며 날 배웅했다.
어우, 진짜 섹시하긴 하다.
아효가 섹시의 최고봉이라면 예진은 조금 다른 섹시다.
상태창이 있어서 스탯을 10개 찍는다고 하면 아효는 섹시에 10개 찍은 캐릭터고.
예진은 8개 정도 찍고 2개는 청순과 귀여움에 하나씩 찍은 정도?
다채로운 매력은 예진이 아효보다 위다.
물론, 섹시함만 가지고 보자면 아효의 압승이겠지만.
2층에 한 팀이 더 있는 거 같다.
그 팀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이동한다.
수희의 텐션 높은 목소리가 들린다.
“춤은 조금 어렵겠지?”
“아무래도 락 음악을 하다 보니까 머리 터는 거 말고는 해본 적이 없지.”
보민이랑 수희가 같은 팀이구나.
두 여인 곁에는 다람이가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
으음, 다람이 혼자 조금 언밸런스한 느낌이다.
보민이도 무대만 생각해보면 강한 캐릭터고.
수희는 말할 것도 없다.
본인은 섹시라고 말하지만, 단련된 육체에서 나오는 건강미와 걸크러쉬함이 수희의 매력.
걸크러쉬 계열이라고 한다면 보민과 수희는 같은 계열이다.
다람이는?
순수한 큰 눈과 보조개가 들어가는 청순파 얼굴.
보민이 가만있으면 비슷한 계열에 청순 미인이긴 하지.
으음, 여기는 보민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가 관건이겠다.
강한 모습으로 수희와 합을 맞춘 다음 다람이가 꽃이 되는 컨셉.
아니면 다람이와 청순한 노래를 하고 수희가 거기에서 음.
조금 어렵겠다.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보민이 수희와 합을 맞추는 게 더 쉬울 거 같다.
세 사람을 응원하며 방 밖으로 나왔다.
이제 3층으로 가볼까?
천천히 올라가며 들리는 소리를 체크한다.
딱히 많은 얘기가 들리진 않았다.
거실에 보이는 건 선애, 나정, 혜민.
오! 여기는 조금 색다른 조합이네.
나정과 혜민이야 같은 그룹이니 색다르진 않지만.
저 둘에 비하면 거의 원로가수급인 선애가 껴있으니 느낌이 색다르다.
“누나 애들이랑 팀이네?”
“으음.”
선애 누나의 고운 이마에 힘줄이 하나 돋아 있다.
“왜? 별로야?”
“나 너무 늙어 보이는 거 아냐?”
“하하하. 설마. 또래로 보이지.”
“그래?”
방송에 나가는 거도 아니고 우리끼리 놀 건데 뭘 그리 따져.
따져봐야 함께하는 남자도 나 혼자다.
“걱정하지 말고. 그래서 뭐 하려고?”
“상큼하게 갈까 고민 중이야.”
그래서 힘줄이 돋았구만?
30이 넘은 나이로 20대 초반 애들이랑 같이 상큼한 노래 할 생각 때문에?
확실히 걱정이 안 될 수는 없겠다.
“용기를 가져. 누나 아직 한창이니까.”
“그래. 위로가 하나도 안 된다.”
“풉크큭. 기대할게.”
도망치듯 방으로 움직였다.
멀리서 들리는 커다란 한숨.
덩달아 함께 있는 두 명도 긴장한 느낌이다.
말은 저렇게 해도 선애 누나는 잘 할 거다.
오랜 시간 탑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그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선애 누나는 잠깐 반짝한 스타가 아니니까.
“오! 소연, 아효, 세린이 한 팀이야?”
“응. 왔어?”
아효가 웃으며 날 반긴다.
으음, 여긴 뭔가 애매하다.
세린은 정통 보컬리스트고 아효는 섹시디바, 소연은 춤을 잘 추는 메인 댄서고.
춤에 힘을 주기도 애매하고 노래에 힘을 주기도 힘들다.
적당히 노래도 춤도 잘 할 수 있는 걸 골라야겠네.
“자꾸 아효 언니가 자기 곡하자는데 괜찮을까?”
“아효 노래?”
나쁘지 않은데?
아효 노래는 보컬도 댄스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섹시한 분위기로 모든 걸 다 죽여버리는 무대니까.
그걸 이 셋이서?
오! 나름 재밌는 게 나올 거 같은데?
내가 기대하고 고개를 끄덕이니 두 여인은 고개를 숙였고 아효만 밝게 웃었다.
하긴 세린은 가만히 서서 노래만 했었는데 섹시한 무대를 하려니 힘들겠지?
소연이는 잘 하면 섹시한데 본인이 오글거려해서 잘 못하는 거 같다.
“잘 해봐.”
이 팀도 살짝 도망치듯 나왔다.
소연이 째려보면 나도 모르게 쫄게 된다니까.
마지막 팀은 지인과 아람, 미리가 있는 팀이었다.
“오, 이 조합 벌써 어지럽네.”
“왜요오오?”
왜긴 너 때문이지.
아람은 오디션 때부터 노력 천재로 이름을 날렸고.
지인이도 누구보다 노력하는 연습벌레다.
거기에 게으름의 상징인 미리가 끼어들었다?
이 팀은 뭘 어떻게 하려나?
미리야 워낙 실력이 출중한 천재에 짬도 만만치 않으니 연습 천재 두 사람이 뭘 하든 잘 따라가긴 할 거 같다.
다만 두 사람이 미리를 조금 어려워할 뿐.
결이 다른 선배이자 언니니까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느낌이다.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봐. 미리는 뭘 해도 잘 할 거니까.”
“헤에에. 그렇지이? 하고 싶은 거 있어어?”
미리가 웃으며 두 동생을 본다.
미리는 그냥 말하는 거겠지만.
특유의 늘어지는 화법 때문에 살짝 압박하는 거처럼 느껴진다.
알아서 잘 하겠지?
그래도 한마디 조언해줬으니 아람은 몰라도 지인이가 잘 헤쳐나갈 거다.
“그럼 수고해.”
“선생님. 이따 봐요.”
“들어가세요.”
“이따봐아아.”
세 여인의 배웅을 뒤로 나오며 생각에 잠겼다.
이 팀 너무 강한데?
아람과 지인도 노력으로 다져진 기본기가 뛰어나기에 뭘 해도 잘 하고.
미리도 천성이 게으르긴 하지만, 미리의 실력은 진짜다.
어쨌든 전설이라고 불리는 미리니까.
강력한 우승 후보가 나왔다.
이거 다른 팀들 조금 위험하겠는데?
미리 결과를 살짝 스포당한 기분이지만.
또 모르는 일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는 항상 있을 수 있으니까.
“뭐 하고 있었어?”
“문제 내고 있지 뭐하긴.”
“아!”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지금 옹기종기 모여서 무언갈 하고 있었다.
스케치북에 이것저것 적는 여인들.
아! 주제를 정하고 문제를 내는 거구나.
주제는 각 영화, 드라마, 과일 등등 많았다.
6팀이니까 주제도 6개네.
나라 이름이 제일 어려워 보인다.
“이건 아!”
옆에서는 인터넷을 검색하며 열심히 네 글자 단어를 적는 여인들이 보였다.
이것도 중요하지.
난이도가 뒤죽박죽이면 어느 팀은 유리하고 어느 팀은 불리하니까.
비슷한 난이도로 6팀의 문제를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거 같다.
조금 난이도가 달라도 뭐, 운에 따른 요소가 들어가는 건 어떤 게임이나 똑같으니까.
어떤 팀이 어떤 문제를 할 건지는 처음 하는 노래방 점수 대결로 정해진다.
팀 등수대로 꼴등 팀이 먼저 고르고 마지막을 1등 팀이 고른다.
전략상 첫 게임을 적당히 중위권으로 마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세 게임의 점수를 합해서 우승팀을 정하는 거기 때문에.
하나를 잘 하고 나머지를 죽 쑤느니 세 게임 모두 중위권으로 남는 게 좋을 수 있다.
각 등수에 따라 점수는 5, 4, 3, 2, 1, 0점.
세 번 모두 3등을 하면 9점으로 1등 한 번에 3등 미만 2번을 한 거보다 유리하니까.
이런 승점 제도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서 전력을 그렇게 세울 거 같진 않지만.
알아서 잘 해야지 뭐.
전부 최선을 다해야 재밌는 거니까.
슬슬 문제도 다 만들어지는 거 같고 곧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다.
“음, 시간은 충분히 줘야 하니까 우린 조금 쉴까?”
“그래. 커피 마시면서 티타임이라도 좀 갖자.”
각자 마시고 싶은 커피나 음료를 마시며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주된 주제는 내가 방금 보고 온 것들.
“선애, 나정, 혜민이 한 팀인데....”
선애가 상큼해 보일지 걱정하는 내용을 살짝 유머 코드를 섞어 말하며 다른 팀들도 뭐가 체크 포인트인지 하나씩 의논했다.
“재밌겠네.”
“그렇지? 그래도 지인이네 팀이 너무 강해 보이지 않아?”
“뭐, 1경기 이긴다고 우승은 아니니까.”
그것도 맞다.
애들과 예능을 많이 안 해봐서 누가 잘 할지 모르겠다.
“노래방 기계는 우리가 먼저 점검해볼까?”
“응? 점검?”
“그냥 먼저 놀고 있자고 심심하잖아.”
민하 누나가 눈을 찡긋하며 말한다.
하긴 여기 있는 여자들도 대부분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데.
구경만 하려니 좀이 쑤시겠지.
점수가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도 할 겸 미리 몇 곡 부르며 놀아보는 거도 나쁘지 않겠다.
노래방 기계를 켜고 가장 처음 마이크를 잡은 건 연습생 5인방이었다.
노래방 마이크가 총 2개라 3명은 노래 대신 춤을 추겠지만.
마이크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내가 알기로 5명의 노래 실력은 고만고만하다.
그리하여 마이크를 잡은 건 신정과 유봄.
신정은 뱀상의 미녀로 맏언니라 잡은 거 같고 유봄은 여우상의 미인으로 둘째라 잡은 거 같다.
그래 언니들이 나서서 하는 거 좋다.
노래는 그냥 좀 잘 하는 일반인 수준이다.
아직 갈 길이 먼 애들이니까.
이 나이부터 잘하는 사람도 많지만, 얘네는 내가 얼굴만 보고 뽑은 애들이라 실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이쁘니까 됐지 뭐.
확실히 무대가 뭔가 잘 하는 건 없었지만, 애들 비주얼이 넘사라 마냥 좋았다.
“잘했어.”
내가 손뼉을 치며 말하자 다섯이 밝게 웃는다.
크으, 이게 힐링이지.
노래는 필요 없다 저런 얼굴로 웃으며, 가만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다.
“으음, 점수는 82점이네.”
“생각보다 후한데?”
초유 누님이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재밌었어. 나도 한 곡 뽑아 볼까?”
확실히 우리 사이에 군기 같은 건 초유 누님이 초장에 다 없애 버렸다.
서로 예의는 지키지만 편하게 대하고.
뭔가 나설 일이 있다면 언니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걸 동생들도 가만 보지 않고 알아서 돕고.
“언니가 나오면 내가 도우미로 나서야겠네.”
“호호. 가볼까?”
“그래!”
민하씨도 마이크를 잡으며 앞으로 나섰다.
뜨진 못했지만, 나름 아이돌 출신인 민하 누나다.
두 여인의 신나는 무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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