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다음 미션은 뭘까?
이제 나와 존을 빼고는 벨과 신디는 탈락 위기다.
1명만 남았으니까.
여기서 1명만 탈락하는 미션을 하기에는 남은 인원이 너무 많고.
아무래도 나와 존을 대결시키고 루와 벨을 대결시켜서 한 사람을 탈락시키지 않을까?
그럼 총 2명이 탈락하겠네.
다음 미션에서 2명이 남은 팀도 하나 남을 테고.
그 사람이 너무 유리해지는 거 아닐까?
뭐, 그건 제작진이 할 일이니까.
“이번 미션은 적과 동침입니다.”
적과 동침?
“프로듀서 두 분이 팀을 이뤄 다른 팀과 대결하는 미션! 패배한 팀은 각 프로듀서당 한 명씩 참가자가 탈락하는 미션입니다.”
오! 내 예상이랑 비슷하지만, 또 다르네.
팀으로 묶어버릴 줄은 몰랐다.
그럼 나랑 존이 팀을 하면 벨런스 맞추기도 좋은 거 같은데.
아니, 탈락자가 나오는 게 자극적이려나?
“팀은 남은 참가자가 둘인 존 프로듀서와 에스민 프로듀서가 대결로 고를 수 있습니다.”
대결?
존이랑 내가 대결해서 신디나 벨 중에 고르라는 거지?
“아무래도 유리한 고지에 계신 두 분이 싸우는 그림이 재밌지 않겠어요? 자 대결 종목은 간단한 주사위 게임입니다.”
주사위 게임?
갑자기 여기서?
아니 뭐 음악 오디션 프로에서 이런 게임을 넣어놨대?
“물론, 그냥 주사위만 굴리는 게임은 아니죠.”
그렇지? 뭐가 있겠지?
“음악 상식 퀴즈가 나갈 겁니다. 맞춘 팀의 참가자가 주사위를 굴릴 수 있고 두 개의 주사위가 같은 숫자가 나오면 승리합니다.”
룰은 간단한 게임이 맞네.
기회를 얻어 주사위를 굴려 더블이 나오면 승리.
실력과 운 모두 필요한 게임이다.
나도 그렇고 존도 그렇고 음악 하는 사람인데 상식 퀴즈야 당연히 쉽게 맞추겠지.
퀴즈가 시작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발렸다.
나는 단 한 번도 주사위를 굴리지 못하고 패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언어의 장벽.
내가 영어를 꽤 열심히 해서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서 언어의 장벽을 느낄 줄은 몰랐다.
문제는 어려운 수준이 아니었고 먼저 답을 하는 사람이 이기는 퀴즈였다.
당연히 모국어로 문제를 듣는 존이 알아서 드는 게 더 빠를 수밖에.
나는 한국말로 한 번 걸러서 이해하니까 생각이 더 느릴 수밖에 없다.
저번엔 클래식으로 배려를 좀 해주더니 이번엔 배려도 없네.
뭐, 팀을 정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신디와 팀이 돼도 친하니까 좋고.
벨과 팀이 된다면, 으음.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벨이라면 나쁘지 않다.
“자! 존 프로듀서. 함께 팀을 이룰 프로듀서를 호명해 주세요.”
“음, 저는 역시 벨 프로듀서님과 하는 게 좋겠습니다.”
오! 조금 의외다.
존은 신디를 고를 줄 알았는데.
존의 음울한 또는 야한 노래에는 신디가 알고 있는 많은 악기와 상성이 좋다.
두 사람이 함께하면 꽤 대단한 곡이 나올 거 같았는데.
존이랑 벨은 하는 음악을 보면 성향이 많이 다르니까.
음, 또 모르겠네! 저 둘이 합쳐지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을 테니까.
뭐, 존으로썬 누구와 팀을 해도 상관없었겠구나.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아무래도 지금까지 벨이 신디보다 성적이 좋았으니까 벨을 선택했겠지?
“존 프로듀서. 벨 프로듀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지금까지 성적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내 궁금증을 진행자가 물어봤다.
내 예상이 맞았네.
“자! 그럼 신디 프로듀서. 에스민 프로듀서와 팀이 됐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젊은 피의 반란을 보여드리죠.”
“하하하. 늙은이의 관록도 만만치 않음을 깨닫게 되겠어요.”
신디의 말에 벨이 또 도발한다.
저 아저씨는 그냥 캐릭터가 그런 거 같다.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데 꼰대 기질도 있고, 남이 겸손하지 않은 꼴을 못 보는 거 같다.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신디와 함께 연습실로 왔다.
신디의 남은 팀원 한 사람과 루와 몰도 함께.
“흐음, 무대 구성을 어떻게 할까?”
“일단 서로 잘 하는 건 지금까지 봤으니까 알지?”
“그럼.”
신디와 둘이 대화를 나눈다.
신디 팀원의 장점은 몽환적인 보이스.
보컬로써 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특유의 감성적인 음성이 매력인 참가자.
흐음, 몰은 발라드를 잘 하고 가창력도 내 덕이 많이 성장했다.
루도 노래 실력이 나쁜 건 아니지만, 특유의 발랄한 톤과 매력적인 분위기가 강점.
남자 참가자와 루가 함께 무대를 하는 건 좋은 시너지를 낼 거 같은데.
몰이 함께 하기엔 조금 어렵네.
“흐음, 몰이 따로 노래하는 게 좋을 거 같지?”
“아무래도 루와 휴가 함께하는 게 궁합이 좋겠지.”
이번에는 프로듀서 재량으로 자작곡을 사용해도 된다.
더불어 주어진 시간은 15분.
셋 모두 쏠로 무대를 하나씩 하고 몰의 솔로 하나, 루와 휴의 무대 하나 하면 되겠다.
이번엔 저번처럼 파격을 보여줄 수 없을 테니 실력으로 이겨야 할 텐데.
“으음, 이길 수 있을까?”
“이겨야지.”
요번 미션은 관객이 없이 진행된다.
방송 중 문자 투표로 우승자를 정하는 방식.
당연히 순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복 투표도 가능한 문자 시스템.
한 팀에 여러 번 투표는 불가하지만, 두 팀을 모두 투표하는 건 가능하다.
그러므로 순서보다는 무대의 퀄리티가 중요하다.
무대가 좋아 많은 표를 얻어야 하니까.
“자, 그럼 솔로 4곡에 듀엣 한 곡인 건가?”
“그렇지. 총 다섯 곡.”
몰, 루, 휴. 한 곡씩. 몰 한 곡 더. 루와 몰의 듀엣.
한 곡당 3분.
물론, 몰은 2곡 모두 3분간 하는 건 아니고 시간을 조금 줄일 예정이다.
듀엣곡에 시간을 조금 더 쓰기 위해서.
중요한 건 어떤 곡을 누가 담당하느냐다.
“음, 내가 루와 몰의 곡 두 개 해서 총 세 곡을 할게.”
“그럼 내가 휴랑 듀엣곡을 하면 되는 거네?”
“그렇지. 익숙한 사람 프로듀싱하는 게 좋을 테니까.”
듀엣곡을 신디에게 맡긴 건 딱히 이유가 없다.
내가 네 곡을 다 맡고 싶지만, 그걸 신디가 그냥 보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듀엣을 맡길 수밖에.
신디가 실력 없는 프로듀서도 아니고.
단지 루와 저 휴라는 남정네가 연습하는 자리에 내가 없을 때가 많을 거라는 게 조금 짜증이 났다.
뭐, 마기까지 있는데 루가 딴짓은 안 하겠지만.
저 남정네 좀 음흉하게 생겼단 말이지.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기분 나쁜 눈빛을 가진 건 맞다.
“눈빛이 참 멋있지?”
“음?”
내가 그 남자를 보고 있으니 신디가 말을 걸어왔다.
“느끼하지 않아?”
“음, 인종차별은 아닌데 넌 동양인이라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네.”
“응?”
“동양에는 저런 눈이 별로 없을 거 같아서.”
인종차별 맞지 않냐?
뭐, 신디와 말싸움할 생각은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뭐, 남녀가 다를 수도 있지.”
“그런가?”
그래 잘 생겨서 조금 질투한 거 맞다.
“저 참가자랑 뭐 있어?”
신디에게 넌지시 물었다.
물론, 지금은 카메라가 있는 상황.
분량이나 뽑으려고 장난스럽게 한 말이다.
“있겠냐? 일하기 바쁘지.”
“하긴 너도 꽤 바빴지?”
“그렇지 뭐.”
신디는 거의 한 달에 두세 곡을 내고 있다.
나처럼 곡을 뚝딱뚝딱 쓰고 쓴 곡이 모두 좋을 리는 없을 테니까.
뭐 그리 열심히 곡을 내는 건지 모르겠지만.
신디 나름의 실험이겠지.
아니면 아직도 회사에서 엄청 쪼고 있나?
아니지. 쫀다고 곡이 나오는 건 아닐 테니까.
신디도 이런저런 시도를 하겠지.
음악적 욕심이 많은 친구니까.
“음, 그럼 그렇게 하고 곡 나오면 한 번 모이는 거로 하자.”
“좋지. 뭐 그 전에 먼저 각자한테 곡 보내서 대충 연습도 시키고.”
“맞다. 넌 자작곡 넣을 거야?”
“흐음, 아직 고민 중.”
자작곡을 쓴다면 확실히 좋겠지만, 네 곡을 모두 만들긴 무리가 있다.
시간이 그리 많은 거도 아니고.
루랑 몰에게 한 곡씩 줄까?
몰의 다른 곡은 그냥 기성곡 시키고.
그럼 공연 순서를 몰, 루, 휴, 몰, 듀엣으로 가면 되려나?
“넌? 듀엣은 작곡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흐음, 그럴까? 휴도 그렇고 루도 그렇고 특색 있는 보컬이니까.”
“두 곡을 다 만들긴 힘들겠지?”
“으음, 일단 해 보지 뭐.”
곡을 쓰는 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얼마나 빠르게 만드느냐다.
연습 시간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신디라면 이미 거의 완성된 곡으로 하겠지.
항상 곡을 쓰고 있을 테니까.
“뭐, 그럼 다음에 보자.”
“그래. 수고하고.”
몰과 루를 데리고 차로 왔다.
“두 사람 내가 만든 곡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
“당연하죠! 프로듀서 곡은 인기가 엄청 많잖아요!”
“저, 저는 프로듀서의 판단에 맡길래요.”
루가 신나서 의견을 냈고 몰은 소심하게 말했다.
의상을 그렇게 찢었던 애가 또 이러고 있으니까 묘한 느낌이네.
“흐으음.”
경연에서 이미 알려진 곡을 부르는 건 꽤 커다란 도움이 된다.
보는 사람도 아는 노래기에 즐기기가 더 쉬우니까.
진입 장벽 같은 게 없는 느낌이다.
반면에 신곡을 경연에서 쓰는 건 조금 위험부담이 있다.
곡이야 가수에게 딱 맞는 좋은 곡이 나오겠지만, 그걸 관객이 같이 즐길 수 있는 가는 곡과 가수의 능력.
내 곡이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두 사람이 그 곡으로 관객을 하나로 만들 능력이 있을까?
“후우, 일단 곡을 만들어야겠다.”
“와아!”
“헤헤.”
루가 신나서 내게 꽉 안겨들었고 몰은 웃으며 내게 기댔다.
두 사람을 양팔로 감싸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서로의 몸을 비볐다.
집에 도착해 다른 일 없이 작업실로 왔다.
“몰. 너는 두 곡을 부르게 될 거야.”
“네!”
“루는 한 곡이랑 듀엣곡을 할 거고. 듀엣은 신디가 프로듀싱 하니까 나중에 생각하고 오늘 두 사람의 곡을 모두 만들어 보려고 해.”
“그게 돼요?”
루가 놀란 눈으로 내게 말했다.
보통은 안 되겠지.
그렇게 갑자기 쓴 곡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음, 뭐 미리 써둔 곡을 살짝 바꾸는 것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하는 건 아니니까.”
“아아.”
“헤헤.”
루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몰은 그냥 내가 두 곡을 준다는 사실이 좋은지 아까부터 헤실대고 있다.
지금 세 곡을 만드는 거지만, 살짝 거짓말을 했다.
따로 설명하기도 귀찮고 곡에 대한 의심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경력이 꽤 있는 가수라면 곡을 듣고 판단하겠지만 두 사람은 경력이 부족하니까.
세 곡을 갑자기 만들면 대충 만든 곡을 줬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쉬고 있어.”
“네에.”
“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간다.
안에 있어도 상관없지만, 거짓말을 한 만큼 처음부터 만드는 걸 보여줄 순 없으니까.
음, 루는 발랄한 느낌을 살리고 또 교태로운 느낌도 좀 섞어야지.
발랄함 속에서 뭔지 모를 야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이번 곡의 메인 분위기다.
야한 듯 야하지 않게.
발랄한 노래를 듣는데 나도 모르게 왜 발기했지?
그런 느낌의 노래를 만들어야겠다.
만들다 보니까 계속 좋은 생각이 났다.
음, 루는 매력적인 여자니까 영감이 계속 솟아오른다.
“벌써 다 만들었네.”
4분 정도 되는 완성 곡.
경연용으로 편곡해야겠다. 3분이니까 조금 자를 건 잘라 내야지.
루 다음으로 휴가 나오니까 휴가 부를 곡을 듣고 마무리해야겠지.
루 전엔 몰이 부르니까 몰이 부를 곡도 완성돼야 편곡할 수 있겠네.
그럼 몰이 부를 곡을 만들어 보자.
작은 몸에서 꽤 괜찮은 성량이 나오는 몰이지만.
몰은 노래만으로 매력을 보이기 힘들다.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몰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반전이다.
귀여운 외모와 작은 체구.
평소 펑퍼짐한 옷을 입었을 때는 글래머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벗겨 보면 남자를 미치게 하는 섹시한 몸매가 드러난다.
진짜?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크고 이쁜 가슴.
잘록한 허리에서 떨어지는 널찍한 골반과 사과 같은 엉덩이.
운동을 많이 하는지 탄탄한 엉덩이는 모양도 모양이지만 텍스쳐가 장난 아니다.
음, 생각하니까 서버렸네.
몰이 처음으로 부를 곡은 귀여운 느낌의 곡이다.
다음 곡에서 섹시한 매력을 뿜어낼 거니까.
어떤 빌드업으로 사용될 곡.
진지한 발라드도 좋지만, 이미지에 어울리는 귀엽고도 상큼한 노래.
물론, 가창력이 나쁘지 않은 만큼 조금의 기술도 넣어 괜찮은 곡을 만들었다.
“후우, 그럼 몰의 다음 곡은 어떤 식으로 할까.”
혼잣말하며 빈 화면을 본다.
귀여운 노래로 첫 무대를 꾸리고 루의 발랄한 무대로 넘어간다.
휴의 노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신디의 특성상 약간 몽롱하고 오묘한 느낌의 곡이 되겠지.
휴의 목소리도 거기에 잘 어울리니까.
그럼 나도 비슷하게 가는 게 좋겠네.
으음, 몰을 불러서 좀 노래시키면서 만들어 볼까?
겸사겸사 아까부터 잔뜩 성난 친구도 달래 주면서.
몰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가서 부르긴 귀찮으니까.
-프로듀서?
“몰 잠깐 와봐.”
-네.
잠시 후 몰이 작업실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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