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64화 (364/450)

364.

“자! 에스민 프로듀서.”

그나저나 저 양반은 말 시작할 때마다 자! 하고 포인트를 주는 거 같네.

뭐, 집중도 되고 편집 점도 되니까 좋겠지.

그나저나 순서를 어떻게 하는 게 좋으려나.

“순서를 정할 기회가 생겼는데요. 소감을 들어볼까요?”

“하하. 머리가 복잡하네요.”

“그래도 관객분들이 기다리고 계셔서 시간을 오래 드릴 순 없습니다. 바로 순서 정해 주시죠.”

으음, 일단 신디의 의견을 한 번 들어볼까?

“신디.”

“네?”

“언제 하고 싶어요?”

“흐으음, 마지막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 양심 없는 가시나를 봤나?

마지막은 내가 해야지.

마지막만 아니었으면 내가 들어줬을 텐데.

“흐음, 마지막은 제가 하려고 점찍어놔서 힘들겠네요. 존 프로듀서. 몇 번째가 좋으세요?”

벨에겐 물을 생각이 없다.

벨은 2번 아니면 3번인데 내가 마지막이니 2번이 좋겠지.

“흐음, 마지막이 안 된다면 처음이 좋겠군.”

“네. 그럼 존팀의 무대를 시작으로 하죠.”

“민주적으로 순서를 정하는 에스민 프로듀서입니다.”

진행자의 말을 받아 남은 순서를 정한다.

“존, 벨, 신디, 저. 이 순서로 가겠습니다.”

“네. 좋습니다. 그럼 잠시 후 기대하시던 무대를 시작하겠습니다!”

존 팀은 유일하게 세 명이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 무대를 아예 안 하는 거 같다.

처음부터 셋이 올라와 무대를 시작한다.

음울한 분위기의 알엔비곡.

존의 특징이 잘 드러난 곡을 세 명의 보컬이 열창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며 곡의 분위기가 점점 변했고.

이내 야한 분위기의 곡으로 흘러갔다.

크으, 존의 야한 알엔비는 나도 배우고 싶다니까.

진짜 이런 색기 넘치는 편곡과 프로듀싱은 어떻게 하는 거지?

나중에 물어봐야지.

그렇게 모두를 흥분시키고 끝난 존의 무대.

“와우, 뭔가 서 있기 힘들게 만드는 무대였습니다.”

“하하하하하.”

허리를 꾸부정하게 펴고 농담을 하는 진행자 덕에 관객들에 웃음이 터졌다.

잠시 쉬는 시간 후 바로 시작된 벨의 무대.

진행자가 관객들의 분위기를 꽤 올려 둬서 신나게 무대가 시작됐다.

벨 프로듀서는 신나는 곡을 제일 잘 하니까.

올라간 분위기가 폭발한다.

모든 혼을 빼놓을 기세로 흥을 올리는 벨 팀의 참가자들.

확실히 실력도 좋은데 프로듀서도 잘 하는 걸 하니까 좋은 무대가 만들어졌다.

다 같이 신나게 노는 분위기라 실수도 그럭저럭 티 나지 않고 넘어갔고.

벨 프로듀서는 표정을 찌푸리는 게 보였지만, 관객들은 신나게 잘 논 거 같다.

역시 관록은 무시할 수가 없네.

“와우! 폭발할 거 같은 무대였습니다.”

무대가 끝나고 나타난 진행자.

관객들은 여전히 흥분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서 바로 다음 공연 들어가겠습니다!”

신디 팀의 무대가 바로 시작됐다.

동서양의 여러 전통적인 악기와 현대 악기의 소리를 잘 버무린 신디의 노래.

이번 미션에서는 기성 곡만을 사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지만.

신디의 편곡을 거친 곡은 거의 새로운 곡 같은 느낌이었다.

으음, 나쁘지 않은데?

꽤 좋은 느낌의 공연이었지만, 전 무대의 분위기가 너무 높았다.

신디 팀의 무대가 신나지 않는 건 아닌데 부족한 느낌?

차라리 아예 다른 분위기의 곡이었다면 모를까.

이렇게 나오니까 뭔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거 미안하네.

그래도 신디 팀 덕에 분위기가 많이 변해서 다행이다.

신디네도 신나는 거였으면 우리 팀 공연에서 또 폭발시켜야 했을 텐데.

뭐, 부족하진 않겠지만, 세 팀이 연속으로 광적인 흥분을 가져가면 관객들은 질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연에는 강약조절이 필수고.

신디 팀이 약이 된 건 조금 미안하지만.

이로써 우리 팀의 1등 확률이 더 오른 거 같다.

신디의 표정을 몰래 살피니 살짝 아랫입술을 깨물고 안 좋은 표정을 짓고 있다.

신디도 경험이 적은 사람이 아니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겠지.

날 돌아보는 신디.

나는 미안한 마음을 담아 눈을 마주쳤다.

한숨을 내쉰 신디가 고개를 몇 번 젓더니 돌린다.

음, 다음에 맛있는 밥이라도 사야겠다.

“네. 신디 프로듀서 팀의 무대가 끝났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무대에 설 에스민 프로듀서 팀의 공연이 시작됩니다!”

진행자의 말이 끝나고 조명이 꺼진다.

다시 밝혀진 무대에는 여전히 펑퍼짐한 옷을 입은 몰이 있었다.

통 넓은 원피스를 입은 몰.

진지한 분위기의 발라드를 불렀다.

신디 팀의 무대 다음이라 살짝 분위기가 바뀐 관객들.

덕분의 몰의 무대는 꽤 좋은 몰입도를 가져갔다.

물론, 짧기도 했으니까.

2분의 무대가 끝나고 다시 조명이 변한다.

짠! 하며 등장한 루.

루가 발랄하고 재밌는 무대를 채워갔다.

순식간에 변한 무대의 분위기에 잠시 숨을 고른 관객들도 들떠 다시 함성을 지른다.

루 혼자 하는 무대가 끝날 타이밍 아까와 같은 옷을 입은 몰이 무대 위로 올랐다.

더 신나게 변하는 곡의 분위기.

이런 무대에서 관객의 표를 가장 쉽게 받는 방법은 신나는 무대일 수밖에 없다.

감동적인 무대는 서사가 필요하다.

단 10분 만에 앞 공연의 분위기도 모르는 상태로 감동적인 무대를 꾸리는 건 경험 많은 가수라도 꽤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모험적인 무대를 꾸릴 생각이 아니라면, 신나는 곡이 무난하게 좋은 점수를 얻기 좋다.

무대의 분위기가 점점 더 좋게 흘러간다.

루의 매력적인 노래가 퍼지고 몰이 실력 좋게 받쳐 줘 완성도가 올라간다.

관객들도 신나게 즐기고 있었고.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2분 남긴 시간.

몰이 무대 중앙으로 나와 원피스를 확 벗는다.

“워후! 와아아!”

커다란 함성.

딱 달라붙는 상의.

가슴이 많이 파며 명치가 드러난 거 같은 옷.

짧진 않지만, 몸에 딱 붙는 H라인 스커트.

씩하고 웃은 몰이 몸을 숙여 치마의 옆 라인을 확 뜯는다.

어우, 너무 세게 뜯은 거 같은데?

원래 뜯긴 자리보다 훨씬 노출이 심하다.

당황하면 안 되는데.

조마조마하며 몰의 표정을 살폈지만, 몰은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다.

내가 며칠간 몸매가 좋다고 칭찬을 엄청나게 해둔 보람이 있네.

그 때문에 자신감이 좀 생겼겠지?

“워어어, 아아아!”

하늘을 뚫을 듯 높은 고음이 의상을 체인지한 몰의 몸에서 터져 나온다.

크으, 이거 때문에 엄청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전체적인 무대는 루가 주인공이었지만, 임팩트만큼은 몰이 받을 거 같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다.

루가 다가오며 몰과 함께 씩 웃는다.

크으, 교태는 루도 빠지지 않으니까.

루의 교태로운 섹시와 몰의 육체에서 뿜어지는 섹시미.

두 사람의 신나서 부르는 노래까지.

내가 만들진 않았지만, 편곡하며 마기를 듬뿍 담았다.

퍼져나온 마기에 사람들이 반응한다.

진짜 미칠 듯 즐기는 관객들.

-빠바밤!

마지막 음을 끝으로 무대가 끝났고, 몰과 루는 등을 맞대고 마무리 포즈를 취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 없었던 관객의 함성.

루와 몰이 감사의 말을 하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자! 여러분 모든 무대가 끝났습니다.”

“아아아.”

“너무 아쉬워하실 필요는 없어요. 특별 무대가 있으니까요.”

알고 있던 사실이다.

우리 프로듀서의 무대는 총 40분.

꽤 많은 수의 관객을 받았는데 순서 정하기 이벤트까지 해봤자 1시간 조금 넘는 무대를 보여주고 내보내기에는 진행팀도 미안했겠지.

그래서 준비한 특별 무대.

내가 힘을 좀 썼다.

“물론, 그 전에 모두 아시겠지만, 투표의 시간이 있습니다. 의자 아래 놓인 리모콘을 들어 마음에 들었던 프로듀서에게 투표해 주세요. 1번은 존, 2번은 벨, 3번은 신디, 4번은 에스민 프로듀서입니다.”

투표가 시작됐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내 얘기가 많은 거 같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마지막인 데다 실수 없이 임팩트 있는 무대를 끝내긴 했는데.

처음에 했던 존의 무대도 그다음 있었던 벨의 무대도 꽤 좋았다.

신디는 운이 없었던 거 같고.

“자 투표 마감까지 5초. 4초.... 마감합니다!”

투표가 끝났다.

후우, 결과만 기다리면 되겠네.

축하 무대는 유명한 사람들은 아니고 그동안 떨어졌던 참가자가 나왔다.

우리 팀에서 떨어진 참가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팀 참가자 중에 떨어지고 기획사에 들어갔거나.

조금 아쉽게 탈락한 참가자가 나온 거 같다.

로나가 나왔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뭐, 제작진도 탈락한지 얼마 안 된 참가자를 다시 부르기는 조금 그랬겠지.

몰과 루와 함께 나도 무대를 즐겼다.

아쉽게 탈락했던 친구들인 만큼 무대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완성도는 프로듀서의 손을 거친 무대에 비할 바가 못 됐지만.

뭐, 즐기기엔 딱 좋은 무대들이었다.

무대가 끝나고 모인 출연진.

드디어 결과 발표의 시간이다.

즐기고 와서 이런 결과를 봐야 하다니 조금 제작진이 야속한 마음이긴 해도.

시간 끌기보다는 이렇게 듣는 게 훨씬 낫다.

만약 1등을 못 했다면 누굴 떨어트려야 하나.

오늘 몰의 의상 변경에 있었던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몰의 인기가 확 올라가겠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경쟁력 있는 무대를 보일 수 있는 건 루다.

역시 최악의 상황에는 루를 남겨야겠다.

몰은 따로 위로를 해줘야지.

뭐, 내가 어떻게든 노래 만들어 주고 하면 몰도 뜰 수 있겠지.

“자! 투표 결과 발표가 있을 시간입니다!”

긴장감이 흐른다.

1등 팀이 아니면 각 한 명씩 떨어진다.

모든 프로듀서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

존을 제외하고는 한 명이 떨어지면 팀에 한 명만 남으니까.

신디는 이미 마음을 접은 거 같은데 아까 쉬는 시간에 떨어트릴 사람에게 미리 말이라도 해둔 거 같다.

슬픈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참가자.

옆에 다른 참가자가 그 참가자의 어깨를 몇 번 토닥인다.

뭐, 신디네 팀은 다들 사이가 좋았으니까.

존과 벨은 무표정했고, 나도 딱히 표정이 나쁘진 않은 거 같다.

1등 할 거 같으니까.

존은 원래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고.

벨은 자기가 1등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뭐, 결과 나와봐야 아는 거니까.

“자!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프로듀서님들 표정이 너무 안 좋네요. 바로 공개할까요?”

“좋군.”

“네!”

벨과 나의 대답이다.

“그럼 삼사 위만 먼저 보여드리죠.”

그럼 그렇지.

쪼는 맛을 아는 진행자가 그냥 보여줄 리가 없다.

제작진이 허락할 리도 없고.

예상한 대로 4위는 신디.

3위는 존이었다.

뭐, 이것도 예상대로 흘러갔네.

예상이 그대로 맞았다면 내가 1등인데.

“아쉽게 됐습니다. 신디 프로듀서. 지금 심정이 어떠신가요?”

“순서가 많이 아쉬웠어요. 뭐, 룰이니까 따라야겠죠.”

“네. 그럼 탈락자를 발표해 주시겠어요?”

“네. 저희팀의....”

신디의 팀에서 먼저 탈락자가 호명됐다.

탈락 인터뷰가 진행되고 다음은 존.

비슷한 느낌으로 진행이 됐다.

나를 보며 입을 여는 진행자.

“에스민 프로듀서. 누가 1등일 거 같나요?”

“어렵네요. 그래도 이번엔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오! 벨 프로듀서. 어떻게 생각하시죠?”

“흐음, 처음으로 인정할만한 무대였습니다. 그래도 절 이기기는 힘들 겁니다.”

날 보며 말하는 벨.

뭐, 벨도 나쁜 사람은 아니니 인정할 건 인정해 주는 거 같다.

“감사합니다.”

나도 겸손하게 인사했다.

날 보며 인사를 받아주는 벨.

이번 무대를 보고 심경의 변화가 좀 생겼나?

뭐, 확실히 이번 무대의 완성도는 꽤 좋았지.

아니면, 코안이나 토리스의 곡을 쓴 영향이 있을 수도 있고.

“자! 그럼 1등 프로듀서 발표를 지금 하겠습니다!”

화면에 벨과 내 이름이 마구 움직인다.

천천히 멈추며 자리를 잡는 이름.

내가 1등이었고, 벨이 2등이다.

“축하합니다. 에스민 프로듀서 1등입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연습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코안의 곡이 나오고 민초도 데뷔했죠. 그러나! 제 머리 속은 프로젝트S의 무대가 항상 차지하고 있었....”

장황하진 않았지만, 마음을 다한 소감을 전했다.

이번엔 진짜 열심히 했으니까.

후! 그래도 다행히 몰과 루를 데리고 다음 미션까지 갈 수 있겠네.

“자, 그럼 벨 프로듀서. 슬프지만 탈락자를 발표할 시간이네요. 소감과 함께 말씀해 주시겠어요?”

“후우, 준비할 때만 해도 이길 줄 알았는데. 세 명 모두 정말 뛰어난 프로듀서임을 다시 한번....”

우리 칭찬을 늘어놓고 이번 미션 무대를 평가한 뒤 탈락자까지 호명하는 벨.

어후, 말도 많다.

뭐 그래도 날 인정해줘서 그런지 그렇게 나쁘게 보이진 않았다.

탈락자는 벨에게 사과를 했고 겸손한 소감을 낸 뒤 무대를 떠났다.

모든 탈락자가 나가고 진행자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쯤이면 모두 예상하셨겠지만, 다음 미션을 발표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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