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63화 (363/450)

363.

다음 미션은 10분 공연 미션.

계획은 몰의 진지한 발라드를 먼저 보이고, 루가 나와 신나고 발랄한 곡을 할 예정.

두 곡이 끝나면 둘이 같이 즐겁게 무대를 꾸밀 예정이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두 사람의 보이스가 안 어울린다는 점.

과거에 프로젝트 그룹을 생각해봤을 정도로 둘의 합이 나쁘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내 편곡 방향이 바뀌고 나니까 둘 사이에 차이가 더 크게 보인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흐으음.”

“으으.”

루와 몰도 내 옆에 앉아서 고민 중.

내가 만든 곡으로 하면 쉬운데, 그렇게 못 하니까 문제다.

내 프로듀싱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 버렸네.

몰의 진지한 발라드 이후 루의 발랄한 무대까지는 좋다.

진지한 무대 뒤에 발랄한 걸 하니까 분위기도 확 살고 좋다.

루의 발랄한 곡이 끝난 다음 몰의 등장과 함께 두 사람이 같이 부를 곡이 문제다.

루에게 맞추면 몰의 매력이 죽고, 몰에게 맞추면 루의 매력이 죽는다.

적당히 타협하면 둘 다 매력이 살지 않는다.

결국, 한 사람에게 맞추고 다른 한 사람이 보조하는 느낌으로 가야 한다.

처음 내가 예상했던 느낌이 나지 않으니까 답답해 죽겠다.

“후우, 몰.”

“네에?”

“옷을 조금 노출 있게 입을 생각 있어?”

“아? 노, 노출이요?”

놀라서 동공을 떠는 몰.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노래를 루 위주로 가는데 중간의 몰의 의상 체인지 타임을 넣어 확 임팩트를 주자.

“응, 우리 몰은 몸매도 좋은데 왜 매일 펑퍼짐한 옷만 입어.”

“부, 부끄러워서요.”

“으음, 의상을 과감하게 해볼 생각은 있는 거지?”

“아으으, 어, 어느 정도로?”

몰을 내 앞으로 당겨 일으켰다.

“이렇게 쫙 달라붙으면서 여긴 이 정도 파이고, 다리는 옆이 조금 트인....”

몰을 살짝 안으며 등 뒤의 옷을 잡아 달라붙게 만든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의상으로 가는 게 아니고 공연 중간에....”

내 구상을 천천히 설명한다.

“아무래도 무대에서 매력이 루가 더 집중될 수밖에 없으니까....”

상처받지 않게 설명하면서 설득까지 하려니까 조금 말이 길어졌다.

“힘들겠어?”

“해, 해볼게요.”

그대로 몰을 당겨 안았다.

소중하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몰에게 말한다.

“잘 생각했어.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해줄게. 못 하겠는 게 있으면 꼭 말해줘.”

“헤헤. 네에.”

내게 안겨 살며시 웃는 몰.

진짜 귀엽다 정말.

귀여운 몰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발동이 걸렸다.

몰이 큰 결심을 한 만큼 상을 줘야 하지 않을까?

뭐, 그냥 하고 싶다는 뜻이지만.

“하으으, 하으.”

몰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루. 들었겠지만, 공연의 메인이 루야. 연습하고 있어.”

“치이. 알았어요.”

“다음에 같이 하자.”

“헤헤.”

웃는 루의 머리를 쓰다듬고 몰과 함께 휴게실로 이동한다.

상을 주는 시간인 만큼 다정하고 부드러운 섹스의 시간이 지났다.

몰의 눈이 하트로 변했다가 멍하게 변하고 축 늘어진다.

-덜컥.

열리는 문.

“응?”

“헤헤. 프로듀서어.”

볼을 발그레 붉히고 고개를 빼꼼 내민 루.

아마 소리가 새나갔겠지.

그 때문에 흥분한 루가 참지 못하고 들어온 거고.

마침 몰의 소리도 줄었으니 끝났다는 사실도 알았을 테고.

“하하. 들어와.”

“헤헤헤.”

루가 웃으며 달려들었고, 루까지 잠들어 버렸다.

“후우, 이제 곡을 좀 만져볼까.”

두 여인을 소파에 나란히 눕혀 두고 컴퓨터로 향했다.

서로의 몸을 끌어안으며 쉬는 두 여인.

둘 다 정말 귀여워 죽겠네.

둘을 두고 나와 편곡했다.

“후우, 이러면 되겠다.”

“프로듀서?”

“헤헤. 끝났어요?”

“응? 둘 다 언제 나왔어?”

편곡이 끝나니 내 뒤에 가만히 서 있는 두 여인이 보였다.

“프, 프로듀서 일하는 모습이 너무 섹시해서.”

“헤헤.”

직접적으로 말하며 거친 숨을 내쉬는 루와.

얼굴만 붉히고 웃는 몰.

결국, 또 발동이 걸려 버렸다.

이번엔 둘을 함께 휴게실로 데려가 격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흣, 흐으응! 하읏! 흐갸하아아앙!”

“하으으, 하으, 흐으으.”

절정한 두 여인을 조금 쉬게 뒀다가 함께 일어나 나왔다.

“자! 편곡된 곡으로 연습하자.”

“네에!”

“네.”

격렬한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두 사람 모두 연습에 잘 집중했고.

나름의 성과를 얻은 뒤 연습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러면 몰이 언제 의상을 갈아입고 나타날지만 정해서 안무 비슷하게 하기만 하면 되겠다.

그건 뭐 금방 할 수 있으니까.

함께 집으로 온 루와 몰.

둘과 함께 회의를 시작했다.

“언제 의상을 바꾸는 게 좋을까?”

“으음, 안에 입고 있다가 겉옷만 벗는 거죠?”

“그렇게 되겠지? 아! 치마는 아마 겉옷을 벗은 다음에 스스로 찢게 할 생각인데 어때?”

“와! 엄청 섹시할 거 같아요!”

루가 눈을 빛낸다.

몰이 할 건데 왜 네가 눈을 빛내니.

“하, 할 수 있을까요?”

“응, 어렵진 않을 거야. 옷도 미리 어느 정도는 찢어져 있을 거고.”

“아으, 부, 부끄러울 거 같아요.”

“그건 어쩔 수 없지. 티만 내지 않도록 해봐.”

몰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대에서 막 부끄러워하고 어색해하진 않겠지?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테니까 의상 최대한 빨리 준비해 볼게. 입고 연습하자.”

“알겠습니다.”

바지는 다시 봉합해서 무대 때 쓸 수 있도록 할 수 있겠지?

아니면, 같은 의상에 지퍼를 달아서 연습할 땐 그렇게 하다가 공연 때만 찢어도 되겠네.

그래 의상 먼저 구해야겠다.

“정비서.”

“응.”

“일단 몰이 입을 거니까....”

의상과 무대 구성에 관한 회의가 끝났다.

시일이 지나 연습실에서 몇 번 연습하며 몰도 꽤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크으, 미리 봤지만 볼 때마다 엄청나네.

몰의 작지만 볼륨감 넘치는 몸매는 남자라면 반할 수밖에 없다.

귀엽기만 한 소녀 같은 이미지에서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섹시한 육체미.

이건 투표를 안 할 수가 없지.

으음, 여자들도 좋아할 거 같고 미션 날이 기대된다.

*

기대하던 촬영 날이 빠르게 다가왔다.

드림 스테이지 힙합 시즌이 괘도에 올라 예선이 시작됐고.

민초의 무대와 코안의 방송에도 내가 참여할 일이 있어 꽤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내 거의 모든 신경이 루와 몰의 공연에 가 있었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 연습했고 두 여인도 자신이 붙었다.

물론, 나도 꽤 자신 있는 무대가 될 거라 생각됐고.

“자! 드디어 날이 밝았습니다.”

무대 아래서 대기 중.

진행자의 멘트가 들려온다.

관객들과 소통하며 분위기를 올린 진행자가 우리를 소개했다.

“자! 저희 프로듀서 에스의 기둥이죠? 프로듀서 사인방을 소개합니다! 트랜디한....”

한 명씩 소개 멘트가 끝나고 무대에 오른다.

내 소개는 세 번째.

몰과 존이 먼저 나서고 나 다음 신디가 올라왔다.

“자! 이제는 참가자를 소개할 시간이죠?”

각 팀의 참가자를 차례로 소개하는 진행자.

소개를 받은 참가자가 우리와 반대 방향에서 나타난다.

팀별로 소개를 끝내고 진행자는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미션을 소개한다.

“이번 미션은 바로 팀미션!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번 팀미션과 다른 프로듀서의 역량이 많이 드러나는 미션이라는 설명을 마친 참가자.

“자! 그러면 대방의 순서를 정할 시간입니다.”

모든 미션에서 순서는 중요하다.

특히 이번 미션의 투표 방식에선 순서가 더 중요했다.

저번처럼 한 무대가 끝나고 투표하는 방식이 아닌.

모든 무대가 끝나고 투표하는 방식.

역시 이런 투표에선 마지막에 하는 게 제일 좋다.

무대가 좋을수록 마지막 무대가 기억에 더 선명하게 남으니까.

물론, 수준 차이가 크게 난다면 처음에 해서 기를 확 누르고 가는 거도 좋지만.

아무리 내가 자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닌 건 알고 있다.

고만고만한 수준이라면 분명 마지막 무대에 선 프로듀서의 팀이 1등 할 확률이 높다.

“자! 순서를 정하는 방법은 바로!”

우리 프로듀서와 한 명씩 눈을 맞추며 시간을 끄는 진행자.

하여튼 쪼는 건 참 잘 한다니까.

“노래 맞추기 시간입니다!”

“오!”

이번엔 게임적인 요소가 있네.

“저희가 들려주는 노래를 가장 많이 맞추시는 프로듀서께 순서를 정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음, 이건 조금 변순데.

아무래도 내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미션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한국에서 살아왔으니까.

노래를 많이 들었다고 해도 미국의 유명한 곡을 모를 확률이 높다.

“에스민 프로듀서님.”

“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진행자가 날 부른다.

“제작진에서 아무래도 이번 미션은 에스민 프로듀서님이 불리할 수도 있다고 해서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저는 한국에서 자랐으니까요.”

“네. 그래서 모두에게 공정하게 하려고 노래는 클래식으로 준비했다고 합니다.”

“오! 그런 저도 가능성이 있겠네요.”

클래식을 잘 알진 못해도 나름 꽤 들었다.

클래식과 접목한 노래도 좀 만들어 봤고.

진행자의 말에 눈을 빛내는 신디.

아무래도 신디는 고전 음악과 현대 음악의 조화를 꾀하는 만큼 클랙식에 강하겠지.

존은 표정 변화가 없었고, 벨은 조금 표정을 찌푸렸다.

벨은 트랜디한 곡을 많이 하는 만큼 클래식에 약할 수도 있겠네.

그렇게 시작된 대결.

지금까지 문제는 총 다섯 곡.

존과 벨, 그리고 내가 한 곡, 신디가 두 곡을 맞췄다.

“자! 남은 문제는 총 두 개. 여기서 신디 프로듀서가 맞추면 끝나는 대결인데요. 물론 다른 참가자가 맞춘다면 두 프로듀서가 마지막 대결을 하게 됩니다. 그럼 문제 나갑니다.”

익숙한 곡이 흘러나온다.

현란한 피아노곡.

이건 라흐마니노프다.

이렇게 유명한 곡이 나온다고?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

일단 질러 보자.

먼저 말하면 순서가 모두 돌 때까지 기회가 사라지지만.

어차피 끝나 가는 거 지르는 게 맞는 거 같다.

“네. 에스민 프로듀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이요.”

“와우! 정답입니다!”

진짜였어?

내 말에 아쉬운 표정을 짓는 신디.

나는 신디를 보며 살짝 웃어줬다.

신디가 분한 표정으로 날 봤고 진행자가 웃으며 그 모습을 중계한다.

“신디 프로듀서 에스민 프로듀서를 보면서 의지를 다지는데요. 자! 마지막 대결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대결이 됐습니다. 벨과 존 프로듀서는 잠시 기다려 주시고 어떻게 바로 갈까요?”

우리 둘의 의견을 묻는 진행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날 보던 신디도 고개를 끄덕인다.

“자! 문제 나갑니다!”

음, 뭐지? 전혀 모르겠다.

곡의 느낌만 보자면 낭만 시대의 곡인데.

사실 방금 문제로 나온 라흐마니노프도 20세기 작곡가지만 낭만 시대의 느낌이 강한 작곡가다.

시대만 가지고 작곡가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

으음, 내가 모르는 곡인 거 같은데 어쩌지.

신디도 잘 모르는 거 같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민하는 신디.

진행자는 우리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입을 열었다.

“으음, 힌트가 필요할 거 같군요.”

나와 신디가 집중했고 진행자가 입을 열었다.

“낭만주의 시대의 작곡가의 곡입니다.”

낭만 시대의 느낌이 강한 건 듣자마자 알았다.

그 시기의 작곡가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 가능성을 지워주는 진행자.

으음, 누구의 곡이지?

유명한 작곡가의 곡이라고 해도 다 아는 건 아니다.

단적으로 쇼팽의 중에도 모르는 곡이 꽤 있다.

근데 작곡가를 안다고 해도 곡을 모르는데 어떻게 맞춰?

“진행팀에서 얘기가 왔습니다. 작곡가만 맞춰도 된다고 합니다.”

“오!”

신디가 소리를 내며 손을 들었다.

“으음.”

신디가 맞출 거 같은데.

“자! 신디 프로듀서. 답을 알 거 같나요?”

“으으, 조금 고민이 되는데요.”

“정답을 말씀해 주시죠.”

“슈만입니다.”

신디의 입에서 나온 작곡가는 슈만.

나도 슈만을 생각하긴 했다.

슈만의 특징이 많이 보이는 곡이었으니까.

“아! 아쉽습니다. 정답이 아닙니다. 에스민 프로듀서. 기회를 얻었는데요.”

“으음.”

“자! 다섯을 셀 때까지 답을 말씀하지 못하시면 기회는 다시 넘어갑니다.”

“하나!”

진행자가 숫자를 센다.

“넷!”

“정답 말하겠습니다.”

“네. 과연 에스민 프로듀서는 맞출 수 있을 것인지. 자! 에스민 프로듀서 정답 말씀해 주세요!”

솔직히 모르겠다.

나도 슈만 정도를 생각했으니까.

그럼 슈만의 영향을 많이 받은 제자 브람스?

에이! 모르겠다. 일단 질러보자.

“브람스. 브람스입니다.”

“자! 에스민 프로듀서 브람스를 얘기하셨는데요. 신디 프로듀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으음, 제가 진 거 같네요.”

“신디 프로듀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신 거 같군요. 네. 맞습니다. 정답은 브람스였습니다.”

오! 내가 여기서 1등을 했다니!

순서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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