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57화 (357/450)

357.

넬의 파워풀하면서도 현란한 랩.

한층 더 탄탄해진 몰과 로나의 보컬.

벨팀이 올려놓은 분위기가 더해져 광란의 무대가 됐다.

이건 이겼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몰라 티를 내지는 않았다.

또 모르는 일이니까.

분위기 좋게 흘러간 무대의 거의 마지막 부분.

넬의 숨 쉴 틈 없는 랩이 시작된다.

반주도 최소화한 오로지 랩으로 꽉 채운 마지막 부분.

“비치 섹스, 엇!”

넬이 가사를 절었다.

티가 안 나게 넘어갔으면 몰라도 당황한 넬이 아예 멈춰버렸다.

아니! 여기서 이렇게?

이건 망했는데.

고개를 푹 숙인 넬.

나도 덩달아 고개가 쳐졌다.

예기치 못한 사고다.

“으음, 자! 두 공연 모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바로 투표에 들어가죠.”

넬의 실수로 광란의 무대를 즐기던 관객들도 덜컥 멈췄다.

이건 가망이 없다.

씁쓸한 분위기에 투표가 끝나고 시작된 4라운드.

신디가 앞면의 동전을 골랐고 뒷면이 나와 우리가 먼저 공연하게 됐다.

바로 전 무대에서 넬의 실수 때문에 관객도 우리 팀원들도 당황한 상태로 시작된 무대.

루는 꽤 무대를 잘 소화했지만.

릴리가 문제였다.

섹시한 무대는커녕 그냥 저급한 무대가 됐다.

아무래도 분위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려고 하다가 그렇게 된 거 같다.

이건 누굴 탓할 수도 없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 팀이 무대 하는 동안 관객들은 분위기를 추슬렀고 신디 팀은 나름 괜찮은 무대를 보여줬다.

그렇게 4라운드 투표까지 끝나고 관객들이 퇴장한다.

“자! 모든 대결이 끝났습니다.”

진행자가 우리를 두고 대화를 이어간다.

“벨 프로듀서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시나요?”

“흐음, 1승은 확실한 거 같네요. 후후.”

날 보며 웃는 벨.

진행자는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날 봤다.

“에스민 프로듀서님? 넬 참가자가 중간에 실수했는데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뭘 어때? 좆같지.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잘하면 되죠.”

“희망적이군.”

끝까지 얄미운 벨 프로듀서.

벨의 말이 지나고 신디와 존의 인터뷰도 끝났다.

1라운드부터 보이는 결과.

1라운드는 존이 이겼다.

아무래도 첫 라운드라서 그런지 즐기기 좋은 신나는 무대보다는 감상하기 좋은 음울한 무대가 점수를 많이 받은 모양.

아주 약간의 차이로 존이 이겼고, 진행자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벨은 아쉽다는 평 정도만 했고, 존도 겸손하게 벨을 존중하는 말을 뱉었다.

2라운드도 존의 승리였다.

신디는 아쉬움을 말했고, 존은 또 겸손하게 둘 다 좋은 무대였다고 말을 마쳤다.

드디어 3라운드 결과 발표시간.

압도적인 차이로 벨이 이겼다.

“벨 프로듀서 감상이 어떠신가요?”

“하하.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았길 바라네요.”

“에스민 프로듀서?”

“네.”

벨의 말은 별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참담한 심정이다.

“결과를 본 감상은 어떠신가요?”

“뭐, 실수가 있었으니 어쩔 수 없죠. 받아들일 수밖에.”

진행자도 빠르게 인터뷰를 넘겼다.

4라운드 결과도 비슷한 차이로 패배.

이번 미션은 내 완패나 다름없었다.

후우, 방송 나가면 욕 많이 먹을지도 모르겠네.

존이 2승 했고, 나머지 둘은 1승 1패. 나만 2패다.

벨과 신디가 먼저 탈락자를 정했고 내 차례가 돌아왔다.

“에스민 프로듀서. 각 팀의 탈락자를 한 명씩 정해 호명해 주세요.”

“네. 저희 팀의 탈락자는.”

잠시 뜸을 들이며 우리 팀 여인들의 눈을 하나하나 봤다.

넬 팀에서는 로나, 루는 살려야 하니 릴리가 탈락할 수밖에.

로나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릴리와 로나 입니다.”

“네. 탈락하신 두 분은 스테이지로 나와주세요.”

릴리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로 나갔고 로나는 놀란 얼굴로 날 본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잠시 뜸을 들인 로나.

나는 로나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였다.

“미안해요.”

“후우.”

크게 숨을 쉰 로나가 스테이지로 나갔다.

“아쉽겠어요.”

“뭐, 제가 못 한 거죠.”

담담하게 탈락 소감을 전하는 릴리.

탈락했는데도 크게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로나 참가자.”

“네.”

“지금 심정이 어떠신가요?”

“넬이 앞으로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고 싶네요.”

넬을 보며 말하는 로나.

넬은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떨고 있다.

“넬 참가자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각하시나요?”

프로듀서들한테는 조심스러워 별말 못하는 진행자지만.

참가자한테 하는 질문은 가차 없었다.

“넬이 대단한 실력을 갖춘 건 인정합니다만, 실수한 것도 맞으니까요.”

“훠우, 넬 참가자의 말을 들어봐야 할 거 같은데요?”

넬에게 마이크가 전달됐지만, 넬은 아무런 말 없이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으음, 넬 참가자가 충격이 심한지 아무런 말을 못 했습니다. 에스민 프로듀서 두 분을 탈락시킨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넬이 가만히 있자 진행자가 수습을 위해 내게 질문했다.

“릴리는 좋은 보컬이긴 합니다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보컬입니다. 때문에....”

릴리에 관해 좋은 얘기를 하고 나중에 달라진 모습으로 나오길 기대한다는 말을 끝냈다.

그리고 로나를 바라본다.

“음, 로나에게는 미안한 마음이네요. 로나도 많이 성장했고, 좋은 보컬이 됐죠. 넬이 실수한 건 맞지만, 앞으로 팀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판단이었습니다. 로나 잘 했어요. 미안해요.”

내 말을 끝으로 진행자가 로나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로나는 마땅한 답을 못했고 그렇게 촬영이 마무리됐다.

우리는 패잔병이 되어 대기실에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원래라면 저녁이라도 함께했겠지만, 오늘은 다들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다음에 잘 하면 되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요. 프로듀서님 저녁 같이 먹으면 안 돼요?”

루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발랄한 모습을 보였지만, 누구도 대꾸하지 않는다.

나만 루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같이 저녁 먹을 사람?”

“저요!” “저, 저도.”

루와 몰만 답했고 넬은 고개를 저었다.

탈락한 두 사람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넬의 판단을 존중하는 의미로 루와 몰만 데리고 차에 탔다.

“어디로 가요?”

“저희 집에서 먹죠.”

“와! 프로듀서님 집! 좋아요.”

루는 내 기분이라도 풀어주려는 듯 밝게 말했고, 몰도 내 팔을 살짝 잡고 어색한 미소를 흘렸다.

착한 여인들이다.

나는 씩 웃어주고 잠시 눈을 감았다.

아인이 위로의 말을 해 잠시 고개를 끄덕여줬다.

도착한 집.

카디와 리사, 줄리는 집에 없다.

곧 활동을 시작하는 만큼 연습에 박차를 가하는 중, 집에 잘 안 들어온다.

“먹을 거 좀 사 올게.”

“응. 술도 좀 사다 줘 부탁할게.”

“알겠어.”

아인이 밖으로 나갔고 나와 두 여인이 함께 소파에 앉았다.

내 옆을 파고들어 끌어안는 루.

“괜찮아요?”

“그럼. 조금 아쉽긴 해도 많이 안 좋은 건 아니니까.”

“제가 더 열심히 할게요.”

몰은 소심한 성격이라 그런지 옆에서 꼼지락거린다.

뭔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지만, 딱히 말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

마음이 이뻐서 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프로듀서.”

“응?”

“호, 혹시 루도?”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몰.

나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와! 난봉꾼!”

“아!”

루가 내 팔을 꼬집으며 말했다.

나는 팔을 문지르며 루를 봤다.

“하하. 루도 느꼈겠지만, 나와 섹스를 하면 노래 실력이 늘어.”

“아! 맞아요. 신기했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몰.

나는 두 사람의 허리를 감싸 끌어안았다.

이거 잘못하다간 밥 못 먹겠는데?

오늘은 술도 한 잔 땡기는데 그 전에 힘 좀 써?

아니다. 조금 기다리자. 밤은 기니까.

아인이 돌아왔고, 우리는 음식과 술을 즐겼다.

밤이 다가왔고 홀로 방에 들어간 아인.

나와 한 침대에 누운 몰과 루.

둘 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여인이지만 분위기는 정 반대다.

그 차이에서 오는 매력에 기분 좋은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우으음.”

“하으.”

내 옆을 파고들어 자는 루와 나와 살짝 떨어져 홀로 누워 자는 몰.

루를 조금 떨어트리고 몰을 조금 당겨 비슷한 위치에 둔다.

슬슬 일어날 시간이네.

오늘은 특별한 스케쥴은 없지만,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드디어 토리스의 노래가 나오니까.

내가 딱히 할 일은 없지만, 반응 정도는 확인해야지.

토리스의 곡은 오전 11시에 나온다.

지금은 아침 9시.

조금 이따가 확인하면 되겠다.

두 여인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지만, 몰이 일어나 날 본다.

“깼어? 더 자도 돼.”

“괜찮아요.”

“으으응.”

우리의 대화 소리에 몸을 꼬는 루를 보며 웃었다.

몰과 조심히 밖으로 나와 아인이 미리 사 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아침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 나타난 루와 몰.

아인까지 총 넷이서 태블릿의 화면을 지켜본다.

토리스의 복귀 무대.

유티비에서 생방송으로 함께 진행되기에 반응을 함께 보기로 했다.

엠씨 한 명과 토리스 둘이서 진행된 인터뷰.

토리스는 드림 스테이지에서 내 곡을 조른 사연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었다.

미리 논의한 얘기들이라 특별할 건 없었지만, 두 여인은 아니었는지 감탄하며 화면에 집중한다.

“대단해요.”

“응?”

“토리스가 애원할 정도의 곡을 쓴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렇긴 하네.

“내가 좀 쩔지.”

“헤헤. 팀 선택을 잘 한 거 같아요.”

루의 말을 듣고 끄덕이는 몰.

귀여운 두 여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어지는 토리스의 무대.

노래야 이미 공개된 노래라 특별한 충격은 없었지만.

토리스는 진짜 노래 하나는 기가 막히게 했다.

“와아.”

“대단하다.”

“둘 다 열심히 해야 해.”

나는 살짝 어깨가 올라가 말했고, 루와 몰은 고개를 끄덕이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봤다.

그나저나 다음 미션은 뭐가 나오려나?

“프로듀서. 다음 미션 예상한 거 있어요?”

내 마음을 읽었는지 루가 내게 질문했다.

몰도 궁금한지 날 본다.

“흠, 이번엔 나도 모르겠다.”

아마도 개인 무대를 할 거라고 예상은 가지만, 딱히 생각나는 건 없다.

“몇 명이 떨어지냐가 관건인데.”

“많이 떨어지겠죠?”

“그렇겠지. 남은 촬영이 얼마 없으니까.”

“으으, 떨려요.”

루가 떨린다며 내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심장의 박동을 느껴보라는 거겠지만, 내가 순순히 있을 리가 없지.

그대로 가슴을 꽉 쥔다.

“하응, 아으, 프, 프로듀서어. 흣.”

그렇게 시작된 야한 분위기.

아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으로 갔고.

점심부터 루와 몰의 몸을 마구 탐하며 시간을 보냈다.

늦지 않은 시간에 루와 몰은 집으로 돌아갔다.

더 있으면 녹초가 될 거 같다나 뭐라나.

그렇게 아인과 단둘이 밤을 보내고 일어난 아침.

“오늘 촬영이지?”

“응. 준비할 시간이야.”

“그래.”

다음 미션을 알려 주는 프로젝트S 녹화 날.

준비를 마치고 스튜디오로 향한다.

촬영은 길지 않겠지?

시작된 촬영.

팀별로 모여 앉은 스튜디오에 진행자가 나타난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모두 다음 미션이 궁금하실 텐데요....”

잡담이 지나가고 인터뷰가 시작된다.

프로듀서들에게 다음 미션이 뭐일 거 같냐는 질문.

네 명의 프로듀서 모두 잘 모르겠다는 답을 한다.

“자! 다음 미션은 개인 무대입니다. 무대의 주제는 ‘restoration’.”

음, 복구나 부활 정도의 의미다.

“과거의 곡을 재해석하는 무대입니다.”

재미는 있겠네.

“이번엔 많은 탈락자가 있는 무대인데요.”

여기서부터가 중요하지.

“모든 참가자는 개인의 무대를 꾸리고 관객이 투표합니다. 그 투표수에 따라 등수가 매겨집니다.”

완전히 개인전이구나.

“살아남는 사람은 총 아홉 명. 9등 안에 들지 못한 참가자는 모두 탈락합니다.”

“오우.”

신디가 놀람의 탄성을 질렀다.

지금 인원은 총 16명.

7명이나 탈락하는 엄청난 룰이다.

“팀별로 탈락이 정해지는 무대가 아닌 만큼, 팀원 모두가 탈락해 프로듀서도 탈락할 수 있는 미션이죠.”

그렇네?

팀원이 다 떨어지면 그 프로듀서도 자연스럽게 아웃이다.

그래도 한 명씩은 남지 않을까?

나만 아니면 된다.

우리 팀에서는 몰이 좀 위험하지만, 특별히 신경 써 주면 되겠지.

넬은 실수만 안 하면 되고, 루도 걱정은 없다.

“자! 그럼 다음 무대에서 뵙겠습니다.”

그렇게 촬영이 끝났고, 우리 넷은 방송국에서 잡아준 연습실로 들어왔다.

“자! 세 사람 옛날 노래 좋아하는 거 있어요?”

“있습니다.”

“있어요!”

“네.”

넬, 루, 몰 순서로 답한 여인들.

나는 그 순서대로 곡을 물어봤다.

“넬은 어떤 곡이에요?”

“80년대 후반에 나온 힙합곡인데....”

과거 유명했던 힙합 뮤지션의 곡.

너무 유명한 곡인데 여기에 랩을 잘 할 수 있으려나?

차례로 루와 몰도 곡명을 말한다.

“으음, 한 번 볼까요?”

어떻게 하는지 한 번씩 보고 편곡을 좀 해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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