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52화 (352/450)

352.

“이, 이게 무슨!”

“아, 그, 오해하지 말고 잠깐만.”

몰의 이야기를 듣고 긴장을 풀어주며 부드럽게 섹스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게다가 몰에게 너무 빠져버린 나머지 다음 약속이 있다는 사실도 까먹었다.

회사에는 사람도 없고, 딱히 훔쳐갈 물건도 없기에 들어오기 편하게 문을 잠그지 않았다.

연습실 위치도 당연히 알고 있으니 들어오면 바로 연습실로 향할 수밖에.

휴게실의 문은 닫아놨고 휴게실의 존재도 몰랐겠지만, 내가 없으면 찾는 게 당연.

연습실에 딸린 문이라곤 유리문이라 안이 보이는 보컬 연습실과 새로 생긴 휴게실뿐이니.

당연히 여길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설이 길었지만, 결과는 간단하다.

몰과 섹스하는 모습을 로나에게 들켰다.

“으음, 당신이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단단히 오해한 듯한 로나의 표정.

잔뜩 지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몰은 손으로 가슴과 보지를 가린 채 로나를 보고만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거 같은데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게 아니면? 이걸 어떻게 설명할 거죠?”

몰처럼 빌드업을 끝낸 상황이 아니기에 내가 섹스로 노래 실력을 올려줄 수 있다는 얘기를 믿어줄 거 같지가 않다.

아니지.

증거를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음, 일단 몰. 옷을 입어줄래.”

“네에.”

몰은 어기적거리며 옷을 입었고 나는 그걸 도왔다.

로나는 조용히 우리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래도 아주 쓰레기는 아니었네요.”

“아니, 그런 거 아니래도.”

“그럼 뭔데요?”

로나가 경멸의 눈빛으로 날 보며 설명을 요구했다.

오우, 눈나 경멸 눈빛은 포상.

아, 아니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몰과 애매한 타이밍에 끝나긴 했지만, 마기로 충분히 몰의 몸을 변화시켰다.

사정도 두 번은 했고.

쾌감에 절여진 몰의 표정이 참 일품이었는데.

로나가 등장하면서 흐름이 끊겼지만, 조금 더 아주 눈이 돌아가 부들부들 떠는 몰을 볼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아니, 지금은 변명을 준비할 시간이구나.

“나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

“특별한 능력?”

살짝 고개를 갸웃한 로나가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알지.”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노래 실력을 빠르게 올려줄 수 있어.”

“아아! 그걸 대가로?”

“대가가 아니라 방법이야.”

로나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본다.

“나와 섹스한 여자는 노래 실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그게 무슨.”

“여기 증거가 있으니까. 조금 기다려볼래?”

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몰 괜찮아졌어?”

마기를 사용해 몰의 체력을 회복시키고 이상이 있는 부분을 빠르게 나아지게 했다.

“네.”

다부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몰.

“노래 불러 볼래?”

“흠흠, 알겠어요.”

긴장한 표정으로 소파에서 일어난 몰.

로나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몰의 노래를 듣는다.

몰에게 부족했던 건 대체로 기본기다.

기본기는 오랜 시간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거라 단시간에 어떻게 좋게 만들 방법이 없다.

그 어려운 일이 마기를 통하면 가능하다.

기본기의 단련은 감각을 기억하는 것도 있지만.

노래에 필요한 근육을 단련하는 의미도 크다.

그 근육이 노래를 오랜 시간 연습한 사람처럼 변했다면?

당연히 더 좋은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익숙해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고, 잘 사용하는 방법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작된 몰 바튼의 노래.

아직 익숙하지 않아 중간중간 실수가 조금 있었지만.

누가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수년간 훈련으로만 늘릴 수 있는 기본기.

그 기본기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 이게 무슨!”

노래가 끝나지도 않았지만 로나의 얼굴엔 놀라움이 떠올랐다.

로나의 놀람에 노래를 멈춘 몰.

“이제 익숙해지도록 연습만 하면 되겠다.”

“헤헤. 감사해요.”

몰도 달라진 자신의 노래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부드럽게 웃으며 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쩜 이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또 있지?

지인이가 아양 떨며 내게 안겼던 며칠이 생각났다.

작고 이쁜 건 다 소중해.

“자. 이 정도면 설명이 됐겠죠?”

“으음, 그렇네요. 이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네요.”

로나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날 본다.

“그, 그럼.”

“원치 않으면 안 해요.”

“그, 그게.”

볼을 붉히고 내 몸을 보는 로나.

아! 나는 아직 옷을 안 입었지?

급한 마음에 팬티만 입은 채였다.

“로나?”

“으음, 아, 아니.”

긴장한 듯한 로나의 모습.

“몰은 조금 쉬고 있어.”

“괜찮은 거 같은데요?”

“그럼 연습해도 좋고. 어려운 거 있으면 물어보고.”

지금은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한 거니까.

“네!”

밝게 답한 몰이 천천히 걸어 휴게실을 나섰다.

“우린 얘기가 좀 필요하겠네요.”

“네에.”

갑자기 다소곳하게 변한 로나.

소파가 꽤 젖었지만 방수 커버라 문제없다.

그래도 핏자국은 지우는 게 좋겠지?

몰은 처음이었는지 피를 좀 흘렸다.

하긴 딱 하는 짓이 처음이긴 했다.

휴지를 꺼내 대충 닦아내고 로나를 앉힌다.

다시 옷을 챙겨 입고 로나를 봤다.

“우선, 제가 신경 쓰지 못하고 이런 사태를 만든 건 사과드릴게요.”

“아니에요. 확실한 방법이라면 그럴 수 있죠.”

“음, 조금 어색하지만, 레슨 할까요?”

“아, 그, 저, 아니, 네.”

뭔가 말을 꺼내려던 로나가 고개를 젓고는 그대로 일어났다.

“노래는 밖에서.”

휴게실도 방음은 철저하지만, 몰과 열락의 시간을 보내 조금 냄새와 열기가 빠질 시간이 필요했다.

환풍기와 공기 청정기를 틀고 밖으로 나온다.

몰은 보컬 연습실 안에 있었다.

음,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네.

하긴, 갑자기 안 되던 노래가 되면 즐거울 수밖에.

그런 몰의 표정을 보는 로나의 표정도 다채로웠다.

인제 보니 로나는 의상을 꽤 신경 썼네.

원피스 형태의 옷에 살짝 걸친 카디건.

앞섬이 많이 파인 원피스라 커다란 가슴의 많은 부분이 노출된 상태다.

방송도 없는데 이 정도의 의상이면 나를 유혹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흠흠.”

내가 멍하니 보고 있자 로나가 헛기침했다.

“아! 노래해 볼래요?”

“지금 부르면 되죠?”

“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로나.

몰의 노래를 들었으니까 더 그렇겠지.

목을 풀고 노래하는 로나.

몰보다는 좀 더 잘 부르지만, 역시나 총체적 난국이다.

“으음.”

“어, 어때요?”

“고칠 부분이 많네요. 부족한 부분도 꽤 보이구요.”

“그, 그렇죠.”

나는 하나하나 로나의 문제점을 말해간다.

“호흡이 부족해서 발성도 시원하게 나오지 않....”

내 평가가 이어질수록 점점 어두워지는 낯빛.

평가에는 아무런 사심을 담지 않았다.

아니, 담지 않아도 충분했다.

로라의 보컬은 정말로 문제가 많았으니까.

커다란 가슴에 홀려 일단 뽑긴 했는데.

사실상 우리 팀원 중 넬과 루를 빼면 그다지 눈이 갈만한 실력의 참가자는 없다.

“으으.”

“아, 제가 너무 단점만 말했나요? 물론 좋은 점도 약간은 있습니다.”

“약간?”

말을 잘못한 거 같다.

로나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었다.

실망스러운 얼굴에서 딱딱한 무표정으로 변한 로나.

이내 볼이 점점 붉게 달아오른다.

화났나?

“그.”

말을 하려다 마는 로나.

차분히 무슨 말이 나올지 로나를 지켜본다.

“나, 나도.”

“네?”

무슨 의미지?

나도 해달라고?

“나도 알고 있어. 내가 부족하다는 걸.”

“잘됐네요. 그럼 지금부터 고치면 되겠어요.”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니까.”

하긴, 노래 실력은 갑자기 늘지 않는다.

아니, 오랜 시간 노력을 해왔을 경우 어떤 깨달음에 의해 갑자기 느는 때도 있다.

하지만 로나는 해당 사항이 없다.

깨달음의 영역은 기본기가 어느 정도 갖춰졌을 때 얘기.

기본기가 부족한 건 깨달음으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단련해야만 하는 분야.

“지금부터 호흡과 발성. 음감과 박자 감각을 연습한다고 큰 변화는 없을 거예요.”

현실을 말한다.

“근데 왜 날 뽑았어?”

로나가 살짝 짜증 난 어투로 날 흘겨봤다.

“사실대로 말해줘요?”

“응.”

지금 로나의 표정은 뭐랄까.

짜증과 기대가 섞여 꽤 보기 좋은 모습이다.

가슴도 가슴이지만, 얼굴도 꽤 이쁘장한 로나니까.

살짝 살집이 있어 둥글둥글한 얼굴인데, 눈도 크고 둥글어서 이미지가 더 둥그런 모양이다.

실제 성격은 그다지 둥근 편이 아닌 거 같지만.

생긴 게 뭔가 순하고 유해서 착각하게 만드는 얼굴이다.

“가슴이 커서요.”

“뭐?”

양손을 교차해 가슴을 막는 로나.

“만진다는 건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가, 가슴 때문에 뽑았다고?”

“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내가 우리팀 참가자를 뽑은 경위를 숨김없이 말했다.

두 사람을 빼면 다들 고만고만했고 이왕이면 내 눈에 이쁜 사람을 뽑자는 마음이었다.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실력이 비슷하면 비주얼이 좀 나은 참가자가 더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

미국 문화에서 가슴이 큰 게 엄청난 이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가슴이 매력이 없다는 말은 아니니까.

“그렇잖아요. 노래는 거기서 거기니까. 다른 걸 보고 뽑아야 하는데, 제가 볼 수 있는 거라곤 비주얼적인 부분뿐이니까요.”

“그, 그렇지.”

어느 정도 인정하고 넘어가는 로나.

“그, 네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려고 한 건 아니고?”

“그건 부수적인 거죠.”

물론, 맞다.

섹스하려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를 뽑은 거지.

이쁘지 않으면 자지 세우기도 힘드니까.

내 눈이 꽤 높아져 버려서 아무거나 먹진 않거든.

그렇다고 거기까지 사실대로 말할 순 없다.

“으음, 몰의 경우 명확하게 노래를 잘 하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고 그 때문에 제가 개인적인 레슨으로 도와준 거지 딱히 제 능력을 사용하려고 뽑은 건 아니에요.”

“목적?”

“그건 몰의 개인사니까 접어 두고 노래를 잘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다고만 해두죠.”

고개를 끄덕이는 로나.

몰의 사적인 일을 내가 떠들 순 없는 문제니까.

“이렇게 된 거 확실히 말씀드릴게요. 로나가 원한다면 개인 레슨은 열려 있어요. 물론, 거절한다고 해서 어떠한 불이익도 없구요.”

살짝 웃으며 말했다.

“효과는 몰의 노래를 들어서 알 테고, 저는 강제하지 않아요. 그 때문에 저희 팀이 졌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거구요. 모든 선택은 로나의 몫이에요.”

“으으.”

로나는 옅은 신음을 내며 날 본다.

“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

“다른 방법이요? 있죠? 지금부터 열심히 연습하는 거. 제 생각인데 몰 정도의 실력이 되려면 매일 2시간 정도 연습한다고 치면 3년 정도는 걸리겠네요.”

노래 연습은 특성상 오래 할 수 없다.

성대는 파열되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 근육이다.

물론, 재활이 가능하긴 하지만, 음색이 변할 확률이 매우 높다.

다치지 않는 게 제일 좋고.

다치지 않기 위해선 연습을 적당히 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기도 하다.

온종일 할 수 없으니까.

근육의 성장은 데미지를 주고 회복시키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데미지를 크게 주면 안 된다.

즉, 작은 데미지를 주고 회복시키며 조금씩 성장시킬 수밖에 없다.

노래의 기본기는 오랜 시간 단련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그걸 단기간에 올릴 방법이 있는데 거절할 가수가 있을까?

노래에 진심이라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모든 선택권은 로나에게 있어요. 물론, 탈락자를 정하는 건 제 선택이지만요.”

여기서 살짝 위협을 가한다.

이기면 탈락할 이유가 없지만.

만약에 로나의 팀이 지면?

나의 개인 레슨을 받지 않은 로나가 탈락하는 건 당연한 수순.

지금은 누가 봐도 로나가 셋 중에 제일 부족하니까.

“으으, 이건 공평하지 않아.”

“세상은 원래 공평하지 않죠.”

“좋아. 나도 하겠어.”

“휴게실로 갈까요?”

결심한 로나는 볼을 살짝 붉히고 내게 말했다.

여기서 너무 흑심을 보이는 건 좋지 않지.

정말 별일 아닌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좋다.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는 느낌으로 휴게실로 로나를 이끈다.

머뭇거리던 로나는 천천히 날 따라왔다.

크으, 일이 이렇게도 풀리네.

가는 길에 몰이 있는 보컬 연습실에 들린다.

“몰.”

“네.”

날 보며 활짝 웃는 몰.

“오늘은 이만하고 돌아가요. 집에서도 하루 2시간 이상 연습하지 말고요.”

“아! 알겠습니다.”

지금 몰은 노래하는 근육이 갑자기 좋아진 상태다.

자신이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다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고 자칫하면 무리할 수도 있다.

아까 말했듯 무리하면 내 덕에 좋아진 보컬이 주저앉는 건 순식간이니까.

적응할 동안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몰을 배웅하고 휴게실에 앉아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로나를 본다.

크으, 드디어 저 가슴을 만질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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