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47화 (347/450)

347.

“조심한다고 한 건데.”

“그러게.”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딱 걸렸지?

스튜디오에서 차로 이동하는 토리스의 모습이 너무 잘 나왔다.

롤러코스터 타면서 봐도 토리스네 이건.

“으음, 지금이라도 기사를 내거나 할까?”

“흐음, 토리스랑 얘기해 봐야겠어.”

잠시 방으로 들어가 토리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거 토리스가 노렸던 거 아니야?

조금 의심이 가긴 한다.

뭐, 토리스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으음, 미안하게 됐네.

“토리스. 기사 봤어요?”

-지금 보고 있어.

“후우, 어떻게 하죠?”

토리스도 딱히 답이 있지는 않겠지만.

나보다 훨씬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 한 번 물어봤다.

-조심한다고 했는데 어쩌다 들킨 건지. 후우, 일단 사실대로 말하는 편이 좋겠네.

“사실대로요?”

-그래. 내가 곡 달라고 떼써서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보도하게. 내 잘못이 맞으니까.

뭐, 그렇게 하면 내게 쏟아질 욕이 토리스로 향하긴 하겠다.

신인들의 기회를 뺐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겠지.

“으음, 일단 편집된 영상 공개 전에 입장 발표를 할게요.”

-알고 있겠네.

토리스와 전화를 마쳤다.

촬영팀을 잠시 불러야겠네.

편집과 촬영을 맡은 회사의 팀은 같은 숙소에서 대부분 묵고 있으니 거기로 가면 되겠다.

“정비서. 잠시 나갔다 오자.”

“그래. 어딜?”

“촬영팀 숙소. 일단 연락 먼저 할게.”

“알겠어.”

아인이 먼저 나가서 차에 시동을 걸었고, 나는 팀장에게 전화해 방문 사실을 알렸다.

오늘 촬영은 끝났지만, 편집이 남았기에 촬영팀은 아직 파티 분위기가 아니라 다행이다.

끝났다고 술 퍼마시고 있었으면 대응이 꽤 느렸을 텐데.

다들 빠르게 편집에 들어가서 아직 일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내가 꽤 풀어주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분위기라서 풀어주는 게 있다.

다들 해외에 나온 만큼 놀 생각보다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이니까.

-네. 부사장님.

“팀장님 지금 제가 보낸 기사 확인해 보세요.”

-방금 봤습니다.

“아! 그래요? 제가 대응 영상을 찍어서 올리려고 하는데 지금 촬영되나요?”

내 질문에 팀장님이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한 뒤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네. 지금 가능합니다.

“그럼 제가 숙소 쪽으로 갈게요.”

-넵.

통화를 마치고 이동했다.

숙소 건물에 도착하니 팀장님이 나와 있었다.

“나와 계셨어요?”

“하하. 제가 모셔야죠.”

“그럼 가시죠.”

반갑게 악수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누군가의 숙소로 보이는 공간.

잘 치워진 공간에 나름 조명이랑 테이블 세팅이 돼 있다.

“꽤 잘 돼 있네요?”

“하하. 촬영용 소품은 항상 있으니까요.”

“다행이네요.”

“그럼 촬영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생각을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매번 회사에서 준비해주는 대본을 읽었는데.

내가 말하려니까 살짝 어색했다.

으음, 그래도 지적인 이미지 유지하려면 조금 유창하게 말하는 게 좋겠지.

“잠시 컴퓨터 좀 쓸게요.”

“얼마든지요.”

컴퓨터를 켜고 메모장에 대사를 쳐본다.

저와 드림 스테이지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

대충 히든 싱어의 정체는 토리스가 맞으며 토리스가 이 곡을 너무 가지고 싶다고 요청해 고민 끝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준비했다.

처음부터 제가 아닌 여러분께 판단을 맡길 예정이었고, 그건 토리스임이 밝혀진 지금도 다르지 않다.

여러분의 투표에 따라 곡의 주인을 정하겠다.

대본을 다 써두고 잘 보이게 글씨를 키운다.

“바로 촬영 가시죠.”

“네. 알겠습니다.”

카메라 한 대와 마이크 한 개 조명 두 개가 촬영 장비 전부였다.

뭐, 많은 게 필요하진 않으니까.

대본은 내가 쓰면서 다 외우긴 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까먹을 때마다 살짝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컷. 여기까지예요.”

“네. 이걸 올리면 되는 건가요?”

“이번에 올라갈 드림 스테이지 본방 끝에 넣어 주세요. 앞쪽에 뒤에 공지가 있으니 확인해 달라는 말도 해 주시구요.”

“아! 알겠습니다.”

뭐, 딱히 심한 논란이 아니라 급하게 대처할 필요는 없다.

토리스와 내 개인 SNS에만 대충 언급하기로 말을 끝낸 상태.

공식 입장은 드림 스테이지 본 방송에 실릴 예정이니 그걸 봐달라는 공지다.

어쩌다 보니 홍보가 됐네.

조회수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기분이 좋다.

“후우,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편집 수고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팀장님의 배웅을 받고 아인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으으, 뭔가 일이 계속 생기는 기분이야.”

“사서 고생이지 뭐.”

“이번 건 내가 산 게 아니지. 토리스가 온 거잖아.”

“그래그래.”

아인과 티격태격하며 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했다.

이제 한 5일 정도 시간이 나는데 한국에 다녀올까?

뭐, 2일은 비행기 안에 있을 테니 따지자면 한국에 2일뿐이 갈 수가 없네.

그냥 말자.

프로젝트 S를 끝내고 가는 게 좋을 거 같다.

이번 미션 끝나면 대량 5주 분량 촬영이 남는다.

방송에 나가는 게 5주지. 촬영은 훨씬 빠르게 할 수 있겠지.

아니 더 늦어지려나?

어차피 길어야 2달이니 그동안 미국에 있자.

2개월이면 적어도 드림 스테이지 2번은 더 할 수 있겠네.

그래 프로젝트 S랑 드림 스테이지만 하면서 조금 놀러 다니자.

미국에서가 한국 보다 덜 유명한데.

이상하게 미국이 파파라치는 훨씬 많다.

그래서 막 놀러 다니지는 못할 거 같지만.

다 같이 다니면 의심도 피하면서 이것저것 할 수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여행 다니고 할 정도로 시간이 여유로운 건 아니지만.

일단은 프로젝트 S의 내 참가자들 관리는 좀 해줘야지.

며칠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아니, 매일 정기를 빨렸으니까 충전은 아닌가?

뭐, 기분은 좋았으니 넘어가자.

“후우, 다들 어떤 무대를 할지 궁금하네.”

“기대되긴 하겠다.”

“사실 별로 기대 안 돼.”

“왜?”

오늘 프로젝트 S 본방 촬영이 있다.

10명 중 5명이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라운드.

나 스스로 팀원 다섯을 떨궈야 하지만 마음이 편하다.

이미 반 이상 마음이 가 있기에.

그냥 외모 순위로 5명 뽑기로 했다.

무대에서 특별한 실수가 있거나, 예상에 없던 참가자가 엄청난 무대를 보여주면 조금 변수가 되겠지만.

지금껏 지켜 봐온 바로는 그런 일이 없을 거 같다.

확실히 데려오고 싶었던 참가자는 대부분 우리 팀으로 오지 않았으니까.

아직 방송에 팀이 나오지 않았지만.

팀이 모두 공개되면 우리가 최약팀이라는 평을 피할 순 없을 거 같으니까.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너무 안일한 마음이라 그런가?

뭐, 어쩔 수 없다. 이제부터 잘 하면 되니까.

원래 최약체 팀이 갑자기 잘 해서 우승하는 모습이 제일 멋있다.

처음부터 너무 순조롭고 예상 가능한 전개는 지루하다.

사람들은 언제나 약자가 강자를 잡는 것에 열광해왔다.

이번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참가자가 우승하면 사람들이 기뻐할 거다.

우리팀 참가자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으음.”

“왜?”

“아냐. 다녀올게.”

“응.”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다른 팀의 공연도 오늘 진행되는데 내가 볼 순 없다.

뭐, 다음 촬영 때 어떻게 뽑혔는지 알게 되겠지.

그래 봤자 관심 없는 참가자들이라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겠지만.

“준비들은 많이 했어요?”

“네에!”

스튜디오에 들어가니 이미 다 모여 있는 참가자들.

열 명의 여인이 긴장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내가 변태긴 한가 봐.

여자 여럿이 쫄아 있는 모습이 기분이 좋아지다니.

“으음, 그럼 순서는 어떻게 정할까요?”

“그건 피디님이 이걸 주셨어요.”

“아! 그래요?”

한 참가자가 앞에 제비뽑기 비슷한 걸 가져왔다.

“그럼 뽑을까요?”

“네.”

한 명씩 차례로 쪽지를 뽑아가는 참가자들.

긴장한 모습도 보이고 뭔가 당찬 모습도 보인다.

으음, 신인의 패기 좋지.

패기만큼 실력도 있으면 더 좋고.

순서가 정해지고 나는 잠시 기다렸다.

반주까지 알아서 다 준비했기 때문에 내가 뭘 할 게 없다.

제작진이 순서에 맞게 음악을 준비했고 참가자들도 뒤로 가 앉았다.

1번을 뽑은 참가자만 홀로 남아 서 있다.

“자. 바로 시작하죠. 준비 많이 했어요?”

“네. 정말 열심히 했어요.”

진심이 묻어나는 대답이지만, 열심히는 중요치 않다.

진부한 말이지만, 이 바닥에서 열심히 안 하는 사람 찾기 힘들다.

열심히 안 하고 성공한 사람도 분명 있지만, 극소수의 천재들이다.

나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거나, 코안처럼 타고난 재능이 엄청나야 하니까.

사실 코안도 열심히 안 했다고 하기엔 젊은 시절엔 꽤 활발하게 활동했다.

아마, 음악에 더는 재미를 못 느껴서 게을러진 거겠지.

예전엔 재밌어서 열심히 했을 테고.

“실수 없이 잘 하길 바랄게요. 음악 주시죠.”

적당한 자세를 잡는 여성.

율동과 댄스의 사이쯤 되는 안무를 하며 노래를 부른다.

으음, 실력은 그냥 그런데 꽤 귀엽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무대다.

최대한 입꼬리를 단속하며 무대를 끝까지 본다.

“으음, 이 무대가 어떻게 당신을 표현한 거죠?”

“제가 제일 자신 있는 걸 했어요. 이게 제 모습이니까요.”

얼굴이 이쁘니까 개소리를 해도 그럭저럭 들어줄 만했다.

하긴 저 얼굴에 저 몸매면 뭘 해도 사람들이 좋아했겠지.

그래서 자신감 넘치게 자신이 잘 하는 걸 한 거고.

뭐, 나쁜 선택은 아니다.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한 무대는 다른 말로는 제일 잘 하는 무대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좋은 무대였습니다. 들어가서 기다려 주세요.”

“네!”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들어가는 참가자.

걸음마다 엉덩이가 흔들리는 게 자꾸 눈이 간다.

행동은 귀여운데 몸에선 색기가 뚝뚝 떨어지네.

넌 내가 이뻐해 줄게.

그다음 참가자는 딱히 특색이 없었다.

노래는 잘 하는데 소름 끼칠 정도로 진짜 잘 한 건 아니었고.

자신을 표현하는 느낌도 없었다.

“으음, 뭘 하신 건가요?”

“가사가 저를 말하는 거 같아서요.”

“아, 그래서 그 노래를 불렀다?”

“네.”

나는 고개만 끄덕이고 다음 참가자를 불렀다.

이건 이쁘지 않아서가 아니다.

너무 뻔한 답이라 마음에 들지 않은 거다.

다음 참가자는 조금 독특했다.

좋게 말해 독특이지 그냥 이상한 거 같기도 하고.

온통 붉은 빛 의상과 장신구로 도배한 여인.

화장도 대부분 붉은 계열이라 캐릭터 하나는 확실했다.

시작되는 음악.

둔탁한 드럼 비트가 울린다.

랩? 힙합 할 거 같은 느낌은 아니었는데.

랩은 수준급이었다.

카디에 귀에 단련된 내게 들어줄 만한 랩만 돼도 꽤 하는 건데.

수준급이란 생각이 들었다는 건 진짜 잘한다는 거지.

가사도 직접 쓴 거 같다.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둔탁한 비트에 풀어낸 여성.

딕션이 꽤 좋고 발성까지 훌륭해 귀에 팍팍 박혔다.

“좋네요.”

“감사합니다.”

“근데 온통 빨갛게 하고 오신 이유는 있나요?”

“아뇨. 그냥 빨간색을 좋아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로 돌려보냈다.

으음, 이러면 조금 고민되는데.

이번 참가자는 내가 원래 생각했던 이쁜 참가자가 아니었으니까.

뭐, 딱히 내 도움 없어도 높이 올라갈 거 같으니까 어지간하면 뽑아야겠다.

“자! 다음.”

너무 잘 한 무대를 봐서 그런가?

다음 무대부터는 다들 고만고만했다.

직접 편곡을 하고 가사를 써온 참가자도 있었지만, 인상적이지 못했고.

노래를 진짜 잘 한 참가자도 있었지만, 외모지상주의를 이겨낼 정도는 아니었다.

“으음,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네요.”

제작진을 보며 말했고, 모두를 내보내기보다는 내가 나가는 게 편할 거 같아 잠시 밖으로 나왔다.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긴다.

일단 떨어질 4명은 선택됐다.

붙을 2명도 결정됐고.

이쁜이 4명 중에서 1명을 떨궈야 한다.

으음, 그냥 랩을 빼?

아니다. 그랬다간 논란 생길 거 같다.

누가 봐도 내가 내준 과제를 제일 잘 한 참가자니까.

처음에 나온 귀여운 참가자도 순위를 매기자면 2등으로 무난히 합격이다.

덜 이쁜이 4명은 솔직히 이쁜이 4명에 비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기에 탈락이다.

그럼 이쁜이 중 한 명은 누굴 떨어트리지.

여기서부턴 내 취향을 반영해야 할 거 같다.

일단 가슴이 죽여주게 커다란 참가자 한 명 살리고.

엉덩이랑 골반이 개쩌는 참가자 한 명 살린다.

남은 두 명 중 한 명은 길쭉하고 마른 체형.

운동을 열심히 한 거 같은 느낌이다. 건강미가 있달까?

다른 한 명은 조금 작고 아담한 타입이다.

그렇다고 귀여운 성향은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뭔가 작고 소중한 느낌이다.

펑퍼짐한 옷을 입어서 몸매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좀 아쉽다.

노출에 좀 보수적인가?

생각해보니 촬영이랑 개인 레슨 내내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은 적이 없네.

몸매에 자신이 없는 건가?

마음이 조금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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