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46화 (346/450)

346.

편한 복장답게 벗는 거도 편하네.

새하얀 줄리의 몸이 살짝 붉게 달아오른다.

그래 녹음 전에 또 힘을 팍팍 주고 시작해 보자.

줄리가 좋아하는 격렬한 섹스를 하며 창문을 살짝 연다.

“밖에서 보면 보일 거 같은데?”

“흣, 흐으응, 조, 좋아! 홀리 쓋!”

노출증보다는 야외 섹스를 좋아하는 줄리지만.

이 정도만 해도 흥분도가 무섭게 올라간다.

창문에 상체를 거의 내민 상태로 걸친 줄리.

뒤에서 폭발적인 속도로 자지를 박는다.

“흐깃, 후우우, 어윽! 허우우.”

“밖에서 들리겠어.”

뭐, 집이 꽤 외진 곳에 있어서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겠지만.

파파라치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른다.

“이 모습이 파파라치한테 찍히면 어쩌지? 후우.”

“홀리! 괜찮아! 흐우우, 그런 생각 말고 더 강하게! 하우.”

“좋았어.”

줄리는 이미 너무 흥분해서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나 보다.

뭐, 마기로 주변 탐색을 마쳤으니 괜찮겠지.

아주 멀리서 찍는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멀리서는 여기 창문이 잘 보이지 않는 구조니까.

그렇게 줄리가 원하는 만큼 절정에 보내 주고 잠시 누웠다.

“하으으, 후우, 허니. 음.”

-츄르릅, 츄릅, 츕.

줄리와 부드러운 키스를 나눴다.

“조금 힘이 돌아왔어?”

다리가 풀린 줄리라 시간이 더 필요했다.

노래는 배에도 힘이 꽤 들어가야 하기에 섹스 후 바로 부르는 건 힘들 수밖에.

“이제 부를 수 있을 거 같아.”

“다행이네.”

꽤 오래 쉬긴 했다.

쉬면서 마기로 줄리의 몸을 보듬기도 했고.

노래가 더 좋아지도록 손을 좀 보기도 했고.

“불러 보자.”

“오케이!”

줄리가 당당한 걸음으로 부스에 들어갔다.

나체로 헤드폰을 끼는 줄리.

꽤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 모습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줄리. 완벽했어.”

“정말?”

나도 줄리가 단번에 녹음을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잘 할 줄 몰랐는데.

줄리는 예전에도 말했다시피 보컬리스트보단 퍼포머에 가까우니까.

“들어봐.”

녹음된 노래를 틀어줬다.

카디의 랩과 리사의 보컬까지 녹음된 가 완성본 버전.

괴물 같은 실력의 두 여인과 함께한 노랜데 줄리가 밀리지 않는다.

물론, 각 잡고 들으면 조금 부족한 느낌은 여전하지만.

무대에서 본다면 확실히 다를 거 같다.

줄리는 무대에서 가장 빛나니까.

“좋다.”

“응. 좋아.”

줄리가 활짝 웃으며 부스를 나와 내게 달려든다.

확! 하고 안긴 줄리.

줄리의 몸을 토닥이며 함께 침대로 가 잠을 청했다.

나도 줄리도 체력을 비축해둬야 내일 촬영을 할 테니까.

아침에 일어나 칭얼대는 줄리의 몸을 안고 뒹굴다가 화장실로 이동했다.

줄리의 유혹을 참아내며 함께 씻고 나왔다.

“치이.”

“여기서 하면 오늘 촬영 못 해.”

“허니. 약해졌네.”

“내가 아니라 줄리 네가 못 한다고.”

씩 웃으며 말했고 줄리가 도발적인 표정을 지었다.

“확인해 볼까?”

“안돼.”

강아지를 달래듯 줄리를 달래고 옷을 입었다.

다 함께 이동해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치고 스튜디오로 이동한다.

“하이! 친구들!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드림 스테이지 본선이 오늘 있다고!”

“하하.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함께 있지 않아.”

가는 길에 카디가 방송을 켰다.

이런 건 줄리가 잘 할 거 같은데.

생각보다 소통을 많이 하는 카디다.

리사와 줄리까지 화면에 등장해 재밌게 진행하는 세 사람.

확실히 같이 다니면 케미가 좋다.

카리스마 넘치는 카디를 줄리가 살살 긁으며 놀리고.

리사가 중재하는 척하면서 카디를 도발한다.

그럼 흥분한 카디가 이런저런 리액션을 보이는데, 그 모습이 꽤 매력적이다.

스튜디오에 거의 도착해서야 끝난 방송.

이번에 나는 출연하지 않았다.

앞에 앉아있기도 했고, 세 사람이 하는 게 재밌으니까.

내가 나왔으면 왜 같이 이동하냐는 말이 나왔을 수도 있고.

뭐, 댈 핑계야 많지만, 굳이 귀찮음을 감수하지 않는 거지.

“후우, 가자.”

“응.”

모두 함께 들어간 스튜디오.

대기실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 바로 심사석에 앉아 쉰다.

우리 대기실이 사라진 이유는 토리스 때문.

토리스의 블라인드 무대를 위해 정체를 꼭꼭 숨겼다.

잠시 보고 올까?

토리스가 있는 대기실로 혼자 이동했다.

“오! 자네 왔나.”

“네. 토리스. 자신 있어요?”

“걱정하지 말게.”

가볍게 웃으며 말하는 토리스.

엄청난 자신감이 보인다.

하긴 토리스면 저런 자신감도 이해가 가긴 한다.

오늘 모든 무대가 끝나고 토리스의 무대는 완전히 가려진 통 안에서 진행된다.

다른 참가자는 무대가 보이지만, 토리스는 오직 노래로만 대결해야 한다.

우리가 참가자 중 우승자를 가리겠지만.

토리스와 참가자의 대결은 시청자 투표로 진행한다.

드림 스테이지의 우승자의 무대와 토리스의 무대가 각각 편집돼 유티비에 올라갈 예정이다.

토리스가 노래했다는 사실은 숨길 거지만, 들어보면 다들 토리스를 떠올리겠지.

그래도 토리스와 비슷한 느낌의 보컬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다.

설마 토리스가 이렇게까지 해서 곡을 얻으려고 하겠어? 따위의 생각을 하겠지.

토리스가 이긴다면 정체를 밝히고 토리스에게 곡을 줄 생각이다.

토리스가 지면 그냥 조용히 묻어둘 예정이고.

으음,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토리스가 질 거 같진 않다.

리어설하면서 다른 참가자들 무대를 봤는데.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또 엄청난 무대를 보여준 건 아니니까.

차라리 토리스가 잘 해서 코안을 자극했으면 좋겠네.

“오셨어요?”

“그래. 피곤하군.”

벌써 도착해 심사석으로 들어온 코안.

코안도 토리스의 존재는 모른다.

나른한 표정으로 무대를 멍하니 보는 코안.

코안까지 왔으니 바로 촬영 시작하면 되겠네.

나는 피디에게 사인을 보냈고 진행자가 무대로 올라왔다.

우리의 소개를 끝내고 특별 심사위원인 코안에 소개가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오늘은 히든 무대가 준비돼 있습니다.”

정체를 숨긴 가수가 참전했다는 내용.

우리 심사위원이 판단하면 형평성 문제가 있을 거 같아서 시청자 선택에 맡긴다는 내용까지.

모든 사항을 진행자가 설명했다.

뭐, 이 정도 말했으면, 시청자들도 상황을 고려해서 잘 판단하겠지.

참가자의 무대가 하나둘 지나갔다.

“으음, 전체적으로 내 기대에 못 미치는군.”

코안의 평이다.

나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코안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명을 꼽았다.

“우승을 한다면 이 친구겠네.”

나와 여자 3인방 모두 동의했다.

두 명이 미리 탈락했고.

여덟 명의 참가자 모두 좋은 무대를 보여줬다.

예선에 비하면 엄청 성장한 무대니까.

아쉬운 점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였다는 점.

뭐, 예상은 했지만 한 명 한 명이 아니라 연달아 무대를 쭉 보니 꽤 지루했다.

편집이 힘들겠네. 뭐, 내가 할 건 아니지만.

“자! 모든 무대가 끝났습니다. 심사위원분들이 우승자를 정한 것 같군요.”

나와 공항에서 만났던 참가자는 아쉽게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좋은 무대를 보여줬지만, 여전히 슬픈 감정보다는 활기찼기에.

으음, 다음에 다른 곡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감상이다.

남성적인 노래라 남자 참가자가 많아서 남자가 우승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모두가 뽑은 우승자는 여성이었다.

동양계 미국인으로 혼혈 여성인데, 무대 소화를 꽤 잘 했다.

동양적인 슬픔을 표현할 줄도 알고.

단지 실력이 조금 부족했을 뿐.

이러면 토리스가 결국 곡을 가져갈 거 같은데.

“자! 그럼 우승자는!”

우승자 발표가 끝나고 우승한 여성이 혼자 무대에 남는다.

“인터뷰는 마지막 무대를 본 이후에 진행하겠습니다. 준비된 히든....”

진행자가 토리스의 무대를 다시 설명하고 조명이 꺼진다.

완전히 가려진 통 안에서 노래하는 토리스.

첫 소절만 듣고도 노래를 좀 듣는 사람은 토리스를 떠올릴 거 같다.

으음, 그래도 안 가렸을 때보다 욕은 덜 먹겠지?

토리스의 노래가 한 소절 한 소절 지나갈 때마다 관객들의 표정이 변한다.

처음엔 누구일지 유추하려던 관객이 많았던 거 같은데.

노래가 중반부에 가니까 모두들 집중해 노래를 듣고 있다.

이러면 진짜 토리스가 이기겠는데?

우승자의 표정이 좋지 않다.

토리스의 무대가 끝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엠씨.

“자! 무대를 봤는데. 그 전에 우승 소감을 들어볼까요?”

“으음, 아직 끝난 게 아니라 기쁘지 않네요.”

“하하. 에스민이 원망스럽겠어요?”

“호호호. 조금 미운 건 사실입니다.”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참가자에게 사과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미안할 일은 맞지.

내가 룰을 갑자기 바꾼 거니까.

뭐, 토리스가 갑자기 난입할 줄, 나라고 알았겠냐고.

“에스민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저도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죠. 모두의 노래를 프로듀싱 할 때 얘기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도....”

대충 아무에게도 안 주느니 다른 가수에게 기회를 줬다.

형평성을 생각해서 내가 아닌 시청자의 결정에 맡겼다.

이런 얘기를 늘어놓았다.

참가자의 무대가 별로였다고 말하는 거지만.

어쩌겠어. 정말 별로였고, 토리스의 무대가 좋았는데.

“으음, 내가 한마디 해도 되겠나?”

“코안? 얼마든지 하셔도 되죠.”

갑자기 마이크를 잡은 코안.

코안은 지금까지도 독설을 뱉어 왔는데 또 무슨 말을 할지 살짝 걱정된다.

“솔직히 방금 히든 무대 빼고 모두가 형편없었네. 이 좋은 곡을 아무에게나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나는 에스민의 결정을 지지하네.”

이건 토리스를 지지하는 거나 다름없는 얘기네.

“나도 에스민에게 곡을 받았네. 에스민의 곡은 특별하다고! 이렇게 허접한 사람이 부르는 건 원치 않는다고!”

아주 신랄한 비평이다.

무대에 있던 여성 참가자의 표정이 구겨졌다.

“으음, 코안.”

“후우, 이렇게 돼버렸군. 내가 참지를 못했어.”

“아, 아닙니다.”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겠지.”

내가 말리듯 한마디 하자 흥분을 가라앉힌 코안이 말을 이었다.

“내가 보여주지. 에스민의 곡이 얼마나 위대한지. 얼마 안 가 곡을 내겠네.”

어라? 이게 이렇게 풀린다고?

원래 예상은 참가자들이 엄청 좋은 무대를 보여주고 코안이 거기에 자극받아 노래하고 싶어지는 그림이었다.

참가자들이 기대에 못 미쳐서 그냥 포기했는데 코안이 오히려 그 모습에 자극받을 줄 몰랐다.

“으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도 오늘 모든 무대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이 자리에서 히든 싱어의 정체를 공개하고 곡을 줄까도 생각해봤지만.

그건 진짜 욕을 많이 먹을 거 같아서 참았다.

“그래도 마지막은 정해둔 룰대로 가겠습니다. 시청자 투표로 곡의 주인을 정할게요.”

조금 애매해졌다.

우리가 아무 말 없이 끝냈다면 거의 100% 토리스가 곡을 받았을 거 같다.

그런데 코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토리스를 지지하는 의견을 내버렸다.

인간은 이상하게도 약자를 응원하게 된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우승한 참가자가 혹평을 받으며 약자의 위치로 올랐다.

실력만 보자면 히든 무대의 토리스가 더 대단했겠지만.

사람 마음이 꼭 실력 때문에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

촬영을 마치고 코안과 인사를 나눈다.

“으음, 내가 너무 흥분해서 결국 이렇게 됐군.”

“저한텐 좋은 일이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되었네. 아까운 곡 엄한 사람 주지 말고 잘 해보게.”

“감사해요.”

코안을 배웅하고 세 여인과 차로 돌아왔다.

영상은 3일 내로 편집돼 올라갈 테니 그때 반응을 보면 되겠지.

“뭐 하고 있어?”

열심히 폰을 보는 아인.

“반응 검색.”

“무슨 반응?”

“관객들이 뭐라도 말하지 않겠어?”

“아직 그러기엔 너무 이르지 않아?”

아인이 폰을 내게 보여준다.

SNS를 통해 하나둘씩 본선 무대 감상이 올라온다.

어차피 우승자가 누군지 알려졌어도 히든 싱어와 대결이 남았기에 따로 비밀을 지킬 필요는 없다.

뭐, 조회수에 목멜 필요가 없으니 딱히 궁금증을 자극할 생각도 없고.

대부분 반응이 지루했는데 나중에 꿀잼이었단 평이다.

하긴 나도 토리스 무대 전까진 엄청 지루했으니까.

“집에 가자.”

“그래.”

미국인 3인방도 꽤 지쳤고 나도 꽤 지쳐서 쉬고 싶었다.

집에 도착해 씻고 나와 모두와 함께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서로의 몸을 살짝살짝 만진다.

줄리와 리사의 가슴을 쥐었다가 카디의 엉덩이를 토닥이고 멜스의 몸을 쓰다듬는다.

아인은 혼자 방에서 뭘 한다고 나오지 않았다.

“으음, 어떻게 될 거 같아?”

“진짜 모르겠어. 원래라면 토리스가 가져갈 거 같았는데.”

아직 유티비에 영상이 올라오지도 않았으니까.

“으음, 정체가 탄로 난 거 같은데?”

“응?”

갑자기 아인이 방에서 나와 기사를 하나 보여준다.

“와. 들켜버렸네.”

기사에는 스튜디오를 나서는 토리스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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