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45화 (345/450)

345.

-그래. 생각을 좀 해봤나?

“네. 제안을 하나 드릴게요.”

-환영이라네.

줄리가 낸 의견은 특별한 게 없었다.

바로 블라인드 테스트.

토리스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토리스가 드림 스테이지 곡을 부른다.

본선 무대에서 모든 게 가려진 채 무대를 한다.

우선 드림 스테이지 우승자를 뽑고,

그 우승자와 토리스의 무대를 유티비에서 투표에 부친다.

토리스가 압도적으로 이기면 토리스의 곡이 되는 거고.

비슷한 표가 나온다면 참가자에게 곡을 준다.

아니, 신인 가수가 천하의 토리스와 비슷한 점수를 받았으면 그 친구 밀어줘야지.

“어떠신가요?”

-으음, 좋네. 하겠네.

“그럼 2일 뒤 무대에서 뵙죠.”

-후우, 떨리는군.

나는 토리스가 자존심 상해서 기분 나빠할 줄 알았는데.

또 그게 아닌 거 같다.

내가 느끼기에 토리스는 긴장감과 기대감을 품은 목소리다.

살짝 흥분한 거도 같고.

나쁜 의미의 흥분이 아니라. 정말 원하는 일이 다가오기 전의 흥분이다.

뭐, 당연히 자기가 이긴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가?

뭐, 그건 당일이 되면 알겠지.

드림 스테이지 본선 하루 전 오늘도 스케쥴이 있다.

바로 프로젝트 S.

오디션 프로를 두 개 동시에 하니까 뭔가 어질어질하다.

참가자가 헷갈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도 여기 참가자들에게는 내가 책임감을 훨씬 덜 느끼고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나중에 내가 곡을 주긴 하겠지만.

제작진이 말하기론 내 곡은 한 곡만 쓴다고 했다.

그때까진 이미 나와 있는 곡으로 경연하겠지.

“아으으, 요즘 너무 피곤하다.”

“호호. 요즘엔 바쁘긴 해.”

“으으. 이렇게 바쁘게 일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인이 피식 웃는다.

그래. 내가 사서 고생하는 느낌인 거 나도 잘 안다.

솔직히 드림 스테이지나, 프로젝트 S나 토리스의 일이나.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

일을 내가 만들었지 뭐.

“나 좀 잘게.”

“거의 다 왔는데.”

“쩝.”

입맛을 다시며 차에서 내린다.

정말 5분도 안 돼서 다 왔네.

헤어, 메이크업을 끝내고 다시 차에 탄다.

“머리 망가지지 않게 잘 수 있을까?”

“헤헤. 그냥 일어나서 가. 여기 허벅지 내줄게.”

내가 바빠서 예민해지니까 아인이가 너그러워진다.

평소 잘 내주는 허벅지지만, 보통 내가 조르고 아인이 마지못해 만지게 해주는 느낌인데.

본인이 먼저 허벅다리를 내준다니.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그럼 사양치 않고.”

“하으, 우, 운전에 방해되는 건 안 돼! 위험해.”

“알지 알지.”

씩 웃으며 아인의 다리를 떡 주무르듯 했다.

살짝 깊은 곳을 닿을 듯 말 듯 자극하긴 했지만.

정말로 운전에 방해될 정도로 들어가진 않았다.

나도 위험한 건 싫어서.

“후우, 도착했어. 하으.”

“음, 주변 화장실에서 한 판 할까?”

나도 아인도 엄청 흥분했다.

“시간이 많이 없어.”

“후딱 끝내면 되지.”

“으응, 안 돼. 이따 집에서 하자.”

“치이.”

이럴 때 보면 아이이가 정말 철벽녀라니까.

공과 사가 확실하다.

뭐, 그래서 내가 믿고 의지하는 거도 있지만.

“알겠어. 그럼 입으로 한 발 빼줘. 이러고 어떻게 들어가.”

“으휴, 진짜.”

잔뜩 발기한 자지를 보이며 아인에게 말했고, 아인은 벨트를 풀고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쥬븝, 쥽, 쥬릅.

능숙한 펠라치오.

불편한 자세로 이 정도의 자극을 주다니 아인도 참 대단한 거 같다.

“어우, 싼다.”

-어옥, 옵.

-뷰르릇!

“꿀꺽! 커흑, 콜록, 하으, 됐지? 잘 하고 와.”

아인의 고개를 눌러 사정한 뒤 아인이 정액을 먹는 걸 지켜본다.

정액을 먹은 아인이 씽긋 웃으며 잘 다녀오라는 말을 했고,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아인의 볼을 살살 매만지고 차에서 내렸다.

“하이!”

“안녕!”

가는 길에 신디와 마주쳤다.

“차에 꽤 오래 있던데 뭐 했어?”

“음악 작업.”

“오오! 역시.”

내게 섹스는 음악 작업이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너는 어쩌다 지금 온 거야?”

“후후, 비밀.”

“뭐, 됐다.”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꽤 매력적인 이성이긴 하지만, 내 눈에 들 정도는 아니니까.

건드릴 생각이 없으니 빠르게 친해진 거 같기도 하고.

건드릴 생각이 없으니 더 친해지진 않는 거 같다.

“흐음, 오늘 미션을 뭘까?”

“뭐, 그거겠지.”

“그거?”

얘는 정말 예상하지 못해서 묻는 건가?

너무 맹한 표정이라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뭐, 모르면 됐어. 이따가 들으면 되겠지.”

“들은 얘기라도 있어? 확신하는 느낌인데? 그러지 말고 나도 알려줘.”

“아냐. 그냥 개인적인 추론이야. 보통 이런 프로그램에선 그걸 하니까.”

“그래서 그게 뭔데?”

씩 웃으며 신디와 헤어졌다.

“으휴, 진짜 능구렁이라니까.”

“하하. 이따 봐.”

대기실에 도착하니 우리팀 멤버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안녕. 연습은 잘 했으려나 몰라?”

“안녕!”

팀원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개인 면담하면서 꽤 친해지기도 했고, 음악적으로 내가 많은 조언을 해서 그런지 분위기도 다들 날 믿고 의지하는 느낌이다.

조금 더 날 믿어라. 다들.

그 믿는 도끼로 찍어줄게.

아니, 찍는 게 아니라 박는 거겠지만.

“후우, 슬슬 이동할 시간이다. 가자.”

“옛썰!”

즐거운 분위기에서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다른 팀들도 하나둘 스튜디오에 모인다.

으음,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

우리 팀은 상대적으로 즐겁지만 조금 무거운 진지한 분위기다.

내가 조금 무거운 포지션에 있어서 그런 것도 같고.

반면의 신디네 팀은 아주 파티하는 분위기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난리였다.

가장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벨의 팀은 뭔가 사단장 앞에 있는 일병들 느낌인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존의 팀이 가장 우리 팀과 비슷했는데.

우리는 날 기준으로 모여서 다정하게 얘기하는 느낌이라면.

존의 팀은 존을 빼고 자기네끼리 조용조용하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다.

팀의 리더이자 프로듀서가 팀원들이랑 조금 낯가리는 느낌.

존이랑 어울리는 분위기이긴 한데 조금 묘하네.

“흠흠, 여러분 안녕하세요.”

진행자가 나와 인사를 한다.

아직 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아니기에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듯했다.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진행자의 분위기가 변한다.

가벼운 농담을 하는 동네 형 느낌에서 갑자기 텐션이 올라갔다.

프로는 프로네.

카메라 도니까 사람이 확 변하는구나.

“자! 여러분 다음 미션이 엄청 궁금하시죠?”

“네에!”

진행자가 무게를 잡는다.

“다음 미션은 프로젝트 S에서 가장 많은 참가자가 탈락할 미션입니다.”

“우우우.”

“제가 정한 건 아니니 제게 야유는 좀 참아 주세요.”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가는 진행자.

“다음 미션은 바로!”

-투둥!

조명이 변하고 화면이 나타난다.

내 예상대로 나타난 화면엔 팀 내 정예 뽑기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예상한 만큼 우리 팀의 반응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른 팀을 볼까?

완전히 충격을 받아 엄청난 반응을 보이는 신디네 팀.

순진한 사람들이 저기에 많이 모인 거 같다.

벨네 팀은 확실히 군기가 잡힌 느낌이라 놀라긴 한 거 같은데 별 반응이 없다.

벨도 노련한 사람이니까 예상했을 거 같기도 하네.

존의 팀은 꽤 의외였다.

다들 사람 좋아 보이던 모습으로 대화했었는데 갑자기 견제하는 기류가 흐른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표정들.

으음, 저게 제일 일반적인 반응이려나?

“많이들 놀라셨나요? 바로 이번 미션은 팀 내 대결입니다. 지금 있는 팀원은 너무 많아요. 팀원을 절반으로 줄일 겁니다.”

여러 명이 동요하긴 했지만, 소란은 없었다.

다들 받아드리고 무대를 준비하는 모습.

“자! 판은 저희가 깔아드리지만, 결정은 모두 프로듀서의 재량입니다. 무대의 내용부터 탈락자 선택까지! 모두 프로듀서의 결정에 따를 겁니다. 그럼 팀별로 이동해 주세요.”

따로 준비된 공간이 있었다.

다른 팀은 어떻게 할지 궁금한데, 이걸 안 알려주네.

공간을 이동하니 제작진이 붙었다.

“예상하신 거 같은 얼굴이던데. 안 놀라셨나 봐요?”

“네. 전 예상했거든요. 팀원들에게도 말해뒀구요.”

“아! 그래서 반응이 없었구나. 그럼 이번 미션도 준비가 돼 있으셨겠어요?”

“그 정도로 예상은 못 했어요. 단지 우리 팀끼리 싸워서 몇 명 떨어지지 않을까? 정도였죠.”

인터뷰 형식의 질답이 끝나고 팀원들 앞에서 제작진이 묻는다.

“미션은 주제를 정해서 무대를 보고 프로듀서님이 탈락자를 정하는 겁니다.”

“이 중에서 5명만 남기라는 거죠?”

“네. 더도, 덜도 안 됩니다. 총괄 피디님이 말씀하시길 한 명을 더 떨어트린다거나 더 붙이려고 하면 전원 탈락시켜도 된다고 하셨어요.”

이건 미국식 겁주기네.

미국 프로그램은 이런 얘기가 꽤 많더라고.

아직 우리나라보다 권위가 먹히는 사회니까.

“알겠습니다.”

“자! 그럼 미션의 주제는 어떻게 정하셨습니까?”

주제를 정해서 무대를 시키고 탈락을 결정한다라.

순위를 매겨서 딱 5위까지 살려라. 이런 말이네.

“제가 여러분께 내드릴 숙제는.”

잠깐 뜸을 들인다.

“나를 가장 잘 표현한 무대입니다.”

“나를 가장 잘 표현한 무대요?”

“네. 무대에서 본인을 표현해주세요.”

이건 아직 참가자들에게 말한 적 없었던 미션이기에 당황한 표정이 조금 보인다.

뭐, 나도 방금 생각해낸 미션이니 미리 알 수가 없었겠지.

과연 이들이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으음, 어차피 외모로 순서 나눌 거 같아서 내가 무서운데.

못생긴 친구들이 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그냥 이쁜 애들로 끌고 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아니 왜 하필 외모가 정말 딱 보이게 5:5로 나뉜 걸까?

다섯은 이쁘고 다섯은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한 얼굴이다.

이 중에서 다섯을 살려야 한다.

사실 답이 나와 있는 거 아닐까?

“자! 여러분 준비 시간은 단 일주일입니다. 일주일 후에 뵙죠.”

지금부터는 프로듀서의 간섭이 불가하다고 한다.

일주일간은 오로지 참가자 본인이 모든 걸 준비해야 한다.

으음, 나야 일이 줄어서 고맙긴 한데.

이번 미션 지나면 꽤 바빠지겠지?

일주일의 시간을 벌었다.

“후우, 촬영 내용은 별로 없었던 거 같은데 시간이 꽤 지났네.”

“어땠어?”

아인과 함께 차에 타 집으로 가는 길.

요즘 마땅한 대화 상대가 없어서 그런지 아인이 내게 말을 거는 횟수가 엄청 늘었다.

하긴 다들 바쁘기도 하겠다.

한국에 잠시 보낼까? 미국 비서를 한 명 구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일단 내일 스케쥴까지 끝내고 생각하자.

내일은 드디어 드림 스테이지 본선이 있으니까.

“후우, 너무 바쁜 나날이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바빠.”

“아무래도 미국에선 내 위치가 더 낮으니까.”

한국에선 전국민적인 관심과 함께 배려를 받는 부분이 꽤 있다.

그 덕분에 많은 일이 편하게 굴러가고 내가 덜 바빠진다.

반면의 미국은 그렇지 않아 내가 해야 할 일이 조금 늘어난다.

뭐, 그거 때문에 바쁜 건 아니지만.

확실히 같은 일을 해도 한국이 편하다.

프로젝트 S가 끝나고 드림 스테이지도 3편까지 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지.

미국에서 활동을 계속 이어가는 거도 꽤 좋은 선택지지만.

중국과 한국에서 벌여둔 일이 많아 미국에만 있을 순 없다.

더불어 땡중의 세력은 한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와 대적하기 위해선 나도 한국에서 계속 활동할 필요가 있고.

시작은 지인이의 복귀겠네.

촬영한 영화는 후속 작업 중이겠지.

그 전에 지인이가 복귀해 인기를 높이면 자연스럽게 영화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허니!”

집에 도착하니 줄리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녹음해야지.”

“오늘? 내일 피곤하지 않겠어?”

“허니와 보내는 시간은 피곤하지 않아.”

줄리가 이쁜 소리를 하네.

-츕, 츄릅.

가볍게 줄리와 키스하고 함께 작업실로 향한다.

오늘 줄리의 녹음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며칠 후에는 미국인 3인방의 노래가 나오겠네.

이번 드림 스테이지 편집 영상이 모두 올라가고 누군가가 내 곡을 받아서 활동할 텐데.

그 시기에 3인방의 곡이 나오면 내 곡끼리 경쟁하는 느낌이 들 거 같다.

스케쥴을 조금 조정할까?

아니다. 카디와 줄리, 리사를 놀게 둘 수도 없으니 그냥 내는 게 좋겠다.

개별 활동시킬 때도 내 곡끼리 경쟁했는데 뭐.

아직도 차트에선 세 사람의 곡과 한나의 곡까지 포함해 총 4곡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뭐, 최근엔 토리스의 곡이 1등을 차지했지만.

“자! 녹음 시작해 볼까?”

“후후. 허니. 녹음 전에 악기 좀 다시 손봐줄래?”

“하하. 당연히 그래야지.”

줄리가 편하게 입고 있던 옷을 떨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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