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34화 (334/450)

334.

“생각보다 훨씬 쿨한 친구였구만.”

“하하. 감사합니다.”

좋은 분위기에 악수했다.

“어떻게 이런 곡을 쓸 수 있었는지 궁금하네.”

“으음, 그걸 설명하긴 어렵네요.”

“하하. 그 마음 잘 알지.”

토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씽긋 웃는다.

와! 이 아저씨 진짜 잘 생기긴 했다.

남자인 나도 살짝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잘생긴 얼굴.

아인이 안에 있었다면 오줌이라도 지렸겠다.

젊은 시절에는 진짜 날렸겠다.

“자네의 곡을 받고 자네를 조금 조사해봤네.”

“저를요?”

“아! 걱정하지 말게 다른 수를 쓴 건 아니고 인터넷 검색 정도만 한 거니까.”

“괜찮습니다.”

음, 무슨 얘기를 꺼내려고 갑자기 무게를 잡는 거지?

“나와 비슷한 삶을 산 거 같아서 놀랐다네.”

“아! 네. 하하.”

으음, 외모가 달라서 비슷하지 않습니다만?

“그래서 이런 곡이 나왔나 싶었지.”

“그럴 수도 있겠네요.”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좋게 넘어가자.

그렇게 한 시간 정도 토리스와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그럼 일정이 잡히는 대로 알려주겠네.”

“네. 감사합니다.”

내게 너무 호의적이라 따로 협상할 거리가 없었다.

토리스가 내민 계약서를 읽고 너무 좋은 조건이라 그대로 사인했다.

게다가 다음 드림 스테이지에 심사위원으로 나와 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았다.

한나 다음으로 특별 심사위원으로 누굴 초대할지 고민이었는데.

토리스면 뭐 끝났지.

밖으로 나오니 뚱한 표정의 아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하. 정비서 표정이 왜 그래.”

“아냐, 가자.”

“이거 질투 나려고 하네?”

“그런 거 아니야.”

아인이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귀엽긴.

“드림 스테이지 다음 특별 심사위원으로 나와 주시기로 했으니까 그때 지겹게 봐.”

“정말?”

“와! 나 진짜 질투 나네?”

“아니, 너랑은 느낌이 다르잖아.”

무슨 느낌?

눈을 흘겨 떠 아인을 바라봤다.

“이건 팬심이야. 너랑은 그.”

“그?”

“사, 사랑이고.”

수줍게 말하는 아인.

귀여워서 봐준다.

그래도 오늘 힐링 섹스는 없다.

아주 질질 짜게 만들어 줘야지.

“으음, 지금 눈빛 좀 무서운데?”

“응? 아니야. 가자. 다음 스케쥴 가야지.”

“아! 그래.”

다음 미팅이 하나 더 있다.

내각 곡을 준 가수는 둘이지만.

두 번째 가수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긴 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다.

하긴, 결정하기 조금 힘들 수 있겠네.

뭐, 그건 조금 더 기다리고.

오늘 스케쥴은 방송국 미팅이다.

저번에 제안받았던 미국 지상파의 새 프로그램 미팅.

회사와 의논해본 결과 무조건 참여하는 게 이득이란 판단이다.

방송국에 도착해 로비에서 잠시 기다린다.

잠시 후 나온 피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참여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스몰 토크가 지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금부터는 촬영을 겸해서 방송에 나갈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 때문에 살짝 메이크업도 했다.

샾까지 가진 않았지만, 집에서 리사와 줄리의 손을 거쳤다.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모습.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 유티비에서 드림 스테이지를 하는 건 알고 계시죠? 저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미리 질문지를 받진 않았지만, 예상 질문과 답변을 조금 준비하긴 했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꽤 많았던 만큼 딱히 예상외의 질문은 없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임하는 각오 한 마디 해주시겠습니까?”

“으음. 자신이 없네요.”

“아! 역시 동양인의 겸손이라는 건가요?”

“아뇨. 우승 못 할 자신이 없다구요.”

피디가 웃음을 보였다.

“하하하. 이거 대단하네요. 행운을 빌죠.”

“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인터뷰 촬영이 끝나고 카메라가 꺼졌다.

“그럼 프로그램에 관해서....”

지금부터는 오프더레코드.

뭐 중요한 얘기는 아니고 어떻게 진행되고 뭘 준비해야 하는지 얘기하는 자리다.

4명의 심사위원이 있고 참가자가 나와 노래를 부른다.

각자 원하는 참가자에게 러브콜을 보낼 수 있고.

여러 명이 러브콜을 보내면 참가자가 원하는 프로듀서를 고른다.

프로듀서와 뽑은 참가자가 팀이 되어 토너먼트 형식으로 노래를 겨룬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참가자가 우승.

익숙한 룰이다.

참가자를 잘 뽑는 게 중요하겠네.

뭐, 내 곡만 가지고 경연하는 게 아니라 조금 불안하긴 한데.

그래도 자신은 있다.

내 손을 거쳐 마기가 스며든 가수가 질 거라고 생각되진 않으니까.

“후우, 가자.”

“응. 바로 집으로 가면 되지?”

“응.”

오늘 스케쥴은 끝이다.

이제 슬슬 드림 스테이지 다음 편도 준비를 해야겠지.

아직 곡을 공개하지 않았다.

쓴 곡이 있긴 한데 조금 불안해서.

전에 말한 적 있겠지만 미국에서 드림 스테이지는 실험적인 곡이 아니라 대중적인 곡으로 하고 있다.

근데 이번에 쓰인 곡이 조금 실험적이다.

아주 음울한 느낌의 곡.

여러 명이 한 곡으로 경연하는 드림 스테이지 특성상.

음울한 곡을 여러 번 들어야 하는데.

나는 괜찮다고 해도 시청자들도 괜찮아할지 모르겠다.

곡은 진짜 좋은데.

“흐음.”

“왜?”

“다음 곡 때문에.”

“아! 그때 그 침침한 노래?”

아인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괜찮은 거 같던데.”

“그래?”

“응. 열 번 정도 들어도 딱히 나쁘지 않았어.”

“곡이 좋긴 하지.”

그리고 리사가 불렀던 거기도 하니까.

리사가 그 곡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어떻게 잘 가지고 있다.

미국인 3인방이 함께 프로젝트 그룹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곡을 안 줬다.

그리고 리사는 그런 곡이랑 어울리지 않으니까.

뭐, 누구나 음울한 사연 하나쯤은 있겠지만.

리사처럼 유복하게 자란 사람의 음울함과 처절하게 살아온 사람의 음울함은 다르다.

“리사가 불러서 괜찮았을 수도 있겠네.”

생각해 보니까 그랬다.

리사는 그 음울함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으니까.

으음, 전국에서 우울한 사람들 다 모이는 거 아니야?

그냥 다른 곡으로 할까?

조금 시간이 있으니 더 고민해보자.

“하으으, 오늘 손이 좀 거칠다?”

“질투가 나서 그런가?”

집에 도착해 잔뜩 흥분한 아인이 내게 말했다.

“방으로 같이 갈까?”

수줍게 끄덕이는 아인.

넌 죽었다.

“흣, 흐하앙, 아흑, 그, 그마아아안.”

-뷰르릇! 뷰릇.

“흑, 흐윽, 개, 개새끼. 나쁜 놈아.”

“하하하.”

그러게 누가 질투 나게 하래?

“아? 또? 또? 아, 안데에. 이끅. 그, 그만.”

오늘은 울어도 봐주지 않는다.

아인이도 살짝 약아서 요즘엔 멈추고 싶으면 그냥 울어버리는 거 같기도 하고?

전에 비하면 체력이 훨씬 남았는데 울어 버리잖아.

“흐으응, 개새끼! 그, 그만해. 씨발놈아!”

어우, 입 한 번 걸걸해졌네.

“응, 그만둘 생각 없어. 후우, 버텨. 견뎌. 참아.”

“흣, 흐갸하아아아아아아아앙!”

밤이 깊어진 시간 결국 아인은 대성통곡을 했다.

“흐어어어어엉, 나쁜 놈. 진짜 나빴어.”

“귀엽긴.”

“흐잉! 만지지 마!”

앙탈 부리는 아인을 부드럽게 안았다.

“그래도 내가 제일 좋지?”

“나쁜 새끼.”

읊조리는 아인.

오! 이번 건 조금 무서웠다.

“하하. 알겠어. 다음엔 부드럽게 해줄게.”

“지, 징짜아?”

울먹이며 말하는 아인.

아휴, 왜 이렇게 귀엽냐.

아인을 꼭 안아줬다.

-지이잉. 지이잉.

이 시간에 누구지?

폰 진동에 잠에서 깼다.

“네.”

“헤이! 프로듀서! 좋은 소식이야.”

“그래?”

카디네 회사 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앨리스가 약속을 잡았어.”

“오! 그래? 언젠데?”

“오늘!”

“오늘?”

뭐, 오늘 따로 스케쥴은 없었지?

“몇 시?”

“점심에 보자고 하던데?”

“그래? 알겠어.”

뭐, 나는 알고만 있으면 된다.

아인이 알아서 할 테니까.

“흐으음.”

“깼어?”

“으응.”

“오늘 앨리스가 약속을 잡았대.”

아인이 눈을 확 뜬다.

“정말? 대박이네.”

“그러게. 여긴 좀 힘들 줄 알았는데.”

앨리스는 사람 이름은 아니고 밴드다.

남녀 혼성 5인조 밴드.

드럼과 베이스, 기타 둘과 키보드가 있는 록밴드다.

하드코어한 락을 주로 하지만 대중적인 곡도 꽤 많아 미국에서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는 밴드.

밴드의 특성상 본인들의 곡은 본인들이 프로듀싱 한다.

음악적 자존심도 만만치 않고.

내 곡을 받았을 때 긍정적인 답변을 했지만,

약속을 잡는 데까지 오래 걸린 건 그 때문이겠지.

기억하기로 키보드와 기타가 여자고.

드럼과 베이스가 남자다.

보컬과 서브 기타를 같이 하는 그룹 리더도 남자고.

보통은 드럼이나 베이스가 리더를 하는데.

여긴 조금 특이한 느낌이긴 하다.

뭐, 그의 프로듀싱 능력이면 얘기가 다르긴 하지만.

천재적인 프로듀서 코안 베일.

노래도 노래지만 그의 프로듀싱 능력은 진짜다.

자신의 프로듀싱을 감당할 가수가 없어서 직접 노래하기 시작했다는 유명한 이야기.

밴드도 자신을 위해 반주해줄 사람을 구한 거라고 했지.

앨리스는 부부 밴드나 다름없다.

드럼 치는 아저씨 빼고 둘둘이 커플이다.

베이스와 기타가 부부고, 코안과 키보드를 치는 여성이 부부다.

이들에게 곡을 주게 된 건 내가 밴드 음악을 해보고 싶어서.

나도 나름 많은 베리에이션의 곡을 만들긴 했는데.

본격적인 밴드 음악은 해본 적 없는 거 같더라고.

그래서 아예 하드코어 락 노래를 하나 만들어봤다.

재미 삼아 만든 곡인데 이게 아주 잘 뽑혔다.

그래서 누굴 줄지 엄청 고민하던 와중에 앨리스가 떠올랐다.

코안의 느낌과는 완전 다른 곡이지만.

이 곡을 코안이 부른다면 정말 멋질 거 같다는 느낌이 빡! 들었고 그렇게 접촉을 시도했다.

“후우, 슬슬 갈까?”

“그래.”

오늘 약속이 잡혔는데 약속 장소가 꽤 멀다.

아인과 급하게 준비해 나와 공항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카디네 회사에서 경비행기를 한 대 준비해 줬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 하루 자고 돌아올 생각.

오늘 밤에도 아인과 둘이 보내겠네?

“지금 눈빛 뭐야?”

“오늘 밤에 기대해.”

“으응.”

수줍어하는 아인이 귀여워 살짝 끌어안았다.

“누,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 정도 스킨십은 인사라고.”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 차를 타고 조금 이동했다.

회사가 케어해 주니까 확실히 편하긴 하네.

공항에 내리자마자 차도 준비돼 있고.

“여긴데?”

“그래? 생각보다 조용하네.”

도착한 곳은 피자가게.

앨리스는 세계 최고의 밴드 중의 하나지만.

공연 스케쥴이 적은 거로도 유명하다.

약간 취미 밴드나 다름없는 모습.

그중 드럼을 치는 아저씨가 운영하는 피자가게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생업이 있다.

아니, 밴드 활동으로 돈을 쓸어 담는데 왜 다른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뭐, 다들 각자의 꿈이 있는 거니까.

드럼 치는 아저씨는 딱 봐도 피자 좋아하게 생기긴 했다.

그래서 본인이 먹고 싶은 피자를 만든다나 뭐라나.

여기 피자 가격이 괴랄한 걸로 유명하니까.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는 덕에 맛이나 양은 극찬을 받지만.

그에 어울리는 가격으로 장사가 잘 되는 거 같진 않다.

오늘은 쉰다는 푯말이 걸려 있네.

-똑똑!

“네. 들어오세요.”

가게 문을 연다.

잠겨 있지는 않았구나.

아인은 무섭다며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고 혼자 가게로 들어왔다.

후덕한 인상의 아저씨가 반갑게 내게 다가왔다.

“오우! 뉴 지니어스!”

“하하. 감사합니다.”

아직 아무도 없네.

“다른 애들은 조금 기다리면 올 거야. 피자 한 조각 먹을래?”

“네. 피자 좋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자라 맛이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구경해도 돼요?”

“얼마든지.”

뚱뚱한 몸을 움직여 주방으로 향하는 아저씨.

이름이 뭐였더라?

코안 말고는 이름을 보긴 했는데 다 까먹은 거 같다.

뭐, 코안만 알면 됐지.

드럼 치는 아저씨는 몸무게가 180kg에 달한다.

키가 아니라 몸무게가 180이라니 대단하긴 하네.

팬들이 건강을 걱정했지만, 곤조 있는 록 밴드답게 계속 살을 찌우는 중이다.

저 아저씨도 40은 넘었을 텐데 슬슬 진짜 위험하지 않나?

키는 180이 안 되는 거 같은데.

“뭘 좋아하나?”

“뭐든 잘 먹습니다.”

“오! 그럼 스페셜로 가지.”

딱히 메뉴가 없는 피자가게.

무슨 오마카세처럼 그날그날 좋은 식재료가 들어오면 그거로 피자를 만든다고 한다.

“오늘은 랍스타와 소고기가 좋아.”

“와우.”

초호화 스테이크가 완성될 쯔음 가게의 문이 열렸다.

“돼지야! 뭐하냐!”

“오! 왔어?”

베이스 치는 아저씨와 그의 아내가 함께 들어왔다.

“오! 먼저 와 있었구만.”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호호.”

인사를 나누니 코안과 부인이 함께 도착해 걸어오는 게 보였다.

“다 모였네.”

“이 지랄 맞은 피자는 여전하네.”

피자가 나오니 베이스 치는 아저씨가 걸걸하게 말한다.

방송에 나오는 성격이 컨셉이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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