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30화 (330/450)

330.

“아! 슬슬 방송 꺼야겠다. 곧 도착해서.”

“모두 영상 봐 줄 거지?”

“한나 마무리 인사해 줄래요?”

한나가 가볍게 미소지으며 입을 연다.

“내가 나오는데 안 볼 거 아니지? 영상에서 만나.”

“오우! 다들 잘 들었지? 꼭 보라고! 그럼 나중에 다시 켤게.”

뭔가 편한 분위기에서 소통이 끝나고 카메라가 꺼졌다.

“덕분에 재밌게 왔네.”

“헤헤. 차 안에서 좀 지루한 거 같아서.”

“잘 했어.”

내리기 전에 카디의 엉덩이를 살살 토닥여줬다.

기분 좋게 웃으며 엉덩이를 흔드는 카디.

아휴, 또 이렇게 갑자기 귀여워지니까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가자.”

“네.”

한나의 말에 모두 함께 공연장으로 입장한다.

준비된 대기실.

우리는 참가자 프로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사람이 제일 기대되긴 한다.”

“그래? 나는 이 사람. 허니는 어때?”

“으음, 이 친구 좀 치던데.”

내 말에 세 여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겨우 붙은 사람이잖아?”

“응. 그다지 인상 깊진 않았는데.”

“허허. 우리 작곡가님이 또 특별한 걸 발견했나 보구나.”

우리의 대화를 듣던 한나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 이 대화가 시작된 이유가 한나가 참가자들에 관해서 대충 알려달라는 얘기를 꺼냈기 때문.

음악에 엄청 깐깐한 한나니까 우리 의견에 흔들리는 일은 없을 거 같긴 한데.

내가 너무 이렇게 말해두면 영향을 받으려나?

내가 이 참가자를 기대된다고 찍은 이유는 단순히 이뻤기 때문이다.

새하얀 백옥같은 피부에 핑크빛 입술. 입술에 잘 어울리는 핑크빛으로 발그레한 볼.

몸매를 잘 보여주는 옷이 아니라 몸매를 확실히 보진 못했지만, 꽤 잘 빠진 몸일 거 같은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귀염상인데 색기가 흐르는 귀염상이다.

이런 얼굴은 유니크하지.

귀여움과 섹시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긴 힘드니까.

얼굴이 섹시한데 성격이 귀엽다거나 한 사람을 꽤 봤다.

하지만! 얼굴만 보고 섹시함과 귀여움을 다 느끼는 외모는 거의 없는 거 같다.

얼굴은 귀여운데 몸매가 섹시한 사람은 꽤 봤지만.

이 친구 얼굴은 정말 귀여움과 섹시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귀여웠던 친구들이 나와 오래 관계하면서 자연스럽게 색기가 얼굴에 배어든 경우는 있지만.

그런 아이들에겐 얼굴만 보고 섹시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분위기나 행동에 색기가 감도는 거니까.

내가 마지막에 이 친구를 붙였던 이유도 외모가 한몫하긴 했지.

금발 벽안에 새하얀 피부.

섹시하고 귀여우면서 뭔가 신비로운 느낌까지 있는 참가자다.

으음, 그렇다고 우승시켜줄 수는 없지만.

한나가 보고 있는데 내 맘대로 우승자를 정하긴 힘들 거 같으니까.

“슬슬 올라갈 시간이에요.”

“그렇구나.”

스태프의 사인을 받고 무대로 이동한다.

관객을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참가자의 가족, 지인들과 참가 신청을 하여 당첨된 일부의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

물론, 그 중에선 언론사도 꽤 있고.

“레이디엔 젠틀맨!”

사회자가 고루한 멘트로 쇼 진행을 알린다.

“참가자의 순서는 전적으로 제 손에 달렸습니다.”

뭐, 그것도 운으로 뽑는 거긴 하지만.

참가 순서는 사회자가 공을 뽑는 형식이다.

그럼 공에 번호가 적혀있고 그 번호의 참가자가 나오는 간단한 룰.

계속 같은 곡으로 공연을 해서 조금 지루한 거 같아서 새로운 룰도 만들었다.

바로 토너먼트 방식.

한국의 한 음악 예능을 살짝 가져왔다.

무대가 끝나고 바로바로 투표해서 한 명은 떨어지고 한 명은 남는다.

그럼 다음 무대와 또 겨뤄서 한 명이 남고 최종적으로 남은 한 명이 우승하는 간단한 룰.

따라서 순서는 마지막이 좋을 수밖에 없다.

물론, 잘 하기만 한다면 순서야 아무 상관 없겠지만.

진행자가 순서를 뽑았다.

“어우.”

내 입에서 탄성이 나왔고, 다른 여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이거 좀 흥미롭네.

예선에서 우리가 우승 후보로 생각하고 바로 합격시켰던 두 사람이 첫판부터 격돌했다.

“이거 거의 결승전인데?”

“그러게 대진운이 나쁜 건가? 아니, 좋은 건가?”

이렇게 되면 마지막 순서로 갈수록 조금 유리할 수도 있겠는데?

최강자 둘 중의 한 명이 떨어지고.

첫 무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억에 희미해질 테니까.

마지막쯤 해서 임팩트 있는 무대를 하면 또 모를 일이다.

“재밌게 됐네.”

“그러게.”

줄리가 매우 흥미로운 표정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고.

한나도 우리의 반응에 꽤 기대하는 표정이다.

그렇게 시작된 무대.

한국에서 드림 스테이지는 실험적인 곡으로 무대를 꾸몄다면.

미국에서는 대중적인 곡으로 무대를 꾸렸다.

이유야 당연히 시청률 때문이라고 할까?

한국에서야 내가 뭘 해도 봐주겠지만, 미국에선 아니니까.

이미 예선전이 유티비에서 공개된 만큼 곡은 모두 알려졌다.

꽤 인기가 좋아 음원 발매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즉, 이 곡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적어도 망하진 않는다는 뜻.

이 때문에 참가자 모두 이를 갈고 연습했다고 들었다.

“자! 그럼 첫 무대 시작하겠습니다!”

심사평은 두 번째 무대가 모두 끝나고 한다.

평가 방식에 관객 투표도 있어서 우리 심사로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

참가자의 지인들과 섭외된 언론인들을 제외하고 순수한 참여자는 100명.

100명이 모두 오진 않았기 때문에 관람객의 표수는 총 90 몇 표가 될 거다.

거기에 우리 심사위원 다섯은 각 20표로 계산된다.

총 200표가 조금 안 되는 숫자.

그 숫자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방식이다.

첫 무대가 끝나고 잠시 시간이 지나 바로 두 번째 무대를 시작한다.

“자! 두 사람의 무대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럼 바로 투표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첫 무대가 더 좋았다 하시는 분들은 1번을 두 번째 무대가....”

진행자의 멘트가 지나고 투표 시간이 왔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아직 투표하지 않기에 조용히 상황을 기다린다.

“자! 오! 사! 삼! 이! 일! 네. 투표 종료됐습니다. 결과 볼까요?”

시청자 투표는 바로 공개된다.

심사위원 투표가 100표나 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결과는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

물론, 그런 경우는 많이 없겠지만.

결과는 49대47.

2표 차이 박빙의 결과였다.

총 표수가 96표구나?

“자! 그럼 여기서 결과를 뒤바꿀 수도 있는 심사위원의 심사평 있겠습니다.”

진행자가 우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가장 먼저 입을 여는 건 리사.

우리 심사 순서는 특별한 의견이 없다면 고정이다.

리사, 줄리, 카디, 나, 한나.

이 순서로 심사를 한다.

“박빙의 결과가 나온 만큼 두 무대 모두 재밌는....”

리사는 가장 조심스럽게 심사한다.

어쩔 수 없는 게 미국에선 신인이나 다름없으니까.

리사가 독설이나 기술적인 부분을 건드리면 안 좋은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첫 무대가 조금 더 좋았던 거 같습니다.”

리사의 심사석에 파란빛이 들어왔다.

1번을 선택하면 파란색, 2번을 선택하면 빨간색이다.

“저는 조금 생각이 달랐어요.”

줄리가 입을 연다.

“1번 무대가 물론 완성도는 더 좋았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절 더 흥분시켰던 무대는....”

줄리의 심사석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렇게 승부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다음은 카디 심사위원님?”

“음, 둘 다 쩌는 무대 잘 봤다.”

카디가 방송 컨셉의 어투로 입을 연다.

뭐, 나랑 있을 때가 아니면 평소 말투도 저런 거 같긴 하다.

“첫 무대는 곡과 잘 어울린 거 같고 두 번째 무대는 곡을 지배했다. 그래서 난 2번이다.”

카디는 빨간불이 켜졌다.

이러면 뒤집힐 수도 있겠는데?

사실 관객 평가가 박빙이라면 심사위원이 선택하는 거나 다름없긴 하다.

2번 참가자 표정이 꽤 좋아 보인다.

미안하지만 난 1번인데.

카디의 말이 맞다.

1번 참가자는 내 곡에 잘 어울리는 무대를 보여줬고.

2번 참가자는 어울린다기보다는 내 곡을 잡고 휘두른 느낌이다.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원하는 무대는 당연히 1번.

2번 참가자가 진짜 잘 했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프로듀서로써....”

그런 얘기를 하고 1번 버튼을 눌렀다.

“이러면 제가 승자를 결정하게 됐군요.”

“그렇게 됐네요.”

한나가 입을 열기 전에 잠시 고민한다.

“흐음, 정했습니다.”

“그런가요? 몇 번입니까?”

진행자의 말에 한나가 입을 연다.

“제가 무대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금 원론적인 내용 뒤에 어떤 무대가 어땠다는 평.

한나의 결론은 1번이었다.

파란 불이 한나 테이블에 들어왔고, 2번 참가자를 비추던 조명이 꺼진다.

“그래도 좋은 무대였습니다. 너무 실망하지....”

위로의 말을 건네고 다음 무대가 쭉 진행됐다.

으음, 내가 눈여겨본 이쁜이는 순서가 많이 밀리네.

몇몇 무대가 더 지났지만, 심사 의견을 들어볼 것도 없이 압도적인 표로 1번이 계속 이기고 있다.

이러면 재미가 없는데.

아니, 과연 어떻게 되려나 싶어서 계속 보게 되려나?

첫 무대와 두 번째 무대가 너무 좋아서 그다음 무대부터는 그냥 평범한 느낌이었다.

뭐랄까 1, 2번 무대가 원곡 무대였고, 나머지는 커버한 느낌?

그렇게 순서가 쭉 지나갔고 마지막에 가까워졌다.

으음, 운이 좋았네?

내가 눈여겨본 금발의 벽안 참가자.

마지막까지 왔기에 관객들의 기대가 많이 떨어져 있다. 조금 지치기도 했고.

1번 무대도 이제 가물가물하다.

여기서 조금만 잘 해도 혹시 모른다.

잘 했으면 좋겠는데.

마지막 무대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참가자들과는 조금 다른 무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외모를 잘 이용했다.

대중적인 곡이 살짝 유니크하게 변한 느낌.

이러면 이제 모르겠는데?

잘하면 그녀가 우승할 수도 있겠다.

“자! 마지막 무대가 끝났습니다. 그럼 투표 먼저....”

투표의 결과는 박빙을 예상했지만 조금 갈렸다.

56대40.

1번이 거의 심사위원 한 명 정도는 앞섰다.

으음, 유니크한 분위기라는 게 사실은 조금 양날의 검 같은 거니까.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

리사부터 심사가 시작됐다.

“으음, 어렵네요. 정석적으로 잘 한 무대와 개성을 살려 표현한 무대. 으음, 저는 개성에 한 표 드리겠습니다.”

리사의 앞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줄리는 고민에 빠진 내용.

작은 목소리로 줄리가 카디에게 귓속말했다.

물론, 다 들렸지만.

마이크에도 들어갔을걸?

“먼저 해줘.”

“응. 그래.”

카디가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연다.

“리사의 의견에 동감한다. 하지만! 나는 정석에 한 표 주겠다!”

바로 1번 버튼을 누르는 카디.

역시, 카디는 기교보다는 정석대로 하는 걸 좋아하니까.

뭐, 그래서 랩도 기본기 괴물이잖아.

“흐으음, 저는 도저히 정하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유니크한 게 더 좋겠죠?”

줄리가 고민 끝에 2번을 눌렀다.

76대80.

역전했지만, 아직 불안한 상태.

여기서 내가 2번을 누른다면 그녀의 우승이다.

바로 누르고 싶은 마음이 일었지만, 한나의 눈치를 좀 볼 생각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자면 1번 참가자가 잘하긴 했다.

사심을 담아 2번을 누르기엔 조금 눈치가 보인다.

으음, 이러면 결정을 한나에게 넘길까?

내게 다른 묘수가 떠올랐기 때문.

1번 참가자는 남자니까 내가 버튼을 눌러주면 얼빠라는 오해도 조금 잠식되지 않을까?

나는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누가 더 잘했냐고 묻는다면 1번, 누가 더 새로웠냐고 묻는다면 2번이네요. 저는 잘 하는 게 좋습니다.”

파란 불이 들어왔고 1번 참가자가 주먹을 말아쥐었다.

이제 96대80.

한나의 손에 우승자가 결정된다.

“어려운 결정이네요.”

한나가 마이크를 들었다.

오우, 포스 쩔어.

확실히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수십년간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스타답다.

한나가 선택한다면 모두가 인정할 거 같아.

“제게 꽤 좋은 생각이 있는데 작곡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네요.”

“어떤?”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한나를 봤다.

“성별도 다르고 느낌도 다른데, 둘 다 하는 건 어떨까요?”

“아?”

한나한테 간파당한 거 같다.

사실 한나가 누굴 선택하든 둘 다 곡을 줄 생각이었다.

물론, 새로 곡을 하나 만들어서 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한 곡으로 둘이 활동하는 거도 나쁘지 않겠다.

“좋은 경쟁이 되겠네요.”

“호호. 저도 선택하지 못해서 대중에게 떠넘겼을 뿐입니다.”

한나가 웃으며 말했고, 관객들이 좋다고 소리를 질렀다.

“좋아요. 그럼 이번 우승자는 둘인 거로 하죠.”

-와아아아아아아아!

미국은 이런 이벤트성 결과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만큼 경쟁에 매몰되지 않았달까? 꼭 1등을 안 뽑아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

우리 다섯과 사회자가 두 사람을 축하했고, 두 사람이 서로 포옹하면서 촬영은 끝났다.

저건 좀 질투가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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