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
“시주, 안색이 안 좋습니다. 허허.”
“가지.”
별말 없이 저번에 땡중과 같던 건물로 향한다.
도착한 건물.
테이블 앞에 앉아 땡중을 본다.
“제가 보낸 선물은 마음에 드셨는지요?”
“본론으로 들어가지.”
“급하시군요.”
“오래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던 땡중이 웃음기를 지우고 입을 연다.
“저희 요구 사항은 그대로입니다. 기운을 좀 나눠 주시죠.”
“그건 불가.”
“그렇다면 예술인 지원 사업을 이어가 주시죠.”
고개를 젓는다.
“정말 영상이 퍼져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신들을 믿을 수 없어. 내가 도움을 준다고 해도 영상을 빌미로 계속 요구를 늘어놓겠지.”
“허허. 저희는 그리 나쁜 단체가 아닙니다.”
막상 만나긴 했지만, 딱히 나눌 대화가 없다.
괜히 만났나?
“흐음, 협상은 결렬이군요.”
“이만 가겠다.”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간의 희망을 품었던 거 같다.
나는 저들에게 협력할 생각이 하나도 없는데.
만날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약간의 의중을 파악할 생각이었지만, 그리 녹록한 땡중이 아니지.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을 발설할 리가 없다.
-잘했다.
후우, 머리가 아프네.
-도와주지.
청량한 기운이 머리를 채운다.
한결 낫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끈대는구나.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시주?”
“그쪽에 협력하는 게 더 후회되겠지.”
“허허. 저희는 그리 나쁜 단체가 아니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런 곳에서 몰카를 가지고 협박을 해?”
살짝 윽박지르듯 말했다.
“허허, 저희는 단지 시주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뿐입니다.”
“됐어. 앞으론 안 봤으면 좋겠군.”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죠.”
그렇게 땡중이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와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어, 그래.
“아마 곧 영상이 퍼질 거 같아.”
-응. 일단 활동을 모두 정지시켰어.
“알겠어.”
방법이 있을까?
이쪽 방면에서 더 쿨한 미국에서 활동하는 건 어떨까?
나야 미국에서도 괜찮지만 다 함께 미국에 가는 건 좀 그런가?
모두와 함께 의논해볼 일이다.
미국이나 중국에서 활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슈는 잠잠해질 테고.
팬들은 알아서 외국곡을 찾아 듣겠지.
그러다 보면 국내 팬들도 다시 마음을 돌릴 테고.
아니, 내가 그냥 나쁜 놈이 되는 거도 괜찮을 거 같은데?
그냥 곡을 빌미로 몸을 요구했다고 하는 거지.
그리고 그녀들은 피해자인 척하는 거고.
그러면 성 상납받았다고 감옥 가려나?
미국으로 뜰까?
중국이나.
지금 가면 중국 국적도 딸 수 있을 거 같은데.
중국어만 좀 공부해서 거기서 사는 거도 나쁘지 않겠다.
내가 중국으로 가면 조아네 아버지가 특히 좋아할 테고.
어지간한 편의는 다 봐주실 거 같은데.
으음, 어쩌지?
일단은 어떻게든 이 사태를 피하고 힘을 기를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땡중이 제공할 수 있는 대부분은 나도 제공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간은 내가 어둠의 경로에 손만 대지 않았을 뿐.
나도 더럽게 싸움을 끌어간다면 충분히 무언가를 할 수 있다.
“그래. 일단 중국으로 뜰까?”
집에 도착해 여인들을 모두 모았다.
아무도 스케쥴을 잡지 않았기에 다행히 모두가 집에 있었다.
그 외에도 나와 함께 살지 않던 여인들은 어쩔 수 없지.
미국에 있는 지애 누나와 지인이는 걱정이 좀 덜 하니까 괜찮고.
미리 중국으로 간 아효도 꽤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다.
집에 있는 건 슈가 페어리 셋과 시연, 민하, 줄리, 카디, 리사, 윤진, 선유, 초유, 미리, 선애, 세린, 아인, 하연, 민주, 보민, 여진, 소담, 수미, 조아 까지. 총 22명.
와, 내가 많이도 들였구나?
항상 다 함께 있는 게 아니었으니 실감이 좀 덜 했는데.
이렇게 또 모여 있으니까 조금 남다르다.
여기에 바쁘고 여러 가지 활동 때문에 집에 들어오지 않은 현정 누님과.
걸그룹 준비 단계라 숙소 생활을 하는 다람, 예진, 우연, 혜민까지.
총 30명이네.
여기에 나정이 합류하고, 새로 만들 걸그룹 다섯까지 하면 총 36명이나 내 여자가 있었어?
나도 정말 죄 많은 남자구나.
이번에 그 벌을 받는 걸까?
“흐음, 다 모였네. 우리 외국에서 조금 살다 올까?”
“응? 갑자기? 영상 때문에?”
“나는 외국으로 갈 생각이야. 중국이나 미국으로.”
조아를 봤다가 미국인 3인방을 보고 말했다.
“미국은 아직 더 기다리는 게 좋을 거 같고, 중국이 그나마 제일 나을 거 같아.”
조아를 보고 말하니 조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같이 가기 싫은 사람은 남아서 활동해도 되고 같이 가도 돼. 중국에서 활동은 원하는 대로 하면 되고.”
당장 돈이 아쉬울 건 없으니 크게 문제는 없다.
당분간은 남자들 곡이나 만들어 주면서 잠잠해지길 기다려야지.
영상이 없는 애들이야 조금 상황이 괜찮지만, 나와 깊게 얽혀있는 것만으로 당분간 활동은 힘들 거 같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는 고심하던 주제를 꺼낸다.
“그냥 내가 악역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악역이요?”
시연이가 놀란 눈으로 날 보고 말한다.
“응, 내가 곡을 빌미로 몸을 요구한 거로 하자.”
“그, 그럼.”
“그래서 중국에서 도피 생활을 할 거야. 잘하면 국적도 바꿀 수 있고.”
“아, 안돼요!”
시연이를 시작으로 여인들이 심각하게 날 몰아친다.
“다들 잠깐만.”
잠시 시간이 지나 조용해진 여인들.
“이게 최선일 거 같아. 모두의 이미지를 최대한 지키면서 우리가 살아남을 길은. 나는 어떻게든 회복할 수 있으니까.”
“그, 그래도, 히잉.”
시연이를 시작으로 마음 약한 여인부터 눈물이 흐른다.
“자기.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도. 해야 해. 모두를 위해.”
“으으.”
초유 누님도 눈가가 촉촉해진 상태로 고개를 저었다.
“모두 입을 잘 맞춰서 언론에 대응해 줘. 날 어떤 악인 쓰레기로 만들어도 좋으니 이미지 챙겨. 그게 우리가 모두 살아날 방법이야. 나야 어차피 회복할 수 있으니까.”
“흐아앙. 피디님.”
“괜찮아. 괜찮아.”
울며 안기는 시연이를 시작으로 모든 여인이 내게 다가와 안긴다.
그런 여인들을 한 번씩 안아주다 보니 점점 분위기가 변한다.
으음, 이걸 하려던 건 아닌데.
그래도 다들 분위기가 이러니 뺄 수 없다.
자연스럽게 옷이 벗겨졌고, 여인들의 옷도 하나씩 떨어진다.
쾌락을 탐하는 격정적인 난교가 아니라 뭔가 하나 된 일체감을 느끼기 위한 의식처럼 모든 여인과 관계를 나눈다.
부드럽게 서로의 몸을 쓰다듬고 주무르며 키스한다.
이건 섹스라기보다는 대화였다.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언어가 없어도 뜻이 통한다.
눈을 맞추고 입을 맞추고 성기를 맞댄다.
짐승의 원초적인 행위가 인간의 고차원적 교감으로 변한다.
“하으으, 하으.”
“흣, 흐으응!”
“헤응, 하읏, 햐긋!”
신음이 화음이 되어 쌓이고 동작은 점점 격정적으로 치닫는다.
-뷰릇! 뷰르릇!
몇 번째 사정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싸고 싶으면 쌌고, 안고 싶으면 안았다.
마치 모두가 약에 중독돼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서로가 하나 되기를 원하고 또 원하며 몸을 섞었다.
“하으으, 흐으, 흑. 흑.”
모든 행위가 점점 끝나갈 시점 누군지 모를 울음소리가 퍼졌고.
그 울음소리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또 변했다.
모두가 서로를 얼싸안은 건 마찬가지지만.
더는 성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
말없이 서로를 보고 토닥이고 안아준다.
그렇게 의식이 끝나듯 의식을 잃었다.
“으음, 잠들었었나?”
눈을 뜨니 모든 여인과 함께 침대에 있는 내가 느껴졌다.
어제 생각한 건데 나도 임신을 시키고 싶다.
이 여인들과 뭔가 사랑의 결실을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마기야. 괜찮겠지?
-그대가 하기에 따라서.
“그래. 해버리자.”
이미 묶여있는 정관을 다시 수복할 방법은 깨우쳤다.
집중해 마기로 정관을 연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막혀있던 곳이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뭐, 임신이 된다면 알겠지.
“후우, 아직 영상이 퍼지진 않았나?”
폰을 들어 인터넷 홈페이지 기사를 훑었지만, 아직 잠잠하다.
일단, 중국에 가 있자.
조심스럽게 일어나 조아를 깨운다.
“으음, 자기.”
슬픈 눈으로 일어나 안기는 조아.
“중국으로 가자.”
“응.”
조아의 한국 활동은 당분간 못 하겠네.
어쩔 수 없지.
자는 여인들 몰래 몸을 씻고 짐을 챙긴다.
사실 챙길 건 많지 않다.
여권과 옷 몇 벌 정도.
나머지는 중국에서 사도 되니까.
조아가 급하게 전용기를 불렀다.
“3시간쯤 뒤에 탈 수 있데.”
“다행이네.”
일단 공항으로 가 있을까?
여인들 몰래 가는 건 좀 미안하지만, 뭐 숨어 있을 생각이 아니니 생각이 있는 여인들은 중국으로 찾아오면 된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모든 여인이 모여 있다.
“혼자 가려고 했어? 자기?”
“으음.”
“우리도 다 같이 가.”
“그래도 몇은 남아서 인터뷰라도 해야지.”
초유 누님의 말에 고민스러운 답을 한다.
모두 함께 떠나는 거보다 날 악역으로 만들 몇몇이 필요하다.
“그런가? 뭐, 내가 할게.”
“괜찮겠어?”
“모두를 위한 거라며.”
“그렇지.”
초유 누님이 역시나 총대를 멘다.
“저도 언니를 도울게요.”
“나도 일단은 여기 있어 볼게.”
“저, 전 중국에 따라갈래요.”
여러 의견이 어지럽게 얽혔다.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 점차 정리가 끝났다.
그리하여 나와 중국으로 갈 여인들이 정해졌다.
초유 누님과 선애, 슈가 페어리 셋과 미리까지.
여섯만 한국에 남아 있기로 했다.
아무래도 가요계에 영향력이 가장 큰 여인들이고 짬도 좀 있으니 잘 해결하겠지.
“후우, 그럼 갈까?”
“저희 준비 좀 하고요.”
그렇게 준비의 시간을 조금 줬다.
그동안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고.
-어. 아들.
“응. 아빠 나 당분간 중국에 가려고.”
-그래. 회사에서 대응은 어떻게 할까?
“내가 생각해 봤는데....”
나를 악역으로 삼아서 여인들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라, 당분간 활동은 없지만, 직원들을 굳이 자르진 말자.
등등의 의논을 끝마치니 모두 준비가 끝났다.
그대로 통화를 지속하며 차를 나눠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그래. 잘 가 있고. 나도 종종 들를게.
“응. 아빠. 미안해. 고생 좀 해줘.”
-얘는 아빠는 괜찮으니까 네 몸이나 생각해.
“알겠어.”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비행기 도착했어.”
“그래? 가자.”
모두 적당히 얼굴을 가리고 비행기까지 문제없이 도착했다.
모두의 비자는 조아네 아빠가 알아서 준비해두신다고 한다.
다음에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겠다.
“아빠가 걱정하면서도 네가 중국으로 귀화할지도 모른다니까 내심 좋은가 봐.”
“그래? 그래도 다행이네.”
그럼 당장에 남은 문제는 리얼리티를 찍고 있는 걸그룹과 아직 곡 준비 중인 코코걸스인가?
코코걸스의 일은 중국에서도 어떻게든 처리가 될 거 같은데.
신인 걸그룹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아직 연습생으로 있는 내가 만들 걸그룹 다섯도 어떻게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그 다섯은 비밀리에 키우고 있었으니 다행이긴 한데.
리얼리티도 거의 끝나가는 마당에 이런 이슈가 터지는 건 어떡하지?
뭐, 그녀들도 피해자로 만들거나 해야겠네.
다행히 내가 마수를 뻗치진 않았지만, 조금 이상했다 정도로 몰아가면서.
곡은 바꿔야겠지?
내 곡을 그냥 다른 작곡가 이름으로 낼까?
아빠 이름으로 내는 거도 나쁘지 않고.
으음, 이건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고민해 보자.
일단 중요한 건 중국어 공부네.
영어만큼 중국어도 할 수 있어야 생활에 불편이 없을 테니까.
중국어는 조아한테 배우면 되겠다.
으음.
“왜?”
내가 조아를 보고 생각에 잠겼더니 조아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중국어를 너한테 배울까 해서.”
“으음, 그건 나보다 전문적인 교사를 두는 게 나을 거 같아. 너 혼자 배울 게 아니잖아.”
“아! 역시 그런가?”
“뭐, 나도 도와주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조아가 새침하게 웃는다.
귀엽기는.
그래도 일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거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뭘 그리 걱정했는지 모르겠다.
영상이 언제 나오든 이젠 아무런 문제 없다.
중국에서 어떻게 활동하느냐가 문제겠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에 있던 집보다 더 커다란 5층 저택을 선물 받았다.
“무슨 집에 엘리베이터가 있냐.”
“그러게. 계단 대신 에스컬레이터도 있고.”
가운데가 엘리베이터고 그 앞으론 복도 비슷한 거실이 있다.
둥글게 거실을 감싼 방들이 여럿 보인다.
주방을 비롯한 생활 공간이 1층에 있고.
커다란 스파 욕조가 있는 화장실과 스크린 골프장, 수영장 등.
집에 온갖 편의 시설이 다 있다.
가장 좋은 건 방마다 있는 화장실?
유지비야 엄청 들겠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렇게 중국 생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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