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15화 (315/450)

315.

배에 손이 닿자 살짝 굳는 초은.

“긴장할 거 없어요.”

“아, 네.”

“자, 그냥 숨 쉬어 볼래요?”

“네.”

초은이 내 손을 의식하며 숨을 쉰다.

“숨을 들이마시는 종류가 여럿 있는 건 알아요?”

“그래요?”

“보통은 크게 둘로 나눠요.”

“두 개요.”

호흡의 종류는 들숨과 날숨이고, 들숨의 종류는 꽤 다양하게 나뉘지만 크게 보면 둘로 나눌 수 있다.

호읍은 들숨이 반 날숨이 반이지만 더 중요한 건 들숨이다.

들숨의 두 가지 종류는 당기는 숨과 미는 숨 정도로 표현하는데.

당기는 숨은 말 그대로 숨을 당겨 쉬는 느낌이다.

가슴이 팽창하고 허리가 펴지는 숨.

우리가 흔히 복식 호흡이라고 부르는 숨은 미는 느낌의 숨이다.

술을 쭉 밀어 쉬어 배와 옆구리가 팽창하는 숨.

당연히 노래할 땐 미는 숨을 쉬어야 한다.

보통은 압력을 준다고 표현하는 복식 호흡.

숨을 들이마시고 성대가 닫히면 자연스럽게 폐에 압력이 생긴다.

이를 유지하며 소리를 내는 게 호흡의 처음 한 발자국이다.

“잘 알겠어요?”

“어렵네요.”

어려울 수밖에.

쉽게 풀긴 했지만, 그래도 어렵게 느껴지게 설명했다.

일부러.

너무 잘 알아먹어도 다음 진도를 나가기 어려우니까.

“단전이 어딘지 알아요?”

“여기요?”

“으음, 거기가 배꼽이죠?”

“헤헤. 네.”

볼을 붉히며 수줍게 말한다.

손을 들어 초은의 손 살짝 아래를 누른다.

“여기, 배꼽 아래가 단전이에요.”

“아! 네.”

“여기에 숨을 밀어 넣는다 생각하고 호흡해볼래요?”

“후우읍, 하아.”

집중해 호흡하는 모습이 꽤 이뻐서 넋놓고 봤다.

“이,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으음, 느낌을 잘 모르겠죠?”

“조,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보기엔 전혀 모르는 거 같은데?

뭐, 이런 경우는 많다.

알려준 걸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데 스스로는 제대로 하는 거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

그러면서 나아지지 않는다고 찡찡거리겠지.

“제가 보기엔 전혀 안 되고 있는데요?”

“그, 그래요?”

금방 시무룩해져 고개를 떨군다.

“하하,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죠. 자! 아니, 그 전에 저 말 편하게 해도 돼요? 뭘 가르치려면 그게 편할 거 같은데!”

“여, 영광이죠. 작곡가님에게 반말을 듣는 건.”

“그, 그래요?”

영광일 까지야.

뭐, 나와 친한 느낌이 드는 게 가요계에서 꽤 이득이긴 하겠다.

“앞으로 어디 가서 친하다고 하는 거 허락해 줄게.”

“헤헤.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녀야지.”

말을 놓는 것만으로 초은의 가드가 더 헐거워진 느낌이다.

으음, 얘도 남자 경험은 별로 없는 모양인데.

“남자친구 만나본 적 없지?”

“네? 가, 갑자기요?”

“음, 레슨에서 꽤 중요한 부분이거든.”

“그, 그래요?”

미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초은.

“어, 없어요.”

“흐음, 그럼 좀 어렵겠다.”

“뭐, 뭐가요?”

“남자 경험이 있으면 꽤 알기 쉬운 팁이 있거든.”

초은이 눈을 빛내며 묻는다.

“뭔데요? 일단 알려주세요.”

“흐음, 이게 말로 알려준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치이.”

삐진 표정으로 흘겨보는 초은.

이제 꽤 편해졌는지 표정이 많이 풀어졌다.

이 때 다시 긴장감을 주는 게 좋겠지.

“흐음, 그러면 비슷하게라도 알려 줄게 자위는 해본 적 있어?”

“자, 자위요?”

“응, 그것도 삽입 자위로.”

정말 진지한 얘기를 하듯 야한 감정이나 장난기를 모두 빼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래야 오해가 적으니까.

자기 혼자 부끄럽고 야한 생각을 하는 거처럼 느껴져야 한다.

조금 민망하겠지만, 호감 있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땐 그 민망한 감정이 성적 흥분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아으, 어, 없어요.”

“자위도 안 해봤구나.”

“으으, 그런 걸 왜 자꾸 물어보시는 거예요?”

“흐음, 호흡이 들어가는 위치를 알려주기에 제일 좋은 방법이거든.”

고개를 갸웃하는 초은.

말로만 들어선 모르겠지?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거길 푹푹 찌를 거거든.

“흐음, 안 되겠다. 이건 말로 못 하는 거라.”

“치이.”

“정 알고 싶으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뭔데요?”

씽긋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건 비밀.”

“흥!”

삐친 표정으로 고갤 돌리는 초은.

“내가 말하기 민망해서 그래. 그럼 호흡 다시 해볼까?”

“네에. 흐으읍.”

“조금 더. 아래쪽으로. 힘을 너무 주면 소리를 내기 힘드니....”

정말로 보컬 레슨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좀 넘게 지난 시간.

“아으, 현기증 나는 거 같아요.”

“후우, 힘들지?”

“괜찮아요! 노래만 잘 할 수 있으면.”

“조금 쉬자.”

15분쯤 쉬는 시간을 준다.

그동안 집을 구경하고 싶은 거 같지만, 어림도 없지.

“지금은 쉬는 시간이니까 그냥 편하게 들어봐.”

“네.”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건 어떻게 하는지 알지?”

“그, 그럼요.”

편했던 표정이 금방 굳어진다.

잔뜩 긴장해 말하는 초은.

모르는 거 같은데?

“으음, 야한 영상 본 적 없어?”

“여, 영화에서 본 적 있어요.”

“그래?”

으음, 보통 영화는 가장 중요한 게 안 나오잖아.

“남자 거 어떻게 생겼는지 실제로 본 적 없어?”

“그, 다 모자이크가 돼서.”

“흐음, 실물도 아니라 영상이나 사진도 본 적 없어?”

“네에. 그, 그건 왜?”

고개를 절레 저으며 입을 연다.

“흐음, 그걸 알아야 설명하기가 편한데.”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요? 아까부터 궁금하게 히잉.”

궁금하긴 했나 보다.

하긴, 성적인 호기심이 없을 순 없을 테니까.

그나저나 지금까지 남자 고추도 한 번 못 본건 좀 신기하네.

“흐음.”

“이, 이상한가요?”

“뭐, 어려서부터 아이돌 준비 열심히 했으면 그럴 수 있지.”

“으으, 뭔가 분하네요.”

분할 건 또 뭐 있어.

“뭐가 분해?”

“놀림당하는 느낌이에요.”

“놀린 건 아닌데. 뭐, 조금 안쓰럽긴 하다.”

“히잉.”

그래도 한 시간 넘게 레슨한 보람이 있네.

확실히 대하는 게 아주 편해졌다.

“뭐, 그렇다고 내 걸 보여줄 순 없잖아.”

“그냥 대충 막대기 같이 생긴 거 아니에요?”

“흐음, 막대기라고 해도 되긴 하겠다.”

“그래서 뭐가 중요한 건데요?”

애가 친해지니까 부끄러움은 많이 사라진 거 같다.

스스럼 없이 질문하는 게 조금 놀라웠다.

계속 야한 얘기를 야하지 않게 하니까 벽이 많이 허물어진 느낌이지?

“그게 어디로 들어가는진 알지?”

“그건 알죠. 제 몸이니까.”

“그래서 어딜 누르는지 알아?”

“으음, 자궁?”

자궁까진 못 간단다.

자궁 경부는 꽤 딱딱하고 좁아서 자지가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자궁까진 못 들어가고 자궁 경부가 어딘지는 알아?”

“으음, 그냥 자궁 입구 아니에요?”

“입구는 맞지. 거기가 꽤 좁고 단단해서 그 안까진 못 들어가고 경부만 찌르는 정도야. 물론,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으음, 그게 기분이 좋아요?”

거길 찔리는 게 엄청나게 좋은 건 아니지만, 아니! 뭐, 개발되면 좋긴 하겠지,

중요한 사실은 경부에 성감대는 따로 없다는 사실이다.

“으음, 기분 좋은 건 조금 다르고. 아무튼! 거길 찔려 보면 어디에 호흡하고 힘줘야 하는지 딱 알 수 있거든.”

“으음, 그래요? 여기 어디쯤일 텐데.”

남자 경험이 없는 여자는 자궁이 어딘지 알기 힘들 수밖에 없다.

장기는 어딨는지 정확히 알기 힘드니까.

당장 나만 해도 위나 간이 어딨는지 모르고, 십이지장이 어딘지 아무리 느껴보려고 해도 알 수 없다.

자궁도 마찬가지겠지. 대충 여기쯤 있겠지 하겠지만, 실제로 거깄는지 알 방법이 없으니까.

“이제 왜 설명이 어려운지 느낌이 와?”

“흐음, 그렇네요. 저도 어디쯤인지 잘 모르겠어요.”

“응, 그래서 말을 못 한 거야.”

“흐으음.”

얘가 생각에 잠기는 게 조금 위험해 보이는데?

“그렇다고 집에 가서 아무거나 넣어 보면 큰일 난다.”

“아, 안 그래요.”

“지금 고민했지? 딱 걸렸어.”

“아익, 너, 넘어가요.”

슬슬 야한 분위기를 잡아도 되겠다.

“너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뭐요?”

내가 분위기 잡고 말하자 살짝 긴장한 초은.

“정말로 뭔가 해보려면 내가 보는 앞에서 해. 그거 꽤 위험하니까.”

“어, 어떻게 그래요.”

“뭐, 어때. 젊은 남녀 사이에 이렇고 저렇고 할 수도 있는 거지.”

“피, 피디님은 애인도 있잖아요.”

고개를 끄덕인다.

“우린 좀 쿨한 관계라서.”

“그런 게 어딨어요.”

“경험도 없으면서 왜 없을 거로 생각해?”

“으으, 그래도 이상해요.”

초은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린다.

가만히 내 손길을 받아드리는 초은.

이걸 거절하지 않는 건 끝까지 거절하지 않는다는 거나 다름없다.

“위에 있는데. 불러서 셋이서 성교육 좀 할까?”

“아으, 노, 놀리지 말아요.”

“놀리는 거 아닌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살짝 흥분했는지 볼이 발그레해지고 호흡이 거칠다.

하긴, 마기에 중독된 여자 치고 거절하는 여자 없지.

“부끄러우면 둘이 예습 좀 할까?”

“예, 예습이요?”

“응. 사실 내가 알려주는 특별한 보컬 레슨이 쪽이거든.”

“그, 그럼 처음부터?!”

처음부터 이러려고 부른 거냐고?

“그건 아니지. 필요하니까 하는 거야. 필요 없었으면 안 했지.”

“그, 그래요? 단지 노래 때문에 하는 거예요?”

“응? 내가 사랑해주길 바라?”

“아으으, 그, 그런 건 아닌데.”

뭐가 아니야. 지금 엄청 시무룩해졌는데.

“하하하. 알겠어. 그럼 애정 있는 교육을 받아볼래?”

“으으, 놀림당하는 거 같아요.”

“놀리는 거 맞아.”

“씨잉!”

초은이 내 팔을 가볍게 친다.

그 팔을 잡아 그대로 당겼다.

안기는 초은.

당황한 느낌이긴 한데 싫지는 않은지 그대로 폭 안겼다.

으음, 뭔가 일이 쉽게 풀리는 느낌.

마기를 많이 쓰지도 않았는데 조금 이상하다.

음. 얘가 날 이용하려고 하는 걸까?

조금 약은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뭐, 그런 모습 나쁘진 않지.

사실, 초은이 나이 정도 되면 성공하고 싶어서 뭐라도 할 수 있겠지.

여기서 앨범이 한두 번만 더 망해도 아무도 모르게 잊힐 테니까.

노래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성공하고 싶은 마음.

마기로 생겨난 나에 대한 호감.

이 모든 게 합쳐져 지금 내가 만지는 걸 받아드리는 거겠지?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싫으면 여기서 끝내고. 아니면 내가 잘 가르쳐줄게.”

“하으으, 여, 여기서 어떻게 싫다고 해요.”

“그건 싫다는 뜻?”

“시, 싫지는 않아요.”

눈을 꼭 감고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한 거처럼 말하는 초은.

“하하. 그렇게 중하게 여길 거 없어. 그냥 서로 원하는 걸 가져가는 관계라고 생각해.”

“서로 원하는 거요?”

“응. 너는 노래 실력과 인기를 얻고 나는 네 몸과 마음? 아무튼, 그런 걸 얻는 거지.”

“그. 그래요?”

우리의 관계가 지금 이 말로 변했다.

업계 동료이자 사제지간에서 거래하는 갑을 관계로.

초은은 딱 이 정도가 적당하다.

내 회사로 들일 것도, 집에 들일 것도 아니니까.

이제 여자를 좀 내려놓을 때가 된 거 같긴 하다.

아니, 내려놓는다기보다는 구분한다고 할까?

진짜 내 여자와 그냥 가볍게 만날 여자.

이걸 구분하지 않으면 내가 점점 힘들어질 거 같다.

보호해야 할 여자가 늘어나는 거니까.

음, 이미지는 조금 안 좋아질 수도 있지만.

마기가 있는 이상 걱정 없다.

뭐, 그렇다고 내가 여자를 가볍게 대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어때? 괜찮은 거래 아니야?”

“거래하고 싶지 않은데....”

소심하게 말하는 초은.

마지막 자존심 같은 거겠지.

뭔가 대가를 받고 몸을 파는 느낌을 주긴 싫으니까.

“좋게 생각해. 서로 좋아서 하는 거라고. 그럼 내가 알아서 챙겨줄 테니까.”

“치이.”

그래도 아주 자존심을 굽힐 생각이 없는 건 아닌지 그런대로 납득한다.

아무튼, 지금의 말로 내가 상대적 우위에 설 수 있게 됐다.

하긴, 초은이 내게 원하는 게 더 많으니까 어쩔 수 없다.

“그럼 천천히 시작해 볼까?”

“어,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넌, 가만히만 있어도 돼.”

“아, 알겠, 하읏!”

말하는 초은을 확 껴안았다.

그대로 등을 좀 쓰다듬고 몸을 뗀다.

말없이 눈을 맞추고 점점 다가간다.

점점 감기는 초은의 눈.

그대로 입을 맞췄다.

-츄르릅, 츕, 츄릅.

어설픈 키스.

내가 열심히 혀를 움직이지만, 초은의 움직임이 어설퍼 짝짝꿍이 맞지 않는다.

“하하.”

“으으, 죄, 죄송해요.”

“괜찮아. 처음이면 그럴 수 있어.”

결국, 터진 웃음.

내가 웃자 민망해하며 사과하는 초은.

나는 그런 초은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고 눈빛을 바꿨다.

“벗어 볼래? 아니, 벗겨 줄까?”

“네에.”

팔을 위로 드는 초은.

상의를 천천히 올려 벗긴다.

“으으, 부끄러워요.”

“괜찮아.”

으음, 윗옷이 벗겨진 초은 긴장한 채 날 빤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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