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코코걸스에게 곡만 주고 나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초은을 꼬시는 거도 조심히 해 봐야지.
괜히 우리 회사 가수도 아닌데 건드렸다 일이 터질지도 모르니까.
뭐, 지금까지 여자를 꼬실 때 여러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몸을 좀 사리고 있으니까. 아닌가? 아무튼! 안 따먹을 건 아니지만, 신중해야지.
흐으음, 이들이 어떻게 헤쳐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는 곡에 관한 내용 외에는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
그래도 시간을 주긴 해야겠지.
아니, 어차피 곡이 얼마나 뜰 줄 모르니까 아직 모르는 건가?
무조건 잘 될 거라는 믿음은 있지만, 저들은 아니니까.
그냥 빨리 넘기고 끝내버리는 게 나는 더 편할 수 있겠네.
“일단 곡 파트부터 정하죠.”
“네!”
내 말에 걸그룹 멤버들과 매니저 누님이 일어나 회의실로 향한다.
줬던 곡을 틀어두고 가사지를 뽑아 달라고 부탁했다.
미리 보내둔 건 아니고 방금 메일로 보냈다.
“여기요.”
“자, 다들 받은 가사지 보면서 파트 회의를 해보죠.”
머릿속으로 이미 정한 파트 담당들이 있지만, 이들의 의견도 듣고 싶어 회의한다.
“으음, 여긴 제가 하고....”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는 코코걸스 멤버들.
우리 회사랑 느낌이 아주 다르네.
우리 회사에선 내가 주로 의견을 내고 다들 듣고 수용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는 방식이었다면,
코코엔터는 멤버들이 스스로 알아서 마구 의견을 내며 좋은 의견을 수렴해가는 방식이었다.
으음, 아무래도 이게 일반적인 음원 회의 과정이겠지?
보통은 나 같은 독보적인 프로듀서가 없으니까.
조용히 의견이 취합되길 기다려 내가 생각했던 파트와 비교해본다.
으음, 내 생각보다 초은과 댄스 담당 멤버의 파트가 많다.
이건 예상한 바고.
그 외에는 대부분 나와 비슷한 느낌.
“흐음, 솔직한 얘기를 좀 드려도 될까요?”
“네?”
코코걸스 멤버 중 리더가 당황해 날 본다.
“지금 파트는 두 사람의 비중을 일부러 늘려주려는 모습이 보이네요. 사실 두 분도 아시겠지만 세 사람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잖아요.”
시무룩해지는 댄스 담당과,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하는 초은
“얘기해 보시겠어요?”
그런 초은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저, 저도 외모로 뽑힌 거 알아요. 그치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연습을 더 해서.”
“잠시만요.”
나는 초은의 말을 끊고 그녀를 바라봤다.
어우, 자세히 보니까 진짜 이쁘긴 이쁘다.
“지금까지는 연습을 안 하신 건가요?”
“아, 아뇨! 누, 누구보다 열심,”
“그렇겠죠. 그런데 제가 지금도 이런 말을 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직설적으로 말하긴 조금 미안하지만, 돌려서 그녀는 노래에 재능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
순식간에 내게 적대적으로 변한 코코걸스 멤버들.
“으음, 너무 그렇게 째려보실 건 없어요. 방법을 찾아보려고 드린 말씀이니까.”
“바, 방법이요?”
누구보다 간절한 초은이기에 내 한마디에 마치 신을 만난 것처럼 표정이 변한다.
아니, 너무 갑자기 휙휙 변하니 조금 이상한데.
댄스 담당 멤버 먼저 얘기해야지.
“중간에 댄스 브레이크도 있으니 춤 담당 멤버의 노래 분량은 조금 줄여도 전체 분량엔 차이가 크지 않을 거예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춤 담당 멤버.
나는 그녀의 파트를 지우고 원래 생각한 사람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 뒤 초은의 파트도 살짝 손 봐 원래 주려 한 멤버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초은씨.”
“네!”
내가 파트를 지웠는데도 아무런 반발 없이 보고만 있던 초은.
이름을 부르자 군기가 바짝 든 이등병처럼 각 잡고 답한다.
“일단 요번 곡은 파트를 적게 맡아요. 그게 연습도 더 쉬우니까.”
“아! 알겠습니다.”
뭔가 깨달았다는 듯 엄청난 얘기를 들은 거처럼 반응해서 조금 민망하다.
“나머지 분들은 지금처럼 연습하셔도 되겠지만, 초은씨는 저에게 특훈을 받아야 할 거 같아요. 괜찮겠죠?”
“어휴, 저희는 그렇게까지 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잘 부탁드려요. 프로듀서님.”
사장님과 매니저 누님은 바로 감사의 말을 꺼냈다.
아마 이들도 선유의 모습을 본 거겠지.
음악 하는 사람들이라면 드림 스테이지 무대를 안 봤을 순 없을 테니까.
초은도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게 될 거라고 이미 믿는 듯한 얼굴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제 트레이닝은 극비사항인 건 아시죠?”
“물론이죠.”
“초은씨와 단둘이 트레이닝 하겠습니다. 초은씨도 어디 가서 비밀 잘 지켜주실 거라고 믿어요.”
“무, 물론이죠!”
그렇게 초은과 둘이 만날 명분은 만들었다.
내가 마기를 이용해 실력을 늘게 해주겠지만, 적당히 파트를 줄인 건 초은의 실력은 그렇게 많이 늘리지 않을 생각이기 때문.
우리 회사로 들일 거도 아니고, 섹스는 하겠지만, 아직은 내 여인으로 만들 생각도 없다.
또 생각해보니까 여자를 따먹는 데 그리 신중할 필요가 없겠더라고.
한 번 먹어보고 또 생각나고 자꾸 먹고 싶은 여자라면 내 여자로 만들어 집에 들이면 되고.
그게 아니면 그냥 즐기는 관계로 끝내도 되는 거잖아.
물론, 문란한 생활은 논란을 만들기 마련이고.
앞으로 내 연예계 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겠지만.
일단 나랑 섹스한 여자는 마기가 알아서 통제해 줄 거기 때문에 괜찮을 거 같다.
지금은 거의 잊힌 다람이를 제외한 걸마뎀 애들만 봐도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까.
문제는 꼬리를 물리는 건데.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방금 깨달았다.
마기가 깨어났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거보다 훨씬 더 면밀한 경계가 되고 있으니까.
-항상 주변을 주시하고 있지만, 저번처럼 멀리서 카메라로 찍는 건 알기 힘들다.
‘그건 알지. 그래서 나도 조심하고 있는 거고.’
렌즈를 가리는 방법을 내게 둘러놓을 수도 있지만.
그러다 어떤 팬이 내 사진을 찍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지금도 길거리를 가다 보면 누군가 내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으니까.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SNS에 꽤 있더라고.
따라서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내가 마기 토템이 된 경호팀장을 심어둔 내 집과.
새로 구한 별장 같은 느낌의 집은 안전하다.
확실한 방비를 해뒀으니까.
당연히 초은의 트레이닝은 내 새로운 집에서 할 예정이고.
그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만 들키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없다. 뭐, 들켜도 변명 거리는 충분하니까.
일부러 현관 입구가 멀리서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집을 구하기도 했으니 꽤 안전하다.
“흐음, 그럼 트레이닝은 언제부터 하는 게 좋을까요?”
내가 생각에 잠겨있자 먼저 말을 꺼낸 매니저 누님.
아, 앞에 사람들 두고 너무 생각을 오래 했네.
“딱히 스케쥴 없죠?”
가벼운 물음에 매니저 누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바로 하고 싶긴 했지만, 오늘은 넘어가는 게 좋겠다.
다른 스케쥴을 아까 잡아버렸으니까.
“내일? 내일부터 어때요?”
“좋아요!”
바로 답하는 초은.
매니저 누님과 사장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여러분끼리 연습해봐요. 한 번 들어보고 고칠 부분 알려드릴 테니까.”
“네!”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코코엔터를 나왔다.
흠, 조금 아쉽네.
우리 회사도 작곡가를 좀 늘려야 하는데.
작곡가 오디션 같은 거도 한 번 볼까?
아니다. 이건 일이 너무 커진다.
당장 곡이 급한 거도 아니고, 정 필요하면 SP엔터에 A&R팀도 있으니까.
SP엔터에 안 가본지 꽤 오래된 거 같네.
하긴, 레돈이 중국에서 잘 되고 미리도 나랑 같이 사니까 SP에 들어가 볼 이유가 없긴 했다.
나중에 들릴 일이 생기겠지. 뭐.
“그럼, 회사나 들어가 볼까?”
아까 들어갔다 나온 회사지만 다시 들어갈 일이 생겼다.
오늘도 회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을 새로운 걸그룹 멤버들을 만나기 위함.
스케쥴이 널널해서 점심 먹고 쉰 다음 운동하고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 돼서야 회사에 들어와 트레이닝을 받는다.
아직 딱히 철저한 트레이닝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니까.
회사에 도착해 바로 연습실로 이동했다.
이들이 오전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는 건 언어 공부.
일단, 중국어, 영어를 하고 있고. 곧 일본어도 시작할 예정이다.
다른 여인들은 아효를 빼면 딱히 해외 활동에 욕심이 많이 없는 편이라 언어 공부는 안 하고 있지만.
이들은 중국과 일본, 더 나아가 미국 진출도 생각하고 있기에 언어 공부는 필수적이다.
꽤 많은 시간을 언어에 할애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족해지는 연습시간.
그건 마기가 알아서 다 커버해 줄 거니까.
“안녕.”
“아! 피디님. 안녕하세요.”
트레이너들은 어디 갔지?
애들 다섯이 옹기종기 모여 뭘 보고 있다.
음, 뭐 발성 자료구나.
“평소 트레이닝도 이렇게 하니?”
“네? 보통은 이렇게 영상을 보고 트레이너님 설명도 듣고 해요.”
뭐, 우리가 아무것도 시키지 말고 기본이나 닦아 주랬다고 이렇게 동영상 하나 틀어 주고 놀라는 건 아니었는데.
저번에 본 트레이너 조금 별로였는데 이참에 잘라버려야겠다.
“오늘 운동은 다들 잘 했어?”
“그럼요.”
살갑게 말하는 여성들.
확실히 두 번째 봐서 그런가? 애들 태도가 저번보다 부드러워졌다.
회사에 몇 번 오니까 익숙해져 가는 거도 있겠지?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면담이나 하자.”
“면담이요? 저번에 말했던?”
“응. 한 명씩 할 건데 여기서 누가 제일 언니지?”
“저, 저요.”
뱀상에 도도한 얼굴을 한 미녀.
이름이 뭐였더라?
아직 애들 이름을 다 외우진 못했다.
프로필 정리 한 번 해둬야지.
수줍게 손을 든 여인.
생긴 건 꽤 도도한데 성격은 영 딴판인 거 같다.
내가 쳐다보니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는데 귀가 새빨갛다.
남자에 대한 내성이 적은 건가? 그냥 부끄러움이 많은 걸까?
“그, 그렇게 집중하시면 조, 조금 부끄러운데요.”
작은 목소리.
그러나 정확한 발음.
“으음, 무대에 설 건데 이렇게 부끄러워하면 어떡해?”
“으으, 여, 여긴 무대가 아니니까요?”
그건 맞지. 나중에 노래하는 모습도 한 번 지켜봐야겠네.
“일단 이름이 뭐였지?”
“최신정이요. 23살이구요.”
알아서 나이까지 말해주는 걸 봐선 눈치는 꽤 있는 거 같다.
으음, 내친김에 다 한번 알아 둘까?
“다른 애들도 이름이랑 나이 좀 알려 줘.”
내친김에 다섯 여인의 사진까지 찍고 이름과 나이를 적었다.
대충 면담하며 적을 내용 있으면 적어 둬야지.
오늘 면담을 하기로 한 건 가장 나이가 많은 23살의 신정.
작은 키에 수줍은 많은 성격인 거 같은데.
워낙 도도하고 차갑게 생겨서 수줍은 모습이 딱히 수줍어 보이진 않는다.
뱀상 얼굴이 이렇게 이쁠 수도 있구나.
뱀상 얼굴은 다 오로치마루 인 줄 알았는데.
다른 애들은 차차 적어가기로 하고 오늘은 신정에게 집중하자.
“넷은 이만 숙소로 들어가. 연습은 내가 끝냈다고 말해줄게.”
“네!”
“와아!”
별로 하는 거도 없으면서 쉬는 건 또 좋은가보다.
뭐, 하는 일이 없더라고 회사에 있는 것과 집에 있는 건 천지 차이긴 하다.
“우리도 갈까? 좋아하는 음식 있니?”
“저는 닭고기면 다 좋아요.”
“닭을 좋아해?”
“헤헤.”
의견을 말하고 금방 부끄러워한다.
으음, 뭔가 외모와 성격의 차이가 커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무대에서 외모에 걸맞은 카리스마있는 모습을 보이다 무대가 아닐 때는 수줍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면 인기 좀 끌겠는데?
나부터도 살짝 마음이 가는 거 같으니까.
무대만 잘 하면 되겠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내 별장.
뭐, 그냥 일반 집이지만 편의상 별장으로 부르기로 했다.
“와아. 여기 사시는 거예요?”
“아니, 여긴 그냥 쉬기 좋은 작업실?”
물론, 음악 작업보다 다른 작업을 많이 하지만.
나름 방음 부스에 꽤 좋은 음향 장비로 채워져 있다.
물론, 가장 비싼 장비는 침대지만.
“와, 엄청 좋은 작업실이네요.”
“그래 보인다니 다행이네. 우선 물 한 잔 줄까?”
“헤헤. 네.”
긴장해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보여 물이라도 가져다줬다.
하긴 아무리 프로듀서라고 해도 친하지 않은 외간 남자랑 단둘이 집에 있으면 어색할 수밖에.
“음, 노래 먼저 할래? 춤 먼저 출래? 둘 다 해도 되고.”
아랫집이 매물로 나와서 아랫집도 사버렸다. 윗집은 춤과 섹스를 위한 연습실로 만들고 아랫집은 보컬 연습실과 녹음과 작곡 작업실로 개조할 예정.
그냥 이 건물 사버릴까? 위치가 너무 좋은데.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신정의 무대를 지켜보자.
“저, 저는 래퍼인데요.”
“아! 랩 해?”
“네. 추, 춤도 조금 출 수 있어요.”
“춤은 얼마나 췄는데?”
신정이 눈을 위로 올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생각할 정도면 꽤 오래됐겠네?
“으음, 삼 년 정도요?”
“그럼 춤 먼저 보자.”
카디와 같이 살면서 랩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져서 문젠데 괜찮겠지?
“그, 막 쿵쾅대도 괜찮을까요?”
“응, 아랫집도 내 집이거든.”
“와아. 그, 그럼 노래는.”
컴퓨터로 알아서 노래를 찾는 신정.
나는 차분히 신정의 춤을 기다렸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