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04화 (304/450)

304.

“어? 오빠 왔어?”

“응. 왜 나와 있어?”

“나 합방 스케쥴 잡혀서 가는 길.”

“아아, 한껏 꾸몄네?”

민주가 배시시 웃는다.

시연과 민하씨는 뭔가 갈라파고스제도처럼 외딴섬으로 둘이서만 방송하고.

나와 내 여인들 나오는 게 다라면.

민주는 좀 더 합방을 자주 하려는 거 같다.

뭐, 방송을 키우는 데는 이곳저곳 자주 나가는 게 유리하긴 하지.

으음, 나도 오랜만에 영상이나 만들어 볼까?

유티비에 업데이트를 안 한 지도 벌써 꽤 오래 지났다.

일단 지금 리얼리티에 집중해야지.

다른 곳으로 팬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면 안 되니까.

얘네들 제대로 데뷔무대 치르고 생각하자.

“피디님.”

“응?”

뒤에서 누가 안겼다.

“선유?”

“헤헤. 바로 아시네요.”

기타 치는 손은 알아볼 수 있으니까.

뭐 그게 아니어도 살의 감촉과 목소리로 알았지만.

손 덕분에 더 확실해졌을 뿐.

“왜 어리광이야?”

“으음, 이상해요.”

“뭐가?”

선유가 내 손을 잡고 작업실로 당긴다.

졸지에 이틀 연속 밤에 작업하게 생겼네.

선유와 함께 들어온 작업실.

이미 켜져 있는 컴퓨터에 곡이 몇 개 켜져 있다.

“네가 만들었어?”

“네. 들어 보실래요?”

“그러자.”

선유의 곡.

색기를 뿜어냈던 저번 곡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으음, 내가 섹스로 곡을 만들었던 거에 영감을 받아서 나갔었으니 뭔가 비슷한 걸 만들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곡이 싱그러워서 놀랍다.

엄청 야하고 성욕이 강한 애가 어떻게 이런 곡을 썼지?

뭐, 사람 성향이 곡에 꼭 묻어나는 건 아니지만.

이 곡은 내가 아는 선유와는 너무 달랐다.

하긴, 대중들이 아는 선유는 또 다르니까.

“으음.”

“어때요?”

“평범한데?”

그냥 선유가 작업한 평범한 곡 같은데?

“그럼 이거 들어 주세요.”

“그래.”

다른 곡을 트는 선유.

음? 색기?

전주부터 스멀스멀 새 나오는 색기.

으응? 곡은 비슷한 거 같은데?

“음, 다시 한번 듣자.”

“헤헤. 네.”

색기를 제외하고 본다면 곡에 특별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으음, 이게 왜 이래?”

“그죠? 이상하죠?”

“뭘 바꾼 거야?”

“으음, 마음가짐? 생각?”

오묘한 표정으로 말하는 선유.

“음, 이건 그냥 찍은 곡인데요.”

선유가 처음 들려준 곡을 켜고 말한다.

“조금 디테일 정도 수정하면서 피디님이랑 섹스한 걸 떠올리면서 했어요.”

“으음, 그래서?”

“네. 딱히 바꾼 건 많이 없는데 뭔가 느낌이 달라졌어요.”

“희한하네.”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색기가 뭔지도 아직 잘 모르는데 생각이 바뀐 것만으로 곡에 스며들었다는 것도 좀 어렵네.

-으음, 그렇군.

‘아! 마기야? 넌 뭘 좀 알아?’

-그대의 기운이다.

‘응? 내 기운?’

나한테서 느껴지진 않는데?

내 안에 색기는 남아 있지 않다.

-나의 기운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 같군.

‘그게 무슨 말인데?’

-저 여인같이 그대와 오랜 시간 관계를 맺은 여인은 그대에게 많은 기운을 받았겠지.

‘그렇지? 내가 마기를 많이 쓰긴 했으니까.’

섹스할 때뿐만 아니라 마기는 이런저런 일로도 많이 써줬으니까.

나와 오래 있었을수록 마기의 영향을 진하게 받았을 수밖에.

-우리의 기운이 많이 희석된 상태로 축척 된 것이지. 스스로 사용은 못 하지만 은연중에 본능적으로 사용할 순 있지.

‘으음, 그러니까 나한테 받은 마기가 희석돼 색기로 변해 쌓였고, 그걸 선유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는 거지?’

-그렇다.

색기와 마기는 완전 다른 기운인 줄 알았는데.

뭐, 작용하는 게 비슷하긴 하지만.

색기가 희석된 마기라고?

-조금 다르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좋다.

‘조금 다른 건 뭔데?’

-으음, 설명하기 어렵군. 그건 그대가 느끼는 수밖에 없다.

‘어렵네. 어려워.’

나는 선유를 보며 말했다.

“알 거 같아.”

“정말요? 어떻게 된 거예요?”

“으음,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마기나 어떤 기운을 말하는 건 너무 사이비 같잖아.

선유야 내 여인이니까 믿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설명한다고 색기를 다룰 수 있을 거 같진 않다.

좀 더 확실한 설명이 없나?

“으음, 어렵네.”

“설명이요?”

“그렇지?”

그냥 기운을 얘기하는 게 그래도 제일 쉽겠구나.

“나한테서 뭔가 특별한 기운을 느낀 적 있어?”

“그건 매번 느끼죠.”

“그, 그래?”

느끼고 있는지 몰랐네?

아! 그러니까 내 기운을 민감하게 캐치하고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음, 그 기운이 나와 오래 함께하면서 간접적으로 네게 쌓였달까?”

“그래서 제가 피디님 생각하면서 곡을 만들면 그 기운이 곡에 들어간다? 그런?”

“그렇지?”

“호호. 그게 뭐예요. 말도 안 돼.”

으음,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긴 하지.

“하하. 안 믿겨?”

“으으음.”

미간을 찌푸리고 곡을 다시 듣는 선유.

“피디님의 기운보다는 뭔가 아쉽고 부족한 느낌인데.”

“많이 희석됐으니까.”

아무래도 그냥 마기를 가지고 있기엔 내가 아닌 사람은 무리가 있는 걸까?

그럼 여진이는 뭐지?

마기를 소화할 수 있는 체질이 따로 있는 건가?

-보통 신체적으로 큰 결함을 가진 사람들이 마기를 가질 수 있다.

‘그래? 나는 멀쩡한데?’

-후후. 그건 나중에. 아니다.

‘음? 뭔데?’

마기가 조용해졌다.

미리 말해주면 어디 덧나나?

뭐, 단명한다 그런 얘기냐? 또?

후우, 잘 모르겠네.

시간 될 때 여진이나 함 보러 가야겠다.

“흐음, 대충 느낌은 알겠네요.”

“그래?”

“헤헤. 그럼 피디님.”

선유가 야하게 웃으며 내 위로 올라탔다.

“요망해. 아주.”

“호호. 그게 제 매력이죠.”

상의를 벗어젖히는 선유.

브라에 가득한 가슴이 출렁하며 시선을 뺐었다.

“흐으응. 하으.”

브라 아래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진다.

잠시 말캉한 감촉을 즐기고 브라를 벗긴 후 본격적으로 젖꼭지를 빨았다.

-쯉, 츄릅, 쮸즙.

“흣, 흐으응.”

“좋다.”

“헤헤. 영감을 주세요.”

이런 영감은 얼마든지 줄 수 있지.

작업실 컴퓨터를 끄고 소파로 선유를 데려갔다.

바지도 마저 벗기고 나도 옷을 벗는다.

적극적으로 얽혀오는 선유.

“하읏! 흣! 끄흐으으으으으응!”

-뷰릇! 뷰르릇

“후우, 여기서 늘어지지 말고 방에서 쉬어.”

“헤으응, 이, 이따가요오.”

꽤 오랜 시간 선유와 섹스한 후 늘어져 잠든 선유를 두고 방으로 간다.

“후우, 좀 씻어야겠네.”

바로 자고 싶은 나른한 몸.

그래도 타액들로 찝찝한 몸을 씻긴 해야겠다.

누가 씻겨주면 좋겠네.

“후우, 뜨끈한 물에 몸 좀 담글까.”

“호호. 무슨 아저씨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아, 누나.”

초유 누나가 손에 와인 잔을 들고 부드럽게 웃으며 다가왔다.

“씻으려고? 어후, 누구랑 이렇게 한 거야?”

“하하. 뭐. 선유랑 작업 좀 했지.”

“흐으응, 같이 들어가 줄까?”

“아냐. 술 마시고 온수는 위험해.”

웃으며 돌아가는 초유 누님을 뒤로하고 욕탕으로 들어와 욕실에 물을 받았다.

“흐어, 좋다.”

혼자 반신욕 하는 거도 나쁘지 않네.

자주 하진 않지만, 가끔 한 번씩 해주면 뭔가 영혼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

-똑똑.

“누구?”

“헤헤. 저예요.”

“아, 선애씨.”

살짝 찌푸린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선애.

맞다. 호칭을 바꾸기로 했지.

“아직은 이름 부르는 게 좀 어색하네. 하하. 선애 왔어?”

“자주 불러야 익숙해지죠.”

“그러게.”

얇은 슬립을 입은 선애.

옷을 살살 벗으며 안으로 들어온다.

“술 마신 거 아냐?”

“전 안 마셨어요. 초유 언니가 그래서 가보라고 한 거 같은데요?”

“하하. 고맙네.”

왕언니다운 포용력이랄까?

자기가 같이 있어 주지 못 하니까 다른 여인을 보내다니.

크으, 초유 누님 사랑합니다.

“이리 들어와.”

“호호. 조금 씻고요.”

간단히 몸을 씻은 선애가 탕 안으로 들어와 내게 안긴다.

-츄르릅, 츄릅.

가벼운 키스 후 서로의 몸을 더듬으며 십 분 정도 반신욕을 즐겼다.

“슬슬 나가자.”

“네.”

같이 일어나 몸을 씻고 내 방으로 왔다.

으음, 섹스해서 더러워진 몸을 씻었는데 바로 또 하다니.

뭔가 모순적인 모습이지만, 이번엔 좀 소프트하게 해서 그대로 자야겠다.

“하으으, 하으.”

“어후.”

누운 채로 선애와 몸을 섞고 그대로 잠들었다.

“흣, 흐으응, 하읏.”

“어우, 어, 언제 일어났어?”

“호호. 방금요?”

눈을 떴는데 내게 올라타 자지를 박고 몸을 흔드는 선애가 보였다.

언제 일어나서 혼자 삽입했는지 모르겠네.

보통은 먼저 일어나는데 어제는 좀 피곤했나?

“흐으응, 하읏, 흣! 끄흐으으으으응!”

-뷰르릇! 뷰릇.

자면서도 계속 자극당했는지 사정감이 빠르게 차올랐고.

선애의 절정과 함께 사정했다.

“후우, 어제 피곤했나 봐요?”

“그러게. 못 일어났네.”

“후후. 더 쉬어요.”

“아냐. 일 있어.”

오늘은 촬영이 있으니까.

선애와 모닝 섹스 후 후희를 조금 나누다 일어났다.

간단히 씻고 기다리니 아인이 나왔다.

“정비서. 갈까?”

“응. 여유롭게 가자.”

조금 일찍 출발해 도착한 스튜디오.

제작진과 인사를 나누고 대본을 받는다.

시간이 좀 지나 도착한 해인.

“오셨어요?”

“하아암, 피곤하네. 잘 지냈죠?”

“그럼요. 콘서트 엠씨 감사해요. 인사도 못 드렸네요.”

“에이, 뭘. 나도 즐거웠는데요.”

그래도 많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반 존대를 하는 해인.

“하하. 그냥 편하게 하세요. 이제 많이 친해졌잖아요?”

“그럴까? 호호. 나도 이게 편하지.”

“아! 그리고 오늘 미션 보셨어요?”

“으음? 아니 왜?”

오늘 미션은 드디어 팀 이름 정하기.

나와 해인에게만 미리 알려줬는데.

아이들에게 이름을 바로 정하게 해서는 좋은 이름이 나올 거 같지 않아 제작진과 회사 직원들이 후보를 미리 꼽아둔 거 같다.

대본을 보며 룰을 숙지하는 해인.

“아아, 이렇게 하면 확실히.”

“재미는 모르겠지만. 이름은 잘 나오겠죠?”

“으음, 나는 에스걸스가 딱인 거 같은데.”

“으으. 촌스러운데.”

내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니 해인이 웃으며 팔을 꼬집는다.

“내 작명 센스가 어때서.”

“나이가 있으시니 넘어, 아앗!”

“나이 얘기 하지마아!”

또 꼬집혔다.

“녹화 들어갈게요.”

“아! 네. 가요.”

“그래.”

해인과 함께 들어선 스튜디오 아이들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자! 그럼 데뷔곡을 오늘도 들어 볼까요?”

“후후. 오늘도 살짝만 공개되겠지만요.”

오프닝 인사를 마치고 오늘치 곡을 공개한다.

“아. 빨리 다 들어보고 싶다.”

“후후, 궁금하죠?”

“그거 알아요?”

“어떤 거요?”

해인이 씩 웃으며 말한다.

“사람을 열 받게 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말을 끝까지 안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잌! 그거 알죠.”

나는 웃으며 해인의 팔을 잡았다.

“지금 제 곡 공개가 열 받는다는 말이죠?”

“하으, 그만큼 빨리 시원하게 다 듣고 싶다는 의견 표시?”

“후후. 대기실에서 몰래 들려드릴까요?”

“정말요?”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거짓말이죠.”

“아이! 진짜 나빴어!”

나이에 맞지 않는 애교였지만, 상당히 귀여웠다.

“자! 그럼 오늘 미션을 공개해야죠?”

“아. 슬슬 그럴 시간이에요.”

곡 공개 이후 오늘의 미션을 공개한다.

“오늘 미션은 바로!”

“바로!”

“팀 이름 정하기입니다!”

“와아아!”

박수 치는 아이들.

나는 설명을 이어간다.

“여러분이 바로 생각해낸 그룹 이름도 좋고, 저희가 미리 준비한 이름도 좋죠.”

“네. 모두가 고심해 하나의 이름을 정할 건데요.”

해인이 고개를 저으며 대본에 없는 말을 덧붙인다.

“흐음, 저는 S걸스가 딱인데 말이죠.”

“슬프게도 에스걸스가 후보에 있습니다.”

해인이 씩 웃는다.

아! 이거 왠지 S걸스로 정해질 거 같다.

불안한 예감은 항상 잘 맞는 거 같은데.

“아무튼! 여러분이 여러 미션을 통과해 후보 이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그 이름 중에 선택하는 건가요?”

“그렇죠!”

“으음, 그룹 이름을 너무 운에 맡기는 거 아닌가요?”

해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걸그룹의 흥망성쇠는 운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아니, 누님? 좌지 발음이 조금 이상한데요?

살짝 당황했지만, 티 내지 않고 말을 받는다.

“뭐, 그래서 일단은 여러분이 생각한 이름이 있을 거 같은데. 그것도 받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호호. 그럼 저희가 나눠드린 쪽지에 이름을 써 주시겠어요? 시간은 충분히 드릴게요.”

아이들이 혹시나 좋은 이름을 가져올지도 모르니 후보를 늘린다.

뭐, 너무 얼토당토않은 이름이라면 커트하겠지만.

“으음, 혜인아?”

“네? 헤헤. 좋죠?”

“그, 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

“그, 그래요?”

4차원 소녀 혜인.

종이를 받자마자 적기 시작해서 구경 왔는데 적힌 이름이 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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