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299화 (299/450)

299.

갑자기 고요해진 실내.

모두 조아의 등장만을 기다린다.

이거 조아 혼자 들어오면 뻘쭘하겠다.

마중이라도 나가 줘야지.

밖으로 나가니 조아가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왔어?”

“으응.”

살짝 긴장한 조아.

하긴 애인 부모님 만나는 거보다 애인의 애인들 만나는 게 더 떨리겠지.

으음, 조금 이상한가?

애인의 애인들이라니.

원래라면 그런 건 없는 게 맞긴 하지.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후우, 그래도 좀 긴장되네.”

“하하.”

조아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시간을 좀 보냈다.

“하으, 좀 낫네.”

“다행이다. 갈까?”

“응.”

조아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와요.”

조용한 분위기에서 먼저 인사한 초유 누님.

조아가 상체를 꾸벅 숙이며 모두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 한국말을 할 줄 아네요?”

“아! 깜박했네. 조아는 공식적으론 한국말 못 하는 거예요. 모두 알고 있어 주세요.”

“그래? 알겠어.”

사정은 나도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어디 가서 조아 얘기 함부로 할 사람들은 아니니 대충 설명했다.

으음, 다른 여인들이야 그냥 이 집에 들어와 살면서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섞였는데.

나도 누군가를 이렇게 소개하는 건 처음인 거 같다.

“일단 제 연애기사 나가는 건 다 들으셨죠? 그 대상이고 중국에....”

“자기야.”

“네?”

“자긴 됐고, 우리가 얘기할게.”

초유 누님이 내 말을 끊고 조아를 부른다.

“이쪽으로 와 앉아요.”

“네.”

딱히 기 싸움이 있거나 하진 않았다.

흔히 말하는 여자어가 나오고 그럴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몇 살이에요?”

“한국 나이로 서른셋이에요.”

“오! 연상이네.”

“하하.”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상황을 본다.

초유 누님이 나이를 말하고 말을 놓는다고 한 뒤 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여자들이 각자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말했고 조아가 조금 놀란 눈으로 날 본다.

으음, 그러고 보니 조아가 초유 누님 다음으로 나이가 많네?

아무래도 내가 올해로 27이다 보니까 주변 여인들의 나이가 30 이하가 많은 거 같다.

어린 여자를 특별히 좋아하는 게 아닌데.

끌리는 여자는 보통 어린 거 같더라고.

“으음, 딱히 나이에 취향이 있는 건 아닌데....”

조아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변명 느낌의 말이 나왔다.

“호호. 오빠는 아주 잡혀 살겠다.”

“에이, 내가 잡혀 주는 거지.”

살짝 허세를 피워 보지만, 아무래도 잡혀 사는 게 맞는 거 같다.

평소엔 좀 쓰레기처럼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겠지만.

막상 일대일로 보면 섹스 빼고는 내가 지는 거 같으니까.

그렇게 서열이 정리됐고, 조아가 모두와 인사했다.

“얘들아. 그냥 우리끼리는 다 말 편하게 하자.”

“언니?”

초유 누님의 말에 모든 여인이 살짝 어색하게 웃는다.

어떻게 그러냐는 느낌이지?

“아니, 호칭만 언니라고 하면, 반말한다고 싸가지가 없어지는 거도 아닌데. 우리끼리 너무 어려운 느낌 난 싫어.”

“헤헤. 좋아! 언니!”

눈치가 좀 부족한 수미가 초유 언니에게 말을 놓았다.

순간 고요해진 분위기.

하필 막내 수미가 일등으로 말을 놓을 건 또 뭐람.

“봐봐. 얼마나 편해 보이고 좋아?”

“하, 하하.”

“싫은 사람 없지?”

“네. 아니, 응. 언니. 호호.”

선애씨도 말을 놓으며 웃는다.

와, 선애씨는 함부로 말을 놓는 편이 아닌데.

나한테도 여태까지 존대하잖아.

“성민이 너도 여자들한테 말 다 놔.”

“저. 저도요?”

“응. 여자들이 너한테 하는 건 네 마음인데. 네가 누군 존대하고 누군 반말하는 거 나중에 말 나올 거야.”

무슨 말이 나온다는 거지? 고개를 조금 갸웃했더니 초유 누님이 씽긋 웃으며 말한다.

“네가 누군 존대하면 존중하는 느낌이라 반말하는 애들이 서운할 수 있고, 누굴 더 편하게 대하면 존대 받는 입장에서 조금 섭섭하달까?”

마지막은 초유 누님의 본심인가 보다.

나 때문에 섭섭한 게 있었나 보다.

뭐, 여자를 이만큼 데리고 사는 데 섭섭하지 않게 할 수는 없겠지.

“음, 알겠어. 누나.”

“후후, 누나? 좋은데?”

초유씨라고 부르려다가 그건 좀 멀어 보이고, 이름만 부르기엔 나이차가 꽤 있어 누나로 타협했다.

초유 누님이 배시시 웃으며 좋아하는 게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던 거 같다.

“자 그럼 이쯤에서 자기는 좀 나갔다 와.”

“네?”

“반말! 여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까 나갔다 오라고.”

“아, 응.”

초유 누나의 기세에 나도 모르게 일어났다.

일단 밖으로 나왔는데 얼마나 있어야 하는 거지?

일단 여인들이 있는 집 말고 옆집으로 혼자 이동했다.

“피디니임.”

“응? 시연아?”

따라 나왔는지 급하게 다가오는 시연이.

“왜 나왔어?”

“헤헤. 저는 빠져도 되는 얘기예요. 혼자 심심하실 테니까 제가 가본다고 했죠. 잘했죠?”

“그래. 시연이 밖에 없다.”

“헤헤.”

귀엽게 웃는 시연과 옆집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음, 서운하거나 한 건 없어?”

저번에 얘기는 들었겠지만, 연애설 상대를 직접 보는 건 또 다른 느낌이겠지.

“으음, 조금 슬프긴 해요.”

“슬퍼?”

“제가 그래도 처음인데....”

시연이 살짝 떨리는 동공으로 날 본다.

으음, 처음은 아닌데.

업소에서 만난 지애 누나를 빼더라도 여기 있는 여자 중 처음은 소연이다.

소연을 만나고 내 능력에 눈을 뜨기도 했고.

내가 조용히 말을 안 하고 있으니 시연이 동공을 떤다.

“제, 제가 처음이 아니었나요?”

“으음, 첫 경험이 아닌 건 알지?”

-끄덕!

고개를 끄덕인 시연이 내 옆에 바짝 붙었다.

“으음, 두 번째라고 하면 조금 서운하려나?”

“아니요. 어쩔 수 없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고마워.”

시연이한테는 항상 고맙다.

뭔가 내게 바라는 거 없이 열성적으로 사랑을 나눠주는 거 같아서.

살짝 눈이 붉어진 시연이 내게 안겼다.

시연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잠시 가만히 있었다.

“울어?”

“헤헤. 안 울어요.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다행이다.”

“키스해 주세요.”

-츄르릅, 츄릅, 츕.

부드럽고 낭만적인 키스가 시연이의 움직임 때문에 격정적이고 야한 키스로 변한다.

양손으로 내 머리를 잡고 격렬하게 혀와 입술을 탐하는 시연.

“파하아. 저는 사실 몇 등이어도 상관없어요.”

나지막하게 말하는 시연.

그럼 왜 말한 걸까?

“그냥 자주 와서 사랑해 주세요.”

그 사랑이 섹스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냥 나와 오래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인 거 같다.

씽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팔을 뻗는 시연. 시연이를 꼭 안았다.

“안아주세요.”

“안고 있잖아.”

“아이잉, 더 꽈아악!”

귀엽게 앙탈 부리는 시연을 꼭 안고 시간이 지나니 수미와 지인이 다가왔다.

“선생님. 이제 들어 오래요.”

“그래? 갈까?”

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팔짱을 끼니 지인이가 빠르게 내 옆으로 와 팔짱을 꼈다.

“까비.”

“하하. 수미는 막내니까 양보해.”

“헤헤. 괜차나여.”

내 뒤로 돌아가 확 업히는 수미.

“어우, 놀라라.”

“선생님 힘들겠다.”

“헤헤. 수미는 가벼워서 괜차나!”

“그래. 업혀라. 얘들아 잠깐만 위험하니까 제대로 업자.”

그렇게 수미를 업고 시연, 지인과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간다.

“막내는 왜 업혀있어?”

“헤헤. 자리가 없었어!”

“음, 이제 내려갈까?”

“네!”

귀여운 수미를 아래로 내려주고 자리를 찾아 앉는다.

뭔가 분위기가 조아 옆에 앉아야 할 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앉았다.

“자! 우린 얘기 다 끝났어. 이제 자기 차례.”

“저요?”

“씁! 반말!”

“아! 나? 무슨 얘기?”

초유 누나한테 반말하니까 조금 느낌이 이상한데.

싫지는 않은 거 같다.

익숙해지면 더 좋을 거 같네.

“으음, 자기가 따로 할 말은 없는 거 같네.”

“그렇지? 할 말 있었으면 저번에 했지.”

“그럼 놀자!”

초유 누나의 마지막 말에 다들 기쁘게 웃는다.

시끄럽진 않지만 고요하지도 않은 적당한 분위기에 술잔이 돌기 시작하니 슬슬 취기가 오르는 여인들이 생겼다.

“아으, 부럽다. 언니이.”

“호호. 난 네가 더 부럽다 얘.”

“에이, 뭐가 부러워어.”

“성민이를 오래 봤잖아. 나는 너무 늦게 만난 거 같아.”

몽롱한 눈으로 날 보는 조아.

“여자의 행복을 처음 느껴봤어.”

“헤헤. 나도 피디님 만나서 처음 느껴봤는데에.”

시연이가 몸이 살짝 풀려서 흔들거리며 말했다.

맞다. 시연이는 내가 첫 경험이지.

뭐, 시연이뿐 아니라 내게 처음을 준 여인이 여기 많다.

가장 최근엔 수미와 소담인가?

소담은 몸이 약해서 못 했을 테고, 수미는 아직 어리니까.

뭐, 처음을 굳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될 수 있으면 처음이 좋긴 하다.

“헤으응.”

“어우, 수미? 얜 또 왜 이렇게 취했어?”

“에으, 저 안 치해또요오.”

혀가 완전히 꼬인 게 확실히 취했다.

수미가 내게 매달려 몸을 비빈다.

“어후, 이리 와.”

“헤헤. 아나주세여어.”

“그래그래.”

수미를 거의 눕힌 다음에 살살 몸을 문질러줬다.

“음냐. 음냐.”

잠이든 수미.

귀여운 모습에 다들 미소를 띠고 수미를 본다.

“옮겨두고 올게.”

“내가 할게.”

여기서 힘은 날 제외하면 민주가 제일 쎄겠지?

나름 헬스 유티버였으니까.

“같이 하자.”

“그래.”

민주랑 함께 수미를 들었다.

가벼운 수미지만 술 취해 늘어진 사람을 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가서 엄한 짓 말고 빨리 와!”

“하하. 알겠어. 누나.”

초유 누나가 너스레를 떨며 빨리 다녀오라 했고 나와 민주는 서로를 보며 씽긋 웃었다.

수미를 침대에 눕히고 나가려는데 뒤에서 안기는 민주.

“하하. 엄한 짓 금지였는데.”

“으으응, 이건 엄한 짓 아니야아.”

부드럽게 등을 누르는 가슴에 살짝 음심이 동하긴 한다.

술도 좀 먹었고.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리면 안 되니까 잠깐만 만지다 갈까.

몸을 돌려 민주를 마주 봤다.

-츄릅, 츄르릅.

“파하. 하으으, 하으.”

“이제 가자.”

“응. 헤헤.”

내 손길을 느끼던 민주가 씽긋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민주도 초유 누님은 무섭나 보다.

원래라면 조금 더 아양을 떨며 매달렸겠지만, 눈치를 본 건지 바로 날 따라나선다.

“오! 생각보다 일찍 왔는데?”

“누나 때문에 얘가 겁먹었잖아.”

“내가 뭘. 민주 너 내 욕했어?”

“에이, 언니! 제가 무슨 욕을 해요오.”

초유 누님이 고개를 젓는다. 말을 놓으라는 의미.

“아! 내가 무슨 욕을 해에!”

“그래그래. 이리 와서 어깨 좀 주물러 줄래? 나 여기가 왜 이렇게 아프냐.”

“그래? 보자.”

민주가 초유 누님 뒤로 가 어깨를 만진다.

두 사람 사이가 갑자기 가까워 보이네.

확실히 말을 편하게 하는 게 효과가 좋은 거 같다.

“흐으음.”

“취한 사람이 많네.”

“다들 오늘은 좀 마시고 싶었겠지.”

“그런가?”

선애씨와 초유 누나. 민하씨. 세 사람이 제일 멀쩡해 보이고 나머지는 다 해롱해롱한 상태.

“선애씨는 많이 안 마셨어요?”

“호호. 저한테도 말 놓으셔야죠. 저야 뭐 술은 언제나 잘 들어가니까요?”

“아, 맞다. 하하. 역시 술은 선애 누나죠.”

“흐으응, 난 누나 소리 싫은데에.”

선애가 내게 다가와 아양을 떤다.

멀쩡해 보였는데 그래도 살짝 취기는 있는 거 같다.

“그럼 뭐라고 불러?”

“선애야? 자기? 여보? 어머!”

선애가 볼을 손으로 감싸며 부끄러워했다.

“어후, 얘도 주책이다.”

“아잉, 언니 주책이라니.”

취했네. 취한 거였네.

얼굴이 너무 멀쩡해서 몰랐다.

“호호, 전 이만 쉬어야겠어요.”

“민하씨? 그냥 쉬게요?”

“으으음, 저도 말 편하게 해요.”

“아, 아직 익숙지 않아서 자꾸 깜박하네.”

민하씨도 누나라는 호칭은 싫겠지?

“음, 민하야?”

“어머, 박력. 호호.”

민하가 내게 다가와 안겼다.

“하으, 오늘은 방송도 없긴 한데에.”

“그럼 더 놀지 왜?”

“머리가 아프네요.”

민하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잠시 마기를 사용했다.

“호호. 정말 피디님 손은 약손이에요.”

“이제 됐지? 가서 잘 거야?”

“으음. 어떻게 할까요오?”

야하게 웃으며 내게 더 붙은 민하.

나도 오늘은 조금 감정적으로 행동하게 된 거 같다.

음, 뭐랄까 콘서트가 끝나니까 좀 여럿이서 북적이고 싶달까?

뭔가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 쌓여있다가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든다.

이게 많은 가수가 느끼는 무대 휴유증 같은 건가?

내가 느낄 줄 몰랐네.

살짝 공허한 느낌이라 여인들을 더 안 보내주려는 거 같다.

음, 오늘은 좀 다 같이 놀고 싶다.

아마 여인들도 조아 때문에 살짝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술을 더 마신 거겠지?

수미처럼 뻗은 여자는 없지만, 다들 해롱해롱한 게 섹스가 어려울 수도?

마기로 취기를 조금만 날려 보내고 같이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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