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
하긴, 세린은 지금 첫 무대지?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란 말이지.
객석 반응이나 이런저런 상황을 여유롭게 파악할 정신이 없을 거다.
지금은 노래에만 온전히 빠져 집중한 모습.
그게 득이 됐다.
웅성거리던 관객들도 깊게 몰입한 세린을 보며 노래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첫 공개니까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겠지?
내가 깨달음을 얻어 만든 곡이니까.
깨달음을 얻어 만든 곡들은 다 오랜 시간 사랑받을 명곡이라고 칭송이 자자 하다.
옆에서 함께 대기하던 해인도 노래에 깊게 몰입해 양손을 모으고 노래를 듣는다.
관객들도 다르지 않은 모습.
이건 분명 성공할 수밖에 없네.
반응이 내 생각보다 훨씬 좋아서 기분이 좋다.
세린의 노래가 끝나고 장내가 고요해졌다.
나는 해인의 팔을 살짝 잡아 정신이 들게 했다.
“아.”
마이크를 잡고 외마디 탄성을 흘린 해인.
그걸 시작으로 관객들도 몰입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와아.”
“우와!”
“와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 “이쁘다아아!”
-짝짝짝짝짝!
여러 함성 속에서 세린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마이크를 입에 가져간다.
“안녕하세요. S로 활동했던 고세린입니다. 수영선수였던 모습이 더 익숙하시죠?”
준비된 대본을 정말 국어책 읽듯 또박또박 말하는 세린.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잠시 지켜봤다.
“아, 어? 피, 피디님?”
내가 멘트를 치지 않고 아빠 미소를 짓고 보고만 있자 당황한 세린.
나는 웃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하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얼굴 없는 가수 S의 정체는!”
“비운의 스포츠 스타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로 변한!”
“전 수영선수. 고세린양이었습니다!”
나와 해인이 세린을 소개했고 세린은 꾸벅 허리를 숙여 객석에 인사했다.
오늘을 기점으로 엄청난 기사가 나올 예정.
내가 헤드라인까지 따줬다.
비운의 스포츠 스타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로. 고세린 특집 기사!
베일에 가려져 있던 얼굴 없는 가수 S! 정체는 바로!
대충 이런 제목이면 조회수가 엄청 많겠지.
세린이는 노래가 잘 된 만큼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번 콘서트 끝나면 정체가 알려지는 만큼 확실히 인기를 끌겠지?
그걸 노리고 신곡을 몇 곡 더 줘서 녹음했다.
콘서트 연습과 동시에 녹음까지 하느라 세린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곡이 잘 나와서 다행.
이슈가 있을 때 빠르게 활동을 시작하고 후속곡도 미리 만들어 뒀다.
절절한 노래를 좋아하는 팬도 많겠지만.
너무 그런 노래만 부르면 안 되니까 다음 곡은 좀 활기찬 노래다.
살짝 안무를 곁들일 예정이었는데.
초유 누님이 세린이 춤은 무대에 올리려면 시간이 걸릴 거 같다고 해서 율동으로 바꿨다.
댄서들이 고생해 줘야지 뭐.
다음 노래에는 제대로 된 춤을 선보이기로 세린과 약속했으니까.
“후우, S의 정체가 고세린양이었다니 정말 놀랍네요.”
“하하. 아무도 예상 못 하셨겠죠?”
“네네. 어떻게 된 건지 말 좀 해주세요.”
“그건 아마 오늘 저녁에 기사로 나갈 겁니다. 저녁 기사로 확인해 주세요. 우리는 공연을 이어가야죠.”
해인이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으으, 이야기도 듣고 싶은데 다음 무대도 너무 보고 싶어요.”
“3부는 저도 정말 궁금한 무대들인데요.”
“그럼 지금 시작합니다!”
3부는 약간 실험적인 무대들이긴 하다.
나중에 프로젝트 그룹 맛보기 정도?
서로 노래가 잘 어울리는 여인들과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 몇몇이 함께 무대를 꾸린다.
또, 노래 바꿔 부르기도 있고.
발라드만 하던 이들의 댄스 타임도 넣었다.
말 그대로 축제.
다들 힘을 좀 빼고 즐기는 시간이다.
메인 이벤트가 세린의 공개였고.
그게 끝났으니까 이젠 노는 거지.
구상만 했던 프로젝트 그룹의 시작을 여기서 시험해 본다.
“으음, 생각만큼 안 어울리네.”
“오. 이 둘은 앨범 내도 되겠다.”
혼자 중얼거리며 무대를 평가해 기억해 뒀다.
콘서트 끝나고 하나하나 정리해서 프로젝트 그룹 만들어야지.
이제 슬슬 마무리 타임이다.
모든 무대가 끝나고 나와 해인이 무대 중앙으로 나왔다.
“여러분 아쉽지 않아요?”
“네에에에에!” “앵콜! 앵콜! 앵콜!”
해인이 준비한 대본을 다 말하기도 전에 앵콜이 나왔다.
역시 놀 줄 아는 사람들이라니까.
조명이 꺼지고 음악이 나온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무대로 한 명씩 나오며 노랠 부른다.
전체가 모이고 화음을 맞춰 노래 한다.
나도 껴서 함께 했고.
해인도 같이 몸을 흔들며 즐겼다.
그렇게 이어진 세 곡.
이제 정말 끝이다.
“후우, 와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가지마아아아아아!”
“앵콜! 앵콜!”
함성이 들렸지만, 무한정 공연할 순 없다.
음, 그래도 지인이 무대 하나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으음, 진짜 가야 하는데. 또 이렇게 함성을 질러 주시면 찐막 무대 하나는 해야지 않겠어요?”
리허설에 없던 내 말에 당황하는 진행팀.
“저기 브이아이피석에 진짜 반가운 얼굴이 한 분 있거든요.”
내가 바라보자 씩 웃는 지인.
“지인아! 올라올래?”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객석에 있던 지인이가 무대로 올라왔다.
“지인이 무대가 없어서 아쉬워하셨던 분들이 많은 거로 아는데, 지인이 노래 하나 들어 볼까요?”
“네에에에에에에!”
커다란 소리에 나는 진행팀 쪽으로 다가갔다.
혹시 몰라서 지인이 엠알 준비해 달라고 했었거든.
“되죠?”
“네. 준비됐습니다.”
무대 의상은 아니지만, 꽤 이쁜 의상을 입은 지인.
무대 가운데 서서 자세를 잡았다.
역시 빼지 않는 지인이다.
노래가 나오고 시작된 지인의 무대.
마치 준비된 것처럼 완벽한 무대를 끝낸 지인이 인사하고 공연의 막이 내려갔다.
“후우, 끝났다.”
“수고하셨어요.”
해인이 다가와 인사한다.
“가실 거예요?”
“호호. 뒤풀이 참 좋아하는데. 약속이 있어서.”
뒤에 보이는 한 남성.
아! 연애 발표 났던 상대구나.
“데이트 좋죠. 하하. 다음 촬영 때 봬요.”
“네. 오늘 콘서트 즐거웠어요.”
“감사합니다.”
해인이 떠나가고 내 여인들만 남았다.
나는 아인을 시켜 조아를 대기실로 불렀다.
“이따가 내 사람들만 남았을 때 부를게. 서로 얼굴도 익히고 해야지.”
“으음, 알겠어. 일단 난 호텔에 쉬고 있을게.”
“그래.”
작은 목소리로 서로 얘기를 끝내고 조아도 보냈다.
이제 진행팀과 함께 고생한 직원들 그리고 연예인들까지.
다 같이 예약한 식당에서 뒤풀이 겸 파티를 한다.
“오! 이 식당 좋네.”
고깃집인데, 가운데 쪽을 기준으로 좌우가 나뉜 식당.
오른쪽은 연예인들 자리고 왼쪽은 비연예인들 자리로 정했다.
서로 어울려 놀아도 되지만, 우리 회사 직원만 있는 게 아니라 조금 거리를 뒀다.
“자! 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잔 채우셨죠?”
아니! 저기요? 제 콘서튼데 왜 아버지가 또 일어나서 연설하십니까?
항상 이런 자리에 나서기 좋아하는 아빠가 직원들 사이에서 일어나 주절주절 떠드신다.
“자! 위하여!”
아빠 옆으로 다가가 술잔을 들고 외쳤다.
가만두면 몇 분은 줄줄 떠드실 테니 적절한 시기에 끊어야 한다.
“위하여!!”
모두가 술잔을 높이 올렸다가 쭉 들이켠다.
“모두 주량에 맞춰 드시고 재밌게 놀다 갑시다!”
“네에!”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한마디 하고 앉으셨다.
“허허. 수고했다.”
“수고하긴 했지.”
아빠 옆에서 술을 받으며 얘기를 나눈다.
연예인 석으로 옮길 생각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쭉 거기 있을 순 없으니까.
직원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면 한 잔 정도는 마시고 다닐 생각.
고마운 사람들이잖아.
이들 덕에 무사히 콘서트가 끝난 거니까.
“그럼 나는 테이블 좀 돌아볼게.”
“그래. 이제 알아서 잘 하네.”
“나도 짬이 좀 찼지?”
“하하하.”
아빠의 웃음을 뒤로 테이블을 돌며 인사를 나누고 술도 한 잔 마셨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오른쪽으로 넘어갔다.
“피디님!”
“선생님!”
“자기 왔어?”
몰리는 시선.
나는 살짝 웃으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모두가 내가 옆에 앉기를 바랐겠지만, 초유 누님 옆자리로 정했다.
일단 여기서 고기를 가장 잘 굽는 민하씨가 초유 누님과 함께 있었고.
적당히 술도 함께 마셔줄 선애씨도 있었기 때문.
뭐, 어딜 앉아도 좋긴 하지만, 왕언니 옆에 내가 있어야 다들 마음 편히 마시는 거도 있다.
현정 누님이 가셔서 왕언니는 초유 누님이니까.
“자기. 술 많이 마셨지? 배 좀 채워.”
“하하. 고기 맛 좀 볼까요.”
잘 익은 목살과 삼겹살을 집어 먹으며 배를 채운다.
술도 간간이 받아 마시니 배가 살짝 불러 왔다.
“후우, 2차는 집에서 할 거지?”
“그래야죠.”
보는 눈이 없는 곳에서 해야지.
또 콘서트 참여자들 외에 다른 여인들도 함께 놀 수 있으니까.
적당한 시간에 마무리할 각을 잡는다.
“자! 오늘 뒤풀이는 여기서 마감하겠습니다. 더 노실 분은 알아서 더 노시고 가실 분은 가시고.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천천히 빠져나가는 사람들.
나는 자리를 조금 지키며 인사를 받고 슬슬 아인과 눈짓한다.
날 위해 술을 참은 아인.
몇몇 짬 높은 여인들과 함께 차에 탔다.
“호호. 우리 자기 오늘 고생했네.”
“하하. 제가 고생이랄게 있나요. 다들 저보다 더 고생했죠.”
“하으응, 좋다. 하으.”
초유 누님과 선애씨가 내 옆에 앉아 내 몸을 만지며 몸을 떤다.
아니, 왜 벌써 이렇게 발정이 나셨어?
“두 사람은 왜 벌써 발동이 걸렸어요?”
“호호. 그냥 자기 오늘 섹시했었으니까.”
“으음, 뭔가 더 멋져 보여서 그래요.”
음? 그런가?
뭐, 일하는 모습이 섹시해 보이고 그런 건가?
“뭔가, 모두의 무대를 보고 나니까 자기가 대단한 사람 같고 그랬는데. 그런 자기랑 이러고 있으니까 더 흥분되는 느낌이야.”
“저도 비슷한 느낌이네요.”
“아, 하하.”
살짝 어색하게 웃었다.
매번 여러 곳에서 찬양에 가까운 글이나 말을 듣긴 하지만.
눈앞에서 이렇게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조금 어렵긴 하다.
그냥 제가 좀 대단하죠. 하고 넘기고 싶은데.
우리나라는 또 겸손하지 않은 사람 엄청 까잖아.
너무 겸손해도 가식이라고 욕먹고.
정말 어렵다. 어려워.
“도착했어요. 누님들 가요.”
“아, 빨리 왔네. 하으.”
“호호. 가요.”
여인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여인들도 있고 아닌 여인들도 있고.
잠시 기다리며 술상을 차렸다.
특별한 건 없고 그냥 집에 있던 과자나 육포를 모아왔다.
“선생님 이것 좀 들어 주세요.”
“음?”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가니 지인과 막내 라인 여인들이 장을 한가득 봐 왔다.
“대부분 술이지?”
“헤헤.”
귀엽게 웃는 지인.
경호원들과 함께 상자를 옮기고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 모였네.”
“오빠는 능력도 좋다.”
민주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으음, 그건 그렇네.
여기 사람이 몇 명이냐.
30명이 넘는 거 같다.
아! 조아에게 연락해야지.
조아에게 집 주소를 보내줬다.
“조아가 올 거야.”
“오! 드디어 보는 건가?”
“연애 기사의 상대를 여기에 부르신다니!”
뭐, 조아가 기가 쎈 편이라 이들에게 밀리진 않겠지만.
다굴엔 장사 없긴 하다.
“살살 다뤄줘.”
“어! 벌써 여친 챙기는 거예요?”
“에이, 여기 모두 내 여친이지.”
“와! 쓰레기.”
아인이 날 째려보며 말했다.
으음, 할 말이 없긴 하다.
사실상 쓰레기 맞지.
“호호. 오빠.”
“그래 보민아.”
드림 스테이지 2회차 우승자 보민.
요즘 활동이 바빠 자주 보진 못 했지만.
여전히 이쁜 모습이다.
무대에서 화려하고 강한 모습과 다르게 평소엔 청순하게 다녀서 뭔가 느낌이 매번 다른 거 같다.
“다음 콘서트엔 나도 나가고 싶다.”
“그래야지. 안 그러려고 했어?”
“호호. 그러니까 나도 곡 써줘.”
고개를 끄덕인다.
으음, 보민이 청순한 컨셉으로 그룹 하나 만들어 볼까?
소연이랑 같이하면 딱일 거 같은데.
이것도 나중에 한 번 해보자.
나는 보민을 보며 씩 웃어준 뒤 술잔을 들었다.
“다 모였으니까 건배는 한 번 해야죠?”
“호호. 우리 자기가 사장님을 닮아가네?”
“아잌, 아빠처럼 길게 연설하진 않잖아요”
모두의 웃음소리와 함께 잔을 든다.
“건배!”
“짜안!”
“치얼스!”
다 같이 즐거운 분위기로 술을 마시며 떠들었다.
으음, 걸그룹 하느라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 여자들도 모이면 좋겠다.
집을 증축해야 하나?
“손님 오셨습니다.”
“아! 들어오라고 해주세요.”
“네.”
조아가 도착한 거 같다.
모두에게 조아를 소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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