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
오늘 리허설 끝나고 조아가 한국말 쓸 수 있을 때 물어봐야겠다.
“그럼 오늘 잘 구경하다 가요.”
조아와 인사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오! 이렇게 보니까 또 달라 보이는데요?”
“아! 오셨어요.”
“그럼요. 구경하러 왔죠.”
“하하. 안 오셔도 괜찮다니까.”
콘서트지만 나 혼자 무대에 서는 게 아니므로 진행자를 섭외했다.
나와 아이돌 데뷔 리얼리티를 함께하는 해인.
해보니까 그녀와 꽤 잘 맞는 거 같아서 콘서트 때도 도움 좀 달랬더니 흔쾌히 와줬다.
리허설도 쉬고 콘서트 때만 와도 된다니까 이렇게 일찍부터 행차하셨다.
확실히 사람은 진짜 좋다니까.
“그럼 연습해 볼까요?”
“네.”
해인이 혼자 무대에 올라간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마치 관객이 실제로 있는 거처럼 인사하는 해인.
해인이 바람을 잡고 날 부르면 레돈이 먼저 등장하고 내가 뿅하고 리프트로 바닥에서 솟아난다.
그나저나 이 리프트 기다리는 거 생각보다 힘드네.
허리를 수그리고 있는 게 꽤 힘들었다.
무대 조명이 켜지고 노래가 나온다.
레돈이 춤을 시작하고 잠시 후 쫙 갈라지며 내 등장을 알린다.
나는 팍 솟았다가 떨어져 포즈를 취하고 춤을 이어갔다.
“후우, 후우.”
“와아아! 우리 주인공....”
그렇게 콘서트 할 때와 정말 똑같이 무대를 진행한다.
“오케이! 잠깐만.”
오셔서 지켜보던 초유 누님이 무대로 올라와 레돈 멤버를 지도한다.
“너는 이거 출 때....”
“알겠습니다.”
“네!”
초유 누님의 소문이 그리 나쁜 편이 아닐 텐데?
애들이 군기가 바짝 들었네.
“으음, 자기는 후우.”
“아니, 하하. 왜 한숨부터 나와요?”
“그래. 이벤트성 무대 좋지. 근데. 에효.”
초유 누님이 일부러 과장되게 한숨을 쉰다.
“우리 자기 기죽으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자기가 주인공인데 이 친구들 때문에 자기가 너무 안 보여.”
“아, 그래요?”
하긴, 노래도 레돈 꺼고, 안부도 그대로고 내가 두드러질 요소가 없긴 하다.
“흐음, 다 같이 하는 무대를 본 게 처음이라 이런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네.”
초유 누님이 제일 심각하다.
나는, 가벼운 마음에 팬서비스 차원에서 하는 건데.
언제나 완벽을 기하는 초유 누님.
“자기. 댄브하나 넣자.”
“오늘요?”
“응. 집에 가서 밤새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
음, 컨디션 조절은요?
말했다간 초유 누님이 멱살이라도 잡을 거 같은 눈빛이라 참았다.
“그래. 막내야.”
“네!”
초유 누님이 레돈의 막내를 불러서 이런저런 얘기를 꺼낸다.
“알겠습니다!”
“으음, 막내 댄브 때 자기랑 같이 출 거야. 자기가 메인이고 막내가 보조해 줄 거니까 잘 해보자.”
“으음, 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리허설을 계속 진행한다.
“오, 춤 좀 추시네요?”
“하하. 왕년에 연습생 생활 좀 했죠.”
“그래요? 작곡가님 과거가 알려진 게 너무 없어서 몰랐네요.”
“인터뷰도 많이 했는데 저에 관한 관심이....”
준비된 대본을 바탕으로 살짝 애드리브를 넣어 진행한 토크.
뭐, 무대가 많다 보니 토크는 최대한 뺐지만 적당한 토크는 필요하다.
“그럼 진짜 무대를 시작해 볼까요?”
“아니! 제 무대는 가짜였나,”
“첫 순서는!”
중간중간 웃음을 줄 수 있는 요소도 첨가해 즐겁게 리허설했다.
나야 레돈과 무대를 맞춰보는 게 처음이라 빡시게 제대로 했지만.
다른 여인들은 그게 아니니까.
“누님, 오랜만이네요.”
“호호. 그러게.”
최근 바빠진 스케쥴로 얼굴 보기가 힘든 현정 누님.
왕언니답게 흠잡을 곳 없는 무대를 하고 내려가신다.
“내일 봐. 자기.”
“네. 고생하셨어요.”
바쁜 와중에도 축하 공연을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형! 오셨어요?”
“응. 그래. 잘 지냈지?”
“물론이죠.”
다음으로는 승철 형님이다.
실제 순서는 다르지만, 시간 되는 대로 리허설을 하다 보니 순서가 조금 바뀌었다.
현정 누님이 1부 마지막이라면 승철 형님은 2부 마지막.
3부는 단체곡 무대로 가득 채워 다 같이 노는 분위기로 만들었다.
“자! 신승철님 스탠바이 하실게요!”
“다녀올게.”
“네. 형님 다시 한번 감사해요.”
“에이, 뭘.”
무대에 올라 멋지게 내 노래를 부르고 내려가는 형님.
다음 진행이 있어서 눈으로만 인사하고 형님을 보냈다.
그렇게 끝이 난 리허설.
“후우, 이렇게 보니까 정말 대단하다. 너도.”
“하하. 내가 좀 잘났지?”
“으으, 인정할 수밖에 없네.”
아인과 잡담을 나누며 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누군가 빠르게 뛰어온다.
“선생님!”
“어? 지인아! 언제 왔어?”
“방금요. 헤헤.”
귀엽게 웃는 지인이.
미국에서 촬영하느라 바쁜 애가 어떻게 왔대?
“감독님이 스케쥴 빼주셔서 모레까지 시간이 났어요!”
“잘 됐다. 무대에 설레?”
리허설도 끝난 마당에 바로 바꾸면 이것저것 힘들겠지만, 가능은 하다.
뭐, 무대 시간이야 만들면 되니까.
“아니에요. 헤헤. 저는 관객으로 지켜볼래요.”
“아쉽네.”
뭐, 나보다 지인이가 더 아쉬울 테니까 말은 더 꺼내지 말자.
“지애 누나는?”
“헤헤. 언니는 아주 열심이에요. 저보다 더 바쁜 거 같다니까요.”
“그래? 다행이네.”
안 바쁘면 어쩌나 했는데, 그래도 잘 나가나 보다.
뭐, 기사가 나거나 하질 않으니 알 수가 있어야지.
미국에서도 종종 방송은 하던데, 콘서트 끝나고 한 번 연락해 봐야겠다.
“오늘 함께 있으면 좋겠지만, 힘들겠다.”
초유 누님이 눈을 부릅뜨고 계시니까.
“괜찮아요! 저도 콘서트 보러 온 거니까요.”
“그래 내일 공연 끝나고 같이 뒤풀이 때 재밌게 놀자.”
“헤헤. 좋아요.”
지인이를 꼭 안아주고 초유 누님과 레돈 막내, 나까지 셋이서 연습실로 향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초유 누님도 눈이 빨갛게 충혈됐고,
막내도 지쳐 숨을 몰아쉰다.
“후우, 그래도 이 정도면 부끄럽진 않겠네.”
“아으, 누님 기준이 너무 높은 거 아니에요?”
“호호. 그래도 다 하니까 뿌듯하지 않니?”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사실 뿌듯함보다는 너무 힘들어서 빨리 쉬고 싶었다.
“그래. 막내도 수고했어. 늦었으니까 자고 가야겠다.”
“네.”
으음, 오늘 밤은 얌전히 자야겠네.
어린 친구가 이상한 오해 하면 안 되니까.
막내가 잘 곳을 안내해주고 나도 방으로 와 바로 누웠다.
발에서 열이 나는 느낌이다.
“후우, 그래도 오랜만에 몸을 움직였더니 재밌네.”
-그대는 몸을 좀 많이 쓸 필요가 있다.
“엇? 마기야?”
-후우, 기운이 아주 충만하구나.
그간 소식이 없어 걱정했는데.
인제야 깨어났구나?
-일이 있어 조금 늦었다.
“무슨 일? 네가 일도 있어?”
-나는 그대에게 종속돼 있지만, 다른 곳에도 존재하고 있다.
으음, 어려운 얘기네.
뭐, 그래도 괜찮은 거지?
-당분간은 함께할 예정이다.
뭐, 그거면 됐다.
딱히 마기가 필요한 일이 있을까 싶지만, 또 없으면 불안하다.
일단, 있으면 좋은 게 맞지.
오랜만에 마기와 얘기를 좀 나누다 잠들었다.
“일어나.”
“으음. 그래.”
가장 많이 날 깨우는 목소리.
슬며시 눈을 떠 아인을 잡아당긴다.
“하읏.”
“으음, 모닝 키스.”
-츄르릅, 츄릅!
아인과 키스하며 잠에서 깨 몸을 일으킨다.
“아으, 정말.”
“하하. 좋으면서.”
아인의 엉덩이를 살짝 토닥이고 씻으러 화장실로 왔다.
“얼마 못 잤네.”
오늘도 리허설이 있으니 일찍 나가 있을 수밖에.
나도 무대에 서고, 엠씨도 보지만, 콘서트 전체를 컨트롤 하기에 가장 먼저 가서 가장 나중에 올 수밖에 없다.
오늘은 뭐 다 같이 뒤풀이할 테니까.
어제는 대충 지나갔지만, 오늘 제일 기대돼는 건 역시 S의 정체 공개 타이밍이지?
세린이는 괜찮은지 보고 갈까?
잠시 세린의 방으로 이동했다.
“세린아.”
“아. 피디님.”
생각보다 차분한 모습의 세린.
“오늘 어때?”
“좋아요.”
씽긋 웃으며 답 하는 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좋네. 그럼 이따 보자.”
“네!”
세린의 방을 나와 아인과 대충 아침을 때우고 콘서트홀로 이동했다.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제일 할 일 없는 제가 일찍이라도 와야죠.”
“하하하.”
해인이 일찍 도착해 밝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나이도 많은 누님이 어떻게 저 텐션을 계속 유지하는 거지?
“대기실에 손님 있던데요?”
“그래요? 누구?”
“음, 잘 모르겠어요. 중국인이던데.”
“아! 감사합니다.”
조아가 와있었나 보다.
조아는 어제 무대를 다 보기 전에 가버려서 얘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지금은 둘이서 얘기를 좀 할 수 있겠네.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업!”
-츄르릅, 츄릅, 츕.
“파하아.”
“누가 보면 어떡해?”
조아가 씽긋 웃으며 내 엉덩이를 토닥인다.
“뭐 어때? 이제 연인이라고 발표 날 텐데.”
“맞다. 그거 어떻게 돼가는 거야?”
조아가 폰을 꺼내 내게 보여준다.
온통 중국어라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아! 모르지?”
“그렇지?”
조아가 씩 웃으며 폰을 가져간다.
“아빠가 보낸 문자야. 너희 사장님이랑 협의는 끝났고. 콘서트 끝나고 며칠 뒤에 발표할 예정이래.”
“그래? 며칠 뒤에?”
“응. 그래서 내가 콘서트에 올 수 있었던 거고.”
“아하. 그랬구나.”
어떻게 스케쥴 냈나 했네.
“그럼 오늘은 같이 있을 거야? 뒤풀이 같이해야지.”
“흐음, 원 오브 뎀은 싫은데.”
“그래도. 기사 제대로 나는 건 온리 원인데?”
“에이, 카디 미나즈가 있었잖아.”
나에 대해서 조사 좀 했나 본데?
“카디랑은 사실로 인정 안 했다?”
“호호, 시상식에서 키스까지 해놓고?”
“그건 맞지. 하하.”
웃어넘긴 뒤 조아의 의중을 다시 떠본다.
“그래서 뒤풀이 빠지려고?”
“으음, 믿을만한 사람만 있을 때 갈래. 나 한국말 하는 거.”
“아, 그건 내가 말해둘게. 당연히 뒤풀이는 믿을만한 사람이랑 할 거야.”
“그럼 좋아.”
1차는 조금 관계자들이 낄 수 있으니 조아는 2차 때부터 불러야겠다.
2차는 집에서 할 생각이니까.
“그럼 이따 봐, 난 다시 통역사랑 올 테니까.”
“그래. 아! 그리고.”
브이아이피석을 급하게 준비했다.
지인이도 그렇고 조아도 그렇고, 생각 보다 챙겨줄 사람이 꽤 있더라고.
언론도 불렀으니 아마, 지인이 기사가 나겠지?
그러면서 조아도 찍히겠지만, 누군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나와 연애 기사 나기 전까진 조아가 누군지 잘 모를 테니. 미리 기사가 나가는 일은 없겠지.
뭐, 조아의 정체를 알아도 중국인 투자자라고만 알 거 아니냐?
얘기를 끝나고 나오니 리허설 준비가 한창이다.
어제는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리허설 했지만.
오늘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무대 장치나 오디오 세팅 등 전자 장비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 정도만 보는 리허설.
무대에 서는 가수를 비롯해 공연팀도 다 프로들이니까 잘 하겠지, 뭐.
“음, 조명 문제없고. 음향 문제없고.”
“아인아? 그걸 왜 네가 해?”
“응?”
아인이 돌아다니며 열심히 뭘 체크하길래 봤는데 점검을 아인이가 하고 있었다.
“아, 내가 하는 건 아니고 배우는 김에 이것도 좀 보고 있었어.”
“이것저것 많이도 한다?”
“호호. 비서가 그렇지 뭐.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딱! 알지?”
“대단하네. 하하.”
아인의 어깨를 살살 토닥이고 응원을 말을 전했다.
얘는 그냥 편하게 데뷔를 하지, 노래 연습은 안 하면서 이것저것 공부는 엄청 한다.
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니까.
말릴 생각은 없다만 도와줄 것도 많지 않아 조금 미안하다.
내가 고용해 두고 방목하는 느낌이라.
“으음, 슬슬 컨디션 조절 좀 해볼까?”
“어떻게요?”
“음?”
민하씨와 시연이가 다가왔다.
두 사람은 비교적 앞 순서라 미리 와서 리허설을 끝냈다.
“헤헤. 피디님.”
“그래.”
확실히 메이크업과 헤어 세팅이 끝난 시연이는 평소보다 엄청 이쁘다.
화장 안 한 모습도 꽤 이쁘지만.
그래도 여자는 화장해야 미모의 포텐이 터지니까.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옆에 있는 민하씨 같은 경우는 화장한 게 더 이쁘긴 하지만, 시연이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시연이를 비롯해 몇몇 여인들만 화장이 참 잘 받는단 말이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수수한 미인들은 화장이 잘 받는 건가?
윤진이처럼 화려한 미녀도 화장이 잘 받는데?
으음, 윤진이 얼굴은 뭘 해도 이쁘니까 치트키 같은 거지?
“뭘 그렇게 봐요?”
“아, 시연이는 확실히 풀 세팅한 모습이 인상적이어서요.”
“헤헤. 저 이뻐요?”
“응. 엄청.”
시연이가 기쁘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지만, 여긴 CCTV가 있어서 다른 걸 할 순 없었다.
더듬거리고 싶지만, 참아야지 뭐.
“아!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시려구요?”
내 옆에 가까이 다가와 말하는 시연.
음, 그냥 쉰다는 얘기였는데. 내가 뭐 특별한 걸 할 거 같았나?
시연과 민하씨가 내 대기실로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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