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290화 (290/450)

290.

“민주야.”

“이, 이번은 한 턴 쉬면 안 돼요? 어차피 저쪽도....”

“그래. 대신 다음엔 잘 해야 해?”

“조, 조금 익숙해 지면 할 수 있을 거예요.”

민주를 한 번만 믿어 보기로 했다.

시연의 화면을 염탐해 봤는데 저쪽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흐에엥. 이, 이게 아닌가?”

시연이는 무서운 거도 못 하지만 머리도 나쁜, 아니다.

내 여자한테 그러지 말자.

“이, 이걸 여는 건가?”

-끼이익!

“히에엑!”

문 열리는 소리에도 소스라치는 시연.

그런 시연을 보면서 즐기는 민주.

“재밌어?”

“아! 응? 헤헤. 응.”

민주가 정신을 놓은 거 같다.

약간 풀린 눈으로 헤실대는 민주.

이거 미친 거 아니지?

“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민주가 시연의 모습을 보더니 마우스를 잡았다.

-끼이익!

“흡.”

비명을 참으며 천천히 진행하는 민주.

금방 시연이가 깬 곳을 지난다.

좀 하는데?

“흐으으, 흐으.”

점점 숨소리가 격해진다.

괜찮겠지?

공포겜 하면서 무서워하는 소리지만,

얼핏 들으면 거의 신음이다.

-오우야.

-착한 생각!

-소리가 너무, 아, 아닙니다.

역시 채팅창도 나와 같은 생각인 거 같다.

“민주씨.”

“흐엑!”

“꺄악!”

내가 불렀더니 놀란다.

그 놀라는 소리에 시연이 비명을 질렀다.

“하으으, 하으, 왜, 왜요?”

“아으으, 심장 떨려.”

두 여자의 반응이 재밌으면서도 묘하게 흐트러지는 모습이 꽤 섹시하다.

둘 다 가슴도 크고 복장도 조금 방송용으로 므흣해서 뭔가 더 색기가 흐르는 기분.

-어우, 이거 공포겜방 맞나요?

-눈나 나 죽어.

-하악!하악!

확실히 다들 엄청 흥분해서 보는 거 같다.

-삐빅!

“꺄앗!”

“흐헤엑!”

15분 타이머가 울렸다.

“뒤에서 좀 쉬어.”

“민주씨 쉬고 있어요.”

민하씨와 내가 두 사람을 밀어내고 자리에 앉는다.

-아! 노잼.

-이걸 여기서 끊어?

-민주눈나 돌아와!

-시연아! 사랑한다! 하악! 하악!

“미친놈들 다 쳐내!”

“게임에나 집중해요!”

채팅을 잠시 본 내가 소리쳤더니 민하씨가 씩 웃으며 말했다.

오! 도발하시겠다?

나는 빡 집중해서 게임에 몰입했다.

음, 이건 여기고. 이걸 이렇게.

나름 이런 퍼즐 게임을 못 하는 편이 아니라 차근차근 진행한다.

-화악!

“어후!”

“꺄아악!”

“흐헷!”

잠시 내가 뭘 건드렸는데 귀신이 나타났다.

살짝 놀랐지만 금방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뒤에서 비명이 들리니까 정신이 돌아오더라고.

비명벨 공포겜 할 땐 괜찮을지도?

바로 게임을 진행한다.

“하으으, 피디님은 저걸 어떻게 하시는 거지?”

“그러니까요오. 민하언니도 엄청 빠르시네요.”

오디오는 뒤에 쉬는 두 사람이 채우고 있다.

뭐, 오디오가 조금 비어도 게임에 집중한 우리 모습을 나름 재밌게 볼 거 같기도 하고.

“거의 따라잡은 거 같은데요?”

“오빠! 힘내! 따라잡히겠어.”

“네가 잘 해줘야 한다니까.”

시연이는 거의 진행을 못 했지만, 민주는 그래도 꽤 진행해서 나름 유리할 줄 알았는데.

역시 민하씨다.

못 하는 게 없는 만능케답게 금방 따라잡혔네.

그래도 최대한 추월을 늦출 수 있게 열심히 했다.

-삐빅!

“아우, 놀라라.”

“후후. 시연아 이리 와 봐.”

“민하씨 훈수 금지 아시죠?”

민하를 견제하며 민주를 자리에 앉힌다.

“할 수 있지?”

“으음.”

민주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잡고 천천히 게임을 진행했다.

“뭐해? 시연아? 가야지. 거기가 아니잖아! 아니이!”

“민하씨?”

“네?”

“훈수 밴입니다.”

나는 살짝 웃으며 민하씨의 입을 막았고 민하씨는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에이, 이쁜 얼굴에 주름 생겨요.”

미간을 살살 쓰다듬으며 말하자 민하씨가 주먹을 말아쥐고 입을 연다.

“이따 제 차례 때 두고 봐요.”

“하하. 페어플레이합시다.”

그렇게 신경전을 끝내고 민주의 플레이와 시연의 플레이를 본다.

민주는 그래도 게임을 못 하는 건 아니네.

시연이는 좀 처참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점점 벌어졌다.

“흐으, 하으으.”

민주의 신음도 점점 더 거칠어졌고.

“민주씨.”

“하으, 네?”

“조금 심호흡하고 하죠.”

조금 상황에 여유가 생겼으니까.

“후우우, 하으, 괜찮겠죠?”

-오우야.

-소리가... 소리가...

-이게 왜?

챗창도 조금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어 보이고.

“어, 언니.”

“응?”

“나, 난 안 되겠어.”

달달 떨던 시연이 민하씨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 괜찮아.”

어쩔 수 없이 시연이를 달래 주는 민하씨.

그러면서도 눈이 빛나는 게 아직 희망이 있다는 판단인가?

-삐빅!

“하으, 후우우.”

그래도 이제 많이 익숙해졌는지 민주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시연이는 게임을 안 하고 있어서 안 놀랐고.

민하씨가 바로 자리에 앉아 빠르게 게임을 진행했다.

나도 진지하게 게임에 임한다.

“어우, 어, 언니 엄청 빠르다.”

“그래?”

시연이가 놀랄 정도의 속도인가?

나도 조금 클리어를 서둘러야겠다.

으음, 근데 얘들 게임을 직접 할 때는 엄청 떨다가 다른 사람이 하면 멀쩡해지는 게 뭔가 수상한데?

연기하나?

“근데 왜 게임 안 할 땐 멀쩡해지는 거야?”

“그건 느낌이 조금 달라요.”

설명하는 민주.

게임은 내가 뭘 해야 하지만, 보는 건 가만히만 있으면 지나간다고.

그래서 공포영화 보는 정도로 끝나니까 덜 무섭단다.

확실히 그럴 수 있겠네.

나야 겁이 많지 않으니까.

-쿠쿵!

“어우야.”

그래도 깜짝 놀라긴 한다.

방금 어떤 기계 장치 소리가 나고 아까 못 가던 곳이 열렸다.

열심히 귀신을 피해 그곳으로 달린다.

-쿠쿵!

“아니 벌써 여기까지 따라왔다고?”

금방 났던 소리와 같은 소리가 민하씨 컴퓨터에서 들려 진행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이거 평균 플레이 타임이 1시간 초반이었지?

나나 민하씨가 했다면 훨씬 빨랐겠지만, 무서워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도 있어서 저런 기록이 나온 거 같다.

“오! 이제 끝이 보인다.”

“질 수 없죠!”

스토리가 거의 마무리 돼 간다.

조금만 하면 될 거 같은데?

이길 수 있을까?

-삐비빅!

“예스!”

“아으!”

나는 환호했고 민하씨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 민주가 끝낼 거 같은데?

“흐으으.”

“시연아 해야 돼! 질 수 없잖아! 지면 너 공포겜 훈련한다?”

“하으, 그, 그런!”

갑자기 시연이가 각성해서 게임을 진행한다.

“아니! 갑자기 이렇게 잘 한다고? 민주씨 힘내요!”

“여, 열심히 하고 있어요!”

두 사람 진행 속도가 얼추 비슷하다.

음, 그래도 민주가 조금 빠르긴 하네.

드디어 끝이 보인다.

“이긴 거 같쥬?”

“호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랍니다.”

갑자기 씩 웃으며 말하는 민하씨.

뭐가 더 있나?

“으으, 이거 어쩌지.”

“응? 왜?”

거의 마지막 미션.

손을 달달 떠는 민주가 날 본다.

화면을 보니 뭔가 폭탄 같은 거에 줄이 몇 가닥 연결돼 있다.

빨, 파, 노, 초?

전선 끊기?

“단서 없어?”

“호호. 이 게임의 마지막은 운빨이랍니다!”

“운빨?”

“오, 오빠 아무거나 2개 잘라서 살아야 하는 거 같아.”

그런 게 어딨어?

“터지면 어떻게 되는데?”

“모, 몰라.”

“호호. 비밀이죠.”

미리 전 시리즈를 해 본 민하씨가 씩 웃었다.

“으으, 언니 막 자른다?”

“오! 도착했어?”

시연이도 벌써 끝냈어?

으음, 내가 시연이 실력을 너무 낮게 보고 여유로웠던 거 같다.

“꺄흣!”

시연이가 선 하나를 잘랐고 멀쩡했다.

“오! 잘 했어.”

“에잇!”

그 모습을 본 민주도 선을 자른다.

-콰앙!

터지는 폭탄.

“아아!”

-삐비빅!

폭탄이 터지고 시간이 다 됐다.

“어떻게 된 거야?”

민주를 일으키고 자리에 앉아 본다.

게임의 후반부로 다시 돌아왔다.

음, 잠금은 다 풀려 있고 다시 달려가면 되는 거구나.

움직이는 동안 귀신을 피하는 게 조금 힘들긴 하지만 다시 가는 게 어렵진 않다.

“후후, 열심히 가시네요?”

“그럼요, 아?”

민하씨의 게임 화면을 본다.

-클리어-

“와! 운빨망겜.”

“호호! 실력갓겜이죠.”

이걸 한 번에 깨네.

운도 실력인가?

“아! 다 이긴 건데.”

“운도 실력이죠?”

“흐음, 어쩔 수 없네요.”

사실 아직 패배 벌칙을 정한 건 없다.

그래도 이걸로 엮어서 민주 방송에 한 번 더 나오게 하면 좋겠는데?

“그럼 벌칙은 뭐로 할까요?”

“으음, 두 분이 공포영화라도 볼래요?”

“에이 그래도 같이 하는 걸 해야죠.”

“아!”

민하씨가 내 한 마디에 의도를 눈치챈 거 같다.

“흐음, 그러면 뭐가 좋을까요? 일일 매니저?”

“딱히 할 게 없지 않나?”

“그렇죠?”

집 밖으로 많이 나가지 않으니까.

두 여인은 매니저가 필요할 일이 딱히 없지.

“오! 그거 좋다.”

민하씨가 채팅창을 보고 우리를 본다.

“하연이가 만든 음식 먹기!”

“으음, 그거 건강에 문제 생기는 건 아니죠?”

“피, 피디님 그 정돈 아니에요!”

“호호. 전 좋아요!”

민주도 의도를 파악했는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콘서트 이후로 스케쥴 한 번 잡죠.”

“좋아요!”

“헤헤. 기대하세요.”

시연의 말에 전혀 기대는 안 됐지만, 마주 웃어 줬다.

“그럼 마무리 소통 좀 할까요?”

조금 정돈된 분위기에서 자리에 앉아 시청자들과 소통한다.

뭔가 게임을 하느라 진이 다 빠진 기분이라 꽤 힘든 시간이었다.

“후우, 오늘은 이만 가야겠어요.”

“시연이 게임 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조금 일찍 가도 되죠?”

시연이가 귀엽게 애교를 부렸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여러분.”

-또곡가 잘 가고!

-작바!

내 아이디 닉네임이 작곡가양반이라 언제부턴가 챗창에서도 다 날 작곡가라고 부르네.

“여러분 오늘 즐거웠어요. 제 방도 많이 놀러 와 주세요!”

민주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방송을 종료했다.

“후. 힘들었다.”

“하으, 피디니임.”

방송이 꺼진 걸 확인한 시연이 바로 내게 와 안겼다.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흐이잉.”

“그래? 지리진 않았어?”

“아이! 안 지렸어요옷!”

귀여운 시연이 반응에 웃음이 난다.

그래도 오늘은 민하씨를 만나러 온 게 목적이니까.

나름 재밌는 시간을 보냈긴 했지만, 이게 목적은 아니었다.

“오늘 수고 많았어.”

“헤헤.”

시연이를 조금 쓰다듬어 주고 민주를 본다.

“민주 잘했어. 다음엔 게임이 아니니까 더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야.”

“응. 오빠. 잘 해볼게!”

주먹을 쥐고 씽긋 웃는 민주.

시연과 민주를 두고 민하씨에게 다가갔다.

“민하씨 오늘 저녁은 저 좀 봐요.”

“호호. 그래요.”

아쉬워하는 둘을 두고 민하와 둘이 내 방으로 향한다.

“흐음, 무슨 일로 불렀어요?”

“음, 요즘 열심히 하시는 거 같아서 격려 차원에서?”

“호호. 마음 써 주시니 황송합니다?”

“하하. 황송까지야.”

민하씨와 침대에 앉아 일상적인 대화를 좀 나눴다.

“음, 씻을까요?”

“그게 좋겠죠?”

방송 전에 대충 씻긴 했겠지만, 또 방송하면서 살짝 땀을 흘렸으니까.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

따듯한 물을 틀고 욕조에 받은 다음 몸을 담갔다.

예정엔 없었지만, 또 릴렉스 하는 데에는 반신욕만큼 좋은 게 없지.

민하씨가 요즘 너무 달리는 느낌이라 릴렉스가 필요한 거 같거든.

“하으으, 하으. 좋네요.”

“저도 좋아요.”

내게 등을 기대고 앉은 민하씨의 몸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잠시 쉰다.

“가짜 가슴을 어떻게 하려구요?”

“음, 알아봤는데 제거하면 모양이 이상해질 수도 있다고 해서 고민이에요.”

“그래요? 하고는 싶고요?”

“음, 미래를 생각해선 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이젠 성민 씨도 있구.”

내가 있으니 더는 가짜 가슴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건가?

뭐, 민하씨 가슴이 어떻든 간에 책임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큰 게 좋긴 하다.

음, 뭐 가슴이 이상해지면 마기로 살짝 다듬으면 되겠지.

“후유증은 있대요?”

“넣는 거보단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해요.”

“그럴까요?”

콘서트 끝나고 하면 되겠네.

“콘서트 끝나고 하면 되겠네요. 같이 가 줄까요?”

“에이, 그런 데 같이 가면 소문 나요.”

아! 맞다.

“그건 그렇네요. 하고 문제 생기면 제가 해결해 줄게요.”

“호호. 재건 수술도 있고 그렇게 문제 생길 여지가 많지는 않아요.”

이미 마음을 정했던 거 같다.

“그럼 마지막으로 가짜 가슴을 즐겨 봐야겠네요.”

“호호. 아직 시간이 꽤 있어요. 마지막이라뇨.”

민하씨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다 발기한 젖꼭지를 꼬집는다.

“하읏! 흐으응.”

“감각이 약해지진 않겠죠?”

“설마요.”

민하씨가 몸을 돌린다.

“이제 슬슬 나가요.”

“그래요.”

십 분은 넘게 있었으니 슬슬 꼴릴 때가 되긴 했다.

물론, 나도 엄청 꼴렸고.

빠르게 몸을 씻고 밖으로 나왔다.

자연스럽게 날 침대로 미는 민하씨.

역시 민하씨는 펠라로 시작하는 걸 제일 좋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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