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288화 (288/450)

288.

“수미야. 무슨 일 있어?”

“흑, 흐응.”

“왜? 왜 울어? 내가 너무 심하게 해서 그래?”

“그, 그런 건 아니구요오.”

수미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어, 엄마가 집으로 다시 들어오래요.”

“그래?”

진짜, 무슨 큰일 생긴 줄 알았잖아.

“집으로 들어가기 싫어?”

“흐윽, 네에.”

“울지 말고. 알겠어. 내가 해결해 줄게.”

“저, 정말요?”

수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선생님이 거짓말하는 거 봤어?”

“헤헤. 아뇨.”

확실히 수미는 애는 애다.

금방 기분이 풀렸는지 헤실대는 수미.

“그러니까 선생님만 믿어.”

“헤헤. 네!”

“그럼 다시 잘까?”

“헤헤.”

웃으며 팔을 뻗어 내게 안기는 수미.

“재워 주세요.”

“그래. 아니? 그래?”

수미가 얼굴을 붉히고 살짝 고개를 숙인다.

얘도 점점 여자가 돼가는 거 같다.

으음, 그나저나 수미네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할까?

열심히 허리를 놀려 수미를 재우고 옆에서 함께 잠을 잤다.

“헤으응. 선생님.”

“으음, 그래.”

나보다 먼저 일어난 수미. 내게 몸을 비비며 느끼는 수미에게 말을 꺼낸다.

“부모님께 전화 드려보자.”

“네!”

전화기를 꺼내 전화를 거는 수미.

부모님이 받기도 전에 내게 폰을 넘긴다.

아니, 인사는 하고 넘겨야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는다.

-딸! 잘 지내고 있어?

“안녕하세요. 어머님.”

-누, 누구세요?

“아! 저는 S.Min으로 활동하는 성민입니다.”

갑자기 부산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목소리가 변한다.

-호호, 안녕하세요. 수미 어미랍니다.

“네. 처음 통화 드리는 거 같네요.”

-아이고, 제가 딸 아이를 맡겼는데 전화도 드리고 해야 했는데 죄송하네요.

“하하.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수미네 어머니와 내가 무슨 할 얘기가 있겠어.

안부를 묻고 침묵이 흐른다.

-근데 어쩐 일로 전화를?

“아, 이거 통화로 말씀드리기가 좀 그런데 식사 한번 하실까요?”

-좋죠! 언제가 편하세요? 제가 시간 맞출게요. 남편이랑 함께 가도 되죠?

“물론이죠. 두 분이랑 수미 오빠까지 해서 제가 대접 한 번 하겠습니다.”

그렇게 약속이 잡혔다.

수미네 가족 모두가 오늘 시간이 괜찮다고 해서 점심에 만나기로 했다.

일단은 수미를 우리 회사로 데리고 오려는 게 첫 번째 목적.

지인이를 시작으로 배우를 키울 생각이니까.

수미 정도면 배우로 활동하다가 앨범 내도 꽤 잘 나갈 거 같고.

회사로 데려오면 확실히 좋을 거 같다.

다음으로는 수미가 우리 집에서 사는 걸 허락 맡는 일인데.

이거 좀 난감하네.

같이 산다고 하기는 좀 그렇잖아.

좀 있으면 연애기사도 나갈 텐데.

독립해서 살게 해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는 거겠지?

아인이랑 같이 산다고 하지 뭐.

회사를 옮기면 수미네 오빠도 매니저일 그만두게 하고 여자 매니저 붙여주면 되지 않을까?

그럼 독립도 허락해 줄 거 같은데.

일단은 만나서 얘기나 잘 해보자.

점심때까지 빈둥대며 시간을 보냈다.

“갈까?”

“네!”

“가자.”

아인이 운전하는 차에 수미와 함께 탔다.

예약해둔 식당. 룸으로 이뤄진 프라이빗 식당이다.

미리 방에 들어가 수미네 부모님을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아! 오셨어요?”

문이 열리고 수미네 부모님과 오빠가 함께 들어왔다.

으음, 이래서 수미가 이쁘구나.

오빠는 좀 평범한 얼굴이어서 성형을 했나 싶었는데.

수미의 부모님을 보니 갑자기 오빠가 좀 안쓰러워졌다.

유전자를 수미가 다 받았나?

수미네 부모님은 정말 미남미녀 셨다.

두 사람이 배우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

“와! 부모님을 보니까 수미씨가 왜 이렇게 이쁜지 알겠네요.”

“호호. 그런가요?”

“허허. 앉으시죠.”

수미네 부모님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식사를 마쳤다.

디저트가 나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뗀다.

“수미씨를 저희 회사로 영입하고 싶습니다.”

“으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나.

뭐, 딱히 돌려 말할 필요도 없지.

“가수 위주의 기획사지만 SP도 함께하고 있고 배우 관련 매니지를 더 키워보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회사의 비전과 앞으로 할 일등을 천천히 말씀드린다.

“뭐, 저희도 언제까지 수미와 함께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입을 여시는 수미네 아버님.

“수미 인기가 늘어갈수록 이렇게 주먹구구식 회사로는 힘들겠죠. 좋습니다.”

아버님이 시원하게 손을 건넸다.

악수하고 아버님을 본다.

“그럼 저희 회사와 계약을 진행해도 될까요?”

“우선 조건을 들어 볼 수 있을까요?”

“그건 회사로 가서 얘기해 보는 게 어떨까요?”

“아! 그러시죠.”

아직 할 말이 하나 더 있다.

“가시기 전에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뭔가요?”

독립에 대해 살짝 운을 띄워 본다.

“수미씨를 집에서 독립시킬 생각 있으신가요?”

“흐음.”

“음.”

잠시 고민하던 수미네 부모님.

“저희 둘이 얘기 좀 나눠봐도 되겠습니까?”

“아! 잠시 자리를 비켜 드릴까요?”

“허허. 감사합니다.”

“밖에서 기다릴 테니 이야기하시고 나오시면 될 거 같아요.”

수미와 수미의 오빠 나 셋이서 먼저 밖으로 나왔다.

수미네 오빠는 잠시 담배를 피우러 갔고 수미와 둘만 남았다.

“선생님.”

“응?”

“진짜 저랑 계약하실 거예요?”

“그럼. 왜?”

수미가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때 나오는 수미네 부모님.

“아! 얘기는 다 하셨어요?”

“네. 회사로 함께 가실 건가요?”

“그러시죠.”

차를 가져오셨기에 함께 타진 않고, 우리 차를 따라오기로 한다.

수미와 할 얘기가 있다고 하셔서 수미는 부모님과 함께 차에 탔고, 수미의 오빠가 우리 차를 탄다.

“아! 이거 좀 부담스럽네요.”

“하하. 부담스러우실 게 뭐 있어요. 그런데요.”

“네?”

“수미가 저희 회사에 들어와도 계속 같이하시고 싶으세요?”

고민에 빠진 수미의 오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시,”

“아뇨. 사실 저도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그래요? 어떤?”

내가 하던 말을 끊고 수미의 오빠가 살짝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으음, 남자의 그런 표정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았지만, 다음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저, 그, 그림을 그렸었거든요.”

“아! 화가님이셨어요?”

“아휴, 화가는 무슨 그냥 그림이나 좀 그리는 거죠.”

“어떤 그림을 주로 그리셨어요?”

그렇게 그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회사에 도착했다.

“기회가 된다면 작품도 보고 싶네요.”

“하하. 전시라도 하게 되면 꼭 초대하겠습니다.”

“정말 초대해주셔야 해요!”

“물론이죠.”

그렇게 남자들 간의 우애를 다지고 내린 회사.

수미의 오빠는 자기는 이제 할 일이 없는 거 아니냐면서 먼저 집으로 간다고 한다.

아인을 시켜 모셔다드리라고 했지만, 거절해 그냥 보냈다.

“으음, 얘는 먼저 갈 거면 말을 하지.”

“하하. 그림 그릴 생각에 싱글벙글하던데요?”

“후우, 돈도 안 되는 그림 한다고 얼마나 속을 썩였는데요.”

“에이, 저도 돈 안 되는 작곡으로 이만큼 성장했습니다.”

내 말에 어머니가 살짝 미소 짓는다.

“호호. 우리 애도 그림으로 성공할 수 있겠죠?”

으음, 저야 그림을 못 봤으니 모르죠?

뭐, 수미가 더 유명해진 다음 수미의 유명세를 이용한다면 가능할 수도?

그럴 사람은 아닌 거 같지만.

“하하. 물론이죠!”

“호호.”

웃으며 들어온 회사.

직원을 불러 계약에 관한 사항을 나눈다.

이런 건 내가 잘 모르니까.

상당히 좋은 조건에 기분이 좋아지신 수미의 부모님.

계약서를 작성하고 악수를 했다.

“아! 오늘 이렇게 계약까지 해 주실 줄은 몰랐네요.”

“하하. 이런 조건이라면 당연히 해야죠!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독립은?”

마지막 말이 본론이지.

조심스러운 어조로 얘길 꺼내봤다.

“뭐, 피디님에게 맡겼으니 의견에 모두 따르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헤어질까요?”

“네. 들어가세요!”

그렇게 모든 일정을 끝내고 수미만 남았다.

이미 독립 한 상태나 다름없어서 이제야 허락을 받은 느낌.

“헤헤. 선생님!”

“그래.”

차에 타서 내게 귀엽게 안기는 수미.

얼굴을 가슴팍에 비비며 애교를 부린다.

“감사해요.”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저랑 계약해 주셨잖아요.”

“수미는 잘 될 거니까.”

수미가 살짝 촉촉해진 눈으로 날 올려다본다.

“사실, 부모님이 회사를 차린 게 저 때문이거든요.”

“그래?”

뭔가 사연이 있었나?

“얼굴 보고 이상한 기획사가 많이 꼬였는데, 제가 좀 모자라서 몇 번 사기를 당했어요.”

“그랬구나.”

뭐, 기획사 사기야 흔한 일이니까. 애들 꿈 가지고 장난치는 나쁜 놈들. 그래도 접대 같은 거에 끌려가진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하시던 회사를 접고 기획사를 차려 주신 거거든요.”

“으음, 고생하셨겠구나.”

아무런 인맥도 없이 이정도의 배우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네.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수미가 이렇게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구나.

아니, 아이 같아서 더 이런 생각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헤헤. 이제 선생님만 믿을게요. 선생님이 두 번째 아빠예요.”

“아, 아빠?”

“아빠!”

“으음, 그건 좀.”

아니 아빠라고 부르면 관계가 좀 이상해지잖아.

“아빠 싫어요?”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럼 아빠 해 주세요!”

“그, 그래.”

너무 말똥말똥한 눈이라 허락해 버리고 말았다.

아니! 창창한 총각이 벌써 딸이 생겼다고?

“헤헤. 아빠아.”

“푸훗!”

“왜 웃어!”

나와 수미를 태우고 집으로 운전하던 아인이 웃음이 터졌다.

“크끅, 끄흑, 아! 잠깐 갓길에 차 좀 세울게. 너무 웃겨서 안 되겠다. 푸흐흡.”

“아니! 웃지 말라고!”

“히잉. 우, 웃겨요?”

수미가 소심해진 목소리로 아인에게 묻는다.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아빠 좋네! 앞으로 꼭 그렇게 부르렴!”

“헤헤. 좋죠!”

“으음, 어린 애 놀리는 거 아니다.”

“진심인데? 흐흐큭, 아! 눈물 나.”

아인이 조금 진정된 후에야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수미 아버님.”

“아익!”

“헤헤. 가요 아빠아.”

수미가 옆에 있어서 참았다.

그래도 다른 사람 있는 곳에서 저런 호칭은 좀 위험하겠지?

“수미야.”

“네?”

“아빠라는 호칭은 둘이 있을 때만 쓰자.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할 거 같아.”

“아! 그래요? 알겠어요! 아! 빠!”

으음, 얘가 뭔가 날 놀리는 거 같은 기분인데?

그래도 이쁘니 봐준다.

수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집으로 들어왔다.

으음, 이제 당분간은 집에서 콘서트 준비만 하면 되겠네.

정말로 며칠을 콘서트 준비에 매진했다.

등장 순서에 맞춰 무대를 재현해 보고 보완할 점을 찾는다.

노래나 전반적인 무대는 내가 보고.

춤은 초유 누님이 확실하게 보고 계신다.

“누님. 술 드시면서 연습하시면 어떡해요!”

“응? 호호. 와인은 안 취해 걱정하지 말어.”

“으으, 신성한 연습실에!”

“어머! 자기는 신성한 연습실에서 그렇고 그런 걸 다 했으면서?”

으음, 할 말이 없네.

“건강을 위해서라도 조금 자제 부탁드릴게요.”

“알겠어. 자기. 너무 화내지 마.”

으음, 콘서트 때문에 조금 예민해진 거 같다.

“아니에요.”

-츄르릅, 츄릅.

초유 누님이 키스해왔다.

입으로 넘어오는 와인 한 모금.

“맛이 어때?”

“으음. 떫네요?”

“호호. 그 맛에 먹는 거지.”

“전 위스키가 더 좋아요.”

초유 누님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무대를 보신다.

지금 연습 중인 사람은 민하씨.

개인 방송 때문에 가장 연습을 못 한 게 민하씨랑 시연이다.

시연이야 내가 어떻게든 해 줬으니 괜찮지만.

민하씨는 아직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방금 좋았다. 한 번 더 할 수 있겠어?”

“하아, 하아아, 오, 오 분만 쉬고 한 번 더 하겠습니다.”

“얘, 너무 무리할 건 없어. 오늘은 그만할까? 저녁에 방송도 있잖아.”

“마,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 볼게요.”

말없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초유 누님.

그렇게 민하씨는 한 번의 무대를 더 했다.

으음, 오늘 밤에 민하씨 좀 봐줘야 하려나?

열심히 해도 실력이 늘지 않으면 사람은 지치기 마련.

초유 누님이 착해서 말 못 하고 있지만.

민하씨의 실력은 여기가 한계인 거 같다.

물론, 시간을 더 준다면 민하씨도 늘겠지만,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나이도 있으니까.

“후우, 후우우.”

“연습도 좋지만, 너무 혹사하면 고생한다. 나도 요즘 무릎이 삐걱거려! 살살해.”

“네. 언니. 후우우.”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 그치? 자기야?”

고개를 끄덕이며 쓰게 웃었다.

“민하씨 오늘 방종 몇 시에요?”

“음, 상황 봐야겠지만, 보통 새벽 2시 전에는 해요.”

“그때 저 좀 봐요.”

“네!”

오랜만에 민하씨랑 시연이 방송이나 봐야겠다.

아니! 차라리 오랜만에 내가 출연할까?

“오늘 컨텐츠 뭐예요?”

“딱히 없는데 왜요?”

“흐음, 오랜만에 출연할까 싶어서요.”

“미리 공지도 안 했는데요?”

에이! 인터넷 방송은 이런 의외성과 돌발성 때문에 보는 거지.

민하씨와 함께 스튜디오 방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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