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
“별 내용도 아닌데.”
“흐음, 왜?”
내 말에 아효와 조아가 일어나 다가왔다.
“이거 봐봐.”
“응?”
기사를 읽는 두 사람.
“흐으음.”
“신음이 밖에 들렸으려나?”
“어제 조아가 꽤 크게 소리 지르긴 했지.”
부끄러워하는 조아.
“아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중국에서는 내가 해결할 수 있다지만, 한국 여론은 괜찮은 거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큰 문제는 아니다.
“일단 말을 맞추자.”
“응.”
“아효가 중국어를 할 수 있어서 조아와 얘기를 나눈 거야. 그리고 피곤해서 둘이 함께 자고 난 따로 잔 거지. 여긴 넓으니까.”
조아와 아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효의 중국 진출을 조아가 도울 거니까 둘이 친해지는 자리를 내가 만든 거로 하고.”
“그 정도면 괜찮겠네.”
“응. 신음이 녹음 된 거도 아니고, 하는 사진이 찍힌 거도 아니니까.”
말을 맞추고 조아가 먼저 나갔다.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그렇지?”
통역 없이 시간을 보냈다고 하려면 아효 중국어가 좀 더 유창해야 그럴 듯하니까.
“뭐, 금방 늘겠지.”
“응.”
아효가 결의에 찬 눈빛을 보였다.
“섹시하긴.”
“호호. 아침인데 한 번?”
아효의 눈빛에 못 참고 아효를 덮쳤다.
“하으으, 흐으.”
“어우, 좋다. 씻고 나갈까?”
“그래.”
오늘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준비하고 나가니 언제 매니저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오셨어요? 연락을 주시지. 오래 기다리셨어요?”
“하하. 괜찮습니다. 늦게 오실수록 제 개인 시간이 늘어나는 거니까요.”
“아! 그런 더 늦게 나올 걸 그랬나요?”
“하하하. 가시죠.”
매니저님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한다.
“어제 뭔가 사건이 일어난 거 같습니다?”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매니저님.
“네. 뭐 다 잘 해결될 거 같지만요.”
“허허. 사장님이 알아서 잘 하시겠죠.”
조아에 대한 믿음이 확실해서 좋구만.
“도착했습니다. 그럼 또 기회가 된다면 뵙겠습니다.”
“네. 며칠간 수고 많으셨어요.”
전용기에 올랐다.
조아의 전용기지만 거의 내 것처럼 사용하는 거 같다.
아효도 이걸 막 사용하게 되겠지?
아무래도 조아가 아효를 매니지 할 거 같으니까.
조아가 따로 회사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건 아니었는데.
아마 이번에 내가 준 노래가 잘 되면 회사를 만들 생각인 거 같다.
조아의 아버지가 든든하게 도와주실 테니 회사만 만들면 아무 걱정 없을 거 같다.
“음, 벌써 도착했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한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공항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아! 밖에 기자들이 많이 몰려서 다른 출구로 모시기 위해 대기 중이었습니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아효와 몰래 밖으로 빠져나왔다.
바로 아인에게 전화를 건다.
-응. 어디 있어?
“우리 다른 출구로 나와서 주차장 근처야.”
-내가 그리로 갈게.
아인에게 위치를 찍어 보내준다.
잠시 후 도착한 차.
“후우, 무슨 난리라니.”
“헤헤. 중국에서 거하게 스캔들 터트렸으니까. 사장님이 공항 직원들에게 미리 말 안 했으면 너 지금 고생 좀 했을걸?”
“으으, 하여튼 기자들이란.”
아효도 고개를 끄덕인다.
“나야 익숙하지만 넌 좀 힘들었겠다. 호호.”
날 토닥이며 웃는 아효.
하긴 아효도 기자들한테 많이 시달려본 경험이 있겠구나.
“뭐, 잘 넘겼으니까 일단 집으로 갈 거지?”
“회사로 가야 할 거 같은데?”
“그래? 왜?”
“사장님이 좀 보자고 하셨어.”
흠, 아빠는 전화로 하지 뭐 아인이한테 말해뒀대?
아! 내가 비행기에 있어서 전화를 못 했구나?
“아효도 같이?”
“그런 말은 없었는데?”
“아효는 집에 내려주고 갈까?”
“아냐. 나도 같이 가지 뭐.”
“그럼 회사로 간다?”
고개를 끄덕였고, 아인이 차를 몰고 출발했다.
“도착했다.”
“금방이네.”
“안 막히는 시간대니까.”
“다녀올게.”
아인과 아효는 차에 남는다고 해서 혼자 내렸다.
회사까지 같이 와서는 왜 안 들어가지?
사장실로 바로 들어간다.
-똑똑!
“네!”
“아빠. 나 왔어.”
“그래. 중국은 잘 다녀왔어?”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는다.
“무슨 일로 불렀어?”
“아! 스캔들 관련해서 말을 좀 맞춰야 할 거 같아서.”
“음? 따로 맞출 게 있어?”
조아 쪽에서 다 해결하는 거 아니었나?
“중국에서 연락이 왔어.”
“아! 그래?”
아무래도 조아네 아버지가 나선 거 같은데?
음, 혹시 그 파파라치 조아네 아빠가 붙인 거 아냐?
설마? 아니겠지?
“일단 그쪽에서 말한 건이래.”
아빠가 정리한 자료를 내게 줬다.
“응? 이게 맞아?”
“나도 좀 당황스럽긴 하다.”
“조아가 남자가 없긴 없었구나.”
“만나보니까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던?”
고개를 저었다.
“조아는 레즈비언이거든.”
“아, 그래서?”
“아마도?”
조아의 아버지가 요청한 사항은 스캔들을 인정하는 거였다.
나와 조아가 사귄다는 기사를 내달란다.
으음, 내가 카디랑 기사가 한 번 난 뒤로 사람들이 나와 카디가 일반적인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할 텐데.
여기서 중국인인 조아와 사귄다는 기사를 내달라고?
내 이미지야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원래도 호색한 이미지가 없진 않았으니까.
단지 조아 이미지가 좀 그렇지 않나?
아니지. 조아야 이제 막 데뷔해 노이즈 마케팅이 되면 실보단 득이 클 거 같긴 하다.
으음, 조아의 매니지를 조아네 아버지가 하려는 걸까?
일단 조아와 통화해 봐야겠다.
“전화 좀 하고 올게.”
“그래.”
폰을 꺼내 조아가 알려준 직통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조아. 난데 통화될 때 연락 줘.”
전화가 끊긴다.
아무래도 주변에 사람이 있어 한국어를 쓸 수 없으니 그랬겠지?
조금 기다리면 되겠다.
어차피 기사가 그렇게 빠르게 나갈 건 아니니까.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
“뭐, 나쁘지 않지. 콘서트 전에 이슈도 좀 될 테고 중국에서 인지도도 엄청 높아질 테니까.”
“조아가 중국에서 그렇게 유명한 사람은 아닌데?”
“그 아버지가 엄청 유명한 사람이니까.”
그걸 밝히는 건가?
“으음, 혼외자식인데 괜찮으려나?”
“그건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뭐.”
“흐음, 고민되네.”
근데 나랑 조아랑 몇 번이나 만났다고 벌써 이런 기사를 흘려?
서로 첫눈에 반했다. 뭐 이런 건가?
조아야 이쁘니 그렇다 치지만, 나한테 첫눈에 반하긴 힘들지 않을까?
조금 시간이 지나 전화가 왔다.
-응. 아까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무슨 일이야?
“아! 너희 아버지가 우리 쪽으로 자료를 보냈는데 알아?”
-아빠가?
조아는 모르는 일인가 보구나?
“나랑 사귄다고 기사 내달라시던데.”
-그래? 후우, 이 영감이 또 병이 도졌네.
“무슨 병?”
-내가 여자 좋아하니까 보여주기식으로라도 남자 좀 만들어 두라고.
그게 중요한가?
“그럴 필요가 있어?”
-음, 중국에선 남친 없는 여자는 조금 인식이 안 좋아. 내 나이쯤이면 더더욱.
“그것 때문에 나랑 사귄단 기사를 쓰자고?”
-뭐, 그건 네 맘대로 해. 안 사귀는 건 아니잖아?
그건 맞지.
사귄다고 하긴 모호하지만, 또 그렇다고 안 사귀는 건 아니다.
어쨌든 내 여자니까.
“너는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데?”
-나? 나야 기사 나가는 게 덜 귀찮고 좋지. 아마 노이즈 마케팅도 꽤 될 거 같은데?
“와! 너희 아버지랑 생각하는 게 똑같네.”
-후후. 그 피가 어디 가겠어?
살짝 웃음 짓고 전화를 끊었다.
“어떻게 하는 게 더 이득이려나.”
“으음, 그냥 기사 내고 중국에서 이득을 챙기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래?”
아빠도 기사 내는 걸 더 좋게 보는 거 같네?
“네 이미지야 어차피 그리 좋은 건 아니잖아.”
“아니, 내 이미지가 어때서.”
“하하하. 너 바람둥이인 거 알 사람은 다 알아.”
“흐음, 그럼 이참에 조아랑 러브스토리 찍으면서 이미지 좀 바꿔 봐?”
아빠가 고개를 저었다.
“되겠냐?”
“왜? 안 될 건 또 뭔데?”
씩 웃고 알아서 한다며 손을 휘휘 젓는 아빠.
나도 그대로 사장실을 나왔다.
“으음, 일단 다른 여자들한테 알려야겠다.”
상처받진 않겠지만 미리 안 알려주면 서운할 수도 있으니까.
“무슨 일이었어?”
차에 타니 아효가 궁금한지 바로 묻는다.
아인도 살짝 이쪽을 돌아보는 게 궁금하긴 했나 보다.
“으음, 집에 가서 다 같이 있을 때 얘기 하자.”
“그래? 진지한 얘기야?”
“진지하다면 진지할 수 있는 얘기?”
“그럼 이따 듣지 뭐.”
아인이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한다.
단체 메시지 방에 오늘 저녁에 모두 모여 달라는 말을 남겼다.
지인이와 지애 누나를 제외하곤 다 올 수 있겠지?
두 사람 격려하러 미국엘 한 번 다녀올까?
지인이는 이제 촬영 들어간 거 같던데.
오늘 저녁은 그냥 모여서 얘기나 하려고 했는데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대화가 흐르는 거 같다.
얼결에 파티하게 되겠는데?
다들 매일 놀고먹는 건 아니지만.
틈만 나면 못 놀아서 안달이 난 거 같다.
음, 내가 매번 참여를 잘 안 해서 내가 참여하니까 좋아하는 건가?
다들 들떠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채팅방.
나는 폰에서 눈을 뗐다.
뭐, 알아서 하겠지.
“흐음, 오늘 즐겁겠네.”
“기대돼?”
아효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좀 힘들 거 같은데?
다들 모여서 날 덮치려 들면?
오우야.
좋은데. 좋긴 한데.
“왜 표정이 죽상이야?”
“응? 내 표정이 왜?”
“어디 도살장 끌려가는 돼지 표정인데?”
아인이 내 얼굴을 보고 말을 꺼낸 말이다.
“아냐.”
“후후. 중국에서 보양 좀 하고 온 거 아냐?”
“보양이라고 하기엔 먹은 게 별로 없네.”
“잘 좀 먹고 다니지.”
다행히 음식 얘기로 화제가 넘어간 거 같다.
집에 도착해 시간을 좀 보내니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다들 뭘 하길래 이렇게 소란스럽지?”
아직 약속 시각이 아니지만, 미리 나가 본다.
“어우 이게 다 뭐야?”
“헤헤. 오셨어요?”
“호호. 바베큐를 직접 하고 있어요.”
민하씨와 시연이가 마당에서 뭘 굽고 있다.
바베큐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미리 하는 건가?
그냥 배달시켜서 먹지.
“피디님!”
“음?”
선애씨와 몇몇 여성이 상자를 들고 다가온다.
“좀 도와주세요.”
“아! 네.”
보니까 다 술이네?
어우! 술이 뭐 이렇게 많아?
종류별로 술을 엄청 사 온 거 같다.
“뭐 이렇게 많이 샀어요?”
“호호. 두고두고 먹는 거죠.”
“헤헤. 술은 좋아요오.”
미리도 어느새 술을 옮기고 있다.
즐겁게 마당을 뛰놀며 여기저기 일손을 돕는 수미.
수미는 내게 노래를 배우고 촬영을 잘 끝낸 다음 집에 눌러앉아 살고 있다.
집에는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가족들이 아무 말 없는 거 보면 알아서 잘 했나 보다.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아이니까.
“오빠. 저녁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 보민아. 뭘 먹어도 좋지. 이미 다 준비한 거 아니야?”
“그렇긴 해. 그냥 예의상 묻는 거지. 호호.”
귀엽게 웃는 보민.
살짝 엉덩이를 토닥이며 같이 웃었다.
“아으응, 오빠. 언니들이 봐.”
“보면 어때?”
“호호.”
보민이 웃으며 도망갔다.
음, 확실히 다 모이니까 집이 북적북적하네.
“무슨 일인데 이렇게 판을 키웠어?”
“내가 키운 거 아닌데요?”
“자기가 다 불러 모았잖아.”
초유 누님이 옆에서 이미 술을 한잔하시며 말을 하셨다.
“아무튼, 다 모였으니 말할게요. 제가 연애 기사가 날 거 같습니다.”
“억! 누구랑!”
제일 큰 반응을 보이는 초유 누님.
다른 여자들도 꽤 놀란 얼굴이다.
“으음, 그게 말이죠.”
오늘 있었던 일을 차례로 풀어 말했다.
“흐음, 중국 진출이라.”
“아효는 그 여자 봤겠네? 어땠어?”
“맞아. 괜찮았어요?”
대화의 흐름이 조아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아효는 땀을 살짝 흘리며 조아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성격은 좋아 보이네.”
“아니, 뭐 결혼하는 거도 아니고 노이즈 마케팅인데 다들 뭐 그렇게 진지해요?”
“어머, 자기!”
초유 누님이 내 팔뚝을 친다.
“아야. 네?”
“그래도 카디 이후로 첫 정식 여친 기사가 나오는데, 신경을 써야지.”
“그런가요?”
초유 누님과 선애씨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대부분 딱히 필요하지 않은 조언들.
두 사람 다 공개 연애해본 적 없지 않나?
“하하. 조언은 고맙습니다만.”
“아니 넌 좀 더 들어.”
내 말을 끊고 더 말을 하는 초유 누님.
이 누님이 왜 이래?
“내가 다른 애들 대신해서 총대 멘 거 아냐.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들어.”
“총대를 메요?”
“다들 서운해하는 거 풀어줘야지.”
“아. 그래서?”
초유 누님이 조용히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 잠자코 듣고 있어.”
“넵!”
왜 이렇게 잔소리 하나 싶었네.
근데 사실상 잔소리로 풀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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