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280화 (280/450)

280.

“자! 드디어 오늘이 왔습니다.”

엠씨의 진행으로 시작된 오디션.

아직 관객은 입장하지 않았고, 사전 녹화와 리허설 중.

우리 심사단 셋은 미리 촬영할 부분이 있기에 인터뷰 촬영을 한다.

“김영미 참가자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으음, 무난하죠.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구요. 팀을 이룬다면....”

올라온 참가자에 대해 우리 셋에게 인터뷰를 따는 피디님.

아무래도 공연만 해서는 시간을 다 채우기 힘드니 중간중간 필요에 따라 쓸 인터뷰다.

“황나정 참가자가 여기까지 올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하하. 아무도 여기까지 올 걸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물론, 포텐 있는 참가잡니다. 그새 실력도 많이....”

인터뷰하다 보니 리허설이 시작됐다.

한 명 한 명 무대에 서는 아이들.

우리 세 심사단은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음, 잘 했는데.... 2절 도입부에서.... 춤이....”

마지막까지 아이들의 무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두 누님.

나도 할 말이 있을 땐 마이크를 잡고 아이들에게 조언한다.

꽤 오랜 시간 무대를 봐주니 진행팀이 다가와 말을 건다.

“슬슬 레드카펫 입장 준비하셔야 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아까 왔을 때 레드카펫 입장을 했지만 한 번 더 한다.

아까는 기자를 비롯한 관계자들, 방송을 위한 레드카펫이었다면 지금은 오로지 팬들을 위한 레드카펫.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방청객 추첨을 했는데 참여자가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모두를 초대하진 못하지만, 감사한 마음에 레드카펫이라도 보라고 준비한 시간.

카메라도 조명도 치우고 팬들로 자리를 채웠다.

리허설이 끝난 아이들이 다시 외모를 점검하고 한 둘씩 레드카펫으로 향했다.

두 누님이 먼저 출발했고 내가 마지막 등장이다.

내가 주인공인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사실상 프로그램 최고 권력자가 나라서 그런지 마지막 순서에 배치됐다.

다시 차에 올라 잠시 쉰다.

“피곤해?”

“음,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가? 조금 피곤하네.”

“너도 고생이지. 모든 무대를 다 봐주고 또 봐야 하니까.”

“뭐, 이쁜 애들이니까 볼 만 해.”

예쁜 애들이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밤새 봐줄 수도 있지 뭐.

단지 분석하고 조언하는 게 꽤 피곤한 일일 뿐.

-삐빅. 3분 뒤 입장 하실게요.

-삑!

“네!”

아인이 무전기에 답했다.

“이제 입장이네. 나 머리 괜찮지?”

“응, 안 눌렸어.”

차에 시동을 걸고 대기했다.

-삐빅. 1분 뒤 입장이요.

-삑!

“네.”

아인이 무전을 받고 시간을 잰 뒤 슬슬 차를 몬다.

-삐빅. 10초 뒤에 들어와 주세요.

-삑.

“갑니다.”

10초를 세고 출발하는 아인.

레드카펫도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더라고.

아인이 내려 차 문을 열어주고 나는 천천히 내렸다.

-와아아아아아!

내게도 함성을 질러주는 팬들이 많구나.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잘생겼다아아.

살짝 미소지으며 카펫 위를 천천히 걸었다.

사진이 엄청 찍히는 중.

번쩍번쩍! 눈앞이 하얗다.

플래시에 눈을 뜨고 있는 연습을 했지만, 쉽지 않다.

아, 굴욕샷 또 많이 나오겠네.

“자, 우리 프로그램의 수장. 프로듀서 S.Min 성민씨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잠시 인터뷰 가능할까요?”

“네. 얼마든지요.”

“하하. 궁금한 게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만 묻겠습니다. 혹시 따로 관심을 두고 있는 참가자가 있으십니까?”

이건 커뮤니티에서 말이 많아서 내가 일부러 물어봐 달라고 했다.

편애 논란 때문에 조금 말이 많아서.

“하하. 제가 책임지고 키울 아이들을 뽑는 자리입니다. 특별히 관심 가는 아이가 없을 순 없지만, 심사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로 관심이 간다고 점수를 후하게 주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대단한 만큼....”

그 후로는 딱히 의미 없는 대화였다.

뭐, 여기서 크게 의미 있는 말 하기도 힘들지.

애들 무대 준비 중인데 스포 할 수도 없고.

나는 안으로 들어와 대기실로 향한다.

아마 지금부터 팬 입장이 시작되겠지.

레드카펫이 끝났으니까.

입장이 끝나면 우리 셋이 등장하고 무대가 시작된다.

아마, 생방송은 우리 입장부터 나갈 거 같다.

생방송이라지만 전부 생방송으로 나가는 건 아니니까.

아까 아침에 한 레드카펫이 먼저 나가고 시간에 맞춰 진행자가 등장해 우릴 소개하는 부분부터 생방송이다.

생방이라 조금 긴장되긴 하지만, 딱히 내가 할 일이 많지 않으니 괜찮겠지.

이미 멤버는 다 정해진 거나 다름없으니까.

요번엔 시청자 실시간 문자를 50% 반영하기로 했다.

물론, 지금까지 문자 순위가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생색내기용이지만.

“자! 잠시 후 입장이요.”

“네.”

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내가 긴장해서 그런가?

시간이 빠르게 지난 거 같다.

벌써 입장 시간이구나.

“자. 세분 입장하실게요.”

진행팀의 안내에 따라 무대로 나간다.

우리에게 시간을 많이 쓸 수 없어 적당한 소개만 하고 우린 심사석에 앉았다.

“자! 그럼 참가자들이 준비한 무대가 지금부터 시작될 텐데요. 응원하시는 참가자에게 문자 투표....”

투표 독려 멘트를 끝으로 진행자가 무대에서 내려간다.

자! 이제 사전 투표로 결정된 순서대로 무대가 진행된다.

보통의 음악 프로라면 마지막 순서가 제일 좋겠지만, 오디션은 조금 다르다.

심사위원도 시청자도 점점 체력이 떨어지기에 초반에 할수록 좋다.

그래서 투표 순위가 높은 애들은 어차피 잘 할 테니 뒤 순서에 넣었고, 초반은 조금 합격이 힘든 애들 위주였다. 당연히 끝까지 시청률을 끌어가기 위함도 있고.

그래도 꽤 수준 있고 볼만한 무대.

확실히 마지막 생방까지 오니까 애들 무대 퀄리티가 많이 올라갔네.

아마 꽤 괜찮은 중소 기획사 컨텍만 해주면 알아서 데리고 가겠지?

내가 키울 건 아니지만,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아빠와 의논 끝에 중소 기획사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그 회사가 괜찮은 회산지 아빠의 정보력으로 조사도 했고.

그리해서 뽑은 몇몇 회사에 오디션에서 떨어진 애들을 이어줄 생각.

물론 선택은 참가자 본인이 하는 거겠지만, 딱히 손해 볼 건 없으니 대형 기획사가 손을 벌리지 않는 이상 내 추천을 받을 거다.

물론, 몇몇 아이들은 내가 우리 회사로 데려올 예정이고.

벌써 몇몇은 우리 회사 연습생 계약을 했다.

“자! 다음 참가자 전에 3분 쉽니다. 좀 쉬세요.”

피디의 무전이 귓가로 들려왔다.

아마 우리 인터뷰가 나가겠지?

화장실에 다녀오긴 힘든 시간이지만 그래도 잠시 숨 돌릴 시간이 있는 건 중요하다.

오디션 생방송은 꽤 체력 소모가 심하니까.

“후우, 자기야 애들 실력 많이 좋아졌다.”

“그러게요. 누님 괜찮아요? 술 냄새나는 거 같은데?”

“그래? 어제 좀 마시긴 했는데, 괜찮아.”

“어휴, 아직 젊다 얘!”

효정 누님이 웃으며 초유 누님과 농담을 나눴다.

이제 중요한 애들 무대가 속속 등장하겠네.

“오! 다음이 영미였네.”

“영미가 제대로 보여줘야 할 텐데.”

“그러게요.”

영미가 마지막까지 고민이다.

리허설까지 봤지만, 아직도 결심이 서지 않는다.

멤버에 끼워 두면 무난하게 잘 할 거 같은데, 또 영미 같은 캐릭터라면 딱히 없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자. 10초 뒤 방송 시작합니다.”

피디의 음성이 들려오고 자세를 고친다.

그래도 3분 쉬었다고 또 힘이 나는 것도 같다.

“후우, 영미 참가자. 잘 할 수 있죠?”

“네!”

“그럼 뮤직 스타트!”

마지막까지 영미의 무대는 애매했다.

잘한다고 할 수 있는 무대긴 한데.

딱 영미만의 특징이 없다.

“후우. 잘 봤습니다. 음, 딱 영미씨다운 무대였다고 해야 할까요? 무난하게 잘 한 무대네요. 영미씨다운 무댄데 영미씨만의 특징이 없어요.”

“이거 참 어렵네요.”

내 심사평 이후 효정 누님이 조용히 한마디 하셨고 다음으로 초유 누님도 마이크를 든다.

“음, 뭐든지 무난하게 잘 한다. 이게 영미 참가자의 장점인데, 그 무난함 때문에 돋보이지 않아요. 음, 저도 고민이 많아지네요.”

할 말이 꽤 있지만, 생방이라 앞에서 시간을 많이 쓸 수 없다.

영미가 어정쩡한 표정으로 내려갔고 다음으로 나정이 나왔다.

오우, 나정이가 꽤 중후반에 나왔네?

응원하는 사람이 꽤 생긴 거겠지?

원래 엄청 까이는 참가자가 독기를 품고 열심히 하면 응원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거기에 얼굴도 꽤 이쁘고.

또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방송에 보이니, 응원하는 사람은 늘기 마련.

“나정씨. 준비 잘 했죠?”

“네!”

여전히 눈에 독기가 가득한 나정.

흐음, 데뷔조에 들어가면 저 독기를 빼는 작업이 필요하겠다.

오디션 때까진 저 독기가 나정의 무기가 되어 많은 팬을 만들어 주겠지만.

아이돌의 독기 품은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이돌은 귀엽고 예쁘고 순진해야 한다.

쎈언니 컨셉으로 나오는 그룹도 있지만, 그건 무대에 한해서다.

평소엔 다들 친근하고 허당끼 있고 장난스러운 느낌으로 나온다.

나정은 데뷔하고 독기가 빠지면 분명 인기가 있을 상이다.

내 눈에 들 정도였으니까.

“자. 무대 시작하시죠.”

“네!”

나정의 실력보다 꽤 난이도 있는 선곡.

춤도 어려운 편에 속하는 무대다.

연습을 열심히 했는지 소화는 간신히 해낸 무대.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다.

“나정씨.”

“네.”

“이번 무대 주제가 뭐였죠?”

“절 가장 잘 표현한 무대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이 무대가 그랬나요?”

나정이 우물쭈물 말을 못 한다.

“음, 평하자면 무대는 좋았습니다. 나정씨 실력으론 상상도 못 할 무대 수준이었어요. 정말 많이 늘었다고 해주고 싶네요, 연습을 많이 하셨나 봐요. 하지만!”

잠시 뜸을 들인다.

“과연 이 무대에 저희가 나정씨를 아이돌 멤버로 뽑아야 할 이유가 보이냐 이 말입니다.”

“흐음, 저는 충분히 이유가 될 거 같은데요?”

내 평에 초유 누님이 마이크를 잡고 나선다.

물론, 사전에 살짝 맞춰둔 내용.

“나정씨 첫 무대 기억해요?”

“물론이죠.”

“지금 나정씨의 모습과 비교하면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예요.”

“동의합니다.”

초유 누님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 충분히 자신을 보여준 거 같은데. 그리고!”

초유 누님이 날 가리켰다.

“나정 참가자의 색은 성민씨가 만드는 거니까요.”

“하하하. 그것도 맞네요.”

우리는 웃으며 심사평을 마쳤다.

효정 누님도 초유 누님 의견에 동의한다며 나정을 격려했다.

나정이 지나가고 연달아 나오는 혜민과 혜인.

혜민이야 내가 마기도 넣어 줘서 정말 좋은 무대로 안정권에 들어왔고,

씹덕몰이 4차원 혜인은 꽤 재미난 무대를 보여줬다.

“와! 저희가 원한 게 이런 무대죠?”

“정말 딱 혜인 참가자만 할 수 있을 거 같은 무대였어요.”

“잘했어요.”

좋은 평을 받고 내려가는 혜인.

확실히 이 정도면 혜인은 데뷔조 확정시킬 수 있는 무대였다.

“자! 그럼 다음 참가자.”

좋은 무대를 보니 우리 텐션도 덩달아 올랐다.

다음으로 데뷔조에 들 애들 무대가 쭉쭉 나왔다.

데뷔조에 넣을 생각 중인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 용월.

노래보다 춤에 집중한 무대를 치파오를 입고 했다.

섹시하면서도 박력 넘치는 무대라 꽤 인상이 남았다.

다음으로 나온 건 아람이.

만년 4위였던 다람이가 저번에 미소로 떡상해 2위를 했다.

때문에 3, 4위로 떨어진 아람과 우연의 무대가 연속으로 나왔다.

연습 괴물 아람은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건 분명한 한계가 있다.

순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지금까지 높은 순위를 유지한 건 꽤 잘한 일이다.

다음으로 우연의 무대는 여전히 좋았고, 다람이는 내가 준 젖꼭지 장신구를 착용했는지 헤실거리며 인터뷰와 무대에 응해 우리 모두 아빠, 엄마 미소를 지으며 지켜봤다.

마지막으로 나온 건 투표 1등을 공고히 지킨 예진.

걸그룹 바니하트의 리더였던 예진이 여기서 이렇게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일 줄은 몰랐다.

나이도 나랑 동갑인데 어린 애들 사이에 껴서 고생이 많았다.

이제 꽃길만 걷자.

예진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모든 무대가 끝났다.

진행자가 나왔다.

“자! 오늘 준비된 무대는 여기 까집니다.”

-아아아!

“모두 즐겁게 봐주셨나요?”

-예에에!

초대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진행자.

“응원하는 참가자에게 투표는 다 하셨죠?”

-네에에!

“아쉽지만 결과는 지금 공개해 드릴 수 없습니다.”

-아아아.

진행자의 멘트가 끝나고 관객들이 모두 밖으로 나갔다.

나와 누님 두 분. 참가자들은 자리를 옮겨 다시 만난다.

다른 스튜디오.

오디션 마지막 촬영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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