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3.
시간이 흘러 개인 미션이 방송을 탔다.
황나정이 살아남은 걸 신기해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녀를 응원하는 시청자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우연, 예진, 아람이 엎치락뒤치락 1, 2, 3등을 두고 경쟁하는 중이다.
다람이는 부동의 4등으로 팬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무뚝뚝함을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은 상태.
아마, 듀엣 미션이 나갈 때쯤이면 다람이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서 팬이 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그만큼 다람이의 미소는 꽤 파괴력이 있다.
청순한 얼굴에 순수해 보이는 큰 눈, 웃을 때 들어가는 보조개.
무뚝뚝한 느낌의 다람이라, 조금 불편해하는 사람이 아직은 꽤 있지만, 다람이의 미소가 방송을 타면 분명 엄청난 팬들이 생길 거다.
아마 웃는 모습 움짤이 돌아다닐지도 모르겠다.
“자! 드디어 날이 밝았습니다!”
“네. 오늘은 듀엣 미션 날이죠?”
“아! 이거 너무 가혹합니다.”
우리는 대본에 준비된 멘트로 촬영을 시작했다.
기세 좋게 외친 초유 누님을 뒤로 나와 효정 누님의 멘트가 이어진다.
“둘 중 한 명은 무조건 탈락하는 듀엣 미션.”
“저희가 짠 대진이지만, 정말 흥미진진한데요.”
“자! 뜸 들이지 않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처음 참가자 나와 주세요!”
처음 들어온 참가자는 김영미 외 1명.
다른 참가자도 무난하니 존재감 없는 참가자다.
영미는 저번 무대에 포텐을 터트려 나름의 인지도가 생긴 데 반해 상대는 지금껏 살아남은 참가자지만, 뚜렷이 기억나는 무대는 없다.
“두 참가자 모두 무난한 모습으로 칭찬과 동시에 혹평을 듣는 참가자죠.”
“네. 저번에 김영미 참가자가 좋은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한 번의 좋은 무대로 실력을 판단할 순 없습니다.”
“자! 두 분! 준비됐으면 바로 시작해 주세요.”
시작은 존재감 없는 소녀였다.
확실히 무난한 난이도에 무난한 무대.
아마 몇 분만 지나도 기억나지 않을 무대.
그렇다고 실력이 부족하거나 무대가 볼품없는 건 아니었다.
아이돌을 하기엔 충분한 실력.
단지, 이 친구는 스타성이 없을 뿐이다.
다른 말로는 끼가 없다고 할 수 있겠지.
“네. 무난한 무대였네요.”
“좋다고 하긴 힘들지만, 나쁘지도 않은 무대였어요.”
“흐음, 친구는 왜 연예인이....”
많은 참가자가 떨어져서 심사에도 여유가 꽤 있다.
인터뷰도 섞어서 진행되는 심사.
끼도 없는데 왜 연예인을 하려는지 돌려 묻는 초유 누님 발언에 효정 누님이 살짝 초유 누님을 제지한다.
“네. 그럼 다음 무대 보겠습니다. 김영미 참가자죠.”
“저번에 한 번 포텐을 터트리긴 했지만, 역시 계속 무난하다.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죠.”
“네. 영미 참가자 준비됐으면 시작해 주세요.”
김영미의 무대.
자신의 장점을 찾은 걸까?
이번에도 꽤 난이도 있는 선곡.
춤도 노래도 무난하게 끝났다.
“김영미 참가자가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알아챘네요.”
“그러게요. 난이도 있는 무대였는데, 역시 무난하게 소화했습니다.”
“으음, 무난하다는 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무대든 잘 소화한다는 뜻도 되죠.”
“결론이 난 거 같은데요?”
누님 두 분과 눈빛을 교환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참가자는 김영미 참가자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내 발표에 김영미는 활짝 웃음 지었고, 다른 참가자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무대에서 내려갔다.
“흐음, 영미는 데뷔해도 문제겠는데.”
“왜요?”
“묻힐 거 같아서. 팀원들이 다들 개성이 넘칠 테니까.”
“그래도 팀 색이 잘 묻어날 거 같기도 해요. 어쨌든 모나진 않으니까요.”
그렇게 김영미 참가자에 관해 이야기하며 다음 참가자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와! 이 둘이 벌써 들어온다고?”
“정말 기대되는 대결이지만, 둘 중 한 사람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조금 슬픈 대결입니다.”
“흐음, 벌써 고민되네요.”
다음으로 들어온 두 명은 댄스 1티어 중국인 참가자 용월과 노력 천재. 연습 괴물 오아람이었다.
“재능과 노력의 대결이네요.”
“아람 참가자가 재능 없는 건 아니지만요.”
“그렇지만 용월의 춤은 노력으로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초유 누님이 열변을 토하며 용월을 찬양한다.
이번엔 용월이 이겨야 하거든.
아람은 투표로 생존할 테니까.
“자! 그럼 바로 보죠. 두 사람 무대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네요.”
“네. 준비됐으면 시작해 주세요.”
먼저 무대에 선 사람은 아람이었다.
여전히 엄청난 연습량으로 정말 디테일이 살아있는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아람.
크으, 잘하긴 진짜 잘 하네.
얼굴도 이쁘장하니 데뷔하면 잘 될 거 같다.
“정말 디테일이 살아있네요.”
“네. 실력이 늘어난 건 아닌데, 디테일이 살아나서 더 잘해 보이는 효과가 있어요.”
칭찬이 끝나고 우리는 살짝 부족한 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조금 부족한 부분이 아직 남았네요. 발성이....”
“그러게요. 시간이 좀 부족했던 걸까요? 춤은....”
사실 오디션 참가자 수준에선 딱히 지적할 필요가 없는 디테일들.
굳이 털어서 먼지를 만들어내는 수준이다.
“잘 했어요. 그럼 용월 참가자의 무대를 볼까요?”
용월은 댄스곡을 준비해 한국어로 노래하며 열정적으로 춤췄다.
“와! 한국어가 정말 많이 늘었네요?”
“춤은 역시 흠잡을 곳이 없어요. 진짜 부럽네요. 어린 나이에 저런 춤 실력이라니.”
“으음, 이거 어렵겠는데요?”
“회의가 필요하겠어요.”
결과는 정해졌지만, 그만큼 더 고민하는 척을 해줘야 한다.
딱히 방송에는 우리 대화가 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회의보다는 그냥 감상에 가까운 얘기가 오간다.
“근데 초유 누님. 용월의 춤이 그렇게 뛰어나요?”
“응. 저 나이, 아니 저 나이가 아니라 전문 댄서랑 비교해봐도 상위 0.1%야.”
“와. 진짜 대단하네요.”
솔직히 춤에 관한 지식이나 안목이 부족해서 일정 수준 이상이면 다 괜찮게 보이기 때문에 용월의 춤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다.
그냥 와! 엄청 잘 춘다. 정도의 감상밖에 없었는데, 초유 누님의 말을 들으니 용월의 춤 실력을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결정이 난 거 같네요.”
대화를 마치고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대결의 승자는.”
잠시 뜸을 들인다.
그리고 초유 누님의 말을 가져와 평을 마쳤다.
“저 나이에, 아니 나이를 따지지 않고 전문 댄서와 비교하더라도 상위 0.1%안에 들만한 춤 실력입니다. 승자는 용월 참가자. 아람 참가자 너무 좋은 무대였는데, 아쉽습니다. 하아.”
용월이 방방 뛰며 좋아했고, 아람은 살짝 시무룩한 모습으로 내려갔다.
어차피 투표로 다시 올라올 거지만, 패배의 쓴맛은 어쩔 수 없지.
솔직히 객관적으로 봐도 용월이 잘 했다.
단시간에 한국어 노래가 이렇게 늘 줄은 몰랐네.
“후우, 다음 참가자 들어와 주세요.”
다음 대결은 나름 내가 지켜보고 있는 소녀 두 명이었다.
딱히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진 않지만, 여우상의 요염한 미녀와 뱀상에 요염한 미녀의 대결이다.
뱀상의 미녀는 일본인 참가잔데 뱀상의 섹시한 외모로 벌써 꽤 팬이 생겼고.
여우상의 요염한 미녀는 얼굴도 얼굴이지만 몸매가 너무 좋아서 남성 팬이 많은 거 같다.
으음, 남초 사이트에 사진이 많이 걸리니까 남자 팬이 많은 게 맞겠지?
두 사람이 생긴 건 꽤 다른 데 둘 다 요염한 느낌의 소녀라 이미지가 겹쳐 대결을 붙였다.
여기에 송예진과 아효까지 껴서 4명이 섹시한 춤 추면서 노래하면 남자들 자지가 폭발할 텐데.
“흠흠, 그럼 준비한 무대 보여주세요.”
둘은 무대도 비슷했다.
흐느적거리는 섹시 댄스와 함께 부드러운 알엔비.
승자는 한국인인 여우상 미녀였다.
이건 정말 한국인이라서 이겼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네.
저 일본인 참가자는 회사로 데려가면 딱 좋겠는데.
촬영을 보고 있던 아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뭐, 알아서 잘 꼬셔 오겠지?
“자! 그럼 다음 무대 보시죠.”
“네!”
황나정이 나왔다. 나정의 상대는 강아지상의 귀여운 소녀.
강아지상 소녀도 나름 눈여겨보고 있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상태라 더 올라가긴 힘들 거 같아 이런 대진을 짰다.
역시나 결과는 나정의 압승.
둘 다 부족한 실력이었지만, 독기를 품고 연습한 나정이 강아지상의 소녀를 눌러버렸다.
“나정씨 점점 좋아지는 모습 보기 좋네요. 이거 잘하면 데뷔도 할 수 있겠어요. 더 노력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다음 참가자를 불렀다.
송예진이 걸어왔고, 뒤로 박혜인이 따라 들어왔다.
섹시 걸그룹 바니 하트의 리더 송예진.
수준급의 춤과 노래 실력으로 항상 투표 3위권 안에 드는 오디션 스타 참가자.
그에 반해 박혜인은 4차원 씹덕몰이 상이라 마니아층의 팬은 많지만 그리 인기가 많다고 보긴 힘들다.
그래도 계속 보고 싶어서 예진과 붙여놨다.
예진은 투표로 올라올 테니 혜인이 합격시킬 수 있으니까.
예진이 섹시 컨셉을 버리고 발랄한 무대를 했는데, 그게 독이 됐다.
발랄함은 저 4차원 소녀인 혜인을 이길 수 없으니까.
어떻게 우리 오디션을 하늘이 돕는지 딱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
“으음, 상대와 전략이 안 좋았네요. 아 이렇게 보내기 정말 아쉽지만, 결과는 냉정한 법이죠. 송예인 참가자 그간 수고 많았어요. 승자는 박혜인 참가잡니다.”
예인이 살짝 다운된 모습으로 웃으며 무대를 내려갔고, 혜인은 여전히 발랄한 모습으로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다음은 다람쥐상의 귀여운 소녀와 실력파 보컬 참가자의 대결이었고, 보컬 참가자가 이겼다.
나는 또 아인에게 다람쥐상 소녀를 잡으라고 문자를 보냈고.
다음 무대는 혜민의 차례였다.
고양이상에 도도한 미녀와 붙었는데, 내 마기 업그레이드 덕인지 혜민이 엄청난 성장을 보였고 우리 세 사람의 극찬을 받으며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역시 이번 고양이상의 미녀도 아인에게 문자를 보내뒀다.
생각보다 이번 라운드까지 온 미녀들이 많네.
이전에도 떨어진 참가자 중에 이쁜 소녀들에게 접근해 왔지만, 오늘처럼 몰렸던 적은 없는 거 같다.
하긴, 고르고 고른 옥석들이니까.
“자! 이제 마지막 순서네요.”
“아! 저도 이 무대는 엄청 기대됩니다.”
“후우, 이름만 봐도 누구 하나 탈락시킬 수 없을 거 같은데요.”
“들어와 주세요.”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우연과 다람.
다람이 내 쪽을 보며 살짝 웃고는 팔로 가슴을 자극했다.
와! 확실히 표정이 좋아졌네.
“어머? 다람이 지금 웃었니?”
“헤헤. 네. 선생님.”
“와! 웃으니까 진짜 이쁘네!”
초유 누님이 다람의 변한 모습을 띄워준다.
“어머머, 갑자기 사람이 달라졌네?”
“그러게요. 더 매력적인데요?”
효정 누님과 나도 다람이를 칭찬했다.
“무대 먼저 봐야죠?”
“그래. 무대 보여줄래요?”
솔직히 모든 참가자를 통틀어 실력만 놓고 보자면 우연과 다람이가 1, 2등을 경쟁할 거 같다.
춤과 노래의 밸런스가 가장 완벽한 둘이니까.
용월이 춤을 더 잘 추고, 예진이 노랠 더 잘하긴 하지만, 춤과 노래를 함께하는 아이돌 특성상.
실력 1등은 저 둘 중 한 명이다.
“어우, 둘 다 이를 갈았나 본데?”
“네. 엄청나네요.”
다람이도 다람이 나름에 좋은 무대를 보였고, 우연도 저번 투표 1위 다운 무대를 보여줬다.
“두 사람 모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좋은 무대였네요.”
“그러게요. 이거 회의가 필요하겠는데요?”
우리는 살짝 모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람이가 무슨 일이라니?”
“하하. 제가 손 좀 썼죠.”
“그랬어? 어떻게?”
“저번 중간 점검 때 얘기를 좀 나눴어요.”
효정 누님에게는 대충 둘러댔지만, 초유 누님은 내 말에 뜻을 알아듣고는 묘한 미소를 보냈다.
“이건 솔직히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무대였어.”
“동감이야. 결과가 미리 정해진 게 아니었으면 엄청 고민됐겠다.”
“다람이가 달라진 모습으로 포텐을 더 터트렸으니까 그 점을 들어서 승리시키면 되겠죠?”
“응. 그게 좋겠다.”
말을 끝내고 마이크를 들었다.
“정말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두 사람입니다. 이번 무대는 정말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어요. 그래도 승부는 내야겠죠.”
잠시 뜸을 들이고 입을 연다.
“확 변한 모습으로 지금까지보다 더 좋은 무대를 보여준 임다람 참가자의 승리입니다.”
“와아! 헤헤. 감사합니다.”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다람이 웃으며 감사 인사했고, 우연은 깊은 한숨을 쉰 뒤 무대에서 내려갔다.
“으으, 정말 저희도 너무 아쉽네요.”
“네. 너무 아까워요.”
우리는 마치 우연이 진짜 탈락한 것처럼 얘기를 이어갔다.
어우, 그나저나 다람이 엄청 예쁘게 나오겠네.
오늘따라 웃는 모습이 더 예쁜 거 같아. 멀리서 봐서 그런가?
“자! 오늘 듀엣 미션을 여기 까집니다.”
승리한 모든 참가자가 무대로 돌아왔다.
“다음 미션은 이 자리에서 바로 알려드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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