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264화 (264/450)

264.

인구가 많은 중국이라 그런지 물고기도 수량이 많은가?

우리는 그 후로도 많은 고기를 잡았다.

참돔도 잡고, 감성돔도 잡아 모두의 텐션이 올라갔다.

제일 많이 잡힌 물고기는 점농어라는 물고긴데,

크기와 비교하면 맛도 별로고 가격도 싸서 조금 아쉬운 물고기다.

“이 정도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겠네요.”

“어, 형 이 말은 중국어로 못하겠는데.”

“음, 그럼 하지 말자.”

나와 막내가 대화하며 씩 웃자 심월이 다가왔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요?”

“그걸 설명할 수 없어서 웃었어요.”

“호호호. 그게 뭐예요.”

심월이 웃으며 내 팔을 살짝 때렸다.

이거 끼 부리네?

꽤 귀여워서 웃음이 났고, 양미 선생님이 발음을 불러 줬다.

“워 크에 바 타 티엔 짜이 쯔에 위.”

“으음, 그냥 못 들은 거로 하죠.”

“하하. 미안해요.”

즐겁게 대화를 마치고 우리가 잡은 물고기를 피디에게 줬다.

“가격은 저희가 산정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돔 두 마리랑 우럭은 직접 요리하신다구요?”

“네!”

그렇게 물고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조황이 좋아서 넷 다 어깨가 꽤 올라간 느낌.

이럴 줄 알았으면 낚시에 더 많이 데려올 걸 하며 후회하는 심월을 달래며 도착한 집.

먼저 와있던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다.

“다들 왜 이렇게 널브러졌어?”

“혀엉. 왔어요? 진짜 힘들었어요. 저희.”

“고생했네. 곡물은 많이 캤어?”

고개를 끄덕이는 리더.

농사를 갔던 출연진들도 나온다.

모두 모이자 피디가 우리를 주목시켰다.

“자! 오늘 벌어들인 수입을 공개하겠습니다!”

피디의 공개에 모두들 놀랐지만, 나는 정확히 얼만지 몰라서 못 놀랐다.

“꽤 많이 벌었네!”

“그러게.”

심월이 날 본다.

“우리가 고급 고기를 많이 낚아서 그래.”

귀엽게 말하며 내 팔짱을 끼는 심월.

나는 씨익 웃었다.

“어머, 둘이 뭐야뭐야?”

다른 여자 출연자가 심월을 보며 눈을 흘겼다.

“호호. 그런 거 아냐.”

“저희가 낚시 호흡이 꽤 좋았죠. 하하.”

그 뒤로는 다시 두 팀으로 나뉘었다.

한 조는 돈을 가지고 시장에 가 음식 재료를 사 오는 팀이고.

다른 한 팀은 집에서 요리를 준비하는 팀이다.

레돈 애들은 시장 구경이 가고 싶은 가 보네.

나는 자청해서 요리 팀에 남았다.

민하씨랑 요리도 해봤고, 요리 하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이니까.

“요리 잘하세요?”

“아뇨. 적당히 합니다.”

착한 레돈 애들은 다들 양보하기 바빠서 가위바위보로 남을 사람을 골랐다.

그래서 걸린 사람은 리더였다.

“후후, 그래도 제가 걸려서 다들 신나니 괜찮네요.”

“그래. 근데 너희 요리는 좀 하니?”

“아, 아니요.”

동공을 떨며 답하는 리더.

“평소에 밥은?”

“보통 시켜 먹거나, 간단히 냉동식품 같은 거 먹죠.”

“아무도 요리를 안 하는구나.”

“아무래도 연습 끝나고 집에 가면 다들 늘어지니까요.”

하긴, 얘네는 연습 엄청 열심히 하니까.

집에 오면 쉬기 바쁘지 어떻게 요리를 하겠어.

요리도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지.

“호호, 제가 잘 하니까 괜찮아요.”

이번에 함께하게 된 출연진은 다른 친구들이었다.

심월이 나와 떨어지는 게 아쉬웠는지 살짝 눈빛을 보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추파를 던지지도 않았는데 그냥 방송 컨셉이겠지?

뭔가 여우 짓 하는 느낌이다.

뭐, 내가 넘어가지만 않으면 괜찮지.

아! 심월 말고는 이름을 다 몰라서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네.

그냥 부르지 말아야지.

나는 재료 손질을 도왔다.

오우, 이 중식도 꽤 좋네?

“칼이 엄청 좋네요?”

“그죠? 그거 진짜 잘 썰려요.”

내가 말했는데 출연진 둘이 좀비처럼 달려들었다.

왜 이래?

이거 피피엘인가?

남자애가 뭐라 뭐라 칼의 장점을 말해줬는데 그냥 웃으며 한 귀로 흘렸다.

“이 정도면 될까요?”

“네. 너무 좋네요.”

그녀가 시킨 건 파채 썰기와 양파 깍둑 썰기.

양이 많은 것도 아니라 크게 할 일이 없었다.

내가 재료를 손질하는 동안 생선 손질을 끝낸 여성 출연자.

내장이 빠지고 예쁘게 칼질 된 참돔과 토막 난 우럭이 보였다.

“어우, 회 떠 먹고 싶네.”

“회요? 해 드릴까요?”

“정말요? 안 드시지 않아요?”

여자 출연진이 씽긋 웃으며 말한다.

“날것을 꺼리고 찬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문화가 있지만, 사실 중국에서 회를 안 먹었던 건 아니에요.”

“그래요? 근데 거의 안 먹지 않아요?”

“사실 한국인이 쓰는 회라는 한자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글자잖아요.”

“어? 그러네요.”

그녀가 역사 선생님처럼 이런저런 설명을 한다.

14세기경 유럽에 흑사병이 돌듯 중국에도 역병이 창궐했다.

그 시기부터 중국에선 날음식을 꺼리게 됐다.

그 전까지는 회를 좋아했던 황제도 있을 정도로 회 문화가 발달했었다는 얘기.

“그랬구나.”

“으휴, 이 설명충.”

“아니, 너무 재밌게 들어 주셔서 제가 너무 떠들었네요.”

“하하. 정말 재밌었어요.”

남자 출연자가 그녀가 책을 좋아해서 이런저런 설명하길 좋아한다고 말했다.

뭐, 상관없는데.

“아무튼, 회를 떠보겠습니다.”

“오오! 우리 방송에서 처음 하는 거 같은데?”

“그러게. 이 생선이 회로 먹으면 그렇게 맛있대.”

“그래? 알고 있었어?”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헤헤. 방금 찾아봤어. 회 뜨는 법 영상도 보고.”

“그럼 그렇지. 어떻게 할 건데?”

그녀가 감성돔을 들어 올려 회 치는 시늉을 한다.

“여길 따서 여기서부터 드르륵 하고.”

얘도 생각보다 꽤 귀엽네.

심월이 조금 설레는 썸녀 같은 느낌을 준다면, 이 여자는 친근한 여자 사람 친구 느낌이다.

살짝 지적이어서 누나 같은 느낌도 나지만, 외모는 어려 보이니까.

뭔가 언밸런스해서 더 매력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왜 인기가 많은지 알 거 같다.

“흐음, 그럼 회를 먼저 해서 숙성을 하자.”

“후우, 나 좀 떨려.”

“손 조심하고 할 수 있어.”

그녀가 칼을 들고 생선의 비늘을 쳤다.

머리를 쳐내고 배를 가르는 그녀.

떨린다고 해놓고 손길이 거침없다.

“후우, 여기까진 잘 했는데, 이제 제일 어려운 거다.”

“그래?”

“응, 뼈 위로 타고 들어가야 한다는데 우린 칼이 없잖아.”

그렇네. 중식 도로 회 뜨는 건 좀 힘들 거 같은데?

중식 도는 무언가를 써는 용도라기보단 무게를 이용해 절단하는 용도니까.

“으음, 이렇게 하는 거 맞나?”

딱 봐도 아닌 거 같지만 조용히 있었다.

해 주는 게 어디야.

살점이 좀 너덜너덜하게 떨어져 나왔지만, 괜찮다.

먹을 수 있으면 됐지.

근데 감성돔을 막 회처럼 써니까 좀 기분이 묘하네.

뭔가 사치스러운 느낌도 들고 이상하다.

우린 회가 너무 많아서 감성돔은 쳐주지도 않고 막 회로 먹는다 이런 느낌?

접시에 회를 썰어 담은 여성 출연진이 봉지에 담에 냉장고로 옮겼다.

“우리 왔어!”

“오! 딱 좋은 시간에 왔어!”

이제 막 회 썰기가 끝나서 요리를 제대로 할 타이밍이었으니까.

사람이 많아진다고 요리가 빨라지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요리하는 사람은 몇 없었으니까.

“자, 이렇게 양념을 붙고 이제 끓이면 돼요.”

심월이 자랑하던 우럭찜을 모두 만들고 짠하고 내게 보여줬다.

나는 손뼉을 치며 그녀를 칭찬했다.

“자! 이렇게 잘 익은 참돔에 파채를 듬뿍 올리고.”

심월이 우럭찜에 불을 올리니 다른 여성 출연진이 견제하듯 자신의 요리를 자랑했다.

아까부터 익히던 참돔을 꺼내 위에 파채를 잔뜩 올린다.

“자! 이제 끓는 기름을 부어주면 완성이에요. 이건 먹기 전에 할게요.”

“와. 엄청 맛있어 보여요.”

“호호. 자랑하는 요리에요.”

레돈애들은 우럭찜보다 참돔구이가 더 신기한가 보네.

전부 몰려갔다.

나만 심월 곁에 남아 우럭찜이 끓는 걸 구경한다.

잠시 후 우럭찜이 끓으며 맛있는 냄새가 올라온다.

“냄새가 엄청 좋네요.”

“호호. 그렇죠? 맛도 좋을 거예요.”

요리가 하나씩 완성되고 상을 차렸다.

“와! 역대급으로 푸짐하다!”

“사람이 많으니까.”

마트에서 사 온 고기 요리도 있었고, 밥 대신 먹을 꽃빵과 만두도 있었다.

김이 솔솔 오르는 만두.

애들이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사 왔다는 데 나도 꽤 군침이 돈다.

“이제 슬슬 먹을 수 있겠네요. 맞다. 회 꺼내야지.”

그녀가 냉장고에서 회까지 꺼내 왔다.

“그럼 기름을 부어 볼까요?”

“와아아.”

레돈 애들 리액션이 좋네.

그녀가 끓는 기름을 국자로 파채 위에 부었다.

-치이익!

맛있는 소리와 함께 파 기름 향이 확! 퍼진다.

“오.”

“맛있어 보여요?”

“네. 향이 좋네요.”

“호호.”

심월을 보며 얄밉게 웃는 여성.

둘이 기 싸움이 만만치 않구나.

“자! 먹자!”

“잘 먹겠습니다.”

음식이 모두 차려졌고, 식사가 시작됐다.

우선 회를 좀 먹어야지.

저 정도 감성돔 회는 한국에서도 자주 못 먹으니까.

꽤 큰 녀석을 잡아서 맛이 기대됐다.

“으음.”

“맛있어요?”

“네. 괜찮네요.”

너무 짓이겨지듯 썰어져서 그렇게 맛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광어, 우럭보다야 맛이 좋았다.

“심월이 만든 우럭찜을 먹어 봐야죠?”

“아! 제가 떠드릴게요.”

심월이 내 접시에 우럭찜을 떠줬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빨간 생선 살코기.

침을 꿀꺽 삼키며 자작한 국물과 함께 입으로 넘겼다.

“하아, 하뜨. 하뜨뜨.”

첫 감상은 뜨겁다였다.

“호호. 물 드릴까요?”

“아으, 괜찮아요.”

어떻게 식혀서 씹어 넘겼다.

살짝 매콤한 향과 향신료의 향긋한 향이 우럭의 기름짐과 만나 꽤 오묘한 맛을 냈다.

이거 맛있네?

매운탕이랑은 또 다른 느낌인데?

“이거 맛있어요!”

“제가 잘 한다고 했죠?”

“하하. 그렇네요.”

나와 심월은 거의 따로 먹는 느낌이다.

다들 참돔 살 떼어먹기 바빴으니까.

“저것도 좀 드셔 보세요.”

“그래야죠.”

심월이 웃으며 말했고 참돔 살을 한 블록 떼왔다.

파 기름 냄새가 확 퍼져서 입에 침이 고였다.

오! 이거 꽤 괜찮은데?

간이 잘 밴 도미구이에서 파 기름 향이 나니까 감칠맛이 꽤 있었다.

그래도 너무 맛있어하면 심월이 삐지겠지?

심월에게 점수를 딸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밉보이고 싶진 않으니까.

“전 우럭찜이 더 취향에 맞네요. 하하.”

“다행이에요.”

심월에게만 들리게 작게 속삭였다.

심월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내 접시에 우럭 살코기를 한가득 덜어줬다.

“와! 형이 다 먹으면 우린 뭐 먹어요?”

“다른 음식 잘 먹더만. 이건 심월이 날 위해 해준 거니까 양보해.”

“어머? 둘이 뭐야? 아까부터 수상해?”

다른 여자 출연자가 견제하듯 말했지만,

나와 심월을 그냥 웃어넘겼다.

“후우, 오늘 정말 재밌었다.”

“네. 저희도 좀 힘들지만 즐거웠네요.”

원래 촬영 포멧은 1박 2일로 자고 일어나 함께 아침을 만들어 먹는 것도 있지만, 우리는 인원이 많아 잘 곳이 부족해 그냥 저녁 촬영만 하는 거로 합의 봤다.

내가 하루 자기는 싫었던 것도 있고.

“호텔로 갑시다.”

“네. 오래 걸리겠죠?”

“아뇨. 하하. 근처 호텔을 잡았습니다. 내일 비행기 타고 원래 숙소로 가실 거예요.”

“아! 오늘은 다른 데서 자는 거네요.”

고개를 끄덕이는 매니저 직원.

아인과 함께 숙소로 향했다.

오늘은 레돈도 같은 숙소에 묵어서 아인과 이런저런 건 못 할 거 같다.

슬프게도 아인이 다른 숙소에 묵게 되기도 했고.

후, 이제 내일은 날 중국으로 소환한 사람 만나야겠지?

만나서 밥을 같이 먹고 시간 되면 한국으로 귀국한다.

“아! 그리고 사장님께서 이쪽으로 오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일 여기서 같이 식사를 하시면 될 거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럼 여기서 바로 한국으로 가도 되겠네요.”

“그렇죠. 전용기를 이쪽으로 옮겨 둘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부자지만 배려심이 꽤 있는 거 같네.

다행히 여러 번 이동하지 않고 갈 수 있겠다.

“그럼 호텔의 짐은 직원 시켜서 전용기에 실어두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짐이 워낙 적어서 생각 못 했네.

중요한 건 아인이 다 가지고 있으니까.

“후우, 정비서 내일 봐.”

“그래. 잘 자고.”

아인과 헤어져 숙소로 들어왔다.

“형! 저희 맥주 마셔도 돼요?”

“음? 맥주? 좋지.”

나야 내일 가지만 얘네는 남아서 활동을 계속한다.

그러니 하루 정도는 풀어져 있어도 되겠지?

“내일 스케쥴에 무리 안 갈 정도만 마셔야 한다.”

“당연하죠!”

레돈애들이 싱글벙글하며 가위바위보를 했다.

리더는 당연히 나가는 건지 가위바위보에서 빠졌고, 그렇게 한 사람이 결정됐다.

“맛있는 거 사와.”

“그래.”

두 사람이 나갔고, 우리는 씻고 잘 준비를 마쳤다.

“아! 형이랑 같이 자보나 했는데.”

“남자끼리 한 침대는 아니지!”

“헤헤.”

귀엽게 웃는 막내.

머리를 헝클어 주고 식탁에 앉았다.

레돈이랑 술자리는 처음이네? 이렇게 편한 자리도 처음이고.

애들이랑 무슨 얘기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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