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
촬영이 생각보다 늦게 끝났다.
뭐, 많은 사람이 3대 측정을 하니 그만큼 오래 걸릴 수 밖에.
“오늘 함께 촬영한 대흉씨가 같이 놀자는데 괜찮아요?”
“나야 좋지.”
“응. 괜찮지?”
“그리고 제 비서도 함께할 거 같아요.”
아인이 고개를 젓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합류했다.
“안녕하세요.”
“아! 비서님. 오랜만입니다.”
“네.”
심장의 인사를 차갑게 받는 아인.
가만 보니 심장이가 아인에게 살짝 흑심이 있는 거 같다.
미안하지만 이미 내 여자다. 남의 여자한테 추파 던지지 마라.
씽긋 웃어주고 자리를 옮긴다.
“와아! 이런 데 처음 와요.”
“하하. 제가 잘 알아봤죠?”
심장이 미리 알아본 식당.
내가 가는 걸 고려했는지 룸으로 된 고깃집이다.
뭐, 다른 사람들도 남 눈치 안 보고 노는 게 더 좋겠지.
술잔이 오가고 분위기가 점점 달아올랐다.
역시 여자가 있는 게 분위기가 살긴 하네.
저번에 셋이 놀 땐 조금 우중충했는데.
“하읏.”
“아, 아인씨? 어디 안 좋아요.”
“아, 아뇨. 괜찮아요.”
아인이 날 째려봤다.
내가 몰래 아인의 보지를 꾹 눌렀거든.
사실, 심장이가 아인을 마음에 둔 거 같으니까 자꾸 장난기가 발동한다.
“슬슬 파하지?”
“그럴까요?”
꽤 시간이 지났고, 전부 약간 취기가 올랐다.
늑대 형이 가장 갈 길이 멀기에 먼저 일어나자는 제안을 했다.
혼자만 빠지기는 조금 미안하니까 다 같이 끝내자는 느낌이 강하긴 했지만.
슬슬 끝낼 시간이 된 거 같기도 하다.
심장이가 조금 취기가 많이 올라서 아인을 너무 귀찮게 하고 있거든.
“다들, 이만 일어납시다.”
본의 아니게 일행의 리더 같은 느낌이 돼버렸는데,
내가 일어나자고 하니 심장이만 아쉬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음, 조금 거슬리는 마음과 놀려먹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고개를 조금 털었다.
“오빠, 취했어요?”
“응? 아니. 괜찮아.”
민주가 옆에서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고개를 터는 모습이 취기를 터는 거로 보였나 보다.
은근한 눈빛으로 내 팔을 잡은 민주.
“민주야. 조금 기다려. 심장이랑 늑대 형 배웅하고.”
“헤헤. 알았어요.”
민주가 표정을 고치고 밖으로 나갔다.
나도 밖으로 나오니 늑대 형님은 벌써 택시를 잡았다.
“나는, 길이 멀어서 빨리 좀 갈게. 다음에 또 봐.”
“네. 형님 다음에 연락 드릴게요.”
“형, 안녕히 가세요.”
심장이 늑대 형을 배웅했고, 나도 빠르게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후우, 고생했어. 심장아 바로 갈 거지?”
“음, 가야겠지?”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눈.
심장이 내 뒤에 서 있는 아인을 보고 살짝 내게 신호한다.
“둘이 잠깐 얘기 좀 하자.”
“응? 그래.”
무슨 얘기가 나오려나.
기대됐지만, 모르는 척 연기하며 심장과 조금 걸어 여인들과 떨어진다.
“너 알고 있지?”
“뭘? 모르겠는데?”
“으이구, 이런 눈치 없는 녀석.”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다.
입꼬리가 움찔거리는 걸 기침하는 척 입을 가려 막았고, 심장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나, 아인씨에게 관심 있어.”
“정비서? 정말?”
“응. 도와줄 수 있어?”
여기서 사실을 말할 순 없다.
말할 수 있어도 말할 생각 없었지만.
나오려는 웃음을 참지 않고 씨익 웃었다.
“아! 진작 말하지. 말했으면 오늘 도와줬을 텐데.”
“하하. 진짜 내가 얼마나 티를 냈는데. 알고 있을 줄 알았지.”
“으이구, 그런 건 말 안 하면 몰라.”
“아무튼, 도와줄 거지?”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진한 근육맨을 어떻게 놀려 먹을지 고민이다.
“일단 오늘은 이만 가자.”
“그래. 어쩔 수 없지.”
심장이도 택시 태워 보내고, 두 여인과 차에 탔다.
“음.”
“오빠?”
“성민아? 왜?”
내가 침음하니 두 여성이 날 보며 이유를 묻는다.
“아니, 아니야.”
대리 기사가 왔고, 아인이 키를 넘겨 우릴 셋을 태우고 간다.
민주도 집에 들여야지.
차가 출발하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조금 이상한 거 같아서.
사람 마음 가지고 놀 생각을 하다니.
내가 원래 이랬나 싶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너무 재밌을 거 같아 웃음이 새 나온다.
내가 원래 이랬었나?
나도 모르던 내 모습일까?
혼란스럽다.
생각해보면 맞는 거 같기도 하다.
나는 원래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니까.
지금 여인들과도 더 깊은 정서적 교감을 원한다고 생각만 했지.
내 편의대로 데리고 놀고 있는 거 아닌가?
그들을 위해 내가 뭘 해줬지?
평소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 좋아하는 음식이나, 싫어하는 음식 등.
보통의 연인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만한 걸 내가 아는 게 있나?
민주야 만난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해도, 당장 옆에 있는 아인이만 해도 모르겠다.
그보다 오래된 시연이나 슈가 페어리 셋도.
제대로 된 데이트도 못 해본 건 나나 여자들이나 유명인이라 그럴 수 있다 해도.
내가 그동안 너무 무심했구나.
그냥 나 좋자고 행동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섹스할 때 어떻게 해주면 좋아하는지가 먼저 떠오른다.
“으음.”
“오빠, 왜?”
“어디 안 좋아?”
“조금 피곤해서.”
내가 표정을 굳히자 두 여인이 걱정한다.
대리 기사가 있어서 제대로 표현은 못 하지만, 손을 꼼지락대며 안절부절못하는 게 내 눈치를 엄청 보는 게 느껴졌다.
지금까진 이런 모습을 그냥 당연하게 생각했구나?
근데, 이게 나쁜 건가?
묘한 의문이 들었다.
나와 있는 건 마기 중독 때문이지만, 그 때문에 다들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거 아닌가?
시연이나 슈가 페어리는 나 아니었으면 지금 같은 인기를 얻지 못했을 거고.
다른 여인들도 나로 인해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나빠진 건 없다.
분명, 나로 인해 여인들 모두 더 행복해졌을 거다.
그래. 그렇게 믿자.
난 변하지 않을 테니까.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건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집 근처에 도착했다.
“여기서 세워 주세요.”
“네? 안까지 안 가시고요?”
“네. 다른 사람이 올 거예요.”
내 집 울타리 안으론 외부인을 들이지 않을 생각이다.
대리 기사가 고개를 갸웃하고 내릴 준비를 하니 여인 한 명이 뛰어 왔다.
“안녕하세요.”
“그래요. 주차 부탁해요.”
“네.”
미리 연락해 부른 경호원이다.
경호원에게 차를 맡기고 나도 내렸다.
갑자기 조금 걷고 싶어서.
아인과 민주가 따라 내린다.
“왜? 두 사람은 차 타고 들어가지?”
“같이 있고 싶은걸. 헤헤.”
“나, 나도 뭐. 혼자 가서 뭐해.”
귀엽긴.
대리 기사가 시야에서 사라진 걸 확인하고 두 여인의 엉덩이를 쥔다.
“하읏. 오, 오빠?”
“드, 들어가서어. 하응.”
두 여인의 귀여운 반응에 살짝 웃음이 났다.
“민주도 짐 싸서 여기로 들어와.”
“응? 그래도 돼?”
“그럼. 얼마든지. 아! 민주는 출퇴근이 좀 힘들려나?”
“그만두고 나도 방송으로 데뷔할까?”
그건 생각 좀 해봐야겠다.
민주가 알아서 하게 둬야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음, 그건 마음대로 해. 들어올지 말지도 마음대로 하고.”
민주도 노래가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춤도 그럭저럭 추는 거 같고.
“일단은 오늘은 좀 쉬자.”
“헤헤.”
“그래.”
민주가 귀엽게 웃었고, 아인이 답하며 살짝 입꼬리를 올린다.
기대하는 모습이 다 느껴져 기분이 많이 풀렸다.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갑자기 오랜만에 영감이 떠올랐다.
조용히 걸어 집에 도착한 후 민주가 내 팔을 잡는다.
“오빠. 피곤하면 마사지해 줄까?”
“잠깐만.”
나는 새집에 만들어 놓은 작업실로 들어가 곡을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결심’ 정도가 좋겠네.
그냥 내 맘대로 살기로 결심한 노래니까.
둔탁한 드럼 비트의 강렬한 곡.
이건 카디가 부르면 딱이다.
“정비서.”
“어? 응. 왜?”
내가 곡 작업하는 모습을 멍하니 보던 아인이 정신을 차리고 날 본다.
“카디는 언제 온다고 했지?”
“며칠 안으로 올 거 같아.”
“알겠어.”
아인이 살짝 당황한 느낌이지만, 멍때리다 놀라서 그런 거겠지?
뭐, 당황할 일이 뭐 있겠어.
“아! 그리고 내일 오디션 녹화야. 꽤 길 테니까 오늘은 푹 쉬어 둬.”
“벌써 그렇게 됐구나. 알겠어.”
내가 많이 출연하진 않지만, 오디션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내일 많은 수의 탈락자가 발생하겠네.
등급별 평가로 등급 내 부족한 참가자는 떨어지니까.
사실, 5등급 평균에 조금 부족한 친구가 1등급 1등 참가자보다 실력이 좋다.
그런 식으로 애들을 뽑으면 실력이 부족한 애들은 초장에 다 탈락하니까 비슷한 애들끼리 모아 두고 경쟁시키는 룰을 만든 거다.
내가 만들 걸그룹은 실력이 중요하지 않으니까.
내가 알아서 실력을 키워주고, 곡도 줄 건데 실력이 좋은 애들은 많지 않아도 된다.
“오빠.”
“응? 민주도 보고 있었어?”
“응. 엄청 신기하다.”
“뭐가?”
민주가 뭔가 말로 표현을 못 하겠다는 듯 어색하게 웃었다.
“후우, 그럼 민주 마사지나 받을까?”
“헤헤. 알겠어. 오빠 방으로 가자.”
“여기 빈방 아무 데나 하나 잡아. 거기 네 방으로 비워 둘게. 들어와 살지 않아도 언제든 편하게 쓸 수 있게.”
민주가 행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집 좀 둘러 봐도 돼?”
“당연하지, 가볼까?”
민주와 함께 집을 둘러 본다.
저번에는 옆집만 봤는데, 여기 집도 구조가 거의 똑같구나.
큰 집이라 구조가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와! 여긴 방송 방이야?”
“응. 어때?”
“장비가 엄청 좋네. 와아.”
아인이 방송 스튜디오를 보며 감탄한다.
지애 누나를 위해 만들었는데, 누나가 미국에 가니까 쓸 사람이 없다.
“여기서 방송해봐도 돼.”
“정말? 진짜 나 해볼까?”
“내가 도와줄게.”
민주가 결심을 굳힌 듯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망해도 내가 데리고 살 거니 문제없다.
“헤헤. 오빠 난 이 방이 좋다.”
“그래.”
방송 스튜디오를 구경한 민주가 방을 하나 골랐고, 우리 셋은 그 방으로 들어왔다.
“정비서는 조금 쉬고 있어.”
“알겠어.”
아인이 옆에 앉아 민주가 하는 걸 구경한다.
보통이라면 잔다고 자기 방으로 갔을 텐데 오늘은 조금 섹스가 땡기나 보네.
아인은 알기 쉬운 여자라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후, 좋다.”
“헤헤. 좋아?”
민주가 내 몸을 주무르며 이곳저곳 풀어 준다.
마기의 회복을 위해 사용을 최소한으로 했더니 예전처럼 항상 좋은 컨디션으로 버티지 못한다.
“어우, 좋았다. 민주도 해줄까?”
“응? 나도? 헤헤.”
자연스럽게 민주를 눕힌다.
내가 마사지하겠어?
야한 손길로 민주의 옷 위를 문질렀다.
“하으으, 오빠. 옷 벗을까?”
“그래. 벗자. 정비서도 벗자.”
“으응.”
아인도 가까이 다가와 옷을 벗는다.
“와! 몸이 진짜 좋네요.”
“헤헤. 언니 말 편히 하세요.”
“아! 응. 그럴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슬그머니 손을 움직였다.
“헤헤. 언, 니힛! 핫, 오, 오빠.”
“흐으응, 하읏.”
사이 좋게 두 사람 모두 가랑이 아래로 손을 넣었다.
“그런 대화는 나중에 하자. 얘가 화낸다.”
“어머, 헤헤. 그래야겠네.”
“흐으응, 그, 그래. 하읏!”
자지를 슬쩍 눈짓하며 말하자 민주가 웃으며 받았고, 아인은 내 손길을 느낀다.
민주보다 아인이가 더 민감한가?
아니면 내가 아인이한테 힘을 더 준 거 같기도 하다.
아인이는 괴롭히고 싶은 스타일이라니까 정말.
손을 계속 움직이며 팔에 힘을 줘 두 사람을 침대로 밀었다.
“하아아, 오빠.”
“성민아.”
달뜬 표정으로 날 보는 두 여인.
으음, 누굴 먼저 먹어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며 두 사람의 몸을 바라봤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야.”
아인이 내 팔을 잡고 요염하게 허리를 튕긴다.
“언니가 양보 하는 게 바람직한 모습 아닐까요? 흐으으.”
민주는 자신의 가슴을 팔로 모아 예쁜 모양을 만들었다.
이건 안 만지고 못 지나가지.
“하응, 후훗.”
내가 민주 가슴을 만지자 민주가 기뻐했고, 아인이 살짝 시무룩하다.
“가위바위보로 정해.”
“오빠? 내 가슴 만졌으니까 먼저 해주는 거 아니었어?”
“호호, 그래.”
민주를 보며 씩 웃고 고개를 저었다.
“치이.”
가슴에서 내 손을 떼어내는 민주.
“돈 내고 만져!”
“네가 몸 파는 애도 아닌데, 돈 받으면 안 되지.”
“아! 그런가? 헤헤.”
민주가 민망하게 웃는다.
나는 두 사람의 대결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언니. 전 찌 낼게요.”
“아니, 그런 거 하지 마!”
“호호, 자신 없으세요? 그냥 주먹 내시면 되는데.”
“주먹으로 맞아 볼래?”
아인이 위협적으로 장난치자 민주가 꺄아 거리며 내게 안긴다.
여우 짓은 민주가 한 수 위네.
“오빠. 언니 무서워.”
“정비서. 싸우면 정비서가 져. 얘 몸 좀 봐.”
“그, 그런가?”
아인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전문 트레이너를 어떻게 이기겠어.
키도 민주가 커서 리치도 기므로 훨씬 유리하다.
뭐, 둘이 싸울 건 아니겠지만.
“자! 빨리하자. 가위바위보!”
흥분이 많이 오른 내가 그냥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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