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245화 (245/450)

245.

“하으으, 흐응, 흣, 흐하아아앙!”

“하읏! 흣, 흐걋, 하그읏! 선생니힘!”

-뷰르릇, 뷰릇.

지인이가 쓰러질 때까지 자지를 박고, 지애 누나도 천국으로 보내줬다.

새근새근 잠든 두 여인을 잘 눕혀주고 밖으로 나온다.

“다들 들어갔나?”

“성민씨?”

“소담씨? 어디 가요?”

“잠시 화장실이요.”

거실에 앉아 있으니 화장실에 갔던 소담이 다가온다.

“직원들은 다 갔고, 여성분들은 아직 더 놀고 있어요.”

“같이 놀았어요?”

“호호, 모두 재밌는 분이시던데요?”

“그렇죠.”

소담이 내 팔을 잡았다.

“같이 나가서 더 놀아요.”

“아, 전 좀.”

거기에 끼면 저 죽어납니다.

내가 살짝 꺼리는 반응 하자 소담이 고개를 갸웃하고 혼자 놀러 나갔다.

음, 경호는 해결된 거 같지?

내일부터 30명씩 교대로 여기 경호하기로 했고, 그를 위해 경비 초소를 더 지을 거라고 한다.

뭐, 초소야 있으면 좋은 거니까.

다 여자들인데 근무환경 좀 신경 써 줘야지.

그래야 나중에 나에 대한 이미지도 더 좋아지지 않겠어?

이미 마기로 모두 중독시켰기에 큰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한 명씩 돌아가며 마기를 사용해 더 강한 경호원으로 만들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조금 불안하지만, 그래도 없는 거보단 나으니 믿어 보기로 한다.

“흐음, 그럼 쉬러 가볼까.”

마기가 많이 줄어서 뭔가 더 피로한 거 같다.

오늘 쉬면 나아지겠지.

침대에 누웠는데 조용히 문이 열린다.

“헤헤.”

들리는 웃음소리.

익숙한 웃음에 바로 누군지 티가 났다.

조심스럽게 옆으로 파고들어 오는 시연의 머리를 막았다.

“앗!”

“시연이 뭐하니?”

“헤헤. 피디니임.”

“취했니?”

어우! 술 냄새.

거나하게 취한 시연이 붉어진 얼굴에 풀린 눈으로 내게 몸을 비빈다.

“하으응, 피디니임.”

“그래그래. 자자.”

“헤헤.”

시연이 내게 안겨 왔고, 그대로 꽉 껴안았다.

술 냄새가 꽤 심하지만, 시연의 체향이 좋아 그럭저럭 안고 잘 수 있을 거 같다.

칵테일 마시면서 자는 기분이네.

“하으음, 음냐, 음냐.”

취해서 귀엽게 잠든 시연.

자연스럽게 손이 가슴으로 간다.

“헤으응, 헤헤. 흐응.”

잠결에도 내 손길을 느끼며 좋아한다.

귀엽기는.

시연의 풍만하고 보드라운 가슴을 잡으니 잠이 더 잘 오네.

“끄으응.”

앓는 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시연아?”

“피디니임.”

힘이 빠져 축 처진 목소리.

“어제 얼마나 마신 거야?”

“기억이 안 나요. 헤헤.”

힘 빠진 웃음에 알코올 향이 확 퍼진다.

“아으응, 술 냄새.”

자기 몸에 나는 술 냄새에 머리를 터는 시연.

그런다고 냄새가 빠지겠니.

“하읏, 머, 머리 아파요오, 흐으응.”

아!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시연의 가슴을 주물렀구나.

잘 느끼는 시연이라 이 정도 손길에도 머리가 아프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더 쉬어.”

“어디 가셔요?”

“일해야지.”

“아아, 헤헤. 키스해 주세요.”

칭얼거리는 시연의 머리에 살짝 손을 올리고 키스한다.

-츄릅, 츄르릅.

“하아, 다녀오세요오.”

“그래. 쉬어.”

음, 키스가 아니라 술을 한잔 마신 기분이다.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가 씻는다.

으음, 종일 시연이를 안고 자서 그런가?

내 몸에서도 술 냄새가 좀 나는 거 같기도?

식당으로 가니 토마토를 썰어 먹는 아인.

“정비서.”

“으으, 머리 아파.”

“으이구, 정비서도 어제 많이 마셨어?”

“다들 파티니까아. 기분 좀 냈지.”

다 같이 살기로 한 게 꼭 좋은 건 아닌 거 같다.

“쉬어. 오늘은 혼자 다닐 테니까.”

“아으응, 어떻게 그래. 조금만 있으면 괜찮,”

“됐고, 그냥 쉬어.”

“미안해에.”

축 처진 아인.

다가가 살짝 안고 토닥인다.

뭔가 그러고 싶은 모습이었다.

“헤헤, 격려해 주는 거야?”

“그래. 그럼 이따 봐.”

“으응.”

이 상태로 운전을 맡길 순 없으니 그냥 택시를 타기로 한다.

오늘은 할 일이 많은 건 아니니까.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청순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보민.

무대에서 징 박힌 가죽옷 입고 노래하던 모습이 너무 각인돼서 지금 모습은 꽤 어색하다.

뭐, 그래도 더 많이 볼 모습인데 익숙해 져야지.

“작곡가님.”

“안녕하세요?”

“네. 그 날 카메라 범인은 잡았나요?”

“으음, 못 잡았어요.”

보민의 놀란 얼굴을 보며, 사건을 대충 말해줬다.

“귀신이라도 다녀갔나 보네요?”

“그러게요.”

귀신같은 사람들 맞지.

보민과 미리의 드림 스테이지 2차 곡이 공개됐고, 두 사람 모두 바빠질 예정이다.

그 전에 보민과 만나 집으로 들어오라는 얘기를 하려고 만났다.

물론, 그 전에 거사를 치르기도 해야지.

“일단 가실까요?”

“그래요.”

지금 이동하는 장소는 보민의 작업실.

그냥 만나자고 해도 되겠지만, 그래도 명분이 없으면 조금 뻘쭘하다.

그래서 곡 작업을 핑계로 만나기로 했다.

사실, 이번 드림 스테이지 우승 곡은 클래식을 접목한 곡이라 8분이 넘는 기나긴 곡이다.

음악 방송에 이런 곡으로 나갈 순 없으니 다른 곡을 내거나 편곡할 예정.

그 전에 만나서 보민의 이런저런 음악 성향을 한번 보자고 했다.

“여기에요.”

“아담하네요?”

“호호.”

웃으며 장비를 켜는 보민.

본인의 작업실답게 익숙하게 세팅한다.

내 작업실에서 만나도 되지만, 보민에 작업실에 온 이유는 보민의 요청 때문이다.

보여줄 게 있다나 뭐라나.

곡은 그냥 메일로 보내서 받으면 되는데 그게 뭔가 스피릿이 부족하단다.

으음, 그렇게 안 보이는데 록 커 특유의 곤조랄까?

자신의 작업실에서 헝그리 정신으로 불러야 한다나 뭐라나.

안 그렇게 생겨서는 이상한 고집이 있는 보민이다.

“전 준비 됐어요!”

“그래요? 그럼 하나씩 해 볼까요?”

직접 곡을 만들진 않지만, 여기저기 의뢰해서 받은 곡이 꽤 된다고 한다.

어디 밴드 작곡가 몇 명 물었나?

보민 정도 미모의 여자가 곡 만들어 달라고 하면 헤벌레해서 공짜로 만들어줄 밴드 작곡가 많지 뭐.

밴드 특성상 여자가 귀하기 때문에 외모가 괜찮은 보컬이 아닌 이상에야 여자에 약한 게 사실.

어디 인디 밴드 찾아가서 노래 들려주며 곡 하나만 부탁하면 영혼을 팔아서 곡을 만들어 줬을 거다.

때문인지 곡 퀄리티가 꽤 괜찮았다.

“어때요?”

“으음.”

꽤 괜찮은 정도. 딱 인디 밴드 공연에 어울리는 정도다.

인디씬이 많이 발전했고, 메이저로 올라온 인디 가수도 많지만.

그래도 인디는 인디다.

감성만 욱여넣은 노래를 하는 사람도 많고, 영업과 친밀감으로 공연자리 꿰차는 사람도 아직 꽤 많다.

보통 술집에서 공연이 많기에 술 마시며 사장과 친해져 공연하는 인디 가수가 여전히 꽤 많은 거로 알고 있다.

뭐, 술집 사장도 대부분 실력이 비슷비슷하니까 친한 애들 쓰는 거지.

공연 퀄리티와 매상이 그리 관련 있는 나라가 아니니까.

“별로예요?”

“괜찮네요.”

“정말요?”

“네. 딱 괜찮은 정도예요.”

보민의 표정이 들쭉날쭉하다.

좋았다가 시무룩했다가 다시 좋았다가 시무룩한 표정.

내 한마디 한마디에 자꾸 바뀌니까 귀엽네.

보민의 머리를 쓰다듬을 뻔했다.

일할 땐 일에 집중해야지.

추파는 작업 끝나고 던져도 충분하다.

“나쁘진 않지만, 딱히 발매할 메리트도 없네요.”

“으음.”

깊은 침음을 내는 보민.

“그러면 다 버릴까요?”

꽤 오랜 시간 들었는데 건질 곡이 하나도 없다.

“저라면 버리겠어요.”

“히잉.”

내 확언에 마지막 기대마저 사라졌는지 보민이 확 침울해졌다.

꼬리가 축 처진 강아지마냥 우울한 오라를 풍기는 보민.

“으음, 제가 가져온 곡도 들어 볼래요?”

“아? 제 곡이에요?”

“그럼 누구 곡이겠어요?”

“네네. 들어볼래요!”

갑자기 흥분한 보민.

내가 곡을 주는 게 그렇게 좋은가?

뭐, 이제는 우리 회사 식구니까.

당연히 활동하기 좋은 곡을 하나는 만들어 줘야지.

“잠시만요.”

메일로 보내 둔 곡을 내려받고 가사를 화면에 띄워 보여준다.

“들어 봐요.”

“네!”

힘이 잔뜩 들어간 보민.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맞춰 리듬을 탄다.

점점 긴장이 풀린 보민은 음악이 끝나고 놀란 눈으로 날 본다.

“바, 바로 버릴게요!”

“하하하.”

그간 모아둔 곡을 모두 버린다는 보민.

확실히 클래스의 차이를 느낀 얼굴이다.

“노래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으음, 왜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어요?”

“보컬 능력이 중요하지, 요즘 곡들은 다들 평준화돼 비슷비슷한 수준 아닌가요?”

“방금 느꼈잖아요.”

보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아니었다고 했구요.”

“이 곡이랑 드림 스테이지 곡 짧게 편곡해서 총 두 곡으로 활동해요.”

“감사합니다! 편곡은 어떻게 하나요?”

“다 해왔으니 들어 봐요.”

양손을 모으고 감격한 표정으로 날 보는 보민.

이러다 키스라도 할 기세다.

“좋아요?”

“너무 좋죠! 좋은 노래는 언제나 제 심장을 뛰게 해요.”

“하하, 자! 들어 봐요.”

기나긴 클래식 곡을 반을 줄이고도 더 줄여야 했다.

그래서 뺄 수 있는 건 최대한 빼고 포인트만 남긴 곡을 만들었다.

이건 편곡이 아니라 다시 작곡한 수준이지만.

노래의 분위기는 똑같이 가져가면서 짧은 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

물론, 미리에게도 짧은 버전 곡을 만들어 보내줬다.

활동을 시작하고 점점 바빠지는 미리라 알아서 연습시켰는데, 미리는 게을러서 믿기 힘든 느낌이지만, 또 일은 철저하니 믿을 수 있다.

“흐으응!”

콧노래 부르며 곡을 다시 튼 보민이 몸을 흔들며 곡과 하나가 된다.

“아아아!”

가사 없이 노래하며 곡을 느끼는 보민.

천상 보컬리스트네.

“자! 녹음은 연습한 뒤에 하고, 오늘 할 일은 끝난 건가요?”

“네. 끝났네요?”

“그럼 밥 먹죠? 배고픈데.”

“아! 좋아요.”

요즘 여인들과 살면서 대부분 아침을 챙겨 먹었는데, 오늘은 다들 숙취에 뻗어 아침을 먹지 못했다.

내가 해 먹어도 되지만, 역시 아침을 내가 하기엔 좀 귀찮다.

“뭐 먹을까요?”

“고기요! 고기!”

“좋죠. 돼지? 소? 닭?”

“으음, 오늘은 닭이 좋겠네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닭 먹으러 가야지.

“치킨? 탕? 구이? 뭐 좋아해요?”

“다 좋아해요. 헤헤, 오늘은 구이가 좋겠네요. 닭갈비 집으로 가죠.”

“좋아요!”

나는 철판 닭갈비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철판 닭갈비 먹을 바에야 제육볶음을 먹는 편.

그래서 보민과 도착한 곳은 숯불 닭갈비 식당이다.

맛집으로 꽤 소문이 난 가게라 손님이 북적였지만, 다행히 자리가 있어 기다리지 않고 들어왔다.

조금씩 몰리는 시선.

“와! 작곡가님 엄청 시선 끌고 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이래서 이런 장소는 싫다. 술 먹고 시비라도 거는 사람이 있다면 곤란해지니까.

보민이랑 단둘이 먹고 나가면 기사 나는 거 아닌가?

방송에 나온 모습과 너무 달라서 다들 못 알아보고 여친이냐고 할 거 같은데.

“저희 사진 찍히는 거 같은데 괜찮아요?”

“뭐, 이참에 보민씨도 우리 회사 들어온 거 홍보하죠.”

“호호 그거 영광이네요.”

회사 홍보팀에 지금 상황을 말하고 폰을 내려 둔다.

보민과 즐거운 분위기에서 음식을 먹었다.

술이 한잔 땡기긴 했는데 시선이 많아서 참았다.

보민도 술을 좋아하는지 살짝 아쉬운 눈빛이다.

“둘이 술 한잔하러 갈래요?”

“정말요? 좋죠.”

보민에게만 들리게 작게 속삭이니 보민이 씽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2차를 가는 거로 정해지고 빠르게 배를 채우고 나왔다.

“집으로 갈 거예요.”

“집이요?”

“네. 좋은 술이 있거든요.”

“와!”

좋은 술 한마디에 눈이 동그래진 보민.

어지간히 술 좋아하나 본데?

우리의 알콜 전도사 선애씨와 부어라 마셔라 하는 초유 누님이 내 여인들을 모두 타락시키고 있다.

뭐, 오늘은 가서 선애씨의 고급술을 한 병 몰래 마실 예정이지만.

“적당히 마른안주만 사 가요.”

“그래요.”

그렇게 보민과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와! 집이 엄청 좋네요.”

“외곽이라 그래요.”

“멀긴 하더라고요. 집에 어떻게 가지?”

“방 많으니까 자고 가요.”

보민이 살짝 고민했지만, 결심한 듯 씽긋 웃으며 들어온다.

당연히 여인들이 없는 옆집으로 왔다.

소담이 있을 거 같긴 한데, 뭐 소담 한 명은 괜찮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선애씨의 방으로 빠르게 걸어가 술을 한 병 가져온다.

선애씨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너무 비싼 건 조금 찔려서 구하기 쉬운 술을 골랐다.

그래도 꽤 고급 위스키니까 맛은 좋겠지?

위스키를 들고 잔 두 개와 아이스 버킷까지 챙겨 옆집으로 이동한다.

무슨 첩보작전 하는 느낌이네.

“와! 저 이거 처음 마셔봐요.”

“하하. 얼음 가져올게요.”

“네! 제가 뭐 도와드릴까요?”

“안주 까 놔주세요.”

보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주를 꺼낸다.

이제 준비는 다 된 거 같네. 술 좀 마시다 보민과 거사를 치르고 집으로 초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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