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222화 (222/450)

222.

연달아 입원한 만큼 퇴원 후에 다들 조심스러워했지만, 그렇다고 계속 쉬고 있을 순 없었다.

계속 쉴 순 없다. 바로 스케쥴을 잡았다.

아빠도 그렇고, 아인도 그렇고, 내 스케쥴에 관여할 수 있는 모두가 무리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며, 급한 스케쥴이 아니면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해진 스케쥴은 레돈을 만나 점검하는 일과 드림 스테이지의 촬영.

이미 한 번 미뤘던 촬영이라 계속 미룰 순 없으니까.

빨리 무대를 보고 싶기도 했고.

가이드를 만들어 보여준 만큼 비슷한 무대가 많아지겠지만.

그 안에서 보석 같은 이들이 또 있겠지.

마기가 돌아온 만큼 오디션에서도 가감 없이 할 수 있을 거 같다.

원래 계획했던 걸그룹도 만들어야지.

그러면서 희성 선배에게 연락처를 받아 마기 새끼에게 접근해야겠지.

-새끼라는 어감이 좀 그렇군.

그럼 뭐라고 불러? 아기 마기? 아기라고 부르지 뭐.

-좋군.

의사소통이 되니까 편한 거 같기도 하고 아직은 어색하기도 하다.

그간 마기는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다.

-대화에도 꽤 기운이 사용된다네. 물론, 적은 양이지만 전쟁을 준비하는 지금 낭비는 안 되네.

그래. 알았다고. 필요한 말만 하면 나도 좋지 뭐.

“흐음, 오랜만인 거 같다.”

“그래?”

아인의 차를 타고 도착한 SP엔터.

심혈을 기울였던 레돈의 상태를 보러 왔다.

워낙 성실한 애들이었으니 열심히 했겠지만, 내 피드백이 있는 것과 없는 건 큰 차이가 나니까.

“안녕하세요.”

늘 보던 비서님의 안내에 따라 연습실로 들어간다.

“피디님!”

“괜찮으세요?”

“모두 안녕.”

내 안부를 먼저 묻는 아이들.

귀엽기는.

남자애들인데도 내가 애정을 쏟아 만드는 그룹이라 그런지.

한명 한명이 다 귀엽고 예쁘게 보인다.

“그간 연습 많이 했지?”

“네! 그럼요!”

“그럼 시작해 봐.”

“네!”

거수경례하는 리더를 뒤로하고 무대를 감상한다.

으음, 더 좋아졌네.

이제는 딱히 피드백할 것도 없겠다.

“보내준 후속곡도 연습했어?”

“네. 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것도 보자.”

이번 곡은 조금 기대가 된다.

내가 아무런 기운 없이 만든 곡이니까.

온전히 내가 만든 느낌의 곡이랄까?

어? 왜? 마기가 느껴지지?

곡에서 풍기는 마기. 지금의 나 때문에 곡에 마기가 들어갔나?

-우리는 항시 그대와 함께했다. 단지 그대가 못 느꼈을 뿐.

그래? 그것참 희한한 일이네. 뭐, 넘어가자.

“으음, 좋네. 그래도....”

후속곡은 아직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레돈.

아쉬운 부분을 말해준다.

곧 레돈도 복귀 무대를 하겠네.

으음, 그날은 나도 참석해서 구경해야겠다.

“모두 잘 하고 있으니까. 지금처럼만 해!”

“네!”

인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으으, 가기 싫다.”

“운동은 좀 쉬지그래?”

“에이 그래도 촬영까지 하는데 어떻게 그래.”

마기가 돌아온 마당이라 운동을 안 해도 될 거 같지만.

마기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단다.

신체 상태가 좋아질수록 신체를 수복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마기의 양이 적다나 뭐라나.

근데 이제 신앙도 없는데 마기가 어떻게 성장하는 거지?

-신앙이 아니어도 그대에게 모이는 기운이 있다.

으음, 비슷한 기운이겠지? 신앙은 의도적으로 비튼 기운 같으니까.

비틀지 않은 평범한 기운이 쌓이는 거 아니겠어?

-그렇다. 그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기운이 기대에게 머물고 있다.

난 느껴지지 않지만, 그런가 보다. 어쨌든 내 노래를 들으며 내 팬이 된 사람이 전세계에 많을 테니까.

마기와 함께 성장하는 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판단이 서지 않지만, 방법이 없다.

-믿으라!

그래그래.

“안녕하세요!”

“어머! 성민씨 몸은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다들 잘 지내셨죠? 삼 일이나 늦어져서 촬영은 어떡해요?”

“하하. 괜찮습니다. 늦추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요.”

넷이 모여 반겨주는 사근사근 멤버들.

특히나 대흉이 민주가 눈을 빛낸다.

그래. 내가 정신을 차렸으니 저번에 추진하던 합방을 하긴 해야겠네.

시연이 운동 좀 시켜야지.

“후후.”

“왜 웃어요?”

“아뇨. 합방 컨텐츠 좀 생각 중이었어요.”

“아! 저 진짜 소개해 주시는 거죠?”

고개를 끄덕인다.

대흉이가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보이는 가슴골에 마음이 동한다.

으음, 외모는 크게 끌리는 정도는 아닌데.

왜, 가끔 먹고 싶은 불량식품 같은 거 있잖아.

그런 느낌이랄까?

집에 산해진미가 한가득 있어도 라면 끓여 먹고 싶을 때가 있는 거니까.

뭐, 민주가 불량식품이란 의미는 아니지만.

뭔가 자꾸 날 꼴리게 하는 게, 얘가 여우 짓을 하는 건지.

그냥 내가 여자만 보면 발정이 나는 건지 모르겠네.

“흐으음, 그럼 운동 시작할까요? 오랜 만이니까 다시 체크 좀 해야겠어요.”

“그래요.”

“아프셨던 만큼 운동 강도는 좀 줄이는 게 좋겠죠?”

“하하. 알아서 해 주세요.”

첫날보다도 강도가 약해진 운동.

근데 왜 이렇게 힘든 거 같냐.

마기가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 데다, 근 5일은 운동을 안 했으니 처음 하는 거나 다름없나?

“어후, 힘드네요.”

“호호, 이 정도로 엄살은요.”

“아이, 엄살이라뇨.”

“말할 기운 있는 걸 보니 힘든 건 아니네요.”

으아, 역시 헬창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운동을 마치고 오랜만에 대흉과 중둔의 마사지를 받는다.

“후우, 감사해요. 아으.”

“호호, 뭘요. 저희 일인 걸요.”

마사지까지 모두 받고 씻고 나왔다.

오늘 일정은 이걸로 끝.

내일 드림 스테이지 촬영이 있다고 오늘은 다른 일정을 거의 잡지 않았다.

물론, 나는 괜찮다고 하지만, 아인과 아빠가 극구 말려서 이렇게 됐다.

으음, 누구더라 그때 지애 누나 집들이 선물로 공기 청정기 사러 갔을 때 만났던 여자 있었는데.

그녀의 무대도 좀 기대되긴 한다.

시간도 많았으니 좋은 무대가 많았으면 좋겠네.

“잠깐 갈 곳이 있어.”

“그래?”

시간이 많아서 희성 선배님을 직접 만날 생각이다.

저번에 연락처를 찾으면 알려주신다고 하셨지만, 아직 알려주지 않으셨다.

아인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이동하며 선배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래. 몸은 좀 괜찮은가?

“네. 걱정해 주신 덕분에 괜찮습니다. 혹시 오늘 찾아뵐 수 있을까요?”

-으음, 일정이 조금 있네만 괜찮을 거 같네.

“그럼 잠시 후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러지.

내 연락을 기다렸던 것처럼 바로 받은 선배는 일정이 있지만 괜찮다며 날 불렀다.

혹시 선배님 집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말하기가 좀 어려워 지니까.

“정비서는 이만 퇴근 해.”

“응. 알았어. 너무 늦게 가지 말고. 푹 쉬어 좀.”

“하하. 알았어.”

두 번이나 쓰러져서 너무 걱정을 시키는 거 같네.

이게 다 마기 때문인데.

-미안하게 됐군.

농담이야 농담.

씨익 웃으며 희성 선배님 집 대문 초인종을 눌렀다.

“오셨군요.”

“아, 안녕하세요.”

매니저가 나왔다.

인사를 나누니 매니저는 그대로 나간다.

이대로 퇴근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선배님 집에 왔을 땐 항상 둘 뿐이었구나.

“왔는가?”

“안녕하세요.”

“그래. 앉지.”

이미 위스키를 한잔하고 있는 선배.

술을 진짜 좋아하시긴 하나 보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래? 뭔가?”

“혹시 주셨던 가루약 기억하십니까?”

“내가 그걸 모를 순 없지 않겠나?”

고개를 끄덕이는 선배.

“그 약을 만드는 단체와 만나고 싶습니다.”

“흐음, 내게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저도 비슷한 걸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런가?”

놀라서 눈이 커진 선배.

이렇게 된 거 어느 정도 오픈하고 다가가기로 했다.

“저와 비슷한 능력이 있는 거 같아서요.”

“흐음, 나는 잘 모르네.”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지만, 표정을 지켜보니 선배도 분명 뭔가 있다.

저번엔 그냥 넘어갔는데, 두 번이나 내게 약을 준 것도 그렇고.

분명 선배에게 어떤 연락책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승철 형님이 희성 선배 소문이 안 좋다고 했었지?

설마 그게 마기가 들어간 마약에 관계된 일이었을까?

“선배님은 약에 서린 기운을 느낄 수 있으신가요?”

“기운?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음, 이건 진실 같다.

뭐, 마기가 있었다면 내가 알아볼 수 있었겠지.

“부탁드립니다. 만드는 단체를 알려 주세요.”

“허허, 나는 모르네.”

희성 선배가 처음으로 단호한 목소릴 냈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가는 게 좋겠네.”

“네.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러지.”

축객령이 내려졌고, 집을 나왔다.

술은 한잔도 마시지 않았지만, 조금 어지럽다.

흐음, 아빠한테 부탁해서 희성 선배를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전화를 건다.

-응. 무슨 일이야?

“아빠. 희성 선배를 좀 조사해 줘.”

-뭘 조사하면 되는데?

“음, 되는 대로? 전부.”

딱히 뭘 조사해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뭐, 조사하다 보면 특이한 점이 나타나지 않겠어?

-알겠어. 몸은 괜찮고?

“그럼. 저녁은 드셨어?”

-나야 엄마랑 먹었지. 그럼 푹 쉬어 난 자야겠다.

“응. 잘 자! 아빠.”

전화를 끊었다.

시간이 늦은 만큼 길게 통화하진 않았다.

뭐, 원래도 용건만 간단히 하는 편이지만.

아빠와 통화를 마치고 정처 없이 좀 걷는다.

“하아.”

마음이 좀 복잡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기 마기를 가진 사람을 찾으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일단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지도 확실치 않으니까.

-내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네.

택시를 불러 호텔로 간다.

그간 여러 사건 때문에 신경을 못 쓴 리사와 오늘 저녁을 보낼 생각이다.

호텔 방 벨을 누르니 리사가 빼꼼 문을 연다.

“리사.”

“민! 어서 와!”

“응. 한국은 어때?”

“흐음, 잘 모르겠어.”

리사의 표정이 살짝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었나?

“왜? 무슨 일인데?”

“한국 사람들은 너무 무서워.”

“뭐가?”

음, 알 것도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금 표정이 없는 편이지.

대화를 나누고 친하면 잘 웃는데,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보면 다들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눈을 마주쳐도 인사하거나 웃어주는 문화가 없으니까.

외국은 눈만 마주쳐도 인사하면서 별 쓸데없는 토크를 이어가는 게 기본이라 우리나라에선 적응이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으음, 그건 문화적 차이가 있어.”

나는 최대한 리사가 이해하기 쉽게 우리나라 문화를 설명했다.

“오! 그럼 일단 말 걸어보면 되는 거야?”

“응. 근데 한글은 많이 늘었어?”

“나는 한쿡말 할 쑤 있습니다.”

“오!”

며칠간 공부를 많이 했나 보네?

“회싸에서 티쳘 소개해 줬습니다. 열심히 배웠습니다.”

조금 어색하지만 나름대로 의미는 알 수 있으니까.

외국에 이쁜 여자애가 저렇게 말하면 다들 미소지으며 도와주려고 하지 않겠어?

“나는 다녀왔습니다. 혼자서 식당.”

“그랬어? 뭐 먹었는데.”

“갈치 조임 먹었습니다.”

아! 너무 귀엽잖아!

“꺅!”

리사를 덮쳐버렸다.

“한국말 너무 귀엽잖아! 쏘 큐트!”

“헤헤. 그랬어? 하읏.”

-츄르릅, 츕.

리사의 몸을 부드럽게 만지며 키스한다.

“한글 많이 늘면 혼자 돌아다닐 수도 있겠다.”

“그래도 민이랑 있는 게 좋아.”

“나도 리사랑 있는 게 좋아!”

“헤헤.”

풀어진 표정으로 웃는 리사를 껴안고 침대 위를 뒹군다.

“하으으, 흐응.”

“어우.”

섹시한 비음을 내며 내 자지를 손으로 문지르는 리사.

오랜만인 만큼 리사도 많이 달아올랐다.

타지에 혼자 있으면서 조금 외로웠겠지?

빨리 줄리랑 카디가 오면 좋은데.

둘은 슈퍼스타답게 더는 스케쥴을 잡지 않는데도 스케쥴이 많았다.

“카디랑 줄리가 오기 전에 집을 구할까?”

“왜?”

“그럼 매일 밤에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헤헤. 좋다.”

그래. 지금처럼 스케쥴이 좀 여유로울 때 미리 집을 구해야지.

리사와 밤새 격정적인 섹스를 하고 호텔을 나온다.

오늘은 녹화가 있으니까 다음에 같이 집을 구하러 가기로 한다.

“흐음, 피로하지 않은 아침도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잠을 거의 자지 않았지만, 마기 덕분에 피곤하지 않다.

-그래도 충분한 수면을 권한다.

알겠어. 진짜 잔소리 엄청 하네.

-다 그대를 위한 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기와 친해지는 기분이다.

이거 괜찮은 거 맞지?

또 믿으라고 할 거 같은데, 알았으니까 마기 아끼렴.

대답은 따로 없었다.

호텔 앞에서 조금 기다리니 아인의 차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조금 늦었지만, 뭐 시간은 여유로우니까.

“늦었네?”

“하아. 조금 늦잠 잤어. 미안.”

“괜찮아. 머리부터 하러 갈 거지?”

“응. 메이크업하고 바로 스튜디오 가자.”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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