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215화 (215/450)

215.

“하으응, 흣, 흐으응, 또, 또오, 가요, 또 가버려요오옷! 흐걋, 하앙, 흐햐아아아아앙!”

-뷰르릇, 뷰릇.

열심히 내 위에서 몸을 흔든 시연.

나도 이따금 허리를 튕겼지만, 시연이 정말 열심히 했다.

시연의 절정과 함께 사정했고, 내게 엎어진 시연을 안고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하아, 하아아, 피디님.”

“응?”

“키스으. 흐으으.”

-츕, 츄르릅. 츕.

강한 절정에 몸이 잘 안 움직였는지 내 입술을 찾아오지 못한 시연은 키스를 요구한다.

부드럽게 시연의 입술을 빨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어후, 온몸이 아프다.”

“괜찮아요?”

“괜찮아지겠지?”

“헤헤.”

시연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시계를 본다.

으음, 시간은 충분하네.

드디어 오디션이 시작하는 날이다.

오디션은 일주일에 한 번 촬영한다.

물론, 나만. 다른 사람들은 계속 촬영하고 있겠지?

아마 지금도 촬영 중일 거다.

내 출연분이 그리 많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예선과 참가자 소개 영상들 그리고 본선을 보기 전에 트레이닝 하고 있을 아이들의 모습까지 모두 새로 만들어질 걸그룹을 위한 방송.

오늘 촬영이 방송을 타려면 꽤 걸리겠지? 아이들이 트레이닝하며 매력을 뽐내는 모습이 주고, 본선 심사는 조금 맛만 보여주고 다음 화 시청률을 끌어올리겠지.

최소 2~3주는 지나야 내가 방송에 나오겠구나.

뭐, 오디션 프로야 너무 많은 방송이 나왔기에 참가자나 시청자 모두 대부분의 사실을 알고 있을 거다. 어떤 심사 과제가 나올 줄도 대추은 예상하지 않을까?

흐음, 클리셰를 비틀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다.

클리셰가 클리셰인 이유 중 하나가 제일 나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더 좋은 방법이 딱히 없으면 클리셰대로 가면 평타는 치니까.

“쉬고 있어.”

“네에.”

다시 자려고 눕는 시연을 부드럽게 안고 이마에 뽀뽀했다.

-쪽!

“헤헤.”

“잘자.”

“피디님 꿈꿀게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꿈이니까 맘대로 해도 돼.”

“헤헤.”

아래로 내려왔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아인.

“왔어?”

“정비서. 일찍 왔네?”

“일찍은 슬슬 갈 시간인데?”

“그래?”

여유롭다고 생각했는데 그리 여유롭지 않은가 보네.

아인이 살짝 날 재촉했다.

“지금 출발하자.”

“급하네? 여유 있는 거 아니었어?”

“헤어, 메이크업 다 하고 가려면 조금 여유로운 게 좋잖아.”

그건 맞지.

“그래 그럼 가자.”

“응.”

아인과 작업실을 나선다.

선유가 아직 안에 있는지 보려고 했는데, 바쁘니까 어쩔 수 없지.

“하읏, 사, 사람들이 보면 어떡해.”

“여긴 볼 사람 없어.”

아인의 옆에 서서 이동하며 엉덩이를 주무른다.

시연이랑 했는데 해소가 덜 됐나?

왜 자꾸 야한 기분이 드는 거지?

“하으응, 이, 인제 그만. 운전하기 전에 흥분하면 안 돼.”

“알겠어.”

아마 내가 리드하지 못하고 시연에게 모든 걸 맡겨서 모든 욕구가 덜 풀린 거 같다.

뭐, 저녁에 풀면 되니까.

오전 일정이 빠르게 진행됐다.

근육통 때문에 정신없이 아인이 하라는 대로 하니 벌써 방송국이다.

“촬영 때는 정신 좀 차려.”

“으응. 아아, 너무 무리했나 봐.”

“이제 운동 막 시작했으니 한 달쯤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그렇겠지?”

어제 너무 빡시게 보낸 거 같다.

오늘 몸 상태가 정말 말이 아니네.

“하으, 자꾸 만지지 마.”

“충전 좀 하자.”

차 안에서 아인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른다.

어차피 밖에선 보이지 않으니 안에서 뭔 짓을 해도 돼지 뭐.

섹스는 차가 막 흔들릴 테니 못 하지만, 만지는 정도는 뭐.

“흐으응, 정말. 어떻게 참으라고.”

“하하, 차에서 자위라도 하든가.”

“흐응, 나도 들어가야지.”

“어딜? 촬영 지켜볼 거야?”

굳이? 뭐하러?

의문을 담아 눈빛을 보내자 아인이 말한다.

“이제 나도 정식으로 비서가 됐으니까 영하 실장님처럼 이런저런 일 배워보려고.”

“으음, 하긴 지금까진 스케쥴 관리랑 운전만 했으니 다른 일도 하면 좋겠네.”

“그래서.”

“사서 고생이다.”

아인이 새초롬하게 웃었다.

“받은 만큼은 해야지.”

“으음, 그럼 가득 채워줘야겠네.”

“아으, 정말.”

야하게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아인이 내 손을 쳐냈다.

먼저 차에서 내리는 아인.

아직 조금 시간이 있지만, 미리 들어가서 인사라도 나누면 좋으니까.

천천히 아인을 따라잡아 곁에 선다.

얘 얼굴이 완전 발그레해져 누가 보면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을 거 같다. 물론, 그건 오해가 아니지만.

“정비서.”

“응?”

“조금 진정하고 와야 할 거 같은데?”

“그래?”

가방에서 파우치를 꺼내더니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본다.

“흐음, 조금 그렇네.”

“그지? 먼저 갈 테니까 차에서 좀 진정하고 와.”

“알겠어.”

나야 혼자서도 다 할 수 있으니까.

매니저 없이 돌아다녀도 딱히 사람이 몰리지도 않고, 위험할 일도 많이 없으니까.

아니, 아니지 이젠 예전의 내가 아니잖아.

위험한 일이 있을 수도 있겠네?

경호원이라도 고용할까?

으음, 조금 더 고민해보자.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스튜디오에 들어가니 스테프 한 명이 내게 인사한다.

여기는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빌린 건물이다.

강당과 식당. 트레이닝 룸이 있고, 오디션을 위한 무대가 있다.

오늘의 심사위원은 나와 초유 누님.

그리고 아버지나 남 팀장님을 부르려고 했는데 두 분 다 부담스럽다며 거절해서 다른 사람을 불렀다.

“성민씨?”

“일찍 왔네요?”

“호호, 저는 연습 말고는 하는 일이 없으니까요.”

“하하. 빨리 녹음해야 하는 데 말이죠.”

부른 사람은 선애였다.

아무래도 지금 우리 회사에 가장 톱스타 하면 선애가 아니겠어?

물론, JG가 망해서 우리 회사로 옮겨온 입장이라 딱히 우리 회사 소속 가수라는 느낌은 많이 안 나지만.

뭐, 그래도 심사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인 건 맞다.

일단 인기가 많으니까. 시청률에도 좋을 거고.

최근엔 연기 위주의 활동을 했다지만, 선애의 노래 실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초유 누님은 좀 늦으시나?

저긴 무슨 옷더미가 있어? 뭐지?

선애와 인사를 마치고 스테프를 둘러보려는데 웬 옷더미가 보였다.

“이건 뭐지?”

“아, 초유 언니 거기서 자고 있어?”

“아?”

옷을 살짝 걷어내니 새근새근 자는 초유 누님이 보였다.

어제 또 술 드셨나?

이젠 신앙도 없는데 누님 나이 좀 생각하시지.

“누님.”

“끄으응. 누구야아?”

“저예요.”

초유 누님이 눈을 살며시 떴다.

“아아, 왔어? 나 물 좀.”

“여기요.”

테이블에 물병을 건네니 시원하게 들이키는 누님.

“어제도 술 드셨어요?”

“흐으음, 요즘엔 잘 안 마셔. 나도 몸 생각해야지. 아우, 뻐근해.”

“잠을 못 주무신 거예요?”

“후우, 자기가 나한테 일을 너무 많이 줬잖아.”

그건 맞지.

“요즘 안무 짜느라 바쁘다고.”

“하하. 보조도 많이 구했잖아요.”

“에이, 그래도 아직은 내가 해야지.”

하긴, 보조 안무가들은 거의 댄서나 다름없으니까.

아직 배울 게 많은 사람을 대거 뽑았다.

초유 누님이 팀을 만들려고 하셨지만 실패했고, 결국은 회사가 나서서 만들었다.

아직 댄서들 물정을 잘 모르는 어린 댄서를 잔뜩 뽑아서 초유 누님이 알아서 교육하는 중.

교육에 안무 제작에 촬영까지 진짜 바쁘겠네.

신앙이라도 있으면 피로를 풀어드리겠지만.

이젠 할 수 없는 일이다.

부드럽게 누님의 어깨를 주물렀다.

“아으, 좋다.”

“하하, 오늘 촬영 끝나고 푹 쉬셔요.”

“음, 그래야지.”

셋이 다 모여 있으니까 김 피디님과 황 작가님이 함께 들어오셨다.

“다 오셨다고 들어서 왔어요.”

“아! 피디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작가님이랑도 악수했다.

“잘 지내셨죠?”

“그럼요. 작곡가님 몸은 다 회복하신 거예요?”

“하하. 그럼요.”

다섯이 모여 앉아 회의를 시작했다.

“오늘은 첫 오디션이니까 딱히 미션은 없어요. 그냥 주고 싶은 대로 점수 주시면 돼요.”

“흐음, 초유 누님이 댄스 담당이고 선애씨가 노래 담당이고. 제가 스타성을 보는 거죠?”

나는 두 여성을 보며 말했다.

“이번 오디션에서는 즉시 전력감을 밀어줄 예정이에요. 가능성이 보이는 애들은 따로 접촉해서 회사 연습생으로 들이든 할 거니까. 두 분은 심사에 있어서 바로 데뷔할 수 있는 애들을 중점으로....”

대충 오디션에서 어떻게 할지를 두 여인에게 전한다.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알겠어. 참고할게.”

“흐으음, 어렵네요. 즉시 전력감이라. 제가 눈이 너무 높아질 거 같은데요?”

“하하. 어차피 오늘은 탈락자가 없으니까. 수준 파악하는 정도로 생각하세요.”

“그래야겠네요.”

초유 누님은 심사 경력이 많아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알았다 했고.

아직 심사 경험이 많지 않은 선애씨만 걱정스런 말을 했다.

선애씨를 조금 격려하고 나도 생각에 잠겼다.

흐음, 즉시 전력감 애들을 밀어주고, 내가 생각했던 비주얼 원탑 걸그룹은 어떡하지?

이젠 신앙이 없어서 내 맘대로 못 하는데?

오늘 애들 보면서 생각 좀 해봐야겠다.

천천히 준비된 심사석으로 이동한다.

예선에서 올라온 참가자는 총 300명.

다 볼 생각하니까 벌써 머리가 멍하다.

언제 끝나려나?

한 참가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1분.

이 시간만 딱 사용해도 300분 다섯 시간이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나 심사평을 고려하면 적어도 열 시간은 촬영하지 않을까?

으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이틀로 나눠서 할걸.

형평성 문제로 그냥 하루에 몰아서 하기로 한 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으음, 뒤에 심사 보는 애들은 조금 점수를 잘 줘야겠다.

지쳐서 보면 조금 예민하게 볼 수 있으니까.

“긴 촬영이 될 거 같네요.”

“그렇지. 으으, 자기 힘내!”

“하하. 누님도 화이팅입니다.”

“으음, 뒤로 갈수록 조금 너그럽게 봐야겠어요.”

선애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거 같다.

“그렇지. 힘들면 짜증 나서 조금 박해지니까.”

“으으, 심사는 정말 어렵네요.”

“호호, 하다 보면 잘 될 거야.”

날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두 여성.

경험 많은 초유 누님이 선애를 위해 팁을 대방출했다.

“후우, 이 정도면 잘 할 수 있겠지?”

“네. 고마워요. 언니.”

“호호. 고마우면 술 사.”

“제가 또 좋은 거 한 병 준비해 뒀죠.”

초유 누님 표정이 확 편다.

“오늘 끝나고 셋이 한 잔 어때? 고생할 테니까.”

“좋죠.”

“호호. 저희 집으로 초대할게요.”

초유 누님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스럽게 오늘 밤엔 이렇게 셋이 보내겠네.

어? 앞에서 아인이 보였다.

쟤는 저기서 뭐하나?

김 피디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인.

언제 들어왔데? 왔으면 좀 와서 얘기도 하고 그러지.

“자! 슬슬 시작할까요?”

“네.”

김피디님의 한 마디로 분주하게 촬영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엠씨는 따로 없고 그냥 참가자가 들어와서 인사하고 시작한다.

“아, 처음이라 떨리겠다.”

“그러게요. 잘 했으면 좋겠네요.”

“흐음, 보통 처음 나오는 애들이 잘 하더라.”

“그래요?”

초유 누님이 찡긋 웃었다.

“시청률을 끌려면 초반에 미끼가 필요하니까.”

“아아. 그렇네요.”

오디션 순서는 랜덤하게 뽑는다고 했지만, 사실 랜덤이 아니다.

김 피디님과 여러 스텝이 고민에 고민을 더해 만들어낸 순서.

아마 중간중간 시청률을 견인할 애들을 포진시켜놨겠지?

그리고 방송될 회차에 오디션 장면은 잠깐 나올 확률이 높으니까 첫 부분에 힘을 좀 줬겠네.

방송에선 끝부분일 테니까.

음, 이런 걸 다 고려해야 한다니.

정말 방송은 어려운 거 같다.

능력 있는 피디님이랑 친해지길 잘 했지.

이 방면에서는 국내 최고 피디님이니까.

오늘 하는 건 다른 게 없다.

바로 오디션 국룰. 등급 나누기!

우리 셋이 1부터 10까지 점수를 매기고 그 평균점수의 반올림이 그 참가자의 등급이 된다.

10점이 최고 등급이고, 1점이 최하 등급이다.

총 열 구간으로 참가자를 나눠 각각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뭐, 실력별로 트레이닝 하기 위함이라고 포장하지만, 사실은 자극적인 연출을 위한 빌드업이다.

“자! 첫 참가자 들어갑니다.”

스텝의 말이 끝나고 이쁘장한 소녀가 한 명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참가자 김영미입니다.”

“준비한 거 보여주시겠어요?”

“네.”

영미? 참 흔한 이름이네? 성도 김씨야?

아이돌 할 거면 흔한 이름보단 독특한 이름이 좋은데.

개명이라도 해야겠다.

특징 없는 이름답게 특징 없는 무대가 지나갔다.

“으음, 영미씨는 주특기가 뭔가요?”

“주특기요?”

“네. 제일 자신 있는 거요. 고음이라던가, 박자감이라던가 하는 거 없어요?”

“저, 저는.”

영미의 눈이 떨린다.

없겠지. 내가 못 찾았으니까.

외모도 그렇고 이름도 그렇고 실력까지 무난하네.

어느 그룹에 들어가도 괜찮지만, 딱히 넣을 필요가 없는 느낌이다.

“저는 2점 드리겠습니다.”

“저도 2점이요.”

“저는 3점입니다.”

우리 셋의 점수는 짰다.

선애만 일 점 더 줬지만, 평균으로 2등급이 됐다.

“자 다음 참가자.”

무대를 내려가는 소녀가 훌쩍이는 모습이 보였다. 으음, 처음엔 잘 하는 사람 둔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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