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205화 (205/450)

205.

도착한 장소는 SP엔터.

나는 가장 궁금한 레돈의 상태부터 보기로 했다.

그간 내가 피드백을 못 해줬는데, 얼마나 연습했는지 보자.

역시나 아인은 차에서 기다렸고, 건물로 들어가니 비서님이 나오셨다.

“오랜만이네요. 비서님.”

“네. 몸은 좀 괜찮으세요.”

“그럼요. 가실까요?”

“네.”

함께 연습실로 걸어간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이제 괜찮으신 거죠?”

“그럼.”

애들이 울먹이며 날 걱정한다.

착한 자식들.

내가 그리 모진 말을 했는데도 반겨주니 고마울 따름.

“내가 쉰다고 너희도 쉬고 있진 않았겠지?”

“네!”

“진짜 더더더 열심히 했어요!”

“그럼 한 번 볼까?”

애들이 위치를 찾아 자세를 잡는다.

음악이 나오고 춤이 시작됐다.

간주가 끝나고 시작된 노래.

어? 이상하다? 얘네 뭐지?

진짜 뭐야? 엄청 늘었는데?

마지막으로 했던 피드백 이후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그걸 고려해도 정말 많이 늘었다.

“하아, 하아.”

무대가 끝나고 거친 숨을 쉬는 애들.

나는 웃으며 다가갔다.

“정말 많이 늘었는데?”

“하하.”

“나이스!”

좋아하는 애들.

나도 같이 기뻐하며 애들을 다독였다.

“이제 데뷔 준비하면 되겠네. 그 전에....”

아직 조금 변했으면 하는 부분이 남아 세심한 피드백을 했다.

뭐 지금 피드백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정말 사소한 부분.

그래도 내 첫 도전인데 작은 거 하나 놓칠 순 없지.

레돈을 연습실에 두고 직원과 함께 나왔다.

“앨범 컨셉은 정해졌어요?”

“네. 노래에 맞게 조금 세련된 정장 스타일로 할 생각이에요.”

“오! 좋네요. 너무 포멀하지 않게 잘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직원들도 준비를 잘 해둔 거 같네.

이제 레돈도 복귀만 잘 끝내면 한숨 놓을 수 있을 거 같다.

첫 도전인데, 중간에 일이 생겨 조금 아쉽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 실력을 끌어 올린 애들이 자랑스러웠다.

다음에도 곡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레돈은 계속 함께하고 싶은 애들이긴 하다.

“확실히 싹싹하고 노력도 열심히 하고, 괜찮지.”

“누가?”

“레돈 애들.”

“마음에 들었나 보네?”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돈이 성공한다면 나는 신앙을 사용하지 않고도 가수를 키울 수 있는 게 된다.

물론, 곡은 예전 곡이지만, 그래! 새로 쓴 곡도 레돈 줘 볼까?

이번에 만든 곡이 레돈과 꽤 어울리는 거 같던데?

어차피 후속곡으로 활동하면 되니까 괜찮을 거 같은데?

지금 복귀곡은 거의 완성 단계니까 감을 잃지 않을 정도만 연습하고 후속곡 연습시켜도 되겠는데?

비서님께 연락하고 작업실로 가 곡을 보내 놓자.

그 후는 SP에서 알아서 하겠지.

아인의 차를 타고 다시 작업실로 향한다.

차차 스케쥴을 다시 소화하고 있지만, 아직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 스케쥴을 많이 잡진 않았다.

오디션과 드림 스테이지 방송은 잠정 연기됐는데, 이제 다시 광고를 때릴 거 같다.

슬슬 촬영도 다시 해야겠네.

드림 스테이지는 쉬느라 곡 홍보가 제대로 돼, 더 많은 참가자가 왔다고 들었다.

오디션이야 뭐, 나 없어도 예선까지는 문제없으니까.

이제 내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으니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시작할 수 있겠지.

“다 왔어.”

“아! 먼저 갈래?”

“아니, 기다릴게”

잠시 남는 시간을 이용해 헬스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이두 트레이너에게 빡시게 트레이닝을 받았다.

영상도 찍긴 했는데, 오늘 영상은 많이 나올 거 같진 않다.

보통 며칠 운동하는 걸 빠른 속도로 묶어서 올리는 거 같던데.

“아후, 죽겠네.”

“운동 잘 했어?”

“응, 힘들어.”

“호호, 그럼 작업실로 갈게.”

차에서 기다리던 아인.

차가 출발했고, 눈을 감고 조금 쉰다. 아! 신앙이 너무 그립다. 이런 피로감 너무 힘들다.

운동해도 한 번에 빡 하고 회복할 수 있었는데. 하아.

“다 왔어. 왜 한숨이야?

“수고했어. 그냥 힘들어서 그렇지. 그럼 정비서는 퇴근해.”

“알겠어. 수고하고 푹 쉬어.”

아인을 보내고 작업실로 올라간다.

선유도 오늘은 자리를 잠깐만 비워달라고 말했다.

미뤄뒀던 그녀와의 약속을 오늘로 잡았으니까.

레돈을 늦게 보고 점심쯤 만나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저녁이 좋다고 해 그렇게 했다.

드디어 마하연. 그녀를 만난다.

워낙 화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라 보는 게 조금 기대된다.

내가 지금 여자를 꼬실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보는 데 만족하는 거지.

운이 좋아서 되면 하는 거고.

작업실에서 레돈에게 보낼 곡을 조금 손본다.

댄스에 더 어울리게, 남자 아이돌이 부르기 좋게 바뀐 노래.

노래를 보내며 SP 비서님께 레돈의 후속곡이라고 전했다.

마스터링도 부탁하고 컨셉 회의는 알아서 하라고 했다.

“흐음, 슬슬 도착할 때가 된 거 같은데?”

마하연을 만나기로 한 이유가 그녀의 문란하다는 소문 때문이었는데.

지금 내 상태로는 그걸 파 볼 수가 없지 않나?

일단 꼬셔 놓고 생각할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

그렇다고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남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입니까?

이렇게 물어보면 미친놈처럼 보지 않을까?

아! 그냥 아빠한테 부탁해서 뒷조사해버릴 걸 그랬나?

아빠의 어둠의 루트는 이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또 생각에 잠기게 된다.

아! 아빠한테 마약 만드는 곳 알아봐 달라고 해 봐야지.

나중에 가서 얘기해 봐야겠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데 작업실 문이 열린다.

“여긴가?”

“아! 오셨어요?”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는다.

“아! 안녕하세요.”

와! 화면에서 보이는 거보다 훨씬 이쁘네?

확실히 어느 정도 미모가 있는 사람은 카메라가 실물을 담지 못한다.

조금 별로인 애들은 오히려 카메라가 이뻐 보이는데,

어나더 레벨로 올라가면 카메라가 잘 안 받는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마실 거 좀 드릴까요?”

“네. 호호, 콜라 있으면 주시겠어요?”

“콜라요? 준비해 뒀죠.”

마하연은 영상에서도 항상 콜라 찾던데 진짜 좋아하나 보네.

여기서까지 달라고 하고.

“흐음, 음악 작업실은 처음인데 신기하네요.”

“그래요? 저번에 합방에서 노래 부르는 걸 봤어요.”

“아! 보셨어요? 부끄럽네요.”

하연은 생각보다 부드럽고 교양있어 보였다.

흐음, 겉모습만 봐서는 그렇게 문란하게 살 거 같진 않은데?

뭐,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지.

나도 겉만 봐선 문란함과는 거리가 머니까.

“흐으음, 절 만나자고 하신 이유가?”

긴장해 말을 꺼내는 걸 보니, 내가 보자고 한 이유가 부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한 거 같다.

“음, 제 앨범에 섭외하는 만큼 미리 뵙고 싶었거든요.”

“아! 다 이렇게 한 번씩 보시는 건가요?”

“그건 아닌데요.”

아! 뭐라고 하지? 딱히 할 말이 없다.

하연씨 소문이 좀 안 좋잖아요. 하하, 그래서 불렀죠.

이렇게 말하면 나중에 논란 생기겠지?

“그럼요?”

“그냥 만나 보고 싶었다고 하면 실례인가요?”

나는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나 정도면 마하연도 넘어올 수밖에 없지 뭐.

영 앤 리치는 만능이자너?

“호호, 실례는요. 저도 만나길 바랐답니다.”

“하하. 좋은 소식이네요.”

“그럼 따로 하실 말씀은 없는 건가요?”

있지만, 못 합니다.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흐음,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가죠? 마침 배고플 시간인데.”

“아!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호호, 잘 부탁드려요.”

마하연은 어마어마한 대식가다.

한 달 식비만 몇백만 원 단위라던데.

뭐, 한 번에 먹어 봤자 얼마나 먹겠어.

“하연씨 먹방을 직관하다니 제가 영광이네요.”

“호호, 제 방송 가끔 보시나 봐요?”

“자주 봤죠. 정말 복스럽게 드시는 거 같아요.”

“호호, 감사해요.”

호의적인 대화가 오갔다.

서로 적당히 호감을 비춘 상태라 그런지 대화가 술술 흘러간다.

하연도 내게 잘 보여서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길 바라겠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마하연은 남자가 침을 흘리며 첫눈에 반할 미모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 관리 잘 한 정도.

서로의 신분을 모르는 상태로 거리에서 우릴 보면 남자가 돈이 많나? 하는 생각을 할 거 같다.

뭐, 내가 돈이 많긴 하지.

지금도 미국에서 그렇게 욕먹고 있는데, 내 노래는 꾸준히 빌보드에 오르내린다. 당연히 돈이 차곡차곡 쌓일 수밖에.

아니, 지금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쨌든 마하연도 내게 바라는 게 있는 거잖아?

결론은 내가 좀 제멋대로 꼬셔도 아무 상관 없는 거 아니야?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아무거나 잘 먹지만, 고기를 특히 잘 먹어요.”

“하하, 그럼 고깃집 가죠. 소? 돼지? 닭? 다 있는 데로 갈까요?”

“그런 데가 있어요?”

하연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찾으면 있지 않을까?

조금 질이 떨어지려나?

“돼지랑 소는 같이 파는 곳 많죠. 닭은 잘 모르겠지만.”

“호호, 그럼 가요.”

몇 번 가봤던 고급스러운 소고깃집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우리가 걸어가는 모습이 어디 찍히면 안 좋으려나?

상관없겠지?

스캔들 나도 뭐 핑곗거리가 다 있으니까.

“여기에요.”

“와! 엄청 비싸 보이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아! 괜찮으시겠구나.”

말하다가 깨닫고 말을 정정하는 하연.

별 것 아닌 모습이지만, 그 모습이 정말 매력적으로 보였다.

확실히 어지간한 남자는 막 홀려서 들이댈 거 같은데?

이런 여자를 어떻게 남자가 가만두겠어?

그러다 보니 소문이 나쁘게 난 거 아닐까?

실물을 보니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역시 나는 미인한테는 한없이 약하다.

“흐으음.”

룸으로 안내된 우리.

하연은 메뉴판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소를 먼저 먹고 돼지를 먹는 게 좋은데, 돼지를 굽다가 소를 굽는 게 더 맛있거든요.”

메뉴를 보던 하연이 날 보며 말을 꺼냈다.

“그래서 돼지를 조금만 시켜 구운 다음 소를 시켜서 먹고 다시 먹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먹방 유티버답게 꼼꼼한 메뉴 선정이다.

“으음, 기름을 쓸 거니까 기름이 많은 항정살이 좋겠네요.”

“네. 그렇게 해요.”

웃으며 말했다.

“아! 제가 너무 고기에 진심이었나요?”

“하하, 보기 좋았어요.”

“호호호, 조금 부끄럽네요.”

“하하, 괜찮아요.”

하연이 말한 대로 항정살을 먼저 시키고 소고기를 바로 달라고 했다.

“기름을 뽑을 땐 약한 불에서 고기를 올리는 게 좋아요.”

“와! 정말 전문가 같아요.”

“나름 전문가죠. 호호.”

고기를 구워주는 식당인데 하연은 나서서 자기가 굽겠다고 직원을 돌려보냈다.

불판에 항정살을 올리고 천천히 굽는 하연.

손길 하나하나의 장인 같은 느낌이 어린다.

“후우, 이제 항정살은 잠시 빼놨다가 돼지고기 먹을 때 나머지 구워 먹으면 되겠어요.”

“와! 대단해요.”

“호호, 뭘요. 정성만 들이면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그 정성 들이는 게 힘든 거니까 그렇죠.

“자, 그럼 등심 먼저!”

마블링이 예술로 퍼진 등심이 불판에 올라갔다.

-치이익!

“크으, 이 소리는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거 같아요.”

“아! 하연씨 반응에 저도 침이 넘어가네요.”

우리는 생각보다 죽이 잘 맞았다.

“소고기는 자주 안 뒤집는 게 좋다고 하죠? 근데 고기가 이 정도로 두꺼우면....”

전문 분야인 음식에 관해 이야기하니 끊임없이 정보가 나오는 하연.

나는 조용히 웃으며 그녀의 설명을 듣고 리액션만 했다.

“어머어머! 제가 또 너무 떠들었네요. 좋은 고기를 보니까 흥분돼서 그만.”

“하하, 저도 재밌었어요. 역시 유티버라 말을 참 재밌게 하시네요.”

“에이, 제가 말을 재밌게 해서 유티버 됐나요?”

“그럼요?”

나는 넌지시 장난스럽게 물었다.

하연이 손을 펴고 자신의 얼굴 앞으로 가져가 흔든다.

“살아있잖아요. 호호.”

“아아! 인정.”

“아이! 인정해 버리시면 부끄러워요.”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하연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하으, 부끄러워라. 아! 다 익었네요.”

“와! 진짜 맛있겠다.”

“호호, 지금 빨리 먹어봐요. 첫 고기는 아무것도 안 찍는 거 아시죠?”

소금을 찍으려다 멈칫했다.

그대로 입으로 고기를 가져간다.

육즙이 터져 나오며 진한 육향이 입안을 채운다.

“와!”

“흐으음, 이 육향. 너무 흥분되는 맛이에요.”

하연이 말하며 살짝 야하게 혀를 내밀어 입술을 훔친다.

노린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꼴릿한 표정이다.

진짜 고기에 진심이네.

“하으으, 녹는다 녹아.”

신음까지 흘리며 먹는 하연.

나는 그 모습만 봐도 고기를 먹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긴 이런 모습 덕분에 구독자가 늘어나는 거겠지?

하연의 비공식적 별명은 푸드섹서다.

음식 먹는 게 꼭 섹스하는 것 같다는 의민데.

확실히 실제로 보니까 자꾸 아래로 피가 몰린다.

“하아아, 이 마블링 보세요. 흐음.”

촬영 중도 아닌데 내게 멘트를 치며 거친 숨을 내쉬는 하연.

으음, 진짜는 다르구나.

“하으으, 다음은 새우살이에요.”

언제 시켰는지 고기가 옆에 쌓여있다.

“천천히 먹어요.”

“아뇨! 고기는 그때그때 타이밍이 있어요. 그걸 잘 맞춰 먹어야 해요.”

정말 먹는 거 말리면 살인 날 거 같은 눈빛이다.

근데 그 눈빛이 또 겁나 섹시해서 살짝 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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