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호, 혹시 마약인가요?”
“마약이라. 중독성은 없으니 마약이라고 하긴 좀 모호하지.”
“그, 그렇군요.”
당황스럽다.
왜 저 가루에서 마기가 느껴지는 걸까?
희성 선배에게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 거로 봐선 복용은 안 하신 거 같은데.
“제, 제게 그걸 보여주시는 이유가 있나요?”
조용히 눈을 감는 선배.
“누군지 모르겠지만, 하나의 단체가 내게 접근했네.”
나지막이 선배의 말이 시작됐고, 조용히 듣는다.
“작곡을 도와준다며 이런 걸 보여줬지.”
“아아.”
“아직 사용은 안 해봤네. 이런 걸 필요로 할 정도로 절박하지 않았으니까.”
“그렇죠.”
희성 선배도 슬럼프가 따로 없지 않았나?
노래가 부진한 성적을 얻은 적도 있지만, 워낙 다작하는 사람이라 매년 몇 곡 이상은 히트했던 거 같은데?
“자네에게도 그들의 연락이 닿았을 것 같네만?”
“아, 연락은 왔었지만, 만나진 않았습니다.”
“그렇군.”
그렇게 이야기가 끝났다.
근데. 왜 저기서 마기가 느껴지는 거냐고!
혼란스럽다.
마기가 들어간 게 어린아이가 아니었던 걸까?
아니면, 어린아이가 벌써 능력을 사용해 약을 만드는 걸까?
마기가 언젠가 나타날 줄은 알고 있었지만,
마약과 함께 등장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마약 카르텔이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갔지만,
꼬리 자르기에 불과했다.
진짜 잡아야 하는 사람들은 더 깊숙한 음지로 숨어들었고.
더 교묘한 방식으로 접근해 약을 퍼트리는 거 같다.
그나저나 중독성도 없으면서 예술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
슬럼프가 온 예술인들은 모두 침을 흘릴만한 약이네.
아! 중독성이 없다는 건 믿을 수 없지.
마기만 해도 중독성이 어마어마한데.
지금 내 곁에 있는 여인 중 초기에 만난 여인 대부분은 마기에 중독되어 날 좋아하게 된 거니까.
“혼란스러운가 보군.”
“조, 조금 그렇습니다. 왜 제게 이런 말을?”
“그저, 조심하라는 말이었네. 궁금한 거 같은데 원한다면 가져가도 좋네.”
원래라면 거절했을 거다.
마약을 가져가 봤자, 쓸모도 없고, 위험부담만 늘어나니까.
근데, 이 제안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약 속에 들어찬 마기가 계속 마음에 걸리니까.
집에 가서 제대로 확인해 봐야 했다.
“제가 가져가도 괜찮은가요?”
“물론, 걱정할 일은 없을 거네. 마약 탐지에 걸리지 않는 약이니까.”
“그, 그렇습니까?”
마기의 작용은 나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
충분히 마약 탐지에 걸리지 않는 약을 만들 수도 있겠지.
심지어 저 가루가 설탕이나 밀가루라고 해도 나는 믿을 수 있다.
마기를 사용해 봤으니까.
약을 조용히 주머니에 챙겼다.
그 모습에 희성 선배가 살짝 입꼬리를 올린 것 같지만, 취기 때문이겠지.
그 후로는 딱히 영양가 없는 대화만 나누다 선배의 집에서 나왔다.
“자고 가도 된다네.”
“괜찮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러지. 조심히 가게.”
인사를 마치고 택시를 잡아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뜬금없이 마기가 등장할 줄이야.
스님을 만나야 한다.
집에 도착해 마약을 꺼내고 정신을 집중한다.
신앙을 이용해 스님을 불렀다.
‘스님!’
이게 맞나 모르겠다.
스님이 알려준 방법대로 스님을 불렀지만, 변화는 없었다.
나는 신앙을 집중해 약에 담긴 마기를 느껴본다.
나와 함께할 때보다 더 음침하고 흉흉한 기운을 풍기는 마기.
“이걸 어쩌지? 아빠한테 조사부터 부탁해 볼까?”
누구를? 어떤 단체인지도 모르는데?
희성 선배님부터 꼬리를 물며 조사를 이어가면 되는 거 아닐까?
“흐음, 모르겠네.”
내가 알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나와 함께 하던 마기의 느낌과는 아주 다르다는 정도.
“허허, 시주.”
“아! 스님.”
고민 중에 스님이 나타났다.
바로 약을 들어 보여드린다.
“이걸 발겼했습니다.”
“흐으음.”
침음을 흘리는 스님.
“우리도 존재는 알고 있었다네.”
“그렇습니까?”
근데 왜 안 알려줬을까?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
“어떤 걸 말입니까?”
“제작법이나 제작 장소, 유통 과정, 분명 어디선가 만들어서 유통할 텐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네.”
흐음, 그건 좀 큰일인데?
일반적인 사람들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인데, 못 찾다니.
일반적인 수사기관은 절대로 못 찾을 수밖에 없다.
“어쩌죠?”
“어쩌겠나? 이대로 기다리는 수밖에. 분명 그들은 무슨 일을 벌일 테니까.”
“그런가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건 내가 가져가겠네.”
“네. 알겠습니다.”
약을 챙기는 스님.
또 어느새 사라지셨다.
근데, 스님은 믿을 수 있는 걸까? 믿어도 되는 사람인가?
갑작스런 의심이 든다.
지금까진 내게 많은 도움을 주셨기에 당연히 믿게 되었지만.
나는 스님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누군지,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목표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지금껏 날 도왔단 이유로 무조건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설마? 나도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에 당한 건 아닐까?
아니겠지?
신앙도 있는데, 설마.
신앙으로 몸을 한 번 훑는다.
특히 머릿속을 잘 다스렸다.
이상한 일을 당하진 않았는지 확인했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하긴, 신앙 자체가 스님 덕에 알게 된 기운인데.
신앙으로 뭔가 알 수 있게 해두진 않았겠지.
방법이 없다. 믿는 수밖에.
그리고 이 믿음이 딱히 내게 나쁘지 않으니까.
“뭐, 나는 나 대로 열심히 살면 되는 거니까.”
아인에게 연락해 중요한 스케쥴이 없다면 며칠 스케쥴을 빼달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뭐, 촬영은 그대로 해야 하지만, 외적인 스케쥴을 줄였다.
단순히 불안함에 나온 행동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마기와 스님 쪽을 나름대로 조사해 봐야겠다.
-무슨 일 있어?
아인에게 바로 전화가 왔다.
“아니, 별일 없어.”
-그래? 일단 알겠어. 지금 집에 왔어?
“응. 집이야.”
-내가 갈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지금은 혼자고 싶다.
“괜찮아.”
-그래. 쉬어.
“응.”
아인과 통화를 마치고 침대에 눕는다.
이상했다.
뭔지 모르게 내가 내가 아닌 기분이다.
“설마. 술에?”
희성 선배가 술에 무언가 타진 않았겠지?
그럴 리가, 같이 마셨는데.
잔에 뭐가 들었던 거 같지도 않고. 술에 마기가 느껴지지도 않았지?
신앙으로 확인했을 때도 몸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하아, 기분이 이상하네.”
잠이나 자자. 이런 기분엔 잠이 보약이지.
“너무 걱정할 거 없습니다. 시주.”
“엇, 스님?”
“푹 자면 다 괜찮아질 겁니다.”
그대로 잠이 쏟아졌고 잠이 들었다.
“끄으응!”
상쾌한 아침이다.
“아으, 머리야.”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희성 선배님 집으로 2차 간 건 기억이 나는데.
그 후로 중간중간 기억이 사라졌다.
“집엔 어떻게 온 거지?”
음, 아인이랑 통화한 내용이 있네?
아인이를 불렀나?
음, 문자로 스케쥴을 다 취소했어?
뭐지? 내가 그랬다고?
아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비서.”
-응, 잘 잤어?
“응. 내가 어제 전화해서 뭐라고 했어?”
-음? 별말 없었는데? 스케쥴 비워 달리는 얘기 정도? 왜?
기억이 안 난다고 하기엔 조금 민망해서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그냥 생각해 보니까 원래대로 하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래? 알았어. 집 다 와 간다. 얼굴 보고 얘기하자.
“응.”
어제 내가 어떤 생각을 했던 건지 모르겠다.
잠시 후 아인이 도착했다.
“왔어?”
“응. 괜찮아?”
“괜찮지.”
신앙을 사용해 숙취를 날린 지 오래다.
아팠던 머리는 맑아졌고,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럼 원래대로 스케쥴 할 거야?”
“그래야지.”
아인의 질문에 답하고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레돈을 봐야 하는 날이다.
충분히 연습했길 바라야지.
“가자.”
“응.”
SP로 향했다.
“차에 있을 거야?”
“응, 그럴래.”
아인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거 같다.
그런 애가 왜 기자를 했데?
나 처음 봤을 땐 엄청 적극적으로 인터뷰 요청하지 않았나?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서 오세요.”
“네. 가시죠.”
비서 누님이 나왔고, 레돈의 연습실로 바로 안내되었다.
“안녕하십니까!”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힘찬 인사.
나도 웃으며 인사했다.
“연습은 많이 했어요?”
“네!”
리더가 대표로 나와 말한다.
“바로 볼까요? 무대 버전으로 보여주세요.”
“알겠습니다. 얘들아 준비됐지?”
“둘 셋! 레돈!”
그들만의 구호를 외친 레돈 애들이 자세를 잡는다.
반주가 나오고 안무와 노래가 시작됐다.
으음. 많이 나아지긴 했네.
처음부터 느껴지는 게 확 달라지긴 했다.
무대가 끝나고 내 감상은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
하지만, 가능성을 봤단 사실 만으로 만족한다. 색기도 없이 이 정도로 실력을 끌어 올렸다면 더 좋아질 수 있겠지.
“흐음, 복귀 일정을 좀 늦추죠?”
“네?”
“시간이 좀 필요할 거 같아요.”
“그, 그렇습니까?”
직원이 당황했고 레돈은 실망감에 눈에 띄게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여러분의 노력은 확인했습니다. 더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할 뿐 실망한 게 아닙니다.”
“그, 그렇습니까?”
리더가 반색하며 묻는다. 가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제 프로듀싱에 잘 따라올 자신 있으시죠?”
“네! 당연하죠!”
레돈이 환호하며 소리쳤다.
“그럼 오늘부터 시작하죠.”
“네!”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 레돈을 프로듀싱했다.
여자였으면 섹스 한 번으로 끝날 일인데.
남돌을 맡으니 할 일이 많다.
그래도 뭔가 레돈이 하나하나 바뀌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긴 하다.
진짜 프로듀서의 일을 이제야 하는 거니까.
“흐음, 오늘은 이 정도만 할까?”
“네!”
연습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다.
다 나보다 어리기도 하고.
내 위치도 있고 하니 이게 서로 편하겠지.
“그럼 다음에 볼 때까지 내가 말한 부분을 중점으로 연습해 와.”
“네.”
그렇게 연습을 끝내고 연습실에서 나온다.
따라 나온 직원.
“언제쯤 복귀가 가능할 거 같나요?”
“흐음, 지금 정도라면 원래 정해 둔 한 달 후에 가능할 거 같습니다.”
“아! 그, 그래요?”
환하게 웃는 직원.
하긴, 스케쥴 바뀌면 할 일이 늘어나는 거니까.
“그래도 조금 여유롭게 스케쥴을 새로 짜 주세요.”
“알겠습니다.”
데뷔 컨셉등을 정하는 등, 애들이 필요 없는 일정을 최대한 먼저 끝낸 뒤.
레돈 애들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스케쥴을 소화하기로 한다.
자켓 사진이나 녹음 등은 그때 하게 될 거 같다.
시간만 잘 맞추면 한 달 뒤에 복귀하는 거고.
조금 미뤄질 수도 있지만, 크게 변하진 않을 거 같다.
애들이 생각보다 내 피드백을 잘 따라오는 거 같네.
“그럼 저는 이만.”
“네.”
밖으로 나오니 아인이 서 있다.
쟤는 차에 내려서 뭐 하는 거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인.
다가가 본다.
“카메라 테스트만 한 번 받아 보시라니까요?”
“아, 저는 그런 거 안 한다구요.”
“저기요?”
아인에게 도움이 필요한 거 같아서 내가 나섰다.
“아! 오셨어요?”
“네. 그쪽은 제 비서에게 무슨 일이시죠?”
밖이라 아인이 내게 존대한다. 나도 맞춰 아인에게 정중히 말한다.
“에, 에스 민.”
“절 아시나요?”
허둥지둥 대던 그가 갑자기 자세를 바로 하고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SP신인 개발부 직원 이예진입니다.”
“아아, 직원분이셨구나. 안녕하세요.”
“아, 죄송합니다. 비서님인지도 모르고 실례했습니다.”
“네. 그럼.”
직원이 후다닥 사라졌다.
“하하, 내가 길거리 캐스팅을 다 당해보네.”
“많이 당했을 거 같은데?”
아인의 마스크는 아이돌로 상당히 괜찮은 편이니까.
“흐흣, 고마워.”
“뭘.”
기분이 한껏 좋아진 거 같다.
하긴, 방금까진 당황스러웠을지 몰라도 일이 해결되고 나면 기분은 좋겠지.
자기 얼굴 보고 연예인 해볼 생각 없냐며 대형 기획사 직원이 접근한 건데.
“회사로 가자.”
“응.”
SP도 회사긴 하지만, 우리 회사가 진짜 내 회사 같단 말이지.
천천히 회사에 도착한 나는 바로 A&R팀으로 향했다.
오늘 아빠가 출근을 안 하셨으니까.
“오셨습니까?”
“네. 안녕하세요.”
바로 향한 남 팀장님 자리.
남 팀장님이 날 보고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인사했다.
“회의실로 가시죠.”
“네.”
슬슬 유티버 섭외도 끝나고 스케쥴에 윤곽이 잡혔다.
오늘은 그 외에도 오디션 관련 얘기도 나눌 예정.
“오디션 참가자 영상은 다 확인하셨습니까?”
“아! 아직 다는 못 봤어요.”
“빨리 확인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네. 곧 확인할 예정입니다.”
남 팀장님이 하나의 자료를 건넨다.
거기엔 오디션 참가자들을 분석한 자료가 있었다.
어차피 실력이야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알아서 검증될 거고.
중요한 건 과거와 인성.
이건 아무리 나라도 커버칠 수 없다.
그래서 미리 인성과 과거 행적을 조사해 달라는 부탁을 했고, 그걸 오늘 받았다.
“집에 가서 확인해 볼게요.”
“네. 그리고 섭외 관련인데요.”
“네.”
또 다른 자료가 손에 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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