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189화 (189/450)

189.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나도 빌리도.

아무래도 이슈가 이슈인 만큼 둘 다 듣고 판단하려는 사람이 많겠지.

우리 회사 소속 가수들과 미국에 있는 여인들과 친한 가수들.

그 외 영향력 있는 연예인들이 내 앨범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나도 회사 SNS계정에 사진과 함께 홍보 글을 남겼다.

물론, 아인과 같이 스트리밍도 시작했고.

약 십 분이 지나고 반응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음. 내 노래야 반응은 말할 필요 없이 좋긴 한데.

빌리 노래는 생각보다 언급이 별로 없네.

들어나 봐야지.

듣고 싶지 않지만, 적을 모르고 싸울 순 없다.

빌리 앨범의 노래 1번부터 순서대로 틀었다.

우리나라는 앨범 수록곡의 순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서양권은 꽤 신경 써서 순서를 정한다.

“흐음, 역시 빌리는 빌리네.”

노래는 참 잘한다.

인성을 발라 먹어서 그렇지.

시간을 들여 빌리의 모든 곡을 들었다.

총 8곡이었지만, 두 곡은 예전에 나온 곡이라 신곡은 여섯 곡이다.

“이건 내가 이긴 거 같네.”

곡을 모두 들은 내 판단이다.

빌리는 역시 빌리였지만, 딱 빌리 정도에 그쳤다.

기대를 뛰어넘진 못했다고 할까?

나는 또 한 번 벽을 깨고 나왔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그간에 보여줬던 스타일과 조금 다른 느낌이니까.

물론, 내가 스타일이 정해진 작곡가는 아니지만, 이번 빌리 헌터 앨범은 나름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그 노력의 성과인지 수많은 기사가 내 승리를 점쳤다.

“후우, 한숨 돌려도 되겠다.”

“흐으응, 역시 대단하네.”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은근한 눈빛으로 아인을 보며 말했더니, 아인이 소스라치며 놀라 도망갔다.

“마, 만지지 마! 이제. 난 안 돼.”

“알겠어. 하하, 유난 떨긴.”

“씨이잉. 어제 그렇게 당하면 누구나 유난 떨걸!”

흐음, 생각해 보면 아인이 만큼 유난 떨 사람은 없을 거 같은데?

오히려 시연이 같은 애는 좋다고 얽혀들걸?

저번에 천국 너머를 보여줬는데도, 다음날 시연은 내게 달라붙었으니까.

“슬슬 나가자.”

“회사로?”

“응. 가서 반응 더 살펴야지.”

“딱히 필요 없는 거 같긴 하지만.”

아인도 내 승리를 점치며 나갈 준비를 마친다.

도착한 회사.

마케팅 팀의 반응은 엄청 좋았다.

“부 사장님! 이건 질 수 없는 싸움인데요?”

“이미 이긴 거 같아요.”

“하하, 감사합니다.”

빌리는 앨범이 나왔는데 아직 조용하다.

듣기론 앨범 발매에 맞춰 파티를 열었다는데 그 파티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하네.

시간이 꽤 지나니 빌리를 조롱하는 글이 한둘씩 올라온다.

뭐, 가끔은 인종차별적인 말도 올라오긴 하는데, 무시할 정도로 적은 숫자다.

대부분은 아시안을 무시하더니 아시안에게 쳐 발렸다며 빌리를 조롱하기 바빴다.

으음, 근데 저 말도 인종차별 아닌가?

어쨌든 내 편이니 봐주기로 하자.

“빌리 소식 올라왔어요.”

“그래요?”

말한 직원의 옆으로 갔다.

거기엔 SNS에 올라온 짧은 동영상이 있었고,

올린 사람은 빌리의 파티에 참석한 사람인 거 같다.

유명한 사람인가?

빌리의 앨범 발매 축하 파티는 신나는 노래가 울려 퍼졌지만, 사람들은 빌리의 눈치를 보며, 그다지 즐기지 못하고 있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장례식장 같네.

“후훗.”

“축하드려요. 부 사장님.”

“아직 안심하긴 이릅니다.”

물론,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 뿌듯해하고 있지만, 직원들에게 겸손하게 말했다.

“어? 이 아저씨가 글을 썼네.”

“누구요?”

아! 그때 방송에서 만났던 평론가 아저씨구나.

또 무슨 얘길 했을지 궁금하네. 한 번 볼까?

직원의 자리로 가 평론가의 글을 읽는다.

-S.Min 제대로 일냈다!

빌리 볼트와 논란을 빚었던 S.Min은 빌리 볼트와 같은 날 앨범을 내며....

중략.

오늘 발매된 앨범을 들어보니 알 수 있었다. S.Min은 내 생각보다 대단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였으며, 빌리 볼트를 완전히 발라버렸단 사실을....

오! 이 아저씨 좋은 말을 써줬네?

저번에 내가 언제까지 잘 나가나 지켜본다고 하더니, 진짜 지켜봤구나.

그리고 정말 객관적으로 잘 써줬네.

물론, 나한테 좋은 말 했으니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아직 아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하던 사람이 날 인정하니까 기분은 좋다.

“이 아저씨가 좋은 말도 써 주네요?”

“그러게요.”

직원들도 의외였는지 수군댄다.

“뭐 이 정도면 볼 반응은 다 본 거 같네요?”

“네. 별다른 사건만 없다면 걱정할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

“그럼 저는 일하러 가 보겠습니다.”

A&R팀으로 향했다.

들어서니 바로 보이는 남 팀장님.

열변을 토하고 계시는데 잠시 들어볼까?

“이번 기회로 저희 능력을 부 사장님께 보여줄 수 있는, 어? 부 사장님?”

“제 얘기 중이셨어요?”

“하하. 이거 민망하네요. 모두 각자 일 해요.”

남 팀장님이 날 발견하고 다가왔다.

“어쩐 일이세요?”

“단체 곡 진행 상황 좀 물으려고 왔죠.”

“하하. 마침 잘 오셨네요.”

남 팀장님이 날 이끌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근황을 얘기하고 있으니 직원 한 명이 종이 뭉치를 들고 왔다.

“사실 밖에서 하던 얘기가 있는데요.”

“네. 제게 능력을 보여주신다구요?”

“하하. 들으셨어요? 민망해라.”

“하하. 저야 감사한 얘기죠. 무슨 일이에요?”

남 팀장님이 종이 뭉치에서 몇 장을 정리해 내게 건넨다.

이건 가수 단체 곡 섭외 목록이구나.

승철 형님과 내가 고심해서 뽑은 가수 대부분이 단체 곡 녹음을 오케이 했다.

다들 스케쥴을 맞추긴 힘드니 개별 녹음을 하고, 나중에 되는 사람만 해서 단체 영상을 찍는 거로 합의 봤다고 한다.

“흐음, 잘 진행되고 있네요.”

“네. 아인씨랑 협의해서 부 사장님 스케쥴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아! 바빠지겠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그리고 남 팀장님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제가 밖에서 말했던 건 이 겁니다.”

“흐음, 뭔데 이렇게 뜸을 들이세요?”

“하하. 딱 성사시키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말씀드리게 됐네요. 너무 기대는 마시고 봐 주세요.”

종이를 보니 섭외 계획이라는 제목에 아래 내용이 빼곡하다.

“흐음, 이 분이 가능할까요? 개인 곡도 아니고, 단체 곡인데?”

“단체 곡이라 가능할 거 같습니다.”

“그래요?”

가요계에 전설이라는 가수는 꽤 있지만,

대부분 은퇴하고 돌아가신 뒤에 전설이라는 칭호를 달았다.

허나, 아직 활동을 이어가면 전설이랑 칭호로 불리는 가수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사람.

요즘 꼬맹이들도 아는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코리안 레전드, 조선희.

노래만 냈다 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겨 부르게 되는 엄청난 가창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물론, 나도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님이다.

올해로 나이가 70이 넘으셨던 거 같은데.

여전히 방송에 나와 라이브를 소화하시는 모습은 정말 존경심이 안 일어날 수가 없다.

“꼭 됐으면 좋겠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하하.”

남 팀장님과 이야기를 끝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가슴 벅찬 얘기네.”

내 노래. 그것도 내 앨범에 조선희 선배님이 참여할 수도 있다니.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상인 그녀.

그녀에게 제안을 줄 수 있을 만큼 내가 성장했단 사실이 뿌듯했다.

“김칫국은 마시지 말자.”

볼을 소리 나게 짝짝 때리며 정신을 차린다.

빌리도 이기고 해서 괜히, 들뜰 거 같다.

오늘 빌리 앨범이 발매하는 날이라 오후 스케쥴은 비워놨었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지금 상태라면 딱히 할 일이 없을 거 같다.

“다행이네. 아니, 다행 아닌 건가?”

오늘 스케쥴이 비어있기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아, 조금 무서운데.”

바로 브라질리언 왁싱.

왁싱을 오늘 하기로 했다.

일단 작업실로 가야겠지?

으으,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 막상 다가오니 조금 불안하다.

신앙으로 고통을 줄이고, 안 아프게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영상촬영을 한다는 사실이다.

재밌는 영상을 뽑기 위해 신앙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

확! 민하씨의 감도를 높여 아프게 해버릴까?

그래도 내 여잔데 아프게 할 순 없지, 봐주자.

물론, 민하씨도 고통을 줄여주진 않을 생각이다.

아! 신앙으로 후처리는 할 생각이다.

회복만 빨리 돼도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 적어지니까.

“가자.”

“풉, 크큭.”

“왜? 왜 웃어?”

“오늘 왁싱 한다며?”

아인이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 놀릴 생각에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정비서.”

“응? 왜?”

“밤은 많고 길어. 입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흐으읏, 그건 그때고, 큽, 왁싱 엄청 아프다던데. 크큭.”

너무 얄밉다.

“민둥산이 돼서 오겠네? 우리 성민이?”

“아이! 자꾸 놀리지 말라니까.”

“크킄, 웃긴 걸 어떡해.”

“웃기긴 뭐가 웃겨!”

아인이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아닠! 큽, 네가 민둥산이 된 걸 상상하니까 조금 웃긴단 말야.”

“그래? 좋지 않아?”

“으음,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까 좋은진 모르지. 궁금하긴 해. 어떤 느낌일지.”

“후후, 왁싱 하고 보자.”

아인이 살짝 두려움과 기대가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섹스할 때 또 울고불고 난리 날 때까지 해줘야지.

아, 다정하게 해줄 생각이었는데, 이걸 못 참네.

음흉한 상상을 하며 작업실로 왔다.

“흐음, 아직 시간이 많네?”

오늘은 민하씨가 휴방하기로 했고, 시연이 혼자 방송을 진행한다.

그래서 방송 시간쯤 해서 민하씨와 왁싱을 하러 갈 생각이다.

“난 퇴근한다. 쥬지 털 잘 뽑고 와. 큽, 풋.”

“정비서어! 진짜 자꾸 그럴래?”

“풋, 민둥산 돼서 만나.”

아인이 도망치듯 달려나갔다.

후우, 다음에 정말 감도를 풀로 땡겨서 미쳐버리게 만들어줄 테다.

“흐음, 애들이나 볼까?”

슈가 페어리는 세 명이라, 좀 시간 많을 때 한 명씩 곡을 뽑을 생각인데,

좀처럼 시간이 안 난다.

셋은 복귀 준비 중이라 그리 바쁘지 않은데.

내가 이상하게 시간이 안 났다.

여자가 너무 많아서 그렇지 뭐.

멋쩍게 홀로 머리를 긁적이며 지하로 내려간다.

“음, 없네? 연습 중이 아닌가?”

연습실을 지나 올라가려는 데 파워풀한 성량으로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애가 와있나?

선애는 여기에 잘 안 오는데? 웬일이래?

JG에서 우리 회사로 옮기고는 매일 술만 마시는 거 같더니 연습도 하고 있네, 기특하게.

좀 다독여줄까?

조용히 연습실로 들어갔다.

“어? 성민씨!”

“연습 방해한 건 아니죠?”

“그럼요!”

선애가 밝게 웃으며 천천히 다가온다.

아! 진짜 이쁘네.

정말 이쁜 사람은 조금 익숙해지다가도 며칠 안 보고 만나면, 만날 때마다 새롭다.

예쁜 얼굴이 질린다는 말은 잘못됐다, 그건 그만큼 충분히 예쁘지 않다는 소리다.

정말 예쁜 애들은 매일 봐도 매일 반할 만큼 예쁘다.

“연습실은 어쩐 일이에요?”

“그냥 한 번 와 봤어요.”

슈가 페어리 애들이나 보려고 왔는데, 선애가 있을 줄은 몰랐다.

마침 잘됐네.

선애도 이제 우리 회사 가수가 됐으니 단체 곡과 개인 곡 녹음해야지.

겸사겸사 곡도 뽑고, 내가 준 곡도 점검하고.

예전에 선애가 JG에 있을 때 주려던 곡은 여전히 있다.

선애에게 연습은 시켰는데, 딱히 전만큼 빠르게 활동을 원하지 않아서 녹음은 아직 안 했다.

“슬슬 활동 시작 안 할래요?”

“해야죠. 그래서 연습하는 거고요.”

“그럼 제가 준 곡 한 번 들려줘요.”

“네.”

선애가 익숙하게 반주를 튼다.

‘너에게’라는 제목의 파워풀한 소울곡.

아직 연습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선애는 꽤 만족스럽게 노래를 불렀다.

“흐음, 조금 어렵네요.”

“조금만 더 연습하면 되겠어요.”

“호호, 언제 녹음할 건데요?”

선애와 녹음 스케쥴을 잡아야겠네.

오늘은 선애한테 곡도 하나 뽑자.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어머! 데이트 신청?”

“물론이죠.”

선애에게 에스코트 하는 느낌으로 바닥이 하늘을 보게 손을 뻗는다.

선애가 새침한 표정으로 내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손을 잡고 작업실로 올라온 우리.

선애에게 단체 곡을 들려주며 파트를 알려 준다.

“바로는 좀 힘들죠?”

“몇 마디 안 되는 데 해 볼까요?”

“흐음, 조금 이따가요.”

“네?”

나는 선애를 확 끌어당기며 안았다.

“지금은 제가 조금 급해서.”

“어머, 응큼해요. 호호.”

“저만 응큼한가요?”

“하읏, 자, 잠깐.”

선애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어 보지를 꽉 쥔다.

따뜻한 온기 외에도 축축한 느낌이 손을 타고 전해진다.

“저만 급해요?”

“흐으응, 아니요옷! 흣, 저, 저도옷! 흣, 흐으응!”

내 거친 손길에 선애가 몸을 꼰다.

“후후, 침대로 가요.”

“흐으, 네에. 하읏. 흐으응!”

선애와 침대로 걸어가며 우리는 각자의 옷을 벗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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