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방송용 화장을 마친 시연과 민하씨.
둘이 나란히 방송용 의상까지 입고 나오니 화보가 따로 없다.
“저희 어때요?”
“예쁘죠?”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 이따가 방송 켤게요.”
“네. 민하씨. 잘 부탁해요?”
“후후, 봐 드리진 않을 겁니다.”
“에이, 방송 감 다 어디 갔어요? 조금 봐주면서 간당간당하게 이겨야 재밌죠.”
민하씨가 씨익 웃으며 한 글자 단어를 던졌다.
“쫄?”
“네?”
“뭐 알아서 봐 드릴게요.”
뭐라고 도발이라도 하고 싶지만, 괜히 이따가 또 발릴까 봐 못 하겠다.
방송 끝나고 민하씨에게는 엄청난 복수를 해 줘야지.
오늘 신앙 좀 써서 아주 천국을 왕복으로 보내 줘야겠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합니다.”
“네에에!”
민하씨와 시연이 텐션을 올려 방송을 켤 준비를 했다.
방송이 켜졌다.
잠시 대기 화면에 음악이 흐르고, 두 사람이 준비한다.
공지의 효과가 있었는지, 시청자가 차는 속도가 빨랐다.
5분쯤 지나고 화면을 켠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형이 여기서 왜 나와?
-시연이 내놔!
-이사님 내놔!
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니! 여러분! 게스트로 나오면 반겨줘야지! 민하씨랑 시연씨만 찾으면 저 상처 받아요?”
-남자는 강하게 커야 한다!
-상처는 무슨. 입꼬리 실실 올라갔는데.
확실히 방송이 오래되다 보니 사람들 채팅이 맵다.
“후우, 저 혼자론 안 되겠네요. 두 분 나와 주시죠.”
“헤헤. 오빠들! 우리 피디님 미워하지 말아요!”
“친구들 안녕?”
민하씨과 시연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우리 피디님 당황한 것 봐.”
“당황 안 했어.”
“안 했어요?”
시연이가 방송이라고 한껏 더 귀여워졌다.
-우우! 너만 포상받냐!
-시연이 귀여어ㅓㅓㅓㅓㅓ
“부럽죠? 하하, 부러우면 아시죠?”
채팅창이 시끄럽게 올라갔다.
“자! 그럼 이쯤에서 소통 좀 할까요?”
-소통은 무슨! 오컨무?
-오컨무?
-오팬무?
“오팬무 나가!”
“헤헤, 저는 하얀색!”
“저는 검은 색이랍니다!”
“아니! 저만 이상해지잖아요!”
시연과 민하씨가 많이 타락한 거 같다.
“아무튼! 오늘 제가 나온 이유는!”
“이유는!”
시연이 내 말을 따라 하며 강조한다.
“저번 민하씨에게 참패한 설욕을 하기 위해섭니다!”
-또 질 텐데.
-시청자도 이사님 못 이김 ㅋ
-거의 종겜 프로 수준.
민하씨가 게임을 엄청 잘 하나 보다.
조금 무서운데?
“그래서 제가 방법을 생각해봤죠.”
“어떤 방법이요?”
“바로 시연씨와 한편이 돼서 2대 1로 붙는 겁니다.”
채팅창 반응이 좀 이상하다.
-ㅋㅋㅋㅋㅋㅋ
-아니! 더 못하는데 짐까지 든다고?
-의문의 핸디캡 ㅋㅋㅋㅋㅋ
“아니! 여러분 시연씨가 그렇게 못 해요?”
“씨잉! 나도 잘 한다고! 언니가 너무 잘 할 뿐이에요.”
-정보! 시연은 모든 게임에서 1승도 못 해봤다.
“그, 그래도 있으면 도움은 되지 않을까요?”
-네. 다음 짐짝.
-상대편한테 도움 되겠지 ㅋㅋㅋ
생각보다 시연의 게임 실력이 처참한 거 같다.
“나한테 그럭저럭한다며?”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시청자들의 도발에 시연도 의욕이 많이 올라갔다.
-열정만 만랩.
-지금이라도 돔황챠!
갑자기 뒷골이 싸한 게 잘못 걸린 거 같다.
“그래도 준비한 건 해 보죠.”
민하씨가 씨익 웃으며 상황을 중재했다.
“하하, 뭔가 당한 거 같다.”
“에이, 제가 봐 드린다니까요?”
“그럼 첫 번째 게임!”
말을 하며 옆의 컴퓨터를 켠다.
오늘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스튜디오엔 총 4대의 컴퓨터가 있다.
2대는 방송과 중계용 컴퓨턴데, 이걸로 게임 하나 돌리고, 나머지 두 대는 작업용으로 사 둔 건데 사용은 잘 안 한다.
이렇게 여럿이 게임 할 때 쓰는 정도?
“제가 실력으론 어려운 걸 알고! 운빨 게임을 가져왔죠!”
“뭔가요?”
“바로 버기라이더! 아이템 전!”
“후후, 자신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템전은 운빨이죠! 시연이도 있으니 아이템만 잘 나오면 이길 수 있어요.”
“호호, 그 자신감 오래가길 빌어 드리죠!”
“자! 그럼 게임 들어오시죠.”
민하씨가 메인 컴퓨터에서 게임을 켜고 나와 시연은 뒤에 있는 두 대의 컴퓨터에 앉았다.
“자! 방 만들었습니다. 들어 오세요.”
나는 한껏 목소릴 올려 말했다.
“삼 판 이선으로 가시죠!”
“좋아요!”
“준비 됐어요오.”
시연만 목소리가 떨린다.
“시연씨 긴장 풀고 아이템만 잘 쓰면 돼요! 알았죠?”
“네!”
시연과 말을 끝내고 첫 번째 판을 시작했다.
“오! 제가 1등으로 출발합니다.”
“후후, 템전 초반 1등은 아무 쓸모 없죠?”
“어, 너, 너무 빨라요.”
시연은 저 뒤로 뒤처졌다.
으음, 이제 막 시작했는데, 실력을 알만하다.
없다고 생각해야 하나?
잘 가고 있는데 내 위로 속도가 느려지는 우주선이 떠올랐다.
“앗! 우주선!”
“어? 제가 쓴 거 아닌데?”
“이, 이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
시연이 쓴 거구나.
“아, 시연씨. 아. 고, 괜찮아요. 아직 기회는 많으니까.”
그 후로도 민하씨는 설렁설렁 레이스를 했는데, 시연이 대부분 아이템을 나한테 써서 져 버렸다.
“민하씨.”
“네?”
“우리 비긴 거로 하지 않을래요?”
“푸훗, 시연이가 많이 도와줬으니 이번 판은 뺄까요?”
시연이 울상이다.
“시연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이제 내 캐릭터가 어떤 건지 알았으니까 다음부턴 잘 쓰면 돼.”
“네!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잠깐 채팅창을 보니 키읔이 엄청 올라온다.
시연이가 방송을 잘 하는 걸까? 게임을 못 하는 걸까?
“자자! 연습게임이 있었습니다.”
-작곡가 양반 추해.
-쫄?
-시연이 실력 알았쥬?
채팅을 무시하며 다음 게임을 시작한다.
“다, 다음엔 시참이라도 받아 볼까요?”
“어머? 프로듀서님 쫄?”
“쪼, 쫄다뇨! 저는 당당합니다.”
그렇게 다음 판도, 다다음 판도 시연의 활약으로 져 버렸다.
“으음, 시연이 빼고 해 볼까요?”
“호호, 시연이 삐져요.”
“저, 전 괜찮아요. 헤헤.”
시연을 빼고 시작한 게임에서도 민하씨가 잘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슬아슬하게 두 판 내리 졌다.
“아아, 이럴 수가.”
“호호, 운도 실력이죠.”
“아니! 거기서 아이템이!”
“힘내요. 피디님.”
시연이 내 옆에서 어깨를 토닥인다.
시연은 이번 게임에 참여 안 하고 응원을 했는데, 확실히 응원이나 하는 게 더 도움 됐다.
“으으, 이번 게임은 제가 진 걸 인정합니다.”
“후후, 다음엔 이길 것처럼 말 하시네요?”
“으으, 이길 수 있어요! 다음 게임 가시죠!”
“호호, 다음은 뭔가요?”
민하씨가 웃으며 시연과 자리를 바꾼다.
아무래도 시연은 그냥 가운데서 중계하면서 있는 게 도움 될 거 같다.
“역시 운으로 하는 게임! 보드마불을 준비했습니다.”
“오! 이번 건 조금 힘들겠는데요?”
“후후, 바로 가시죠.”
주사위를 굴려 이동하며 땅에 건물을 짓고 통행료를 받아 상대를 파산시키면 이기는 게임이다.
뭐, 전 국민이 한 번쯤은 해본 게임 아닐까?
“핸디캡 하나 드릴게요. 말해 봐요.”
“오오! 그러면.”
-쫄?
-바로 받네?
-이걸 받아?
채팅창은 민하씨 편인 거 같지만, 나는 주저 없이 핸디를 준다.
“첫 번째 도착한 지역 건물 안 사기. 어때요?”
“처음에 보너스 카드 같은 거 걸리면요?”
“지역이라고 했잖아요. 처음으로 걸린 지역 안 사는 거 어때요?”
“음, 해 보죠.”
게임을 시작했고, 핸디캡이 있어서 그런지 민하씨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나이쓰!”
-이걸 이기네.
-핸디 주고 이겼다고 엄청 좋아하네.
“후후, 다음 판 가시죠.”
“흐음, 한 번 졌으니 핸디 없이 갈게요.”
“후후, 그러세요.”
역시 운빨 겜이라 승산이 있는 거 같다.
“어? 거, 거긴!”
“호호, 감사합니다.”
“아니, 왜 내 땅은 다 피해 가는 거죠?”
“호호, 라인 다 모아도 이기는 거 아시죠?”
손이 떨린다.
내 앞에는 민하씨의 땅이 주르륵 있다.
나는 한 번만 걸리면 파산.
주사위를 굴린다.
나와야 하는 숫자는 5 또는 11.
살길은 두 개뿐이다.
“읏! 끕, 뜩!”
“아! 아쉽네요.”
6이 나와서 져 버렸다.
“다음 판 가시죠.”
바로 시작한 다음 판.
겨우겨우 이길 수 있었다.
“후후, 이걸로 1:1 동점 상황입니다.”
“그렇네요. 후후, 어차피 제가 이길 거지만요.”
“피디님! 화이팅! 이겨라! 이겨라!”
시연이 열심히 응원한다.
팔을 흔들 때마다 같이 흔들리는 두 개의 덩어리 덕에 시청자가 더 많아진 거 같다.
“자! 마지막 게임을 앞두고 벌칙 정하죠?”
“후후, 프로듀서님 자신 있으시죠?”
“그럼요! 이번 게임은 제가 이길 겁니다!”
미리 얘기해둔 브라질리언 왁싱을 벌칙으로 정한다.
내가 말하면 이상할 거 같아서 민하씨가 말하기로 했다.
“제가 요즘 고민 중인 게 있는데, 이참에 하면 좋을 거 같네요.”
“그게 뭐죠?”
“바로! 브라질리언 왁싱 하기!”
“억.”
나와 시연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피디님, 그거 엄청 아프대요!”
“안 진다는 마인드! 이기면 돼!”
“후후, 과연 가능할까요? 마지막 게임은 뭐죠?”
“후후, 비장의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게임을 켠다. 익숙한 쿠웅! 하는 소리와 창이 열린다.
“한국의 민속놀이죠?”
“아! 별들의 전쟁?”
“후후, 이번엔 시연아 너도 해 볼래?”
“저 할 줄은 알아요!”
음, 이거라면 2:1로 이길 확률이 높다.
“그럼 다시 자리 바꾸자.”
“헤헤. 언니 살살 해 줘.”
“그래그래.”
민하씨가 메인 컴퓨터로 가고 나와 시연이 함께 앉았다.
“시연아 기본 유닛만 엄청 뽑아서 공격 가.”
“넵!”
시연이 거수경례하며 말했지만, 믿음은 안 간다.
게임이 시작됐다.
나는 괴물 종족이고, 시연은 외계인 종족이다.
일꾼을 최소한만 뽑고 초반에 기초 유닛으로 공격하는 빌드를 쓴다. 일명 4일꾼 러쉬.
시연도 빠른 속도로 기초 유닛을 뽑는다.
민하씨 종족은 인간.
후반에 좋지만, 초반에 약한 종족이다.
“가즈아!”
“어? 벌써 오셨어요?”
민하씨는 당황도 안 하고 일꾼으로 내 유닛을 막는다.
“아니! 일꾼 컨트롤 뭐에요?”
하지만 괜찮다.
시연의 기초 유닛이 나왔다.
이대로면 무난하게 이기겠지?
외계인의 기본 유닛은 딴딴한 거로 유명하니까.
“어? 언니. 왜 안 죽어?”
“와, 이걸 막네?”
“후후, 다 예상했죠.”
초반 러쉬를 실패한 우리는 처참히 패했다.
“으음, 이대론 가망이 없겠어요.”
“히잉, 나름 잘 했는데.”
“후후, 패배를 인정하시죠?”
“아뇨!”
나는 비장의 수를 꺼냈다.
사람이 많으면 무조건 유리한 게임.
“유즈맵으로 가시죠!”
“호오! 유즈맵은 잘 안 해봤는데.”
“저 잘 할 수 있어요!”
가져온 유즈맵은 블러드 게임이다.
하나의 유닛이 계속 나오고 그걸 사용해 상대의 기지를 부수면 이기는 게임.
유닛이 나오는 숫자가 모두 같으니 나와 시연이 편을 먹는다면 질 수가 없다.
“가시죠.”
“좋아요.”
이변은 없었다.
두 배의 유닛도 신들린 컨트롤 앞에선 힘을 못 썼다.
“아니, 이걸 이렇게.”
“히잉, 제 아가들 다 죽었어요.”
“둘 다 나가아!”
민하씨가 나가를 외치며 게임이 끝났다.
-ㅋㅋㅋㅋㅋ 피디 양반 동공 떨리는 거 좀 보소.
-하악, 시연이 브라질리언 왁싱 ㅂㄷㅂㄷ
-하악, 하악. 맨들맨들. 하악, 하악.
“얘들아 선 지켜라.”
-^^7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우리 집고양이가 채팅 쳤네요 ^^7
-아니! 지고 나서 왜 우리한테 화풀이하심?
“화풀이라뇨! 전 화 안 났어요.”
-어? 예민하네?
-화났네?
-장난인데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프로듀서님.”
“네?”
“예민하네! 화났네? 장난인데 왜 그래?”
민하씨가 유행하는 예민하네! 노래를 부르며 얄미운 춤을 춘다.
“으으, 다, 다음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잠깐만요.”
“네?”
“왁싱 스케쥴 잡으셔야죠?”
나는 시연이를 봤다.
“시연아 언제 갈까?”
“히잉, 하기 싫은데에.”
“흑장미 없나요?”
“흐음, 제가요?”
나는 민하씨를 보며 말했다.
“제가 두 번 할 순 없으니까요.”
“후우, 그럼 시연이 대신 제가 하죠, 뭐. 어차피 하려고 했으니까요.”
“오! 그럼 시연이가 민하씨 소원 하나 들어주면 되겠네요.”
“후후, 기대해 시연아.”
그렇게 준비한 방송은 끝이 났다.
“그럼 조금 쉬면서 소통이나 좀 하죠.”
“네. 여러분 오늘 재밌었어요?”
“헤헤. 제가 승리자 라구요?”
채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서 슬슬 방종 타이밍을 잡는다.
“여러분 오늘 재밌었죠?”
“다음에도 재밌는 컨텐츠 가지고 올게요.”
“후후, 피디님과 시간 맞춰서 왁싱 공지 올릴게요.”
왁싱은 생방은 힘들고, 녹화해 유티비에 올리기로 했다.
“자! 그럼 안녕!”
“다음에 또 올게요.”
“빠빠!”
방송을 끈다.
“후우, 민하씨는 정말 다재다능하시네요.”
“호호, 제가 좀 하죠?”
“어떻게 게임을 그렇게 잘 해요?”
“하니까 되던데요?”
와! 얄미워.
“자! 그럼 프로듀서님?”
“네?”
“스케쥴 맞춰서 예약하시죠. 이런 건 빨리할 수록 좋아요.”
아인에게 스케쥴표 좀 보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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