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161화 (161/450)

161.

아침에 일어나서 아효의 엉덩이를 쓰려던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으으, 쓰라려.”

“연고 다 발랐다.”

“히잉. 아쉽다.”

아효가 엉덩이가 쓰라리다고 해서 연고를 발라줬다.

아침에 보니 입구가 약간 헐어있더라고, 뭔가 잘못했나 싶은데 잘 모르겠다.

신앙을 좀 둘러 줄걸.

“이대로 하면 조금 찌릿찌릿해서 좋지 않을까?”

“몸 상해. 다음에 하자.”

“치이, 그럼 앞으로 해줘.”

“아주 아침부터 발정이 났구나?”

아효가 표정을 쌜쭉이고 다리를 벌리며 보지를 보여준다.

“누구 때문인데?”

“하하, 내가 나쁜 놈인가?”

“으으, 두 사람은 아침부터 진짜.”

“왜? 정비서도 낄래?”

아인은 고개를 젓고 화장실로 갔다.

“후후, 아침이니까 부드럽게 하자.”

“그래.”

격렬하게 하면서 강제로 하는 상황극도 재밌지만, 역시 난 부드러운 섹스가 좋다.

그렇게 아침부터 아효와 해피타임을 즐기고 셋이 함께 밖으로 나왔다.

차를 타고 아효의 집에 도착했다.

“잘 들어가고.”

“응, 비서님도 다음에 봐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아효를 내려주고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약속된 장소로 이동했다.

“아우, 피곤하다.”

“잠을 별로 못 잤지?”

“응, 잠은 집에서 자야 편한데.”

아인에게 신앙을 조금 보내주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김 피디님의 후배가 내게 다가와 인사한다.

“제가 처음으로 왔나요?”

“아! 안에 초유님 와 계십니다.”

대기실로 이동하니 초유 누님이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계신다.

“피곤해요?”

“으응? 왔어?”

살짝 눈이 충혈된 초유 누님.

“하아음, 나이는 못 속여. 피곤하네.”

초유 누님의 한숨에서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어제 술 드셨죠?”

“호호, 한잔했지.”

초유 누님께 신앙을 둘러주고 옆에 앉았다.

“아으, 그나저나 승철 오빠는 빠진다며?”

“네. 다른 사람이 올 거예요.”

승철 형님은 단발성 출연이었는데, 포맷이 조금 바뀌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오늘은 드림 스테이지 결승 녹화는 아니고, 중간 점검 느낌의 녹화다.

결승 무대가 얼마 안 남긴 했으니, 중간 점검보단 최후의 점검인가?

이미 승철 형님이랑 초유 누님은 참가자를 몇 번 만나 조언을 했고,

나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언에서 빠졌다.

물론, 내가 귀찮아서 안 한 거도 있고.

“안녕! 초유도 오랜만!”

“오셨어요?”

“언니였어?”

엄효정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승철 형님이 추천해 주긴 했는데, 또 예전 오디션 프로와 이미지가 겹쳐서 고정은 고민 중이다.

일단 다음 녹화까진 엄정효 선배님이 합류하기로 했다.

반갑게 인사를 끝내니 피디가 들어왔다.

“촬영 바로 가실까요?”

참가자들은 일찍 와서 대기 중이고, 우리만 모이면 되는 거였으니.

촬영은 아무 때나 시작하면 된다.

두 누님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함께 연습실로 들어갔다.

연습실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합격한 혼성 듀오와 남성 듀오팀을 비롯해 내가 뽑은 여성 솔로, 승철 형님이 뽑은 남성 솔로, 초유 누님이 뽑은 남성 2명에 여성 1명인 트리오가 모두 모여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정효 누님이 먼저 인사했고, 나와 초유 누님도 함께 인사했다.

“그럼 한 팀씩 봐 볼까요?”

“바로 가시죠.”

사실 프로그램 포맷 상 중간 점검은 따로 필요 없는데, 김 피디님이 해외에 나가 있어 새로운 곡 오디션을 시작하기보단 지금 곡의 분량을 늘리기로 해서 중간 점검이 끼어들었다.

남자 둘은 여전히 밸런스 좋은 무대를 선보였지만, 딱히 좋아졌단 느낌은 없다.

혼성 듀오 팀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조금 더 조화롭게 변했다.

초유 누님의 힘인지 여성 보컬이 댄스를 조금 췄고 확실히 무대가 더 좋아졌다.

이대로면 이 팀이 우승인데?

다음으로 내가 선택한 여성 솔로의 무대.

“와!”

“헐!”

“대박!”

우리 셋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잘 하네요.”

정효 누님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확실히 실력이 남달랐던 참가자인 만큼 조언을 받아 내 곡에 더 어울리게 변하니 무대가 엄청 좋아졌다.

이변이 없다면 우승할 거 같은데?

으음, 조금 논란이 되려나?

“일단 다음 팀 보죠.”

모든 무대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기 때문에 내가 바로 다음팀을 불렀다.

남성 솔로 참가자였는데, EDM에 맞춰 춤과 씽잉랩을 했다.

분명히 꽤 잘했지만, 앞 무대의 여운이 남아서 딱히 기억에 남지 않았다.

남자라서 그럴지도 모르고.

초유 누님이 선택한 세 명 팀은 오히려 첫 무대보다 못한 무대를 보였다.

“으음, 내가 잘못 판단했던 거 같네.”

초유 누님 무섭네.

무대가 끝나고 조언 시간이 다가오자 초유 누님은 무섭게 독설을 뱉었다.

자기가 선택한 팀인데 조금 못해서 화가 나신 거 같다.

나는 옆에서 초유 누님의 독설을 잘 포장했고,

정효 누님은 전체적인 평을 잘 정리해 주셨다.

우리 세 명 의외로 케미가 좋은데?

승철 형님이 사라지자 초유 누님이 독설을 시작했고, 내가 그걸 잘 수습하면, 정효 누님이 상황을 정리한다.

이대로 쭉 가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조금 올라왔다.

“음, 그리고 우연씨.”

여성 솔로 참가자. 이름이 우연이었구나.

공정하게 하려고 참가자의 인적 사항을 알려주지 않았다.

초유 누님이 실수했네.

“아, 쏘리. 다시 할게요.”

초유 누님이 바로 수습하고 멘트를 다시 한다.

“여성 솔로분. 음, 엄청 좋아졌네요....”

유일하게 독설이 없었고, 나와 정효 누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초유 누님의 평을 들었다.

“음, 랩도 저번보다 노래에 잘 붙었고 춤도 조금 쉬워졌지만, 훨씬 노래랑 잘 어울렸어요.”

내 심사평을 끝으로 촬영을 마쳤다.

이젠 나는 빠지고 초유 누님과 정효 누님 둘이서 참가자들과 연습하는 내용을 찍을 차례.

함께 하려고 했는데, 딱히 내가 필요할 거 같지 않아서 금방 나왔다.

“가자.”

“응.”

차에서 잠시 자면서 기다리던 아인을 깨워 작업실로 향했다.

“안녕. 다 와있었네.”

“그럼. 누가 불렀는데, 빨리 와야지.”

작업실엔 슈가 페어리 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연이 내게 다가와 말을 했고, 두 명은 조금 떨어져 가만히 날 본다.

한창 바쁜 스케쥴이 끝나고 곧 휴식기에 들어갈 예정인 슈가 페어리라 얼굴에 피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피곤한데 불러서 미안.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

“뭔데요? 뭔데요?”

소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고, 연화가 달려들듯 다가와 묻는다.

수희는 오늘따라 조용하네?

“수희는 무슨 일 있어?”

“쟤 어제 잠을 못 자서 저럴걸?”

“왜?”

“요즘 수희 언니 게임 하느라 바빠요.”

연화가 내게 작게 속삭였다.

“게임?”

“아, 그걸 말하면 어떡해!”

수희가 연화를 잡았고 연화는 내 뒤로 숨는다.

“너 요즘 게임 해?”

“폰으로 조금 하고 있어요.”

“뭐 하는데?”

“그냥 이것저것?”

딱히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자.

“그래도 적당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해.”

“피이, 누가 오늘 부를 줄 알았나.”

“그건 그렇네. 자! 그래서 좋은 소식이 있다니까.”

“아! 맞다. 뭐예요?”

연화가 다시 내 옆으로 와 팔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연화가 애교가 늘었네. 막내다운 성격이긴 했는데. 오늘따라 행동이 과하다.

잠시 집중해보니 역시 색정이 공명한다. 아주 작은 크긴지 따로 느껴지진 않았고, 딱히 연화도 발정나지 않은 거로 보아 놔둬도 되겠다.

“미니 앨범 내자.”

“왁!”

“진짜요?”

“오빠 진짜?”

소연이 놀랐는지 오빠라는 호칭이 나왔다.

일 할 때는 오빠라고 잘 안 부르는데.

“신곡 다섯에 싱글 냈던 거 두 곡 합해서 일곱 곡짜리 앨범 하나 내자.”

“우와!”

연화가 제일 먼저 방방 뛰기 시작했고, 소연은 양손을 모으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수희는 아직 실감이 안 나는 듯 벙찐 표정이다.

“그래서 오늘 곡 들려주려고 불렀어.”

“와아! 빨리 듣고 싶어요!”

연화가 리액션이 엄청 좋아졌네.

귀여운 모습의 연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컴퓨터 앞에 앉아 허벅지 위로 연화를 올렸다.

“원래 두 곡도 살짝 편곡해서 다른 버전으로 낼 거야.”

“어떻게?”

곡 이야기를 시작하니 소연이 눈을 빛내며 질문을 시작했다.

“일단 첫 곡 설레는 느낌은 어쿠스틱 버전으로 갈 생각이고, 겨울 바다는 아직 고민 중.”

“으음, 겨울 바다는 조금 코드를 마이너하게 바꿔서 발라드 느낌으로 불러도 좋을 거 같아.”

“생각해 볼게.”

소연의 의견을 머릿속에 저장해 두고 신곡들을 재생한다.

저번 난교 때 단체로 얻었던 곡 다섯 개를 따로 슈가 페어리 느낌에 맞춰 편곡해 뒀다.

“일단, 이 곡이 타이틀이야.”

지금까지 슈가 페어리는 파워풀한 안무에 시원한 보컬이 메인이었지만, 이번 곡은 조금 귀엽고 톡톡 튀는 느낌이다.

슈가 페어리의 무대는 항상 일체감 있는 화려한 댄스 무대였지만, 이젠 개인의 매력을 조금 더 살려서 노래해도 좋을 거 같아 이 곡을 타이틀로 결정했다.

“으음, 조금 색다르네?”

“저는 좋아요!”

연화가 이런 건 제일 잘 하니까 당연히 좋아했고, 소연은 아직 확실하게 감이 잡히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수희는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수희는 무슨 생각 해?”

“으음, 어떻게 해야 이 노래에 잘 녹아들지 생각해 봤어요.”

하긴 이 중에서 수희가 제일 귀여움과 거리가 멀지.

헬창에 노력형 섹시 스타일이라 귀여움은 조금 부족하다.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생각한 게 있으니까.”

나도 수희를 걱정해서 미리 생각해 둔 컨셉이 있다.

육체파의 섹시한 사람이 귀여워 보이려면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바니걸이 떠올랐거든.

물론 검은 의상이 아니라 와인색 의상에 토끼 귀를 착용시킬 예정이다.

와인색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잘 어울리니까.

내 계획을 말하자 수희는 얼굴을 붉혔고, 소연은 웃음을 참는 게 느껴졌다.

연화만 아무 생각 없는 거 같다.

“피디님 저는 뭐로 해요오?”

연화가 내 다리 위에서 날 올려다보며 질문한다.

“연화는 하고 싶은 거 다 해.”

“정말요?”

“그럼.”

웃음을 참던 소연도 생각에 잠겼다.

연화야 귀엽고 유쾌한 성격이라 뭘 해도 어울릴 거 같다.

씹덕몰이상 연화는 이 곡에 제일 특화 돼 있다.

“소연이는 무슨 생각해?”

“으음, 난 뭘 하는 게 어울릴까?”

사실 나도 소연이는 조금 애매해서 고민이다.

단아한 느낌의 미인이라 귀여운 모습이 잘 생각되지 않는달까?

“언니는 여우 해 여우!”

“여우?”

연화가 소연을 보며 의견을 냈다.

“응! 수희 언니가 토끼니까 언니는 여우하고 나는 거북이 할래.”

“갑자기 거북이?”

“응! 여나는 꼬북상이야!”

“그건 그렇지?”

연화는 색기가 뿜어지면 아기가 되는구나.

“좋네. 연화는 꼬북이 소연이는 여우 수희는 토끼. 나름 잘 어울릴 거 같은데?”

“꼬북꼬북!”

연화만 신나서 소리친다.

연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소연의 여우 분장을 상상해봤다.

오오! 완전 구미호 아니냐?

“어? 피디님 섰다!”

“아?”

연화가 엉덩이로 내 자지를 비비며 말한다.

“얘는 일 얘기 중이잖아.”

“헤헤. 피디님 소연 언니 여우 분장 생각해서 그렇죠?”

“하하, 비밀.”

연화의 텐션이 조금 힘겨워 바로 다음 곡을 재생한다.

“이건 후속곡으로 쓸 생각이야.”

“오오! 후속곡까지!”

후속곡은 파워풀한 댄스곡이다.

가장 먼저 가사를 쓴 곡으로 바람 핀 남자를 차버리고 셋이 수다 떠는 내용.

제목도 ‘속상해’로 정했다.

노래를 들려주고 곡 설명을 하니 소연이 눈을 빛냈다.

“와! 걸크러쉬! 쎈언니 해보고 싶었어.”

“이게 더 타이틀 같은데요?”

수희가 이 곡이 마음에 드는지 은근한 눈으로 말했고, 연화만 살짝 표정이 굳었다.

캐릭터 확실하네.

얘네 데리고 있던 전 회사 사장은 무슨 생각으로 뭉쳐둔 걸까?

섹시한 스모키 메이크업의 연화는 어떤 느낌일까?

내가 연화의 얼굴을 빤히 보자 연화는 뭔지도 모르고 헤실헤실 웃는다.

색정 뽕이 대단하네.

연화가 마약 한 거 같은 느낌이다.

나머지 수록곡을 모두 들려줬다.

세 곡은 세 사람 각각의 솔로곡으로 소연은 발라드, 수희는 알엔비, 연화는 댄스로 준비했다.

“와! 앨범 나오면 콘서트도 할 수 있겠다!”

“콘서트 하고 싶어?”

고개를 끄덕이는 세 여성.

나는 웃으며 그들에게 각각 곡의 컨셉을 설명했다.

“자! 설명은 다 됐고, 곡은 바로 보내줄게. 연습해. 안무는 초유 누님이 할 거야.”

“응!”

“네!”

“넵!”

세 사람이 눈을 빛내며 대답했고, 나는 소파로 이동해 몸을 묻었다.

쪼르르 따라오는 세 여성.

-지이이이잉

애들과 함께 조금 쉬려는데 전화가 왔다.

“아빠?”

“자료 메일로 보냈어. 근데 조금 애매하다.”

“아! 벌써? 땡큐. 뭐가 애매해?”

“우선 확인해 봐.”

알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다시 컴퓨터로 가 메일을 연다.

아빠가 이은석에 관한 자료를 보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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