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6화 〉여섯 번째 악상 (1) (126/450)



〈 126화 〉여섯 번째 악상 (1)

126.

“오오, 여기가?”
“하하, 다른 곳에선 비밀입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남 팀장님과 정효군은 죽이 잘 맞는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간다.

뒤따라가는 나는 남 팀장님 능력에 혀를 내두르고, 쫓아갔다.

“그래요. 우리 프로듀서님은 뭘 좋아하십니까?”
“네?”

대화를 따라가지 못해 되물었다.

“그, 좋아하는 스타일 있으시지 않습니까? 허허.”

은근한 눈빛으로 내게 말하는 효군.

“하하, 저희 부사장님은 몸매를 보십니다. 젊음이 좋지요.”
“허허. 역시, 대단하십니다.”

내가 잠깐 당황하자 남 팀장님이 상황을 모면해 주셨고,

효군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잠시만.”
“저, 잠시만요.”
“네?”

나가려는 효군을 잡았다.

“이제는 효군 대표님을 믿습니다만, 확실히 할 부분은 확실히 해야죠. 혹시 여기도 뭐 녹화하고 그런 건 아니죠?”
“아이고! 여기 녹화하면, 프로듀서님이 아니라 제가 죽습니다. 허허.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하하, 저희 부 사장님이 걱정이 많으셔서, 괜찮습니다. 부 사장님 저만 믿으시죠. 허허.”

이 대화는 미리 얘기해  내용이다.

혹시나 녹화되고 있다면, 더 조심해야 하니까.

우리 측 자료야 편집할  있지만, 저쪽에서도 녹화했다면 또 모르는 일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질타받을 행동은 안 하겠지만, 일과 관련된 얘기가 은연중에 나올까 봐 한 번 떠봤다.

“그럼 믿겠습니다.”
“허허, 믿어주시니 감사합니다. 과거 사건도 있고, 저도 다 이해합니다. 오늘 잘 즐겨 보시면, 앞으론 신뢰에 기반을 둔 관계가 수 있겠죠.”
“저도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살짝 웃으며 효군과의 대화를 마쳤다.

밖으로 나간 효군이 잠시 후 들어왔다.

“프로듀서님이 오셨다고 애들이 아주 환장을 합니다. 허허. 주제도 모르고 참.”
“주제요?”

남팀장님이 효군의 말을 받으며 속 얘기를 꺼내도록 만든다.

“주제 파악 못하는 애들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죠. 실력도 외모도 안 되는 애들 데려와서 이렇게 좋은 자릴 만들어 주는데, 열성적으로 봉사는 못 할망정 자꾸 사심이나 채우려고 하니. 에효.”

효군이 크게 한숨을 쉬고 조용히 말을 이어간다.

“아! 물론, 연예인 데뷔에 부족하단 소리지 얼굴이나 몸매는 텐프로 뺨치니 걱정할 필요 없으십니다. 허허.”
“하하, 연습생으로 들어온 애들인데 어떻게 꼬셔서 이렇게 만드시는 건지 궁금하네요. 비법 조금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허허.”

남 팀장님이 효군의 너털웃음을 따라 하며 말했다.

“안되긴요. 하하. 너무 쉬워서 깜짝 놀라실 겁니다. 방법은 바로 돈이죠!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돈만 가지고 이게 된다고요?”

내가 반문했다.

“프로듀서님은 유복하게 자라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돈이면 간이고 쓸개고 내어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죠.”
“그렇군요.”

효군에게서 광기가 보였다.

그는 번뜩이는 눈을 채 말을 이어갔다.

“자기 분수도 모르고 JG라는 이름만 보고 덜컥 계약하는 애들이야 머리가 빈 것들이죠.그런 애들은 조금씩 큰돈을 줘가며 길들이는 겁니다.”

-똑똑!

“들어와.”

노크 소리가 들렸고, 효군이 잠시 말을 멈췄다.

웨이터로 보이는 남성이 과일과 술을 가져왔다.

 좋은 위스키와 맥주가 테이블에 깔린다.

“그래 나가봐.”
“네. 사장님.”

웨이터가 나가고 효군이 술병을 들어 딴다.

“목부터 좀 축이시죠.”
“네.”
“허허. 감사합니다.”

셋 모두 술잔을 채우고 잔을 들었다.

“두 회사에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효군의 말에 맞춰 우린 위하여를 외쳤고, 술을  들이켰다.

독한 솔답게 목을 긁고 내려간다.

“크으, 좋군요.”
“허허, 감사합니다. 아! 제가 어디까지 말했죠?”
“큰돈을 쥐여주며 길들인다고 하셨지요.”
“아, 그거면  말씀드렸네요. 허허.”

효군이 손으로 입을 쓸고 말을 이었다.

“그런 골빈 애들은 큰돈이 한 번 들어오기 시작하면, 다시는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지 못해요. 돈을 벌기 위해 제게 더 매달리게 되는 거죠.”
“그렇군요.”
“그럼 그때제안하는 겁니다. 이런 일 해보는  어떠냐고 말이죠. 하하, 그럼 대부분은 며칠 고민하다 하겠다고 합니다. 하하하. 멍청한 년들이죠.”

으음, 여자애한테 당한 적이 있나?

여성에 대한 혐오? 무시? 정서가 깊게 깔린 모습이다.

“허허,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고생은요. 저도 즐길 만큼 즐기고 있지요. 허허, 고년들 조금만 잘 해주면좋다고 다리를 벌리는 데, 몇 번 박아주면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지 기어오르기 시작하죠. 그 때를 기다리는 겁니다.”

“기어오르길 기다린다고요?”
“그렇죠.”

효군이 다시 술을 따라 이번엔 혼자 마셨다.

“크으, 말을 했더니 목이 조금 타는군요. 그렇게 기어오르는 애들에게 현실을 알려주는 거죠. 그때  카타르시스란, 크으, 벌써 주니어가 움찔거리는군요. 하하.”

와, 정상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거 완전 미친놈이잖아?

“허허, 프로듀서님도아시겠지만, 예술은 광기입니다. 그 광기. 저는 이렇게 채우고 있는 거죠. 하하하.”

효군이 아주 크게 웃었다.

“제 영업비밀을 말했으니, 저도 프로듀서님이 어떻게 영감을 얻으시는지 여쭤도 될까요?”
“하하, 제 영감이요?”
“너무 궁금하군요.”

말해줄 생각 없다.

뭐, 비슷하게 나도 섹스로 영감을 얻긴 하는데, 약간 결이 다른  같다.

파괴의 쾌락과사랑에서 오는 쾌락은 한 끗 차이지만, 그 끗의 간극이 어마어마하다.

“저는 그냥 떠오르는 멜로디로 곡을 만듭니다.”
“그냥 떠오르신다고요?”
“으음, 그렇죠?”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진짜 천재는 다르군요. 허허. 놀랍습니다.”

효군이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

“저와 동류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평범해서 놀랐네요.”
“동류요?”

갑자기 이렇게 잘 대해주는 이유가 동류라 착각해서 그런 건가?

“허허, 아닙니다.”

효군의 표정이 싸늘하다.

실수했나? 조금 어울려 줘야겠다.

“역시, 엔터계 대기업 사장님답게 눈썰미가 대단하시군요. 이거 사장님은 못 속이겠습니다. 허허.”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내 얼굴은 영상에 안 나올 테니까.

효군이 다시 표정을 풀었다.

“크큭, 그렇죠. 하하하. 역시 천재는 다른 겁니다.”

뭔가 천재에 대한 열등감이라도 있는지 아까부터 천재 천재 하는데, 듣기 거북하다.

“허허, 천재끼리는 통한다는 게 맞는 말인가 봅니다.”

 팀장님이 어색하게 끼어들었다.

“허허, 남 팀장님도 안목에 있어선 천재 아니십니까.”
“하하. 그렇게 봐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빨리 말씀해 주시죠. 프로듀서님. 이거 애가 다는군요.”
“하하, 저는 섹스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효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아직 작곡을 하신 지 오래되지 않으셨죠?”
“그렇죠?”
“허허,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점점 자극을 쫓게 되더군요.”

진짜 나랑 같은 능력이 있을까?

최근에도 효군이 만든 곡을 들어본 적 있는데, 색기가 움직이거나 하진 않았다.

으음, 그냥 착각하는 거겠지 뭐.

-똑똑!
“애들 데려왔습니다.”
“들어와.”

홀복을 입은 다섯 명이 나란히 들어왔다.

뭐야? 여기도 초이스시켜주나?

“뭐해? 알아서 앉아.”

효군의 말에 여자들이 눈치를 본다.

“아니지. 허허,  분은 여기서 원하시는 애들이 있으신가요?”
“허허, 그냥 들어온 순서대로 앉히시죠?”
“그게 좋겠네요.”
“들었지? 빨리빨리 움직여.”

남 팀장님의 말에 내가 동조했고, 효군이 여인들에게 명령했다.

두 번째, 세 번째로 들어온두 여성의 얼굴이활짝 핀다.

나랑 앉아서 그런가?

효군과 남 팀장님이 마주 보고 있고, 내가 가운데 앉아 있었다.

여인들의 수준은 내가 다녀본 고급 회원제 업소에는 못 미치는 정도.

하지만, JG 연습생이란 버프가 걸쳐지면 나에게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겐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겠지.

미래에 연예인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은 애들과 노는 거 같은 착각이  테니까.

이런 식으로 접대해서 광고주를 꾀어내는 거였네?

나와 남 팀장님 양옆으로 총 두 명의 여성이 앉았고, 효군의 옆에도 한 명이 앉았다.

“저는 질려서 잘 가지고 놀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술 시중 들 애는 한 명 필요해서 불렀습니다. 허허. 모쪼록 즐기시기 바랍니다.”
“하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거.”

 팀장님이 내 눈치를 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눈치.

나도 조금 당황스럽긴 하다.

여기까지 진행되긴 했는데, 여기서 얘들이란 노는 거 찍혀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

그러다 좋은 생각이 났다.

얘네들 얘기를 담으면 더 좋지 않을까?

“안녕?”
“안녕하세요.”
“와아, 프로듀서님 정말 팬이에요.”

한 명의 여성이 내게 노골적인 눈빛과 추파를 던졌지만, 나는 몸을 살짝 띄우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하, 우선 한잔하자.”
“네!”

한 여성이 위스키를 가져오고 다른 여성이 온더락 잔에 얼음을 채운다.

잔에 술이 따라지고, 우리는 조용히 잔을 들었다.

완전 개인 플레인가?

“잘 부탁드려요.”
“잘 부탁드려요.”
“그래요.”

두 여성이 잔을 들며말했고,대충 받아주며 건배했다.

살짝 목을 축이고 말을 꺼냈다.

“아, 이름도 얘기 안 했네요. 두 분 이름이?”
“저는 민지에요.”
“전 수영이요.”

민지랑 수영이라, 흔한 이름인데 가명이겠지, 뭐.

“JG 연습생이에요?”
“그렇죠?”
“그럼요.”

민지라는 여성은 마르고 길쭉한 모델 같은 체형이었는데, 체형에 맞지 않게 큰 가슴을 가졌다.

만져봐야 알겠지만, 최소 C컵인데? 잘하면 D컵은 되겠네.

수영이라는 여성은 작은 키에 작은 체구를 가졌는데,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큰 엉덩이가 인상적이다.

수영도 가슴이 봉긋하게 올라와 있긴 한데, 민하씨의 가슴으로 가짜 가슴에 익숙해진 나는 수영의 가슴은 수술한 가슴임을 느낄  있었다.

“JG 연습생이 어쩌다....”

나는 안타깝다는 뉘앙스의 말을 전했다.

“에이, 그런 말 하지 말아요.”
“호호, 저희는 괜찮아요.”

두 여인이 효군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으음,여기서 정보를 얻어내긴 힘들겠네.

둘 다, 아니 들어왔던 다섯 모두 외모는 평범한 여성이 잘 꾸민 정도라 자꾸 몸에 시선이 갔다.

뭐, 효군이 진짜 이쁘고 괜찮은 애들을 여기로 돌릴 리가 없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잠시 화장실 좀.”
“네.”

나는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이쯤 했으면 됐다.

폰을 꺼내 민하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민하씨 대충 회사에 급한 일 생긴 것처럼 해서 5분 뒤에 전화  부탁해요.

문자를 보내고 민하씨가 확인해숫자 1이 없어지는  확인했다.

이제 됐지?

밖으로 나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름대로 정보를 캐 보려고 노력했지만,

여성들은 노련하게 피했다.

시간이 조금 더 있고, 효군이 없었다면 조금 더 좋은 정보를 얻을  있었을 텐데.

아쉽다.

-띠로리롱롱.

전화가 왔다.

민하씨의 이름이 보인다.

“박 이사님이?”

일부러 살짝 소리 내 말 했고,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네. 박 이사님.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고요해지는 실내.

일부러 최대로 키워 둔 스피커에서 민하씨의 목소리가 나온다.

“프로듀서님 지금 어디세요?”
“잠깐 미팅 때문에 나와 있습니다.”
“으음, 급하게 회사로 와주셔야   같아요.”
“무슨 일 있나요?”

나와 민하씨는 미리 맞춘 말도 없는데 자연스럽게 티키타카가됐다.

크으, 이게 떡으로 다져진 합이지.

“시, 시연이한테 문제가 좀 생겼어요.”
“으음, 심각한 일인가요? 제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조금 미루시죠.”
“심각해요. 지금 꼭 필요해요. 긴급회의를 소집해야  거 같아요.”
“후우, 알겠습니다.”

나는 최대한 가기 싫음을 어필했다.

미안한 기색으로 전화를 끊었다.

통화내용이 모두 들렸으니까, 효군도 의심하진 않겠지.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소속 가수가 사고를 친  같군요.”
“허허, 속썩이는 애들은 항상 있지요. 언제든 대접할 테니  찾아 주세요.”

여성들 연락처라도 받고 싶은데, 효군의 눈치가 보여  팀장님과 그냥 밖으로 나왔다.

“어서 가시죠. 부사장님.”
“네.”

 팀장님이 심각한 얼굴로 택시를 잡는다.

“팀장님.”
“네?”

남 팀장님을 불러 세웠다.

“하하, 괜찮습니다.”
“네? 뭐, 뭐가 괜찮은 겁니까?”
“사실 뻥입니다.”
“뻥이요?”

나는 민하씨에게 내가 부탁했음을 말했다.

“후우, 정말 놀랐습니다.”
“하하. 그럼 천천히 택시 타고 가시죠.”
“네. 허허. 그러시죠.”

 팀장님과 택시를 타고 회사로 돌아왔다.

아버지와 심 이사님을 불러 회의를 시작했다.

“영상은 제가 대충 편집하면 될 거 같아요.”

확인한 영상은 정말 잘 찍혀 있었다.

이거면 JG도 보내버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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