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화 〉다섯 번째 악상 (3)
123.
얘 진짜 사회생활도 잘 하네?
이러면 정말 예능 스케쥴 때문에 바빠질 텐데.
뭐, 춤 노래야 워낙 타고나길 잘 타고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도 많아서 걱정은 없다.
안무도 노래도 척척 되니까.
이렇게 보니까 얘 만능이잖아?
나중에 연기도 시켜볼까?
으음, 이미지상 여주인공은 조금 힘들려나?
아니, 캔디 같은 역할은 충분히 하겠는데? 이미지도 알맞고.
연기 선생도 구해야겠다.
그래. 내가 너무 가수 위주로 회사를 키웠네.
배우 부서도 만들자고 해야지.
갑자기 너무 일을 벌이긴 그러니까, 내년에 추진해야겠다.
“성민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 그냥 오늘 방송 복기 좀 했습니다.”
“허허, 내가 특별히 신경 써서 편집할 테니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피디와 술잔을 주고받았다.
“그, 성민씨.”
진행자 중 한 명이 내게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혹시 흡연하세요?”
“아, 아뇨 담배는 안 피웁니다.”
“아, 하하, 저는 한 대 피우고 올 건데, 잠시 바람 좀 쐬실래요?”
“좋죠.”
내게 바라는 게 있는 거 같아서 그를 따라나섰다.
김국신. 재치있는 입담으로 예전부터 오랜 시간 활동한 개그맨이다.
요즘 이곳저곳에서 많이 나오는 만큼 잘 보여서 나쁠 건 없다.
“성민씨. 혹시 방송 나오고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아뇨. 그런 건 없어요.”
“그럼 내가 하는 프로에 한 번 나올 생각 있어요?”
“어디요?”
하는 프로가 워낙 많아서 어디에 나오라는 건지 모르겠다.
“복면씽어 있잖아. 복면씽어.”
“아, 복면씽어. 저 노래는 좀....”
“아이고, 노래는 말고 패널로 와서 입만 좀 털어줘요.”
“패널이요?”
김국신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프로도 오래돼서 새로운 그림이 안 나와. 성민씨가 나오면 좀 새로운 그림이 나올 거 같은데.”
“제가요?”
거긴 다른 프로듀서들도 나가서 잘 못 맞추지 않나?
내가 나간다고 뭐 특별한 게 있을까?
“하하, 그냥 재미 삼아 한 번 나오는 거죠.”
“음, 뭐, 좋아요.”
“진짜? 정말? 나온다고 했다? 나중에 회사 통해서 스케쥴 잡으라고 하는 거 아니죠?”
“하하, 저 그렇게 쪼잔한 놈 아닙니다.”
국신과 연락처를 교환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새 지인이가 약간 취했는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해롱댄다.
“어휴, 애가 많이 취했네.”
“하하. 그러게요. 제가 데리고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그래요. 다음에 또 봐요.”
일행들과 인사를 하고 지인이를 데리고 나왔다.
지인이한테 추파 던지는 사람 있으면 아주 죽여놓으려고 했는데.
나 때문인지 그런가? 다들 술자리 매너가 깔끔해서 좋았다.
하긴, 요즘 방송가도 많이 변했지.
“헤헤. 선생니임. 사릉해여.”
지인이 꼬부라진 발음으로 내게 안기며 사랑을 말한다.
술 취해서 하는 행동이니 그냥 놔뒀다.
들키면 살짝 이미지에 타격이 올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예능을 많이 하려면 이런 게 다 썰이 된다.
“조금 정신 좀 차려.”
“부사장님.”
“아, 기다렸어요? 먼저 가셔도 된다니까.”
“어떻게 그래요. 하하. 타시죠.”
박영하 실장이 차에서 내려 다가온다.
대리운전 부르면 지인이가 실수할까 봐 걱정했는데. 의리 있는 영하 실장님이 있어 다행이다.
지인을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지인이랑 밤을 보내려고 했는데, 이러면 나가리지 뭐.
도착한 뒤 지인이를 엎고 집 벨을 누른다.
-띵동!
“누구세요.”
“누나 나야.”
“잠깐만!”
분주한 소리가 지나가고 지애 누나가 나왔다.
“어휴, 술 냄새. 얘 술을 뭐 이리 많이 마셨어?”
나는 우선 지인이를 방에 눕히고 누나에게 설명했다.
“매니저님이 기다리고 있어서, 설명은 다음에 해 줄게.”
“으음, 그, 그래. 그냥 갈 거야?”
“가야지. 기다린다니까.”
“그래.”
엄청 아쉬워하는 지애 누나.
-츕, 츄릅, 츄릅, 츕.
진하게 키스해 주고 집을 나왔다.
“작업실로 가 주세요.”
“집으로 안 가시고요?”
“요즘은 작업실이 집이죠. 하하.”
“역시 대단하십니다.”
차를 타고 작업실로 왔다.
술이 들어가니 약간 욕구가 올라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럼 조심히 가요, 형.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하하, 제가 할 일이죠.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영하 실장님을 보내고 작업실로 올라왔다.
“엇. 피디님.”
그곳엔 선유가 있었다.
“왜 여깄어?”
“오실 줄 몰랐네요. 공연용 편곡 좀 하고 있었어요.”
“그래? 한번 보자.”
“부끄러운데. 헤헤.”
선유가 편곡한 곡을 튼다.
아! 일반 가요를 기타용으로 바꾸고 있구나.
선유는 기타를 치며 노래하니까.
아이돌 노래 들을 기타 반주로 연주하며 노래하는 게 반응이 좋아서 더 늘리려는 거 같다.
선유의 공연은 전적으로 선유에게 맡기고 있다.
“좋네.”
“헤헤.”
나는 그냥 좋다고 말하며 격려해 주는 게 다다.
“오늘 방송, 저 별로였죠?”
“적당히 잘 했지 뭐.”
“지인이는 아주 잘 하던데.”
“하하, 분야가 다르다고 생각하자.”
선유가 혀로 입술을 핥는다.
“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그랬어?”
“네. 위로해 주세요.”
“그게 목적이지?”
살짝 웃는 선유.
내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선유가 입술을 부딪치며 말을 막았다.
-츄르릅. 츕.
찐한 키스에 자동반사로 손이 가슴에 간다.
말캉한 가슴을 마구 주무르며 키스를 이어가니 몸을 꼬던 선유가 내게 완전히 밀착했다.
-츕, 쥬릅, 츄릅, 츕.
서로의 혀를 빨며 소파로 천천히 이동한다.
“파하으, 피디님.”
“응.”
애타는 눈으로 날 보는 선유.
“빠, 빨리. 흐읏.”
내 손을 잡고 자신의 보지에 비빈다.
“왜 이렇게 급할까?”
“요즘 이상해요. 흐으응.”
“뭐가?”
“흣, 피디님 생각만 하면, 발정 난 것처럼 참기가 힘들어요.”
음, 선유도 그랬었나?
“하읏, 흐으응. 좋아요. 흣.”
리드미컬하게 손가락을 움직이자 몸을 떨며 옷을 벗어젖히는 선유.
나도 옷을 벗고 선유와 격렬한 섹스를 했다.
“흐읏, 가요옷, 끄으으으으으으읏!”
-뷰릇.
사정한 그대로 절정에 몸을 떠는 선유, 피로한 몸이 알아서 잠에 빠질 때까지 말캉한 몸을 즐겼다.
-츄르릅, 츄릅. 츕.
잠결에 입속으로 혀가 들어오는 감각이 느껴졌다.
선유?
눈을 뜨지 않고 선유의 머리를 잡아당겨 격렬하게 키스했다.
“파하, 피디님 저 먼저 갈게요.”
“아! 그래. 고생해.”
선유가 공연 준비로 침대를 떠났다.
후우, 나도 할 일들이 있는데, 귀찮다.
“으으으.”
씻고 준비를 한 뒤, 위층으로 올라왔다.
“오셨어요?”
윗가슴이 훤히 드러난 야한 옷을 입은 시연.
“오우, 의상 좋네? 이러고 방송하게?”
“헤헤. 평소엔 이렇지 않지만, 오늘은 어그로 좀 끌어야죠?”
“기특하네.”
“핫, 흐으응.”
시연을 안고 엉덩이를 쥔다.
“흐읏, 그, 그만요. 하으으.”
몸을 비꼬던 시연이 내게서 떨어진다.
“젖으면 보이는 옷이라 안 돼요.”
“하하, 그래. 민하씨는?”
“언니는 방에서 준비 중이요.”
시연을 두고 민하씨가 준비하고 있는 방문을 슬며시 열었다.
“시연아? 아! 프로듀서님.”
화장하던 민하씨가 화장품을 내려 두고 날 본다.
“준비 다 됐어요?”
“아직 이요. 후훗. 저 좀 도와주실래요?”
요염하게 웃은 민하씨가 내 팔을 잡고 당긴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어요?”
“그럼요.”
“엇, 미, 민하씨?”
내 바지를 잡고 벗기는 민하씨.
-쥽, 쥬븝, 쥽.
“허읍.”
격렬하게 자지를 빨며 올려보는 민하씨.
살짝 웃음기를 머금은 눈에 묘한 색기가 맺힌다.
“흡, 싸, 싸요.”
-구웁.
날 안으며 엉덩이를 쥐고 자극하는 손길에 빠르게 사정감이 차올랐다.
애써 참지 않고 민하씨의 머리를 잡아 깊게 자지를 밀어 넣으며 사정한다.
-뷰르릇.
“꿀꺽. 흐으음.”
정액을 삼킨 민하씨가 야한 얼굴로 입맛을 다신다.
“화장 다시 해야겠다.”
“하하, 천천히 하고 나와요.”
민하씨가 거울을 보며 화장을 수정하기 시작했고, 나는 물티슈로 간단히 자지를 닦은 다음 옷을 정리했다.
으음, 자지를 한 번 빨리니까 상쾌하니 좋네.
방송 세팅을 손보는 시연의 옆으로 가 자리에 앉는다.
“다 됐어?”
“네. 언니는요?”
“화장에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
“흐음. 오래 걸리네요오?”
시연이 말꼬리를 늘리며 장난스런 웃음을 머금고 내게 말했다.
“아흐, 저도 하고 싶어요.”
“젖으면 비친다며.”
“히잉, 옷 갈아입을까요?”
“좀 참아봐.”
시연의 어깨를 살살 주무르며 달래주자 민하씨가 나왔다.
“준비 다 됐어?”
“응. 언니는?”
“나도 완료.”
“피디님은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방송 대기화면 켤게요.”
예정에 없던 오전 방송.
김 피디님과 회의 중에 나온 홍보 계획 중 하나다.
“아아, 여러분 들리나요?”
“소리 어때요?”
민하씨와 시연이 방송을 시작했다.
화면에 나오지 않는 곳으로 비켜선 나는 폰으로 채팅창을 보며 기다렸다.
-민하! 연하!
-이 시간에 머선 129?
-오전부터 시연이 목소리 들으니 기분 좋다. 헤으응.
-아침부터 민하눈나라니! 나 죽어!
인터넷 방송이라 그런지 아슬아슬하게 줄 타는 채팅도 많이 보였지만,
그럭저럭 분위기 좋은 채팅이었다.
“와! 사람이 엄청 많이 들어왔네요?”
“미리 공지해서 그런가?”
시연과 민하씨는 몇 분간 대화를 나누더니 방송 화면을 전환했다.
“여러분 안녕?”
“안녕하세요?”
두 여성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미리 공지했었죠?”
“오늘은 피디님이 오실 거예요.”
“매번 오실 때마다 꿀잼이었던 거 인정?”
-ㅇㅈ
-상상도 못 한 정체 ㄴㅇㄱ
-오늘도 꿀잼각?
호의적인 채팅창이 올라왔다.
하긴 내가 나올 때마다 역대급 시청자 수를 기록했던 걸 보면,
내 이미지가 좋긴 한가 보다.
“그럼 나와주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연이가 날 불렀고, 나는 화면으로 등장하며 인사했다.
“아니! 이렇게 시시하게 등장한다고?”
“그럼 어떻게 나와요?”
민하씨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날 도발했다.
“그런 건 프로듀서님이 생각해 오셨어야죠.”
“하하, 저는 무난한 게 좋네요.”
“칫.”
매끄럽게 소개가 지나가고 시연이 말을 꺼냈다.
“그럼 오늘의 컨텐츠!”
-오컨무?
-두근두근
-큰 거 온다.
“자주 오시던 분들은 카메라 각도 보고 아셨겠죠?”
“후후, 쿡방입니다!”
내가 시연이를 위해 닭죽을 끓이던 각도다.
“저번에 제가 아팠을 때.”
시연이 말을 하고 잠시 눈을 흘겨 나를 본다.
살짝 찔리네. 나 때문에 앓았던 거니까.
뭐, 덕분에 요즘 파워 섹스도 잘 버티니 후회는 없다.
“피디님이 닭죽을 끓여 주셨잖아요.”
“결국, 인스턴트 닭죽을 먹었지만.”
“에이, 그래도 정성이 중요한 거죠. 하하.”
대화로 설명을 이어간다.
“그래서 제가 이번엔 피디님을 위한 요리를 해 볼 생각입니다!”
“나는 뭐 하면 돼?”
민하씨가 시연의 말에 끼어들었다.
“으음, 언니는 요리 잘하니까, 심판?”
“심판이 필요해?”
“헤헤.”
시연이 그냥 웃었다.
뭐, 이건 요식적인 컨텐츠니까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뭐, 대충 넘어가고! 그래서 제가 준비한 요리는요.”
시연이 능청스럽게 방송을 진행했다.
음, 방송이 많이 늘긴 했어.
예전에 노잼시연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제육볶음이랑, 돈까스를 할 거예요.”
“튀김을 한다고?”
“네. 남자들은 제육볶음이랑 돈까스를 엄청 좋아하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이 남성의 소울푸드긴 하지.
“그래서 메뉴를 정했어요.”
“할 수 있겠어?”
시연이 다부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유티비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론과 실전은 다를 텐데.”
민하씨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시연을 봤지만, 시연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을 거예요.”
“정말?”
“어.... 아마도요?”
나는 걱정됐지만, 방송의 재미를 위해 그냥 받아드렸다.
“뭐, 먹는 건 저니까 괜찮겠죠? 시연아, 다치지만 마.”
“오우, 프로듀서님 오늘 로멘틱 하신데요?”
“하하, 제가 한 로맨스 하죠.”
“호홋, 그러셨구나.”
민하씨와 오디오를 채우니 시연이 천천히 음식을 준비한다.
제육에 들어갈 채소를 써는 시연.
서툴러 보이는 칼질에 걱정이 앞선다.
“시연아 손 조심.”
“어, 언니. 다, 당근만 좀 잘라 주라. 헤헤.”
귀여운 시연의 모습에 민하씨가 한숨을 쉬며 칼을 잡는다.
“잘 봐. 칼은 이렇게 잡고. 내리치는 게 아니라 썰듯이 이렇게....”
민하씨가 칼질을 알려주며 재료를 손질한다.
“으음, 손질은 결국 민하씨가 다 했네요?”
“파, 파는 제가 썰었어요.”
“반 가르고 세 동강 낸 것도 썬 건 썬 거지.”
민하씨가 시연을 놀렸고, 얼굴이 붉게 물든 시연이 고개를 푹 숙이고 접시에 양념을 만든다.
“그래도 양념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다시 다부진 표정으로 돌아온 시연.
“프로듀서님, 시연이 요리가 아니라 연금술을 하는 거 같은데요?”
“하, 하하. 제가 먹어야 하죠?”
점점 두려움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