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열다섯 째 영감 (4)
74. 리사 데뷔곡
방은 깔끔하고, 넓었다.
“와! 냉장도고 있어?”
냉장고엔 물과 콜라가 가득했다.
한나가 콜라를 좋아하나?
나도 콜라가 좋으니까 좋았다.
-똑똑!
“네?”
“나야. 잠깐 들어가도 될까?”
“리사?”
리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곡을 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정했나?
“정말 미안한데.”
“응?”
“아무래도 데뷔는 평범한 곡으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아, 이런 말을 하려고 그랬구나.
“왜?”
“어머니 명성에 누가 되면 어떡해?”
“푸웃.”
“우, 웃을 일이 아니라고.”
무슨,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지?
그녀의 오해를 바로잡아 줄 필요는 있겠다.
“리사. 네 어머니가 누구지?”
“한나 메리.”
“한나 메리가 누군지는 온 미국 국민이 알 거야. 미국인뿐만 아니라 해외 사람들도 다 알겠지.”
“그렇지.”
리사가 뾰로통하게 입을 삐죽 내밀고 말한다.
“그런 그녀의 명성을 고작 이제 데뷔하는 네가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난 그녀의,”
“딸이지. 근데 그게 뭐?”
“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시장은 냉정해. 네가 그녀의 딸이라서 마케팅이 쉬운 건 있겠지만, 노래가 좋지 않으면 사람들은 외면할 거야. 그게 한나에게 문제가 되진 않아. 그녀의 노래는 존나 좋으니까.”
흥분해서 말이 좀 험하게 나왔다.
“네 노래가 좋아서 도움 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나쁘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어머니가 실망하실 거야.”
“오우, 컴오온. 내가 아는 한나는 너의 이런 모습에 실망할 거 같은데.”
“으읏.”
리사가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훌쩍인다.
울어? 우냐? 장난치고 싶지만, 달래는 줘야겠지?
리사를 조용히 안고 토닥였다.
“한나는 그만큼 대단한 가수라고, 걱정 말고 하고 싶은 걸 해.”
“처, 처음이야.”
“응? 뭐가?”
리사가 날 올려다보며 말한다.
오우 쓋, 겁나 이뻐. 진짜 빨리 확 따먹고 싶은데.
엉덩이로내려가려는 손을 안간힘을 다해 참았다.
이러다 자지서겠네. 몸을 조금 떨어트리고 리사를 봤다.
“모, 모든 사람이 내가 노래를 하면 엄마와 비교했었어.”
“그래?”
“응, 엄마한테 누가 되면 안 된다고, 더 잘해야 한다고.”
“그랬구나.”
다정하게 리사의 어깨를 잡고 살짝 힘을 줬다.
“너 친구 없지?”
“응?”
얘 진짜 찐따였네.
“그, 파파라치도 많고, 엄마의 명성 때문에 접근하는 사람도 많아서 사람을 믿기 힘들었어. 그,그래서.”
변명이 긴 걸 보니까 진짜 없는 모양이다.
어쩐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래서 쿨한척하는 찐따가 나왔네.
어벙하게 변명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나랑 친구하자.”
“응? 뭐라고?”
“친구 하자고, 그것부터 시작하자.”
“어?”
동공을 마구 떠는 리사.
“싫어?”
“아, 아니! 조, 좋아.”
“그럼 됐어.”
그녀가 날 올려다보더니,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떨군다.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리사.
아! 엄청 귀엽다.막 덮쳐서 이러쿵저러쿵 하고싶, 흠흠.
진정할 필요가 있겠다.
내가 잠시 침묵하고 있자, 내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리사.
진짜 확 키스 갈겨버려?
리사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고 목덜미에 손을 올렸다.
“흐음.”
그녀의 뒷목을 살살 주무른다.
“이제 조금 진정하고, 가서 생각을 좀 해 봐.”
“아, 알겠어.”
리사가 쭈뼛거리며 방을 나갔다.
아, 잔뜩 발기했네. 참을 수가 없겠는데.
나갈까? 차도 없이 돌아다니기힘든데.
딸이라도? 아니지. 딸치긴 아깝지.
앉아서 신앙을 수련하며 풀발기한 자지를 가라앉혔다.
“흐으으, 하루 참는 건데, 진짜 섹스 하고 싶네.”
마기가 말해준 신앙으로 정관 복구하는 거나생각해 보자.
앉아서 몸을 관조한다.
신앙을 움직여가며 신체 곳곳을 느끼고, 불알로 신앙을 보냈다.
연결된 길을 따라 신앙이 얇게 움직인다.
여기구나. 단단히 묶여 있는 길이 느껴졌다.
음, 자른 다음에 묶었지?
이걸 어떻게 해야 잠시 풀 수 있을까?
신앙으로 안간힘을 써보지만, 움찔거리지도 않는데?
신앙을 풀고, 그냥 앞부분으로 신앙을 움직였다.
꼬여있는 길이 하나 더 보인다.
여기가 연결되는 부위구나.
신체를 신앙으로탐방하며 원리를 조금씩 깨우친다.
“응? 꼭 여길 써야 하나?”
묶인 정관을 신앙으로 느끼며 고민했다.
묶인 곳 바로 직전의 부분과, 묶인 곳 바로 다음 부분을신앙으로 연결했다.
이렇게 우회로를 만들면 되잖아.
아, 정관에 구멍 뚫어야 하네?
신앙으로 할 순 있을 거 같은데, 다시 막아야 하잖아?
적어도 길을 계속 연결해 두거나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가 계속집중하고 있어야 할 텐데.
으음, 이 방법은 아닌가.
바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진 않았다.
신앙이 거의 만능이긴 해도, 사용하는 사람이 나니까.
최종 무기를 들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뉴비라 신앙을 사용하는 법을 잘 모른다.
다음 달에 마기한테 물어볼까?
그 전에 뚫는다고 해도, 당장 임신시킬 건 아니니까.
수련을 끝내고 침대에 눕는다.
휴, 다행히 집중해서 그런지 발기는 가라앉았다.
“그래도, 섹스하고 싶다. 하아.”
“하읏.”
응? 무슨 소리지? 밖에 누가 있나?
뭐, 리사가 알아서 하겠지.
나는 일어나기 귀찮아 그냥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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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는 성민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마음이 혼란스러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가 고마웠다.
‘그래. 뭐든 해보고 싶은 걸 하자.’
결심이 선 리사는 당장성민에게 말을 하러 가기로 했다.
‘고맙단 말도 해야지’
성민의 방문 앞.
‘으으, 왜 이렇게 떨리지?’
벌써 몇 분째 문 앞에서 고민 중인 리사.
노크하려고 문에 손을 가져간다.
“흐으으, 하루 참는 건데, 진짜 섹스 하고 싶네.”
‘섹스?’
한국어였지만, 리사는 섹스라는 단어를 알아들었다.
진짜 섹스 하고 싶네?
방금 들은 말이 무슨 의미일지 궁금해진 리사.
성적인 경험이 없기에 호기심이 풍부했다.
방문에서 조금 떨어져 번역기를 켰다.
“진좌 섹스 하고 시프네.”
번역기는 엄청난 효과를 자랑했다.
-I really want to have sex.
“하앗.”
리사의 입에서 놀람의 소리가 나오고 폰을 떨어트렸다.
“후우우.”
떨리는 손을 잡고 심호흡한 리사.
설마? 성민이 나랑 섹스하고 싶다고 한 걸까?
오해였지만, 찐따였던 리사는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성민의 손길 다정했지.’
성민의 손이 닿았던 어깨와 뒷덜미를 괜히 의식하는 리사.
살짝 몸이 달아올랐지만, 이런 방면에 지식이 부족했던 리사는 이게 흥분인 줄 몰랐다.
“하아아, 몸이 좀 뜨겁네? 집이 덥나?”
입고 있던 옷을 살짝 풀어헤친리사는 성민의 방 앞으로 다시 다가갔다.
조용한 그의 방에 잠시 귀를 대보는 리사.
“으음, 자나? 내일 말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들렸다.
“섹스하고 싶다.”
또, 섹스?
리사는 폰을 들어 번역기를 켰다.
“하고 심돠.”
-plant with(심다)
‘응? 무슨 뜻이지?’
리사가 다시 폰을 들고 신경 써서 말을 한다.
“하고 싶다.”
-Would (할 것이다.하겠다.)
“하읏.”
리사가 또 당황해 폰을 떨궜다.
빠르게 폰을 주운 리사는 방으로 조용히 돌아왔다.
‘서, 성민이 나랑 섹스하겠다고 했어.’
그런 거 아닌데. 리사의 오해는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내일 성민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신사답고 나름대로 깔끔한 성민의 얼굴을 떠올린 리사.
‘으으, 몸이 뜨거워.’
자신의 착각으로 몸이 달았지만, 이유를 모르는 리사는 밤새 침대 위를 뒤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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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한나의 남편이 날 깨웠다.
“브레드?”
“예아. 아침 먹자.”
“오우! 땡큐.”
브레드 메리. 한나의 남편으로 회사의 사장이다.
한나만을 케어하는 회사라 그리 크진 않지만,
한나가 벌어들이는 돈을 생각하면, 작다고 할 수도 없다.
“오늘은 집에 있네?”
“곧 출근해야 해.”
“바쁘구나.”
“누가 죽이는 곡을 줘서, 하하.”
“하하하.”
즐겁게 대화를 하며 아침을 먹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가 리사가 나왔다.
“조, 좋은 아침.”
“응? 리사 못 잤어? 얼굴이 왜 이래?”
리사는 한숨도 못 잔 듯 피곤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나왔다.
걱정이 돼서 리사에게 다가가는데 리사가 한 발자국 물러난다.
“고, 괜찮아.”
“그래?”
뭐지?
볼을 붉힌 리사가 뻣뻣한 움직임으로 테이블에 앉는다.
“딸. 어디 아프니?”
“아니, 괜찮아, 아빠. 그냥 고민하느라 잠을 좀 못 잤어.”
“너무 부담 가지지 마렴.”
“고마워.”
또 저기선 정상이네?
내가 너무 부담을 줬나?
리사가 밥을 먹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테이블에 앉아 리사를 바라봤다.
내 시선을 느낀 리사가 고장 난 듯 몸을 굳히고 밥을 깨작댄다.
“그런 난 가볼게. 굳 럭.”
“예스, 굳 럭!”
브레드가 나갔고 리사는 더 크게 고장 났다.
“리사?”
“하읏, 으, 으응.”
“무슨 일 있어?”
“아, 아니! 아무것도!”
당황해서 크게 말하는 리사. 무슨 일있는 거 같은데?
일단 밥을 먹을 수 있게 자리를 비켜줬다.
내가 좀 부담스러운가?
어제 좀 심하게 말하긴 했지.
오늘 사과하고관계를개선할 필요가 있겠다.
아후! 이래서 소심한 사람이랑 일하면 힘들다니까.
물론 리사는 이쁘니까 내가 봐줄 용의가 아주 많이 있다.
방에서 조금 생각을 정리하고 내려왔다.
테이블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리사는 보이지 않았다.
방에 갔나?
리사의 방문을 노크했다.
-똑똑.
“응?”
“리사 나야.”
“하앗.”
놀란리사가방문을세게 연다.
“어이쿠.”
“아, 미, 미안.”
당황한 리사.
얘가 왜 이리 고장 났어?
“괜찮으니까 진정해.”
“으응.”
“작업실로 갈까?”
“그래.”
리사가 쭈뼛거리며 따라 왔다.
“음, 리사?”
“응?”
“우리 친구 맞지?”
“헙.”
리사가 눈을 크게 뜨고 동공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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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구 맞지?”
리사는 눈앞이 흐려졌다.
‘치, 친구끼리는 섹스하는 건가?’
잔뜩 당황한 리사는 일반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다.
‘하, 한국에선 그, 그럴 수도 있겠다.’
‘아니, 미국에서도 친구끼리 많이 하잖아.’
인터넷으로 섹스를 배운 리사.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차올랐지만,
성민을 보니 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 성민이라면, 다정하게 알려 주겠지?’
리사가 입을 연다.
“그,”
“아, 어젠 미안해.”
“응? 뭐, 뭐가?”
성민이 리사의 말을 끊고 먼저 사과를 했다.
당황하는 리사.
‘섹스하자고 한 걸 사과하는 건가? 괜찮은데.’
성민의 혼잣말을 자신에게 했다고 착각까지 하는 리사.
“내가 심하게 말 한 거 같아서.”
“아, 아니야!”
떨려서 강하게 말이 나온 리사.
‘아, 이, 이게 아닌데.’
당황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성민만 바라본다.
천천히 성민이 리사에게 다가왔다.
‘아, 버, 벌써? 마,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성민의 손이 어깨에 올라왔다.
“하읏.”
“응?”
요상한 느낌이 리사를 덮쳤고, 리사는 다리 사이가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리사?”
“응?”
성민이 의문스러운 눈으로 리사를 바라봤고, 리사는 눈을 감았다.
‘키, 키스하는 걸까?’
패닉에 빠진 리사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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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왜 그래?”
“아? 아아?”
멍청한 표정으로 눈을 뜨는 리사.
“왜 이렇게 긴장했어?”
“그, 아, 아니야. 하하.”
어색하게 웃는다.
얘 어디 문제 있나?
리사의 어깨를 다독이며 다시 말했다.
“어제는 내가 미안했다니까.”
“아, 아니, 정말 괜찮아.”
그게 문제가 아닌가?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 얘길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 도전해 보려고.”
“어? 정말? 잘 생각했어! 내가 열심히 도울 게 리사! 어떤 게 좋았어?”
동공을 떨던 리사가 입을 연다.
“그, 그게 내가 하, 한국은 잘 몰라서 그, 그걸 하, 하는 거지? 아니, 시, 싫은 건 아닌데, 마, 마음의 준비가.”
리사가 주절주절 말을 했고, 나는 가만히 들었다.
얘 뭐라니? 여기서 한국이 왜 나와? 미국에서 발표할 곡인데.
“리사? 리사!”
“하읏, 아, 미, 미안. 내가 처음이라.”
“응?”
패닉에 빠져 말을 마구 쏟아내는 리사, 정신 차리게 하려고 강하게 불렀더니 처음이란 소리가 나온다.
친구랑 말하는게 처음인 건가? 이건 심각한데?
에이, 곡 고민이 처음이란 소리겠지.
“괜찮아. 누구나 처음은 있으니까.”
“아, 으응.”
볼을 붉게 물들인 리사가 고개를 숙이고 쭈뼛거린다.
“그래서 어떤 곡이 제일 좋아?”
“응? 고, 곡?”
“어, 지금까지 곡 얘기 중이었잖아.”
“아? 아아?”
벙찐 표정의 리사가 입을 연다.
“곡 얘기 중이었어?”
“그럼?”
잔뜩 볼을 붉힌 리사가 소심하게 말을 꺼냈다.
“세, 섹스는?”
“응? 뭐,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