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열다섯 째 영감 (3)
73. 한나 메리
“뭘 그리 긴장했어?”
“아, 그, 그게.”
한나의 손은 내 어깨에 올려졌다.
“내가 부탁하는 게 그렇게 부담스러운가?”
“아, 아닙니다!”
나도모르게 힘차게 말했다.
군대 생각나네. PTSD 오겠다.
“그럼, 긴장 좀 풀어. 누가 보면 오해 하겠다.”
“네.”
한나가 날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가정집? 오, 오해 맞죠?
작업실 옆에는 가정집이 있었다.
“우리 집이야.”
“아, 네.”
진짜 이 아주머니가 날 호로록할 생각인가?
집에 들이다니.
어정쩡하게 서 있자, 그녀가 안으로 날 인도했다.
“들어 와.”
“네.”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안으로 들어가자. 한나가 방으로 들어간다.
따, 따라가야 하나?
솔직히 한나 정도면, 나이가 50대긴 하지만, 연예인이기도 하고 관리가 잘 된 몸이긴 한데.
눈 딱 감고 한 번 할까? 카디라고 마인드 컨트롤이라도 하면서.
머릿속이 혼란하다.
그때 방에서 한나가 나왔다.
다른 여인과 함께.
“소개하지 내 딸이네.”
“안녕하세요. 리사 메리에요.”
나도 따라 인사했다. 다행이다. 오해했구나!내가. 휴우.
“프로듀서 S.Min으로 활동하는 성민입니다. 편하게 성민으로 불러 주세요.”
“네.”
리사에게는 신앙이 보이진 않았다. 연예인은 아닌 것 같네.
리사는 백인이었다. 한나가 흑인인데 남편이 백인이라 백인 딸을 낳았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뭐 몇 분의 몇 확률이라고 엄청 떠들던데, 자세히 기억은안 난다.
시상식에서 많은 백인 연예인을 봤지만, 리사도 꿀리지 않네.
근데 엄마가 한나인데, 이 외모로 연예계에 진출을 안 했어? 대단하다. 뭔가 꿈이 있는 걸까?
“내 딸이 가수로 데뷔하려고 하네.”
“네?”
“자네가 데뷔곡을 맡아 주게. 내가 곡을 내는 조건이네.”
아, 어쩐지 아무런 기사도 안 나간다 했더니, 이런 속셈이셨구나.
리사의 얼굴을 다시 봤다. 합격. 당연히 얼굴만 봐도 무조건 합격이지.
그래도 넘어갈 수 없는 몸매를 본다. 가슴은 최소 C컵은 넘어 보이고, 허리도 잘록한 데다가 골반도 으음, 역시 서양인인가?
잘 빠진 몸매에 나올 데는 또 어우야.
가능. 쌉가능이지.
음, 바로 수락하기엔 한나에게 프로듀서로서 전문가다운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노래 먼저 들려주셔야죠.”
“역시, 믿음직하군. 나도 내 딸이 노래를 못 했다면 부탁하진 않았을 거네.”
리사를 데리고 작업실로 돌아왔다.
리사가 한나의 노래를 부른다.
와, 전성기 시절 한나보다 더 나은데?
“어때?”
“잘 하네요.”
“저 나이 때의 나보다 낫지.”
“하하.”
근데 리사 몇 살이지? 한나가 나이가 울 엄마보다 많으니 나보다 누난가?
“리사는 23살이네. 한국 나이론 24살이겠군.”
“아! 그렇군요.”
“한국의 법은 알고 있네. 여기서도 아주 시끄러웠지.”
“하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나는 손사래 치며 말했다.
“딸을 맡기는 데 이 정도 조사야 당연하지. 어떤가?”
“제가 곡을 주고 싶습니다.”
“고맙네. 자네가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은 나와 함께 하는 게 어떤가?”
“으음, 저는 제가 혼자 하는 게 아니면, 프로듀싱에 아예 참여하지 않습니다.”
섹스해야 하거든요, 어머님.
“흐음, 그럼 자네에게 전적으로 맡기겠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망시켜 드리진 않을 것 같아요.”
“내 생각도 같네.”
한나와 밝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끝났고, 리사와 둘이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나가 엄만데 데뷔가 좀 늦은 거 같아.”
“아아, 엄마가 하도 반대를 해서. 아직 내 노래가 완벽하지 않다나 뭐라나.”
한나가 깐깐한 건 유명하지.
“그래도 이제 인정받았나 보네?”
“열심히 했거든.”
열심히 해서 그런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열심히 안 할 사람 없을 텐데.
머쓱하게 웃었다.
“그래서 내 곡은 어떤 분위기야?”
생각에 잠겼다.
알엔비도 잘 하지만, 다른 노래도 들어보고 싶다.
“일단 장르 가리지 말고 한 열 곡만 해 볼래?”
지금껏 내가 만난 가수 중에 노래를 가장 잘하는 것 같다.
리사가 어떤 노래를 부르던 최고의 곡을 주고 싶다.
부스에 들어간 리사가 알엔비, 가스펠, 팝, 발라드, 포크송, 가리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와, 엄청나다.”
“고마워.”
리사가쿨하게 답한다.
말과는 다르게 왜 볼을 붉히냐? 아직 곡도 안 줬는데.
남자에 대한 면역이 적은 건지.
내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지 모르겠다.
설마, 나는 동양인임을 잊지 말자.
한국에서나 좀 먹히는 얼굴이지, 미국에서는 먹힐 리가 없지.
“일단 다음에 다시 만나.”
“그래.”
연락처를 교환하고 리사와 헤어졌다.
한나에게 가니 통화를 하고 있어 잠시 기다렸다.
“가보겠습니다.”
“그래. 가면서 기사 확인하고.”
“네.”
한나의 말대로 차를 타고 돌아가며 기사를 봤다.
한나가 내일 곡을 발표한다는 기사가 엄청 나왔다.
이걸 위한 통화였나? 선물로 나쁘진 않네. 입가가 저절로 씰룩인다.
딸까지 선물로 주신 건데 꿈에도 모르겠지?
아낌없이 주는 한나자너. 감사합니다, 장모님!
한국에 전화했다.
“으으음, 프로듀서님?”
“아, 민하씨 자고 있었어요?”
“당연하죠. 지금 새벽이라구요.”
“하하. 미안해요.”
아, 지금이 저녁 시간이니 한국은이른 아침 아니면 새벽이겠구나.
“그래도 중요한 일이에요.”
“무슨 일이요?”
“내일 한나 곡이 나온다고미국에 기사가 났어요.”
“네. 네? 네에에에? 내일이요오?”
민하씨반응이 놀랍다.
“으음, 일단 끊어요. 준비해야겠어요.”
“아, 네. 민하씨 미안해요. 고생해요.”
“네. 프로듀서님도 수고하세요.”
아, 맞다 리사 프로듀싱 때문에 한국에 더 늦게간다는 말을 깜박했다.
문자로 남겨 둬야지.
잠이 안 와서 밤새 카디를 괴롭혔다.
“흐으응, 브로, 이젠 정말 한계야. 너무 힘들어.”
“미안, 쉬어 카디.”
“으으응.”
거친 섹스를 하지 않아 카디가 실신하진 않았지만,
카디가 정말 많이 지쳤다. 신앙을 중간중간 불어 넣었지만, 계속 쾌감에 달궈진 정신적 피로는 풀리지 않는 것 같다.
“휴우, 그래도 시간이 꽤 지났네.”
슬슬 졸음이 온다. 조금 자고 일어나야지.
“브로. 일어나. 밥 먹자.”
“응? 으응.”
카디가 먼저 일어났네?
“몇 시야?”
“저녁이야.”
“뭐? 저녁?”
“브로! 엄청 잘 자더라.”
나도정신적 피로가 풀리진 않았나 보다.
긴장하고 있어서 몰랐나?
나는 빠른 속도로 기사를 찾아봤다.
한나의 신곡 반응은 대박이었다.
한나에 대한극찬도 많았지만, 내 곡 얘기도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있다.
빌리의 I want to fly와 내 wish의 비교 기사도 많았다.
물론, 전문가들은 누구의 승리를 말하진 않았지만.
내 곡이 패배했단 소리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 승리라 할 수 있다.
-S.Min 그는 신인가?
ㄴ S멘!
ㄴ222222
한국은 그냥 날 찬양하기 바쁘네.
한국버전도 내 달라는 말이 많은데?
어?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한국에서도 이 곡을 내면 마기는 어떻게 될까?
신앙은?
뭐, 당장에 리메이크할 건 아니니, 조금 기다려보자.
“축하해 브로.”
“고마워.”
카디와 찐한 축하를 나누고 밥을 먹었다.
“흐음, 이제 리사가 고민인데.”
“리사?”
“아, 말 안 했었지.”
한나의 딸에 관한 이야길 모두 끝냈다.
“흐음, 노래를 너무 잘 해서 고민이면, 노래를 많이 주면 되잖아?”
“그래도 조금 아쉽다고 할까?”
“후후, 노래도 아끼면 똥 되지만, 브로 곡은 그런 곡이 아니니까.”
“응?”
카디가 웃으며 말했다.
“노래도 트렌드가있잖아. 그래서 아끼면 좋았던 노래도 촌스럽게 변하기도 하지. 하지만 브로의 노래는 그렇지 않아.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좋을 거야.”
“극찬이네. 고마워.”
“뭘.”
또 발동이 걸렸다.
“흐에엥! 하긋, 핫, 브로오옷! 어, 어제도 그, 그렇게하고오오옷!”
-뷰르릇.
카디는 다시 잠에 빠졌다.
카디는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널 보고 있으면 참을 수가 없단다.
흔들리는 게 너무 많아서.
흠흠, 카디를 침대에 잘 눕히고, 남은 곡을 정리해 봤다.
“그래. 여러 곡을 주고 선택시키자.”
다 부른다고 떼쓰진 않겠지?
짬 처리 느낌으로 예전에 윤진에게 얻은 첫 곡을 리스트에 넣었다.
포근한느낌의 포크송. 그녀와 어울리진 않지만, 부르면 또 엄청 좋을 것 같아서.
다음 노래는 지애 누나에게 두 번째로 얻은 새로운 느낌의 곡.
알엔비 느낌으로 편곡할 수 있을 거 같다.
음, 조금 혼란스러운 느낌인데 그게 나쁘지 않다.
마지막 곡은 짬 처리는 아니지만, 그녀가 생각지 못할 EDM 곡을 넣어 보기로 했다.
카디에게 얻은 두 번째 곡이다.
“이 정도면 곡은 됐고, 편곡부터 할까.”
곡을 다듬는다. 포크송이 제일 손이 많이 갈 테니 나중으로 미루고,
혼란스러운 느낌의 곡을 편곡했다. 알엔비스럽게.
EDM은 그녀가 소화하기 나름이라 편곡할 필요가 없다.
그냥 보컬이 들어가기 쉽게 조금만 손 봤다.
“후우, 일이 많네.”
마지막으로 포크송을 가지고 고민에 잠겼다.
곡은 너무 좋은데, 데뷔곡으로 부르긴 좀 올드한 느낌.
요즘 스타일로 바꾸면 곡이 죽어 버린다.
“그래, 이건 그냥 들려만 주자. 그녀가 새로운 가수를 찾을지도 모르니까.”
정리를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끝났어?”
“응? 일어나 있었어?”
“헤헤. 방금 일어났어.”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생각보다 오래 곡 작업을 했나 보다.
새벽이네, 이러다 밤낮이 바뀌겠다.
“잘까?”
“잠이 안 올 거 같아. 너무 많이 자버렸어.”
“하하, 미안. 내가 다시 재워줘야 하겠네?”
“그, 그건. 흐으응, 아, 안 돼에. 진짜 힘들단 말야.”
카디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다정한 내 손길에 다시 함락당했다.
“흐으응, 이제엔 신음할 힘도 없어엇, 흐읏, 흐으응.”
“오히려 좋다. 야한 소리가 나오네.”
“헤으응, 하읏, 읏, 끄읏, 가, 가버렷, 끄읏.”
-뷰르릇.
카디를 재워주고 나도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카디는 좀비처럼 다니기 시작했다.
신앙을 아무리 부어줘도힘을 차리지 못한다.
내 손길에도 도망치며 말한다.
“오늘은 정말 안돼! 브로! 살려줘.”
“아, 알겠어.”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단 생각이 들어 한나에게 가기로 했다.
리사의 프로듀싱이 끝날 때까지 거기서 지낼 생각이다.
카디는 뭔가 다행스러운 기분과 서운한 기분을 동시에 느끼며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필요한 일이다.
언제까지 같이 있을 건 아니니까.
“다녀올게.”
“응!죽이는 곡 만들고 와.”
-츄우으으으읍. 파아.
찐한 키스로 카디와 작별했고, 차를 타고 한나의 집으로 향했다.
한나의 직원이 직접 데리러 왔다.
“한나는 집에없을 거야. 활동 시작했으니까. 리사랑 둘이 잘 의논 해봐.”
“땡큐.”
그는그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한나도 자기 공간에 누가 들어오는 걸 싫어하나?
한나와 리사, 그녀의 남편 외에는 근처에서 못 본 것 같다.
“성민 프로듀서, 왔어?”
“응. 잘 지냈지?”
“데뷔하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다고, 어떻게 잘 지내겠어.”
“하하. 그럴 줄 알고 곡을 준비해왔어.”
스피커에 폰을 연결한다.
“일단 세 곡이니까, 듣고 골라봐.”
“오우! 세 곡씩이나? 고마워!”
“뭘. 하하.”
리사가 감격한 표정으로 내게 안겼다.
오우! 피부 탄력 개 좋아.
“앗, 미, 미안.”
“아니야. 좋았는걸.”
“하하. 그럼들어볼까?”
소심하게 말을 돌리는 리사.
쿨한척하는 찐따 느낌인가?
우선 포크송부터 틀었다.
리사는 조용히 경청했고, 얼굴을 찌푸렸다.
음, 마기가 움직이질 않네?
“이건 좀, 너무 올드해.”
“나도 그렇게 생각 하고 있어.”
아, 곡을 부르고 싶지 않으면 마기가 움직이질 않나?
다음으로 EDM 곡을 튼다.
뭐지?
마기가 움찔움찔하는데 그녀에게 전해지진 않는다.
고민 중이란 뜻이지?
“다음 곡까지 들어보자.”
“그래.”
리사의 요청에 바로 다음 곡을 틀었다.
알엔비스럽지만, 알엔비라고 하긴 힘든 느낌의 혼란스러운 곡.
제목도 ‘confuse’로 정했다.
얘도 마기가 움찔움찔하는데? 딱 내 노래다 싶은 곡이 없는 걸까?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
지금까진 항상 그 사람에게 맞는 곡을 줬으니까 그런가?
“으음, 잘 모르겠어. 뒤에 들은 두 곡은 다 좋은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너무 도전적인 곡이긴 하다.
“데뷔는 평범한 곡으로 하고싶어?”
내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한다.
“무슨 의미야?”
“네 노래는 정말 뛰어나서 내가 욕심을 좀 부려봤단 의미야.”
“으음, 모르겠다.”
“조금 더 고민해 봐.”
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곡을 리사에게 보내주고 시간을 줬다.
“내일 다시 얘기해.”
“그래.”
한나가 지내라고 준 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