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일곱 번째 영감 (4)
34. 떡볶이
아침부터 섹스를 조르는 지인에게 정기를 마구마구 뽑혔다.
“흐으응! 더, 더, 강하게. 해주세요오옷! 흐으긋!”
-뷰르릇, 뷰릇.
“하아아, 그, 그만하자.”
쪼그라든 자지를 바라보는 지인에게 말하니, 아쉬운 표정으로 입술을 핥는다.
“한 번 만 더 해요.”
“이제, 안 서.”
“제가 해 볼게요.”
자지를 손으로 잡는 지인. 나는 몸을 떨며 지인에게서 멀어졌다.
“선생님?”
“안 돼. 너무 많이 하면 안 좋아.”
“정말요?”
지인은 하늘이 무너진 표정으로 몸을 떨고 있다.
“다음에 또 하자.”
“네. 역시 좋은 건 많이 하면 다 안 좋은가 봐요.”
넌 좋을지 모르지만, 난 정말 죽을 수도 있다고.
복상사가 농담으로 하는 얘기가 아님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지인은 갑자기 일어나, 내게 90도로 인사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응? 뭐가?”
“좋은 걸 알려주셨잖아요.”
“그, 그래.”
앞으로 며칠간 접근금지다.
얘 뭐야, 무서워.
“이제 갈까? 집까지 데려다줄게.”
“네에.”
지인은 내게 매달리듯 팔짱을 끼고 걸었다.
체구가 작은 만큼 귀여운 모습이지만, 나름 C컵이 되는 가슴이라 폭신한 느낌이 좋았다.
“선생님.”
“그, 밖에선 그렇게 부르면 좀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앗, 그,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애가 너무 무방비하다. 일상생활은 어떻게 하나 몰라?
“피디님이라고 불러.”
“네에. 피디님! 피디님.”
“왜?”
“배고파요. 밥 먹고 가요.”
나도 배가 고픈 참이었다.
하긴 운동을 그렇게 했으니 고플만하지.
“뭐 먹을까?”
“떡볶이?”
“어제 먹었잖아.”
“어젠 배달 떡볶이였으니까, 오늘은 분식 떡볶이 어떠세요?”
“다른가?”
지인이 마치 징그러운 생명체를 바라보듯 날 본다.
업계포상인가? 경멸의 표정이 눈웃음과 함께 떠오르면서 묘한 기분을 선사하는데?
“피디님? 방금 진심으로 하신 말씀이세요?”
“왜, 왜 그래?”
지인이 팔짱을 풀고, 내 앞으로 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입을 열었다.
“어떻게 떡볶이가 모두 같다고 생각할 수 있죠? 육수를 내는 방법부터, 양념장, 사용하는 떡과 어묵, 들어가는 부가 재료에 따라 조리법이 수천 가지가넘는 요리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 내가 잘 못 했어.”
“아니요. 모르는 건 죄가 아니랬어요. 그러니까 볶는 방식에도 몇 가지 과정이 있는데....”
지인의 떡볶이학 개론은 십 분이 넘게 이어졌다.
“다 왔어.”
“이제 아셨죠?”
“응응, 떡볶이 최고!”
“헤헷.”
지인은 분식집 라볶이를 시켰고, 나는 돈가스를 시켰다.
오물오물 떡을 씹는 지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얘는 조용할 때가 제일 이쁘다.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도 귀엽긴 한데.
떡볶이학 개론 시간이 잊히질 않는다.
“왜요오?”
“이뻐서.”
“핫.”
볼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라면을 먹는 지인.
-후르릅.
오물거리는 입 모양이 너무 귀엽다.
휴지를 뽑아 입가에 묻은 양념을 닦아줬다.
“앗.”
“천천히 먹어.”
“헤헤.”
지인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한다.
“피디님.”
“응.”
“저 피디님이랑 있으면 다리 사이가 간질간질해요.”
또? 아직도 더 하고 싶다고?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앗, 제가 말실수를 한 건가요?”
“연예인 할 거면 말조심해야 해.”
“네에.”
다행히도 잘 넘긴 것 같다.
음, 아무래도 얘는 성교육 먼저 시켜야겠다.
하는 김에 기획사 전체 성교육을 해도 좋겠네.
“다 먹었어?”
“네.”
“가자.”
지인과 함께 집에 도착했다.
“온 김에 인사나 하고 갈까?”
“오셔서 커피 한잔하고 가셔요.”
“그러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언니! 나 왔어. 피디님도 같이 오셨어.”
“앗, 자, 잠깐만.”
“괜찮아. 피디님 아직 밖에 계셔.”
우당탕 소리가 몇 번 들리고 문이 열렸다.
“왔어? 들어와.”
“누나 안녕.”
“응.”
하루 지나 만난 누나는 너무 멀쩡해 보였다.
지애 누나는 말없이 커피를 타 가져왔다.
“내 동생을 외박시키고, 좋았어?”
“엇? 어어?”
뭐라고 답해야 하지?
“언니. 그러면 피디님 곤란하시잖아.”
“어쭈 이게 피디님 편을 들어?”
“헤헤. 난 언니 편이지.”
지인이 귀엽게 지애 누나에게 안겼다.
“후우, 아무튼 좋아 보여서 다행이다.”
“누나도 괜찮아 보이네.”
“응.”
묘한 괴리감이 느껴진다.
지애 누나가 좀 이상한데?
“누나 괜찮아?”
“응. 좋아.”
밝게 눈웃음 짓는 지애 누나.
“언니?”
“왜?”
“아니야.”
“싱겁긴.”
“헤헤.”
지인도 뭘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지애 누나 몰래 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애 누나 좀 이상하지?
-저만 느낀 게 아니죠?
-설명은 못 하겠는데 뭔가 이상해.
-저도 그래요.
-누나가 이상한 반응 보이면, 바로 연락해.
-네. 저도 유심히 지켜볼게요.
나와 지인은 굳은 얼굴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럼 갈 게.”
“잘 가.”
“들어가세요, 피디님.”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
회사로 가 볼까?
작업실에 도착해 의자에 앉았다.
“이상하네.”
왜 멜로디가 떠오르지 않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길 30분째.
아무런 음악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인이는 우리 회사 연습생인데.
연습생은 노래가 안 나오나?
데뷔한 사람만 곡이 나오는 건가?
고민만 늘었다.
“실험해볼 상대가 없을까?”
그때 메신저에 저장된 연락처가 하나 떠올랐다.
“데뷔는 했지만, 아직 자기 곡은 없는 신인.”
새로운 조건이다.
성윤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작곡가 성민입니다. 혹시 연락 가능하신가요?
-지이잉. 지잉.
바로 전화가 온다.
“네.”
“작곡가님.”
“안녕하세요?”
“네네. 안녕하세요!”
높은 톤의 목소리가 느껴졌다.
촬영 때 성윤진을 보면서 카디랑 해서 떠오른 곡이랑 잘 어울리겠단 생각을 했었다.
“한 번 만날까요?”
“좋아요. 언제 어디로 갈까요?”
회사로 한 번 찾아오랬더니, 바로 준비해서 온다고 한다.
“음, 3시간 후쯤 올 수 있죠?”
“그럼요. 없어도 있죠.”
“그럼 이따 봐요.”
전화를 끊고, 곡을 편곡했다.
성윤진의 무대를 떠올리며 그녀에게 맞춰 곡을 만졌다.
“후우, 시간이 꽤 남았네.”
잠시 숨 좀 고를 겸 간이침대에 누웠다.
아침부터 기를 쫙 빨려서 너무 힘들다.
-똑똑!
“네.”
민하씨가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민하씨도 실험해볼 가치가 있겠는데?
민하씨는 예전에 아이돌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쫄딱 망해서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어쨌든 데뷔해서 활동한 적 있는 가수다.
한 번 꼬셔봐?
노래를 줄 수는 없으니, 민하씨는 정말 내 능력으로 꼬셔야 한다.
할 수 있을까?
민하씨가 날 좋게 보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보도 자료 관련해서....”
아! 그러고 보니 카디의 곡이 곧 공개되는구나.
두근두근하다.
“아, 떨리네요.”
“저도요.”
“제 손 보이세요?”
나는 일부러 과장되게 손을 떨었다.
“푸훗.”
“잘 되겠죠?”
“잘 돼야죠.”
“항상 고마워요 민하씨.”
“뭘요 제 일인걸요.”
봐봐. 나 좋아하는 거 같다니까.
소연이도 내가 클럽에서 꼬신 거잖아.
나 여자 꼬시는 데 재능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니 애초에 특별한 피가이성 관계 특화잖아.
나도 모르게 막, 페로몬 뿜뿜하고 그런 거 아닐까?
망상은 접어 두자.
“그럼 그런 식으로 진행할게요.”
“네. 잘 부탁드려요.”
“보고는 문자로 계속하겠습니다.”
“네. 너무 고생하시네요. 민하씨도 여기서 잠시 쉬실래요?”
민하가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러고 싶지만, 직원들한테 욕먹어요.”
“에이, 민하씨 욕을 누가 한다 그래요? 제일 일도 많이 하면서.”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호호.”
일부러 민하씨를 보내지 않고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민하씨도 싫지 않은지 즐겁게 말을 받아 준다.
-똑똑.
“네.”
“프로듀서님 손님 오셨는데요?”
아! 벌써 시간이이렇게 됐나?
“어머! 벌써 시간이, 저는 먼저 가봐야겠네요.”
민하씨가 밖으로 나갔다.
직원이 윤진을 데리고 와서,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여기 앉아요.”
“네.”
잔뜩 긴장한 윤진이 딱딱한 표정으로 앉았다.
와, 긴장했어도 이쁘긴 진짜 이쁘다.
소연과 외모로 견줄 수 있는 사람을 처음 봤다.
소연이 단아하고 청초한 동양적인 미인이라면, 윤진은 화려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확 집중시키는 미녀였다.
“왜 이렇게 긴장했어요?”
“아, 아닙니다.”
“통화 때랑 너무 다른데요?”
“죄, 죄송합니다.”
로봇이랑 대화하는 거 같네.
“긴장 풀라고 해도 풀리진 않겠죠?”
“죄송합니다.”
“죄송할 일은 아니에요.”
왜 이렇게 긴장했어? 놀라게 하면 심장마비로 죽겠는데?
“근데 그 상태로 노래 부를 수 있겠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말고 잘.”
“잘 하겠습니다.”
진짜 기계야?
“일단 작업실로 가죠.”
“네.”
윤진이 일어나 뻣뻣하게 걸어간다.
아니, 얘 뭔가 고장 난 거 같잖아.
부스로 집어넣고, 밖에 앉아 윤진의 상태를 확인했다.
숨을 몰아쉬더니갑자기 상태가 나아진다.
응? 괜찮은 거 같지?갑자기 나아진다고? 노래하는 게 그렇게 좋은가?
“윤진씨.”
“네.”
“준비한노래 있어요?”
윤진이 말한 노래의 반주를 틀었고, 윤진은 떨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무난하네.
사실, 얘가 노래를 엄청 잘 하는 건 아니거든.
얼굴이 치트키라 잘하는 것처럼 들리는 거였어.
계속 목소리를 분석하다가 깨달았다.
노래는 그룹을한다면 나쁘진 않은 수준.
솔로로는 좀 부족하다.
“음, 일단 나와보실래요?”
“네.”
윤진이 부스에서 나왔다.
테이블에 불러 앉히고 말을 꺼내려는데.
얘 또 왜 이래?
다시 기계가 됐다.
“노래는 잘 해 놓고, 갑자기 또 왜 이래요?”
“조, 죄송, 흣, 합니다.”
중간에 혀까지 씹는다.
뭐가 문제야?
내가 문젠가? 진짜 막 페로몬이 뿜뿜 나와서 그런가?
“윤진씨.”
“네.”
“춤은 출 수 있나요?”
“추, 춰본 적은 없지만, 시키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기 무슨 군대냐고.
“음, 그룹 해볼 생각은 있어요?”
“그룹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핫. 아니, 그게.”
의견은 확실하네. 긴장해서 속마음이 그냥 나오는건가?
“음, 그렇군요.”
사실, 윤진 정도 외모면 기획사에서 데려가려고 기를 쓸 텐데.
혼자서 이곳저곳 방송에만 나오는 게 이상했다.
아마 기획사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겠지.
그룹으론 최고의 비주얼 센터지만, 솔로를 고집한다면 조금 뽑기 꺼려지는.
“윤진씨 나이가?”
“스물한 살입니다.”
오! 합격. 20대 하렘 멤버에 딱이네?
아니, 아직 어려서 고집도 안 꺾을 테고.
나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됐다.
내겐 특별한 곡이 있으니까.
아마도 시연처럼 이 곡만큼은 잘 부르게 되지 않을까?
“이 노래 먼저 들어 봐요.”
“네.”
노래를 틀었다.
보컬이 강조되진 않지만, 편안하게 듣기 좋으면서 약간 신나는 곡이다.
윤진은 눈을 크게 뜨고 날 본다.
“와아.”
“어때요?”
“너, 너무 좋습니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엄지를 치켜들며 말하는 윤진.
“풋.”
긴장해서 나오는 반응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아, 죄, 죄송.”
“아니, 죄송할 일 없구요. 회사랑 계약 하시면 이 곡을 드릴게요.”
“하겠습니다.”
윤진은 고민도 없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럼 잠시만요.”
“네.”
문자로 민하씨를 호출했다.
-와, 회사에 가수가 쑥쑥 늘어나네요.
-다 민하씨가 열심히 해주셔서 그렇죠.
-에이. 프로듀서님이 잘나서 그런 거죠. 호호.
민하씨가 작업실로 들어왔고.
민하씨가 계약서를 꺼내 윤진 앞에 내려놓았다.
“읽어 보시겠어요?”
“네.”
윤진의 긴장이 풀렸다.
응? 중요한 일 할 때는 긴장 안 하는 건가?
“이 조항은....”
“아, 그건 이런 식으로....”
계약에 관한 지식도 있는 거 같은데?
“이제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바로 할게요.”
윤진은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
“그럼 저는 올라가 보겠습니다. 프로듀서님.”
“네. 민하씨 고생해요.”
“감사합니다.”
민하씨는 계약서를 가지고 올라갔다.
“계약에 대해 잘 아시나 봐요?”
고개를 돌려 윤진을 보며 말했다.
“앗, 네.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녀서 어깨너머로 배웠습니다.”
다시 긴장한 윤진이 보였다.
민하씨가 나가자마자 또 긴장이라니.
어? 설마? 나랑 둘이 있어서? 그러고 보니까 방송 때도 긴장 안 했던 거 같은데?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윤진과 멀어졌다.
“프, 프로듀서님?”
“잠시만요.”
거의 벽에 붙을 때가 되니 윤진은 긴장이 조금 풀린 듯 어깨에 힘이 빠졌다.
다시 한 걸음씩 앞으로 다가간다.
“읏.”
윤진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역시, 나 때문이네?
아예 윤진의 옆에 섰다.
“하으.”
윤진에게서 작은 신음이 들렸다.
확실하네.
“저 때문에 긴장되는 거였네요?”
나는 벽으로 멀찍이 떨어지며 말했다.
“후우, 그, 그런 게아니구요.”
윤진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랬구나.”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