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일곱 번째 영감(2) (32/450)



〈 32화 〉일곱 번째 영감(2)

32. 지애, 지인 자매

지애가 집에서 이어폰을  채 노래를 흥얼거린다.

“언니?”
“어. 왔어?”

집으로 들어온 지인이 지애에게 인사를 건넸다.

“무슨 노래야?”
“응?”
“엄청 좋은 거 같아서.”

지애는 뿌듯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는 사람한테 곡을 받았어.”
“와! 언니 곡이야?”
“응.”
“나 들어 볼래.”

지애가 멈칫한다.

“언니?”

지애는 이상하게 동생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인이 한테 질투를? 설마, 아니겠지.’

지애가 웃으며 폰에서 이어폰을 뺀다.

“아직 녹음은 안 했어.”
“불러주는 거야?”
“그럴까?”
“와아!”

스마트 폰에서 나오는 반주에 맞춰 지애가노래를 부른다.

지인의 눈이 크게 뜨였다.

“어땠어?”
“언니.”
“응?”
“나도 부르고 싶어.”

지인이 노래의 클라이막스를 흥얼거린다.

지애는 당황했다.

‘한번 불러 보고 싶다는 거겠지?’

“그래. 여기 가사야 불러 볼래?”
“언니.”
“응.”

지인이 뜸을 들인다.

“왜 그래?”
“나, 이 곡으로 데뷔하면 성공할  있을 것 같아.”
“응?”

지인의 꿈은 가수다.

특별법 때문에 활동은 못 했지만, 열심히 보컬 학원에 다니고 있다.

“언니, 이 곡 나 주라.”
“아, 안돼!”
“언니?”

지인이 놀라서 지애를 부른다.

“이 건  노래야.”

눈빛이변한 지애가 소리쳤다.

“왜, 왜 그래?”

지인이 당황해 언니를 바라본다.

지애에게 지인은 딸과 같은 존재다.

7살이라는 나이 차도 그렇지만,

어느 정도 지인을 양육한 것도 사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아버지는 매일 술을 드셨다.

어머니는 매일 음주를말리시다,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 날 어머니는 짐을 싸서 집을 나갔다.

지애가 22살 때의 일이다.

그때 지인은 15살의 나이었고,

한창 사춘기의 소녀는 그런 아빠를 버틸 수 없었다.

지인이 엇나갈 것 같은 상황이 오자 지애는 결심을 했다.

‘내가 데리고 나가서 살자.’

음악 한다고 돈은 벌어본 적 없는 지애였지만, 어떻게든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언니, 정말 괜찮겠어? 그냥 아빠한테 가자.”
“그,인간도 돈 못 벌어.”
“그럼, 엄마는.”
“찾을 방법이 없잖아.”

지애는 찜질방을 전전하며 지인과 살았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기술도 학력도 없는 지애가 동생과 함께 살만한 돈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 이 일이라면.’

그때 성매매가 눈에 들어왔다.

한 달 일하는 조건으로 미리 오백만 원을 준다는 조건.

 벌면 더 가져갈 수 있다고도 한다.

지애는 간절했고, 그 제안을 수락했다.

돈에 간절했던 지애는 진상과도 웃으면서 관계를 맺었고.

다른 사람들이 꺼리는 방에도 스스럼없이 들어갔다.

그렇게 독하게 일한  달.

미리 받은 오백 포함  팔백만 원을 벌었다.

“와, 우리도 집이 생겼다.”
“좋아?”
“응.”

월세 집에 들어온 동생의 행복한 표정, 보는 것만으로 지애는 다시 몸을  원동력을 얻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지애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졌고, 가게에 에이스가 됐다.

여러 곳에서 스카웃 제의도 들어왔지만, 처음 도와준 사장님과 의리를 지켰고.

사장님은 그런 지애를 이쁘게 보고 많은 편의를 봐줬다.

지애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언니.”
“응?”
“요즘 노래는 안 해?”

동생의 걱정으로 노래도 다시 시작했다.

물론,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노래는 돈이 안 돼.’

업소에서 일하며 집도 좋은 곳으로 이사했고, 동생도 어디서 꿀리지 않게 키웠다.

‘뭐, 취미로 다시 해도 되겠지.’

다시 시작한 노래는 즐거웠다.

지인과 노래는 지애가 버틸 수 있는 동력이었다.

그러다 성민을 만났다.

그가 잠자리에서 잠시 흥얼거린 멜로디는 지애의 마음을 울렸다.

그에게 받은 곡이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애는 일도 줄이고 노래연습에 매진했다.

지인은 언니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나이가 먹으며 저절로 알게 됐다.

차마 언니에게 뭐라고  수 없었고.

그냥언니를 최대한 배려하며 살았다.

‘언니는 날 위해 그런 일까지 했는걸.’

지인은 항상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할  있는 모든 양보를 했다.

오늘 언니가 일을 쉰다는 말을 듣고 즐거운 저녁을 기대했던 지인.

언니의 노랠 듣고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내가 부르면 이 곡이 더 잘  거야.’
‘내가 부르고 싶어.’
‘언니는 가수로 희망도 없잖아? 내가 불러야 해!’

지인은 언니에게 곡을 달라고 했고, 처음으로 소리치는 언니의 모습을 봤다.

지인은 언니를 엄마처럼 따랐으며, 지애도 지인을 딸처럼 키웠다.

두 사람은 서로, 아주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지인은 처음으로 욕심을 부렸고.

지애는 처음으로 거절을 말했다.

“언니. 무서워.”
“아, 미안. 지인아. 무서웠어?”

지애는뭔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오늘 맛있는 거 먹을까?”
“아니, 나 쉴게.”
“떠, 떡볶이 먹자.”
“괜찮아.”

지인이 지애를 피해 방으로 들어갔다.

지인은 눈물을 흘리며 누웠다.

지인은 자신의 생각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내가 언니한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자신에게 화가나 눈물이 났고.

미안해서 언니를 볼 수 없었다.

지애는 지인을 따라가다 훌쩍이는 소리를 듣고, 그대로 돌아 나왔다.

‘내가 무슨 짓을.’

죄책감에 짓눌린 지애는 생각에 잠긴다.

‘그래. 이 곡, 지인이가 부르는 게 좋을 거야.’
‘성민이도 위험부담 없이 수 있겠지.’
‘지인이한테 주자.’

지애는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인이를  키웠잖아.’
‘이제 지인이도 자기 살길 찾는 거야.’
‘지인이가 나보다 성공할 확률이 더 높으니까.’

지애는 지인이 성공하면, 자신도 그 덕으로 먹고 놀 수 있을 거라 위안 삼았다.

다음 날 아침 지애는 지인을 불렀다.

“언니.”
“이 곡 너 줄게.”
“아니야. 괜찮아. 언니가  잘 부르잖아.”
“줄 때 받아.”

‘어, 언니 노랜데.’

지인은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곡이 아직 완전히 내 곡이 아니라서.”
“응?”
“준 사람한테 허락을 맡아야 해.”
“응. 내가  일이 있어?”

지애가 지인에게 노래에 대한 해석이 빼곡하게 적힌 가사지를 넘겨줬다.

“연습해서 보여 주러 가자.”
“응. 나 열심히 할게.”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회복됐다.

하지만 지애는 뭔가 마음속에서 큰 게 사라진 기분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고, 성민과 약속을 잡은 지애는 굳게 마음을 먹고 동생과 함께 성민의 회사로 찾아갔다.

“누구?”
“동생.”

평소라면 동생 자랑을 늘어놨을 텐데.

지애는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동생을 잠시 떨어트려 놓고, 성민과 대화하는 지애.

“그, 나 주기로 한  동생한테 주면  될까?”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떼,말을 꺼낸다.

‘그래, 이게 맞는 일이지.’

동생의 노래를 들어 보자는 성민.

동생이 들어와 자기를 소개한다.

“저는 이 지인 이구요. 스무 살이에요.생일도 지났구요.”

딱히 잘못한 게 없는 소개였지만, 지애는 지인의 소개가 얄밉게 느껴졌다.

‘아니, 아니야. 내 동생인걸.’

마을을 다잡는 지애. 지인은 노래하러 들어간다.

‘잘 부르겠지?’

동생이 노래를 잘 불렀으면 하는 마음, 못 불러서 다시 성민이 자신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두 개의 마음이 지애를 어지럽힌다.

“하얗게....”

동생은 깔끔하게 노래를 잘했다.

성민도 만족한 듯 보인다.

“바로 데뷔는 힘들 같아.”
“트레이닝 받고 데뷔하자.”

성민이 동생의 데뷔를 늦춘다는 말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생겼지만,

다음 말에 완전히 체념했다.

‘그래, 지인이를 위해서야.’

계약은 부드럽게 진행됐다.

지애는 꼼꼼하게 확인했고, 지인의 서명을 마지막으로 모든 미련을 버렸다.

‘후련하고, 아쉽고, 이상하네.’

지애는 뭔가 모른 감정에 살짝 눈물이 차오름을 느꼈다.

‘잘 된 거야. 잘  거야. 근데 왜? 동생이잖아. 내가 제일 사랑하는.’

“지애 누나?”
“응?”
“같이 저녁 먹자고.”

지애는 성민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계속 있고 싶지 않아. 더 있으면 울지도 몰라. 지인이가 슬퍼할 거야. 가뜩이나 내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데.’

지애는 지인을 위해.

또, 자신을 위해 자리에서 빠지기로 했다.

‘잠깐. 설마?’

성민의 노래는 마력이 있다.

듣고 있으면 뭔가 야한 생각이 들고, 성민과 하고 싶다는 갈망을 만든다.

‘지인이도 그럴까?’

지애는 불안한 마음에 다음에 자리를 만들자며, 지인을 데리고 가려고 생각했다.

그때 마음속으로 성민의 노래가 울렸고, 생각이 변했다.

‘성민이는 믿을 만하니까. 지인이도  큰 성인이고.’
‘두 사람 선택에 맡기자.’

지애는 떨리는 목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말했다.

“아. 그, 난 들어가서  일이 있어.”

지애는 지인이가 걱정됐지만, 갑자기 성민이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괜찮겠지.’

지애의 떨리던 동공이 제자리를 찾는다.

성민과 눈이 마주쳤고, 성민의 눈을 보자 걱정이 사라졌다.

‘그래 성민이는 괜찮아.’

지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해 줘야 해.”

지애는 자기도 모르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지인이 의문을 표했지만, 웃으며 잘 넘어갔다.

지애는 혼자 집으로 들어왔다.

“이상해.”

아까부터 이상한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노래나 듣자.”

혼자 있는 집에 큰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게 아닌데.’

평소 좋아했던 노래도 별 감흥을 주지 않는다.

억지로 따라 불러 보지만,

기분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조용히 말꼬리를 늘리며 지애의 손이 움직인다.

성민에게 받은 화이트란 곡이 흘러나왔다.

“흐으윽.”

지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심장을 도려낸 듯 고통이 밀려왔다.

“끄윽.”

노래가 진행될수록 지애는 자신을제어할 수 없었다.

“흐으윽, 흐윽, 흐아아아앙!”

지애는 큰 소리로 통곡했다.

짧지 않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반복 재생된 노래가 다시 처음부터 흘러나온다.

“흐윽.”

통곡을 끝낸 지애는 지쳐 쓰러지듯 몸을 뉘었다.

“흐으읏.”

격렬한 슬픔 이후에 찾아온 건, 성적흥분이었다.

“왜, 왜?”

지애는 자신의 신체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읏, 흐으응.”

하는 일 때문에 평소에도 자위는 생각도 하지 않는 지애다.

성욕의 처리는 일이었고, 하기 싫은 일이며, 혐오하는 일이었다.

“근데, 흐으응.”

지애는 자신을 믿을  없었다.

‘자꾸 아래가 욱신거려.’
“하으으, 하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달아오른다. 허벅지가 붙고 다리가 꼬인다.

“그, 그치만. 흐읏.”

지애의 손이 자신의 몸을 쓸며 점점 이동했다.

“하읏. 흐으응.”

손님의 요구로 자위하는 흉내를 낸 적은 있지만.

일을 시작한 이래 자신의 의지로 자위한 적은 없다.

그랬던 지애가 처음으로 자신의 보지에 손을 대었다.

“하읏, 흐으으응!”

보지에 손이 닿았다. 지애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무너졌다.

정신이 나간 지애는 본능에 따라 손을 마구 비빈다.

다른 손으론 가슴을 세게 쥐었다.

“흐으응! 하읏! 흐으으응! 흣!”

노래의 리듬에 따라 몸을 흔들며 자위하는 지애.

농염하면서도 풋풋한 자위는 아주 요염하면서도 어설펐다.

“하읏, 흐으읏, 흐으으응!”

지애의 몸이 점점 휘었고, 눈이 뒤집힌다.

지애의 손이  강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하읏,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앗!”

몸을퍼덕인 지애가 부르르 떤다.

“끄윽, 흑, 흐극. 하아.”

마구 떨리던 지애의 몸이안정을 찾았다.

“하아아, 하아. 대체....”

절정의 여운이 가신 지애는 정신이 돌아왔고,

의문에 휩싸였다.

“뭐였지?”

정신이 멍하고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들려오는 노래만 지애의 멍한 뇌리에 꽂혔고,

지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아침 일찍 눈이 떠진 지애.

성민의 노래는 여전히 울리고 있다.

‘안 끄고 잤나?’

가만히 앉아 노래를 듣는다.

지애는 아무런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하다.”

지애가 노래를 다시 집중해서 듣는다.

‘노래는 좋은데.’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천천히 움직여 보지에 가져간다.

“으음.”

쾌감은커녕 불쾌한 느낌만 전해졌다.

“뭐였지?”

계속 노래를 반복해서 듣던 지애는 노래를 불렀다.

지애의 목에서 소리가 나오는 순간부터,

눈물이 함께 나왔고.

노래가 끝나면서, 눈물도 그쳤다.

그리고 지애는 깨달았다.

‘내 안에서 뭔가 사라졌어.’

그것이 무엇인지, 사라졌기 때문에 알 수 없었다.

지애는 자신의 심장을 움켜쥐며, 노래를 껐다.

“끝, 이구나.”

노래와 완전히 결별했음을.

지애는 인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무언가가 변했음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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