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일곱 번째 영감(1) (31/450)



〈 31화 〉일곱 번째 영감(1)

31. 이지인

미국에서 전화가 왔다.

“요, 브로.”
“카디.  지내?”
“물론이지.”

카디 미나즈의 전화.

간단히 안부를 전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곧 곡이 나올 거야.”
“그래?”

줄리보다 카디가 먼저 곡을 발표하네?

“잘 되겠지?”
“그럼, 이 곡은 힙합 팬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알겠어.”

자세한 일정을 듣고 받아 적었다.

카디는완성한 곡을 들어보라며, 메일로 보냈다고 한다.

“오, 브로, 노래 들으니까 보고 싶다.”
“나도 보고 싶어.”
“한국에 갈까?”
“응?”

카디는 농담이란 말로 넘어갔는데, 왠지 진짜  것 같다.

“그래. 활동 잘 하고.”
“브로의 곡으로 미국을 평정할게.”
“그랬으면 좋겠네.”
“후후훗.”

카디와 통화를 마치고 민하씨한테 문자로 일정을 알렸다.

-프로듀서님! 너무 기대되네요. 그럼 저희도 때맞춰 보도자료 뿌리겠습니다.
-고생해 주세요.

줄리랑도 통화 해야겠네.

줄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허니! 요즘 어때?”
“잘 지내.”

역시 안부 먼저 물었고, 본론을 꺼낸다.

“카디 곡이 먼저 나온다는데?”
“응,들었어.”

줄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놨다.

“한  있지, 그래서....”
“그랬구나. 알겠어.”

긴 이야기였지만, 요약하면 함께 계속 작업하던 작곡가가 내 곡을 듣고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한다.

그래서내 곡을 타이틀로 신곡 몇 개에 옛 곡을 넣어 앨범으로 만든다고 한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기다려 달란 부탁도 있었다.

그렇게 줄리와 이야기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아, 미국 생각나네.”

줄리의 뽀얗고 보드라운 피부와 카디의 까맣고 탄력 있는 피부.

둘이랑 쓰리썸 하면 엄청 좋겠다.

흑과 백. 그리고 나. 완전 인류화합의 장이네.

인종 통합을 내가 이룩할 수 있겠네.

“하아아.”

즐거운 상상을 하지만 나오는 건 한숨뿐이다.

“그래도 조금 나아졌지?”

음악을 틀었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기분이 나빠졌다.

지금 나는 작곡을 하고 있다.

섹스로 곡을 떠올리기 시작하면서 내 작곡 스타일은 많이 변했다.

원래는주제를 정하고, 어울리는 악기를 찾은 다음.

전체적인 틀을 잡고, 디테일을 맞추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떠오르는 대로 작은 부분부터 만들고 있다.

아무래도 곡이 떠오르는 것과 비슷하게 만드는 게 더 잘되는 것 같았다.

물론, 섹스로 얻은 곡에 비하면 너무 부족하지만.

듣는  하나는 엄청나게 좋아진 나다.

이것도 능력의 일부 같다.

내가 만든 곡을 듣고 있으니, 딱 기획사 공모전 최종 탈락하는 곡들 수준과 비슷했다.

“뭔가부족해.”

섹스로 얻은 곡을 열심히 뜯어고치고 분석해 보지만.

실력이 급작스럽게 늘진 않는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지?”

아마추어 수준에서도 평균, 혹은 그 이하의 실력이었던 내가.

아마추어치고는 잘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섹스에 계속 의존할 순 없으니 이대로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피디님! 어? 누구 곡이에요?”
“응? 시연아. 어쩐 일이야?”

작업실로 시연이 찾아왔다.

시연은 유티비 촬영으로 회사 스튜디오에 자주 오는 만큼 작업실에도 자주 찾아온다.

“그냥 들렀죠. 헤헤.”
“이 곡 어때?”

시연의 감상을 듣고 싶다.

“음, 조금 애매하네요.”
“뭐가?”
“프로가 부르기엔 조금 부족하고, 아마추어가 부르기엔 너무 좋은?”
“그렇지?”

나와 비슷한 평이다.

“아참, 피디님. 골드티비 언박싱방송 같이해요.”
“그럴까?”

 유티비를 회사 유티비 채널로 바꾸고 시연과 합쳤다.

100만 구독자가 아쉽긴 했지만, 많이 따라왔고, 회사 유티비 채널도 빠르게 100만 구독자를 찍었다.

시연이 노력한 덕분이지.

“슈가 페어리도 부르자.”
“그래야겠죠?”

시연이 살짝 서운한 투로 말했다.

그럼 얘들도 지분이 대단한데.

회사 유티비는 시연 팬이 대부분이지만, 슈가 페어리 팬도 만만치 않다.

내 팬은 별로 없지만, 시연이나 슈가 페어리 팬이 내 팬이기도 하지 뭐.

“그럼 실장님한테 말해서 일정 잡아볼게요.”
“그래.”

뒤돌아 나가는 시연을 뒤에서 안았다.

“헤으응, 피, 피디님?”
“하하.”

반응이 대단하다.

내게 기대오며 몸을 떠는 시연, 뒤로 얼굴을 돌리며 올려다본다.

눈이 풀렸네.

“그럼 가봐.”
“흐읏, 너, 너무해요.”

흥분으로 볼을 붉힌 시연이 밖으로 나간다.

나도 슬슬 준비해 볼까?

오늘은 지애 누나를 만나기로 했다.

왜 계약을  했지?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사무실로 올라가 회의실을 하나 잡고 지애 누나가 도착하길 기다렸다.

야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왜 회사로 온다고 한 거지?

계약하려고 그러나?

뭐, 밤은 기니까. 일이 끝나고도 시간은 많다.

“손님 오셨습니다.”
“아, 네.”

직원이 알려줬고,  지애 누나가 들어왔다.

한 명  왔네?

“안녕.”
“안녕하세요.”

지애 누나가먼저 인사했고, 따라온 여성이 인사한다.

“왔어? 안녕하세요. 누구?”

지애 누나를 보며 물었다.

“동생.”
“아.”

듣고 보니 닮았다. 지애 누나보다 체구는 좀 작고 젊어서 그런지  이쁘다.

가슴도 더 큰 거 같고?

내가바라보자 눈웃음을 짓는다.

눈웃음은 유전인가? 얘도 남자  홀리겠다.

“잠시 둘이 얘기하게, 동생 어디 쉴  있어?”
“아, 잠시만.”

지애 누나의 동생을 휴게실로 안내하고 지애 누나와 회의실로 돌아왔다.

“동생은 왜 데리고 온 거야?”

기획사 구경하고 싶나?

뭐, 그런 친구들 많으니까.

“그, 나 주기로  곡 동생한테 주면  될까?”
“응?”

지애 누나는 조심스런 톤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는 나이도 있고, 전직도  그러니까.”
“괜찮다고 했잖아.”
“좀, 그래서. 내 동생도 노래 잘 해.”

나야 더 안전하니 좋긴 한데. 이 누나 표정을 보니 함부로말을 못 하겠다.

“정말 괜찮겠어?”
“당연하지.”

지애 누나는체념한 표정이다.

음, 뭔가 일이 있었나?

“일단 동생 노래 들어보자.”
“응.”

지애 누나가 동생을 데리고 왔다.

“저는 이지인 이구요. 스무 살이에요. 생일도 지났구요.”
“딱 좋은 시기네. 말 편히 해도 될까?”
“네. 물론이죠.”

몇 년 전에 이상한 법이 하나 통과됐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발의된 미디어 노출 제한 특별법.

스무 살 생일이 지나기 전, 수익창출이 목적인 영상 및 간행물에 출연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실행했고.

지금 와서는어쩔 수 없이 지키는 법안이 됐다.

이제 티비에 나오는 사람 중에선 20살 미만은 찾아볼  없어졌다.

유티비도 마찬가지.

물론 수익창출을 안 하거나, 공적인 부분에선 출연이 제한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익창출 목적이 없는 영상도 간접 광고나, 유티비 자체 광고가 붙으면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청소년을 미디어에서 찾아보긴 요원한 일이 됐다.

즉, 대부분 영상에 나오는 사람은 모두 성인이라는 소리다.

지인이가 생일이 지났음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데뷔할 수 있다는 어필로 받아들일  있다.

“저기서 부르면 돼. 자신 있는 곡 있어?”
“이거 연습해 왔어요.”

지인이 내 곡의 악보를 꺼낸다.

제목 ‘화이트’가  보였다. 아, 그때 슬립 입었던 지애 누나 생각난다.

얘도 입혀서 자매 덮, 흠흠.

“그래. 불러 보자.”

음흉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지인에게 노래를 시켰다.

“하얗게....”

오,  하네?

지애 누나와 비슷한 톤이지만, 훨씬 좋다.

일단 어려서 그런지 버릇이 없다.

사실 지애 누나는 하는 일 때문인지 몰라도, 노래에 약간의 뽕끼가 있었다.

지인은 그런 버릇 없이 깔끔하게 노래를  불렀다.

“잘하네.”
“감사합니다. 헤헤.”

지인이 환하게 웃는다.

지애 누나는 동생을 자랑스러운 눈으로 보면서도 약간은 침울한 기색이다.

“그래도 바로 데뷔는 힘들 것 같아.”
“네.”

지인이 혼란스런 눈으로 대답했다.

“조금 트레이닝 받고 데뷔하자.”
“감사합니다.”

우리 회사에  연습생이 들어왔다.

지인은 노래는 잘 하지만, 아직 자신의 색을 찾진 못했다.

트레이닝을 받으며 좀  가다듬으면 더 좋은 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두 사람을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회사 임원 단톡방에 사실을 알렸다.

단톡방이라고 해봤자. 아빠랑 민하씨 나, 심 실장님 넷뿐이지만.

-프로듀서님이 하시는 일은 다 믿어요.
-그래 잘  봐.

민하씨와 아빠의 답장이 바로 왔다.

심 실장님은 아직 임원이 된  얼마 안 돼서 대화에 잘 참여하지 않으신다.

눈치를 많이 본다고 해야 하나?

나 그렇게 어려운 사람 아닌데.

민하씨가 내려와 표준 계약서를 건네줬다.

“프로듀서님. 계약은 제가 진행할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나는 잘 모르는  사실이니까.

“그럼 가시죠.”

민하씨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섰다.

“계약하시는 분이?”
“저에요.”

민하씨가 지인과 말을 나눴고, 지애는 옆에서 집중해 내용을 듣는다.

“그럼 서명하면 되나요?”
“네.”

지인의 계약이 끝났고, 지애 누나가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
“뭘. 지인이가 노래를 잘 해서 그렇지.”

민하씨가 계약서 한 장을 지애 누나에게 주고, 자신도 한 장 가졌다.

“우리 회사 식구가 된 걸 환영해요.”
“감사합니다.”

지인이 웃으며 감사를 전했다.

“그럼 저는 이만.”

민하씨가 나갔다.

“계약한김에 같이 저녁 먹을까?”
“좋아요!”

지인이 바로 신나서 대답했다.

“지애 누나?”
“응? 뭐라고?잠시 생각하느라 못 들었네.”
“같이 저녁 먹자고.”
“아. 그,  들어가서 할 일이 있어.”
“그래?”

지애 누나 표정이 좀 이상한데?

“언니?”
“지인아 피디님이랑 먹고 혼자   있지?”
“당연하지, 내가 애도 아니고.”
“후후, 언니 눈에는 애로 보인단다.”
“피이.”

사이가 좋은 자매다.

지애 누나가 집에 간다니 아쉽다.

자매 덮밥의 꿈은 이대로, 아니, 지인이 처음일지도 모르는데 바로 덮밥은 힘들지.

“누나 정말 그냥 갈 거야?”

확인하듯 물었다.

눈빛으로 은근히 의중을 떠보면서.

지애 누나의 동공이떨리다가멈췄다.

“응, 괜찮아! 잘해 줘야해.”
“응? 뭘 잘해 줘?”
“어? 아, 아니. 그냥 맛있는 거 사주라고.”
“걱정하지 말고 조심히 들어가.”
“고마워.”

지애 누나의 허락이 떨어졌다.

내 노래를 부르기로 한 이상 나와 섹스는 필수다.

실력이 무럭무럭 자라자너.

물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있고.

파릇파릇한 저 피부를 봐라.

땀을 흘려도 싱그러운 라임의 향기가 풍길  같은 저 풋풋함.

남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눈웃음까지. 크으.

그러고 보니 곡을 받은 사람이 다 나보다 어리네?

아, 카디랑 줄리가 있었지.

미국인이라 나이를 생각 안 했네.

둘은 나보다 연상이긴 하다.

하는 짓은 어려 보였지만,

시연이 25살이고, 소연이 24살, 수희가 23살, 여나가 22살이다.

이번에 들어온 지인이 20살이니까 21살 친구를 뽑으면?

내가 26살이니까, 동갑 친구도 한 명 뽑아야지.

지애 누나가 27살이고, 줄리가 28살 카디가 29살이지?

음, 지애 누나는 빼면, 동갑 친구랑27살, 21살  명씩 뽑아야겠다.

20대로 10인 하렘을 차려서 모두 내 회사에 소속시킨 다음에.

아, 줄리랑 카디를 내 회사로 소속시키는 건 어렵겠지?

“피디님?”
“응.”
“무슨 생각 하세요?”
“네 데뷔 계획?”
“앗. 감사합니다.”

지인이 눈웃음치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뭐, 데뷔 생각이랑 비슷한 거니까.

천천히 걸어가며 지애 누나를 배웅했고,

지인과 둘이서 걸음을 옮겼다.

“술은 좀 마셔?”
“아직  마셔 봤어요.”

굳이 내가 마시게 할 필요는 없겠지?

“뭐 먹고 싶어?”
“음, 떡볶이요.”
“더 좋은 거 먹어도 돼.”
“그런  아니구요, 사실 떡볶이를 엄청 좋아하는데 언니가 가성비가 나쁘다고  시켜줘요. 히잉.”
“푸훗.”

지인이 우는 시늉을 하며 작은 손으로 눈가를 훔친다.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귀엽네.”
“감사합니다.”

인사성도 밝다.

“어디 떡볶이좋아해?”
“어디든 다 좋아요!”

근처 분식집을 찾아봐야 하나.

“저, 피디님.”
“응?”
“배달시켜 먹어요. 배달 떡볶이의 느낌을 먹고 싶어요!”
“그럴까?”

지인이 활기차게 말했고, 나도 배달이 편해서 좋다.

“회사로 갈까?”
“너무 멀리 나왔는데, 히잉.”
“얼마나 걸었다고.”

음, 한 20분은 걸었네?

“저 구두 잘 안 신어봐서 발이 너무 아파요오.”

지인은 높은 구두를 신고 왔다.

“흠, 그럼 저기로 갈까?”

앞에 보이는 모텔 간판을 가리켰다.

“앗, 그, 그래요.”
“가자.”

지인이 부끄러워하며 머뭇거려서 손을 잡고 걸어갔다.

“흐으으.”
“왜?”
“처음 와봐서 조금 기분이 이상해요.”

모텔 방에 들어온 지인은 예쁘게 볼을 붉혔고, 그런 지인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지인이 눈을 감고  팔을 꼭 잡는다.


*그, 세상이 흉흉해서, 이상한 법을 설정에 끼워 넣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아이돌 하면 미성년자가 데뷔하는  당연히 여겨지기 때문이죠.
소설의 설정상 신인을 뽑고 하는데 많은 걸림돌이 예상되어 찾은 방법입니다.
억지스럽지만, 작가의 심리적 안정과 더 꼴리는 소설을 위해 웃으며 넘어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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