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여섯 번째 영감 (4) (29/450)



〈 29화 〉여섯 번째 영감 (4)

29. 카디미나즈

카디와 작업을 마친 다음 날 급하게 한국으로 출발했다.

“이번 곡은 좀 귀여운데?”

비행기에서 노트북으로 카디와 섹스 후 떠오른 곡을 완성하며 한국으로 향했다.

줄리와 카디가 가지 말라며 매우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혹시 두 사람이 한국에 올지도모르겠다.

자의식 과잉인가?

공항에 도착하자 민하씨가 기다리고 있다.

“민하씨?”
“잘 다녀오셨어요?”
“네. 민하씨가 나올 줄은 몰랐네요.”

민하가 웃으며 차로 안내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저도잘 모르겠어요. 어안이 벙벙하네요.”

줄리와 작업 기사가 나간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슈가 페어리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활동을 끝내고 유티비에 다시 집중한 시연의 곡도 차트 10위 권 안으로 들어왔다.

회사로 인터뷰 문의가 쏟아졌고, 연일 내 이야기가 기사로 보도됐다.

“애들을 위해서 인터뷰 몇 개 잡아 놨어요.”
“네.”

그간 회사도 규모를 조금 키웠다.

뭐 다른 건 아니고, 직원을   더 뽑았다.

민하씨는 마케팅팀 팀장이 됐고, 아래로 두 명의 직원이 생겼으며,

신인 발굴과 개발을 맡은 신인개발팀도 생겼다.

슬슬 연습생도 뽑아야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민하씨와 만나바로 인터뷰 장소로 갔고,

짐도 풀지 못하고 인터뷰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레콰이큐 기자 정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곡가 이성민입니다.”

아직 인터뷰에 말할 수 있는  많지는 않았지만, 알찬 내용을 담을  있을 만큼 알려줬다.

“잘부탁드려요.”
“아휴,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회사로 들어왔다.

“아들.”

아빠가 회사임을 잊고 내게 달려든다.

“대표님.”
“아, 그래. 미국에서 일은 어떻게 됐지?”

민하씨와 아빠그리고 나 이렇게 셋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대박이에요!”
“카디 미나즈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
“헐, 대표님!”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하자, 민하씨가 호들갑을 떨었고, 아빠는 잘 모르는 분야라 어벙하게 계신다.

대충 일 처리를 모두 끝내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방송 출연할 거지?”
“아무래도 하는 게 좋겠죠?”
“몸값을 좀 더 올리고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아직 오피셜로 뜬 정보가 없어서 방송가는 내 이슈가 금방 사그라질 거라 판단한  같다.

그래서 급하게 섭외 요청을 엄청 넣었겠지?

물밀듯이 들어오는 섭외 요청을 모두 거절하기도  그렇다고아빠가 빨리오라고 해서 한국에 이렇게 급하게 들어왔다.

미국에서 작업한 곡이 공개되고, 내 지위가 오르면 다 해결되겠지만,

당장 슈가 페어리나, 시연이 피해를  수도 있는 일이라 방송에 나가기로 했다.

“이게 좋겠어요.”
“그런가? 너무 예능 아니야?”
“지금은 예능에 나가서 인기를 쌓는 게 좋죠.”

내가 선택했고, 아빠가 말렸고, 민하씨가 그런 아빠를 설득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후, 그럼 이렇게 세 개 나가는 거로 하고, 보도 자료 뿌릴게요.”
“그래요. 민하씨가 수고 좀 해 줘요.”

선택된  개의 방송은 두 개가 음악 관련 예능이고,

하나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객원 심사위원으로  번 나가기로 했다.

다른 예능은 음치와 실력자를 판단하는 예능 음치 수사대에 패널로 나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진짜 가수와 모창 능력자가 나오는 가짜싱어까지.

모두 비중이 작은 역할로 나가는 이유는,

곧 있으면, 내 몸값이 불어날 테고 그때 훨씬 좋은 조건으로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치 수사대는 슈가 페어리 편에 패널로 나가기로 했고,

가짜 싱어는 시연과 함께 패널로 나간다.

모든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후우, 집이 최고다.”

짐을 풀고 침대에 쓰러졌다.

-띵동!

아침에 일어나 씻고 나오니 누군가 집에 찾아왔다.

“누구세요.”
“접니다. 프로듀서님.”

영하 매니저였다.

“영하 실장님?”
“아휴, 실장 소리가 아직도 어색합니다, 허허.”

매니저를 몇 명 더 뽑았고, 영하 매니저는 단번에 실장까지 올라갔다.

개국 공신이라 엄청난 특진이다.

“슬슬 출발하실 시간이에요.”
“아, 가시죠.”

영하 실장님과 대화를 나누며 샵에 도착해 메이크업과 헤어를 만졌다.

“와!프로듀서님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에이, 그 정돈 아니죠.”
“으으, 부러워서 배가 아픕니다.”

그새 많이 친해져 농담을 나누며 촬영장으로 향했다.

개인 대기실을 받을 수 있어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누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아! 선배님, 제가 찾아가야 했는데, 방송국이 익숙지 않아서. 아이고 이리 앉으세요.”
“허허, 괜찮아요. 선배는 무슨 같은 동료죠.”

 시대를 풍미했던 발라드의 제왕신승철이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객원 심사지만, 꽤 힘들 겁니다.”
“하하, 회사에서 새로 신인을 뽑으려고 경험 삼아  거예요.”
“오, 신인도 키우시게요?”
“슬슬 그래야죠.”

그는 내게 매우 호의적이었고, 대화는 즐거웠다.

“그럼 이따 봅시다.”
“네. 들어가세요.”

신승철이 나가고 또 한 사람이 들어 온다.

“프로듀서님?”
“엇! 안녕하세요. 이거 제가 찾아뵈려고 했는데.”
“호호, 누가 가면 어떤가요, 인사 나눴으면 됐지.”

신승철과 함께 심사를 맞은 여가수 엄효정이다.

독보적인 섹시 퍼포먼스로 지금까지도 종종 자료화면으로 쓰이는 국보급 섹시디바.

그녀의 노래‘초청’, ‘알아’ 등은 여전히 유티비에서 인기 동영상이다.

요즘은 가수보다는 배우로 많이 활동하지만,

종종 곡을 발표해 아직 댄스 실력이 죽지 않았음을 과시한다.

당당히 국내 섹시디바 계보의  자리를 차지한 대스타.

그런 그녀가 찾아오다니, 나 성공했구나.

“호호, 그럼 이따 봐요.”
“네. 잘 부탁드려요.”

회사를 운영하는 그녀다 보니 여러 가지 조언을 받을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는 게 아쉬울 만큼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녹화가 시작됐고, 딱히 눈에 띄는 인재는 없었다.

“지루하죠?”
“하하.”
“오디션을 너무 많이 해서, 새로운 인물이 없어.”

엄효정이 물었고, 내가 웃자 신승철이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

“그래도 시청률이  나오니까요.”
“그건 그렇지.”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현재 음악계의 판도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성민씨.”
“네?”
“나 곡 하나 써줄  있어요?”
“네?”

신승철이 뜬금없이 말했다.

“너무 부담 갖진 말고, 내가 요즘 슬럼프라.”

신승철은 자신이 만든 곡만 불렀던 가수다.

아직 남의 곡을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사람이 내게 곡을 의뢰한 거다.

“아니, 미안해요. 요즘 힘들어서 내가 실언을 했네. 못 들은 거로 해요.”
“네, 그래도 어울릴만한 노래가 떠오르면찾아뵙겠습니다.”
“고마워요.”

효정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 오빠 어지간히 이 작곡가가 마음에 들었나 봐?”
“노래가 너무 좋더라.”
“후훗, 그건 그래. 나도 오랜만에 피가 끓더라니까.”
“아이고, 감사합니다.”

심사는 길게이어졌지만, 딱히 뭐라  게 없었다.

이거 분량은 나오나 몰라?

“고생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승철과 효정에 이어 인사를 하고촬영장을 나섰다.

“으으윽, 힘들다.”
“엄청 길게 찍네요.”
“참가자가 많으니까.”

아침에 나왔는데, 해가 지고 있다.

매번 이런 촬영을 하는  사람이 갑자기 존경스럽네.

어떻게 버틴 데?

그만큼 후배를아끼는 마음이 큰 건가?

“도착이요.”
“고생했어요, 실장님. 들어가세요.”
“저보다 프로듀서님이 더 고생하셨죠. 푹 쉬세요.”

집에 들어와서 생각에 잠겼다.

“음, 남자에게 곡을 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똥꼬충 극혐인데.

사실, 여나랑 섹스하고 떠오른 곡이  승철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케스트라가 울리고 거기에 승철의 감미로운 보컬이 더해지면,

“대박인데.”

고민스럽다.

그래도 실험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여자한테만 곡을 줄 없으니까.”

승철을 생각하며 곡을 편곡했다.

‘선명하게 신승철 ver’ 파일을 폰에 옮기고 생각에 잠겼다.

“나중에 들려드려 보자.”

일단 질러보는 거지.

다음 촬영 날.

오늘은 음치 수사대를 찍는 날이다.

“피디니임!”
“보고 싶었어요.”
“헤헷.”

슈가 페어리 멤버들이 집 앞까지 찾아왔다.

심 실장님이 뒤에서 나타난다.

“프로듀서님 미국은 잘 다녀오셨어요?”
“그럼요.”

반갑게 애들을 맞이한 뒤.

심 실장님의 차를 타고 샵에 들렀다.

촬영장에 도착하고 대기실은 슈가 페어리와 함께 쓴다.

“미국 얘기해주세요.”
“그래그래.”

멤버들과 즐겁게 대화를 했고, 사람들이 안 볼 때는 야한 장난도 치면서 촬영을 준비했다.

촬영이 시작됐고,

멤버들이 인사를 하며 인터뷰를 했다.

중간중간 내 얘기도 나왔고,

나도 많은 인터뷰를 나눴다.

방송엔 얼마나 나갈지 감을 못 잡겠다.

“그럼 참가자를 공개합니다!”

진행자의 말에 여섯 명의 참가자가 나타났다.

“비주얼만 가지고 음치를 찾아야 하는데요. 소연씨는 누가 음치 같나요?”

방송이 계속 진행되었지만, 나는 3번 참가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와, 진짜 엄청 예쁘다.

방송을 의식해서 슬쩍슬쩍 보기만 하는데도 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실력자면 좋겠는데.

“저는 3번 참가자가 음치일 거 같아요.”

수희가 3번을 찍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저 얼굴에 실력자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아, 수희씨가 슈가 페어리 메인 보컬이죠.”
“갑자기 그건 왜요?”
“하하하하하.”

진행자와 수희의 대화가 진행됐고,

3번 참가자는 결국 3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럼 참가자의 무대를 공개합니다.”

커다란 문이 열렸고, 먼저 탈락한 5번 참가자의 무대가 지나갔다.

남자였는데, 음치였다. 재미는 있었지만, 관심은 오직 3번에 쏠려 그다지 기억에남지 않았다.

“그럼 3번 참가자의 무대를 공개합니다.”

3번 참가자가 무대로 나왔다.

“김턱씨가 침을 흘리며 바라봤던,”
“아니, 제가 언제 침을 흘렸다고.”
“안 봤어요?”
“보긴 봤는데.”

진행자들의 만담이 지나갔고, 반주가나온다.

유명 가수의 노래.

“사랑....”

첫 단어에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실력자다!

온몸의 세포가 기쁨을 표현하는 것 같았고.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예쓰!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무대가 끝났고, 조명이 켜졌다.

“네, 3번 참가자는! 실력자였습니다!”
“잠시 인터뷰 전에.”
“짚고넘어가야죠.”
“맞아요.”

진행자들이 내게 시선을 보낸다.

“성민씨?”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다.

“3번 참가자가 실력자로 밝혀지니까 크게 소리 지르신 것 같은데요?”
“아, 저도 모르게 그만.”
“왜 지르신 거죠?”

민망한  머리를 긁적였다.

“그, 응원하던 참가자라, 기쁜 마음에.”
“응원하셨다고요? 아는 분이신가요?”
“그건 아니지만,”

진행자가 웃으며 말한다.

“김턱씨 라이벌이  강한데요?”
“라이벌이라뇨.”
“아, 성민씨는  아래다?”
“아니, 그게 왜 그렇게 가는데.”

진행자들의 만담으로 상황이 넘어갔다.

와, 방송 진짜 잘한다.

“성민씨 3번 참가자에게 할 말 없어요?”
“곡 필요하시면연락 주세요. 진심입니다.”
“오 프러포즈까지.”
“아이고, 프러포즈라뇨.”
“이거이거, 김턱씨가 졌네요.”
“패배를 인정합니다.”

살짝 곤란했지만, 즐겁게 촬영을 마쳤다.

“오늘은  재밌었다. 많이 배웠어.”
“피디님!”

슈가 페어리 멤버들이 도끼눈을 뜨고 다가왔다.

“3번 참가자가 그렇게 예뻤어요?”

수희가 음흉한 말투로 물었고,

“맞아, 맞아.”

여나가 동조한다.

“얘들아피디님 곤란하시겠다.”

소연이 말렸지만,

“언니는 예뻐서 몰라요.”

여나의 말에 소연도 밀려났다.

소연을 제외한 두 명이 내게 무서운 기세로 질문 공세를 펼친다.

과학 시간인가? 잘 둘러대야겠다.

“회사에 신인이 필요하니까. 노래도 잘하고, 예쁘면 좋지.”

회사를 위해서라고 넘겼지만, 애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수희가 소연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한다.

“언니, 라이벌이  명 늘어나면 어떡해?”
“핫!”

그제야 소연은 도끼눈을 뜨고 내게 말한다.

“오빠 삼 번님 곡 줄 거예요?”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

 실장님이 오셔서, 애들을 겨우겨우 진정시켰다.

여난이구나.

오랜만에 셋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행사 일정이 있어서 보내줬다.

“다음에 보자.”
“피디님. 조심해요.”
“아셨죠?”
“지켜볼 거에요.”

여나, 수희, 소연의 인사를 뒤로 집으로 향했다.

 땐  실장님 차를 타고 왔지만,

갈 땐 혼자라니. 택시 타고 빨리 가야겠다.

택시를 잡으러  길가로 걸어갔다.

“엇! 작곡가님!”
“응?”

누군가 날 불러 세운다.

뒤를 돌아보니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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