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진명은 아침 햇살이 환하게 비춰 들어오는 창을 한 번 보다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
언제 일어났는지 현서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일어났어?”
진명이 웃으며 그녀의 몸을 안자 현서가 그의 품에서 고개만 들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자는 모습은 어린애 같이 천진스러운데 하는 행동은 왜 그렇게 짓궂은 걸까?”
“나?”
진명이 자신의 몸을 손으로 가리키자 현서가 웃으며 그의 가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여기 오빠 말고 또 누가 있어?”
진명은 시선을 밑으로 내려 그녀의 가슴을 보았다.
‘......!’
어제 섹스했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진명은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이렇게 날마다 같이 잠들고 같이 깼으면 좋겠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
“응. 마음은 그렇지. 하지만 현실은 그게 만만치 않다는 걸 나도 잘 알아. 우리 공주님하고 내가 워낙 신분 차이가 있어서 말이지.”
진명의 말에 현서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난 그런 거 따지는 사람 아니야.”
“하하. 그래. 아무튼 일어났으니까 인사 한 번 할까?”
진명이 그녀의 얼굴을 보며 몸을 점점 밑으로 이동시키자 현서가 물었다.
“뭐해?”
“응. 간밤에 잘 있었는지 여기에다 인사 좀 하려고.”
진명이 어느새 그녀의 보지까지 얼굴이 닿게 몸을 이동시켜 손으로 두 다리를 벌렸다.
“아이. 그러지 마. 안 씻어서 지저분할 거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현서가 다리를 벌려주자 진명은 얼굴을 박고 손으로 보지를 벌렸다.
‘......!’
조금 이상한 냄새가 나긴 났다. 정액과 애액이 뒤섞여 간밤 동안 발효됐으니 보지에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그게 비정상인 것이다.
하지만 진명은 손가락으로 껍질을 벌리고 혀를 내밀어 보지 속살을 골고루 핥았다.
“아아. 지금 거기 그러면 안 되는데. 지저분해.”
그러나 지저분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진명이 맛있게 빨자 현서도 흥분이 되는지 바로 보지에서 새로운 애액이 흘러나왔다.
쭙- 쮸룹- 쭙쭙-
진명이 입구와 클리토리스까지 번갈아가며 혀로 핥자 현서가 그의 얼굴을 잡고 헐떡였다.
“오빠. 이리 올라와.”
진명이 보지에서 입을 떼고 물었다.
“하고 싶어?”
“흐응. 하고 싶어. 나 안아줘.”
현서가 콧소리가 섞인 음성으로 말하자 진명은 가슴이 녹아 얼른 그녀의 몸으로 올라탔다.
그가 자지를 밀자 현서가 다리를 벌리며 그를 맞았다.
껍질을 헤치고 발기한 자지가 안으로 들어가자 현서가 엉덩이를 약간 틀며 입구를 귀두에 정확히 대주었다.
진명이 힘주어 밀자 좁은 동굴 속을 헤치며 귀두가 입성했다.
“으으. 오빠.”
현서가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말했다.
“키스 해 줘.”
진명이 입술을 대자 현서가 그의 입술을 빨았다.
점점 적극적으로 나오는 현서의 입술을 마주 빨며 진명이 자지를 움직였다. 귀두가 좁은 굴속을 헤치고 들어가자 역시 근육들이 강하게 조여 왔지만 아침이라 그런지 진명은 이번엔 전보다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명이 그녀의 입술을 빨며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퍽-
힘차게 좆질을 하자 현서의 입에서 바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흐윽. 이상해. 기분이 이상해.”
현서가 입술을 놔주자 진명은 젖꼭지 하나를 입에 물고 계속 자지를 움직였다.
퍽퍽퍽퍽퍽퍽퍽퍽-
이번에는 삽입하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버틸 수가 있었다. 왕복을 시작한지 5분이 넘자 진명은 자세를 옆으로 바꿔 다시 좆질을 했다.
퍽퍽퍽퍽퍽퍽-
“아아아.”
진명의 힘이 갈수록 더욱 강해지자 현서가 숨을 헐떡이며 진명에게 애원했다.
“오빠. 천천히. 천천히 해줘.”
“아파?”
“응. 약간 아프긴 하지만 그것보다 오빠가 너무 강하게 하니까 나 이상해서 기절할 것 같아.”
“알았어. 현서 네가 점점 더 느끼니까 그런 거야. 이제 앞으로 하자, 나도 곧 될 것 같다.”
“응. 빨리 해 봐. 흐응. 오빠! 나 못 견디겠어.”
정상위로 돌아와서 현서가 진명에게 마치 어린 딸이 아빠한테 어리광을 부리듯 말하자 진명은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 그녀의 입술을 물어뜯을 듯 빨며 자지를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
“으으으으.”
현서의 입에서 비명 비슷하게 묘한 신음이 터지자 진명도 속에서 엄청나게 터지는 것을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으으. 현서야. 나온다.”
진명이 그녀의 몸을 부서져라 끌어안고 사정을 시작했다.
“헉헉!”
현서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진명의 사정을 받아냈다.
쿨럭쿨럭쿨럭-
어제보다 더 많이 쏟아지는 정액을 현서가 다 받아내자 진명은 크게 숨을 내쉬고 몸에 힘을 풀었다.
“오빠.”
현서가 부르자 진명이 그녀의 가슴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었다.
“응?”
“오빤 너무 강한 거 같아.”
“후후. 넌 다른 남자하고 해 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알아?”
“느낌이야. 오빠보다 더 강한 남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내 생각이지만 현서 너를 감당할 남자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거기가 조이면 보통 남자들은 견디지 못하고 바로 사정해 버릴 거야.”
“그럴까?”
“응. 내 말이 거의 확실해. 그렇다고 다른 남자 만나서 실험해 보면 안 돼? 그럼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진명이 애인처럼 말하자 현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현서야.”
“응?”
“나 이제 자지 뺄 건데 입으로 좀 빨아주면 안 될까?”
“......!”
현서가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한 번만 빨아주라.”
“빼 봐.”
현서가 말하자 진명이 보지에 묻어두었던 자지를 빼냈다.
“으으.”
가볍게 몸을 떨던 현서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진명의 자지를 보았다.
‘......!’
점액질로 가득 묻어 있는 자지는 한 눈에 봐도 별로 청결하지 않게 보였다.
하지만 현서는 입을 벌려 반 쯤 힘을 잃은 진명의 자지를 입속에 넣었다.
쭉- 쭉-
현서가 귀두를 빨자 진명은 그녀의 뺨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현서 네가 최고야.”
꿀꺽-
빨았던 것을 현서가 모두 삼키자 진명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녀가 입을 벌리자 진명의 혀가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남은 것들을 모두 빨아들였다.
쭉쭉쭉-
길고 킨 키스를 마치고 진명이 입술을 뗐다.
“이제 좀 씻을까?”
“응.”
현서가 진명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 한 걸음 걷다 몸을 비틀거리며 다시 침대에 주저앉았다.
“아!”
“왜 그래? 어디 아파?”
진명이 황급히 그녀의 몸을 안자 현서가 그의 얼굴을 밉지 않게 흘겨보며 말했다.
“전부 오빠 때문이야. 아직도 그게 꽉 들어차 있는 거 같아서 걷기가 힘들어.”
“알았어. 내가 안아줄게.”
욕실까지 현서를 안고 간 진명은 그녀가 손끝하나 움직이지 않게 하고 그녀의 몸을 씻겨주었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친 두 사람은 다시 침대에 앉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서울 가면 어쩔 거야?”
진명이 묻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몰라. 생각 안 해봤는데...”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안 될 것이고 내일 학교 근처에서 만나자.”
진명의 말에 현서가 그의 얼굴을 보았다.
“우리 방학인데 학교에서 만나?”
“현서는 도서관에서 공부 좀 해. 나는 학교 체육관에서 운동을 할 테니까. 그러다 둘이 만나서 데이트 하면 좋겠는데. 싫어?”
“아니.”
현서가 생각하는 눈치를 보이자 진명이 물었다.
“왜? 오늘까지만 만나고 서울 가서는 날 만나기 싫은 거야?”
“그런 게 아니라... 정수 선배한테 뭐라 말해야 할지 그게 고민돼서. 또 민정이는 어떻게 할지, 그것도 신경쓰이고.”
“난 민정이 더 이상 안 만날 거야. 현서 너도 정수 만나지 마.”
진명이 단호한 어조로 말하자 현서가 마치 그 말을 기다린 듯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내일 학교에서 봐.”
진명이 남자들 숙소에 합류하고 아침을 먹은 뒤 일행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4박5일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 다음날 진명은 학교 근처에서 현서를 만났다.
그녀의 얼굴은 볼 때마다 새로운 감명을 줄 정도로 아름다웠고 진명은 그녀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 들어간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간단하게 차를 마시고 진명은 그녀를 데리고 나와 근처에 있는 모텔로 갔다. 그 전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출입을 할 엄두도 못 냈지만 현서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그였기에 망설이는 그녀를 이끌고 모텔방을 잡아 안으로 들어갔다.
“오빠. 오늘은 그냥 차나 마시고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진명이 서둘러 그녀의 옷을 벗기자 현서가 그렇게 말하며 그의 행동을 도왔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애무하며 섹스를 나누었다.
“현서야. 나 이제 곧 해외로 촬영가면 너 볼 시간이 없어.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이 들어서 널 볼 때마다 이러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마음 좀 이해해주라.”
진명이 그녀의 보지를 자지로 꿰뚫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아. 오빠. 오빠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해.”
“현서야.”
진명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뜨겁게 타올랐다.
진명의 해외촬영을 앞둔 일주일 동안 그와 현서 두 사람은 날마다 만나서 격렬하게 섹스를 나눴다. 진명은 현서를 보기만 하면 섹스를 요구했고 현서 또한 그가 원하면 한 번도 거부하지 않고 그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꿈같은 일주일을 보냈지만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내일이면 해외로 나가야 할 진명은 선영의 도움을 받아 모든 준비를 해 놓고 학교로 갔다.
학교 앞 카페에 들어가자 민정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어?”
진명이 그녀의 맞은 편에 앉으며 묻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방금 왔어.”
민정이 어두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진명도 마음 한 구석이 착잡해졌다.
차를 마신 뒤 민정이 그에게 물었다.
“여행 가서 내가 선배한테 잘못한 거 있어?”
“아니. 그런 거 없어.”
“그런데 왜 날 피해?”
“응. 민정아. 너한테 정말 미안한데 내일 촬영 나가면 이제 나 정신없이 바빠질 거야. 그리고 그 다음에도 널 만나서 사귄다거나 시간을 보낼 여건이 안 될 것 같아서, 더 이상 서로 정이 들기 전에 끝냈으면 해서...”
“그래서 아예 지금부터 얼굴을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이 말이지?”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응. 너한테 정말 미안한데, 서로 더 정 들기 전에 여기서 그만 끝내자.”
“난 이제부터 선배하고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웃기는 상황이네.”
민정이 입을 비틀며 웃는데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민정아.”
진명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자 민정이 얼른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숙였다.
머리도 영리하고 자존심은 더욱 더 센 여자다. 그런데 이렇게 남자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다니...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상처를 받고 상심하는 민정을 보니 진명도 마음이 괴로웠다. 그리고 여태껏 아무 생각없이 여자와 섹스를 해왔던 지난 날들이 떠오르며 갑자기 묘한 죄책감이 들었다.
‘이제까지 내가 잘못 살아온 건가?’
진명은 무책임하게 여건만 되면 아무 여자하고 섹스를 해 왔던 옛날이 후회가 되며 이젠 앞으로 조금은 달라져야겠다고 문득 결심을 했다.
한참 후 민정이 고개를 들고 자신을 보자 진명은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사과했다.
“민정아. 정말 미안하다. 널 상처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이렇게 됐네. 미안해.”
진명이 진심으로 사과하자 민정이 그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선배는 처음부터 진지하게 사귈 생각 없다고 말을 했었는데 내가 선배한테 욕심을 부렸어. 나도 처음엔 그냥 연예인인 선배에게 호기심 정도가 전부였는데 선배하고 그걸... 하고 나니까 마음이 변해버렸어. 육체적인 욕구를 채워주니까 선배의 모든 것이 좋게 보이고, 오늘도 사실 나오면서 선배하고 그거 하는 기대를 품고 나왔는데... 다 내 욕심이야.”
민정의 말에 진명은 하마터면 모텔로 가자는 말이 입에서 나올 뻔했다. 전 같았으면 헤어지는 기념으로 만족할만한 섹스를 하고 헤어졌겠지만 그래봤자 할 때만 좋지, 끝나고 나면 민정의 마음만 더 허전할 것이기 때문에 진명은 꾹 참고 민정에게 말했다.
“우리 좋은 친구로 남자. 서로 좋게 만났으니까 헤어질 때도 쿨하게 헤어져야지.”
“그래. 알았으니까 선배 먼저 나가라. 난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
“응. 잘 있어.”
“선배도 해외 나가면 몸조심해라.”
“그래. 고맙다.”
진명은 민정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 뒤 카페를 나섰다.
민정과 헤어지고 나온 진명은 현서와 만날 시간이 아직 안 돼 거리를 걸어 다녔다.
한 5분 정도 걸었을까?
그때 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응. 난 진작 끝났는데.”
“나도 방금 나왔어.”
“어디야?”
“오빠네 학교 앞 카페.”
“알았어. 너네 학교 쪽으로 걸어와라. 나도 그리 갈 테니까.”
잠시 후 거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차를 시키고 진명이 그녀에게 물었다.
“잘 끝냈어?”
현서가 어두운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빠는?”
“나야 애초부터 깊게 사귀자는 말은 하지 않았었으니까. 그런데 민정이가 의외로 상처가 깊었나 봐. 그 모습 보니까 많이 반성되더라.”
“오빤 반성해야 돼. 아무리 남녀가 평등한 시대가 왔다지만 몸 구조 상 여잔 남자에게 한 번 몸을 주면 쉽게 끊기가 힘든 법이니까.”
“그러게. 지금 많이 반성하고 있어. 앞으로 조심할 거야.”
“그래. 나도 많이 힘들어. 정수 선배, 날 진짜 좋아했나봐. 내 앞에서 펑펑 우는데... 진짜로 마음이 어렵더라.”
“그래서. 확실하게 말은 했어?”
현서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마음은 아팠지만 우리 두 사람이 앞으로 사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실하게 말하고 왔어.”
“잘했다.”
“내일 해외로 나가지?”
“응.”
“이제 어쩔 거야?”
현서가 이 시간 이후의 일을 묻자 진명이 그녀에게 말했다.
“널 안고 싶지만 오늘은 참을래. 지금까지 내 욕심대로만 해왔는데 이젠 절제나 인내심도 배워야할 것 같아. 아무튼 현서 널 만나면서 내가 많이 배운다.”
진명이 맑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자 현서가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제까진 그렇게 날 괴롭히더니... 갑자기 나에 대한 애정도 식은 건 아니겠지?”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묻자 진명이 진지한 어조로 그녀에게 말했다.
“내일 해외 나갔다 오면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 내가 원한다고 너와 관계가 지속되는 것도 아니고... 만약 현서가 날 만나고 싶지 않다면 난 민정이나 정수가 오늘 느끼는 심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될 거야. 그렇지만 어쩌겠어? 사람의 마음이란 게 강제로 움직여 본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걸 너를 통해 알게 됐는데. 오늘 사건을 통해 난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현서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마음 이해해.”
그때 현서의 핸드폰이 울렸다.
“응. 민정아.”
현서가 민정이와 통화를 하는데 진명의 핸드폰도 울렸다.
정수에게서 온 전화다.
진명이 그와 통화를 했다.
“정수야.”
“너 지금 어디니?”
목소리가 약간 변해 있는 것을 느끼고 진명이 물었다.
“너 술 마셨냐?”
“조금. 오늘은 취해보고 싶은데 몇 잔 마시다 보니까 네 생각이 나서 전화해봤다.”
“거기 어디냐?”
“왜? 와 주려고?”
“응. 갈게.”
“여기 학교 앞 로즈 카페야.”
“알았어. 빨리 갈 테니까 너무 많이 마시지 말아라. 조금만 기다렸다 나하고 같이 마시자.”
“응. 알았어. 빨리 와 주라. 친구야.”
“그래.”
진명이 전화를 끊자 현서가 그의 얼굴을 보며 묻는다.
“정수 선배?”
“응. 민정이는 뭐래?”
“만나자고. 마음이 힘들다고 위로해달래.”
“나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오늘은 우리 헤어져야 할 것 같다.”
“그래요. 한국 떠나면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 잘 다녀와요.”
“나야 한 가지 어려운 것만 빼면 다른 것은 문제없어.”
“그게 뭔데?”
“현서를 보지 못하는 게 제일 어렵지.”
“그럼 전화해요.”
“전화해도 돼?”
진명이 반색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응. 해도 돼.”
“알았어. 그럼 안심이다.”
진명이 활짝 웃자 현서도 그의 얼굴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진명이 카페로 들어서자 구석진 자리에서 정수가 그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진명아. 여기.”
진명이 다가가 그의 앞에 앉았다.
“많이 마셨어?”
진명이 묻자 정수가 흐릿해진 눈으로 그를 보며 웃었다.
“아니. 조금 마셨어. 한 잔 해라. 오늘은 좀 마셔보자.”
정수가 진명의 앞에 놓인 잔에 양주를 따르자 그가 잔을 들었다.
정수가 그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치며 말한다.
“건배!”
진명이 잔을 입술에 대고 술을 아주 조금 마셨다.
“순한 맥주나 마실 것이지 술도 약한 녀석이 웬 양주냐?”
진명이 타박을 하자 정수가 말했다.
“저번 여행 갔을 때 말이야. 양주를 마셔보니까 맛도 있고 의외로 잘 들어가더라고. 그래서 시켰지.”
정수가 술을 단번에 마시자 진명이 그의 잔에 새 술을 채웠다.
정수가 또 반 정도를 마신 후에 진명에게 말했다.
“진명아. 나 오늘 현서한테 정식으로 차였다.”
“으음. 그래?”
진명이 처음 듣는 것처럼 놀란 시늉을 했지만 마음 한 쪽이 아팠다.
‘미안하다 정수야. 제일 친한 친구를 속이고 여자까지 뺏은 난 너무 나쁜 놈이야.’
“후후.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까 내가 자신이 생각하던 그런 남자가 아니라더라. 처음엔 평생을 맡겨도 될 정도로 믿음직하게 보였고 모든 점이 다 좋았는데 이번 여행에서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달았대. 후후후.”
정수가 자조하듯 웃더니 남은 잔을 또 단숨에 다 마신다.
진명은 그의 말을 들으며 묵묵히 정수의 잔에 술을 채웠다.
“진명아. 너 말이야. 여자하고 섹스 많이 해 봤냐?”
정수가 느닷없이 섹스얘기를 하자 진명이 놀라 그의 얼굴을 보았다.
“아니. 많이는 안 해 봤어.”
진명이 거짓말로 슬쩍 얼버무리자 정수가 말했다.
“내가 말이지. 여자하고 섹스는 한 번도 안 해 봤거든? 그런데 현서하고는 하고 싶었어. 그래서 이번 여행 가서 걔하고 섹스를 하려고 했어.”
“으음. 그랬어?”
“응. 그런데 현서하고 하려다 그만 실패를 해 버렸거든.”
“왜?”
“내가 여자하고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허접스럽게 끝내버렸어. 그런데 아무래도 현서가 그것 때문에 날 멀리하는 것 같더라.”
“설마...”
“아니야. 현서가 여행 중에 갑자기 날 피하는데 머리가 터질 정도로 생각을 해 봤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이유는 찾을 수가 없었어. 그러다 답을 찾아냈지. 현서는 내 섹스 능력이 마음에 안 든 거야. 물건도 작고 기능도 안 좋은 내가 싫어진 거지.”
“현서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
“후후. 나도 현서가 그런 속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처음 봤을 때 고결하고 아름다운 얼굴에 끌렸지만 갈수록 그 녀석의 마음도 예쁘고 평생 같이 하고 싶은 여자라고 믿었지. 그런데 걔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더라. 내가 그런 여자한테 마음을 다 주고 끌려 다녔다고 생각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아아. 아직도 걔를 못 있는 내가 불쌍하기도 하고.”
정수가 괴로운지 술잔을 단숨에 털어 넣었다.
진명이 그를 보고 말했다.
“정수야. 이제 그만 잊어버려라. 다 지나간 일인데 붙잡고 있으면 너만 괴롭잖아?”
“그렇지. 잊어야지. 사랑은 나한테는 사치품이었어.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다 인생 마칠 운명인가 봐 나는...”
정수가 자조하듯 쓴 웃음을 짓자 진명이 그에게 말했다.
“정수야. 사랑은 술 마시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
“왜?”
“나도 술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잘은 모르지만 우리 엄마가 죽기 전에 엄청 술을 잘 마셨거든? 그때 우리 엄마가 그랬어. 술을 마시면 기분이 너무 좋다고. 세상 시름 다 잊을 수 있고 문제 될 것도 하나 없고 그저 인생이 꽃피는 봄날처럼 아름답게만 보인다고. 그러다 그 다음 날 술이 깨면 숙취에 엄청 괴로워하지.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다시는 ‘이 놈의 술 마시나 봐라.’ 그렇게 말해. 마실 땐 좋지만 뒤끝이 좋지 않은 거지. 그러면서 얼마 안 있으면 또 술을 마신다? 그렇게 반복을 하는 거야. 사랑도 어찌 보면 이와 비슷한 것 같아. 뜨겁게 사랑할 때는 세상이 전부 내 것 같고 두려울 것이 없지. 사랑하는 사람만 옆에 있다면 어떤 괴로운 일도 모두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그 사랑이 끝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술 취한 다음날처럼 사랑의 숙취에 시달리는 거야. 그러면서 말하지. 다시는 사랑 같은 거 하지 않겠다고. 이렇게 괴로운 걸 뭐하러 하냐고.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옛날에 상처받았던 거 다 잊고 또 새로운 사랑에 빠지게 돼. 그게 바로 우리 인생이 아닐까?”
“으음. 꼭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생각이다.”
정수가 술을 털어 넣으며 말했다.
“정수 너 오늘은 마음껏 마시고 현서는 잊어버려. 네가 생각했던 현서가 아니라면 현실에서 네 마음 속에 있던 현서는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술 한 잔에 잊어버리고 훌훌 털어내 버려. 넌 너를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있잖아?”
“후후. 그래. 엄마 말이 맞았어. 엄마가 현서를 그토록 반대했을 땐 엄마가 진짜로 미웠는데 지금 이렇게 되고 보니까 엄마가 다 날 위해서 했던 말이고 행동이었어.”
“맞다. 정수 네가 잘못 되면 네 엄만 죽어버릴 지도 몰라. 그 정도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정신 차리고 새로운 여잘 찾아. 여자는 많고 그 중에서 널 네 엄마처럼 진정으로 사랑해주고 위해주는 여자가 반드시 있을 거야.”
진명의 설득력 있는 말에 정수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명이 네 말이 맞다. 오늘 네가 있어서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몰라. 정말 너만이 내 진정한 친구야.”
정수의 말에 진명은 크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하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자 술이나 마시자.”
진명이 잔을 내밀자 정수가 그 잔에 자신의 잔을 세게 부딪쳤다.
“우리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정수가 건배한 잔을 단숨에 마셨다. 그 뒤로도 몇 잔을 연거푸 마시던 정수가 갑자기 픽, 얼굴을 테이블에 박고 쓰러지자 진명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갔다.
“정수야.”
“아아.”
그가 고개를 들지 못하자 진명은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고 정수를 들쳐 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