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이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성과를 얻지 못한 것 같지만 한 가지 소득은 있었다.
그가 계속 자지를 보지에 밀어대는 동안 귀두로 예민한 성감대를 자극한 건지 현서의 보지가 점점 더 따뜻해지며 애액으로 젖어 시간이 갈수록 자지를 밀 때 질꺽, 거리는 소리가 더욱 심하게 났다.
“아. 넣고 싶어 죽겠다. 현서야. 이번 한 번만 허락해 주라. 다신 이런 요구 안 할게.”
될 듯, 말 듯, 성공을 하지 못하자 진명이 안달이 나 그녀에게 부탁했지만 현서는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싫어. 선배 거 너무 커서 무섭단 말이야. 이 정도로 하고 그만 끝내자.”
“그럴 수 없어. 난 여기서 그만 둘 수 없어.”
“그럼 나도 안 돼.”
이젠 현서가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았는지 오히려 진명의 애를 태웠다.
그때였다.
멀리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자 진명이 그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뭐라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명확한 소리로 바뀌었다.
“그 두 사람 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
진명이 들어보니 초희의 목소리다. 뒤 이어 승욱의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한 번 소리쳐서 불러볼까?”
그러더니 승욱이 크게 소리쳤다.
“진명아!”
“현서야!”
순간 진명의 얼굴이 썩은 감을 씹은 것처럼 구겨졌다. 조금만 더 하면 현서의 처녀를 먹을 수 있는데 갑자기 이게 웬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이제 다 끝나버린 건가?’
진명이 현서의 얼굴을 보았다.
마침 현서도 그의 얼굴을 보고 있는 참이어서 두 사람의 눈이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쳤다.
‘......!’
진명이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그녀의 두 눈이 흔들렸다.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가 소리치면 승욱과 초희가 두 사람을 찾을 것이고 그녀는 진명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그러면 진명은 나쁜 놈으로 낙인 찍힐 것이고 자신은 처녀를 보존할 수가 있다.
그때 우연하게도 진명의 귀두가 질 입구에 닿았다.
‘으음!’
진명이 습관적으로 자지를 밀고 들어오는데 지금 엉덩이를 틀어 그의 공격을 피해야 한다.
하지만 현서는 엉덩이를 틀지 않고 대신 진명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한 번뿐이야. 다음엔 절대로 안 돼.”
절망적인 생각만하고 있던 진명이 현서의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현서가 허락했다.’
이 급박한 상황이 닥치자 오히려 현서가 자신에게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진명은 그녀의 마음이 바뀔까봐 자지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힘껏 앞으로 밀었다.
순간 생살이 찢어지는 느낌이 자지에 느껴지더니 귀두가 아주 막대한 저항을 뚫고 힘겹게 그녀의 질 안으로 들어갔다.
“으으으으!”
현서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는데 진명은 한 번도 그녀의 입에서 이런 묘한 소리가 나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 누구의 침입도 받지 않은 처녀지에 낯선 침입자, 생살을 찢고 들어오는 굵고 단단한 그의 자지로 인해 엄청난 통증을 느꼈지만 가까이에 있는 승욱과 초희를 의식해서 비명소릴 죽이느라 그녀의 입에서 아마도 그런 이상하고 묘한 소리가 나오는 것일 게다.
“아아.”
현서가 극도의 아픔을 견디며 신음소리조차 마음대로 내지 못하고 있을 때 진명 역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상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릴 내고 말았다.
‘아까 손가락을 넣었을 때 느끼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귀두만 넣었을 뿐인데도 현서의 보지에서 조여 오는 힘이 엄청나서 넣은 그 부분이 급격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현서야.”
진명이 그녀의 몸을 안고 귓가에 속삭이자 현서가 그에게 호소했다.
“너무 아파. 아파 죽겠어.”
작게 울먹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진명은 갑자기 마음이 아파졌다.
‘정수가 했다면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 텐데.’
현서의 보지가 이렇게 작은 것이었다면 정수와도 충분히 섹스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신이 강제로 뺏은 것 같아서 진명은 죄책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진명은 자지를 서서히 움직이며 조금씩 안으로 전진시켰다.
“으으윽!”
자지가 들어갈수록 현서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소리도 더 격렬해지고 그녀의 아픔과는 별개로 자지를 조여 오는 보지의 움직임도 더 활발해져갔다.
도저히 다 들어갈 것 같지 않던 진명의 굵은 자지가 조금씩 전진하며 들어가 현서의 질 속을 완전히 채우자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흐윽.”
“아아.”
뿌리까지 완전히 들어간 상태에서 진명이 더 밀자 자지 끝이 자궁 입구에 약간 닿는 느낌이 오며 자지 전체를 근육들이 조이자 진명은 자기도 모르게 말을 뱉어냈다.
“이건 너무 조인다. 아아. 이렇게 느낌이 좋은 건 진짜 처음이야.”
아주 좁은 동굴이었지만 길이는 자신과 딱 맞아서 이렇게 끝까지 집어넣고 있으니까 사방을 조여 오는 촉감에 황홀한 기분마저 느꼈다.
그러나 현서는 진명과는 다른 모양이었다.
“선배. 너무 아파. 흑흑.”
현서가 눈물까지 흘리자 진명이 그녀의 눈밑에 입을 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핥아서 삼켰다.
“아프게 해서 미안해 현서야. 그런데 난 너무 황홀해서 기분이 죽을 것처럼 좋아.”
“빨리 끝내 주면 안 돼? 어제 민정이하고 할 때처럼 그렇게 오래하지 마. 그렇게 하면 나 아파서 죽어버릴 것 같아.”
“아아. 그렇게 하지 못 할 것 같아. 네 것이 너무 조여서 내 맘대로 조절을 못 할 것 같다.”
“으으. 그럼 빨리 해 봐.”
현서의 말에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지를 뒤로 물렸다.
자지가 빠지자 현서가 또 신음소릴 낸다.
“으윽.”
진명은 역시 자지가 후퇴할 때도 현서의 보지가 자지를 꽉 움켜잡고 조여오자 그녀의 등을 두 손으로 끌어안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퍽-퍽-퍽-퍽-
“으윽. 아파. 흐윽.”
진명이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현서의 몸이 떨렸다.
진명 역시 자지가 한 번 왕복할 때마다 사방에서 조여 오는 힘에 의해 급속도로 달아올랐다. 다른 여자에게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 선 느낌에 신선한 충격을 받으면서 그는 점점 빠르게 자지를 왕복했다.
퍽퍽퍽퍽퍽퍽퍽-
자지가 계속 움직이자 안에서 뭔가 흐르는 것이 점점 많아지는데 진명은 그것이 처녀막이 찢어지면서 흐르는 핏물인지 아니면 그녀도 흥분해서 쏟는 애액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분명히 자지가 조금 전보다는 움직임이 쉬워졌고 진명은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해 왕복운동을 했다.
퍽퍽퍽퍽퍽퍽퍽-
자지를 쉬지 않고 움직이자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진명은 귀두가 불같이 뜨거워지며 금방이라도 정액이 나오려는 느낌에 당황하고 말았다.
이제껏 많은 여자와 섹스를 했지만 지금처럼 조절을 하지 못하고 급박하게 사정할 기미를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아아. 현서야. 나 지금 사정할 것 같아.”
진명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하자 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반겼다.
“좋아. 빨리 해요.”
“아아. 이상해.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넌 나를 너무... 아아.”
진명이 자지를 급박하게 몇 번 더 움직이다 현서의 보지 깊숙이 자지를 박고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으윽!”
귀두가 크게 부풀자 현서도 뭔가 느낀 듯 몸을 떨며 그의 등을 꼭 끌어안았다.
“으으.”
진명이 정액을 쏟으며 강렬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정액을 한 번씩 쏟아낼 때마다 귀두가 크게 부풀어 오르는데 그것을 현서의 보지가 또 강하게 압박해주자, 정액을 배출하는 기쁨 외에 귀두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쾌감까지 더 해져 사정을 하면서 극도의 강렬한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흐으. 흐으.”
진명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사정을 모두 마치자 현서도 그의 등을 꽉 끌어당겼던 손에 힘을 풀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격렬했던 순간이 지나고 고요한 평온이 찾아오자 진명은 고개를 들고 현서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도 그의 얼굴을 보고 있어 두 눈이 마주치는 데 진명은 문득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현서는 그의 입술을 피하거나, 그렇다고 호응하지도 않고 그냥 시체처럼 가만있었다.
“현서야.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현서가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제 빼줘요. 아파.”
“으응. 미안.”
진명이 조심스럽게 자지를 빼내자 현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명이 옷을 찾아 건네주자 현서가 다 입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녀가 넘어질 것처럼 비틀거리자 진명이 얼른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바위산을 내려와서 백사장에 이르자 진명이 현서를 업었다. 그녀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제대로 걷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걸어 텐트 앞에 이르자 현서가 그의 등에서 내렸다.
그녀가 텐트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진명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현서야!”
그녀가 돌아보자 진명이 말했다.
“미안해.”
그녀가 말없이 그의 얼굴을 보다 고개를 돌리고 텐트 안으로 사라졌다.
“후우!”
현서가 들어가자 진명은 바닷가로 나가 수영 팬티를 벗고 자지를 보았다.
‘......!’
그의 자지에는 현서의 보지에서 나온 것들이 잔뜩 묻어 있었는데 색조가 검붉은 것을 보면 처녀막이 파열되면서 많은 피를 흘린 게 분명해 보였다.
“기분이 정말 이상하네.”
진명은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서 중얼거렸다.
과연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여자와 섹스를 하고 나서 한 번도 죄책감을 느낀 적이 없는 진명이었지만 오늘만은 이상하게 현서를 향한 자책감과 사랑스러운 마음이 동시에 일어나며 그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모르겠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되돌릴 수도 없고, 내일 상황을 봐 가면서 대처하는 수밖에...”
진명은 가볍게 몸을 씻고 텐트로 들어갔다.
다음날.
눈을 뜬 진명은 즉시 시계부터 보았다.
‘8시네. 오늘은 어제보다 늦었군.’
몸을 일으킨 진명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승욱과 정수 모두 간밤에 마신 술 때문인지 정신없이 자고 있자 진명은 그들이 깨지 않게 소리를 죽여 밖으로 나왔다.
날은 환하게 밝았지만 텐트 주변으로 어젯밤 놀았던 흔적들이 곳곳에 어지럽게 널려 있어 진명은 그것들을 하나씩 치워갔다.
주변이 조금씩 정리될 무렵 가까운 곳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진명은 깜짝 놀라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그곳에 현서가 마치 환상처럼 서 있었다.
“현서야.”
진명이 보니 아마도 요트에 다녀 온 듯 어제와 같은 수영복 차림이 아니라 옷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일찍 일어났네?”
진명이 말을 걸자 그녀가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뒤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진명이 했던 것처럼 주변의 쓰레기들을 치웠다.
“그냥 놔둬. 내가 할게.”
진명의 만류에도 그녀는 묵묵히 자기 할 일만을 하며 주변을 정리했다.
현서의 입에서 말을 끌어내지 못한 진명은 속으로 실망했지만 그녀와 함께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치우자 어제의 흔적들을 깨끗하게 치울 수가 있었다.
진명이 현서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사람들이 어제 너무 무리했나봐. 아직도 안 일어나는데 어떻게 하지? 아침은 먹어야 할 거고, 어제 잡은 고기로 매운탕을 끓일 생각인데 현서는 어때?”
진명이 계속 말을 걸자 현서가 마지못해 대답을 한다.
“난 아침 생각 없어요.”
“그래도 뭘 먹어야 하지 않을까?”
현서가 더 이상 말하기 싫은 듯 고개를 저으며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홀로 남은 진명은 씁쓸하게 올라오는 기분을 삼키고 매운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야. 이게 무슨 냄샌데 이렇게 끝내주냐?”
텐트에서 승욱이 나오며 코를 킁킁, 거리다 지금 한창 끓고 있는 매운탕을 발견하고 탄성을 발했다.
“야아. 냄새만 맡아도 어제 먹은 술이 다 깨는 것 같다. 얼른 얘들 깨워서 아침 먹자. 여기서는 놀 거 다 놀았으니까 빨리 먹고 제주도로 가야지.”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수를 깨웠다. 그 동안 승욱은 여자 텐트로 가서 여자들을 깨웠고 현서를 제외한 다섯 명은 매운탕으로 속을 풀며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현서는 왜 안 먹는대?”
정수가 민정을 보며 묻자 민정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했다.
“잘 모르겠어. 어째 현서 안색이 많이 어두워 보이는 게 꼭 밥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던데... 혹시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
순간, 진명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매운탕 국물을 한 숟갈 떠 마시며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 대신 승욱이 약간 초조한 표정으로 민정에게 말했다.
“민정아. 자세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내가 어젯밤에 실수를 좀 한 거 같아.”
“뭐? 승욱 선배가 현서한테 뭐라고 했어?”
민정이 놀라 묻자 정수도 긴장한 표정으로 승욱의 얼굴을 쳐다본다.
진명은 정수의 얼굴을 보자 죄책감이 들었지만 이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그저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지켜볼 방법밖에 없었다.
“으응. 내가 술이 좀 취해서 초희와 함께 현서한테 말실수를 한 거 같아.”
승욱도 진명의 얼굴을 슬쩍 보며 차마 마약을 했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대충 상황을 넘기려 한다.
민정이 진명에게 물었다.
“그때 선배도 옆에 있었어?”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승욱이가 약간 실수를 하긴 했지만 큰 실수는 아니었어. 여행 오면 그럴 수도 있는 거라 생각하니까 다들 어서 밥이나 먹자. 너희들이 늦잠 자는 통에 여기 정리하느라 혼 났거든? 밥 빨리 먹고 제주도나 가자.”
그제야 사람들은 주변이 깨끗하게 정리돼 있는 것을 보고 진명에게 치하했다.
“혼자 고생 많았네.”
진명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현서가 도와줬어. 몸도 약간 불편한 것 같았는데 여기 뒷정리까지 하느라 힘들었을 거야. 그러니까 얼른 여기는 정리하고 출발하자. 빨리 제주도로 가서 쉬는 게 현서를 도와주는 것이 될 거다.”
“그래.”
“이제부터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
민정이 진명에게 말하며 밥을 입에 넣었다.
아침을 먹은 뒤 일행은 요트에 올라 제주도를 향해 출발했다.
날씨가 아주 화창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항해는 순조로웠다.
원래 큰 바다로 나가면 파도 때문에 배가 요동이 심하지만 오늘은 물결이 잔잔해서 일행은 다행히 큰 고생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트 내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많이 가라앉아 있었는데 그것은 전부 현서 때문이었다.
갑판에 현서를 제외하고 일행 모두가 모여 있었다.
“현서는 아직도 방에서 안 나오냐?”
키를 잡고 있던 승욱이 묻자 민정이 대답했다.
“응. 몸이 많이 불편한가봐.”
정수가 입을 열었다.
“발을 다쳤는지 걷는 것도 많이 불편해 보이던데.”
정수의 말에 진명은 가슴이 뜨끔했다.
“어제 자기 전까지만 해도 현서 기분 아주 좋았었는데. 나 걔하고 친구하면서 그렇게 밝은 모습도 처음 보았고 걔 입에서 하는 말도 이번 여행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었거든. 그런데 이상하게 하룻밤 사이에 그토록 아플 수가 있나? 아까 나한테 그러더라고. 제주도 가면 잠깐 쉬었다가 오늘 바로 서울로 갈 거라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민정이 그렇게 말하자 진명은 더욱 심기가 불편해졌다.
‘참. 사람이 죄 짓고는 못 산다더니. 이거 고백이라도 해버리고 싶네.’
“바로 서울 간다고? 그럼 우리 여행은 여기서 끝나는 거야? 씨. 난 제주도 가서 신나게 놀 생각이었는데.”
초희가 투덜거리자 승욱이 진명에게 말했다.
“진명아. 너 여기 키 좀 잡고 있어라. 내가 초희하고 가서 현서한테 좀 빌어야겠다. 아무래도 나 때문에 화가 난 것 같은데 사과를 하면 현서 마음이 좀 풀릴 지도 모르니까.”
진실을 알고 있는 진명은 승욱이 사과해도 별 효과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키를 넘겨받았다.
승욱이 초희와 함께 안으로 사라졌다가 5분도 못 되어서 밖으로 나왔다.
“야. 사과해도 소용없더라. 어찌나 쌀쌀맞게 구는지 말도 제대로 붙여보지 못하고 쫓겨 나왔네.”
승욱이 투덜거리자 초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우리가 어제 그렇게 잘 못했나? 현서한테 무리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잖아? 그냥 같이 놀자고 한 것뿐이고 또 싫다고 해서 싫으면 관두라고 했을 뿐인데.”
초희가 말을 계속하다간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올 것 같아 진명이 그녀에게 말했다.
“초희야. 거기까지만 하자. 별로 좋지도 않은 일을 자꾸 되새기면 뭐하냐?”
승욱도 자신과 초희가 마약을 했단 사실이 밝혀지면 좋을 것 없어 얼른 그녀의 입을 막았다.
“초희 너는 그만하고 정수 네가 한 번 가봐라. 네 말은 들을 것 같으니까.”
정수가 자신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현서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 가봐. 내가 말을 걸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자신이 없는데... 한 번 가서 말은 해 볼게.”
“그래 정수야. 너만 믿는다.”
승욱이 정수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격려를 해 줬지만 정수 역시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현서를 달래는 데 실패하고 나왔다.
“너도 안 되냐? 이거 마지막 보루도 무너지고 남은 거라곤 패잔병 하나뿐인데. 어이. 진명이 너만 빠지면 서운하니까 너도 예의상 한 번 갔다 와라.”
승욱의 말에 진명이 고개를 흔들었다.
“야. 나, 자신 없다. 그냥 여기 있을래.”
“선배. 한 번 갔다 와라. 현서가 선배 말은 또 들을 줄 누가 알아?”
민정이 몸을 떠밀며 말하자 할 수 없이 진명은 안으로 들어가 레스트룸 앞에 섰다. 그곳은 침실 겸용으로 쉴 수 있게 만든 방이었는데 지금 현서가 그곳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고 있는 것이다.
똑똑-
‘......!’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 대답조차 없다.
진명은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다행히 현서가 자물쇠를 잠그진 않았는지 문이 열리자 진명은 방안으로 들어갔다.
현서가 방 한 쪽 구석에서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진명을 보고 흠칫, 놀란다.
진명이 다가가자 현서가 그의 얼굴을 보았다.
진명도 그녀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았고 두 눈이 마주치자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
약간 초췌한 것 같긴 하지만 진명의 눈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니, 뭔가 호소하는 듯, 우수에 찬 그녀의 검은 눈빛을 보니 진명은 더욱 애간장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그녀가 웃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진명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제주도에 도착하면 서울로 바로 갈 거야?”
현서가 고개만 끄덕인다.
“안 가면 안 돼?”
현서가 또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엔 마치 ‘왜 내가 제주도에 계속 있어서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데?’ 그런 표정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진명이 일어서더니 갑자기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현서야.”
그가 무릎을 꿇자 현서가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미안해. 내가 너무 잘못했다.”
진명이 진지하게 용서를 빌자 현서의 맑은 눈망울이 떨렸다.
“내가 원래는 그러지 않는데 현서 너만 보면 이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그러지 말아야지, 해도 네가 너무 좋아서 내 마음을 조절할 수가 없어.”
“그러지 말아요.”
현서가 그의 어깨를 손으로 잡자 진명이 그녀의 품속으로 얼굴을 묻었다.
“제발 이대로 서울 가지 말아줘.”
진명이 현서의 품에서 사정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 이게 뭐야?’
눈물을 흘리면서도 진명은 당황했다. 여자 때문에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이렇게 찌질한 모습을 연출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미 흘린 눈물을 어쩔 수가 없어 진명은 그녀의 품에서 고개를 들고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선배!”
진명이 눈물을 손으로 닦자 현서가 그 모습을 보고 떨리는 음성으로 그를 부른다.
진명이 눈물 젖은 얼굴로 그녀를 보며 웃었다.
“하하. 참.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엄마 돌아가신 뒤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어제 오늘 현서 앞에서 이렇게 찌질한 모습만 보인다.”
“후우!”
현서가 한숨을 쉬면서 진명에게 말했다.
“선배 때문에 내가 진짜... 오늘 서울 가는 것은 보류할게요.”
진명의 눈물에 마음이 녹은 건지 현서가 뜻을 굽히자 그가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정말? 서울 안 갈 거야?”
진명이 언제 울었냐는 듯 밝은 얼굴로 묻자 현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요. 대신 오늘 하루만 있을 거고 또 사람들하고 어울릴 기분 아니니까 따로 방 하나만 잡아줘요. 거기서 오늘 나 혼자 지낼 테니까.”
현서가 조건을 달았지만 진명은 그녀가 가지 않는다는 사실만 생각하고 기뻐서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그래. 정말 고맙다.”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 생각이 나서 그녀에게 말했다.
“참. 나 때문에 현서가 서울 가는 거 보류했다고 그러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음. 그냥 승욱 오빠 핑계를 대요. 그 오빠 때문에 기분도 나쁘고 산책하다 다리도 다쳐서 그냥 서울 가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번갈아가면서 만류하니까 하루만 더 머물기로 했다고 그래요.”
“알았어. 아무튼 현서가 안 간다니까 정말 기쁘다.”
진명이 활짝 웃자 현서가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았다. 진명도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어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자 편안한 마음이 된 진명은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보고 또 성욕을 느꼈다.
“현서야.”
진명이 부드럽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의 얼굴이 다가오자 현서가 인상을 쓰며 말한다.
“뭐하려고?”
“키스 한 번만.”
진명이 사정하는 조로 말하며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갖다 대자 현서가 두 손으로 그의 몸을 밀었다. 하지만 진명이 미는 힘이 더 강해서 두 사람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진명이 현서의 몸 위로 올라타며 계속 입술을 빨자 그녀가 고개를 틀며 말했다.
“그만 해. 누가 보면 어쩌려고.”
진명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몸에서 떨어졌다.
“미안. 내가 또 이성을 잃었네.”
“선배.”
현서가 그의 얼굴을 흘겨보는데 진명은 그녀의 시선에 담겨 있는 눈빛이 사납거나 날카롭지 않아서 어느 정도 안심했다.
‘어젠 분명히 그게 마지막이라고 했었는데 지금 키스도 사람들 눈 때문에 무서워서 그렇지 어느 정도는 허락한 분위기다. 가능성이 있어.’
현서의 태도가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을 보며 진명은 희망을 가졌다.
처음 정수에게서 그녀를 떼어내려는 목적이 거의 다였지만 지금은 그냥 이렇게 현서의 얼굴을 보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그녀와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그럴 생각이었다.
“그럼 좀 쉬고 있어. 나가서 얘들한테 전하고 올게.”
“제주도 갈 때까지 오지 마. 선배가 또 오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아! 그렇지. 알았어. 제주도 도착하면 먼저 현서가 쉴 호텔을 잡아 놓을게. 편히 쉬고 있어.”
진명이 더 할 수 없이 부드러운 어조로 현서에게 말하고 방을 나갔다.
현서가 하루 더 제주도에 머물러 있기로 했다고 진명이 전해주자 일행은 모두 기뻐하며 그를 치하했다. 그러자 진명은 현서의 마음이 변한 이유가 자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다 설득했고 자기는 그녀가 이미 머무르기로 결정한 후에 들어가서 허락을 받아온 것뿐이라고 말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벗어나려는 듯 승욱이 요트를 빠른 속도로 움직여 일행은 점심때가 약간 지나서 제주도에 도착했다.
요트계류장에 배를 정박시킨 뒤 일행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렌트카를 타고 서귀포에 승욱이 예약해 놓은 호텔로 갔다.
전망 좋은 방 두 개를 승욱이 예약해 놓아 일행은 남녀 따로 들어가 짐을 풀었고 진명은 현서를 위해 방 하나를 따로 잡고 그녀와 함께 룸으로 들어갔다.
“바닷가가 보여서 전망은 참 좋네. 짐 풀고 같이 나가서 점심 먹자. 아침도 안 먹고 배 많이 고플 텐데...”
진명이 현서의 가방을 바닥에 놓으며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여기서 룸서비스로 시켜 먹을 게요.”
“그래? 그럼 현서 편할 대로 해.”
현서가 침대에 앉자 진명이 그녀의 곁에 앉아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나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뭐 필요한 거 없어?”
“없어요. 가면 사람들한테 내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즐기라고 해요. 그리고 필요하면 내가 연락 할 거니까 누구도 내게 전화하거나 찾아오지 못하게 하고.”
“알았다. 그럼 쉬고 있어.”
진명이 현서의 어깨를 한 번 잡아 준 뒤 밖으로 나갔다.
호텔 식당에 모인 일행은 식사를 시키고 한가하게 잡담을 나눴다.
“그러니까 현서가 정수도 아니고 진명이 너한테 그런 말을 했다는 거지? 다른 사람들하고 얼굴 대면하기 싫으니까 자기한테 전화도 하지 말고 찾아오지도 말라고.”
승욱이 진명에게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어젯밤 산책을 하다 다리를 다치긴 했는데, 내 생각엔 몸도 불편하고 또 기분도 별로인 것 같아.”
“그래. 뭐 할 수 없지. 그런데 정수야. 너 현서하고 다퉜냐?”
“아니.”
정수가 고개를 옆으로 흔드는데 그의 얼굴도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득했다.
“시간이 가면 풀리겠지. 어쨌든 현서는 현서고 남은 우리라도 즐겁게 보내야하지 않겠냐? 제주도까지 왔는데 말이야.”
“그래. 현서 하나 때문에 우리 모두 여행 망칠 수는 없잖아? 내가 이번 여행을 얼마나 기대하고 왔는데.”
초희가 승욱을 거들자 진명이 정수에게 말했다.
“정수 너도 기분 풀고 좀 즐겨라. 현서는 시간이 가면 좋아지겠지.”
“응.”
정수가 고개를 끄덕이지만 얼굴에 그늘진 표정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성산포로 향했다.
분화구를 향해 난 길을 진명이 걷고 있는데 승욱이 다가와 그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현서 말이야. 혹시 서울 가서 신고한다거나 그런 말은 없었지?”
“무슨 신고?”
“나하고 초희, 어제 약 좀 했잖아? 그걸로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혹시 서울 가서 제 아빠한테 알리거나 신고라도 한다면 진짜 난감해지는데...”
“걱정 마.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고, 또 그런 마음을 먹고 있더라도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내가 설득할 거니까.”
“그래. 이상하게 현서가 진명이 네 말은 좀 듣는 것 같다.”
“뭐. 너와 초희는 지금 현서한테 찍힌 게 확실하고 정수하고도 별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면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었나 보지. 남녀 사이란 게 좋을 땐 뭐든 다 해줄 것처럼 좋다가도 싸우고 나면 또 분위기가 험악해 지잖아?”
“그래. 그렇다면 혹시 나 때문이 아니라 정수하고 뭔가 잘 안 돼서 현서가 이러는 지도 모르겠다.”
진명이 승욱의 어깨를 쳤다.
“야. 너는 현서한테 찍힌 거 확실하거든? 그러니까 근신하고 현서가 원하는 거 있으면 무조건 따라야 해. 알았지?”
“응. 진명이 네가 이번 일은 잘 마무리해라. 아휴. 이제 한국에서 약은 다시 안 해야지. 정말 이렇게 뒷탈이 많을 줄 몰랐다.”
그때 뒤에서 민정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두 사람 무슨 역적모의를 하는 거야?”
승욱이 그녀를 돌아보더니 손사래를 치고 앞으로 쭉 걸어갔다.
“둘이 무슨 얘기 했어?”
민정이 승욱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며 진명에게 물었다.
“응. 현서가 걱정된다고.”
“오늘 현서 행동은 참 이상한 거 같아. 한 번도 걔, 이런 행동하는 거 본 적이 없는데. 만약 몸이 많이 아프면 아프다고 양해를 구하고 서울로 올라갔을 거고, 기분이 안 좋더라도 단체여행이라 자기가 이렇게 행동하면 민폐라는 걸 알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돌출행동을 하지 않을 텐데.”
“그러게 말이다.”
할 말이 없는 진명이 그냥 고개만 끄덕이자 민정이 뭔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 생각엔 정수 선배하고 안 좋은 일이 있는 거 같아.”
“왜?”“오늘 그 선배가 현서한테 몇 번 말을 거는 걸 봤는데 한 번도 성의 있게 대답해 준 걸 보지 못했고 서울 가는 것을 접은 것도 정수 선배가 달래서 그런 게 아니었잖아?”
“음. 난 잘 모르겠다.”
“뭐. 나도 확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말이 맞을 거 같아. 나중에 서울 가서 현서한테 확인하면 답이 나오겠지. 아무튼 기분이 좀 꿀꿀했는데 여기 오니까 풀어지네. 역시 성산포는 최고야. 오늘까지 세 번짼데 볼 때마다 새로운 것 같아.”
진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 경관을 둘러보았다.
‘......!’
아름다운 경관을 보니 문득 죽은 엄마 생각이 떠올랐다.
옛날 엄마하고 제주도에 놀러 왔을 때 제일 먼저 들른 곳이 바로 이곳 성산포였던 것이다.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성산포를 구경한 뒤 진명은 일행과 함께 다른 관광지 두 곳을 더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이 되자 일행은 승욱의 제안에 따라 호텔에 있는 나이트클럽으로 갔다.
커다란 룸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자 승욱이 술을 먼저 시키고 안주는 저녁까지 겸할 수 있는 것들로 푸짐하게 시켰다.
“자. 여기서 모든 것을 해결하자.”
승욱이 양주가 든 잔을 내밀자 일행 모두 잔을 내밀며 건배를 했다. 파트너가 없는 정수도 현서를 의식해서인지 무거운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평소보다 밝은 표정으로 잔을 부딪치고 그 잔을 한 번에 마셨다.
진명은 첫 잔만 마시고 그 다음부터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현서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술자리가 점점 무르익자 진명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민정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민정아. 나 속이 많이 안 좋다.”
“선배. 왜 그래? 아까부터 지켜보니까 술도 전혀 안 마시던데, 몸이 많이 안 좋아?”
“응. 배타고 올 때부터 멀미를 좀 하더니 지금은 토할 것 같다. 나가서 바람 좀 쐬고 들어오면 괜찮을 것 같으니까 잠깐 나갔다 올게.”
“같이 나가자.”
민정이 금방이라도 따라 나설 기세를 보이자 진명이 황급히 그녀를 말렸다.
“너까지 그러면 분위기 다 깨진다. 정수 혼자 남겨두지 말고 너라도 좀 달래 줘야지. 너마저 나가면 저 세 사람 무슨 재미로 놀겠냐?”
민정이 나머지 세 사람의 얼굴을 훑어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선배 말이 맞는 거 같네. 갔다가 좋아지면 얼른 들어와. 더 나빠지면 전화하고.”
“응. 알았어. 필요하면 내가 전화할 거니까 넌 정수하고 파트너 해서 같이 놀아 줘.”
“정수 선배하고 노는 건 별로 재미 없는데... 할 수 없지. 얼른 나갔다 와.”
“오케이.”
진명이 민정에게만 말을 해 놓고 조용히 나이트클럽을 빠져나왔다.
딩동-
룸 앞에서 벨을 누르며 진명은 가벼운 긴장감을 느꼈다. 현서가 자신을 냉정하게 내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누구세요?”
“현서야. 나야.”
“......!”
안에서 현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자 진명은 초조했지만 그도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덜컥-
문이 열리자 진명은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며 문앞에 나타난 현서의 얼굴을 보았다.
“들어가도 될까?”
현서가 옆으로 비켜서자 진명은 그녀가 허락했다는 것을 깨닫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낮에 와봤던 곳이지만 지금은 느낌이 또 다르다.
밖으로 향하는 곳은 모두 커튼으로 가려져 있고 조명은 불을 모두 켜두고 있어 방안 전체가 무척 환하게 느껴졌다.
“혼자서 적적하지 않았어?”
진명이 현서를 보며 묻는데 그녀의 모습을 보니 잠옷 차림에 방금 목욕을 마쳤는지 머릿결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뭐 이렇게 생긴 여자가 다 있을까? 머리를 감고 나니까 전보다 더 예쁘네.’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눈부시게 드러나는 얼굴은 우윳빛 살결에 이목구비의 윤곽이 더욱 뚜렷하게 보여 진명은 과연 자신이 어젯밤 이 여자를 따먹은 것이 맞는지 실감이 잘 나질 않았다.
“조금...”
혼자 있어서 심심하긴 했나보다. 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하자 진명은 자신이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앉아.”
진명이 침대에 먼저 앉으며 현서에게 말하자 그녀가 그의 곁에 살며시 앉았다.
“저녁은 먹었어?”
현서가 고개를 끄덕인다.
“뭐 먹었는데?”
“전복죽.”
“아. 맛있었겠다. 나도 현서랑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들이랑 더 맛있는 거 먹었으면서.”
“아니. 우린 저녁은 생략하고 나이트클럽으로 갔어. 지금 일행 전부 클럽에서 룸 하나 잡고 놀고 있는 중인데 난 현서 생각이 나서 도저히 놀 기분이 안 나더라고. 그래서 그냥 여기로 와버렸어.”
“그냥 어울려서 놀지.”
현서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진명이 온 것을 탓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낮에 보고 몇 시간 떨어지지 않았는데 현서가 너무 보고 싶은 거야. 나도 왜 그러는지 정말 모르겠는데 현서가 눈 앞에 없으면 그냥 보고 싶어 미치겠는 거야.”
“그러지 마요. 우리 어젯밤에 한 번으로 끝내자고 했잖아?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싫어.”
“후우.”
진명이 한숨을 쉴 때 현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현서가 발신번호를 보더니 입술을 깨물며 두 눈을 찌푸린다.
벨이 한참을 울리도록 두다가 현서가 고개를 흔들며 전화를 받았다.
“선배.”
진명은 정수한테 걸려온 전화라는 걸 직감했다.
“음. 지금은 조금 힘들 거 같아요. 아니. 오지 말아요. 나 혼자 있고 싶어요. 예. 내일 보도록 해요.”
아마도 정수가 보고 싶다고 하는데 현서가 거절하는 모양이다.
현서가 전화를 끊자 진명은 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지금 정수보다는 자신이 훨씬 더 현서하고 가깝게 연결돼 있는 느낌이 들어 기분까지 좋아졌다.
딩동-
그때 벨이 울리자 현서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진명도 그녀와 같이 일어나서 현서가 문 쪽으로 가자 그도 그녀를 따라갔다.
“누구세요?”
현서가 묻자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현서야. 나 민정이.”
현서가 진명을 보며 얼굴이 굳어졌다.
‘문을 열어주면 난감한 상황에 부딪칠 텐데...’
진명이 걱정되는 눈빛으로 보자 현서가 그의 얼굴을 보면서 갈등한다. 제일 친한 친구가 직접 룸으로 찾아왔는데 문도 안 열어주고 그냥 보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 그녀가 망설이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후 현서가 입술을 깨물며 밖을 향해 말했다.
“민정아. 미안한데 나 지금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거든? 우리 내일 얘기하자. 미안해.”
현서가 잘라서 말을 하자 민정이 잠시 망설이더니 현서에게 물어왔다.
“현서 너. 지금 혼자 있는 거 맞지?”
진명과 현서가 놀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응. 혼자 있어. 왜?”
현서가 침착하게 거짓말을 하는 걸 보고 진명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항상 당당하고 솔직해 보였는데 급박한 상황이 닥치자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여느 여자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정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진명 선배가 속이 안 좋다고 나갔는데 내가 금방 뒤따라 나왔는데도 찾을 수가 없어서... 혹시 여기 왔나 싶어서 말해 본 거야.”
“으응. 그 선배가 여길 왜 오겠니? 어서 가서 너라도 재미있게 놀아. 그리고 내일 보자.”
“그래. 푹 쉬고 내일 보자.”
현서가 내일 보자는 말까지 하자 민정도 더 이상 그녀에게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어 작별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후우! 여자의 직감이 무섭다더니 민정이가 뭔가 낌새를 차린 건가?’
진명은 한숨을 쉬며 다시 침대로 가서 앉았다.
현서가 그를 따라 그 옆에 앉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어깨를 들썩거렸다.
진명이 보니 아무래도 울고 있는 것 같아 그녀에게 물었다.
“현서야. 왜 그래? 지금 울고 있는 거야?”
현서가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친한 친구한테 거짓말이나 하고. 지금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한 거 같아.”
“현서야.”
진명이 그녀의 곁에 바짝 붙어서 그녀의 어깨를 팔로 감쌌다.
현서가 그의 품에서 한참 동안 있다가 몸을 떼며 입을 열었다.
“엊그제 선배가 봤다니까 말하는데 나 이번 여행에서 정수 선배한테 처녀를 줄 생각이었어. 정수 선배가 좋았고 무엇보다도 끝까지 믿고 사귈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거든. 그런데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상황이 흘러 어젯밤에 선배가 날... 정수 선배 볼 낯도 없고 민정이한테도 미안하고, 정말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진명이 현서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그녀를 보았다.
“현서야. 내 눈 똑바로 봐.”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자 진명이 말했다.
“일이 네 예상처럼 되지 않은 것은 전부 내 탓이야. 하지만 내가 널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된 거라 난 후회 같은 것은 절대로 하지 않아. 지금도 널 이렇게 보고 있으면......”
진명이 말을 하다 멈추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가 셔츠를 벗고 바지에 손을 대 혁대를 풀었다.
바지가 내려가고 팬티마저 벗자 진명은 순식간에 알몸으로 변했다.
“선배!”
현서가 놀라 두 눈을 크게 뜨자 진명이 그녀의 앞에서 배를 칠 정도로 발기돼 있는 자지를 그녀의 앞에 들이밀었다.
“너만 보면 이게 이렇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서버려. 아무리 자제해보려고 해도 안 된다.”
현서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 진명의 자지를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선배. 내가 뭘 어쨌다고 이렇게 된 거야?”
“네 얼굴만 봐도 이렇게 돼버리는 걸 난들 어쩌겠냐?”
진명이 현서의 눈앞에 자지를 들이미는데, 흥분으로 인해 굵은 핏발이 지렁이처럼 서 있는 그의 자지는 꼭 흉기처럼 보였다.
“무서워.”
현서가 진명의 자지를 보며 중얼거린다.
진명이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자지를 잡게 했다.
“좀 잡아 봐. 뜨거워서 타버릴 것 같아.”
진명의 요구를 거부하지 않고 현서가 자지를 가볍게 움켜쥐었다.
“아.”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그의 자지에 놀라 현서가 가볍게 탄성을 발하자 진명도 신음소릴 내며 그녀에게 말했다.
“으음. 현서야. 네가 손으로 잡아주니까 좀 시원해진다.”
“이걸 어떡하면 좋아.”
현서가 자지를 계속 주무르며 말하자 진명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무래도 욕실에 가서 찬물에 샤워 좀 해야 할 것 같아. 그러면 여기가 시원해질 것 같은데 나 여기서 잠깐 샤워 좀 해도 되지?”
현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명이 그녀의 손에서 자지를 빼고 욕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