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화 (45/55)

주방에 도착한 진명은 그릇을 개수통에 넣고 현서에게 빈 그릇을 받았다.

진명이 현서의 얼굴을 보다 그녀의 입가에 음식물이 약간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묻어 있는 정도가 무시해도 될 만큼 미세한 것이었지만 진명은 조그만 꼬투리라도 잡히면 들이댈 생각이었기에 이게 웬 횡재냐 싶어 얼른 물로 손을 깨끗하게 씻은 뒤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얼굴로 뻗었다.

‘......!’

현서가 의아해 하며 그를 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입술에 뭐가 묻었다.”

“아!”

현서가 뭐라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진명의 손이 먼저 그녀의 입술 옆에 닿았다.

먼저 약간 묻은 음식물을 손가락으로 닦은 뒤 현서의 통통하게 나온 입술까지 부드럽게 손으로 쓰다듬는 순간 진명은 그 탄력 있고 부드러운 감촉에 하마터면 그녀를 덮쳐 입술을 빨 뻔 했다.

‘으음. 안 돼. 이성을 차려라.’

진명은 가까스로 자신을 타이르며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에서 뗐다.

현서도 진명의 애무에 가까운 터치에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안색을 회복하고 그에게 물었다.

“이제 괜찮아요?”

“응. 깨끗해.”

“빨리 설거지해요.”

“그래. 내가 세재로 씻을 테니까 현서는 옆에서 물로 헹궈주기만 해. 그렇게만 해도 훨씬 빨리 끝낼 수 있을 거야.”

“예.”

진명은 그때부터 그릇을 씻기 시작했는데 그 움직임이 아주 느렸다. 시간은 많고 옆에 현서가 있는데 굳이 동작을 빨리 해서 이 즐거운 시간을 일찍 끝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진명이 그릇을 건네주자 현서가 그것을 물로 헹구며 그에게 말했다.

“선배는 민정이 어떻게 생각해요?”

“민정이? 그야 현서하고 마찬가지로 좋은 후배라고 생각하지.”

“민정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던데.”

“민정이가 뭐라고 했어?”

“아니요. 그냥 느낌에 그래요. 처음에는 잘 못 느꼈는데 최근 민정이 보면 선밸 많이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걔 그 전에는 정수 좋아해서 사귀자고까지 했다는데 뭐.”

“그건 옛날 일이잖아요?”

“옛날일이라고 치면 할 말이 없지. 하지만 만약 민정이가 정수한테 사귀자고 했는데 정수가 그걸 응낙했다고 해 봐. 그럼 현서는 지금 정수하고 만나지 않을 거잖아. 그렇지?”

현서가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히 그렇겠죠. 친구하고 사귀는 남자인데.”

“그런 상태에서 내가 현서하고 만나 같이 사귀자고 했다면 현서는 고민해 본다고 옛날에 그랬었지?”

“예.”

“사람, 특히 남녀 사이의 일이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지금 두 사람이 사귄다고 해서 계속 관계가 지속돼 나중에 결혼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은 거고, 또 다른 사람하고 사랑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거 아닐까요? 지금 내가 누구를 좋아하고 마음에 두고 있는 가. 우리 인생이란 결국 현실이 하나하나 쌓여서 미래가 되는 거니까요.”

“왠지 철학적인 얘기가 돼 버렸네. 하하. 현서 말이 맞아.”

진명이 현서의 얼굴을 보자 그녀도 그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

검고 맑은 눈동자가 자신의 눈을 정통으로 바라보는데 진명은 그 아름다운 눈을 보니 그녀가 말하는 것이라면 뭐든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그녀에게 점점 빠져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민정이가 처음에 정수 선배한테 호감을 가졌던 것은 그가 막연하게 좋아서 그런 거지만 지금 진명 선배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런 것 같지 않아요. 걔도 자존심이 센 아인데 선배한테 오늘 하는 거 보면 선배하고 깊게 사귈 마음이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선배한테 물어보는 거죠.”

“민정이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민정이하고 깊게 사귈 마음이 없어.”

진명이 딱 잘라서 말하자 현서가 약간 놀랐는지 두 눈을 크게 떴다.

“왜요? 민정이 내 친구라서가 아니라 참 착하고 좋은 아인데.”

“알아. 하지만 착하고 좋다고 해서 사귈 수는 없는 거지. 난 집안도 가난하고 오직 이쪽 연예계로 나가 성공을 할 생각밖에 없는 사람이야. 집에 가면 벌써 부양해야할 식구들이 세 명이나 있고 다른 쪽에 눈을 돌릴 여가가 없는 거지. 그런데 자꾸 스캔들이 나고 여론에 안 좋게 오르내리면 이미지가 나빠져서 나중에 크게 성공하기 힘들다고 하더라.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스캔들은 만들지 않을 생각이야.”

“음. 선배 사정이 있었군요.”

현서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뭐. 현서처럼 사람의 정신을 마비시킬 정도로 멋진 여자라면 이것저것 가릴 틈도 없이 들이대겠지만 뭐 인생이란 것이 자기 맘대로 되는 게 아니란 걸 난 일찍부터 깨달았거든.”

“내가 뭐 그렇게 잘났다고 정신까지 마비시켜요?”

현서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진명이 강하게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현서를 보고 있으면 정신이 멍, 해진다니까? 어쩌면 이렇게 예쁜 여자가 다 있을까. 정말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내 앞에 웃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진명이 진지하게 말하자 현서가 싫지 않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까지 예쁘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그리고 선배처럼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건 현서가 남자하고 말해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일 거야. 나만 같아도 그래. 지금 이렇게 현서가 옆에 존재하고 있기만 해도 행복하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은걸?”

“아이. 그만 해요. 선배가 너무 그러니까 기분이 이상해지네.”

“하하. 알았어. 하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떡해.”

“정수 선배는 한 번도 그런 말 해주지 않던데.”

“정수가 순진해서 그런 거지.”

“그럼 선배는 순진하지 않아요?”

“정수에 비하면 순진하지 않지. 정수는 숫총각이지만 난 그렇지 않으니까. 운동하느라 여자하고 사귄 적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아주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야.”

“그럼 민정이하고도...”

현서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게 궁금하긴 하지만 차마 노골적으로 물어볼 수 없는 문제라 그러는 것 같았다.

진명이 웃으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내가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민정이에게 물어보는 게 낫지 않겠어? 제일 친한 친구잖아?”

“어쩐지 이 문제는 선배가 더 나한테 솔직할 것 같은 데요?”

“그래? 현서가 물어보면 난 솔직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지. 민정이하고는 오늘 여행 오기 사흘 전에 딱 한 번 했어.”

“아. 어쩐지...”

“뭐가?”

“아니. 민정이의 말과 행동이 변한 것도 정확히 사흘 전이었어요. 얘한테 무슨 좋은 일이 있었나 했는데 지금 알고 보니 그게 전부 선배 때문이었어요.”

“뭐.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민정이가 변한 문제는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거니까 나중에 본인에게 직접 한 번 물어봐.”

“알았어요. 아무튼 민정이한테 잘 해 주세요.”

“노력은 하겠지만 사람 마음이 가는 것은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니까.”

진명이 마지막 말을 하면서 마치 ‘내 마음이 가는 사람은 바로 너’ 라는 표정으로 현서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녀가 살며시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긴 하죠.”

설거지도 끝나고 갑판에 모두 모인 일행은 각자 편하게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승욱은 키를 잡은 채로 그 옆에 선 진명에게 요트에 대해 강의를 하고 정수는 안락한 의자에 앉아 책을 보았다.

초희는 낚시도구를 꺼내 낚시에 여념이 없었고 현서는 민정과 함께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재미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어때 요트 운전하는 거 어렵지 않지?”

승욱이 강의를 마치고 묻자 진명이 고개를 끄덕인다.

“응. 봐주는 사람만 있으면 금방 하겠다.”

“키 한 번 잡아봐.”

승욱이 넘겨주자 진명이 키를 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승욱에게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너 대마초 많이 가져왔냐?”

“응. 왜? 너도 하게?”

“아니.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될 수 있으면 그들 눈에 안 띄게 하면서 피우라고.”

“알았어? 진명이 너는 이해하지?”

“당연하지. 네가 언제 실수 한 적 있냐? 그리고 실수를 하더라도 친한 친군데 다 이해하지. 난 너 믿어.”

“그래. 넌 역시 내 영원한 친구다.”

“그런데 너 대마초만 가져온 거야. 아니면 다른 종류의 약도 가져왔냐?”

“사실 약도 좀 가져왔어. 혹시 필요할지 몰라서 말이야.”

승욱이 목소리를 낮추자 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약은 위험하잖아? 걸리면 구속 아닌가?”

“제주도 가면 절대로 안하지. 하지만 이틀 동안 무인도에서 놀 건데 누가 우릴 건들겠냐? 혹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우연히 만난다 해도 믿음직한 진명이 네가 있으니까 신변 안전은 확실하잖아?”

“폭력은 당할 걱정 없지. 참. 너 미국에 살 때 약 먹고 그룹으로 많이 해 봤다고 그랬지?”

“아아. 그랬지.”

승욱이 회상하는 눈빛으로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미국생활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거든. 특히 나 같이 한국에서 공부가 안 되니까 쫓기듯 미국으로 건너와 유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나름 스트레스가 많지. 그때 약을 먹고 가끔 그룹으로 섹스를 하는 데 그게 스트레스 해소에는 최고야. 특히 상대 파트너가 마음에 드는 날이면 기분 째지는 거지.”

“이번 여행에도 미국에서처럼 그룹으로 하고 싶겠다.”

진명이 슬쩍 떠보자 승욱이 두 눈을 빛냈다.

“당연하지. 이번처럼 모인 여자들 전부가 맘에 드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어. 초희도 마음에 쏙 들지만 민정이나, 현서. 특히 현서 봐라. 정말 정수 주기 너무 아깝지 않냐? 아우. 사실 평소라면 현서 같은 애는 우리 재계 모임에서도 바라보기만 할 뿐 감히 꺾을 엄두조차 못내는 애거든. 그런데 이렇게 같이 여행까지 가게 됐으니. 사실 내가 아빠한테 요트까지 빌리고 지랄발광을 한 것도 현서가 이번 모임에 끼었기 때문이었어.”

“이해한다. 나도 여건만 맞으면 그룹으로 한 번 해보고 싶긴 한데. 현서 때문에 걸린다. 현서가 마음에 들기도 하지만 잘 못 했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거든.”

“진명이 네 말이 맞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여섯 명 모두에게 약을 먹이고 한 번 광란의 그룹섹스를 해보고 싶은데 만약 그게 현서 아빠 귀에 들어가는 날이면 우리 모두 인생 종친다고 봐야할 거다.”

“하하. 그게 무섭진 않지만 뭐, 상대가 싫다는 거 억지로 하면 안 되겠지. 아무튼 첫 날엔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하고 싶더라도 분위기 봐 가면서 하도록 해라. 난 항상 승욱이 네 편이니까.”

진명이 그렇게 말하자 승욱이 얼굴 가득 웃음을 짓는다.

“그래. 내 맘 알아주는 놈은 너밖에 없다니까. 오늘은 분위기 파악하고 내일 정도면 약도 해 볼 수 있겠지?”

“다른 사람까지 강요만 하지 않는다면 이해해주지 않겠냐?”

“좋아. 그리고 내가 혹시 그룹으로 가게 분위기 띄우면 진명이 너도 동조하는 거다?”

“당연하지. 난 항상 네 편이라니까?”

“흐흐. 좋아. 어쩐지 이번 여행은 기대감 만빵인걸?”

“하하. 그렇지. 사람이란 게 안 되더라도 기대를 갖고 있으면 괜히 즐겁잖아?”

“그래 맞아. 후후. 자 키 이리 넘겨라. 속도 좀 더 내 보자. 애들 요트만 타면 지루해할지 모르니까 빨리 섬으로 들어가자구.”

“오케이.”

승욱에게 키를 넘기고 진명은 같이 놀 사람이 없는지 살폈다.

‘......!’

정수는 독서삼매경에 푹 빠졌고 현서와 민정은 중간쯤에서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가끔 웃기도 하면서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초희가 배의 후미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그게 그래도 제일 재미있어 보여 진명은 후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후미로 가는 도중에 현서와 민정이 얘기하는 내용이 잠깐 그의 귀에 들려왔다.

“그래. 진명 선배...”

얘기 중에 자기 이름이 나오자 진명은 호기심에 소리를 죽이고 그들 뒤로 갔다.

두 여자 사이에 넓은 차양막이 있어 그것을 은폐물로 하고 진명은 숨어서 그녀들의 얘기를 엿들었다.

“그렇게 됐어.”

민정에 이어 현서의 말이 귀에 들려왔다.

“민정이 넌 그것 때문에 진명 선배가 좋아진 거야?”

“응. 현서야. 나도 내가 이런 속물인 줄 몰랐어. 처음엔 그냥 운동 잘하는 선배고 연예인이라 호기심에 파트너로 만났고 얼마 안 가 자연스럽게 헤어질 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점점 시간이 가면서 그 선배가 좋아졌어. 여자 경험도 별로 없고 순진하니까 귀엽기도 했고. 키스도 내가 하자고 해서 하고 처음엔 내가 선밸 이끌었는데......”

“그랬는데?”

“음. 그러다 시간이 가서 선배하고 그걸 했는데 현서야. 난 정말 깜짝 놀랐어.”

“왜?”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고2때 남자하고 첫 경험 한 거.”

“아. 너 그때 버진이 거추장스러워서 공부하는데 방해된다고 떼어 버린다 그랬었지?”

“그래. 그때 점 찍어둔 녀석하고 한 번 했는데 그땐 진짜 아프기만 하고 또 1분도 안 가서 끝나버리니까 섹스가 이렇게 웃긴 거구나 생각했어. 정말 그것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없었어. 그래서 사흘 전에 선배하고 할 때도 그런 기분이었지. 그런데 말이야. 이번엔 그때와 완전히 달랐어.”

“뭐가? 기분이 좋았어?”

호기심 어린 현서의 음성과 함께 민정의 말소리가 진명의 귀에 들려왔다.

“기분이 좋은 정도라 아니라 마지막엔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리더라.”

“그렇게 좋았어?”

“응.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좋았어. 그래서 나 그 선배 될 수 있으면 잡아보려고. 너한테 정신적인 사랑을 외치던 내가 우스운 꼴이 됐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음. 민정아. 내가 사실 조금 전 설거지하면서 진명 선배한테 말 했거든?”

“무슨 말?”

“민정이 네가 진명 선밸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서로 깊이 사귈 생각 없냐고.”

“그래서.”

민정이 다급하게 묻자 현서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음. 민정아. 너 진명 선배한테 너무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 선배 말이 자기는 연예계 쪽으로 성공할 생각이라서 스캔들 만들 일은 하지 않을 거래. 민정이 너는 착하고 마음에 들지만 자기의 마음은 확고해서 변할 일은 없을 거라고 그러더라.”

“후우. 나도 그런 사정을 알고 있지. 하지만 만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만나보려고 해. 현서 너도 혹시 진명 선배하고 얘기할 기회가 더 있으면 좀 도와주라.”

“아, 알았어. 도와는 주지. 그런데 난 민정이 네가 너무 마음 줬다가 나중에 상처 받을 까봐 그게 염려 돼.”

“상처 좀 받으면 어때? 우린 아직 어린 데 상처도 받고 그러면서 크는 거지.”

“호호. 민정이 네 말이 맞아.”

진명은 더 이상 들을 얘기가 없자 발걸음을 죽이며 초희에게로 갔다.

‘민정이 지금 한 말이 내게 도움이 되는 거냐, 아니면 해가 되는 말이냐?’

아무리 정리를 해 보아도 분간이 가질 않았다. 진명이 민정일 만족시켜줄 정도로 섹스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현서에게 알렸으니 그것은 좋겠지만 친구가 저토록 열을 내 좋아하고 있는데 현서가 자기에게 마음을 열어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지 생각하면 성사될 확률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승욱이 도와주면 한 가닥 희망은 있다.’

진명은 초희를 향해 걸어가며 생각했다. 승욱이 그룹섹스를 간절히 원하는데 만약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뜻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뭐. 안 되면 여행 끝나고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진명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초희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 좀 잡았냐?”

초희가 그를 보며 활짝 웃는다.

“아니. 한 마리도 안 잡혀. 아무래도 섬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

“하긴. 이렇게 배가 빠르게 움직이는데 고기가 따라와서 무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 같다.”

“아니야. 책에서 보면 이렇게 배 위에서 빠르게 달려도 고기가 문다고 했는데.”

“하하. 책하고 실제는 많이 다르지. 아무튼 열심히 해 봐.”

“왜? 그냥 가려고?”

“응. 고기도 안 잡힌다는데 여기 있으면 뭐하냐?”

“아이. 가지 마라. 내가 좋은 거 보여줄게.”

“뭐?”

“자. 봐봐.”

초희가 주위를 살피더니 팬티를 아래로 내려 보지를 진명에게 보여준다.

‘......!’

진명도 주위를 살피다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다들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아래가 푹 꺼져 있어 멀리서 본다 해도 하체는 전혀 보이지가 않는 구조였다.

초희가 배의 구조물에 앉아 다리를 옆으로 쫙 벌리자 그녀의 보지껍질과 그 주변에 난 털들이 진명의 눈에 다 들어왔다.

조금 전 주방에서는 조명이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밝은 대낮에 요트를 타고 가며 이제 스무 살 난 톱탤런트의 보지를 본다는 것 자체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진명도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아 자세를 잡은 다음 그녀의 보지에 손을 뻗어 손가락 네 개로 보지 껍질을 벌렸다.

‘......!’

붉은 보지 속살이 물기를 머금고 개방되자 진명의 자지도 단단하게 발기가 되었다.

“오빠도 팬티 벗어라. 좀 보자.”

“오케이.”

진명이 바지를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위로 휘어진 자지가 배꼽을 칠 정도로 탱탱하게 솟아올랐다.

“야아. 굉장해. 이렇게 큰 자지가 있나.”

초희가 두 손을 내 밀어 자지를 덥썩 움켜쥐었다.

“뜨겁고 단단해. 아. 이걸 보지에 넣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서 한 번 넣어볼래?”

진명도 이렇게까지 된 이상 빼고 물러날 성격이 전혀 아니었다.

“정말? 어디. 사람들 동정을 좀 살피고.”

초희가 주변을 살피더니 진명에게 말한다.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 두지 않아.”

“자. 초희야. 그럼 보지만 앞으로 내밀어봐.”

“응.”

초희가 엉덩이를 앞으로 내밀자 진명도 그녀와 똑같이 하체를 앞으로 내밀고 자지를 그녀의 보지에 끼웠다.

“아우. 너무 커서 빨리 들어갈지 모르겠네.”

초희가 보지로 귀두를 삼킬 듯 격렬하게 비벼대더니 질입구를 귀두에 대고 진명에게 말했다.

“오빠야. 힘 줘 봐.”

진명이 강하게 자지를 밀자 귀두가 입구의 강한 저지선을 뚫고 질 속으로 쑥 들어갔다.

“아우. 난 몰라.”

보지로 귀두를 물고 초희가 자지러지더니 이내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며 왕복을 했다.

“아으. 아으. 진짜 크다.”

진명의 자지를 조금이라도 더 깊이 넣으려고 초희가 빠르게 엉덩이를 움직이며 자지를 보지 안 깊이 삼켰다.

“아우. 그 새끼보다 배는 크고 단단한 거 같아. 뜨겁기는 또 왜 이렇게 뜨거운 거야. 오빠. 사람들 오나 잘 봐. 내가 움직일 게.”

“응. 알았어. 지금은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 없으니까 마음껏 해라.”

“아아. 오빠 거 진짜로 물건이다. 몇 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벌써 가려고 해. 흐으.”

초희가 엉덩이를 전후로 빠르게 움직이는데 진명의 자지가 보지 속을 들락거리는 것이 두 사람의 눈에 선명하게 보여 그들의 쾌감을 증폭시켰다.

“흐으. 흐으. 하악. 오빠. 쌀 것 같아?”

초희가 쉬지 않고 엉덩이를 움직이며 묻자 진명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난 아직 멀었다. 너 하고 싶은 만큼 해.”

“아아. 성능까지 훌륭하네. 오빠 자지 끝내준다. 최고야.”

“그런데 초희 너 빨리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언제 누가 이리로 올지 모르잖아?”

“알았어. 오빠도 좀 움직여볼래? 이제 힘이 좀 든다.”

“알았어.”

진명이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핀 뒤 엉덩이를 강하게 움직였다.

퍽퍽퍽퍽퍽퍽퍽-

“하악. 미치겠어. 아아. 이렇게 좋을 수가...”

초희가 신음소릴 안으로 삼키며 그를 보는데 벌써 절정에 오르려는지 눈에 초점이 없었다.

‘하긴. 이렇게 급박한 상황이라 더 스릴이 있고 빨리 달아오를 것이다.’

진명은 주위를 살피고 아무도 이쪽을 보고 있지 않자 초희 쪽으로 몸을 전진시키며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꼭 잡았다. 그리고 눈으로는 주위를 살피며 자지를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퍽-

진명이 맹수처럼 강하고 빠르게 자지를 움직이자 초희가 그의 허리를 꽉 부여잡고 억눌린 신음소릴 냈다.

“으으으으. 안 돼. 나. 가버려. 흐으으으으.”

초희가 자신의 엉덩이를 잡고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보지에서 물을 왈칵 쏟아내는 것이 진명의 자지로 느껴졌다.

‘됐구나.’

진명은 그녀가 절정에 올랐다는 것을 느끼고 왕복하던 것을 멈췄다.

“흐으. 흐으. 흐으.”

초희가 헐떡거리던 숨을 서서히 진정시키자 진명은 자지를 보지에서 빼냈다.

“으그!”

사정을 하지 않아 아직도 탱탱한 진명의 자지가 빠지자 초희가 몸을 진저리치듯 떨며 신음소릴 낸다.

‘......!’

진명이 자신의 자지를 보니 좆대와 귀두 전체에 초희가 싸놓은 점액질 애액으로 잔뜩 묻어 있었다.

“초희야. 여기 좀 봐라. 이거 어떡할래? 당장 샤워할 수도 없고.”

진명이 자지를 손으로 가리키자 초희가 그걸 보고 빙그레 웃는다.

“오빠는 사정 안했지?”

“응. 누가 올 까봐 긴장 돼서 못하겠더라.”

“나만 재미 봐 버렸네. 미안. 대신 내가 입으로 깨끗하게 빨아줄게.”

초희가 고개를 숙이더니 진명의 자지를 입속으로 넣어 빨았다.

쭉쭉-

매끄러운 혀가 자지 전체를 문지르며 빨아대는데 그 기술이 역시 뛰어나서 진명은 귀두가 초희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절로 신음소릴 냈다.

“으음.”

초희가 입으로 자지를 깨끗하게 빨아준 뒤 그에게 물었다.

“오빠. 기분 좋아?”

“응. 난 사정을 안 해서 그런지 네가 그렇게 빨아주니까 기분이 끝내준다.”

“호호. 이제 옷 입자.”

“그래.”

진명은 팬티를 주워 입으며 주변을 살폈다.

‘......!’

그들이 섹스를 한 시간은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아무 변화도 없었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짧은 시간에 완전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진명은 초희를 그대로 두고 다시 앞으로 나가 승욱에게 물었다.

“아직 멀었냐?”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 지루하냐?”

“아니. 그렇진 않은데 좀 빨리 도착하면 좋겠어서. 텐트도 쳐야하고 저녁 준비도 해야지. 점심을 라면으로 때워서 저녁은 근사하게 먹어야하지 않겠냐?”

“그렇지. 음식은 종류별로 다 있으니까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을 거다.”

“좋아. 난 사람들에게 저녁으로 뭘 먹을 건지 물어봐야겠다.”

오후 4시 쯤 일행은 목적지인 서해안 무인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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