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55)

요트가 물살을 가르고 인천항을 벗어나자 진명은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승욱에게 물었다.

“너만 계속 운전하면 너무 피곤하지 않겠냐?”

승욱이 웃으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후우.”

폐부 깊숙이 담배연기를 들이마셨다가 내 뿜으며 그가 진명에게 말했다.

“별로 어렵지 않으니까 바다 한 가운데 나가면 너도 배워라. 내가 가르쳐주면 금방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면 나야 좋지. 이런 거 하나 장만하려면 얼마나 있어야할까?”

진명이 이모와 진영이를 데리고 요트여행 하는 상상을 하며 묻자 승욱이 대답한다.

“별로 비싸진 않아. 이건 값이 좀 나가는 편인데 이삼십 억 정도 하나?”

“뭐? 대형 선박도 아닌데 왜 그렇게 비싸지?”

“하하. 싼 것을 찾는다면 자동차보다 더 저렴한 것도 있어. 하지만 이 정도는 돼야 뽀대도 나고 기능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거든.”

“하긴. 이 요트는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때 민정을 포함해서 일행 전부가 두 사람 주위로 몰려들었다.

“승욱 오빠. 그렇게 폼 잡고 있으니까 사람이 달라 보인다.”

초희가 그의 팔에 매달리며 애교를 부리자 승욱이 웃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쳤다.

“하하. 남자는 돈과 능력이지. 물론 얼굴도 정수처럼 잘 생기면 큰 무기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여자에게 어필하려면 돈이 최고야. 당장 봐라. 초희 너 우리 세 남자 중에서 내가 제일 스타일 빠진다고 뭐라 하더니만 요트 대령하니까 마음이 좀 달라지지?”

“호호. 오빠 진짜 솔직하게 말하네. 뭐 오빠 말 하나도 틀린 거 없어. 나뿐만 아니라 요즘 여자들 남자 볼 때 맨 먼저 재력부터 보거든.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보다 지금 당장 돈이 있는 남자들을 선호해서 당사자의 능력보다 부모의 재력을 더 먼저 본다잖아?”

“하하. 네 말이 맞다. 그럼 우리 세 사람 중에서 가장 여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승욱이 뒷말을 생략하고 초희에게 화살을 돌리자 그녀가 손을 들어 권총을 쏘듯 검지로 그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한다.

“바로 승욱 오빠?”

“칫. 놀고 있네. 난 누가 뭐래도 우리 진명 선배가 제일 좋아.”

민정이 진명의 팔을 손으로 꽉 끼고 말하자 승욱이 그 둘을 묘한 눈초리로 보며 말한다.

“아무래도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정수야. 그렇지 않냐? 처음에 민정이가 정수 너 좋다고 쫓아다녔다고 했지?”

“응. 그랬지.”

정수도 민정을 놀리려고 마음먹은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승욱의 말에 동조한다.

“정수 선배.”

민정이 소리치자 승욱이 먼저 말했다.

“사실이 그렇잖아? 두 사람 모두 처음엔 큰 반응을 안 보이다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긴 했어. 하지만 그 정도에 불과했는데 오늘은 민정이 너 갑자기 닭살 멘트를 날리면서 완전 사귀는 사람처럼 행동하잖아?”

“여행 가잖아? 기분 들떠서 그런 거야. 아무튼 애들아. 우리 안에 들어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우리들밖에 없는데 굳이 불편하게 다 입고 있을 필요 없잖아?”

민정의 말에 초희가 먼저 발걸음을 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갈아입으려고 생각했다.”

“현서야. 가자.”

민정이 현서의 손을 잡고 초희를 따라 들어가자 승욱이 진명과 정수에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 쟤네들 몸매 기대되지 않냐? 옷 입은 것만 봐도 다들 날씬하던데 과연 수영복 몸매는 어떨까? 특히 현서는 키도 제법 크고 해서 몸매가 끝내줄 것 같은데.”

승욱이 현서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자 정수의 심기가 불편한 듯 얼굴이 약간 굳어진다.

진명이 그를 보고 승욱에게 말했다.

“야. 초희도 몸매 아주 좋아. 민정이는 약간 마른 편인데 초희는 저번 촬영할 때 보니까 몸의 배율이 아주 좋더라고.”

“나도 알지. 그런데 초희는 키가 좀 작잖아?”

정수가 끼어들었다.

“현서도 그다지 크진 않아.”

“야! 정수 네가 너무 길어서 그런 거지. 현서 우리나라에서는 큰 편에 들어간다.”

승욱의 말에 진명이 정수에게 물었다.

“현서는 키가 몇이냐?”

“165.”

“초희하고 민정이는 160정도니까 현서가 약간 크긴 하네. 뭐 하지만 그 정도야 별거 아니잖아? 그런 사소한 걸로 언쟁할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 것인지 그런 거나 연구해라.”

“하하. 네 말이 맞다.”

승욱이 수긍하며 정수에게 물었다.

“정수 너. 현서랑 어느 정도까지 갔냐?”

“나야 현서하고는 정신적으로 사귀는 거니까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 해.”

정수가 순진하게 대답하자 승욱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그에게 말했다.

“이 녀석. 순진한 게 도를 넘었구나. 이 정도면 순진한 게 아니라 멍청한 거 아냐?”

“야. 승욱아. 정수한테 너무 그러지 마.”

진명이 만류하지만 승욱은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이번 기회에 내가 정수한테 충고 한 마디 해야겠다. 정수야. 너. 여자란 네 생각대로 따라주는 동물이 아니야. 아무리 정신적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도 육체적인 결합이 없다면 절대로 오래 가지 못한다고. 다른 건 몰라도 여자 문제에 있어서는 내가 너보다 훨씬 경륜이 깊고도 넓으니까 내 말 명심해.”

정수가 의외로 승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한다.

“그럼 승욱이 네 생각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이번 여행에서 무조건 현서랑 끝을 보는 거야. 아무리 많이 만나고 정신적으로 말을 많이 나눈 사이라도 하룻밤 육체관계를 갖는 것이 훨씬 더 둘을 가깝게 만드는 법이니까. 정수 너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얘기 못 들어봤냐?”

“음. 들어는 봤지.”

“바로 그 말이 내 말이야. 그러니까 너 이번 여행에서 현서한테 도장을 꽉 찍어. 알았지?”

“으응. 알았다. 한 번 노력해 볼게.”

정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진명은 정수의 현서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호호.”

“시원하다.”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진명은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영복 차림의 세 여자들이 가까이 다가오는데 그 모습을 보자 진명은 아래쪽에서 자지가 불끈 서려 하는 것을 느끼고 얼른 심호흡을 했다.

‘......!’

세 여자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현서의 몸은 군계일학이었다.

좁은 어깨에 날씬한 허리와 밑으로 확 퍼진 엉덩이, 그리고 그 아래로 곧게 뻗은 늘씬한 다리는 적당한 키와 함께 그녀의 몸매를 돋보이게 만들었는데 그 무엇보다 진명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것은 현서의 가슴이었다. 연보라색 비키니 안에 담겨져 있는 그녀의 가슴은 풍성하게 솟아 있으면서 조금도 밑으로 처지지 않아 그걸 보고 있는 진명의 가슴을 바짝 타게 만들었다.

“야아. 다들 끝내주는 구나.”

승욱이 세 여자를 보며 감탄사를 발하다 현서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그녀에게 말했다.

“현서야. 너 이렇게 몸매가 좋으면서 그 동안 남자들에게 한 번도 안 보여줬지?”

현서가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긴팔 남방을 상체에 걸쳤다. 그러자 그녀의 상체와 엉덩이까지 옷에 가려 졌다.

“오빠! 현서만 쳐다볼 거야?”

초희가 모델처럼 걸으며 손을 허리에 척 올리고 일부러 몸매를 뽐내는 시늉을 하자 세 남자의 시선이 이번엔 그녀에게 쏠렸다.

‘......!’

초희의 몸매도 현서에 뒤지지 않았다. 키와 가슴은 현서에 비해 약간 작은 편이었지만 상체에 비해 다리가 긴 편으로 비율은 좋았고 아담한 여잘 좋아하는 타입이라면 섹시한 얼굴의 초희에게 더 점수를 주는 남자도 있을 것이다.

세 여자 중에서 몸매가 가장 기우는 쪽은 역시 민정이었다. 공부만 하느라 몸관리를 하지 않은 것인지 전체적으로 가느다란 몸에 가슴도 작고 하체도 초희에 비해 짧아 보인다. 하지만 두 여자가 워낙 톱모델 급의 몸매를 갖고 있어 비교가 된 것뿐이지 민정의 전체적인 외모도 충분히 봐줄만한 것이었다. 그런 데다 그녀의 집안도 현서만큼은 아니지만 아빠가 제법 탄탄한 중소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사장으로 나중에 민정이 그것을 물려받게 돼있었다. 한 마디로 민정도 학력, 재력, 인물 모두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은 여자였다.

여자들에 대한 몸매감상이 끝나자 승욱이 현서에게 말했다.

“현서 너도 요트 운전 잘하지?”

“오빠만큼은 아니지만 할 수는 있어.”

현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승욱이 키를 그녀에게 맡기며 말했다.

“그럼 네가 좀 잡아라. 우리 남자들도 수영복으로 갈아입어야지.”

“알았어.”

현서가 키를 잡자 세 남자가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들은 단순해서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수영복을 입고 세 남자가 갑판으로 나가는데 성질 급한 승욱이 먼저 나가자 여자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하지만 승욱의 몸매는 그다지 봐줄만한 것이 없어 여자들은 금방 시선을 거두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음식을 많이 먹고 자란 탓인지 승욱의 몸은 좋게 말하면 통통한 거고 정직하게 말하자면 약간 살이 찐 타입에 아랫배까지 나와서 키가 좀 되지 않았다면 영 봐줄 몸매가 아니었다.

그 다음에 정수가 나오자 여자들의 시선이 처음엔 관심있게 쏠렸지만 이내 실망하는 눈초리로 변했다. 승욱과는 정 반대로 정수의 몸은 키만 멀대같이 긴 데다 위아래 모두 살이 없어 갈비뼈가 드러나 보였고 가슴 또한 굴곡이 전혀 없이 대패로 밀어놓은 듯 평평했다.

하지만 뒤 이어 진명이 나오자 세 여자들의 시선이 그에게 고정된 후 떨어질 줄 몰랐다.

‘......!’

“와우.”

초희의 입에서 크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상체와 하체가 적당한 비율로 구성된 데다 일부러 키운 근육이 아니고 운동으로 단련된 그의 몸은 구석구석 어느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이 완벽한 맵시를 자랑하고 있었다.

초희가 진명을 보며 말했다.

“진명 오빠. 촬영할 때 벗은 상체는 몇 번 봤지만 이렇게 수영복 입은 모습은 처음보는데... 정말 환상이다.”

진명이 속으로 무척 자랑스러웠지만 겉으로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겸손하게 말했다.

“야. 나는 이 몸이 전 재산이다. 머리엔 든 것이 없고 돈도 별로 없어. 오직 이 몸뚱아리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몸인데 이 정도는 돼야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초희가 진명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데 왠지 씁쓸한 표정이다. 현서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고 민정과 비교해도 영리한 머리나 재력 등을 생각하면 꽤 뒤지기 때문에 자기가 셋 중에서 가장 하찮게 여겨져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진명도 마찬가지였다. 승욱은 재벌집 아들이고 정수 역시 운동만 빼놓는다면 모든 면이 그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다. 더구나 그의 친 아버지가 현서 아빠라면 나중에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엄청난 것을 남겨줄 가능성이 컸다. 정수는 법적으로 알려진 아들이 아니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의 발목을 잡았던 권력 세습이란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법적인 아들보다 훨씬 더 많이 정수를 키워줄 수 있을 것이었다.

진명의 곁으로 민정이 다가와 그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자신의 가슴을 노골적으로 비벼대며 말했다.

“선배. 살 타는데 옷이라도 하나 걸치지 그래?”

“그럴까? 그래도 오늘은 날이 구름도 많이 끼고 참 좋다. 살도 별로 안 탈 것 같아.”

“그래도 옷 입어. 내가 선배 가방에서 옷 가져올게.”

“그래줄래?”

“응. 잠깐만 기다려?”

민정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승욱이 그녀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진명에게 말한다.

“진명이 너 대체 쟤를 어떻게 구워삶은 거냐? 완전히 네 여친처럼 행동한다.”

그 옆에 있던 현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승욱에게 말했다.

“승욱 오빠. 민정이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마.”

“아, 알았다. 야. 그래도 오늘 민정이 행동 좀 심하지 않냐? 이번 여행은 우리 여섯 사람 단체로 즐기는 거야. 커플끼리만 그렇게 티 나게 놀 거면 둘이서 그냥 은밀하게 가면 되잖아? 하지만 우리 이번 여행은 그런 성격이 아니니까 파트너가 있어도 티내지 말고 같이 어울려야지. 나중에 둘이서만 있는 시간도 많을 텐데 굳이 사람들 있는 데서 그렇게 티를 낼 필요는 없다는 말이지 내 말은.”

“맞아. 민정이 오늘 조금 심하더라.”

초희가 승욱의 편을 들고 나서자 진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건 승욱이 말이 맞는 거 같다. 우리가 굳이 이렇게 단체로 가는 것은 파트너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하고도 유대관계를 더 쌓기 위해서잖아? 나도 말하겠지만 이런 문제는 약간 민감한 사안이니까 현서가 나중에 민정이하고 따로 기분 상하지 않게 얘기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현서가 진명의 얼굴을 보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볼 때는 그렇게 심한 거 같지 않은데... 뭐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있다 내가 민정이하고 얘기해 볼 게요.”

진명은 승욱의 얼굴을 보며 그가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 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정이 자신에게 너무 들이대면 현서를 노리고 있는 작전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많았던 것이다.

잠시 후 민정이 하얀 남방셔츠를 갖고 와 손수 진명의 몸에 걸쳐주었다.

그 모습을 묘한 눈으로 보고 있던 승욱이 정수에게 말했다.

“정수야. 우린 옷 가져다 줄 사람이 없으니까 손수 가야하지 않겠냐? 너도 위에는 옷 좀 걸쳐야지.”

“응.”

“같이 가자. 가서 맥주 좀 가져올 텐데 누구 한 잔 할 사람?”

초희가 손을 들었다.

“나. 한 캔만.”

그 외에는 손을 드는 사람이 없자 승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수와 안으로 사라졌다.

옷을 편하게 갈아입고 분위기도 안정이 될 무렵 요트도 인천항과 복잡한 섬들을 빠져나와 남쪽으로 방향을 고정시킨 채 점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승욱이 캔 맥주 세 개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데 이번 담배는 왠지 그 향기가 묘해서 진명이 그에게 물었다.

“너 그 담배 좀 이상하다?”

“아. 이거? 대마초야. 너도 한 번 빨아볼래?”

승욱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내밀자 진명이 얼른 뒤로 물러났다.

“야. 그거 하다 걸리면 잡혀가는 거 아냐?”

“자식. 이만한 일로 쫄기는... 덩치가 아깝다.”

승욱이 담배를 깊숙하게 빨고 연기를 내뱉으며 말한다.

“미국에서 살 때는 이런 거 내 맘대로 피우니까 좋았는데... 여기서는 좋은 것도 많지만 못하게 하는 것들이 많아서 그게 싫어.”

진명이 주위를 보니 초희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나머지 현서와 정수, 민정은 눈을 찌푸리며 승욱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승욱아. 너무 무리하지 말아라.”

진명이 약간 걱정하는 눈길로 말하자 승욱이 일행을 둘러보며 웃었다.

“야야. 뭐 이런 거 갖고 무슨 동물원 원숭이 보듯 그러냐? 나도 미국에서나 많이 했지 여기 들어온 뒤로는 잘 안 해. 여행 왔으니까 기분 좀 더 내보려고 그러는 거니까 다들 걱정하지 말아. 민폐 안 끼치고 내 자신은 컨트롤 할 테니까.”

“그래. 알았다. 너 실수하는 거 별로 본 적 없으니까 믿는다.”

진명이 승욱을 대변해서 말해주자 나머지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묵인해 주었다.

“오빠. 나도 한 모금만 빨아볼까?”

초희가 승욱의 곁에서 말하자 그가 물었다.

“초희 너 이거 한 번도 안 해 봤어?”

“응. 담배는 피우지만 이건 안 해 봤어.”

“초희야 이거 한 가지는 알아둬라. 하는 건 좋은데 자신은 지킬 줄 알아야한다? 나는 많이 해 봤고 언제든지 끊을 수 있는 자신이 있으니까 하는 건데 너도 연예계 생활 오래 하려면 이런 거에 맛 들이면 안 돼. 이번 여행은 인생에 별로 많지 않을 특별한 날이니까 해도 되지만. 알았지?”

“알았어. 설교는 그만 하고 한 번 줘봐.”

초희가 승욱의 손에서 담배를 낚아채더니 아무 주저없이 한 모금 빨았다.

“후우!”

폐부 깊숙이 연기를 흡입하고 내 뱉은 뒤 그녀가 승욱의 얼굴을 보았다.

“별거 아니네.”

“응. 이거 담배나 비슷한 거야. 초희 너 담배 언제부터 피웠냐?”

“중학교 때 처음 피웠고 본격적으로 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초희가 한 모금을 더 빤 뒤 승욱에게 대마초를 건넸다.

“자식. 소질 있네.”

승욱이 초희의 얼굴을 본 뒤 담배를 빨았다.

그렇게 승욱과 초희가 대마초에 열을 올리자 민정이 진명의 팔을 붙들고 나직하게 말했다.

“선배. 우린 저 뒤로 가서 경치나 감상하자.”

“그럴까?”

진명은 현서의 곁을 떠나기 싫었지만 그런 내색을 할 수 없어 민정과 요트의 뒤로 갔다.

“아. 시원하다. 돈이 좋긴 좋구나. 나중에 아빠 회사 물려받으면 돈 좀 실컷 벌어야지. 그때 요트 사서 선배랑 둘이서만 여행하면 정말 좋겠다.”

민정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며 말하자 진명이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민정도 그의 얼굴을 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자신의 챙 넓은 모자를 벗고 그에게 말했다.

“선배도 모자 좀 벗어봐.”

진명이 모자를 벗자 민정이 고개를 돌려 일행의 눈을 확인한 뒤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쪽쪽쪽-

민정이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이자 진명은 손을 뻗어 그녀의 수영복에 감춰진 가슴을 주물렀다.

“하아. 선배. 선배하고 하고 싶어.”

“여기서는 못 해.”

“나도 알아. 그런데 선배. 좀 더 큰 수영복 없어? 왜 이렇게 이게 두드러져 보이지? 다른 남자들은 전혀 안 그러는데.”

민정이 수영복을 뚫고나올 것처럼 볼록한 성기를 만지며 말하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다른 친구들하고 수영복 사이즈는 똑같아. 내 것이 커서 그럴 뿐이지.”

“그런 거지? 나도 그렇게 생각은 했어. 그렇지만 초희 걔가 자꾸 선배 여길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잖아? 기분 나쁘게.”

“그랬어? 그래도 할 수 없지. 수영복은 이거 하나뿐이니까.”

“하여간 너무 티 나니까 신경 쓰여. 현서도 선배 여길 보고 놀라는 눈치던데.”

“그래? 난 전혀 모르겠던데?”

진명이 속으로 기뻤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응. 선배 수영복 입고 나올 때 처음 보고 현서도 많이 놀란 눈치던걸? 하긴 이렇게 주책없이 큰 걸 보면 누가 놀라지 않겠냐?”

‘음. 현서도 관심은 보였단 말이지?’

진명은 왠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민정아. 우리 둘이 있을 때는 괜찮은데 사람들 있는 데서는 너무 가까운 티 안 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왜? 내가 너무 티냈나?”

반문하고 있긴 하지만 민정도 느끼고는 있었는지 그다지 놀라는 눈치는 아니다.

“응. 이번 여행은 여섯 명이 함께 하는 거잖아? 서로 어느 정도는 예의를 지키는 게 맞을 거 같아서.”

“그래. 선배 말이 맞는 거 같다. 앞으로 조심할게. 나도 우리 집에서는 제법 귀하게 자란 몸이거든? 그래서 그런지 좀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점이 있어. 고치도록 노력할게.”

민정이 순하게 나오자 진명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며 말했다.

“그래.”

두 사람이 한창 얘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진명 오빠. 이리 와봐.”

진명이 돌아보니 초희가 그를 향해 손짓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보자.”

“응.”

진명이 민정과 함께 앞으로 가자 승욱이 진명에게 말했다.

“진명이 너. 라면 끓일 줄 알지?”

“당연하지. 라면 못 끓이는 사람도 있냐?”

“불행하게도 그런 사람이 여기 많이 계시다.”

“그래? 누가 먹고 싶은데.”

“현서를 비롯해서 여기 사람 전부 다.”

그때 초희가 진명에게 말했다.

“여기 사람들 알고 보니까 전부 귀하게 자라신 왕자, 공주님들이셔. 얼마나 귀하게 자라셨는지 라면 한 번도 안 끓여봤다네.”

“하하. 그래? 난 라면 잘 끓이니까 내가 대령하지 뭐.”

초희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라면 정도는 끓일 줄 아는데 사람 수가 워낙 많아서 자신이 없었거든. 그래서 오빠하고 둘이서 하려고 부른 거야.”

“하하. 이런 데 나오면 라면에다 김치 먹는데 별미긴 하지. 모두들 조금만 기다려. 맛있게 끓여 바칠 테니까.”

“오케이. 수고 좀 해라.”

진명이 초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 뒤에서 민정이 소리쳤다.

“다 끓으면 얘기해. 나도 그릇 옮기는 것 정도는 할 줄 아니까.”

‘......!’

진명이 대답 대신 손만 흔들어 보이고 안으로 사라졌다.

초희와 함께 주방에 들어온 진명이 가스를 열고 불을 켰다.

사람 수를 헤아리며 냄비에 물을 채우는데 초희가 그를 불렀다.

“오빠!”

진명이 고개를 돌리자 초희가 그를 보며 요염하게 웃더니 두 손을 비키니 상의에 대고 아래로 쭉 벗어 내렸다.

“초희야!”

진명이 깜짝 놀라며 그녀의 얼굴을 보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

박속같이 하얀 가슴에 중앙에 달린 분홍빛 젖꼭지가 진명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빠.”

초희가 가까이 다가오자 흥분으로 도드라진 젖꼭지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초희야. 너 왜 그러니?”

진명이 행여 누가 볼까봐 주위를 둘러보자 초희가 그를 따라 주변을 살피며 나직하게 말했다.

“괜찮아 오빠. 사람들 여기 오면 우리 눈에 먼저 발견되니까 안심해도 돼.”

“초희 너 어쩌려고 그러냐? 승욱이 알면 우리 둘 다 아주 난감해지는데.”

“승욱 오빠 지금 요트 운전하고 있잖아? 절대로 여기 올 수 없어.”

“야. 민정이라도 올 수 있어.”

“오더라도 우리가 먼저 발견할 거니까 전혀 문제없어.”

“아우. 너 진짜 대담하다.”

진명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대마초를 피운 탓인지 지금 초희의 행동에 두려움이라곤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빠는 라면 끓이고 있어. 난 그 동안 오빠 자지 좀 볼 테니까.”

초희가 진명의 팬티에 손을 가져가자 그가 잠시 망설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거절하면 더 큰 문제가 일어날 것 같아 진명은 그녀를 달래기로 했다.

“초희야. 너 왜 그래? 네 파트너는 승욱이잖아? 승욱이하고 난 둘도 없는 친구고. 우리 이러는 거 알면 승욱이하고 관계도 깨질 텐데 너 그래도 괜찮아?”

초희가 고개를 흔들며 그의 팬티를 강한 힘으로 잡아 내렸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그녀의 손길에 진명의 팬티가 힘없이 아래로 쑥 내려가며 그의 자지가 덜렁 드러났다.

“아아. 이럴 거 같았어. 아까부터 궁금해서 미치겠더니만 지금 보니까 내 생각보다 더 큰 거 같아.”

자지가 드러나자 진명은 다 포기하고 물그릇을 가스레인지에 올렸다.

“아아. 어쩜 이렇게 훌륭할까? 이렇게 크고 굵은 자지는 처음 본다.”

초희가 귀두를 덮고 있는 껍질을 까 알맹이를 노출시키더니 곧바로 고개를 숙여 귀두를 입안에 넣었다.

쭉쭉쭉-

두 손으로 좆대를 잡고 귀두를 빠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한두 번 빨아본 솜씨가 아니다.

“으음!”

진명은 자지를 그녀에게 맡긴 채 라면 스프를 자르고 냉장고에서 계란과 김치까지 꺼냈다. 그가 자리를 조금씩 옮길 때마다 초희는 그를 따라다니며 귀두를 입에서 꺼내지 않고 맛있게 빨았다.

물의 양이 많아서 아직 시간이 남자 진명도 자세를 잡고 초희의 드러난 가슴을 손으로 움켜쥔 채 그것을 마음껏 주물렀다.

“흐응.”

쉴 새 없이 자지를 빨던 초희가 마지막으로 강하게 귀두를 흡입한 뒤 입에서 뱉어냈다.

“하아하아. 맛있어. 오빠 자지 진짜로 맛있다. 아아. 이거 빨리 넣고 싶은데...”

초희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말하자 진명이 그녀에게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초희야. 여기서는 안 돼. 나중에 시간 되면 하자.”

“그럼 손으로라도 해 줘. 아아. 나 오빠하고 하고 싶어 미치겠어. 오늘 밤에 승욱 오빠하고 하기로 약속해버렸는데 그 전에 좋아하는 진명 오빠하고 먼저 하고 싶어서 그래. 응?”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초희가 얼른 팬티를 끌어 내렸다.

진명은 오른 손을 아래로 뻗어 초희의 보지를 만졌다. 그러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다리를 벌려주었고 진명은 그 사이로 가운데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껍질 안으로 들어간 손가락이 입구를 찾아 속살을 문지르자 어느새 고인 애액이 손가락에 밀려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아. 빨리. 사람들 오기 전에 빨리.”

초희가 서두르자 진명은 질 속으로 손가락을 쑥 집어넣었다.

“아흑. 좋아. 오빠야. 아흥.”

손가락이 자지인양 초희가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자 진명은 질속에 들어 있는 그것을 빠르게 움직였다.

질꺽질꺽-

손가락이 보지 속을 자유롭게 왕래하자 진명은 손가락 하나를 더 질속으로 쑤셔 넣었다.

“흐윽.”

손가락 두 개는 아주 힘겹게 초희의 보지 속으로 들어갔고 진명은 그때부터 강하고 빠르게 손가락 두 개를 움직였다.

질꺽질꺽질꺽-

“아아아. 갈 거 같아. 흐윽.”

초희가 진명의 어깨에 손을 얹고 버티자 그가 볼록 튀어나온 젖꼭지 하나를 입에 물고 손가락을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

“으으아아아.”

초희의 입에서 짐승 같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갑자기 그녀의 보지에서 물이 샘솟듯 흘러나왔다.

그것이 오줌인지 아니면 다른 물인지 진명은 몰랐지만 계속 손가락을 움직였고 마침내 초희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꽉 붙들었다.

“그만. 오빠. 이제 됐어.”

진명이 손가락을 빼고 입에서 젖꼭지를 뱉어냈다.

“하아. 하아. 후우우.”

초희가 거친 신음소리를 내며 어깨를 들썩이다 점점 안정이 되는지 나중엔 길게 숨을 내 쉬었다.

“흐음. 좋았어 오빠.”

초희가 옷을 챙긴 뒤 웃으며 진명의 입술에 키스했다.

“물 끓어서 넘친다. 이제 너도 좀 도와라.”

“응. 알았어. 내가 김치 썰어서 담을게.”

“그래.”

진명이 라면을 끓는 물에 넣자 초희가 김치를 도마 위에 놓고 썰었다.

이제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 진명이 여유 있는 동작으로 준비를 하며 초희에게 말했다.

“초희 너. 아까 보니까 내 거 엄청 잘 빨던데 그런 쪽으로 경험 많은 가봐?”

“후후. 오빠는 실력으로 이쪽 계통에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우리 같이 돈 없고 백 없는 여자들은 아까 오빠가 말한 것처럼 몸이 전 재산이야. 나도 이 정도까지 뜨기 위해서는 실권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 몸도 바쳐야 했지.”

“그랬구나.”

“응.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서 실력 있고 재력도 넉넉한 남자 한 명 잘 물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그 사람하고는 지금도 관계를 유지하는 거니?”

진명이 세희 생각이 나서 그렇게 물었다. 자신도 아직은 세희가 부르면 충성된 개처럼 언제든지 달려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초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응. 그 사람한테만 봉사를 해주면 만사가 편하니까. 그런데 그 사람 나이가 오십이 넘어. 그게 잘 서지도 않은 사람이 하고 싶은 욕심만 많아서 할 때마다 곤욕을 치르지. 오빠 자지 빨아준 것도 그 사람 때문에 배운 거야. 그렇게 해 주지 않으면 안 서니까 어쩔 수 없이 빨아주는데 어휴. 그 사람 자지도 작은 데다 어떻게 간신히 세워주면 얼마 안 가서 그만 찍 사버리는데 진짜 내가 할 말이 없어. 호호. 그러니까 편한 점도 있지. 입으로만 고생 좀 하면 보지는 별 고생을 안 하니까.”

초희가 노골적인 말까지 서슴없이 하자 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

겉으로는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아픔들을 숨기고 있는 것이 또한 이쪽 세계인지도 모른다.

“그런 남자하고 관계를 유지해서 그런지 승욱 오빠하고는 별 미련이 없어.”

“왜? 승욱이하고 잘 되면 좋잖아?”

“후후. 그럴 가능성 제로거든? 그 사람 겉으로는 호탕한 척하고 그러지만 속은 여우가 몇 마리 들어앉았어. 우선 내 몸만 욕심이 나서 지금은 들이대는데 아마 몇 번 주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안면 바꿀 사람이야. 겉으로 보면 돈 잘 쓰고 멋있는 거 같아도 우리 같이 닳아진 여자들 눈에는 그게 다 보이거든. 그래도 오늘 한 번 줄 생각을 한 것은 그 사람이 이번 여행을 마련하느라 애를 많이 썼으니까 그 정도는 해줘야겠다 싶어서지. 사실 이번 여행 많이 기대했었거든.”

진명은 초희의 말이 다 맞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래. 어쨌든 이번에 최대한 즐겁게 놀다 가면 되는 거야. 그렇지?”

“응. 내가 이번 여행에서 기대하고 있는 가장 큰 게 바로 진명 오빠하고 한 번 하는 거였거든. 그러니까 조금 있다 기회 되면 꼭 한 번 하는 거다? 절대로 소문 내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알았다. 상황 봐서.”

“역시 오빠는 화끈해. 오빤 의리가 있어서 친구하면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거 같아. 평생 오빠하고는 좋은 관계로 가고 싶어. 오빠 내 맘 알지?”

“알았어. 라면 다 됐으니까 가지고 나가자.”

“알았어.”

진명과 초희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야. 고생했다.”

“음. 냄새 죽인다.”

초희가 생글거리며 말하는데 그녀의 표정은 언제 주방에서 그렇게 달아올랐냐는 듯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자자. 잠시만 기다려요. 그릇에 퍼줄 테니까.”

진명이 웃으며 거들었다.

“양은 충분하니까 많이들 먹어.”

사람들이 다 먹고 물러서자 그제야 진명이 맨 마지막으로 젓가락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민정이 말했다.

“뭐야. 라면 끓이느라 고생한 사람은 선밴데 먹지도 못하고 이렇게 뒷처리나 하는 거야?”

그러자 승욱이 민정에게 핀잔을 준다.

“그러는 민정이 넌. 아까 그렇게 친한 척 하더니 라면 오니까 자기 입에 넣느라고 바쁘더구만. 진명이는 민정이 네가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냐?”

정곡을 찔리자 민정이 승욱의 얼굴을 째려보다 진명의 곁에 붙어서 그가 라면을 입에 넣자 김치를 젓가락으로 집어 그의 입에 넣어준다.

“하하. 됐어. 내가 먹을게.”

진명이 라면을 다 먹고 그릇을 치우려하자 그를 도우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초희도 설거지는 하기 싫은 듯 승욱의 곁에 붙어 재잘거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어 진명은 하는 수 없이 혼자서 설거지를 하기 위해 빈 그릇을 냄비에 포갰다.

그때 현서가 그의 곁으로 오더니 그에게 말한다.

“선배. 내가 도울 게요. 같이 설거지해요.”

“아. 그래줄 거야?”

진명이 반갑게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맛있게 먹었는데 값은 해야죠.”

“하하. 그래. 고맙다.”

“현서야. 내가 할게.”

그제야 정수가 나섰지만 현서가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한다.

“내가 한다고 했으니까 그냥 할게요. 선배는 쉬고 있어요.”

“으응.”

현서의 한 마디에 정수가 꼼짝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서자 진명은 웃으며 현서에게 빈 그릇을 나눠주었다.

“따라 와라.”

진명이 주방으로 가자 현서가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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