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55)

한 동안 여유 있던 진명의 생활이 또 바빠졌다. 방송사에서 시트콤 출연 제의가 들어왔는데 세희가 극본을 검토해보고 좋다고 판단해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그 동안 CF나 예능 프로에 출연해 인정을 받았지만 정식으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라 진명은 연기도 본격적으로 배워야했고 여러 가지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렇게 드라마가 시작되고 날이 갈수록 그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진명의 인기도 더욱 올라갔다.

드라마 촬영이 없어 잠시 여유가 생긴 진명이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아들. 지금 막 이사했다. 시간 되면 한 번 와라.)

진명은 미소를 지으며 문자를 보냈다.

(오늘 한가한데 지금 갈까?)

대번에 휴대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한가하면 지금 올래? 아빠가 점심 살게.”

“좋아.”

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차를 몰고 가며 진명은 미소를 떠올렸다.

아빠를 용서하고 가끔씩 만나기로 했지만 금전적으로는 단 한 푼도 도와줄 수 없다고 애초에 못을 박았었다. 하지만 당장 그의 형편이 너무 곤궁한지라 진명은 세희에게 사정 얘기를 하고 부탁을 해서 직장을 잡아주었다. 회사 경비를 보는 것이었지만 국내 굴지의 한명그룹이다. 경비자리도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취직을 한 그는 회사 대출을 받아 고시원에서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고 지금 진명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진명은 앞으로도 아빠에게 금전적으로는 전혀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다만 그가 스스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것은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작은 이사가 아빠에겐 새로운 삶으로 가는 첫 걸음이라 축하를 해주기 위해 가는 것이었다.

오피스텔을 둘러보고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괜찮네. 혼자서 살기엔 충분한데?”

“그렇지? 다 네 덕분이다. 오늘은 이 아빠가 쏠 테니까 어디든 가자.”

“난 상관 없어. 아빠 먹고 싶은 데로 가.”

“음. 그래도 되겠냐? 사실 너하고 가고 싶은 데가 있긴 한데.”

“어디?”

“피잣집인데. 너 피자도 괜찮아?”

“괜찮아.”

“그럼 가자. 가면서 얘기해줄게.”

진명이 차를 몰고 가자 종성이 조수석에서 그를 보며 말했다.

“너한테 한 번도 말은 안 했는데 사실 내가 작업하고 있는 여자가 있거든?”

“......?”

진명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식당을 하고 있는 여잔데 자기 소유로 큰 건물이 한 채 있고 거기서 나오는 월세만 계산해도 수 천만 원이야. 그런데 이 여자, 생활력이 강해서 피자 전문식당까지 직접 경영하고 있지. 거기다 이 여자가 애 하나 딸린 과부거든. 그래서 내가 몇 달 전부터 들이대고 있는데 워낙 경쟁자들이 많아서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는데 말이야. 최근에 내가 진명이 네 아빠라고 밝혔더니 그 여자가 깜짝 놀라면서 급호감을 보이는 거야. 자기 딸이 너 광팬이라면서. 사인 한 장 받아줄 수 없겠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내가 사인 정도가 아니라 한 번 식당에 가서 인사 시킨다고 큰 소리 좀 쳤거든.”

“후후.”

진명이 웃으며 거부감을 보이지 않자 약간 긴장하고 있었는지 그가 숨을 길게 내쉬며 물었다.

“기분 나쁘지 않지?”

“나한테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야 뭐.”

“아빠가 하나만 부탁하자.”

“뭘?”

“그 여자하고 잘 되려면 그 여자 딸이 관건이더라고. 그 여자, 돈이 많다 보니까 자기한테 들이대는 남자들이 자기 돈보고 그러는 거 아닌가 생각해서 어지간한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아. 난 어찌해서 그 여자하고 가끔 술도 한 잔씩 하는 사이로 발전했지만 그 여자가 그 이상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고, 그것은 다른 남자한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그러면서 그러더라고. 자신은 재혼할 의사가 있긴 한데 딸이 반대하면 절대로 재혼하지 않는다고. 지금 갖고 있는 건물도 전 남편이 죽으면서 물려준 것이라 딸도 재산의 절반은 권한이 있고, 또 딸이 싫어하는 남자와 재혼해서 자식의 마음을 아프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마침 그 딸이 네 광팬이라잖아? 네가 그 딸 좀 잘 구슬려서 내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주면 그 여자와 결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네가 중간에서 힘 좀 써주라.”

“하여간 이상한 쪽으로 머리는 잘 굴린다니까.”

진명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도 돈이 궁할 때 여자와 잠을 자면서까지 돈을 벌었으니까.’

“진명아. 어떻게 안 되겠냐?”

그가 재차 부탁하자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 보지 뭐.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진 마.”

“알았어. 해보고 안 되면 나도 말 거야. 이제 반듯한 직장도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하지만 그 여자하고 잘 되면 그 여자랑 같이 식당 경영주가 될 것이고 회사 경비원보다는 그 쪽이 훨씬 낫잖아?”

“알았다니까.”

진명이 별 신경을 쓰지 않은 것처럼 말했지만 그의 속마음은 달랐다. 아빠의 인생이 회사 경비에서 식당 사장으로 격상되는 일인데 소홀하게 대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저기야. 빌딩 크고 좋지?”

종성이 손짓하는 빌딩을 보고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건물이 그 여자 소유라고?”

“응. 총 7층 건물인데 비어 있는 곳이 하나도 없어. 장소도 요지라 세도 다 빵빵하고.”

“괜찮네. 저기 1층이 가게야?”

“응. 자기 건물이라고 제일 목 좋은 곳에다 차렸지. 저기 보이잖아?”

“아!”

진명이 간판을 발견하고 바로 건물 지하로 차를 몰았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다 카운터에 있는 여자를 보고 종성이 아는 체를 한다.

“정 사장님!”

“이 선생님.”

여자가 종성을 반갑게 맞이하다 진명을 보더니 깜짝 놀란다.

“어머! 진짜였네. 태권도 선수 이진명 맞죠?”

여자가 웃으며 말을 걸어오자 진명이 그녀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예. 아빠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유. 무슨... 어서 들어와요. 가만 있자. 제일 좋은 자리가... 어이 해인아! 이분들 저쪽 창가 자리로 안내해 드려라.”

여자가 부산하게 움직이며 두 사람을 맞자 진명은 안 보는 척 하면서 그녀의 외모를 살폈다.

‘......!’

나이는 사십 중반 정도에 키는 중간, 얼굴도 평범, 몸매도 그만저만하다. 한 마디로 거리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그저 그런 아줌마인 것이다.

‘돼지 얼굴 보고 잡아먹는 거 아니라더니, 참. 실속 있게 잘 물었네.’

진명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여자에게 친근감 넘치는 미소를 보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사장이 해인이라고 부르던 어린 여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다.

진명이 피자 한 판을 주문하자 그녀가 진명의 얼굴을 보고 얼굴을 붉히더니 그에게 말을 건다.

“저기. 철각 이진명 오빠 맞죠?”

“예.”

“아. 맞구나. 나 오빠 나오는 그 드라마 매일 보는데...”

“하하. 그래요? 고맙습니다.”

진명이 웃자 그녀가 멍한 얼굴로 그를 보다 살며시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물러난다.

진명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식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

넓은 공간에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점심시간이 아직 이른 데도 손님들이 제법 많은 것을 보니 장사도 잘 되는 편이다. 한데 손님들 중 대다수가 지금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진명은 속으로 우쭐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 놈의 인기하고는...’

하지만 겉으로야 그런 티를 낼 수 없다. 적당하게 표정관리를 하고 진명은 종성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저 아줌마는 어떻게 만난 거야?”

“아. 구민회관 스포츠센터에서 만났다.”

“아. 운동하면서 만난 거구나.”

“후후. 운동이라... 맞긴 하지. 진명이 너 댄스스포츠라고 들어봤냐?”

“그게 무슨 운동인데?”

“아. 말 그대로 스포츠로 하는 댄스야. 나이 들면서 그게 꽤 운동도 되고 여자들한테 인기를 끌 수도 있다고 해서 한 번 배워볼 까, 하고 나갔는데 거기서 정 사장을 만난 거지.”

“뭐. 어쨌든 잘 해 봐. 나이도 아빠하고 맞고 여러 가지로 잘 되면 좋겠다.”

“그렇지? 네가 힘 좀 써주라.”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멀리서 사장이 다가오자 진명은 얼른 말을 끊었다.

“호호. 그렇게 같이 있으니까 정말 닮았네요. 누가 봐도 부자지간 아니라고 말 못 하겠네.”

여자가 종성의 옆자리에 앉으며 진명에게 말했다.

“이번 올림픽도 그렇고 정말 대단하단 말밖에 안 나오던데, 어쩜 그렇게 태권도를 잘 할 수 있어요?”

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 아빠한테 기초를 튼튼하게 배웠어요. 그래서 운동이라면 뭐든 잘 하게 됐고 태권도는 특히 제가 관심을 갖던 종목이라 잘 풀린 거죠. 사장님도 아빠가 그렇게 칭찬을 많이 하더니 실제로 보니까 더 미인이시네요.”

“어머. 정말? 얼굴이야 우리 이 선생님이 훨씬 미남이시죠. 그런데 진명 학생은 아빠보다 더 잘생겼네.”

“하하. 아빠 젊었을 때는 저보다 훨씬 더 멋있었는데.”

“그래요? 하긴. 그런데 학생 어머니는......”

여자가 약간 탐색하는 표정으로 묻자 진명이 순진하게 대답했다.

“엄마는 저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지병으로 돌아가셨어요. 아빠가 그것 때문에 엄마 간호하느라 고생 많이 했죠.”

진명이 웃으며 종성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가족이었으니까. 자자. 그런 어두운 얘긴 그만 하지.”

여자가 잠시 생각하다 진명에게 물었다.

“저번 인터뷰 때 보니까 이모하고 산다던가? 내가 분명 그렇게 들었는데...”

“아아. 예. 그것은...”

진명이 얼른 머리를 굴렸다.

“아빠가 엄마 병간호 하느라 형편이 많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시자 저를 이모한테 맡기고 원양어선을 타게 됐죠. 아빠가 그런 얘기 안 해요?”

진명이 적당히 떠 넘기자 여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응. 정 선생님은 가족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 분이어서 그 동안 전혀 몰랐어요.”

“아빠 성격이 남들 앞에서 자랑하거나 내세우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럴 거예요. 사실 이모하고 너무 같이 오래 살다보니까 이모가 엄마같고, 그래서 지금은 아예 이모를 엄마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거든요. 아빠는 돈 버느라 계속 해외로 많이 나가 계시고. 그래서 오랫동안 떨어져 살다가 최근에야 자주 얼굴도 보고 그렇게 된 거죠.”

“아이. 이 선생님은 그런 얘기도 미리 해 주시고 그러지, 아드님한테 얘길 듣게 하다니.”

여자가 다정하게 굴자 종성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하하. 무슨 좋은 일이라고 사장님께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하겠습니까?”

“선생님은 직장도 아직 제게 얘기하지 않으셨잖아요?”

“하하. 변변치 않은 직장이라서...”

진명이 말했다.

“아빠 한명그룹 다니세요.”

“어머! 한명그룹이면 우리나라 최고 대기업이잖아요?”

“하하. 그거야 뭐. 변변치 않습니다.”

종성이 민망한 듯 머리에 손을 얹고 사람 좋게 웃자 진명의 눈에도 그 모습이 굉장히 겸손하고 멋지게 보였다.

“어머. 정말 이 선생님 다시 보이네요.”

얘기하는 중에 피자가 나오자 진명은 여자가 보는 앞에서 피자를 맛있게 뜯어먹었다.

“아우. 나 피자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정말 맛있네요.”

진명이 감탄사를 연발하며 칭찬하자 여자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진명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많이 먹어요. 오늘 이 음식은 제가 쏠게요.”

“아아. 그러시면 안 됩니다. 영업하는 집에서 음식 얻어먹으면 그런 매너 없는 일이 또 어딨겠습니까?”

종성이 손을 흔들며 사양하자 여자가 그를 향해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이. 그래도 일부러 아드님하고 여기 와주셨는데.”

“하하. 그럼 다음에 기회 되면 사장님이 다른 데서 한 번 사주시면 되죠. 오늘 여기는 제가 냅니다.”

“그러실래요? 호호. 저기 학생. 우리 딸이 하나 있는데 학생 팬이거든요? 내가 전화하니까 보고 싶다며 온다고 해서 내가 오라 그랬어요. 부담되지 않으면 만나서 사인이라도 해 주면 고맙겠는데.”

“하하. 그 정도야 뭐가 어렵겠습니까?”

진명이 선량한 표정으로 웃자 여자가 그를 바라보는데, 그 눈길에 말할 수 없는 호감의 빛이 어른거렸다.

피자를 다 먹어갈 무렵 식당 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애가 정 사장을 보고 크게 소리치며 다가왔다.

“엄마!”

“응. 지애야. 어서 와라.”

진명이 보니 정 사장과 판박이처럼 닮은 여자애가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진명이 옆으로 몸을 옮겨 자리를 내 주자 여자애가 그의 곁에 앉는다.

“우리 딸이에요. 한지애. 고3인데 이번에 졸업하고 대학 들어가죠.”

“아아. 반가워요. 나 이진명이라고 하는데 알고 있죠?”

진명이 인사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오빠. 우리학교에서 오빠가 인기 제일로 좋아요.”

지애가 진명을 보고 웃는데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하하. 다행이네. 나하고 같이 출연한 민수 녀석이 얼굴은 더 잘 생겼는데...”

“오빠는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잖아요? 완전 몸짱....”

말을 하다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지애가 얼른 입을 다문다.

그 모습을 웃는 낯으로 보고 있다 사장이 지애에게 말했다.

“너, 사인 받는 다더니. 학생 맘 변하기 전에 얼른 받아라.”

“......!”

지애가 진명의 얼굴을 보자 그가 말했다.

“사인보다 같이 사진이나 찍을까? 휴대폰에 저장하면 사인보다 더 낫지 않겠니?”

“그래줄래요?”

“뭐 어려운 일이라고.”

“좋아요.”

지애가 흥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젊은 애들끼리 어울리라 하고 우린 자릴 옮기죠.”

종성이 사장한테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래요.”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자리로 옮겨가자 진명이 그녀의 곁으로 바짝 붙었다.

‘......!’

어깨와 어깨가 닿고 지애의 목에 진명의 숨결이 닿았다 떨어지자 그녀가 몸을 흠칫, 떠는 것이 느껴졌다.

찰칵- 찰칵-

지애와 사진 몇 장을 같이 찍는데 곁을 지나가던 해인이란 종업원이 지애를 보며 말을 걸었다.

“지애야. 너 좋겠다.”

부러운 표정으로 해인이 두 사람을 바라보자 진명이 지애에게 물었다.

“아는 사이?”

“예. 제일 친한 친구예요. 집에서 노느니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대서 여기 와 있으라고 한 거죠.”

“쟤하고도 찍어줄까?”

진명이 묻자 지애가 그를 쳐다본다.

“해인이하고 찍고 싶어요?”

그녀의 눈에서 질투의 감정을 읽은 진명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후후. 하긴. 너보다 저 해인이라는 애가 더 예쁘고 날씬하긴 하다.’

하지만 그는 엄숙한 표정을 짓고 지애에게 말했다.

“아니. 나 아무하고나 사진 찍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한가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거든? 오늘은 우리 아빠가 이곳에 와서 사장님께 인사나 드리자고 해서 일부러 온 거지. 아빠가 사장님께 호감이 있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우리 아빠 응원해주려고 여기 온 거야. 지애 너는 우리 아빠 보니까 어때?”

“난 처음 보는데, 인상도 오빠하고 닮아서 괜찮고 좋게 보이네.”

“지애 엄마도 인상이 좋네. 지애가 엄마 닮아서 예쁜 가봐.”

“내가 예뻐요?”

지애가 얼굴을 붉히며 묻자 진명이 고개를 끄덕인다.

“응. 귀엽고 예쁘네.”

“오빠. 시간 괜찮으면 같이 나가서 차나 한 잔 마실래요?”

지애가 기대어린 눈빛으로 물어오자 진명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가자. 아빠한테 인사하고 올게.”

“같이 가요. 나도 엄마한테 말 해야지.”

“후우!”

지애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명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여고생답게 무슨 호기심이 그리 많은지 지애가 이것저것 물어오는 통에 진명은 일일이 대답하느라 등에 땀이 다 흐를 지경이었다. 그 중간에도 진명은 지애에게 아빠와 사장이 잘 되면 좋겠다고 암시를 주었고 만약 지애가 옆에서 둘 사이를 좋게 만들어준다면 앞으로도 계속 만나줄 거라는 언질도 주었다.

일주일이 지난 뒤 종성에게서 연락이 왔다.

“진명아. 드디어 일을 치렀다.”

흥분에 찬 그의 목소리에 진명도 덩달아 기분이 달아올랐다.

“어디까지 한 거야?”

“야. 도장 찍었다니까. 이제 결혼까지 쭉 진행해야 하는데 말이지. 참. 이번에 그렇게 된 데는 진명이 네 공이 컸다. 정 사장 말이 지애가 날 좋게 봐서 다행이라고 하면서 나한테 몸을 줬거든. 아무튼 네가 전화로라도 지애한테 고맙다고 인사 좀 해라.”

“알았어. 걱정 말고 그 사장이나 잘 잡아. 그런데 아직 정력은 쓸 만한 거야? 벌써 몸 비리비리한 거 아니지?”

“왜? 네가 보약이라도 한 첩 지어주려고?”

“뭐. 그 정도는 아들로서 해줄 수 있지.”

“하하. 네 아빠 아직 안 죽었다. 그건 걱정하지 말고 지켜보기나 해. 이번엔 정말 죽을 각오로 그 여잘 잡아서 아주 끝내버릴 테니까.”

전화를 끊고 진명은 지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세요?”

“아. 지애야. 나 이진명.”

“어머! 오빠!”

전화상이지만 방방 뜨는 그녀의 모습이 바로 눈앞에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 잘 있었니?”

“응. 오빠도 잘 있었어? 바쁠 텐데 전화까지 주고. 나 진짜로 감동이야.”

“응. 아빠한테 전화 왔는데 지애 네가 엄마한테 좋은 말 해줬다며? 아빠가 너한테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까 또 내가 너한테 고마워서 가만 있을 수가 있어야지.”

“호호. 뭘 그 정도가지고.”

“아니야. 난 우리 아빠 무척 좋아하는데 아빠가 최근에 이렇게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보거든. 모든 게 네 덕분인 거 같아서 정말 고맙다. 아무튼 내가 우리 지애 소원 하나 들어주고 싶은데 갖고 싶거나 하고 싶은 거 있어?”

“정말 오빠가 들어줄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들어주지.”

“응. 나 진작부터 오빠 촬영하는 거 보고 싶었는데 오빠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으음. 그건 감독님이나 제작진들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라는 듯 일부러 시간을 끌며 난색을 표하다 진명이 굳은 음성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알았어. 지애 부탁이니까 내가 특별하게 힘써볼게.”

“아이. 힘들면 하지 마. 다른 부탁도 할 게 많으니까.”

“야. 다른 부탁은 네가 아빠 편 들어주면 그때 가서 또 들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번에 촬영 견학하도록 해. 오빠만 믿고.”

진명이 다정하게 응대해주자 지애가 붕 뜬 음성으로 그에게 말했다.

“좋아 오빠. 난 언제든지 시간 되니까 오빠가 연락해.”

“응. 알았어. 엄마한테 우리 아빠 잘 말해주는 거 잊지 말고.”

“걱정 마. 나도 오빠 아저씨 마음에 드니까. 다음에 엄마랑 같이 셋이서 식사도 하기로 했어.”

“오. 잘 했다. 우리 지애가 점점 더 마음에 드네. 오빠가 또 전화할게.”

“응. 오빠.”

전화를 끊고 진명이 미소를 지었다. 일이 순조롭게 풀려가고 있는 것이다.

종성이 사장과 지애를 만나 셋이서 식사를 했다고 전화를 하자 진명은 바로 지애에게 전화를 해서 촬영견학 날짜를 잡았다.

약속한 날짜가 오고 지애가 촬영장에 도착하자 진명은 그녀에게 딱 붙어서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고 친 오빠보다 더 그녀에게 살갑게 굴었다.

진명의 호의에 지애는 완전히 녹아서 그의 말이라면 뭐든 들을 것처럼 굴었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그녀가 가지 않고 기다리자 진명은 촬영이 끝난 뒤 그녀를 태우고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집으로 가는 중에 지애가 진명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응?”

“피곤하지?”

“응. 촬영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거든. 지애 너도 견학하느라 힘들었지?”

진명이 다정하게 말하자 지애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야. 기분이 너무 좋아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지경이었어.”

“후후. 다행이다.”

“오빠. 나 부탁이 하나 또 있는데...”

“말해봐.”

“응. 조금 있으면 나 졸업식 있는데 오빠가 와주면 안 될까? 오빠 아저씨는 온다고 했는데.”

“그래?”

진명은 약간 짜증이 났지만 아빠가 간다고 했다니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으로 검토는 해 보겠는데 확실하게 장담은 할 수 없어. 촬영 스케줄이 겹치면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다는 거 너도 이해하지?”

“응. 이해해. 그러니까 시간이 되면...”

“알았다. 참. 저번에 아빠하고 셋이서 식사 했다던데 어때? 좋았어?”

“응. 괜찮았어. 아저씨가 오빠처럼 참 다정하더라.”

“그럼. 아빠는 나보다 더 다정하고 좋은 분이야. 너희 엄마하고 아빠랑 결혼하면 참 어울릴 것 같던데.”

진명이 아무렇지 않은 듯 본론을 꺼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지애가 말을 끊고 생각에 잠긴다.

진명도 잠시 그녀가 생각할 시간을 준 뒤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지애 넌 두 분 결혼하는 거 반대니? 분위기 보니까 이미 두 분 깊은 사이인거 같던데.”

“난 아직 잘 모르겠어. 언젠가 엄마가 결혼할 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두 분 다 나이가 사십을 훌쩍 넘었잖아? 더 나이 드시기 전에 마음이 있다면 결합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이야.”

“오빤 참 그런 쪽으로 트였네.”

“응. 아빠하고 같이 안 살아서 그런 가봐.”

“이모하고 살고 있다고 했지?”

“응. 아빠가 돈 벌러 나갔을 때 참 힘들고 어려웠었거든? 그땐 아빠 원망도 하고 그랬는데 가장 어려울 때 이모가 날 엄마 이상으로 돌봐줬어. 그래서 나는 이모를 엄마처럼 모시고 살기로 약속까지 했어. 그래서 앞으로도 이모하고 살 거고, 아빠하고는 같이 살 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아빠가 한시라도 좋은 분 만나서 가정을 꾸리길 바라는 거지.”

“으응. 그렇겠다. 하지만 나는 엄마랑 둘이서만 살았는데 새로운 사람을 맞는다는 게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네.”

말을 하다 보니 차가 어느새 지애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들어가기 싫다.”

차가 멈췄지만 지애가 내릴 생각을 하지 않자 진명은 다시 차를 출발시켜 조금 으슥한 곳에다 차를 정차시켰다.

끼익-

핸드브레이크를 채우고 진명이 지애의 어깨를 손으로 잡아당겼다. 아무래도 뭔가 맛은 보여줘야 지애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것 같았다.

“오빠!”

진명의 얼굴이 다가오자 지애가 놀라 두 눈을 크게 뜨다 이내 질끈 감는다. 그리고 어서 해달라는 듯 입술을 앞으로 내밀었다.

지애의 입술이 닿자 진명은 그것을 입속에 넣고 부드럽게 빨았다.

“흐응!”

지애의 입에서 감미로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진명 역시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제 졸업을 앞둔 고3 여자애의 입술은 싱싱하고 탄력이 넘쳐흘렀다.

진명이 혀를 내밀자 지애가 입술을 열어 그의 혀를 받는다.

쭉쭉-

진명이 능숙하게 키스를 하며 한 손을 뻗어 지애의 외투 속으로 집어넣었다.

‘......!’

셔츠 위로 가슴이 잡히자 진명은 솟아오른 살덩이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흐으응!”

지애가 몸을 비틀며 반응을 하는데 거부하는 몸짓은 전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도 손을 뻗어 진명의 등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제법 가슴은 있네. 이거 좀 꼴리는데?’

진명의 자지가 불끈 섰다. 요즘 촬영에 푹 빠져서 섹스를 그다지 즐기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평범한 외모를 갖고 있는 지애라고 해도 이제 한창 피어나는 나이의 여자는 그 나이 자체만으로도 남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진명이 길고 긴 키스를 마치고 입술을 떼자 지애가 숨을 헐떡이며 그의 품으로 얼굴을 묻는다.

“오빠!”

진명은 가슴을 주무르던 손은 계속 움직이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지애야. 너 가슴 굉장히 부드럽다.”

“아응. 오빠가 그렇게 하니까 나 너무 기분 좋아.”

“그래? 더 해 줄까?”

지애가 고개만 끄덕인다.

진명은 손을 셔츠 속으로 집어넣어 그녀의 맨살을 만졌다. 아랫배를 쓰다듬다 점점 손을 위로 올리자 브래지어가 걸린다. 진명은 여유 있는 동작으로 호크를 풀어 브래지어를 걷어내고 지애의 맨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아아. 오빠!”

진명은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생각했다.

‘얼굴이 60점이라면 가슴은 90점 이상은 되겠네. 부드럽고 탄력이 넘치는데?’

고3치고는 꽤 커다란 가슴인데 손에 와 닿는 감촉이 아주 좋았다.

가슴을 애무하다 젖꼭지에 손가락이 가자 진명이 버찌처럼 부풀어 오른 꼭지를 손가락 두 개로 집어 좌우로 살짝 돌렸다.

“아아. 난 몰라. 오빠.”

지애가 민감하게 반응하자 진명은 그녀의 셔츠를 걷어 올리고 가슴에 고개를 박은 뒤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쭉쭉쭉-

일부러 소리가 나게 꼭지를 입으로 빨자 지애가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며 연신 신음소릴 낸다.

“흐응. 이상해. 오빠. 나 이상해.”

진명이 꼭지 두 개를 번갈아가며 입으로 집요하게 애무하자 지애가 그의 등을 끌어당기며 숨 가쁜 음성을 토해낸다.

“오빠. 나 오빠랑 하고 싶어. 아아.”

진명이 지애의 가슴에서 고개를 들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

지애의 얼굴이 흥분으로 사과처럼 붉고 입에서는 더운 숨을 계속 몰아쉬고 있었다.

진명은 손을 아래로 뻗어 지애의 바지 사이로 집어넣었다. 보지둔덕을 만지자 옷 밖인 데도 손에 뜨거운 열기와 함께 약간의 습기마저 느껴진다.

진명이 손으로 둔덕을 한 번 강하게 움켜쥐었다 풀며 뒤이어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문지르자 지애가 그의 얼굴을 보며 작게 속삭였다.

“하고 싶어.”

진명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는 곤란하지. 대신 내 것 좀 만지게 해줄까?”

진명의 말에 지애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 그의 자지에 꽂혔다.

‘......!’

바지 위로 볼록 솟아오른 그의 성기를 보고 지애의 입이 벌어졌다.

진명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성기에 대주자 지애의 손이 꿈틀거리며 진명의 자지를 살짝 잡았다.

“아. 뜨거워.”

지애가 탄성을 발하더니 손에 힘을 주고 진명의 자지를 쓰다듬기 시작한다.

한 동안 옷 밖으로 만지다 성이 차질 않자 진명은 지애의 바지에 손을 대고 혁대와 자크를 풀었다.

진명이 옷을 벗기려고 하자 지애가 얼른 엉덩이를 들며 그의 행동을 도왔다.

바지를 엉덩이까지만 내린 뒤 진명은 손을 팬티 속으로 집어넣고 밑으로 쭉 밀어넣었다.

‘......!’

까칠한 보짓털과 함께 볼록 솟은 둔덕이 만져지자 진명은 그 부분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손을 더 밑으로 뻗었다. 그러자 바로 손바닥에 물기가 느껴졌다.

‘이것 봐라. 바깥 쪽이 이 정도니 속은 과연 어떨까?’

진명은 손가락 하나를 껍질 속으로 밀어 넣어 안을 살폈다.

‘......!’

이미 그곳은 흐를 정도로 물이 고여 있어 그가 손가락을 넣자 애액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진명이 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가볍게 문지르자 지애가 갑자기 두 손으로 그의 바지 자크를 내렸다.

“지애야.”

진명이 부르자 지애가 그에게 말했다.

“오빠 거 빨아줄게.”

“뭐?”

진명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는데 지애가 풀린 자크 사이로 팬티를 벗기려고 용을 쓴다. 진명은 쓴웃음을 지으며 팬티를 넘기고 자지를 오줌 줄 때처럼 자크 사이로 빼내 지애에게 보여주었다.

“어머! 오빠 거 왜 이렇게 커?”

지애가 감탄사를 발하더니 바로 진명의 자지를 손으로 잡는다.

‘이것 봐라? 숫처녀는 절대로 아니구나.’

진명은 지애의 행동에서 남자경험이 제법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녀에게 물었다.

“지애 너. 남자하고 많이 해 본 모양이다?”

“아니야 오빠. 나 까진 애 아닌데, 오빠하고 있으니까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그랬어.”

“그래도 처녀는 아닌 거 같은데? 맞지?”

“으응. 오빠는 처녀가 좋아?”

“아니. 너도 지금 본 것처럼 오빠 것이 좀 큰 편이라 처녀는 나하고 하면 아파서 못해. 그러니까 여자도 남자 경험이 좀 있는 여자는 나하고 하면 좋아서 거의 반 죽지.”

진명이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말하자 지애가 귀두를 손으로 부드럽게 주무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이거 진짜로 크다.”

“지애 너 언제 남자하고 첫 경험 했니?”

진명이 묻자 그녀가 그를 보며 말한다.

“고1때 1년 선배랑 잠깐 사귄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으로 해 봤어. 그리고 남자랑 사귄 거는 그때가 전부야.”

“그럼 경험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네.”

“응. 근데 오빠 이거, 그때 걔보다 두 배는 더 큰 거 같아.”

“설마 그 정도야 하겠냐? 하여간 오늘은 이 정도로 해 두자.”

진명이 그만 할 뜻을 비취자 지애가 말할 수 없이 서운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진명은 단호하게 그녀의 손에서 자지를 빼 바지 속으로 집어넣고 옷을 정돈했다.

“지애 너도 옷 입어라. 이제 집에 가야지.”

“오빠. 우리 다음에 또 만나면 안 돼?”

“지애야. 우리가 앞으로 만나려면 너 하기에 달렸어.”

“......?”

지애가 빤히 쳐다보자 진명이 그녀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우리 아빠가 빨리 결혼해서 안정된 생활을 하기 바라거든. 지금 아빠가 좋아하는 사람은 지애 네 엄마고. 내가 지애 널 좋게 보는 이유도 우리 부모가 서로 합치면 너하고 남매처럼 지낼 수 있으니까 네가 더 좋아 보이는 거야.”

지애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오빠하고 나는 정식으로 남매가 되잖아? 남매끼리 잘 될 수도 없는 거고.”

지애의 말을 듣고 그녀의 의도를 깨달은 진명은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이 자식이 나를 결혼상대로까지 생각하고 있는 거야 지금?’

진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지애야. 나 지금 널 만나고 있는 이유는 아빠 때문이야. 만약 아빠가 너네 엄마랑 결혼 안 한다면 우린 만날 이유가 없는 거지. 그리고 우리 부모가 결혼한다고 뭐 섹스 못하냐? 우리가 피를 나눈 남매도 아니고 말이야. 오히려 전보다 더 사이좋게 정을 나눌 수 있는 거야. 난 앞으로도 결혼 같은 거는 할 생각이 없으니까 우리만 서로 좋다면 언제든지 구애받지 않고 만날 수가 있어. 뭐. 네가 싫다면 나도 더 이상 부탁하지 않을게. 그만 가자.”

말을 하다 진명이 마지막엔 냉정한 표정으로 차를 출발시키자 지애가 놀라 그에게 말했다.

“오빠. 화났어?”

“그래. 화났다. 뭐. 내가 꼭 너한테 구걸하는 것처럼 된 것 같아서 기분 별로야. 난 너하고 남매가 될 것 같아서 무슨 일이든 잘해주려고 했는데. 네가 싫다면 다 그만 두는 거지.”

“오빠!”

진명의 태도가 돌변해 냉랭하게 나오자 지애가 울 것처럼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집 앞까지 차가 도착하자 진명이 그녀에게 말했다.

“내려라. 오늘 즐거웠다.”

“오빠. 내가 엄마한테 뭐라 하면 돼? 오빠가 하라는 대로 할게. 제발 화 내지 마. 응?”

지애가 바로 저자세로 나오자 진명은 속으로 흡족했지만 바로 표정을 풀진 않았다.

“화 내는 게 아니야. 나는 우리 부모들도 좋고 지애 너하고 나도 서로 잘 지낼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보려고 그런 것뿐인데 지애 네가 내 본심을 몰라주니까 약간 짜증이 난 거지.”

“알았어. 앞으로는 오빠가 하라는 대로 할게. 그럼 오빠 나 이뻐해주는 거지?”

“당연하지. 너하고 남매가 되는데 내가 왜 너를 안 예뻐하겠냐.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려고 노력할 것이고 우리가 서로 통하면 아까 했던 것 이상도 할 수 있는 거지. 겉으로야 남매지만 우리가 피한 방울 섞인 것도 아니고 서로가 좋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야.”

“응. 알았어.”

“그럼 지애야. 너 졸업식 때 오빠가 무슨 일이 있어도 시간 내서 참석 할 테니까 네가 그때 네 사람 다 모인 자리에서 부모님들한테 말해라. 두 분 결혼하시라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두 분은 금방 결혼하게 될 거야. 어때 할 수 있지?”

“응. 할 수 있어.”

“좋아. 지애가 내 말 잘 들으니까 또 금방 예뻐진다. 이리 와 봐.”

진명이 그녀의 얼굴을 끌어당겨 키스하자 지애가 그의 입술을 빨았다. 진명은 그만하고 집에 가고 싶었지만 인내심을 발휘해 그녀와 깊은 키스를 계속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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