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55)

똑똑-

컴퓨터를 하고 있던 진명은 방을 노크하는 소리에 문쪽을 보았다.

“응. 들어와.”

문이 열리며 소미가 들어오자 진명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우리 동생께서 이 누추한 방엔 어쩐 일이신가?”

소미가 방안을 둘러보며 말한다.

“오빠. 생각보다 깔끔하네.”

“그럼 정리정돈도 안 하고 사는 줄 알았어?”

“뭐. 남자들은 원래 그렇지 않나?”

“남자나 여자나 똑같지. 그래. 내 방에 들어온 이유가 궁금한데. 얘기 좀 해 볼래?”

진명이 침대에 앉자 소미도 그의 옆에 앉았다.

“음. 그 정수 오빠 말이야.”

“응.”

“진짜로 잘 생겼더라. 나 태어나서 여태까지 그렇게 잘 생긴 사람 처음 봐. 요즘 잘 나가는 아이돌 가수보다 훨씬 잘 생겼어.”

“그렇지? 걔 성격도 좋아. 공부도 항상 일등이고. 너 아까 같이 나갔을 때 그 놈이랑 얘기 좀 해 봤어?”

진명의 말에 들뜬 얼굴이던 소미가 곧바로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다.

“아니. 나한테 한 마디도 안 하더라.”

“그 녀석이 원래 숫기가 없어. 여자하고 한 번도 사귄 적이 없고. 진짜로 순진한 녀석이야.”

“정말 소문보다 더 대단한 오빠야.”

소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진명이 물었다.

“너 정수하고 데이트 한 번 하고 싶어?”

소미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 오빠랑 데이트?”

“응. 하고 싶다면 내가 한 번 말을 해 보고.”

소미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정수 오빠가 나한테 마음이 없다면 오빠가 아무리 부탁해도 소용이 없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 사실 정수 녀석 대학 갈 때까지 여자 사귈 맘 없다고 전에 내게 얘기한 적도 있고.”

“그렇구나.”

“응. 하지만 우리 예쁜 동생이라면 정수 녀석도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하여튼 한 번 생각해 보고 데이트 하고 싶으면 오빠한테 말해. 친한 친구니까 한 번 정도는 내 안면을 봐서라도 응해 줄 거야.”

“알았어.”

소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명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

마치 애인이 애무하듯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데도 소미는 별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그의 곁에 앉아 있었다.

‘이왕 시작했으니까...’

진명은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소미가 힘없이 딸려오자 진명은 그녀의 얼굴을 품에 안았다. 이런 행동은 전에 소미가 먼저 품에 안겨오기도 했었기 때문에 진명도 여기까지는 별 망설임 없이 시도할 수 있었다.

진명이 어색함을 무마시키려고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소미도 이제 드디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는 건가?”

“아직 몰라.”

소미가 그의 품에서 가볍게 고개를 흔든다.

“그렇겠지. 아무리 남자가 조건이 좋다고 해도 서로 마음이 맞아야 하는 거니까.”

“응.”

그 말이 맞다는 듯 소미가 고개를 끄덕인다.

진명은 아직 소미가 거부하는 몸짓을 보이지 않자 조금 더 나가보기로 했다.

그가 한 손으로 소미의 머리를 안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뺨을 만졌다.

‘......!’

소미의 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드럽다. 마치 양지유처럼 매끄러운 소미의 뺨을 만지면서 진명이 말했다.

“우리 소미는 착하고 예쁘니까 정수 녀석도 틀림없이 마음에 들어 할 거야.”

그러자 소미가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고 그를 본다.

‘......!’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진명이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순간 소미가 입맞춤이라도 당하는 줄 알고 두 눈을 크게 뜬다.

하지만 진명의 입술은 그녀의 뺨에 머물러 가볍게 닿은 뒤 멀어졌다.

소미가 나가고 진명은 침대에 누워 조금 전 소미의 뺨에 입을 맞추던 상황을 짚어봤다.

‘분명히 거부하지 않았다.’

진명이 자신의 입술에 키스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소미는 얼굴을 돌리거나 성난 표정을 짓지도 않고 담담하게 진명의 입술을 뺨에 받았던 것이다. 만약 그가 입술에 키스를 했더라도 소미는 그렇게 담담하게 받고 있었을까?

진명은 소미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객관적인 정황으로 보면 정수가 마음에 드니까, 정수와 데이트라도 한 번 하려면 자신의 도움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그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묵인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소미와 뺨에 입을 맞추는 사이까지 될 것이라고 내가 이 집에 왔을 때 상상이나 했겠냐? 이진명. 넌 진짜로 대단한 녀석이야.’

진명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명이 2학년이 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날 점심을 먹고 난 뒤 반에서 작은 소란이 있었다. 반에서 성질 고약하고 싸움도 꽤 잘하는 정기철이란 놈이 있었는데 그 녀석이 정수에게 시비를 걸어온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담임 때문이었다.

담임은 수학을 담당하는 여자선생이었는데 얼굴과 몸매가 세련되고 아직 미혼이라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담임이 학기가 시작한 이후로 정수를 대놓고 편애했다. 특히 자기 시간인 수학 시간에 문제를 내고 반 아이들에게 답을 풀라고 시킨 뒤 제일 어려운 문제는 꼭 정수를 시켰고, 당연히 답을 낸 정수를 칭찬하며 자신이 극진하게 아끼고 있다는 티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 정도가 심했다. 정수를 편애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를 풀지 못한 애들을 꾸짖고 정수의 십분의 일이라도 닮아보라고 비난했던 것이다.

거기에 기철이가 딱 걸려 담임에게 가장 심하게 꾸중을 들었다. 그렇게 담임에게 심하게 당한 기철이 점심을 먹고 나자 정수에게 괜한 꼬투리를 잡아 물고 늘어진 것이다.

“야 이 새끼야. 네가 공부 좀 잘하고 얼굴 좀 잘 생기면 다야? 너 담임하고 씹하는 사이지? 씨팔 년이 그러지 않고서야 지 자식 놈도 아닌 새끼를 이렇게 대놓고 예뻐하냐? 씨팔. 보지가 꼴리면 다른 남선생이나 고르지 하필 가르치는 제자한테 꼬리나 치고 말이야. 진짜 더러워서 학교 못 다니겠다.”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의 쌍욕을 듣자 정수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지만 차마 대들지는 못하고 정수가 노려보자 기철이 그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왜? 한 대 치려고? 어디 때려봐라. 콱, 그 잘난 면상을 둘로 쪼개줄 테니까.”

그때 진명이 뒤에서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씨팔 어떤 새끼야?”

기철이 뒤를 돌아보자 진명이 웃으며 그의 뺨을 가볍게 갈겼다.

찰싹-

“악!”

진명은 가볍게 때렸지만 기철은 골이 울려 두 손으로 뺨을 감싸고 얼른 뒤로 물러섰다.

“진명이 너. 왜 그래? 너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잖아?”

기철이 꼬리를 확 내리며 말하자 진명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너 나 좀 따라와.”

“왜?”

기철이 울상을 짓자 진명이 그에게 말했다.

“너 정수가 내 제일 친한 친구인 거 몰랐냐?”

“진짜?”

“그래. 그리고 그런 거 떠나서 말야. 정수가 무슨 잘못을 했냐? 담임이 재수 없으면 당사자한테 가서 따질 일이지 비겁하게 새끼가 엉뚱한 사람한테 화풀이나 하고. 너 인생 그렇게 살다가 큰 코 다친다.”

기철이 순간 얼굴을 붉히며 돌변하더니 진명을 향해 말을 내뱉었다.

“아이 씨팔. 좀 대우해 줬더니 존나 잘난 척 하네. 너 1학년 때 쌈 잘한다고 소문만 무성하던데 그거 진짜야? 난 너 싸움하는 거 한 번도 못 봐서 못 믿겠거든? 소문은 종종 사실보다 너무 부풀려서 전해지니까.”

그 말에 진명이 피식, 웃었다.

“어이. 정기철. 한 번 확인해 볼래?”

“못 할 것도 없지.”

“그럼 밖으로 가자. 여긴 너무 좁아서 말야. 아니면 수업 끝나고 차분하게 할까?”

“야야. 말 나온 김에 여기서 끝내지 뭐. 너 애들 있는 데서 맞을 까봐 두렵냐?”

기철이 뒤로 나가 책상 몇 개를 앞으로 밀어내자 제법 넓은 공간이 생겼다.

“어디. 한 번 덤벼봐라.”

기철이 폼을 잡고 진명에게 말하자 진명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다.

“그래. 정신 못 차리는 개새끼는 몽둥이가 약이지.”

진명이 기철을 향해 한 걸음 내 딛자 정수가 그에게 말했다.

“진명아. 같은 반인데 너무 많이 때리지 마.”

진명이 정수를 향해 씩, 웃었다.

“걱정 마라.”

“씨팔. 여기나 신경 써라.”

기철이 진명을 향해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휙-

진명이 미처 자세를 잡기도 전에 기철이 주먹을 뻗자 진명은 고개만 가볍게 틀어 주먹을 피했다. 진명이 너무나 쉽게 피하자 기철은 약간 그와 거리를 두고 떨어져 발차기를 했다.

휙-

“훗!”

진명은 기철의 발차기가 너무 허접해서 웃음이 치밀었다. 입가에 미소를 짓고 그가 또 피하자 기철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그에게 소리쳤다.

“새끼. 피하기는 잘하네.”

진명이 그 말을 듣고 얼굴에 웃음을 거두었다. 그와 동시에 진명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오르며 기철에게 옆차기를 가했다.

휘익-

발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게 퍼지는 가운데 기철이 두 손을 모아 방어를 했다.

퍽-

가드에 맞았지만 진명의 발에 실린 힘이 너무 강해 기철은 몸을 비틀거리며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진명은 발이 땅에 닿기가 무섭게 다시 한 발만 들어 옆차기를 했다.

퍽-

연속되는 진명의 공격을 막지 못한 기철이 옆구리를 맞고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윽!”

땅에 쓰러진 기철은 진명이 다가오자 그 상태로 기다시피 뒤로 물러났다. 진명은 여유를 두고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으으! 씨팔.’

진명의 공격 한 방에 나가떨어진 기철은 옆구리에 가해진 충격에서 진명의 강한 힘을 충분히 깨달았고 이미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그저 한 대라도 덜 맞기 위해 뒤로 물러나고 있을 뿐이었다.

‘......!’

손에 뭔가 걸리자 기철이 그것을 들고 진명에게 던졌다.

진명은 물을 담는 양동이가 날아오자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 돌려차기로 양동이를 걷어찼다.

파박-

제법 두꺼운 플라스틱으로 된 양동이가 진명의 돌려차기에 맞고 산산조각 나 버렸다.

“야아. 대단하다.”

“소문보다 더 세잖아?”

사방에서 진명을 향해 탄성이 쏟아졌다.

그 소리들을 들으며 진명은 속으로 웃었다. 양동이가 날아올 때 몸을 피할 수도 있었고 주먹으로 간단히 걷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화려한 동작인 돌려차기로 양동이를 산산조각 낸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던 것이다. 그의 이런 동작에서 사람들은 두 가지를 느낄 수가 있었는데 하나는 진명의 발에 실린 힘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스럽게 시전해보인 돌려차기의 화려한 동작이다. 만 4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한 돌려차기는 진명의 주특기 중 하나였고 그것을 시전할 때는 그 동작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진명이 다가가자 기철은 더 이상 도망갈 공간이 없어 그 자리에서 멈추고 그의 처분만을 기다렸다.

진명이 그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켁켁-

“으으!”

진명의 강한 악력에 기철이 숨 막히는 신음소릴 냈다. 그가 손에 힘을 조금 풀자 기철이 힘겹게 말했다.

“잘못했다. 이것 좀 풀어 줘.”

“나한테 사과하지 말고 정수한테 해라.”

진명이 가벼운 어투로 말하자 기철이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진명이 손을 풀었다. 그러자 기철이 그의 눈치를 보더니 곧장 정수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다시는 안 그럴게.”

“괜찮아. 다음부터 잘 지내면 되지.”

정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하자 진명이 어느 누구에게랄 것 없이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너희들. 내 베프 김정수 건들지 마라. 건들면 나한테 도전하는 걸로 알 테니까.”

그렇게 말한 뒤 진명은 곧바로 기철에게 말했다.

“야. 기철이 너 여기 좀 치워라.”

“응. 내가 다 치울게.”

“자식.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고. 나한테 도전한 그 용기가 가상해서 이걸로 깨끗하게 끝낸다. 너 운동 열심히 해서 또 한 번 도전해 봐. 언제든지 받아줄 테니까.”

“아니. 됐다.”

기철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진명은 정수와 학교를 나섰다.

“진명아. 오늘 고맙다.”

정수가 진명에게 말했다.

“야. 친구 간에 당연한 거 한 걸 갖고 그런 말 하지 마라.”

“그래도.”

“참. 정수 너 우리 동생 위해서 시간 한 번만 내줄 수 있겠냐”“소미?”

“응.”

“무슨 일인데?”

“응. 어제 소미가 내게 부탁한 게 있는데 그게... 언제 정수 너하고 데이트 한 번 하고 싶다더라.”

“으음...”

정수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부담 되면 안 해도 되는데, 소미하고 사귀라는 거 아니고 그냥 시간 내서 데이트 한 번만 해 주라. 사실 너 우리집에 왔다 간 뒤로 소미가 친구한테 자랑을 했는데 친구들이 도저히 못 믿겠다고 했대. 소미가 자존심 상해서 어제 나한테 부탁하는데 그 녀석 순진해서 남자하고 손 한 번 잡아보지도 못한 녀석이야. 프라이드도 무척 강해서 나한테 좀처럼 부탁 같은 거 안 하는데 어제 모처럼 부탁을 하잖아?”

“그래?”

“응. 오빠 입장에서 그런 부탁을 받고 보니 거절할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그 정도는 문제 없다고 해 버렸거든.”

“으음.”

“뭐. 나야 너하고 소미랑 사귄다면 오빠 입장에서 좋긴 하지만 정수 네 처지를 뻔히 아는데 그럴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러니까 그냥 한 번만 만나서 식사하고 영화구경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순진한 녀석이 너 짝사랑만 하다가 크게 상심하면 내 입장에서 이모 보기도 민망한 일이고. 그냥 만나서 그 녀석 상처 안 받게 잘 대해주면 그 녀석도 이해하겠지. 뭐 만나서 소미가 마음에 들면 사귀어도 되고 말야.”

진명이 웃으며 말하자 정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물었다.

“소미 핸드폰 번호가 어떻게 되냐?”

진명이 활짝 웃으며 소미의 휴대폰 번호를 일러주었다.

“진명이 네 말대로 한 번 만나서 식사하고 영화 정도 보면 되지? 엄마가 알면 정말 큰 일 나는데 절친 부탁이니까 하는 거거든? 그러니까 그 이상은 나도 곤란해.”

“알았어. 아무튼 고맙다. 이제야 소미한테 면목이 좀 설 것 같다. 야. 가자.”

“응.”

운동 끝나고 집에 돌아온 진명은 소미의 방을 노크했다.

똑똑-

“누구?”

“오빠야.”

“아! 들어와.”

진명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빠!”

소미가 의자에 앉아 있다가 진명을 보고 활짝 웃는다.

“어서 와.”

진명이 침대에 앉자 소미가 얼른 그의 곁에 다가와 앉는다.

“네가 어제 오빠한테 부탁한 거...”

“응. 말 해 봤어?”

“그래. 어렵게 승낙 받았다.”

“정말?”

소미가 손뼉이라도 칠 듯 기뻐한다.

“응. 네 핸드폰 번호 줬으니까 연락 올 거야.”

“고마워.”

“그런데 오빠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그 다음은 소미 네가 알아서 해야 해.”

“알았어. 나도 꼭 데이트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닌데 친구들이 자꾸 안 믿잖아? 그래서 걔들한테 사실이란 걸 알려주려고 그런 거야.”

“후우. 네가 원해서 하긴 했는데 왠지 마음이 안 편하다.”

진명이 인상을 쓰자 소미가 묻는다.

“왜?”

“이렇게 예쁜 네가 남자랑 데이트를 한다니까 이 쪽 가슴이 찡하니 아픈 게... 이것이 질투라는 감정인가?”

진명이 심장 쪽에 가슴을 대고 말하자 소미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

한 동안 그렇게 진명을 보다 소미가 묻는다.

“그럼 하지 말까?”

소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진명이 오히려 당황했다.

“아니. 내 기분 같은 거 상관하지 말고, 정수는 정말 잘난 녀석이니까 데이트 한 번 해 봐. 그래도 예쁜 우리 소미 인생에서 첫 데이트인데 가장 멋진 놈하고 해야 오빠도 좋지.”

소미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데 얼굴 표정이 꼭 밝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자기 방으로 돌아온 진명은 침대에 누워 소미에 대해 생각했다.

‘과연 내가 소미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정수에게 다리를 놔준 걸까?’

조금 전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소미의 눈빛을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복잡해진다.

‘과연 소미와 데이트를 한다고 정수가 소미와 사귀게 될까?’

진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그럴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 왜 자신은 소미를 정수에게 소개시켜 준 걸까?

소미의 예쁘고 동그란 얼굴을 떠올리던 진명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모르겠다. 잘 되면 좋지 뭐.”

이틀 후.

진명이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소미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이모는?”

“친구랑 만나고 있는데 조금 늦을 거래.”

“그래?”

진명이 다가가자 소미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내 방으로 가자.”

“......?”

진명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미의 얼굴을 보자 그녀가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왜? 무슨 일 있어?”

소미가 침대에 앉자 진명이 그녀의 곁에 따라 앉으며 물었다.

“응.”

“무슨 일인데?”

“오늘 정수 오빠한테서 전화 왔어.”

“정말? 뭐라고 왔는데?”

“응. 시간 되면 내일 나랑 데이트 하자고.”

“내일 놀토지?”

“응.”

“승낙했어?”

“응.”

“와. 드디어 우리 동생 첫 데이트 하는 구나. 역사적인 날이네.”

“불안해.”

소미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자 진명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뭐가 불안한데?”

“그냥. 이것저것 모두 다...”

“처음이라 그래. 너 잘하면 키스도 한 번 해 보겠다?”

진명이 웃으며 말하자 소미가 그의 얼굴을 보았다.

“정수 오빠가 키스하자고 하면 해야 할까?”

“말이라고? 그 놈이 그런 기미를 보이기만 하면 너라도 먼저 키스해야지.”

“난 한 번도 안 해봐서 그런 거 할 줄 모르는데...”

소미의 말에 진명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정수 그 녀석도 여자하고 키스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했는데. 너희 둘 다 경험이 없어서 곤란하긴 하겠다.”

“어쩌지?”

소미가 손톱을 깨물며 고민하자 진명이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소미 너. 지금 나하고 먼저 연습 한 번 해볼래?”

“오빠하고?”

소미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응. 나라면 부담 없잖아? 오빠는 그래도 전에 해 본 경험이 있으니까 나하고 가볍게 한 번 해보면 한결 나을 것 같은데. 어때?”

“으음.”

소미가 망설이긴 하는데 그다지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오빠가 무리하게 하지 않을 거니까 한 번 해보자. 응?”

“그럴까? 그럼 내가 싫다면 바로 멈춰야 해. 강제로 하지 말고.”

“당연하지. 이 오빠가 소미 너한테 한 번이라도 그런 적 있어?”

“아니.”

소미가 고개를 흔들자 진명이 그녀의 어깨를 돌려 그녀와 마주보는 자세를 취했다.

“자. 오빠가 입술을 가볍게 대 볼게. 괜찮지?”

“응. 눈 감을까?”

“응. 감고도 해보고 눈 뜨고도 해 보자.”

“살살 해.”

“알았어. 걱정 마.”

소미가 두 눈을 감자 진명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며시 가져갔다.

두 사람의 입술이 가볍게 닿자 소미의 몸이 움찔, 떨린다.

그 상태에서 잠시 있다 진명이 입술을 떼고 물었다.

“무슨 느낌 있어?”

소미가 눈을 뜨며 고개를 흔든다.

“아니. 잘 모르겠어.”

“그럼 조금 더 강하게 해 볼까?”

소미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눈을 감았다.

진명은 소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입술을 조금 전처럼 그녀의 입술에 붙였다. 그가 전보다 입술에 힘을 더 주자 소미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 그 상태에서 진명은 얼굴을 약간 틀어 소미와 닿는 입술이 더 많아지게 했다. 그 상태로 한 동안 입술을 부비다 소미의 윗입술이 입안으로 들어오자 진명은 그것을 입속에 넣고 아주 부드럽게 빨았다.

‘......!’

소미가 힘이 빠지는지 한 손을 뻗어 진명의 무릎에 대고 버틴다.

소미의 윗입술을 집요할 정도로 오래 빨다 진명이 혀를 앞으로 살짝 내밀었다.

잇몸과 입술 사이를 오가던 진명의 혀가 전방으로 조금 더 진입하자 소미의 치아가 그의 혀를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진명은 상하 치아가 열릴 때까지 계속해서 혀로 밀어댔다.

소미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치아를 벌리자 진명의 혀가 기다렸다는 듯 뱀처럼 영활하게 소미의 입안으로 침범해 들어갔다.

“흐읍!”

진명의 굵고 길다란 혀에 의해 입안을 점령당하자 소미가 짧은 신음소릴 내더니 이젠 두 손 모두를 사용해 진명의 무릎을 잡았다.

그때부터 진명은 소미의 입안 구석구석을 혀로 능숙하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꽤 긴 시간 동안 진명이 소미의 입을 공략하며 침을 흘려보내자 소미가 입안에 고인 침을 더 이상 방치하지 못하고 삼켰다.

꿀꺽-

조용한 방안에서 소미가 두 사람의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진명은 이 정도로 깊은 키스를 하는데 소미가 반항하지 않자 혀를 그녀의 혀에 대고 앞으로 끄집어냈다. 진명의 의도를 알았는지 소미가 혀를 주춤주춤 하면서도 앞으로 내민다. 진명은 소미의 혀가 자신의 혀와 함께 밖으로 딸려나오자 그녀의 혀를 자신의 입안에 넣고 부드럽게 빨았다.

쭉쭉- 쭈웁-

마치 감로수를 마시는 듯 입안으로 들어오는 소미의 타액이 감미로웠다.

‘한 번만 만져볼까?’

생각이 들자 손이 먼저 나간다.

진명은 소미의 얼굴을 잡고 있던 두 손 중에서 오른 손을 뻗어내려 소미의 가슴이 있는 부근을 만졌다.

‘......!’

가슴 윗부분이 만져지자 진명은 손을 살며시 내려 소미의 왼 쪽 젖가슴을 만졌다. 순간 소미의 몸이 흠칫, 떨리더니 진명의 무릎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진명은 소미가 여기까지 와도 거부하지 않자 자지가 흥분으로 터질 듯 팽창하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만지고만 있던 소미의 젖가슴을 손안 가득 움켜쥐고 말았다.

“흐윽!”

소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더니 그녀가 입술을 떼려했다. 하지만 진명의 한 쪽 손이 그녀의 얼굴을 뒤에서 잡고 있어 입술이 떨어졌다가 진명이 손을 당기자 다시 붙었다.

“흐읍. 오빠. 그만.”

소미가 다시 입술을 떼며 말하자 진명은 손에 힘을 풀었다. 하지만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은 떨어지기 싫은지 여전히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만 해.”

소미가 헐떡이며 말하자 진명이 아쉬운 듯 그녀의 가슴에서 천천히 손을 뗐다.

진명이 소미의 얼굴을 보니 뺨이 사과처럼 붉고,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입에서는 단내가 풍겨 나왔다.

“뭐야? 키스만 한다더니.”

소미가 눈을 흘기는데 진명은 그녀가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미안. 내가 이상하게 소미 너하고만 있으면 이성을 잃어버린다. 이게 모두 네가 너무 예뻐서 그래. 너무 예쁘니까 나도 모르게 저절로 못된 행동이 나와 버려.”

소미가 진명을 보며 묻는다.

“내가 그렇게 예뻐?”

“응. 이 세상에서 너처럼 예쁜 여자는 없을 거야.”

“치이. 아부하지 마.”

소미가 싫지 않은 듯 이제 얼굴에 미소까지 짓는다.

“키스해보니까 어때?”

진명이 소미에게 묻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몰라. 오빠는? 오빠는 어땠어?”

“나는 너무 좋았지. 몸이 녹아버리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는데. 소미 넌 아무렇지도 않았어?”

“으음. 나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았어.”

“내일 정수하고도 이렇게 해 봐. 정수하고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을 테니까.”

“과연 그럴까?”

소미가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진명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그 모습을 보니 소미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져 진명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품안으로 끌어들였다.

그의 마음을 느낀 것일까...

소미 역시 진명이 끌어당기자 자연스럽게 얼굴을 그의 품에 기대어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