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온 후 진명은 나날이 즐거웠다.
좋아하는 태권도를 하고 집에 오면 항상 이모가 새색시처럼 그를 반겨주었고 음식도 그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준비해 진명은 이모가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마치 이제 갓 신혼생활을 시작한 부부처럼 그들은 틈만 나면 서로 부둥켜안고 섹스를 나누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도, 욕실에서 샤워를 하던 중간에도, 둘만 있는 공간에서 그들은 아무 제약도 받지 않고 마음껏 서로의 사랑을 표현하고 나누었다. 체위도 처음 정상위로만 하다가 나중엔 옆으로, 뒤로 자세를 바꿔가며 할 수 있는 마음껏 다 즐겼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나니 찬 바람이 불며 겨울이 다가왔다.
그 날도 진명은 저녁에 홀로 남아 도장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퍽- 퍼벅- 퍼벅-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진명이 샌드백을 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덜컥-
진명은 고개를 돌려 나타난 사람을 확인하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누나!”
명보라가 생긋 웃으며 진명에게 다가오는데 옷차림이나 얼굴이 그 전보다 훨씬 세련되고 예뻐보였다.
“잘 있었어?”
“몰라보게 예뻐졌다. 그 동안 한 번도 안 찾아와서 날 잊은 줄 알았지.”
보라가 가까이 다가와 진명의 뺨을 쓰다듬었다.
“내가 널 어떻게 잊겠니? 정말 보고 싶었어. 그 새 또 조금 큰 것 같은데 키가 몇이니?”
“181이야. 이젠 거의 다 컸는지 속도가 느리네.”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다. 체격은 커지는데 얼굴은 안 커서 그런가? 더 샤프하고 멋져 보인다.”
“누나도 마음이 편한가봐. 진짜로 좋아졌다.”
“응. 그 사람이 잘해주거든. 돈도 풍족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럭저럭 행복해.”
“다행이네.”
“넌. 아빠한테 운동 열심히 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 동안 이 누나가 없어서 아쉽지는 않았어?”
보라가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많이 아쉬웠지. 하지만 요즘은 여친이 생겨서 괜찮아.”
“아아!”
보라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왠지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거야?”
“응.”
보라가 잠시 망설이다 그를 보며 말한다.
“사실은... 진명이 너하고 한 번 하고 싶어서 왔는데... 여친 때문에 안 되겠니?”
그녀가 노골적으로 말을 꺼내자 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뭐. 저번에 약속했잖아. 언제든지 누나가 온다면 받아주겠다고.”
“진짜?”
“그래. 하지만 너무 자주는 곤란하겠지. 우리 서로 임자가 있는 몸인데, 자주 그러면 상대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잖아?”
“그래. 네 말이 다 맞아. 사실 나도 여기까지 오는데 많이 망설였어. 진작부터 너 보고 싶어서 오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몇 번이나 발걸음을 돌렸는지 몰라.”
“그래. 여기서 할까?”
보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문 잠그고 올게.”
진명은 보라가 다시 입구 쪽으로 가자 선영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자 그녀에게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가임기간이라 조심하느라 섹스를 한지 일주일이나 됐고 또 오랜만에 만난 보라에게 강한 성욕을 느껴 자제하기가 힘들었다.
덜컥-
문을 잠그고 보라가 걸어오는데 진명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나체가 된 진명이 보라에게 말했다.
“좀 씻고 올까?”
“아니. 씻지 마. 땀 흘린 지금이 훨씬 끓어오른다.”
보라가 가까이 다가와 진명의 작은 젖꼭지에 입을 맞춘다. 그러더니 안에서 혀가 나와 꼭지를 굴렸다.
“으음.”
진명이 작게 신음하자 보라가 강하게 꼭지를 빨며 겉옷을 벗었다.
휙-
옷을 멀리 던지자 진명이 그녀의 나머지 옷을 벗겨갔다.
순식간에 알몸으로 만들고 진명이 그녀를 눕히자 그녀가 다급하게 말했다.
“자지 좀 줘. 빨고 싶어 미치겠다.”
“그 동안 못 빨았어?”
“응. 그 사람 앞에서는 요조숙녀처럼 행동하느라 섹스 할 때 꼼짝도 안 해.”
“후후. 누나 진짜 나쁜 년이네.”
“그러게. 그런데 누가 날 나쁜 년으로 만들었지?”
“내 자지가 그렇게 만든 건가?”
“그래. 이 자지. 아아. 정말로 그리웠어. 어째 전보다 더 굵어진 것 같다. 아웅.”
69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보라가 진명의 귀두를 덥썩 입에 물었다.
쭉쭉쭉-
그녀가 게걸스럽게 자지를 빨자 진명도 그녀의 보지를 두 손으로 벌리고 혀를 밀어 넣었다.
클리토리스를 한 번 강하게 핥아주자 보라가 몸을 들썩이며 자지를 이빨로 가볍게 물었다.
“우웅!”
쩝쩝- 쭈읍-
진명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녀의 보지를 핥고 빨자 보라가 자지를 토해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아. 이 자지 넣고 싶어. 진명아. 자지 좀 넣어주라. 응?”
“벌써? 보지 더 빨아주지 않아도 돼?”
“앙. 네 자지가 더 급해. 넣고 싶어 미치겠어.”
“누나. 꼭 며칠 굶은 사람처럼 왜 그래?”
“빨리 넣어 줘. 일단 넣고 나서 말해줄게.”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바꿨다.
“어서.”
보라가 다리를 옆으로 벌리자 진명이 그 사이로 들어가 자지를 보지에 댔다.
‘......!’
보지에 아직은 물이 많지 않아 자지로 몇 번을 더 문지르다 입구 안으로 강하게 밀어 넣었다. 순간 굵은 귀두가 좁은 동굴 속을 빡빡하게 들어가며 보라의 입에서 큰 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앙. 들어왔어. 이게 얼마만이야. 아아.”
진명이 자지를 움직이며 물었다.
“그렇게 좋아?”
“응. 오랜만에 네 자지 맛보니까 누나가 좋아 죽겠다.”
진명이 자지를 계속 움직이며 끝까지 삽입시키자 보라가 포만감 가득한 신음소릴 냈다.
“아우. 다 들어왔어. 진짜 진명이 네 자지는 명품이야. 이렇게 한 번 넣어주기만 해도 기분 좋아 미칠 것 같다니까.”
“남편 것은 별로 안 크나 보네?”
“응. 네 것 반이나 될까? 크기도 그렇지만 그 사람 너무 빨리 싸는 통에 내가 미치겠다니까. 삽입하고 5분을 못 버텨. 맨날 병원에서 환자만 보고 운동은 안 하니까 아랫배만 나오고 하체에 힘이 없어.”
“운동 좀 하라고 해 보지.”
“돈 버느라 고생하는데 내가 옆에서 뭐라 간섭하기가 그래. 섹스도 전혀 흥미 없는 척, 조신하게 행동하는데 더 오래 해 달라고 말할 수도 없고. 항상 불만 붙여놓고 끝내버리니까 이젠 시작하고 싶지도 않아.”
“누난 섹스가 아쉬운 거구나.”
“응. 이제 좀 움직여 봐.”
진명이 천천히 자지를 빼자 보라가 다가올 쾌락을 기대하며 조그맣게 신음한다.
“으음. 좋아.”
귀두가 입구에 걸릴 정도까지 뒤로 물렸다가 진명이 그 부근에서 자지를 왕복했다.
“아아. 너무 좋아.”
질꺽질꺽-
보지에 물이 고이며 자지가 움직이기 편해지자 진명은 그때부터 자지를 힘차게 움직였다.
퍽퍽퍽퍽퍽퍽-
“아우. 그래. 그렇게... 아으. 좋아.”
보라가 진명과 보조를 맞추며 엉덩이를 흔들자 자지가 보지를 왕복하며 나는 소리가 심해졌다.
퍽퍽퍽퍽퍽-
질꺽- 질꺽- 질꺽-
“아아. 너무 좋아. 진명아. 사랑해.”
진명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자 보라가 그의 입술을 미친 듯 빨아들였다.
쭉쭉-
퍽퍽퍽퍽퍽-
몇 분 동안 쉬지 않고 왕복하다 진명이 잠깐 멈추었다.
“누나가 위에서 할까?”
보라의 말에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지를 빼지 않은 상태에서 진명이 눕고 보라가 그의 위로 올라와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
진명은 누워서 보라의 엉덩이가 움직일 때마다 좆대가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자 달아올랐던 자지가 조금 진정이 되는 것을 느꼈다.
“아아. 이거는 진짜로 훌륭해. 어쩌면 이렇게 뜨겁고 단단할까?”
마치 보지로 자지의 맛이라도 느끼듯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이던 보라가 본격적으로 왕복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퍽퍽퍽퍽퍽퍽퍽-
“아우. 좋아. 으으으.”
2분 정도를 쉬지 않고 움직이던 보라가 갑자기 왕복을 멈췄다.
“헉헉!”
숨을 헐떡이며 보라가 몸을 굽혀 진명의 얼굴에 자신의 가슴을 가져갔다.
“젖꼭지 좀 빨아 줘.”
진명이 콩알보다 조금 더 큰 꼭지를 입안에 넣고 빨자 보라가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
“아앙. 너무 좋아서 갈 거 같아.”
시간을 들여 양 쪽 젖꼭지를 골고루 빨다 진명이 보라에게 말했다.
“누나. 뒤로 하자.”
“전에 하던 대로?”
“응.”
보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뒤로 돌렸다. 진명이 상체를 세우자 자지가 안 빠지게 조심하면서 보라가 앞으로 약간 전진했고 진명이 다리를 접어 뒤로 빼며 후배위 자세를 취했다.
“됐어. 오랜만에 해보는 데도 잘 되네.”
보라의 말에 진명은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으며 속으로 웃었다. 자신은 선영과 섹스를 할 때 여러 번 해 봤기 때문에 오랜만에 하는 것이 아닌, 아주 익숙한 동작이었던 것이다.
퍽퍽퍽퍽퍽퍽퍽-
진명이 보라의 뒤에서 자지를 세차게 움직였다.
“아아. 보지가 뜨거워. 아아. 조금만 더 하면 갈 거 같아. 진명아. 너는 어때?”
“나도 곧 될 거 같다. 안에다 싸도 돼?”
“응. 그러니까 오늘 왔지.”
“날짜까지 맞춰서 왔어?”
“그래. 쌀 때는 앞으로 해서 싸야 돼? 너 꼭 안고 싶으니까.”
“응. 지금 자세 바꿀까?”
“좋아.”
다시 정상위로 자세를 바꾸고 진명은 마지막으로 자지를 움직였다.
퍽퍽퍽퍽퍽퍽퍽-
“아아. 진명아. 왔어. 이제 싸 봐.”
“누나 보지에 싼다?”“응. 가득. 보지 가득 싸줘. 으으으. 빨리.”
급박하게 보라가 소리치자 진명은 자지를 몇 번 더 움직이다 힘차게 박고 사정을 시작했다.
“으으. 나온다. 진명이 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진명이 거. 아아.”
쿨럭쿨럭쿨럭-
진명이 엄청난 양의 정액을 방출하자 보라가 그의 등을 안고 보지를 움찔거리며 정액을 모두 삼켰다.
불끈거리던 귀두가 약동을 멈추자 보라가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말한다.
“진명이 너. 여친 없는 거 아냐?”
“있다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양이 많아? 섹스 오랜만에 한 거 같은데?”
“자주 하지는 않으니까 그렇지.”
“그래? 하여간 그 사람보다 두 배는 더 많이 싸는 거 같다.”
“누나 좋았지?”
“응. 역시 진명이 넌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갔다.”
“이제 뺀다?”
“앙. 빼주기 싫어.”
보라가 그의 등을 껴안고 가벼운 앙탈을 한다.
“이제 가봐야지.”
“응. 그래야지.”
진명이 자지를 빼자 보라가 앙, 소리를 내며 아쉬운 듯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가기 싫다.”
“......!”
진명은 말없이 웃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보라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진명은 멀리서 다투는 소리가 들리자 그곳을 쳐다보았다.
탁-
“악!”
사람이 뜸한 골목길에서 세 사람이 한 남자를 가운데 두고 때리는데 맞는 사람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저렇게 키가 큰 남자는 흔하지 않는데... 가만. 저 녀석 김정수 아니야?”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진명이 확인을 하기 위해 그쪽으로 걸어갔다.
“물건 다 줄게. 그만 때려. 돈도 다 줄게.”
한 대라도 덜 맞으려고 몸을 움츠리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니 김정수가 맞았다.
진명이 가까이 다가가자 세 놈 중 한 놈이 진명에게 위협했다.
“야. 너 다치기 싫으면 상관 말고 꺼져라.”
“훗. 나도 그러고 싶은데 맞는 놈이 아는 녀석이라서 말이야.”
“뭐? 이 새끼가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만.”
처음 말을 꺼냈던 놈이 다가와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진명이 가볍게 피하고 발을 뻗어 놈의 얼굴을 걷어찼다.
“퍽!”
피할 새도 없이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놈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아악!”
“뭐야 저 놈.”
정수를 때리던 나머지 두 놈이 황급히 진명에게 다가와 공격을 했다. 둘 다 주먹을 뻗는데 진명의 눈에는 그들의 행동이 느려터지게 보였다.
“양아치 같은 새끼들. 상대할 가치도 없는 놈들이구만.”
진명이 중얼거리며 가볍게 몸을 틀어 공격을 피했다.
“이 새끼 봐라?”
두 놈이 놀라 자세를 고쳐 잡으려는데 진명이 그 즉시 한 놈에게 앞차기를 했다.
팟-
진명의 발이 허공 높이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오며 놈의 가슴을 찍자 놈이 괴상한 비명소릴 지르며 뒤로 물러났고 발이 땅에 닿음과 동시에 진명이 돌려차기로 남은 상대를 걷어찼다.
퍽-
“으윽!”
마지막 돌려차기에 당한 놈은 충격이 컸는지 그대로 땅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한다.
“야. 일어나.”
한 놈이 쓰러진 놈을 부축해 일으키자 진명이 말했다.
“빨리 사라져라. 쓰레기 치우기도 귀찮다.”
“무서운 놈이네.”
“가자.”
겁을 잔뜩 집어먹은 표정으로 세 놈들이 사라지자 진명이 정수에게 다가갔다.
“많이 안 다쳤냐?”
“이진명.”
정수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진명이 미소를 지었다.
“내 이름 아냐?”
“응. 태권도 선수잖아?”
진명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몸은 어때? 괜찮아?”
“응. 조금 다치긴 했는데 괜찮은 거 같아.”
“집에 가는 길이야?”
“응. 과외하고 집에 가는 길인데, 이렇게 됐다.”
“집이 여기서 가까워?”
“응.”
“그럼 집까지 같이 가자. 혹시 그 놈들이 노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그래줄래? 정말 고맙다.”
“야. 친구 간에 돕고 살아야지.”
진명이 친구라고 하자 정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신세 진 김에 끝까지 지자.”
“오케이.”
정수와 함께 5분 정도 걸어간 진명은 한 아파트에 도착했다.
“여기야.”
‘여긴 부자들만 사는 데라던데.’
진명이 약간 놀라 정수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
키도 자신보다 크고 얼굴은 주먹을 맞았는 데도 눈이 부실 정도로 잘 생겼다. 거기다 집까지 부자라니...
“그래. 난 이만 갈란다.”
진명의 말에 정수가 그의 팔을 잡았다.
“야. 그냥 가면 어떡해? 여기까지 왔는데 집에 들어갔다 가라.”
“너무 늦었잖아? 너희 부모님이 싫어하실 텐데.”
“아니. 엄마는 나 올 때까지 안자고 기다리니까 괜찮아. 아빠는 원래 안 계시고.”
“그래? 그럼 들어가서 엄마한테 인사나 드릴까?”
진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수의 뒤를 따랐는데, 정수하고 친구하면 소미에게도 점수를 더 딸 수 있고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아 이 기회에 그와 좀 더 깊은 사이가 될 생각이었다.
엘리베이터가 12층에서 멈추자 정수가 진명과 함께 내렸다.
번호키를 누른 뒤 현관문을 열고 정수가 안으로 들어가자 진명도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아들 왔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여인이 반갑게 정수를 맞이하다 진명을 보고 놀란다.
“어머!”
“엄마. 내 친구야. 진명아 우리 엄마야. 인사해.”
진명은 여자의 얼굴을 보고 놀랐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인사부터 했다.
“정수 친구 이진명입니다.”
“으응. 반가워요. 정수가 친구 데려온 거는 처음이라 내가 좀 놀랐네. 잠깐만 기다려요.”
여자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진명은 조금 전 보았던 그녀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
이제 삼십 대 초반 정도나 될까? 얼굴이 엄청난 미인이었고 몸매 또한 모델처럼 날씬했다. 거기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는지 얇은 옷을 통해 젖꼭지가 다 드러나 보였고 그녀는 그것 때문에 황급히 안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다시 밖으로 나온 그녀는 역시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어 젖꼭지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이모 나이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정말 예쁘게 생겼네...’
진명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껏 이모나 소미가 제일 예쁘다고 살아왔는데 이 여자나 정수는 한 차원 높은 외모를 갖고 있다.
진명이 여자의 얼굴에 감탄하고 있는 동안 정수 엄마가 안정된 얼굴로 아들을 보다 깜짝 놀란다.
“정수야. 너 얼굴이 왜 이래?”
여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는 것을 보고 진명은 순간 정수가 부러웠다. 별로 다치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벌벌 떨며 걱정하는 눈빛이라니...
“응. 집에 오다 불량배를 만났어. 세 놈이나 돼서 어떻게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래서 몇 대 맞고 있는데 마침 진명이가 날 구해줬지. 진명이 아니었으면 나 크게 다칠 뻔 했는데 진명이가 내 은인이야. 그리고 그 불량배들이 또 날 따라올 까봐. 집까지 바래다 준 거고.”
“아아.”
여자가 진명을 정면으로 보았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눈도 되게 예쁘네.’
속으로 생각하며 진명이 웃자 그녀가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고마워요 학생. 우리 아들을 구해줘서.”
“아닙니다. 같은 학교 친구니까 당연히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와야죠.”
정수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엄마. 진명이는 태권도 선수야. 아까 세 놈하고 싸울 때 발차기 한 번에 정확히 한 명씩 나가떨어지는데... 정말 잘 하더라.”
“그래. 아무튼 많이 안 다쳐서 정말 다행이다. 이제부터 과외 끝나면 엄마가 데리러 가야겠다. 그리고 정수 너는 샤워하고 나와. 엄마가 약 발라줄게.”
정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욕실로 가자 여자가 진명에게 말했다.
“앉아서 잠깐만 기다려요. 과일 좀 내올 테니까요.”
진명이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친구 엄마면 저한테도 엄마나 마찬가진데 그냥 말 놓으세요. 제가 불편합니다.”
“그럴까?”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데 그 모습이 아름다워 진명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진짜 예쁘시네요. 정수가 엄마 닮아서 그렇게 잘 생긴 거군요.”
“호호. 고마워.”
아마도 예쁘다는 말을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고맙다는 말도 그냥 예의상 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정수 엄마가 과일을 준비하는 동안 진명은 거실을 둘러보았다.
‘이 집, 진짜 잘 사는 거 같은데...’
아파트도 넓은 데다 집기들 하나하나가 최고급이다. 더구나 베란다를 통해 보이는 한강의 불빛들도 환상적으로 아름다워 최고급 아파트라는 것이 실감났다.
잠시 후 정수가 욕실에서 나와 진명의 곁에 앉았다.
“야. 너네 집 엄청 잘 사는가 보다. 엄마가 사업하시니?”
“응. 사업이라고 할 건 없고 빌딩 몇 개 갖고 그거 임대업 하는 거지.”
“그런데 엄마가 왜 그렇게 젊은 거냐? 꼭 네 누나 같다.”
“엄마가 아주 젊었을 때 나를 낳아서 그렇지 뭐. 엄마가 어려 보이는 얼굴이기도 하고.”
왠지 정수가 그런 쪽으로 말하는 것을 피하는 것 같다. 진명은 정수의 아빠가 궁금했지만 분위기가 왠지 물어보면 실례일 거 같아서 그냥 참았다.
“자. 과일 나왔다.”
정수 엄마가 과일을 가지고 나오자 진명과 정수는 과일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30분 정도 정수네 집에 머물다가 진명은 집으로 돌아왔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모가 소파에 앉아 있다 그를 보며 반색한다.
“왜 이렇게 늦었어? 핸드폰도 안 가져가고. 걱정했잖아?”
이모의 눈빛을 보자 갑자기 정수와 정수 엄마가 생각이 난다.
‘......!’
정수 엄마가 아들 정수를 대할 때의 태도나 눈빛이 꼭 지금 이모가 자신을 보며 다정하게 반겨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혹시. 정수 엄마와 정수도 그런 관계?’
진명은 잠시 의심이 들었지만 얼른 생각을 지우고 선영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
“응. 잠깐 일이 있었어. 도장에서 오는데 학교친구가 불량배들한테 맞고 있잖아? 그래서 내가 좀 도와줬지. 그러다보니까 시간이 꽤 흘렀네. 걱정했어?”
“응. 평소보다 너무 늦으니까 당연히 걱정이 되지. 다음부터는 꼭 핸드폰 가지고 나가.”
“알았어. 이모부는?”
“아직이지 뭐. 언제 그 사람 일찍 들어온 적 있었나?”
“소미는?”
“방에 있어.”
“그래?”
진명이 웃으며 선영에게 다가가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쪽-
“......!”
소미방을 보며 선영이 조심스러운 눈빛을 보였지만 진명의 이런 행동이 싫지 않은지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나 소미한테 할 말이 있으니까 이모 먼저 자라.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응. 알았어. 진명이 너도 일찍 자.”
“자면서 내 꿈 꾸고...”진명이 윙크를 하며 말하자 선영도 다정하게 웃으며 그에게 속삭였다.
“자기도 내 꿈 꿔.”
“알았어.”
똑똑-
진명이 노크를 하자 안에서 소미의 음성이 들렸다.
“들어 와.”
진명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미가 책상에서 컴퓨터를 보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미야!”
“어? 오빠.”
소미가 진명을 보고 놀란 얼굴로 그를 부른다.
“웬일이야? 난 엄만 줄 알았네.”
“응. 할 얘기가 있어서.”
진명이 방안으로 들어오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 방엔 처음 들어오는 거 같네.”
“그런가? 나도 오빠 방 한 번도 안 들어가 본 거 같은데?”
“우리 그래도 남맨데 그 동안 너무 무심하게 살았던 거 아닐까?”
진명이 웃으며 말하자 소미도 따라 웃는다.
“뭐. 내 성격이 좀 그렇잖아?”
진명이 침대 모서리에 앉자 소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너 저번 여름 우리 속초 갔을 때 말이야. 김정수라고 나한테 물어본 적 있었지?”
“응. 그 사람이 왜?”
“나 오늘 그 녀석하고 친구하기로 했다?”
“뭐? 어떻게?”
진명이 정수와 벌어졌던 일을 약간 과장해서 소미에게 들려줬다.
“... 그래서 지금 그 녀석 집에서 오는 길이라구. 나중에 시간 내서 거하게 밥도 한 번 산다더라.”
“그래? 오빠는 좋겠다.”
소미가 부러운 듯 쳐다보자 진명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내가 친해지면 너도 소개시켜 줄게. 사실 그 녀석하고 친해지려는 이유가 소미 너 때문이기도 하니까.”“나 때문에?”
소미가 진명의 손에 머리카락을 맡기며 묻는데, 여름 속초 이후에 진명이 이렇게 가벼운 스킨쉽을 해도 특별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는 한 거의 다 받아주고 있었다.
“응. 그때 보니까 너 정수란 녀석한테 무척 관심이 있어 보이던데. 내가 잘못 봤나?”
“아니. 관심이야 있지. 그 사람 얼굴을 한 번 본 친구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다 멋있다고 하니까 나도 궁금할 수밖에.”
“그러니까 말야. 내가 친해지면 한 번 다리를 놔 볼게. 내가 살짝 물어보니까 공부만 하느라 사귀는 여친도 없다고 그러더라. 집도 엄청 부자고. 서울에 큰 빌딩이 몇 채나 있대.
“그 정도면 내가 꿀리겠는데...”
소미가 중얼거리자 진명이 머리를 계속 쓰다듬으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왜? 내 동생이지만 넌 정말 예쁘게 생겼고 성격도 착하잖아? 내가 볼 땐 충분히 자격이 있어.”
진명이 단정적으로 말했지만 그도 속으로는 소미가 정수에 비하면 많이 꿀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빠는 동생이니까 날 예쁘게 봐주는 것이고... 모르겠다. 뭐 고등학교 들어가면 그 사람 얼굴을 직접 볼 기회가 있겠지. 그때 가서 생각하자.”
“그럴래? 오빠는 혹시 모르니까 정수하고 친하게 지내둘게. 네가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다리 놔 줄 테니까.”
“오빠.”
소미가 부르자 진명이 손을 떼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왜?”
“오빠는 내가 남자 사귀는 거 좋아?”
“아니. 별로 좋은 거는 아닌데?”
“왜 안 좋아?”
“야. 나도 남잔데 예쁜 여동생이 다른 놈하고 데이트 한다 생각하면 질투가 심하게 나지.”
진명의 말에 소미가 빙긋, 웃는다.
“그런데 왜 남잘 소개시켜주려고 해?”
“그야 정수 그 놈이 엄청난 킹카니까. 네가 별 볼일 없는 놈하고 사귄다면 내가 속상하겠지만 정수같이 모든 걸 다 갖춘 놈이라면 네가 행복할 거잖아? 난 소미 네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고 싶거든.”
“정말?”
“그럼. 오빠가 거짓말 하는 거 같아?”
“아니.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오빠는 믿어. 이제껏 나한테 화도 한 번 안 내고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 다 들어줬지.”
“그래. 소미 넌 예쁜 내 동생이니까. 앞으로도 오빤 소미 널 제일 아껴줄 거야.”
소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살며시 진명의 가슴에 몸을 기대왔다.
‘아니. 이게 웬 떡이냐?’
진명은 소미가 지금 자신에게 무척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소미가 먼저 이렇게 품에 안겨오는 따위의 일을 해 본 적도 없고 진명도 그런 기대 같은 것은 아예 하지도 않고 살았으니까.
약간 놀랐지만 그가 이런 호기를 놓칠 위인이 아니다.
손을 뻗어 소미를 얼굴을 끌어당기자 그녀가 그의 가슴에 더욱 깊이 안겨왔다. 진명은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얼굴 전체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소미 넌 오빠만 믿어. 오빠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응.”
소미가 그의 품에서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다.
진명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소미... 이 녀석이 나한테 안길 줄이야......’
저번 여름 속초에서 우연이지만 가슴도 만지고 신체적인 접촉을 한 뒤로 소미가 진명을 대하는 태도는 많이 변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기분이 좋을 때 진명이 가볍게 만지는 것 정도를 허락했지, 본인 스스로 이런 적은 없었다.
‘기분 최고네.’
진명은 입가에 웃음이 걸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다 정수와 정수 엄마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아무래도 조금 이상하단 말야.’
정수 엄마의 아들을 보는 눈빛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아니야. 그렇진 않을 거야...’
진명은 고개를 저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부정했다. 자신이 옛날에 엄마와 섹스를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괜히 그들 모자의 사이를 지레 의심하는 거라 생각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때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비우며 진명은 잠을 청했다.